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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메밀묵 사려어~~”···'까묵까묵'한 그리움의 한 조각

메밀묵 사려어~~ 묵 먹을래? 친정에서 연락이 왔다. 힘들게 뭐 하러 묵을 쒔냐 했더니 친구분이 메밀묵을 쒀서 나눈 것을 내게 또 나누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양념장까지 만들어 완벽한 세트였다. 단단하고 간이 딱 맞아 겨울밤 훌륭한 간식이었다. 요즘에는 들리지 않지만, 어린 시절 겨울밤이면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골목길에 울리던 소리다. 하지만 부모님이 뛰어나가 사 오신 적이 없다. 묵은 만들어 먹는 것이지 사 먹는 게 아니라고 했다. 안동에서는 설에 메밀묵 많이 해 먹었다. 친구 인숙이네 할매는 시골 밭에 항상 메밀을 심으셨다. 그 밭을 집터로 샀다가 안 짓는 바람에 땅이 척박하니까 메밀을 심으셨다고. 놋 양푼에 한가득 만들어서 추운 설날에 식혜랑 메밀묵이랑 콩인지(강정)랑 항상 먹었다. 양념장에 참기름을 듬뿍 넣어서 묵 위에 한 숟갈 얹어서 숟가락으로 잘라서 먹었다. 그 메밀 향 가득한 맛! 그리고 그땐 멸칫국물이 어딨었나, 물에 김치 쫑쫑 썰어 넣고 백솥에 끓여서 마지막에 메밀묵 두껍게 채 썰어서 시원하게 먹던 그 묵사발도 아주 맛났다. 인숙이가 결혼하고 몇 해는 설에 가면 항상 싸주셔서 귀한 줄도 모르고 먹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주 사무치는 그리움의 한 조각이 되었단다. 고향 떠나 태안 살 때 동네에서 겨울이면 가끔 두부며 메밀묵 팔던 할머니가 계셔서 사 먹어 봤는데 기름을 한 숟갈 넣는다는데 그 향긋하고 깔끔한 메밀묵 맛이 아니더라며 묵 이야기에 엄마 보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메밀묵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비율이 중요하다. 냄비에 메밀가루 1컵에 물 4컵을 넣어서 가루가 뭉치지 않게 잘 저어서 섞어준다. 물의 양이 많으면 묵이 물러지고 적으면 딱딱하고 푸석해진다. 파는 가루 중에 메밀 함량이 낮은 가루는 묵이 안 된다. 중불로 바닥에 눋지 않게 저어가면서 끓여준다. 다 끓였다고 바로 식혀버리는데 이게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겉만 굳고 속은 흐물거리게 된다. 뚜껑을 덮고 10분 정도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꼭 거쳐야 쫀득하고 탱글탱글한 묵이 완성된다. 다 익은 메밀묵을 그릇에 부어서 냉장고에 넣어 2~3시간 식혀준다. 이런 복잡한 과정이 까다롭다면 맛집을 찾아가면 된다. 자명에 안동식으로 묵을 만들어 묵밥, 묵비빔밥, 묵한접시, 여기에 연잎밥까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집이 있다. 가게 이름이 메밀꽃이라 정직하다. 토요일 오후 2시에 도착하니 조용했다. 혹시 브레이크타임인가 싶어 여쭈니 평일에는 오후 3시~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지만 주말엔 쉬는 시간이 따로 없고 손님이 오시면 대접한다고 했다. 묵밥+연잎밥 세트와 묵비빔밥을 주문하고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손님이 우리뿐이라 벽에 걸린 민화와 창가의 다육이 구경도 하고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장사한 사장님의 이야기도 엿들었다. 그러는 동안 작은 김치전 두 장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늦은 점심이라 맛있게 해치웠다. 묵밥은 따뜻한 국물이었고, 비빔밥은 정갈하게 새싹 등으로 꾸민 꽃밭 같았다. 함께 나온 공기밥은 노란색을 띠어 무엇을 넣어서 밥을 했냐고 물으니 치자 물이라고 했다. 묵을 먹다가 나중에 밥도 말아 먹었다. 연잎밥은 찰기가 돌아 든든했다. 반찬으로 삼색나물과 각종 장아찌까지 함께 먹으니, 입이 깔끔해져 끝까지 맛있었다. 묵 한 접시는 집에 돌아와 늦은 밤 간식으로 엄마 친구분 솜씨로 채웠다. 지난가을에 통도사 메밀밭에서 ‘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얬었다.’라는 구절을 되뇌었었다. 오늘 밤 또 읊어 본다. 메밀꽃: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자명로 302, 전화 (054)277-5922. /김순희 시민기자

