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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 모두 받아들일 준비를

▲ 이경우 편집국장정확히 이틀 남았다. 이틀 후면 판가름 난다. 그리고 한 사람만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 거꾸로 말하면 국민의 절반은 불공정 게임으로 졌다는 분노와 상실감으로, 다른 절반은 승리의 전리품 배분이 불공평하다는 배신감을 안고 앞으로 5년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통합하겠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소통의 최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나라가 위험에 처할런지, 30년 전 시대로 되돌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갈지 국민들이 결판짓게 된다. 지금 우리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후보에 대해서 당선되더라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묘한 정치적 인습에 포위돼 있다. 내가 아닌 당신들이 뽑은 대통령이라며 건건이 딴죽을 걸고 심하게는 그 정책조차도 막무가내 반대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말자 광우병 사태로 곤욕을 치른 데는 그런 진영논리의 탓도 있다.2000년 제45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엘 고어 민주당 후보는 5천200만표를 얻어 조지 부시 대통령을 54만표 차이로 눌렀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271대 266으로 5표 뒤져 실패했다. 플로리다주에선 2천700표 차이로 졌지만 일부 선거구에서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 표차를 400여 표로 줄였고 주 전체에서 재검표가 실시되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지만 연방대법원의 재검표 중지를 받아들여 깨끗이 승복한다. 2007년 고어의 노벨 평화상은 그런 승복에 따른 보상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호사가들은 말한다.“납득이 안돼요, 납득이.” 개그콘서트 멘붕스쿨에서처럼 그야말로 “납득이 안 되는 장면”은 현실에서도 참으로 많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은 소통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전제에 공감한다면 멘붕스쿨의 문제 해결에 나선 선생님처럼 지도자는 우선 상대방(자기를 지지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쪽)의 이야기에도 성실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멘붕스쿨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의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일단 들어준다.선거 막판 확인되지 않은 흑색선전이 그야말로 선거판에 흙탕물을 튀기고 있다. 최근 국정원 직원의 문재인 민주당 후보 비방 댓글 의혹에 이어 새누리당의 불법 댓글 부대 조직 파문까지 일어나며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소문만 무성하던 이른바 `댓글 알바`의 실체가 구체화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중앙선관위가 조사에 나섰지만 선거 전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선거막판 흑색선전이 유권자들의 귀와 눈을 가리려 한다. 2002년 16대 대선당시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병풍은 선거판을 뒤집어 놓고 국가의 운명도 바꿔놓았다. 이명박 대선후보 당시 BBK 의혹, 그리고 흑색선전은 선거판을 흔들면서 선거가 끝나면 또 다른 시빗거리를 잉태하고 있다. 패배자는 승복하지 못하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고 승자도 상처뿐인 승리에서 얻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높다.이런 판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발상이다. 지금은 흑색선전과 네거티브 선동으로 선거판을 어지럽힐 것이 아니라 대선 이후의 나라 걱정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선거를 펼친다면 패자도 승복할 수 없게 되고, 승자도 승자의 저주로 만신창이가 돼 국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이제는 인정하고 축하하고 그리고 협조해야 한다. 후보보다 먼저 국민들이 화합해야 한다. 더 이상 진영 논리에 매몰돼 스스로를 가둬놓고 협상이나 협조를 통한 참여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이틀 후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내가 선출하지 않은 대통령이라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 스스로의 정신 위생에도 도움이 되고 국가 발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2012-12-17

응답하라 대구경북

▲ 이경우 편집국장태평양을 향한 글로벌 허브 항구도시를 추진하는 포항. 그 슬로건에 어울리지 않게 교통이 불편하다. 물론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됐고 최근 들어서는 포항 주위의 시가지 우회도로도 터져있다. 대구를 비롯한 내지에서 포항 철강공단 가는 길이나 구룡포 호미곶 해맞이공원 가는 길이 새로 뚫리거나 확장된 것은 사실이다. 대중화된 내비게이션도 제때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지경으로 최근 일이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불편하다. 너 ~ 무.우리 국토의 척추쯤 되는 동해안의 7번 국도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경상북도 구간이 4차선으로 확장이 되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구간은 곡선에 교차로 등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특히 울산에서부터 경주에 이르는 길은 경주와 울산 양 지역 공단을 잇는 산업도로 역할까지 맡아 전국 최고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기록하는 악명 높은 도로다. 통행량에 비해 비좁은 도로가 엄청난 물동량을 감당하느라 일반 승용차는 끼어들기에도 미안할 지경이다.같은 7번국도 포항에서 영덕 구간도 시가지 우회도로를 벗어나면 흥해쯤에서부터 청하 송라 영덕까지 트럭과 버스, 승용차들로 언제나 복잡하다. 이 길은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또 지금부터는 겨울 바다를 즐기려는 관광객과 해맞이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올 연말연시도 불편은 불보듯 뻔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새삼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 그 대통령의 임기 5년이 다되도록 무엇 하나 뚜렷하게 특혜 받은 것 없으니 하는 말이다. 포항 지역 예산은 들먹거리기만 하면 야당에서 `과메기 예산`이니 `형님 예산`이니 하면서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의 GRDP는 여전히 꼴찌 수준을 맴돌고 지역을 먹여 살릴 성장동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대입 수험생들은 서울로 줄을 서고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의 어깨는 처져 있다.그런 판에 전남 목포 앞 신안군이 섬을 다리로 연결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솔직히 배알이 뒤틀렸다. 1천개가 넘는 섬에 4만4천명의 인구가 흩어져 사는 곳이다. 이곳에 26개의 크고 작은 다리를 놓아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구상에서 떠나 이미 증도대교 등 7개 다리는 완성됐고 5개는 건설중이며 14개도 2020년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그 예산 3조1천억원이면 동해안 고속도로를 몇 번 놓을 수 있을 예산이 될 듯 하다. 전국의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 경북 동해안 구간에는 아직 고속도로가 없다. 더더구나 철도도 없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지난 1991년 착공돼 10년만인 2001년 진작에 완공됐다.대선이 코앞이다. 지역에서도 처음에는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하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하는 후보에게 표를 모아줘야 한다” 는 등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선거 날짜가 다가올수록 흐릿해지고 있다. 마치 몇 달전 4·11총선때처럼 말이다.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당시 총선이 묻지마 투표가 아니었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나? 대구·경북 시·도민들도 이젠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후회 대신 책임져야 한다.동해의 외로운 섬 독도. 호시탐탐 노리던 일본은 근래 들어 노골적으로 자기네 땅이라고 세계를 향해 확성기를 틀어 댄다. 이런 판국에 독도를 안고 있는 울릉도, 포항과는 200km나 떨어져 있는데다 풍랑이 높거나 여차하면 뱃길이 끊기기 일쑤인데도 경제성 운운하며 공항 건설을 미루고 있다. 이거 하나 해결해주지 않는 역대 정권들이다.오늘 밤 대선 후보들이 경제 복지 등 분야에서 2차 토론회를 갖는다. 지켜보자. 누가 우리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지. 우리 지역 문제를 알고 또 그 해답까지 알고 있으며 실천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후보가 있는지. 이젠 대구·경북, 참말로 응답해야 한다.

