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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인공지능 페트병 수거 장비 확대

한국부동산원이 17일 대구 관문시장에서 페트병 재활용 순환체계 구축 사업인 ‘플라스틱 Re-start 프로젝트’ 사업을 실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폐자원의 재활용 문화 확산을 위해 인공지능 페트병 수거 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2023년부터 한국부동산원 본사, 경북대 등에 4대를 시범 운영해왔으며, 올해 16대로 확대했다. 특히 사업을 통해 행정복지센터와 전통시장 등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장소에 페트병 수거 장비를 설치해 생활 속 분리배출 문화 확산과 플라스틱 재활용 참여를 유도했다. 인공지능 페트병 수거장비 ‘쓰샘 RePET’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이노버스’사의 제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 페트병을 자동 선별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페트병을 투입하면 개당 10원 상당의 점수가 적립되고, 누적된 점수는 애플리케이션 ‘리턴 쓰샘’을 통해 현금 전환, 지역상품권 교환,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 구매 등이 가능하다. 또한, 수집된 페트병의 수거 및 운반은 자활기업의 일자리 및 판로지원을 위해 대구 중구 및 수성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해 수행한다. 한국부동산원 유은철 부원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지역 전통시장까지 확대됨으로써, 더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분리배출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7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계명대 성수진 박사과정생 선정

계명대 여성학전공 박사과정 성수진 연구자가 2025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B유형)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인문사회분야 학문 후속 세대의 안정적 연구 환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성수진 연구자는 대구 청년 여성의 정주 경험을 중심으로 지역 소멸 위기에 대한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성 연구자는 그동안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사업 ‘전환의 시대, 지역, 여성 그리고 삶의 생산’ 프로젝트에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해 학술대회 발표, 단행본 발간, 학술논문 게재 등 꾸준히 연구 성과를 쌓아왔다. 이번 연구는 ‘지방 소멸 위기 속 대안적 삶의 생산 가능성 모색: 대구 청년 여성의 정주 경험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대구의 정치·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청년 여성들이 노동시장과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는지, 왜 일부가 대구에 정주하는지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 특히 이 연구는 단순한 경제적 요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관계적 기반을 포함한 복합적 정주 요인을 탐구한다. 대구의 보수적 지역 특성을 고려해 청년 여성들이 지역 내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구축하는 방식을 조명하며,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수진 연구자는 “대구 청년 여성들의 정주 경험을 통해 지역이 단순히 소멸 위기에 처한 공간이 아니라, 청년 여성들의 삶을 조직하는 역동적 공간임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번 연구가 청년 정책이 ‘유출 방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7

울릉도서 제3회 러브독도 페스티벌…연예인공연, K-POP댄스, 연기 교실 등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연예인 및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하는 제3회 러브독도 페스티벌이 울릉도에서 개최됐다. (사)독도사랑운동본부가 주최하고 경북도와 울릉군, 기업체들이 후원하는 ‘2025 제3회 러브독도 페스티벌’이 16일 울릉한마음회관 공연장 등지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울릉군 청소년들을 위한 아카데미와 울릉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국악과 댄스 공연 및 팝페라 걸그룹 아리엘의 공연, 매직&벌룬쇼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특히, 울릉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배우 윤서현이 함께하는 ‘연기교실’, 울릉도 출신 걸그룹 멤버인 은유리가 직접 K-POP 댄스를 지도하는 ‘댄스교실’과 공연은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농구스타 박영석에게 배우는 ‘농구교실’, 팝페라 걸그룹 아리엘에게 배우는 ‘보컬 트레이닝 교실’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 밖에도 인플루언서 백봉기와 함께 영상편집과 SNS관리를 배워보는 ‘인플루언서 교실’, 매직&벌룬팀에게 배워보는 ‘매직&벌룬 교실’ 등 총 6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러브독도 페스티벌은 독도사랑운동본부가 소속된 연예인 홍보대사들을 초청, 독도의 모도 울릉도 주민들에게 쉼을 제공하고 하고 있다.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개최되고 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오늘 행사를 정성껏 준비해 주신 (사)독도사랑운동본부 및 연예인 홍보단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리며, 이 자리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6-17

울릉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조례안처리…울릉군의회 제1차 정례회개최

울릉군의회(의장 이상식)는 17일 남한권 울릉군수 및 실과소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제287회 제1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를 개회하고 오는 26일까지 각종 안건을 상정하는 등 의사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2024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2024회계연도 예비비 지출 승인, 2025년 제2차 수시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또, 울릉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소하천 점용료 및 사용료 징수 조례안 등 총 8건의 조례안과 안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25일에는 군정 질문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군민의 다양한 의견을 행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 전반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26일 제3차 본회의를 열어 울릉군향토문화유산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안 등 상정된 모든 안건을 심의 의결하고 이번 회기를 마무리한다. 이상식 의장은 “울릉공항의 성공적인 개항과 지역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집행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이번 정례회를 통해 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며 “군민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6-17