2025-12-23

의성 성냥공장에서 열린 김진우 기획전 ‘진화의 불씨’

의성군 의성읍에는 한때 지역 경제를 떠받쳤던 성냥공장이 있다. 1954년 문을 연 ‘성광성냥공업사’다. 1970년대 전성기에는 하루 1만5000갑의 성냥을 생산하며 연 매출 6억 원 이상을 기록했고, 공장 직원만 162명에 달했다. 마을 인력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해 단촌과 안동 일직까지 통근버스를 운행할 정도로, 성광성냥공업사는 의성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었다. 성광성냥공업사는 2013년 5월에 경상북도 산업유산 향토뿌리기업으로 지정되었으나 성냥 산업 쇠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그해 11월 휴업을 하게 된다. 2013년 영업이 끝날 때까지 성광성냥공업사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성냥 생산 공장이었다. 이후 고(故) 손진국 대표가 토지, 공장 건물 13개 동과 기계, 설비를 의성군에 기증하고 폐업하게 된다. 현재 이곳은 의성군이 부지를 매입해 ‘의성성냥공장 문화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며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2025년 12월 현재 ‘산업의 기억이 고요히 잠든 공간’에서 불씨의 잔향을 발견한 김진우 작가의 전시 ‘진화의 불씨’가 열리고 있다. 성냥공장은 폐업 이후에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고 손진국 대표의 명패가 놓인 책상이 있고 폐공장엔 아직 성냥 머리를 얻지 못한 나뭇개비가 잔뜩 쌓여있고 각종 기계와 공구가 있다. 축목에 두약을 찍고 건조하던 ‘윤전기’는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성냥 제조 기계로, 근현대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이 모든 사물은 작품의 배경이 되고 함께 조화를 이룬다. 철, 스테인리스스틸, LED, 우레탄, 에나멜 등의 재료로 완성한 설치 작품은 상징성을 더한다. 사라진 산업의 흔적을 탐사하고 불씨의 진화를 시각화한 ‘의성탐사선’과 ‘성냥나무’가 그것이다. 드로잉과 설계도면은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성냥공장의 기계 부품인 볼트, 너트, 용수철과 빗자루, 망치, 낫, 톱, 드릴, 타커 등에 성냥개비에 두약을 입히듯 노랑 페인트를 입힌 오브제가 눈길을 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너머로 까마귀 소리가 들리고 폐공장 전시장 안 프레스, 밀링, 공갑기 사이의 다양한 오브제는 명랑한 기운을 뿜어낸다. 이 작품 ‘진화의 불씨’는 작가가 많이 고민하고 마지막에 현장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시간이 퇴적된 공간에 예술의 두약이 입혀지니 낡고, 깊고 그윽한 멋이 난다. ‘안전제일’ 문구가 남아 있는 공장 벽면에는 미디어 아트가 상영되고 지붕에는 18미터 높이의 ‘성냥나무’가 우뚝 서 있다. 성냥개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김진우 작가는 전시 설명을 통해 “공장 건축물의 흔적과 나무 형상이 만나 산업의 기호가 생명의 상징으로 재구성되었다”며 “불을 만들기 위해 잘려 나간 나무가 이제는 스스로 불씨를 품은 생명으로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설치미술가이자 엔지니어인 김진우 작가는 폐공장에서 온기와 미래, 생명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전시는 ‘The Spark of Evolution’ 즉, 진화(鎭火)가 아닌 진화(進化)의 의미를 뜻한다. 산불로 침체된 지역에 희망의 불씨를 점화한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10일까지 계속된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5-12-23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학교의 아이들은 겨울방학을 기다리고 여러 단체에서는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며 시상식으로 한 해의 마침표를 찍는다. 평생학습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종강을 맞아 작품 전시회를 열고 내년 학기를 계획하기도 한다. 