2012-12-10

대학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

▲ 이경우 편집국장`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이라거나 `대졸 실업자 100만명 시대`라는 말들은 더 이상 기사가 안된다.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흥분할 일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이런 때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대학진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뻐해야 할 소식인가, 우울한 소식인가. 변변한 자원이라고는 없는 좁은 국토에서 모름지기 인간 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한 것이 오늘날 세계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다. 가뜩이나 출산율 저하로 대학 입학자원의 절대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그 교육열이 식고 있다니 하는 말이다. 이 많은 대학들은 다 어떻게 될 것인가.2008년 84%대까지 올라갔던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대학진학률이 2009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2010년 75.4%로 70%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엔 72.5%로 떨어졌고 올해는 71.3%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일본의 50%대보다는 훨씬 높고 40% 정도인 핀란드나 스위스같은 선진국 수준으로 갈려면 아직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는 망하는 대학도 줄줄이 생길 것이다. 여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75.0%로 남학생을 추월했다. 2013년도 입시에서도 추락세가 이어질지 흥미롭다.그래도 70%에게는 여전히 가야 하는 곳이 대학이다. 그 대학도 아무렇게나 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성적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입시설명회마다 수험생 본인보다 어머니들의 지극정성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학생의 성적만큼이나 어머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지 않는가.우리는 수능성적만으로 대학입학을 결정하는 `한 줄 세우기`로는 다양한 학생들의 능력이나 적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며 입시제도의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어떻게 10여년 공부해온 실력과 장차의 능력을 하루 시험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라는 불만과 의문을 교육당국에 요구했다.우리 대학입시가 해마다 그 전형방법을 바꿔왔고 대학마다 다른 전형방법이 등장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너무 헷갈린다고들 난리다. 때문에 입시전문가가 필요해진 것이다. 입시설명회가 필요해진 것은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이 워낙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점수를 받아놓고도 손해볼까 해서이다. 또는 내 점수로 득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욕심 때문이다. 공부는 시킨다고 다 하는 것이 아니다. 또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전국적인 명문사학으로 인정받는 경남 거창고교의 김선봉 교장선생님 말씀이다. 김 교장은 말한다. 학부모들은 모두 자기 자식을 공부시키면 다 되는 것으로 알고 또 그렇게 시키려 한다고. 그러나 사실 시킨다고 모두 다 하는 것도 아니고 한다고 모두 다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공부라고 김 교장은 강조한다.그런데도 우리 어머니들은 자기 자식을 억지로라도 공부시키려 하고 또 좋은 대학에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설령 자신의 성적이나 능력에 비해 훨씬 수준높은 그룹의 대학에 운좋게 입학한다고 하더라도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면 그 패배감과 정신적인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따져보지도 않고.며칠전 LG 전자에서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장(사장)으로 승진한 조성진씨.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기계기술자를 꿈꾸며 옛날 금성사 부산공장에 입사한 뒤 36년동안 세탁기 한 우물만 팠다. 많은 고졸 동료 사원들이 대학에 진학했지만 그는 대학 대신 세탁기에 승부를 걸었고 성공을 일궜다. 대기업 사장이 되는 데 대학 간판은 필요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대학에 대한 기대나 현실도 바뀌고 있다.

2012-12-03

택시 타 보셨나요?

▲ 이경우편집국장운전을 아주 험하게 하는 후배가 있다. 언젠가 그의 차를 타고 바쁘게 시외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을 때다. 횡단보도 신호쯤은 예사로 무시하는 등 법규위반을 하는 것도 못마땅했지만 정작 문제는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에 있었다. 차 안 손잡이를 잡은 손에 땀이 났다. “제가 도로 연수를 택시 기사에게서 했거든요” 내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그가 웃으면서 한 얘기다. 나는 며칠 몸살을 앓았다.개인적으로 택시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침 출근 시간이나 술 마시고 늦은 밤 귀가할 때 등 내가 택시를 필요로 할 때는 남들도 모두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택시를 얻어 타기도 힘들지만 택시 기사의 비위를 맞추기도 피곤했다. 나도 기분이 좋으면 몇 백원 정도의 거스름돈은 “그냥 두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예 백원 단위의 거스름돈을 주지 않으려는 기사를 만나면 쩨쩨하게 시비 할 수도 없어 얄밉기도 했다.더욱 심한 것은 밤늦게 택시를 탔을 때의 불안감이다. 택시기사들은 택시기사자격증 같은 것을 비치해 놓아야 한다. 그런데 많은 택시 기사들이 자신의 신분증을 무슨 안내문이나 장식물 등으로 교묘하게 가려 놓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수법이 너무 고의적이고 치졸해서 이 기사가 무슨 사건을 저지른 기소중지자는 아닌지 의심이 갈 때도 있다.며칠 전에는 택시기사가 술 취한 승객들만 골라 태운 뒤 주머니를 뒤지고 지갑을 훔친 뒤 아무곳에나 내팽개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택시기사는 한때 택시기사였고 지금은 택시기사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택시 안에는 훔친 지갑이 수두룩하게 튀어 나왔다.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해외 여행을 가는 길에 새벽 서울역에 내려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택시를 탔을 때는 아주 롤러코스터를 탄 듯 아찔했다. 왜 내가 이 택시를 탔는지 후회하기도 했다. 공항까지 무사히 도착시켜 준 기사가 고마웠다. 당시 택시 기사는 “베스트 드라이버는 승객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면서도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라며 자신은 무사고라고 나름 토를 달아 나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서울역의 택시 기사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요금을 바가지 쉬운다는 뉴스도 있었다. 관광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이었다. 내국인인 나도 왠지 지름길을 두고 돌았다는 의심을 갖기도 한다.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1천만명 시대를 맞은 우리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그럴 때마다 몇 년 전 일본 여행에서 타 본 택시를 생각한다. 택시비는 엄청 비쌌다. 알고는 탈 수 없는 돈이지만 그 서비스를 생각하면 내가 택시를 탔구나 할 수 있었다. 호텔 입구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본. 정중하게 짐을 받아서 트렁크에 실어주고 목적지를 찾아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그 택시는 잠시 고급 리무진 접대를 받았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물론 모든 택시기사가 이렇게 불량하다는 것은 아니다. 택시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택시 기사의 임금이 월 150만원에도 못 미치는 살인적인 저임금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대중교통이 돼서 지금 버스가 받는 수혜를 택시업계도 누려보자고 요구한다.택시가 대중교통이 되면 택시기사들의 대우가 버스기사들처럼 격상될까. 그래서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가 될까. 누구나 택시 기사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택시 기사에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생활이 보장될 수 있을까.사상 초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발생할 뻔했다. 전국 4만4천여대의 버스가 일시에 운행 중단에 들어가겠다고 시도됐던 것이다. 비록 시도에 그쳤지만. 어쨌든 택시를 대중교통에 편입시키겠다는 법률안을 놓고 버스가 운행 정지를 결정하고 잠시라도 정지한 데는 나도 반대다.

2012-11-26

대신 쓰는 대통령 호소문

▲ 이경우 편집국장국민여러분, 대통령입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 더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지금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 프놈펜에 와 있습니다. 해외에서 보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배우고 싶고 부러운 나라였습니다. 지난주엔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우리나라의 품격을 한 단계 더 높이고 귀국했습니다. 제가 귀국하자마자 내곡동 사저 특별검사팀이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해 왔습니다. 이에 앞서 청와대 경호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사건은 제가 떠나기 전에 이미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제가 해외에 있는 동안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특검팀의 내곡동 사저 관련 수사가 톱 뉴스가 되고 있었습니다.국민여러분. 저는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약속했던 대로 취임 이후 논현동 자택을 제외한 사재 331억원을 사회에 기부했습니다. 그런 제가 퇴임 후 살 집을 짓기 위해 땅을 시세보다 싸게 사고, 부동산 실명제법을 위반하고 증여세를 포탈하려고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을 때는 정말 부끄럽고 힘들었습니다. 특검은 장성한 아들(34)에게 집을 사주려 한 것은 증여세 포탈이라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대통령으로서 법 절차를 무시한 점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 말씀 드립니다. 대통령은 자연인으로서의 경제 행위조차 국민적인 감시를 받고 그 절차는 명경처럼 맑아야 한다는 엄정한 현실을 망각하고 국민들의 법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미련함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내곡동 사저 의혹 사건 특검의 수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합니다.그러나, 국민 여러분.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당하지 않도록 헌법에도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우라고 생각합니다.국민 여러분. 이제 대선이 한 달 남았습니다. 대통령이 자신이나 가족의 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비극적 현실은 저의 시대로 끝을 맺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업고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복리를 위하여 혼신을 다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아울러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지 다음 대통령 시대부터는 서로 협력하고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정치권이 되겠다고 대선 후보들이 먼저 약속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이런 가상의 사과문을 써 봤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대통령 임기 말이 되자 우호적이던 일부 언론마저 자세를 바꿔 사납게 물어뜯고 있다. 내곡동 사저에 대해서는 이미 두 차례나 사과를 했고 또 되팔아 원상회복 됐는데도 특검은 실현되지도 않은 미래 이익까지 겨냥해서 증여세 포탈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퇴임을 앞둔 대통령을 더 이상 흠집내는 것도, 따지는 것도 차기 대통령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봤다. 대통령이 이렇게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또 국민들도 이젠 대통령을 놓아 드릴 것을 충고한다.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패자는 언제나 결과에 승복하기 보다는 반대 명분을 찾고 편가름을 해 왔다. 멀리는 `정신적인 대통령`에서부터 지역패권주의를 앞세우는 등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딴지를 걸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지만 그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고 협력하지 않는 우리의 풍토가 지금의 국정을 몰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의 단호한 자기 관리가 먼저이기는 하지만.