iM사회공헌재단, 삼성라이온즈와 ESG 캠페인 ‘그린라팍데이’ 진행

iM금융그룹 iM사회공헌재단은 지난 1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라이온즈와 함께 시민들을 대상으로 ESG 캠페인 ‘그린(Green)라팍데이’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라이온즈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내가 그린(Green)라팍, iM해피라팍’을 주제로 한 사생대회, ‘라팍을 더 그린하게’를 주제로 한 플로깅 이벤트, ‘iM어린이합창단’의 애국가 제창뿐만 아니라 경기 종료 후 ‘라팍 한바퀴’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경기장 외부에서는 iM대학생봉사단과 임직원들이 관중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환경보호 실천을 약속하는 다양한 ESG 부스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참가자들에게는 iM 브랜드 굿즈와 삼성라이온즈에서 제공한 굿즈가 증정됐다. iM사회공헌재단 황병우 이사장은 “최고 인기 구단인 삼성라이온즈와 함께 시민 대상으로 환경보호 이벤트를 통한 성숙하고 질 높은 여가 활동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ESG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iM금융그룹은 삼성라이온즈와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홈런 기부 캠페인, 브랜드데이 기부 챌린지, iM대학생봉사단 환경보호활동 등 다양한 ESG 실천을 함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7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을 찾아서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현충일을 시작으로 6·25 전쟁과 제2연평해전이 있어 우리가 기념해야 할 날들이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포항시 북구 탑산길 14)으로 올라서는 시민기자의 발걸음도 왠지 모르게 경건해졌다. 학도의용군은 학도병이라고도 부른다. 학생 신분으로 전쟁에 참여한 병사로 보통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소년병을 말한다. 학생이었던 이들이 75년 전, 6·25 전쟁에서 교복 대신 군복을 입고 펜 대신 총을 든 이들이 겪은 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으로 들어서니 전시실 입구 오른쪽에는 앞서 다녀간 이들이 적은 방명록이 놓여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은 대부분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입구 왼쪽에선 학도의용군들의 전장에서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도 보였다. 같은 날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을 찾은 군복을 입은 20대 초반의 군인도 앳된 얼굴인데 사진 속의 학도의용군은 더 어린 나이였다. ‘1950년 8월 그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지나니 학도의용군 마크 아래에는 학도의용군 자녀와 제주특별자치도 재향군인회에서 보내온 화환이 놓여 있다. 전시실은 학도의용군의 사진과 이름이 함께했고 이들의 희생과 애국의 정신을 새겨 기억하는 이야기가 적혔다. 학도의용군의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포항여중 전투는 ‘11시간의 용기’라는 제목을 달고 이들의 단독전투였다는 설명과 전투 모형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학도의용군 71명. 이곳에서 치열했던 전투와 이들의 희생으로 사람들이 피난 갈 수 있었고 군대는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하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전시실 한쪽에는 군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수통을 매단 군장을 직접 메어보니 묵직했다. 무게가 20kg 정도 되어 보였다.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 관계자는 “학생들이 방문하면 실제로 전장에서의 느낌을 전하고자 군장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실에서 무엇보다 마음을 울리는 건 학도의용군 이우근의 어머니에게 전하는 편지다. 어린 학생의 시선으로 전쟁을 겪고 있는 실제 상황과 집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편지에 그대로 전해진다. 이 편지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또 생존자들의 인터뷰도 들을 수 있는데 후세들에게 애국심을 함양하고 국력 신장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랐다. 전시실을 나와 역사의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충혼탑과 전적비가 세워진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사의 계단을 오르기 전 어머니의 동상을 먼저 만났다. 돌에 새겨진 학도의용군의 사진과 전쟁에 아들을 보내놓고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충혼탑과 전적비는 어린 영혼들이 명복을 빌고 전사한 군인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특히 충혼탑은 학도의용군들이 자신들이 지킨 지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있어 그 의미가 깊었다. 전시실이 작기는 하지만 외부의 충혼탑과 전적비, 전망대를 보며 길지 않은 시간에도 학도의용군을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학도의용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은 포항 시내에서 가까워 잠깐 시간을 내어 들러보기 좋다. 또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의미 있는 곳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17