지난 19일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인문학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맞아 모임에서는 강사님을 모시고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 시간을 갖기로 했다. 강사는 회원들에게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글이라는 도구로 잠시 꺼내 보는 시간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만큼만, 쓰고 싶은 만큼만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글쓰기 주제는 열한 가지 중 자신에게 맞는 한 개를 골라서 쓰면 됐다. 강사의 말이 끝나자 회원들은 준비한 A4용지와 연필로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나갔다. 노트북 타자 소리 대신 오랜만에 듣는 연필의 사각사각 소리가 조용한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이날 함께한 여덟 명의 회원 중 한 사람도 머뭇거림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집중하는 모습에 강사는 조용한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오십여 분의 시간이 지나자, 한 사람씩 자신이 쓴 글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회원들 앞에서 읽자니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각자가 쏟아낸 이야기에 공감을 자아냈다. 십 대를 포함해 육십 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 회원들이 쓴 이야기는 한 걸음 더 서로를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시민기자 차례였다. 곧 지천명(知天命)을 앞두고 그간의 삶을 응원하고 싶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나에게 편지를 쓸 거라고 했다. 오십 대의 중년 여성 회원은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큰 영향력은 아버지였다고 한다. 이제는 볼 수 없지만, 그럴 땐 하늘을 보며 마음속에서 불러보는 아버지에 대해 썼다. 남편으로서는 별로였지만 초등학교뿐인 학력에도 자식들에겐 더없이 다정했고 배움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주셨다고 했다. 역사에 대해 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육십 대 남성 회원은 자신이 왜 역사에 관심이 생겼는지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시절, 세상 재미있는 게 없었다. 그중 역사 수업에 흥미를 느껴 역사학과에 진학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또 한 분의 여성 회원은 여러 나이대를 거치면서 이제는 삶이 잘 마무리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짧은 이야기를 했다. 사십 대 남성 회원은 자기관리 실패로 몸무게가 100kg 넘게 나간 때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 모습에 화가 난 나머지 가족들을 힘들게 한 게 미안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끄는 건 열다섯 살 중학생이었다.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지만 당당하게 자신이 쓴 이야기를 펼쳤다. 지금 나이에 다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삶의 의미에 대한 거였다. 어릴 때는 남이 해주는 선택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선택이 더 의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모두 쫑긋하며 듣다가 이야기를 마치자 큰 박수를 보냈다. 글쓰기와 발표까지 하고 나니 어느새 두 시간을 꽉 채웠다. 회원들은 자신의 지난 이야기가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글쓰기 시간을 경험한 것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강사는 “한 번의 글쓰기로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글쓰기는 바쁜 일상에서 과거의 나를 만나고 현재의 나를 이해하는 도구다. 앞으로도 내 삶을 돌아보는 글쓰기가 계속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5-12-23