2012-11-19

농산물 유통비용과 일자리

▲ 이경우 편집국장무 1개 산지 농민 500원, 소비자는 2천500원. 대뜸 흥분부터 할 일이 아니다. 산지 농민이 500원에 판 무는 산지 수집상이 수확비와 물류비, 이윤까지 800원을 더해 1천300원에 도매상에 넘긴다. 도매상은 창고보관료와 임차료, 물류비용에다 자신의 이윤을 포함한 350원을 붙여 1천650원에 소매상에 넘긴다. 그러면 소매상은 자신이 포장하고 상가 운영비와 판촉비, 자신의 이윤을 더한다. 그 값이 850원이고 그래서 소비자는 2천500원에 무를 산다는 것이다. 커피 1잔을 마시면서 원가 150원도 안 되는 커피(아메리카노)를 3천원씩이나 주고 마신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 편안하게 엉덩이를 받치고 졸기도 하고 때로는 창 밖의 에스 라인을 구경할 수도 있는 값이 커피 값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자판기에서 빼내 마시는 커피와는 품위가 다르다.이처럼 커피 한 잔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포함돼 있다. 마찬가지로 무 1개가 밥상에 반찬으로 올라오기까지는 수많은 손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일자리 창출의 다른 이름이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종사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무의 유통에서 보면 그만큼 손에 흙 안 묻히고 거래하는 중간상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통비용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 산업이 활발하다는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처음엔 사과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과를 판매하는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 금방 알게 됐다” 어느 초보 귀농인의 수기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를 트럭에 싣고 도시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니며 판매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더라는 것이다. 유통비용이 터무니없지만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다양하게 분화하는 것 아닌가.일자리가 화두인 시대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도정의 목표를 일자리창출에 두고 맹활약을 펼쳐 외국자본 투자유치 최우수기관상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재선에 성공시킨 것도 일자리였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저마다 일자리 창출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 일자리 창출의 효과로 500원짜리 무가 2천500원이 되는 것이다.우리나라의 직업은 얼마나 될까.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12 한국직업사전에는 우리 나라 직업수를 9천298개라고 밝혔다. 10년 전의 7천980개보다 1천318개가 더 늘어났다. 그만큼 사회가 발전하고 세분화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직업은 일본이 2008년에 1만8천개를 넘어섰고 미국은 2000년에 이미 3만개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 때 인기가 있었던 직업들도 시들해지는가 하면 전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도 한다. 증강현실 전문가, 전기자전거 조립원, 탄소배출권 거래 컨설턴트, 애완동물 장의사, 다문화가정 방문교사 등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비디오관련 직종이나 전화교환원, 타이프라이터 등은 이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됐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중고생 6천여명을 대상으로 직업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현실적이고 구체화되고 있더라고 밝혔다. 2위였던 운동선수는 24위로, 9위였던 과학자는 55위로, 21위였던 변호사는 98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신 37위였던 간호사는 1위가 됐고 70위였던 사회복지사는 13위로, 114위였던 엔지니어는 17위로 올라섰다. 현실을 인식하고 사회 변화에 적응해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개발원은 분석했다.올해 수학능력 시험을 치고 내년 대학문을 들어서는 수많은 젊은이들, 또 사회로 나서는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 중에서 과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직업은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있다. 입시 교육뿐 아니라 직업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2-11-12

승리의 달콤함은 잊어라

▲ 이경우 편집국장“내가 포항에 온 지 40년이 넘었는데 경기가 이렇게 어렵기는 처음이다” 한 중소기업가의 토로다. 국내 재계 서열 6위인 포스코가 경기 침체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포스코의 현실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 3분기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줄어들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세계적 전자기업인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누적되는 적자를 메울 마땅한 방법이 없는데다 장기적으로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등급도 하락하고 있다. 시장과 업계의 트렌드를 읽지 못한 판단 잘못 때문이다. 이런 판에 지금 세계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국내 삼성전자를 주목한다.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꿔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한 것은 1993년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바꿔 호령 이후 내부적인 혁신을 거듭했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3류 취급을 받던 삼성 제품이 품질을 높여 현지인들의 인식 자체를 바꾼 것이다.이듬해인 1994년 애니콜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휴대전화는 18년만에 세계 1위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165조원의 매출과 16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런데 올해는 9월까지 3분기에만 145조원의 매출액과 20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혁신이 이뤄낸 성과다.이 회장의 혁신 바람은 1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도 기업 경영에서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혁신 선풍을 몰고 왔다. 그런데 이런 혁신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정치에서 그렇다.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에 실망하고 분노한 민심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다.새로움, 시장은 늘 새것을 찾는다. 새로운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 구시대의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면 실패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이 격언은 선거에서도 유효하다.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가 안철수 현상을 불러왔다. 문재인도 당내 기라성같은 초초맹장들을 젖히고 대통령선거 후보를 거머쥐었다.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압력을 즐기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혁신을 조건으로 내건 것도 그 때문이다. 김한길 민주당 최고위원이 “안철수 후보도 깜짝 놀라고 우리도 너무하다는 정도의 쇄신안을 쏟아내야 한다”고 일갈한 것도 정치 역학 이외에 그런 요구를 담고 있다.그런데 새누리당은 외연을 넓히고 지역과 세대를 통합한다며 오히려 옛날 사람들로 채우고 있다. 세련되고 화장발 받는 기성 정치인보다 차라리 맨얼굴의 지방 출신이 과감히 중앙무대에 진출하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순수하고 촌스러움이, 오히려 닳아빠진 기성 정치인들보다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을 텐데.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한 포럼에서 정책보다 자신의 비키니 사진에 더 흥미있어 하는 언론에 불평을 토로했다. 노래방에서 노래 시켜놓고 옆사람과 이야기한다며 정책에 관심 없음을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정책보다 비키니에 관심을 보내는 민심을 읽어야 한다. 비키니처럼 산뜻하고 혁신적인 무엇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지금 후보들의 논쟁을 보면 깃발만 있고 군대는 없는, 마치 구호만으로 국민들을 휘어잡으려는 선동 같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렇게 바꾸겠다”는, 국민들이 희망을 걸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40여일 남은 대선에서 후보들이 후보가 되기까지의 성공담은 잊고 얼마나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2012-11-05

권위와 엄숙주의를 엿먹인 말춤

▲ 이경우 편집국장그날 밤 정말 갈 데까지 갔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는 심장이 뜨거워졌다. 그 커피가 식기 전에 원 샷 때리는 남자도 심장이 터져 버렸다.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는 머리를 풀었고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내는 완전 미쳐 버렸다. 이순을 바라보는 어떤 고교 동창생들의 모임에서였다. 흥이 오른 선남선녀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앞에서 구령을 불러가며 이끄는 시범에 따라 일제히 “오빠는 강남 스타일”을 연호하며 말춤을 추었다. 왼발, 오른발, 왼발, 왼발 … 손으로는 말고삐를 잡고 달려 나가다가 이내 말채찍을 휘두르기도 하고. 말춤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대낮 운동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도 이들은 집단 말춤으로 한바탕 축제 분위기를 돋우며 선후배들을 기죽게 만들었다.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5주 연속 빌보드 차트에서 2위를 기록했다. 1위를 못했다고 아쉬워하지만 그게 어디냐. 대한민국의 국격을, 국민적 자존심을 이만큼 올려 준 싸이에게 더 무슨 부담을 주려는가.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뉴욕 집무실에서 싸이와 말춤을 췄다. 유니세프 홍보대사 싸이가 UN 한국대표부에서 열리는 행사에 앞서 무엄하게도 반 총장에게 말춤을 제안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첫 번째 한국인”의 지위를 싸이에게 양보했다. 그러면서 명성을 떨치는 한국인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말춤의 인기를 실감케 한 현장이었다.그런데 왜 하필 말춤일까? 동양권에서 말은 사람에게 충직하고 성실하며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신라의 젊은 화랑 김유신은 천관이라는 기생의 집에 자주 드나들어 어머니 만명 부인을 걱정시켰다. 어느날 말이 술에 취한 유신을 늘 하던 대로 천관의 집에 데려다 놓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관의 집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유신은 칼로 말의 목을 베어 버린다.초나라 항우의 오추마는 해하에서 더는 달릴 수 없게 되자 우미인과 함께 항우의 시로 남았다. 삼국지의 영웅 관우의 적토마는 조조가 관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로 주었다. 전신이 붉은 털로 뒤덮힌 적토마를 올라타고 청룡도를 꼬나 든 관우의 위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목이 움츠려진다. 그 적토마도 관우가 죽자 풀을 거부하고 굶어 죽었다던가.천고마비의 명마들은 싸이의 말춤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게 오버랩된다. 그런가하면 서양의 말은 또 어떤가.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말의 나라 이야기가 압권이다. 휴이넘이라고 불리는 말은 참으로 지혜롭고 관용적이고 무엇보다 도덕적이다. 상대적으로 야후로 불리는 족속(스위프트는 인간을 야후족으로 비유했다) 은 참으로 야비하고 부도덕하며 비겁하다. 한 마디로 모든 나쁜 기질은 모두 갖춘 족속이 바로 야후다. 인간을 이렇게 야유해도 되나 할 정도로 몹쓸 종족으로, 나쁜 습성을 죄다 발가벗겨 놓았다. 이런 야후에 비하면 말이란 일종의 성스러움 마저 느껴지는 족속이다.그런 말의 이미지가 강남스타일의 말춤과 어울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싸이의 말춤이 세계를 휘젓는 것은 말이 가진 신성함에 대한 반역이자 잘난 인간들의 `체` 하는 엄숙주의에 대한 풍자다. 어쨌든 싸이의 말춤이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인간들의 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다.중국의 반체제 작가 아이웨이웨이가 `차오니마 스타일` 이라는 유튜브 동영상을 올린 것도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을 조롱하는 패러디다. 더 이상 기성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시대의 선언이 말춤으로 세상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50여일 남은 올 대선에서도 탈권위의 말춤이 어떤 영향을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2012-10-29