재즈페스티벌로 칠포가 들썩였다

칠포가 들썩였다. 제19회 재즈페스티벌이 6월 14과 15일에 열렸기 때문이다. 토요일 표를 어렵게 구해 처음 참여해 보았다. 며칠 전부터 준비물이 무엇이 필요할까 싶어, 지난 공연을 경험한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돗자리를 준비해라, 오래 잔디에 앉아 있으려면 힘드니까 등받이가 있는 앉은뱅이 의자가 필요하다 했다. 그늘이 없으니 양산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오후 4시 시작이지만 오후 1시까지는 가야 할 것이고, 길게 줄을 서야 하니 편한 복장으로 가라고 했다. 콘서트는 여러 번 가보았어도 페스티벌은 처음이라 설레고 걱정도 함께였다. 티켓은 오픈하자마자 매진이었으니 사람들로 북적일 거란 생각에 오전 11시에 출발했다. 일회용기는 반입이 안 된다니 집에서 용기를 챙겨 김밥집을 들른 다음 치킨집을 찾았지만, 아직 모두 영업 전이었다. 소풍에 치킨이 빠지다니 아쉬웠지만 시간이 금방 지나서 오후 1시가 가까워졌다. 줄이 길어질까 걱정이 앞서서 칠포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티켓을 손목팔찌로 교환하기 위해 줄이 길다. 오래 기다리며 바로 앞에 선 사람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인천에서 새벽 5시에 나섰단다. 라인업의 세 번째 밴드 이승윤의 팬이라고 입고 온 티셔츠를 자랑했다. 긴 줄에서 콘서트마다 만나는 동료 팬을 만나 반가워하기도 하고, 대형버스로 멀리서 함께 행사장을 찾는 모습에 덕질이란 저런 것이지 싶었다. 가수 이승윤은 무대에서 힘이 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가 와서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하게도 오후 1시부터 파랗게 하늘이 보이고, 그 위로 곤륜산에서부터 행글라이더에 메달린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도 들렸다. 2시간을 줄 서서 기다리다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무대 바로 앞 스탠딩 좌석은 공연 6시간을 서 있기엔 자신이 없었다. 그다음 돗자리석이 명당인데 6시간 좌식 또한 힘들 거 같아서 잔디가 끝나는 맨 앞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다들 따가운 햇살을 피하는 모습이 영화 이티처럼 수건을 뒤집어쓰거나, 애순이 스타일로 손수건을 감싸기도 했다. 차로 달려가 커다란 우산을 들고 와 펴니 뜨거운 태양이 가려졌다. 하지만 오후 4시 공연이 시작되자 우산은 일시에 접어 시야를 가리지 않게 했다. 지소쿠리클럽이 첫 문을 열었고, 그다음 하동균의 노래 솜씨를 들으며 저절로 고개를 흔들어 박자를 맞추었다. 함께 간 지인은 이승윤의 찐팬이라 공연 내내 ‘싱어게인’에 처음 등장한 장면부터 그의 이력을 귓속말로 알려주었다. 오늘 처음 안 사실은 이승윤의 노랫말이 너무 멋지다는 것이다. 폴킴이 등장할 때, 바다 쪽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공연을 보기에 더없는 날씨였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을 합창하고, 커피 한 잔 할래요 하는 폴킴의 프로포즈에 핸드폰의 라이트를 켜서 화답했다. 사이사이 김밥을 먹고 핫도그도 사 먹었다. 반대편에 설치된 화장실은 깔끔해서 즐거운 페스티벌이 되도록 힘을 보탰다.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더운 날씨 탓인지 맥주를 파는 곳에 줄이 구불구불하다. 애주가 남편은 술은 공연 끝나고 집에서 먹자며 줄 서기를 포기했다. 그러는 사이 주위는 깜깜해졌다. 기다리던 에픽하이의 순서다. 내내 의자에 앉아 보던 우리였지만, 에픽하이 공연은 스탠딩이다. 앞으로 가서 사람들 틈으로 끼어들었다. 손을 높이 들고 뛰어 올랐다. 마지막 곡까지 모두 함께 불렀다. 공연이 끝나고 돗자리를 걷은 자리가 깔끔하다. 좋은 공연은 라인업도 좋아야 하고 관객 또한 수준이 높아야 한다. 오늘 공연이 그랬다. 다만 재즈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재즈 가수가 첫 공연에 없어서 아쉬웠다. 주차장이 부족한 것 또한 주최 측이 고민할 문제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17

역사로 사라진 구름 위 누각 ‘고운사 가운루’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등운산 자락에 있는 고운사는 681년(신라 신문왕 1년)에 해동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연꽃이 반쯤 핀 모양의 천하명당에 자리한 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로 안동을 비롯해 의성, 영주, 봉화 등에 있는 60여 사찰을 관장하고 있다. 원래 고운사(高雲寺)였으나 신라말 대학자 최치원이 여지 대사, 여사 대사와 함께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축한 이후 그의 호인 고운(孤雲)을 따서 고운사(孤雲寺)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천년고찰 고운사는 지금 극락전, 약사전, 가운루, 우화루, 연지암, 연수전 등에 대한 복원불사 모금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경북을 덮친 산불에 소실됐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인 가운루, 연수전 등이 불타고 대웅전, 일주문, 사천왕문 등은 다행히 무사하다. 가운루는 ‘구름 위의 누각’이라는 뜻이다. 처음 지을 때는 ‘가허루’라 하였다가 역시 최치원의 영향으로 ‘가운루’로 바뀌었다. 계곡 위에 우뚝 서 있는 팔작지붕의 중층 누각으로 후대에 보수공사를 하며 부분적인 변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1층 아래쪽을 지나서 들어갈 수 있었으나 앞에 가운교를 설치하면서 2층 누각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1966년 고운사로 소풍을 간 안동고등학교 학생들은 당시 가운교가 세워지기 전이라 1층 아래쪽으로 출입했었다. 당시 안동 지역 학생들에게 봉정사, 고운사, 도산서원, 백운정 등은 단골 소풍 장소였다고 한다.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래서 그 옛날 소풍을 ‘원족(遠足)’이라 불렀던 모양이다. 보물로 지정되기 전 가운루에서는 이젤 위에 그림이 얹어져 있기도 하고 기왓장에 그린 그림이 깔려있기도 하는 등 그림 전시도 진행되곤 했다. 종각 방향으로 의자를 놔두고 풍경을 감상하고 자연의 정취에 잠시 젖어있기에도 좋았다. 아침저녁 예불에 어김없이 소리를 내던 범종은 지금은 화재로 금이 가고 말았다. 지금도 고운사는 지역민에게 언제든 편히 갈 수 있는 힐링 장소임에 변함이 없는데, 아름다운 구름 위의 누각을 이제는 볼 수 없다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복원한다고 해서 그 낡고도 예스러운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세월의 흔적을 되살릴 수 없을 테니 더욱 그러하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17