경북매일 AI 기반 자동기사 컬러 태깅 서비스 본격 도입

경북매일신문이 독자 중심의 뉴스 소비 환경 개선을 위해 ‘AI 기반 자동 기사 컬러 태깅 서비스’를 지난달 28일부터 정식 운영 중이다. 이번 서비스는 올해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사 선정(12차례)을 계기로 추진된 프로젝트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기사 내 핵심 정보를 시각적으로 강조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AI가 분석해 요약문을 생성하고, 핵심 내용을 자동으로 태그를 생성한다.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시할때는 중요 정보를 컬러 색상 또는 인터랙티브한 형태로 표시해 독자가 빠르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긴 기사도 핵심 내용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가독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이 장점이다. 통계 수치, 인용문, 주요 사건 등을 시각적으로 강조해 이해도를 높인다. 자동 태깅으로 편집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유해 콘텐츠 차단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맞춤형 정보 제공으로 이탈률을 낮추고, 기사 완독률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경북매일신문은 이번 서비스 도입으로 독자들의 홈페이지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콘텐츠 접근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향후 뉴스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데이터 기반 미디어 혁신 모델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AI 기반 자동 기사 컬러 태깅 시스템은 사용자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뉴스 큐레이션 정확도를 높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2025-12-23

대구소방, 성탄절·연말연시 특별경계근무 돌입⋯“대형화재·안전사고 선제 차단”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성탄절과 연말연시 기간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24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특별경계근무를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겨울철 화기 사용 증가와 교회·해넘이·해맞이 행사 등 다중운집이 예상되는 만큼 화재와 안전사고 위험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별경계근무는 성탄절(24일 오후 6시~26일 오전 9시)과 연말연시(31일 오후 6시~1월 4일 자정) 기간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대구소방은 전통시장, 산업단지, 다중이용시설, 주거시설 등 화재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의용소방대와 합동 예방순찰을 강화하고, 방치 가연물 제거·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 위험요인을 집중 점검한다. 연휴 동안 가동이 중단되는 공장·창고·공사장에는 전원 차단 등 자율 안전관리 지도를 실시해 관리 공백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한다. 대형 재난 대비를 위해 소방기관장은 지휘선상 대기를 유지하며, 화재 발생 시 초기부터 가용 소방력을 집중 투입해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대응한다. 교회와 해맞이 명소 등에는 소방력을 전진 배치해 긴급 상황 시 즉각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또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와 협업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비·보안업체와 연계한 초기 대응체계도 구축한다. 소방장비 가동률 100% 유지, 한파 대비 장비 점검 등도 병행한다. 119종합상황실과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신고 증가에 대비해 임시 수보대를 확보하고, 응급의료 상담 및 당직 의료기관·약국 정보를 강화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엄준욱 본부장은 “연휴 기간 빈틈없는 예방 활동과 신속한 대응으로 대형화재와 안전사고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시민들도 전기·가스 점검 등 생활 속 화재 예방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23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늘봄학교 실무사 처우 개선 촉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가 늘봄학교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고용 불안과 과중한 업무 문제를 지적하며 대구시교육청에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3일 대구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노조는 “학부모 만족도 뒤에 가려진 현장의 희생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불안정한 고용 구조로는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도, 학교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는 한 늘봄교무행정실무사는 매년 재계약을 걱정하며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아이들은 변함없이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제 자리는 매년 흔들린다”며 “작은 학교라는 이유로 근무시간과 급여까지 줄어드는 현실에서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이들의 돌봄은 해마다 중단돼도 되는 일이 아니며, 늘봄학교가 안정적이려면 일하는 사람도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실무사는 과중한 돌봄·민원·안전 업무로 행정업무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원 전화로 오전이 지나고, 오후에는 사라진 학생을 찾느라 수 시간이 증발한다”며 “학생 안전 확인 업무까지 추가되면서 물리적으로 정해진 시간 내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구지역 실무사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79.2%가 ‘시간 내 업무 완료 불가’, 79%는 ‘수당 없는 초과근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계약 등 관리자급 업무가 실무사에게 전가되는 문제도 제기됐다. 노조는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실무사가 담당 책임까지 떠맡고 있다”며 “늘봄실장이 예산·계약 업무를 전담하도록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조는 △대규모 학교 ‘정규 실무사 2인 배치’ 즉각 시행 △초단시간 배치 중단 △반복적 수요조사·통계 행정 간소화 등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의 절규를 외면한 채 늘봄학교를 운영한다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이라며 “대구시교육청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글·사진/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23