노크 귀순, 초병은 억울하다

▲ 이경우 편집국장여기자는 아주 신이 났다. 군사분계선을 넘은 북한군은 남측의 3중 철책을 싱겁게 넘어서서는 우리 측 전방 소초(GOP) 내무반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정승조 합참의장은 국정감사장에서 몇 차례나 CCTV를 보고 확인했다고 보고했다며 그것 봐라는 투로 덧붙였다.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이 무슨 소린가. 북한군 병사가 철책 군사분계선을 넘어, 지뢰밭을 지나 우리 측 소초까지 오도록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고 그래서 어떤 제재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것이 아니라면, 다른 목적을 갖고 침입했다면 결과는 어찌 됐을까.그런데 여기자의 리포트는 아주 신이 나 있었다. 이 사건을 전하는 여기자의 낭랑한 목소리가 새벽잠을 깨웠다. 나는 뉴스를 듣는 순간 지금 전방 초소에 근무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초롱한 눈망울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군대도 안 가 본 여기자의 신이 난 듯한 리포트가 한없이 야속하게 들렸다.군대 가서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맥아더 장군이 했다는 경계의 중요성이다. 작전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경계의 중요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만큼 경계가 중요하면서도 간단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GOP.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에 있는 전방 경계소초. 근처에 민간인은 아예 없다. 그러니 하루 종일 같은 소초원 얼굴만 쳐다보는 곳이다. 그곳에서 경계를 서는 초병들의 생활은 따분하고도 외롭고 힘들다. 그곳에서 시간은 시계 바늘에 납덩이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더디다. 그렇다고 보초를 소홀히 서도 괜찮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더 전방이 있다. 이른바 최전방 초소인 GP가 그곳이다. 낮과 밤이 뒤바뀌어 생활하는 곳이고 장교들도 버티기 힘들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 필자가 군 생활하던 시절엔 북에서 넘어온 침입자가 GP에서 잠자던 1개 분대원들의 목을 따서 가마니에 담아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면 다음은 우리 쪽에서 북으로 넘어가서 보복을 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 곳이다.군대생활은 사실 힘들고 괴롭다. 어떤 대통령은 청춘을 썩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군에 가지 않으려고 각종 불법이나 부당한 방법이 동원되고, 결국 사법처리 되는 대한민국 청춘들이 잊을 만하면 나타나곤 한다. 최근엔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친구가 운전하는 차에 일부러 뛰어들어 자해를 했다가 엉뚱한 계기로 범행 기록이 공개되는 바람에 구속된 젊은이가 나오기도 하지 않았나. 그만큼 가기 싫고 또 힘든 곳이 군대라는 곳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경계를 소홀히 해도 괜찮다는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사건은 일파만파 자꾸만 확대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수많은 별이 떨어졌고 더 많은 군인들이 이 사건 이후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도 이번엔 장관과 합참의장의 사퇴 요구까지 나오는 판이다. 해결책이 못된다. 그렇다고 경계를 허술하게 해도 용서하라는 말은 아니다. 징계보다는 군의 현실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전방 경계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철조망을 더욱 보강하고 CCTV도 확실히 챙기고 로봇 순찰도 빨리 실현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군 복무를 줄이고 군생활을 더 편하게만 만들겠다는 일부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경계한다. 대신 전방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대우를 제대로 해줘야 한다. 그래놓고 꾸짖어야 한다.군대 간 것만도 억울한데 거기서 불이익까지 당하는 이중 처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군대 붙잡혀 가는 사람과 군대 지원해서 가는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다음 처벌해야 한다. 병사는 죄가 없다는 군의 판단을 존중한다. 장병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2-10-22

마른하늘 날벼락과 대통령

▲ 이경우 편집국장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다. 허리 굽은 노인들이 가재도구조차 팽개친 채 불산 가스를 피해 마을회관으로, 이웃마을로 피난을 가는 사진은 또다시 북괴가 쳐들어왔나 놀라게 만든다. 민방공 대피훈련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니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그러나 안도도 잠시. 들판의 곡식은 말라 비틀어지고 수확을 기다리던 과일들은 불에 덴 듯 쏟아져 상품가치를 잃었고 가축도 침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한다.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보상대책을 마련했지만 원상회복과 정상적인 생활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복지 문제가 올 대선에서도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후보는 복지국가를 국가비전, 국정 철학으로 삼겠다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다. 그는 당선되면 즉시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복지 대통령을 내건 셈이다.다른 후보라고 복지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경제성장으로 복지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빈부격차를 당면 과제로 꼽으면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발전시켜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고 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모토로 하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빈곤과 질병으로부터의 불안을 정부가 해소해주지 못하는데서 우리 사회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북방 경제를 통해 평화가 전제되는 복지국가를 이루겠다고 했다.복지는 20세기 말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로 굳어졌다. 해마다 복지 예산이 총예산의 27%를 넘어서는 것이다. 산을 뚫고 강을 건너 터널과 다리를 건설하는 토목사업보다 오히려 돌보는 이 없는 노인들을 규휼하고 우리 주위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복지야말로 국가가 해내야 할 사업임은 분명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재난과 사고로 재산과 생명을 잃는 억울함을 국가가 보호하고 막아줘야 한다.정부는 2013년 복지 예산을 97조1천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92조6천억원보다 4조5천억원이 늘어나 총지출 342조5천억원의 28.4%를 차지했다. 정부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 갈수록 심해지는 소득격차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내용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빈곤층에 대한 보장성도 강화했다. 정부는 2050년이면 복지 예산이 전체 지출의 50%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초등학교 시절 내 동무 중 하나가 갑자기 집안이 기울어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랬다. 동무의 아버지가 큰 병에 걸렸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입원비와 수술비로 전재산인 집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아버지도 잃고 집도 잃어 가족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의료보험이 시작도 되기 전이라 그런 일은 흔하고 흔했다. 지금도 큰 병이 나면 병치레와 수발 등으로 가정이 풍비박산나기 일쑤인데 당시에야 오죽 했겠는가. 그래도 지금은 의료보험이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고 사회보장제도가 기본적인 생존권은 지켜주어 장수시대를 여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대통령 후보라면 복지를 내세우기 전에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선진 국에서도 총기 사고나 이유없는 살인 등 생명을 희롱하는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빈도나 사후 처리에서 우리와 판이한 모습을 보인다. 억울한 죽음이 생겨서도 안 되고 이유없이 피해를 당해서도 안 된다. 그런 위험으로부터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는 것이 국가의 제일차적 의무다. 복지라는 포괄적 개념보다 우선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국가 건설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은 국가가 막아줘야 한다.