“장기요양기관 175곳 지정갱신 신청하세요”

포항시가 12월 11일 지정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6월 16일부터 9월 12일까지 지정갱신 신청을 받는다. 17일 포항시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 지정갱신제’는 2019년 12월 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도입된 제도로 유효기간인 6년이 도래한 장기요양기관은 갱신 심사를 통해 서비스 질과 운영 적격성 등의 항목에서 기준을 충족해야만 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 올해는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지정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 도래함에 따라 갱신 신청을 받는 첫 해가 된다. 지역 내 갱신 대상 기관은 노인의료복지시설, 재가노인복지시설, 재가장기요양기관 등 총 175곳이다. 시는 이달 초 해당 기관에 갱신 분류 기준과 절차가 담긴 사전 안내문을 발송해 제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지정갱신 심사는 △행정처분 이력, 기관평가 결과 등 설치·운영자 및 종사자의 서비스 제공 능력 △사업운영계획, 수급자 인권보호, 직원교육 등 서비스 제공계획의 충실성△회계 및 재정운영 준수 여부 등 자원관리의 건전성과 성실성 △근로계약 체결, 급여 적정성, 복지제도 운영 등 인력 관리의 체계성과 적절성△설치 운영자에 대한 면접심사 등 대면평가로 크게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갱신 여부는 서류 검토와 현장 확인을 거쳐 포항시 장기요양기관 지정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심사한 뒤 결정되며, 심사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은 기관은 수급자와 보호자에게 결과를 통보하고 이용 대상자에 대해 타 기관 안내 및 폐업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갱신을 희망하는 기관은 담당부서를 방문해 지정(갱신) 신청서, 자체점검 목록표, 심사자료 확인서 등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시는 원활한 신청 접수를 위해 사전 상담과 문의 응대를 진행하고 있다. 서재조 노인장애인복지과장은 “이번 지정 갱신제의 첫 시행은 장기요양기관의 운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입소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모든 기관이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6-17

포항, 수소차 지원 확대… 지자체 중 최대

포항시는 17일 친환경 교통체계 전환과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수소차 구매 보조금을 대폭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출시된 수소 승용차 ‘디 올 뉴 넥쏘’의 보조금은 기존 3250만 원에서 3750만 원으로, 수소버스 ‘유니버스(고상)’도 3억 5000만 원에서 4억 1000만 원으로 상향된다. 이는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의 지원금이다. 올해 지원 물량은 수소 승용차 50대, 수소 버스 10대 등 총 60대 규모로 예산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신청일 기준 3개월 이상 포항시에 거주한 만 18세 이상 개인 △포항시에 본사를 둔 법인 △공공기관 및 공기업 등이다. 신청은 수소차 판매대리점을 통해 진행되며 계약 체결 후 지원신청서 작성만으로 가능하다. 단, 신청일로부터 2개월 내 차량 출고가 가능한 경우에 한 해 보조금이 지급된다. 수소버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면허를 보유하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장이어야 신청할 수 있다. 이강덕 시장은 “이번 보조금 확대는 수소차 대중화와 친환경 교통 전환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포항을 수소경제 선도 도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포항시는 2026년까지 영일만4산업단지에 ‘수소교통 복합기지’를 조성해 액화수소 기반의 안정적인 수소 공급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6-17

포항 철길숲 수국꽃 팝업 가든 ‘수국수국’ 오늘부터 2주간 운영

포항시는 이달 18일부터 약 2주간 포항철길숲 오크광장 일원에 팝업가든 ‘수국수국’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여름철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한 볼거리를, 시민들에게는 일상 속 쉼과 힐링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테마 정원 형태로 조성된 현장에는 크고 작은 수국 1000여 본이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철길숲을 수놓는다. 여름을 대표하는 수국은 6~7월 개화하며, 토양의 산도에 따라 자주색, 파란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깔을 띠는 특성이 있다. 현장에는 ‘엔드레스썸머’, ‘메지컬루비레드’, ‘핑크아리’ 등 품종별 화분 수국들이 다채로운 색감을 뽐내며 시민과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현장에는 수국에 대한 정보와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존도 마련된다. 특히 행사 종료 후에도 전시 수국은 철길숲과 도시숲, 가로녹지 등에 옮겨 심어 지속적으로 관리해 시민의 눈을 즐겁게 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도심 속에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수국 팝업 가든을 기획했다”며 “철길숲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6-17