'철도노조 총파업 D-1’ 열차 감축 운행에 시민 불편 우려

철도노조가 23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열차 운행 감소로 시민 불편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2일 “철도노조 파업이 시작될 경우 전동열차가 노선별로 65~80% 수준으로 감축 운행돼 혼잡이 예상된다”며 “열차 시각표는 코레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달라”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부산지방본부는 23일 오전 9시를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파업 참여 대상 인원은 1만2000여 명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고속철도(KTX)는 평시 대비 56.9%, 새마을호 59.5%, 무궁화호 63%, 수도권 전철 63%만 운행된다. 코레일은 수도권 전철(서울지하철 1·3·4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강선 등)과 대구·경북 대경선(구미∼경산), 부산·경남 동해선(부전∼태화강) 등 광역전철도 평시보다 약 25% 감축 운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에서 비롯됐다. 철도노조는 지난 11일 정부가 성과급 정상화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2025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에 이르며 파업을 유보했으나, 이후 기획재정부가 성과급 지급 기준을 기본급 100%가 아닌 9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6일 해당 사안이 기존 감사 결과와 상충되지 않으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기재부에 회신한 바 있다. 부산지방본부 총파업 출정식은 23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철도노조 전체 집중 방식으로 진행된다. 철도노조는 오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총파업대회도 열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 기간 동안 24시간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역과 열차 혼잡도를 집중 관리하고, 대체 인력 투입과 시설물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이용객들은 사전에 홈페이지와 코레일톡을 통해 열차 운행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22

20년 전 경험 자랑하기 전에 귀부터 열어라

영화가 시작되기 전 ‘대한늬우스’가 상영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한뉴우스’로 표기를 바꾼 박정희 시대에는 경제기획원의 ‘월례 경제 동향 보고’가 자주 등 장했다. ‘땡전뉴스’의 원형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사람이 대통령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의 생중계 대화를 시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중계 ‘업무보고’도 비슷한 노력으로 보인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55%로 일주일 전보 다 1% 떨어졌다. 오차율 범위 안이다. 그런데 긍정 평가를 한 가장 큰 이유로 ‘소통·국무회의·업무보고’(18%)를 꼽았다. 한국갤럽은 “부처별 업무보고 생중계 영향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생중계 업무보고가 일단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불통’이라고 비판받은 대통령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문제가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은 ‘불통’에 대한 불만과 겹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하는 말은 행동과 일치하지 않아 고구마 같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쏟아내기만 했지, 들을 줄을 몰랐다. 공감 능력 부족으로 제 풀에 철벽을 쳤다. 일 잘하는 사람을 과장 때부터 발탁해 냈던 박정희 전 대통령,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어넣은 수첩에 적으며 질문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 이 국민 가슴에 남았다.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는 그런 기억을 소환하며 공감을 얻었다. 그렇지만 번번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다.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 생중계는 무엇을 노렸을까. 국가 정책을 잘 다듬기 위해서, 어리석은 공직자를 가르치기 위해서, 아니면 공포로 공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서…. 의도가 무엇이든 겉으로는 전임 정부가 임명한 공직자를 정리할 명분 쌓기로 비치게 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의 공개 설전이 너무 부각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치적 입지를 쌓기 위해 탄압의 서사를 만들고” 있다고 비난 했다. 이 사장의 항변 방식이나, 범위가 해명의 수준을 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언행 역시 정치적 퍼포먼스로 비친다.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공개한 것이나, 보고 때마다 부각한 이슈들이 대중적 인기를 겨냥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그의 장기였던 ‘사이다 발언’이 이어졌다. 주사가 할 일이 있고, 장관이 할 일이 따로 있다. 더구나 대통령은 국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큰 흐름을 잡아가는 사람이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왕조에서나 하던 일이다. 아니, 왕이라도 경계해야 할 태도다. 더구나 민주 정부는 역할 분담과 협력이 정도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 를 다 잘 알 수도,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독재와 다르다. 대통령은 입보다 귀가 커야 한다. 대통령이 아는 체하면 전문가가 입을 다문다. 경청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관심이고,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다. 대통령이 깨알같이 지시하면 뒤집기 어렵다. 더 미련한 일은 권력자의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해, 검증도 없이 국가 정책에 적용하는 것이다. 20년 전, 한 도시에서 경험한 일이라도 국정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은 다르다. 바뀌고, 개선된 게 한둘이 아니다. 20년 전에 칭찬받았다고, 그대로 따르라는 건 시대착오다. 선거 공약은 표부터 생각한다. 국가 정책이 그래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고대사를 대통령이 어떻게 평가하나. 전문 분야는 전문가들이 공정하게 논의할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 대통령이 첨단반도체 설계도까지 직접 그릴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역사가들이 어떻게 판단하든, 외교적 파문을 먼저 생각하는 게 대통령의 몫이다. 후보가 되면 ‘버스 요금이 얼마냐’라는 식의 질문에 시달린다. 그것으로 족하다. 당선된 뒤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재치문답으로 이어갈 수는 없다. ‘책갈 피 사이의 달러’ 논란은 국회 상임위의 퍼포먼스를 닮았다. 대통령에게 ‘이건 몰랐지’는 불필요하다. “참, 말이 기십니다”라는 식의 모욕도 대통령의 어법으론 부적절하다. 자리에 걸맞은 절제가 아쉽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2-21