2012-10-15

21세기에 살면서 19세기를 반성하다

▲ 이경우 편집국장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통찰력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되기보다 다만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앨빈 토플러의 말을 더욱 신뢰한다. 가을 햇살이 하도 좋아 동네 공원에 나갔다. 아이를 데리고 휴일 한 때를 보내러 나온 젊은 부부의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를 다시 본다. 언제 이렇게 신나는 대한민국이었던가 새삼 주위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들의 자녀 사랑에서, 공원을 찾은 수많은 시민들의 시선쯤은 아랑곳 않는 그들 부부의 깊숙한 애정 표현을 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충격을 먹었다.5·16이 정권을 빼앗은 군사쿠데타냐, 위기의 나라를 구한 혁명이냐를 놓고 유력 대선주자인 여당 후보를 코너로 몰아넣어 항복을 받아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추석을 앞둔 2주 전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라며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관련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인혁당 사건`과 관련, `2개의 판결`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지 2주 만이다.박 후보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진정성 논란이 없는 것도 아니다. 회견 뒤 질문을 받지 않았다던지, 그러고는 당일 부산으로 내려가서 말춤을 췄다든지, 실천이 중요한 만큼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들이 그것이다. 하나의 사실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견해. 그 진정성을 놓고 치명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싸이의 말춤이 서울 광장을 메운 8만 관중을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냥 TV로 보는데도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러나 내 청각에 문제가 있는지 내 구닥다리 브라운관이 성능이 나빠서인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단지 학교와 학원과 집을 개미 쳇바퀴 돌듯 반복해야 하는 입시생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공간으로 맞춤해 보인다. 상사의 잔소리와 끊임없는 업무량에 짓눌려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직장인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시간인 듯도 하다. 싸이의 공연은 모든 답답한 사람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굴뚝 청소부처럼 시원하다. 같이 소리 지르고 발을 구르고 손을 멋대로 흔들어대는 그 난장판속에 대리만족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싸이의 공연이고 말춤인 것처럼 느껴진다.옛날에도 대중음악엔 영웅이 있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달랐다.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라도 리듬도 멜로디도 다르고 무엇보다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남진이나 나훈아, 조용필도 팬들을 `뻑` 가게 만들었던 자신들의 시절이 있었고 거기에는 자신들만의 카리스마와 무대 매너가 있었다. 시절마다 그 때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었고 또 그 표현 양식이 있었다는 말이다. 싸이의 음악이 세계를 휩쓸고 빌보드를 석권하더라도, 더 커 보이더라도, 그렇다고 더 위대한 것은 아니다.인사하는 법도 세월에 따라 다르다. 사랑하는 법도 변한다. 사랑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이 달라진다고 존경의 마음이 더 커진다거나 높아진다거나 많아진다고 할 수도 없다. 그냥 세상이 변해 보이는 것일 뿐이다. 과거사를 사과한다고, 표현이 반드시 마음 속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닐테고 더구나 사람은 더욱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박근혜는 박근혜다. 시절이 박근혜를 받아들이고 않고는 유권자 개개인의 취향이거나 호불호이거나 또는 사상이거나 상관없다.

2012-10-08

배를 돌려 이순신을 응원한 사대부들

▲ 이경우 편집국장임진란이 한창이던 1597년 남해 명량해전.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12척의 조선 수군은 133척의 왜군을 맞아 대승을 거둔다. “나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 대첩을 앞두고 실의에 빠진 조선 군사들을 이렇게 독려했다. 그런 이순신의 자신감을 현실화시켜 기적 같은 승리를 가져온 데는 이순신의 부하 사호 오익창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조선 사대부들은 조선 수군의 패배를 예감하고 인근 외딴 섬으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오익창이 사대부들을 설득해서 뱃머리를 돌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순신이 패하면 우리 울타리가 철거되는 것이다. 그러면 비록 혼자서 외딴 섬에 달아난들 안전이 보장되겠는가? 차라리 모두 힘을 모아 이순신을 성원한다면 살 길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죽을지라도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했다는 명분은 얻을 것이다”명량해전의 급박했던 상황과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최근 난중일기 전문가가 번역한 사호집을 통해 드러났다. 이 책에는 임란의 전황과 오익창의 활약상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오익창은 피란가려는 사대부들을 글로써 설득했고 감화된 사대부들은 1천여 척의 배를 이순신의 전함 12척 뒤쪽에 세워두고 소리를 질러 군사들을 응원했다. 쌀가마를 거둬 조선 수군들에게 전해주기도 했고 솜이불을 거둬 물에 적셔 전함에 내걸어 왜군의 총탄을 막기도 했다.지독히 사이가 나쁜 두 식당이 이웃하고 있었다. 두 식당은 메뉴도 한식으로 비슷했고 찾는 손님들도 비슷해서 여러 가지로 경쟁 상대였다. 그런데 먼저 생긴 식당의 주인은 욕심이 조금 더 많았다. 그는 후발주자인 이웃집이 괘씸했다. 오랫동안 터를 닦아 놓은 자신의 영업구역에 무임승차한 것도 괘씸한데 자신의 집으로 오는 손님을 가로채는 것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오랜 투자와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빼앗기는 것과 같아 여간 얄밉지가 않았다. 마침내 옆집의 흠을 찾아냈고, 작은 트집을 잡으면 어김없이 기관에 고자질했다. 여러 차례 영업정지를 당하던 옆집은 결국 가게를 접었다.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처음 얼마동안은 두 집 손님이 몰려드는 듯하더니 어느덧 손님들이 발길을 끊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두 집 모두 문을 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며칠 전 서울에서는 간장게장 식당을 두고 이웃한 두 가게가 육박전을 벌여 법정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혼자 모두 챙기겠다는 기득권자의 욕심과 같이 먹고 살자는 후발주자의 예의없는 무임승차가 원인이지만 서로 힘을 모아 함께 살아가겠다는 발전적 합의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12월 대선을 향한 여야 주요 대권 주자들의 세 불리기 경쟁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주자들만큼이나 누가 그 후보를 도와주는가, 누가 후보 옆에 있는가도 그 후보의 정체성과 정책과 미래를 판단하는 근거 자료가 된다. 물론 후보의 보수 진보 중도 성향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결정적 요소이긴 하다. 그러나 그 후보를 둘러싼 진용들의 면면이 후보가 맡게 될 정권의 성격까지를 내다보게 하는 배경 그림이 된다는 말이다.그러면 대권 주자들에게는 누가 오익창의 역할을 할 것인가. 누가 이순신 장군의 오익창 처럼 국민들을 향해 자신들을 믿고 지지해 달라고 설득하고 또 지지를 끌어 낼 것인가가 12월 대선의 승부가 될 것이다. 거꾸로 국민으로서는 누가 내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주고 내 자식의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며, 복지와 자유가 공존하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이순신 장군이 적은 배와 절대적 열세 속에서도 적을 물리치고 국민을 지켜냈듯 이순신 장군 같은 후보가 누구인지를 국민들은 찾고 있다.

2012-09-24

안철수, 대통령 출마한다는데

▲ 이경우 편집국장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이다. 어저께 광주 5·18묘역을 찾았고 그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대선을 고작 석 달 남겨둔 지금 그의 출마를 놓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를 들먹이고 유력한 차기 권력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측은 불출마 종용설이 불거지는 등 긴장하고 있다. 치밀한 그의 전략이 기성 정당 정치의 허점을 비집고 자신의 몸집을 불려 왔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안철수를 기다리는가. 안철수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그는 어디쯤 언제쯤 어떻게 정치계에 발을 들여 놓을지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이야기처럼 세상이 안철수의 대통령 출마를 기다리는 것은 안철수 현상 때문이다. 언어유희 같은 이 현상은 사실은 노이즈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는 철저히 계산된 그의 대선 전략이다.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가져 온 것은 우리 사회의 모순, 현실에 대한 실망이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주거 교육 건강 노후 등 민생의 기본에 대한 개인의 불안을 국가가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개인에게 맡기지 않고 국가가 해결해 주는것이 공정한 복지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는 명쾌한 통찰력으로 이런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결할 도깨비 방망이라도 가진 듯 매사를 정리해 나간다.그는 자신의 단점 또는 약점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한다. 착한 것의 반대는 약한 것이 아니라 악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착하지만 강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지율이 50%를 넘기면서도 지지율 5%도 안 되는 현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를 넘겨 준 것이 그의 단호함과 결단의 사례라 했다. 경험이 없다는 말에도 나쁜 경험이라면 오히려 없는 것이 낫다는 클린턴 대통령의 일화를 빌렸다.안철수 원장은 소통과 합의라는 단어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주장한다. 그의 논리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 같고, 그는 사회선생님 같다. 갈등과 이해관계의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주관적 입장에서 말로만 소통을 강조하는 이 백면서생의 탁상공론을 우리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성공한 기업가로서의 안철수 원장이 가장 경쟁력있다는 경제 문제에 대해 따져보자.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되고 재벌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비자금 사건이나 재산상속, 노동조합 탄압 등이 법률과 제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만 입법·사법부가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법이 가진 자의 편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정의가 회복된다는 것이다. 경제범죄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엄정하지 못해 사기범이 득시글거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저절로 기업들이 준법 경영을 하게 될 것인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처벌이 강화되고 경제 정의가 실현될 것인가.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하게 된다는 말인가.안철수 원장의 장점은 그가 기성 정치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그는 이 사회의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있고, 반대 세력의 주장에도 동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에게 어느 쪽으론가 결정해야 하는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다. 그가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 그 상대가 있고 더 강한 주장을 펴게 되는 게 우리 사회다.그렇다면 국민은 어떻게 되나. 또 한 번 국민만 실험 대상이 돼 고통받고 피곤해져야 하나. 언제까지나 국민이 실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언론들은 안철수를 언제까지나 착한 범생으로 가두어 놓지 말고 현실에 데리고 와야 한다.