전기이륜차 보급 본격화… 탄소중립도시 시동

포항시는 17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LG에너지솔루션(대표 김동명), ㈜큐모터스(대표 김종현)와 ‘탄소중립 전기이륜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글로벌 이차전지 선도 도시인 포항시와 국내 최초로 KS 인증을 받은 전기이륜차 배터리 팩 및 교환형 충전 스테이션을 개발한 LG에너지솔루션, 전기이륜차를 직접 설계·생산하는 모빌리티 전문기업 큐모터스가 협력해 탄소중립 실현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친환경 도시 인프라 조성을 공동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는 이를 계기로 전기이륜차 보급을 위한 선도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국가표준형 전기이륜차와 배터리 교환형 충전 스테이션의 지역 내 보급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배달업 및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의 근거리 이동 수요를 친환경 모빌리티로 전환하고, 이용 패턴과 수요 데이터를 분석해 전기이륜차 보급을 확대함으로써 탄소중립 도시의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가표준형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형 충전 스테이션 구축을 담당하고, 큐모터스는 전기이륜차를 설계·제작해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장상길 부시장은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협약으로 탄소중립 도시 전환의 토대를 더욱 견고히 하고, 전기이륜차 조립 및 생산공장 유치로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침체한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6-17

포항상의, 세계경제 변화 속 지역 해법 모색

미·중 패권 경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미래와 위축된 포항경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지역 경제인들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포항상공회의소(회장 나주영)와 iM뱅크(은행장 황병우)는 17일 오전 7시 30분 포스코 국제관에서 ‘제25회 포항 CEO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나주영 회장과 황병우 은행장,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이동업 경상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장, 육규한 포항세무서장, 남택정 한국은행 포항본부장을 비롯한 지역 기관단체장, 도의원·시의원, 상공의원, 기업체 대표 등 18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에는 리엔경제연구소장 곽수종 박사(경제학자·방송인)가 ‘요동치는 세계 경제, 대한민국의 미래와 포항경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곽 박사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갈등의 재점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최근 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들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국제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분기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한미 간 협상에 앞서 트럼프의 정치적 성향과 전략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교육과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라며 “기업을 위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포항경제와 관련해서는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시장의 직관적 리더십과 장기적 비전이 요구된다”라며 “기업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세금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원활한 자금 흐름을 위한 금융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포항상공회의소 나주영 회장은 “글로벌 경제가 격변하는 시대일수록 지역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포럼이 지속 가능한 포항 경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황병우 은행장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포항은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전환과 글로벌 2차전지 산업의 핵심 기지로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라며 “iM뱅크는 지역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금융 파트너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포항CEO포럼은 지난 2005년부터 포항상공회의소와 iM뱅크가 공동으로 매년 개최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역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식공유와 정보 교류의 장을 지속해 마련할 계획이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06-17

나에게 보내는 편지

엽서 한 통이 도착했다. 엽서에 적힌 날짜는 작년 이맘때, 손 글씨가 어색하고 낯설었다. 주소도 이름도 나였지만 그 문장은 현재의 내가 아니라 과거의 내가 써 보낸 것이었다. 발신인도 수신인도 내 이름이었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조우했다. 간절곶, 바다를 마주한 그 끝자락에서 나는 나에게 편지를 썼다. 한 해가 지나 도착한 그 편지는 뜻밖에도 현재에 깊이 잠들어 버린 나의 본질적 자아를 깨워주었다. 결국은 오늘도 과거가 될 것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써 내려가고 싶어졌다. 그 진심이 먼 훗날 또 나를 다시 일으킬 것임을 나는 알아간다. 살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사람들을 돌보며 사는 일이 내 삶의 한복판이 되어 있었다. 교회 교사로, 구역을 돌보는 일로, 가족의 울타리로, 일터의 누군가로 나는 늘 누군가의 뒤에서 등을 밀고 다리를 붙잡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에게 무관심했다. 아니 오히려 나의 슬픔이나 지친 일상이 사지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겨울, 간절곶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수식어처럼 나에게도 막연한 무언가가 새롭게 떠오르길 바랐다. 파도 소리에 마음을 씻으며 ‘소망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단단히 닫힌 붉은 우체통은 바람 앞에 묵묵히 서 있었고 나는 그 안에 나의 계획과 다짐,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나만이 체감하는 삶을 대하는 나의 존중, 약간의 불안함과 기대를 함께 밀어 넣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위로했다. 정약용은 유배지 강진에서 ‘수오재기’를 썼다. ‘수오’는 ‘나를 지킨다’는 뜻이다.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작은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며 글을 남긴 정약용. 나라에서 쫓겨 학문도 단절되고 명예도 무너진 자리에서 그는 다시 ‘나’를 세웠다. 그 글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사람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군자가 군자다울 수 있는 것도, 날마다 나를 살피는 데 있다.” 나를 세우는 편지는 나를 살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문장이 아닌, 세상에 보이기 위한 수사가 아닌, 그저 내 마음의 중심에 귀 기울이는 글. 그게 바로 1년 전 내가 나에게 쓴 편지였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편지는 내 손에서 계속 머물렀다. 읽고 또 읽으며 지금의 ‘나’가 본질적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허비하게 했다.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감정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1년 전 나는 참 대견했구나.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고 적어 놓은 그 몇 줄이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만 같았다. ‘잘 살아내고 있구나’라고 나는 내게 말했다. 우체통이 보이는 바닷가에 앉아 나에게 편지를 쓰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맞았던 차가운 바람들이, 부서져 날아오던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들이, 편린처럼 다가와 지금의 나를 그곳에 앉혀 놓은 듯 했다. 나쁘지 않았다. 이따금은 나를 위해 편지를 써야겠다. 누구를 위한 위로도 중요하지만 나를 위한 위로는 더욱 절실하니까. 그리고 그 편지는 꼭 1년 후에 받아도 좋겠다. 시간을 두고 돌아온 문장은 내 삶을 한 발짝 떨어져 보게 하고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격려하게 한다. 편지는 삶이라는 바닷속에 흘려보낸 나날들을 거슬러 오르는 조용한 거울이 된다. 무심코 지나친 감정들, 스쳐버린 나의 얼굴을 다시 비추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잊고 살아가는지를 일깨운다. 시간이라는 발효를 거친 문장은 이제야 드러나는 마음의 결을 또렷이 보여주고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간절곶 바다 앞, 우체통을 다시 찾아갈 것이다. 붉은 철문을 여닫으며 조용히 나를 담아볼 것이다. 그리고 ‘수오재’처럼 나를 지키는 글을 한 줄씩 쓸 것이다. 편지는 언젠가 내게로 와서 내가 놓치고 지나온 마음들을 꺼내어 펼쳐 보인다. 그 속에 다짐보다 흔들림이 계획보다 숨결이 담겨 있어서 비로소 살아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편지는 과거의 내가 건넨 인사이며 미래의 나를 지켜내는 조용한 약속이 될 것이다. /작가