수필사랑문학회, 제122차 수필산책

수필사랑문학회(회장 정근식)는 지난 20일 경주시 양남면 주상절리 일원에서 제122차 수필산책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회원 24명이 참여해 겨울 바다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주상절리의 장엄한 풍광을 감상하며 수필 창작의 소재를 발굴하고, 회원 간의 친목과 문학적 교감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수필산책은 격월로 진행되는 수필사랑문학회의 정기 프로그램으로, 자연과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느낀 감흥을 문학으로 풀어내는 창작 중심의 활동이다. 이날 회원들은 동대구역에서 열차를 타고 울산 태화강역에 도착한 뒤 관광버스로 이동해 주상절리에 이르렀으며, 출렁다리를 건너 읍천항 산책로를 걸으며 작품과 문학에 대한 담소를 이어갔다. 행사를 이끈 정충양 수필가는 “수필사랑문학회가 매월 두 차례 이상 활발한 토론을 이어가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원동력은 유적지와 관광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창작의 씨앗을 발굴하려는 노력에 있다”며 “이러한 현장 중심의 활동이 회원들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근식 회장은 “수필사랑문학회는 앞으로도 수필산책을 비롯한 다양한 문학 행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회원 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수필문학의 저변 확대와 문학적 성장을 위해 힘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2-21

대구 중구노인복지관, ‘2025 중구건강대학 졸업식’ 개최

중구노인복지관(관장 장윤영)은 지난 12일 중구노인복지관에서 ‘2025 중구건강대학 졸업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 해 동안 배움에 매진한 60여 명의 어르신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지난 학기의 성과를 함께 돌아보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졸업식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인사말, 재학생들의 수기문 발표, 직접 제작한 영상 시청, 졸업장 및 우희삼 학생회장을 포함한 개근상 시상, 단체 사진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식전공연은 허정현 가수가 밝고 활기찬 가요로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켰며,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진행된 수기 발표에서는 정유자 씨와 정희락 씨가 지난 한 학기 동안의 배움과 성장 과정을 진솔하게 전해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홍보부장 여기학씨가 제작한 활동 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학기 동안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2학기 커리큘럼과 연계해 제작된 문학집도 배부돼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2학기에 중구건강 대학에 출강한 강사진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교수진으로 유명하다. 행정학박사이자 작가 김창규의 초고령사회 어찌할 것인가,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정우락 교수의 조선시대 선비들의 놀이와 풍류, 독서치료사 신지원의 책을 통한 마음 다스리기, JD 스토리 교육 문화연구소 이정도 대표, 낭독의 즐거움 (시낭송), 대구대 인문학연구원 배지연 연구교수의 권정생 ‘강아지 똥’을 통해 본 나에 대한 사랑, 이경식 작가의 내 인생의 일기(자서전 쓰기), 대구가톨릭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박상영 교수의 시조 한 편, 인생을 담다( 박인로와 조선의 시인들), 경북대 불어불문학과 김성택 명예교수의 문학과 예술의 고향, 프로방스로 여행하기, 대구교대 윤리교육학과 장윤수 교수의 논어 평범과 일상을 강조한 고전, 라온인재양성 교육원장 강양수 웃음치료사의 웃음을 통한 마음 치유책과 마음 치유,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허정애 교수의 역경을 넘어선 삶,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중심으로, 고려대 인문대학 설중환 명예교수의 김시습의 ‘금오신화’와 마음의 평화 얻기 등이 있다. 중구노인복지관 관계자는 “2026년에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한 노년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즐겁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5-12-21