2012-09-17

강간살인 사건과 인혁당 사건은 다르다

▲ 이경우 편집국장유영철, 조두순, 김수철, 김길태, 오원춘, 오종석…. 그 이름만으로도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들의 섬뜩한 범행이 우리를 전율케 만드는 흉악범들이다. 강도사건, 성폭행범…. 반사회적,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영원히 우리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형제 이야기다.사형제의 존폐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최근 “(흉악범에 대한 사형집행에 대해) 저는 사형제 폐지는 신중하게 고려할 일이지 폐지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며 사형제를 옹호했다. 박 후보는 “상황에 따라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아동 성폭력과 같은 강력범죄에 사회적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그러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인혁당 사건`을 기억하지 않느냐. (재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무고하게 죽었다”면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인혁당 사건은 박근혜 후보에게는 들추고 싶지 않은 사건이다. 비록 그 사건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당시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박정희 프레임에 갇혀 있는 박 후보에게는 인혁당 사건을 들먹이는 자체만으로도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이다.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민주 세력들의 데모가 치열해지던 1974년 4월3일, 민청학련이 공산계 불법단체인 인혁당 재건조직과 좌파, 혁신계 인사가 복합적으로 작당해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며 교수 학생 등 254명을 구속한다. 5월27일 비상군법회의를 통해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내란선동 등 혐의로 기소된 우홍선, 송상진, 서도원, 하재완, 이수병, 도예종, 김용원, 여정남 8명에게 사형이 선고된다. 1년 뒤인 1975년 4월9일, 대법원은 이들 8명에게 사형을 확정한다. 그들은 형 선고 다음날 새벽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그리고 32년이 흐른 지난 2006년 12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는 사형 집행된 피고인 8인의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 음모,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그러나 강간 살인 사건과 인혁당 사건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그 무게를 논하는 것은 논의의 대상을 혼동하는 것이고 논점을 일탈한 명백한 오류다. 어떻게 흉악범과 양심범, 소위 공안사범을 같은 반열에 놓고 논할 수 있는가. 지금 강간살인범에 대한 사형 논의에 인혁당 사건을 끼워 넣어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일 뿐 사건 해결의 본질은 아니다. 그리고 흉악범에 대해서는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도 있다.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여전히 사형제도가 합헌이며 다만 사형 집행만 15년째 미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만도 60명이 된다고 한다. 물론 사형제가 범죄률을 낮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흉악범이 웃음 짓는 것을 보는 것은 특히 피해자 가족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다.요즘 미국에서는 22년 전 9살이던 딸 베키 오코넬을 성폭행 살해한 범인 도널드 묄러의 사형 집행을 지켜보기 위해 2천500km 떨어진 형장으로 찾아가는 베키 부모의 이야기가 화제다. 사형제 논의를 코미디라고 냉소한 오원춘 사건 피해자 유족의 말을 되새기게 만든다. 살인 사건 피해자나 그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1만분의 1이라도 위로해주고 보상해주기 위해서라도 사형 선고와 사형 집행을 고려해 봄직하다. 개인의 보복을 법으로 금지한 것은 국가가 대신 형벌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전제에서다. 그것이 법치국가이다.

2012-09-10

룸살롱과 대통령의 자격

▲ 이경우 편집국장“도둑인데 뭐 어때?” 금고털이 전문 펩시가 면도칼로 핸드백을 찢는다. 그리고 한 말이다. 마카오 박이 5초 안에 핸드백을 열면 원정 다이아몬드 도둑 팀에 끼어주겠다고 하자 `3초`라고 되받으면서다. 그렇다. 도둑이다. 올 여름 극장가를 달구었던 영화 도둑들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관객들에게 떳떳하게 말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따지는 너나 또 방법을 따지지 않은 나도 도둑이기 때문이라고 뻔뻔스럽게 얘기한다. 도둑이 언제 의리 찾고 도덕 윤리 따지게 생겼나? 도둑에게 그런 따분한 룰이나 원칙을 따지는 건 넌센스다. 도둑이니까. 그러나 대통령은 다르다. 대통령이니까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룸살롱 출입이 언론에 등장했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지만 선관위조차도 그를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그는 하찮은 일거수일투족이라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술자리는 옛날부터 말썽이 있는 아슬아슬한 자리다. 절영이라는 고사도 술자리에서 기인한다. 초나라 장왕이 주연을 베풀었다.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졌다. 이 틈을 타 한 장교가 장왕의 애첩을 껴안았다. 여인은 잽싸게 사내의 갓끈을 잘랐고 그걸 장왕에게 들이민다. 갓끈이 끊어진 자가 자신을 희롱했으니 처벌하라고 고자질한 것이다. 그러자 장왕은 술자리의 모든 신하들에게 갓끈을 자르라고 명한다. 목숨을 구해주고 충성을 얻은 것이다.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은 술자리에서 끝났다. 궁정동 안가라 불리는 곳에서 심복인 경호실장과 중앙정보부장,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술판을 벌였다. 당시 남쪽에서부터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 일로에 있을 때였다. 술자리에 여자도 있었다. 대통령이 구태여 요정이나 룸살롱을 찾아 갈 필요가 없도록 아예 술집을 차려 놓았던 셈이다.안 원장에게 룸살롱을 트집잡는 것은 룸살롱에 간 사람은 대통령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긴가. 대통령 할 사람은 룸살롱 같은 곳에 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인가. 그보다는 룸살롱도 안 가본 사람이 대통령 되겠다는 것이 이야기꺼리 아닐까. 물론 대통령 직무 수행능력이나 세계관 같은 고차원적 검증은 제쳐놓고 하찮은 룸살롱 타령이냐고 불만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안 원장이라면 다르다.그로서는 좀 더 진지한 언론 검증을 받고 싶겠지만 매사를 명쾌하게 처신하지 않은 그의 탓이 더 크다. 그의 룸살롱 이야기도 그렇게 시작된 듯하다. 안 원장은 1998년 이전에는 유흥주점에도 가고 술도 마셨지만 이후 10여년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사업상 술자리에 간 적은 있어도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룸살롱이 어떤 곳이냐는 듯 딴전 피우던 처음과는 상당히 진전된 모습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떳떳하고 당당하게 대응했더라면 이런 오해도, 논란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 원칙이 최대 강점이듯 안 원장에게는 도덕성이 무기다. 그런 점에서 안 원장의 룸살롱 논란이 국민들에게는 간단한 사안은 아니다. 매사를 객관화하고 자신은 강 건너에서 여유롭게 구경하는 모양새를 보인 그여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안 원장이 룸살롱 논란에 거짓말을 했다면 대통령 자격의 심각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이젠 룸살롱에서 발전해서 룸살롱 여인이 등장하고 경찰의 사찰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그런 무게를 뒷받침한다. 어쨌든 이번 룸살롱 논란이 안 원장을 신비주의 프레임에서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안 원장 스스로도 이젠 객관적 검증을 당당하게 받아야 한다.