2025-06-17

세르비아, 상처만 남은 도시들 ①고도(古都) 스메데레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동쪽을 향해 버스로 한 시간을 달리면 스메데레보가 나온다. 인구 7만 명이 채 되지 않은 도시지만, 베오그라드 지척에 있는 만큼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도나우강이 도심을 감싸며 흐르고, 낡은 석축성벽이 우뚝 솟아서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폭력의 역사를 서둘러 입을 연다. 로마제국 당시에는 로마 땅이었다가 오스만제국 시절에는 이슬람 땅이자 세르비아 수도 역할을 톡톡히 해낸 침탈과 아픔이 담긴 저력(?)의 도시다. 그리고 오스만과 헝가리 국경을 긋는 지리적 전략적 요충지였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독일군 긴 장화발이 장악하면서 하켄크로이츠 폭력을 온 몸으로 맞아야 했다. 인간의 능력은 창조와 건설에 발휘되지만, 모방과 파괴에 더욱 뛰어난 재능을 자랑한다. 이 도시를 찾는 사람은 주로 낡아 초라하기까지 한 스메데레보의 성을 보기 위해서다. 도나우강과 사바강 합류 지점에 서 있는 베오그라드 칼레메그단처럼 도나우강과 스메데레보 도심을 관통하는 예자바강 사이 두물머리, 혹은 합수머리에 버티고 있어 사람들은 ‘물 위의 성’이라고 부른다.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차역을 지나야 했다. 성 입구 허물어져가는 성벽과 마치 띠처럼 어울리는, 언제부턴가 멈춘 녹슨 열차의 처연한 모습은 시공을 뛰어넘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스메데레보성은 1430년 무렵 세르비아공국 군주 브란코비치 명에 의해 세워졌다. 물론 장기간 공성에 대비한 수성의 역할이 성 내부 곳곳에서 어렴풋이 나타난다. 성벽 두께 2m, 한눈에 보아도 콘스탄티노플 성벽을 본뜬 거대한 돌들로 이루어진 비잔티움 스타일이다. 25m 높이 망루(성 전체에 25개의 망루가 있었다고 함), 우물, 화장실, 마구간, 계급과 신분의 차에 따라 거처의 높낮이 차이도 애써 찾아보았다. 한 곳에서 알게 모르게 복원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다만, 지원금이 딸려서인지 급할 것이 없는 모습이다. 세월에 허물어지고,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원형은 상상으로도 거의 불가능하니 입체 그림을 그려내는 소프트웨어 성능도 딸리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에서 무척 드물게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라니 할 말을 잊는다. 관광객 낙서에 온몸을 그대로 맡기는 구간도 있다. 우리나라 청잣빛 하늘을 닮은, 도도하게 흐르는 물길을 바라보며 마음을 풀어 놓고 그야말로 멍 때리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늘 시간을 급조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은 형태를 잃어버린 채 서 있는 성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에 바빴다. 돌계단과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나무계단을 오르내리며 전쟁의 화급함을 상상했다. 아비규환 속 절규도 그렸다. 그러다 좁은 아치형 통로를 몇 개 돌아서자 탁 트인 망루에 이방인이 올라서 있었다. 건너편 도나우강을 바라보는 망루가 외성(外城)의 존재를 알렸다. 독일 남부 산악지방에서 발원해 흑해로 흘러드는 물길 그 아랫부분에 속하는 스메데레보 도나우강은 그래서 더 넓고 잔잔하며, 한적하기까지 하다. 다분히 세월에 삭아 내린 성채와 고색창연하게 어울리며 장엄하기까지 했다. 허물어지는 성벽 아래를 걷는 젊은 아낙과 조막만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해맑은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동방의 수도자 글이 생각났다. “네가 무한한 사랑과 하나가 되는 순간에 겸손해지기를 바란다.” 신의 은총을 입은 순간에 잊지 말아야할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이방인에게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낯선 곳에서 먹거리다. 스메데레보성, 길차길옆 작은 식당, 낡은 비닐조각으로 안과 밖의 경계를 구분하고 있었지만, 그곳에 머리를 숙인 채 우연히 들어서서 맛본, 메뉴판을 들고서도 도무지 이름을 읽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빵과 빵 사이에 두께 2cm 됨직한 다진 쇠고기를 넣고 토마토를 비롯해 양파 등 채소가 가득 들었다. 우리나라 햄버그와는 맛은 물론, 크기에 있어서도 비교가 안 된다. 대․중․소가 있어 가장 작은 것을 주문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한 크기라서 실수로 잘못 나온 줄 알았다. 인근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란다. 포장해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넌지시 분주하기 짝이 없는 주방을 훔쳐보다가 깜짝 놀랐다. 훈제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 중 가장 큰 것이 우리나라 개다리소반 너비만 했다. 콜라와 곁들여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사이사이 구멍이 숭숭 뚫린 부드럽고 촉촉한 빵과 잘 구워진 다진 고기가 잘 어울렸다. 때마침 참새 두 마리가 나눠먹자며 교대로 식탁에 앉는다. 저 쪼끄만 참새조차도 제 눈에는 낯선 이방인 생김이 만만한 게다. 공원 의자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캔 음료를 마시는 노인들의 주름진 얼굴에 인생의 황혼에서 맛보는 여유를 보았다. 따스한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조는 할아버지 옆에 앉아 말을 거는 할머니 모습은 이보다 행복한 표정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저들에 의해 폭력이 생산되고, 폭력에 오롯이 노출된 과거를 뭐라 설명해야 할까. /스토리텔링 작가