2012-09-03

`묻지마 범죄`의 또 다른 이유

▲ 이경우 편집국장세상이 밉다. 이 사회 어디에도 자신을 받아주지 않으니 한 몸 의지할 곳이 없다. 그렇다고 혼자 죽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경쟁 사회에서 탈락한 사회적 낙오자들의 세상을 향한 적개심이 `묻지마 범죄`의 탄생 배경이라고 사회학자들은 주장한다. 직장 동료를 살해하려 하고, 이웃집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묻지마 범죄가 우리를 불안케 만든다. 그런 막장 심리를 가진 경제적 약자들이 수십만에 이른다고 언론은 예측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소위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이 그것이다. 지난 주 대법원은 가해학생 중 한 명인 그(26)와 그 어머니(52)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미 구속돼 1년6월의 형 집행중인 그는 2년6개월의 형을 살아야 하게 됐고 그 어머니는 법정 구속되는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남학생 셋에 여학생 한명, 이렇게 의대생 4명이 여행을 갔다. 지난해 5월. 펜션에서 남학생들은 술 취해 잠자고 있는 여학생을 성추행했다. 동료 의대생의 속옷을 벗기고 신체 일부를 만지고 그리고 사진도 21번이나 찍었다.여론이 빗발치자 법원은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학교는 이들을 복학할 수 없도록 출교 조치했다. 남학생 셋이었으니 주범이 있을 것이고 종범도 있을 터.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갔을 뿐 너무 억울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법원은 그들 중 한 명에게 징역 2년 6월을, 나머지 두 명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1년6월을 선고받은 그가 그랬던 모양이다.지금껏 쌓아온 공든 탑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소위 명문대 의과대학생이 될 때까지 걸어왔던 멀고 험한 길.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의사로서의 명예로운 삶을 포기하기에는 자신의 죄에 비해 벌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그를 뒷바라지해온 그의 어머니는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결국 그들 모자는 피해자인 여학생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다. 그와 그의 어머니는 피해자인 여학생에 대해 “인격장애적 성향 때문에 이번 사건이 크게 부풀려졌다는 견해가 많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확인서`를 만들어 대학내 의대생에게 배포한 것이다.재판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피해자의 피해는 안중에 없는 태도를 보이는 등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들의 구명을 위해 저지른 것으로 정서적 감정적으로 납득하고 동정할 여지는 있지만 딸 가진 부모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보라”며 “반성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우리 사회의 엘리트들.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지성과 사회적 지위와 그에 걸맞는 경제적 예우까지 보장받는 파워 엘리트들. 그들의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 행위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자리와 몫을 빼앗아 가는 꼴이 되기도 한다. 또 그들의 범죄와 비교해서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의사가 되고 판사가 되면 우리 사회는 과연 그들을 존경할 수 있을까.이들의 반대편에 사회의 냉대 속에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는 약자들이 있다. 그들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껴안아야 한다. 그것이 묻지마 범죄를 줄여 나가는 길이고 그런 사회안전망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 길에는 가진 자들의 양보와 절제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도덕적 수준 이상까지 필요하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12월 대선은 그런 것도 포함된다.

2012-08-27

성범죄자 정보, 공개적으로 공개하라

▲ 이경우 편집국장허가를 내서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려 해도 도무지 허가가 나지 않았다. 무허가 영업으로 고발돼 이리저리 불려 다니고 벌금을 물고 하기 싫었다. 왜 허가가 나지 않느냐고 허가 기관 담당자를 찾아가 따졌더니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무슨 규정이냐며 “규정 좀 보자”고 했더니 그 담당자는 “대외비다”라고 딱 잘라 답변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공소시효도 다 지난 옛날이야기다.이른바 도가니법까지 등장했지만 아동과 청소년 성폭행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어저께는 검찰이 청소년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30대에게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아동 청소년 성범죄에 관한 법률은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신상공개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문제는 그런 성범죄자의 신상을 확인하려는 시민의 수고가 예사롭지 않다는 데 있다. 인터넷으로만 공개한다.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인터넷 접근이 안 되는, 실제 농어촌의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은 아예 접근할 수조차 없는 것이 이 법이다.인터넷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도 내 신상부터 철저하게 공개하고 본인 인증을 받아야 한다. 우리 이웃에 성범죄자가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그것도 공개 등록된 자료인데 이렇게 접근이 어렵고 힘들어야 하나? 이건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범인가?왜 그렇게 까다로운가. 도대체 성범죄자를 공개해서 재범을 막고 아동과 청소년들을 성범죄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범죄인의 인권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 시끄러우니 법으로 공개는 하지만 그래도 꼭 알고 싶은 사람만 알아라는 의미로 공개도 까다롭게 하고 절차도 번잡하게 만들었는가. 여성가족부 담당자는 “공개정보의 악용 금지라는 법 때문이다”고 법 38조와 43조를 들어가며 폐쇄적 운영에 대해서는 자신이 입법한 것은 아니라고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다.인터넷에 신상정보가 공개됐던 성범죄자가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재범률이 0.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됐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7월 이후 인터넷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에 공개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1천662명 중 재범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더구나 잠재적 성범죄자에게는 신상 공개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그렇다면 이젠 공개해야 한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책상 서랍속에 넣어두고 일부만 보는 규정이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 열람도 반포도 못하게 하는가. 그것이 어떻게 공개라고 할 수 있나.필자가 분개하는 것은 인터넷 공개가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에만 국한되지 않는데 있다. 각종 단속 등 정보 공개가 부서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 공개가 대세가 되고 있다. 그러면 인터넷 접근은 허용하면서도 신문의 공개를 금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보의 공개라고 할 수 있는가. 정보의 악용을 막는다며 오히려 인터넷 접근이 불리한 또다른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드신 뜻은 모든 백성들이 자신의 생각과 뜻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500년도 이전 전제군주조차도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 그런데 왜 뻔한 정보를 “너 혼자만 알아라”는 식의 폐쇄적인 운영을 하는지, 그것이 불편하고 또 불만이다. 옛날 군주의 백성 사랑에도 못 미치는 21세기 한국 정치인들의 인권 의식이 불편하고 못마땅하다.

2012-08-20

누가 올림픽 감동의 김을 빼는가

▲ 이경우 편집국장일본을 꺾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3.4위전에서 숙적 일본에 2대 0 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광복절을 앞둔 일본과의 라이벌전은 그야말로 한반도를 달구었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다음이어서 의의는 더욱 컸다. 병역 문제로 코너에 몰렸던 박주영의 원맨쇼같은 발재간이 일본 수비를 따돌리고 골망을 흔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쳐댔다. TV에서는 목이 쉰 해설자와 아나운서의 밑도 끝도 없는 찬사와 칭찬과 자랑으로 넘쳐났다. 선수들에게 그동안의 땀과 노력들을 한꺼번에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그러나 감동은 국민의 몫이다. TV에서 먼저 흥분하고 감격해 버리면 국민들은 뭐하나? 그렇지 않아도 우리 올림픽 대표들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감을 준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판인데 말이다. 아직도 국민소득 1만 달러도 못되던 때처럼 운동 경기를 값싼 애국심과 연결시켜서는 곤란하다.“버텨야 합니다. 30초 남았습니다” “아, 저러면 안되는데...” 일부 격투기 경기에서 해설자의 탄식과 응원은 시청자들의 자리를 아예 없애 버리기도 했다. 도대체 중계방송인지 해설인지 응원인지 코치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연금도 주고 포상금도 주는 식의 국가적 이벤트이긴 하지만 해설자의 양식은 그야말로 민망하고 안타깝다.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경기장의 분위기와 선수들의 경력과 특징, 배경과 개인적인 이야기와 경기에서의 전략 같은 것을 알고 싶다. 흥분하고 열광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시청자가 감격할 수 있는 공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방송에서 먼저 흥분하고 감격하고 난린가?4년을 준비했다. 그 인고의 시간, 오로지 승리만을 바라보고 준비해 왔는데. 뛰어보지도 못하고 실격패라니. 거기다가 국민적 기대를 뒤로 하고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공항 뒷문을 도망치듯 빠져나와야 했다. 여자 배드민턴 복식조 선수들 이야기다.C조의 하정은-김민정조는 이미 2연승으로 8강 진출이 확정됐다. 더구나 조 1위가 되면 세계 최강이면서 져주기 게임으로 A조 2위가 된 중국팀 왕샤올리-위양조를 만나게 된다. 자연히 져주기 게임이 나왔다.시작은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왕샤올리-위양조였다. 두 사람은 세계 랭킹 2위인 같은 중국의 텐칭-자우윈레이조와 결승전 이전에 만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2위를 하려고 한국 정경은-김하나조와의 최종전서 져주기 게임을 했다. 동네 아줌마들 아침 운동보다 못한 경기를 올림픽 무대서 연출했다. 일부러 서브를 네트에 맞히고, 상대의 공격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추태를 벌였다. 연맹의 징계에 한국은 중국의 `장난`에 놀아났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창피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다. 올림픽 정신보다는 오로지 메달만 바라본 결과였다.또 있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대회가 끝날 때까지 강제 억류 시키려다 결국 풀었다. 그러나 메달리스트들을 한꺼번에 귀국시켜 온 국민들이 보는 데서 카퍼레이드도 벌이고 플레시 세례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생색을 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휴일은 커녕 휴가조차 제대로 다녀오지 못한 선수들이 이제 부모와 가족을 만나 메달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인간적인 소망조차 막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경기가 끝난 선수들이 반발하며 귀국하려 하자 “국가대표로 나왔는데 그렇게 협조하지 못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런던올림픽이 끝났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감동은 계속 될 것이다. 그 감동은 메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낸 선수들과 그들을 격려하고 응원해 준 국민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메달은 그 다음이 되어야 한다. 이제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에게 꿀맛같은 휴식을 권한다.