2025-06-17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 정치자금법 위반 벌금 300만 원 구형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에게 벌금300만원을 구형했다. 17일 대구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안경록)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윤 청장에게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선출직 공직자나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돼 직을 상실한다. 이날 검찰은 “경선 결과가 선거 결과로 이어지는 대구지역 특성상 피고인은 초박빙 (경선) 상황에 경선 평가를 위해 선거 비용을 아끼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통한 선거운동에 전념했다”며 “그 과정에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보다 더 많은 건수의 문자를 발송했고, 이를 숨기고 발송 횟수와 신고 계좌 지출 내용을 위장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선관위에)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최후변론에서 “피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사죄드린다”며 “관련 법규를 숙지하지 못했으며, 바르고 혁신적인 구정을 해야 하는 이 사건 수사를 받으며 구정에 전념하지 못해 구민들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에 진솔하게 임하지 못한 점도 다시 한번 깊은 사죄의 말씀 드린다”면서 “다만 고의로 선거 비용을 초과 지출을 은닉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거듭 죄송하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의 변호인은 “선거 비용 지출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규정 미숙지로 인한 오인이었다”며 “회계책임자에게 (책임을) 미루려고 한 점은 대단히 잘못됐지만 부정한 정치자금을 숨기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단순히 규정을 오인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청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4월 8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에서 선거비용 5300만 원을 수입·지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윤 구청장과 함께 기소된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 최모(48) 씨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각 벌금 300만 원과 100만 원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7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6-17