2012-08-13

폭염 속 잠 못 이루는 포항의 밤

▲ 이경우 편집국장이번 여름은 적어도 더위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원한 동해 바다가 있는 포항으로 피서를 왔다고 안심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대구 기온이 섭씨 36도, 37도를 오르내리면 포항도 0.2~0.3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더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열대야도 연일 계속됐다. 잠 못 드는 밤, 해변에 나가면 빛의 축제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북부해수욕장에서 건너다보는 포스코의 야경은 홍콩이나 하코다테의 야경과는 또 다른 빛의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푸른 바다 저건너, 멀리 동해바다를 안고 있는 포스코는 낮이면 쇳물을 끓여내는 공장이더라도 밤이 되면 저렇게 동화속 같은 환상과 현실의 조화를 연출한다.파파팡, 따당, 쿠콰쾅... 잇달아 하늘로 솟아오르는 불꽃들. 그 형형색색의 장관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황홀경이다. 폭죽이 쏘아질 때의 폭음에 이어 하늘을 날아오를 때의 그 소리들이 잇달아 연출하는 빛의 잔치다. 살아있는 빛으로, 거대한 불꽃으로 밤하늘을 장식하다 아쉬움처럼 꼬리를 감추며 순식간에 사라지는 불꽃놀이는 포항의 여름밤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불빛 축제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찬물 한바가지 덮어쓰면 아직도 불꽃의 잔영이 천정에 그려진다. 그 시각, TV에서는 런던 올림픽 소식이 계속된다. 열대야에 뒤척이다 일요일 새벽엔 축구종가 영국을 꺾는 낭보를 만난다. 카디프에서 날아온 우리 홍명보호의 쾌거는 더위에 지친 국민들의 피로를 한 방에 날려 버렸다.이번 올림픽은 비록 오심으로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서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볼 때면 더위도 잠도 싹 가신다. 지난 주엔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어이없는 실격과 판정번복, 유도 조준호 선수의 판정 번복 등이 울화를 돋우기도 했다. 그러나 박 선수와 조 선수가 판정 번복에 보란듯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로 되갚아 국민들의 여름밤 더위를 식혀 주었다.펜싱의 신아람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오심 판정으로 메달을 놓쳤다. 억울한 판정은 당사자인 신 선수는 물론 TV를 지켜본 국민들의 울분을 자아냈다. 1초. 긴 1초. 1시간 넘게 피스트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위로조차도 받지 못하고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며 피스트를 지켰던 신아람. 그녀의 메달은 아직도 진행형이다.한국 여자 핸드볼은 경기마다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 덴마크를 이겼을 때, 그 극적 승리, 전 후반 30분간 24대 25라는 1점차 짜릿한 승리였다.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상대. 그러나 넘겨줄 수 없는 승부. 앞으로 결승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충분히 즐거움과 흥분을 선사했다.노르웨이와는 비겼다. 27대 27. 1분을 남겨놓고 26대 27로 1점을 뒤지고 있던 우리 딸들은 30여 초를 남겨놓고 동점을 만들었다. 4년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 2골차, 3골차, 다시 2골차로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마지막 6초 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28대28. 그러나 그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1골을 먹었다. 그 분풀이를 한 것이다. 6초를 버텨내지 못했던 4년 전에 비하면 30초를 지켜낸 이번 런던 올림픽이 더욱 장하다.어디 이들 뿐인가. 27세 경상도 청년 김재범도 독일의 올레 비쇼프를 상대로 4년 전 베이징에서 진 한을 풀었다. 그는 지난 해 모교 동지상고를 찾아 후배들에게 “모두가 아픈 순간이 있는데, 그걸 딛고 일어서면 꼭 승리하게 된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어느 광고 멘트처럼, 눈물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느냐는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낸 투사들의 승전보는 그래서 아름답다.

2012-08-06

음식물 쓰레기가 냉장고를 차지한 사연

▲ 이경우 편집국장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는 때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더욱 힘들다. 어쩌다 한 번씩 먹는 식사에는 예외없이 쓰레기가 발생했다. 된장을 끓이더라도 멸치가 있어야 하고 파와 고추가 들어가야 한다. 남기지 않고 몽땅 먹으려고 애쓰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특히 참외나 수박 같은 여름철 과일 껍질이 문제였다. 하루만 두어도 냄새가 날 판이고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 용기로 분리수거하기도 번거롭고 귀찮다. 그렇다고 동네 전봇대 밑에다가 파리가 들끓도록 내버릴 수도 없다. 궁리 끝에 비닐봉지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는 것이다. 그것을 1주일에 한 번 집으로 가면서 빨랫감과 함께 갖고 가는 것이다. 그것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민주시민이면 지켜야 할 미덕쯤으로 여겼다.착하게 살아온 줄 알았다. 세상의 거대한 악이나 신문 사회면을 도배하는 나쁜 사람들에 비하면 선량하기 그지없는 인생이었다. 비록 늦은 밤 남이 안 볼 때 골목 담벼락에 오줌을 갈기기도 했고 한적한 길이나 한밤중이면 신호를 위반하거나 중앙선을 무시하고 운전하기도 했다. 골프장에서 공을 발로 건드려서 치기도 했다. 그러나 남에게 해가 될 정도의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고 자신했다.세상엔 정말 나쁜 인간들이 많다. 통영에선 열 살 아름이를 무참히 살해한 성폭력 전과자가 이웃에 살고 있었다.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40살 여인을 살해한 강모(46)씨도 나쁘다는 표현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그런 극소수의 범법자들뿐 아니다. 경찰만 봐도 움찔하는 우리 소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나쁜 사람들이 대로를 활보하는 신사 숙녀들 가운데도 많이 있다. 정치인의 뻔뻔함이야 익히 들어봤지만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되레 `정신적 고문을 가하고 있다`고 법무장관을 몰아세우는 야당 원내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개인이야 또 그렇다 치자. 국민의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국민 등 시중은행들의 부도덕한 대출 횡포야말로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만인이 보는 앞에서 치도곤해도 성이 차지 않을 일이다.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사 실태에서 밝혀진 죄질은 소위 배우고 가진 것들의 몰염치에 다름 아니다.그런데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직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 사회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새롭게 증명됐다. 인간들이 상식 밖의 결정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 MIT의 행동경제학 교수이자 세계적 경제학자 댄 에리일리의 주장(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괜찮게 보이고 싶은 사회적 욕구가 있지만 한 편으로는 남을 속이더라도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욕심이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주변의 감시가 없다면 누구나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약간씩 무시해 가면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그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대다수의 사소한 약간의 부정 행위가 정말 거대한 악을 행하는 극소수의 행위보다 이 사회에 훨씬 큰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끊이지 않는 미성년자 성폭행, 살인, 거대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고객을 상대로 한 부정행위, 그리고 정치권의 자기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뻔뻔스런 거짓말. 도대체 이런 부정직하고 부도덕이 판을 치는 사회지만 따지고 보면 작고 사소한데서부터 비리는 발생한다는 논리인 듯하다. 통영이나 제주 올레길의 살인범들도 평소엔 인상좋은 이웃집 아저씨였다. 사건이 난 제주도 올레길을 폐쇄하고 뒤늦게라도 CCTV를 설치한다니 두고 볼 일이다. 냉장고에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하더라도 스스로 일탈을 제어하고 주위의 비행을 서로 감시하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개인 모습이라면 이 여름이 더욱 무덥다.

201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