신뢰는 경영의 전부다

신뢰와 경영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신뢰는 조직의 성과, 혁신, 협업, 지속 가능성 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뢰는 경영의 모든 기반이 되며, 조직은 상호 믿음과 배려, 존중하는 문화가 되면 신뢰 경영이 된다. 신뢰가 높은 조직은 불필요한 확인 절차와 감시가 줄어들어 의사결정과 실행이 빨라진다. 서로 믿고 협력하므로 부서 간, 개인 간 장벽이 낮아지고, 협력 촉진으로 시너지가 창출된다. 리더가 신뢰를 받으면 구성원은 자발적으로 따르고 몰입한다. 신뢰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조직 구성원이 리더와 조직의 의도를 신뢰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수용성이 증가한다. 또한 신뢰는 직원의 창의성, 도전 정신, 책임감 등을 자극하는 성과와 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뢰 경영의 핵심 요소는 정직과 일관성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일관된 기준을 유지하는 일이다. 정보의 공유, 결정 과정의 공개, 열린 피드백의 문화 조성 등 투명한 소통이 신뢰와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간다. 인사, 보상, 평가가 객관적이고 신뢰받을 수 있는 기준을 기반으로 공정한 시스템 운영이 필요하다.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수용하는 경청과 존중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실수나 제안이 비난 받지 않는 환경 조성과 창의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 확보가 필요하다. 리더는 솔선수범하며 책임지고, 실패 시 변명보다 책임지는 태도를 보임으로서 신뢰받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고객, 직원, 협력사와 단기성과보다 장기적 관계 지향형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조직에 신뢰가 무너지면, 구성원들이 진심을 숨기고, 방어적이며,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소통이 단절된다. 책임 소재를 회피하고 실수 은폐 및 책임 전가가 빈번해진다. 신뢰가 없는 조직은 만족도가 낮아 우수 인재가 떠나고,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노력만 하여 적극적인 참여가 줄어 저성과가 고착된다. 조직 내 이익을 위한 눈치 보기와 줄서기로 내부 갈등 및 정치화 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필자가, 김포에 있는 대형 송유관 제조 중소기업을 컨설팅 할 때 일이다. 아버지 창업주와 아들 생산 이사와 불신의 관계가 깊어 조직과 일에 불균형이 일어난다. 아들은 주차장에 아버지 차가 보이면 돌아가 버리는 소통의 부재였다. 하부 조직 라인과 임원 층에서도 눈치 보는 문화가 팽배하고, 모든 일의 정보와 의사 결정 과정이 순탄하지 못하여 시너지 창출은 요원한 것이다. 종합 진단을 통해 회사의 방향을 설정하고, 경영 목표, 전략, 실행계획, 운영 제도, 조직 역할 등 혁신활동을 체계화 하고, 생산 전무를 중심으로 의사결정 라인을 정립하며 불협화음을 줄여 나갔다. 대형 배관 제조업체 특성에 맞게 용접 등 주요 용역 업체 대표를 포함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며, 조직의 불협화음을 줄이고,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높여 나갔다. 부자(父子) 간의 인간적 신뢰는 한계가 있지만 회사 일의 추진과 의사 결정 상의 문제는 해소되었다. 조직 운영에 기본은 신뢰이고, 신뢰가 없는 경영은 한 순간에 무너진다. 좋은 기업을 향한 신뢰는 경영의 전부인 것이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06-17

소월의 ‘진달래꽃’ 시집 발간 100주년

시원한 그늘을 즐겨 찾게 되는 계절이다. 어디선가 풀피리 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먼 곳의 뻐꾸기 울음소리는 드문드문 한가함의 여운을 더하는 것 같다. 바람결에 흘러가는 구름은 유유자적 시를 쓰는가 하면, 나날이 벼려지는 햇살에 무성해지는 풀과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의 시편을 엮어내는 것 같다. 유월의 자연현상 그대로가 시의 여울처럼 흐르고 사람들은 자연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시의 행간을 거니는 것처럼 보인다. 초목에서 뿜어지는 향긋한 냄새며 새들의 지저귐과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등을 가만히 듣거나 보고 있노라면 자연과 바람이 전하는 시의 운율과 리듬에 아늑히 젖어드는 것 같다. 마치 들판이나 산 속에서 잠을 자다 보면 자연의 아늑함과 편안함에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잠의 맛’이 달라지듯이, 자연에서 머무는 그 자체가 힐링이고 위안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자연은 시의 보고(寶庫)이며 예술의 총본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좋은 시는 ‘영혼을 치유해주는 약’처럼 현실의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따스한 위로와 치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1925년 매문사(賣文社)에서 발행된 지 올해 100주년을 맞게 됐다. 김소월 시인이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으로 대표적인 ‘진달래꽃’을 비롯해 ‘먼 후일’, ‘산유화’, ‘초혼’, ‘왕십리’, ‘개여울’,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등 많은 수작 127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이 땅에 최초의 자유시가 나온 지 약 106년쯤 되고 보면 외국에 비해서 그다지 역사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당시 일제강점기 상황을 고려해볼 때 초창기부터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창작의 열기가 퍼져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 김소월 시인은 우리의 한글을 가장 아름답고 맛깔스럽게 표현해서 암흑의 시대를 그리움의 언어로 위로해 준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진달래꽃’은 한스러운 민족 정서를 민요 가락과 민중의 일상어로 표현해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한국 현대시를 꽃 피운 기적과도 같은 시집이며, 한국 근대 시문학사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점이 인정돼 2011년 ‘진달래꽃’ 2종 4권이 등록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다. 일반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한 100년 전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초판 복각본(復刻本)이 서울의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글 맞춤법, 활자, 세로쓰기 등이 현재와는 판이하지만,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초판 그대로의 완벽한 복간으로 최고의 선본(善本)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에 발맞춰 (사)일월문화원과 ‘시뜨락’에서는 복각본 편저자를 다음 주 포항으로 초청해 김소월 주제의 특별강연과 김소월 시 초판 원본으로 낭송하기, 시극 공연, 독자와의 대화 등의 시낭송 북콘서트를 풍성하게 준비하고 있어서 벌써부터 주목된다. 나라를 빼앗긴 깊고 무거운 어둠의 시대를 가볍고 찬란한 빛으로 바꿔준 김소월의 아름답고 맛있는 시편들로, 고단한 일상의 위로와 메마른 감성을 적셔주는 치유의 공감을 더해 ‘진달래꽃’ 발간 100주년 의의가 되새겨지길 기대해 본다.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