대구사진작가협회 연말 결산 대규모 사진축제 성료

대구사진작가협회 (지회장 이호규)는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에서 ‘제12회 대구사진페스티벌’과 ‘제16회 포트폴리오 특별기획전’, ‘제39회 대구전국사진촬영대회 공모전’을 통합 전시하는 대규모 사진축제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는 사진예술의 성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국내외 사진작가 간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구사진페스티벌’ 작품전에는 곽인숙, 권인순, 노재승, 박은주, 이경숙, 이재생, 이호경, 하의종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동시대의 감성과 사진의 예술성을 담아낸 작품을 선보였다. 초대전으로 일본 교토사진가회의 나카무라 세츠야 (일본 오사카대학 사진학과 졸업), 히라이 투요시 (주식회사 아텍 대표이사), 후쿠다 쇼이치 (교토사진가협회 창립회원), 코바야시 사다히로 (일본사진가협회 회원) 등 추천작가 4명의 작품 12점이 전시됐다. 국제 교류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제35대 대구시지회 임원 14명의 작품도 참여해 총 28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제16회 포트폴리오 특별기획전’에는 김정애, 김정현, 오덕환, 이원희, 이종우, 한향자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개별 작품을 넘어 작가의 작업 세계와 사진적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작품을 전시해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또 전국에서 64명이 참여한 ‘제39회 대구전국사진촬영대회 공모전’의 입상작도 동시에 전시됐다. 입상자는 다음과 같다. △금상 박은혜 (북치는 여인), △은상 권오호(여인의 한풀이), 이해용(촬영1), △동상 김계연(비누방울 놀이), 김홍숙(찰나), 최상호(무희의 시선) △가작 신호억(나도 기장이야), 유재희(우아하게), 이영애(10월의 선물), 임영필(가을여인), 장운록(포즈) △장려상 권순임( 각설이), 노은정(유혹), 박나윤(웃음으로 달리다, 우리가족), 이경미(흥겹게), 허봉희(천사처럼) △입선작 강경임(날아라 고무신) 외 47점 선정됐다. 이날 작품전에는 최미경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 이재화 대구시의회 부의장, 정일균 문화복지위원회 의원, 이창환 대구예총 회장, 강정선 대구예총 수석부회장 등 지역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 축하를 했다. 대구사진작가협회 이호규 지회장은 “이번 통합 전시는 지역 사진예술의 현재를 시민과 나누고, 국내외 교류를 통해 사진문화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사진을 통해 시대와 인간, 지역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마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5-12-21

[방종현 시민기자의 유머산책] 말꼬리 잡기

컴퓨터는 세상과 통하는 나의 창이요 날마다 열리는 ‘희로애락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곳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 전원을 켜는 일이다. 이메일 확인, 카페 출석 체크, 신문 헤드라인까지 일사불란하게 진행된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주무르는 느낌! 마우스 클릭 한 번에 세계 일주를 하는 셈이다. 요즘은 특히 내가 가입한 카페의 ‘말꼬리 잇기’ 코너에 푹 빠져 있다. 이 코너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말 달리기 경기장’이다. 누군가가 던진 말의 꼬리를 붙잡고 나는 말머리를 만들며 질주한다. 어찌 보면 말의 줄다리기요, 또 어찌 보면 말장난의 향연이다. 예를 들어 어부바-바이오-오렌지-지필묵-묵사발 식이다. 묵사발에서 ‘발로 차지 마!’라고 이어가는 회원도 있고, ‘발끝에 피어나는 봄’으로 시인처럼 쓰는 사람도 있다. 말 그대로, 말의 무한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는 신개념 놀이문화다. 회원들은 대부분 실명이 아닌 닉네임을 사용하는데, 이 닉네임들이 또 기가 막히다. ‘물레방아’, ‘굼뜬 소’, ‘군자 향’, ‘수선화’, ‘바람의 언덕’, ‘등등. 이쯤 되면 카페라기보다 조선시대 시문(詩文)모임 느낌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말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회원 ‘대봉 군자 향’이 퀴즈를 하나 냈다. “달 밝은 밤에 대봉 군자 향이 빗자루로 마당을 쓸다 말고 갑자기 캄캄한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선 모습을 여섯 글자로 묘사하시오!” 맞추면 상품이 있다고 하자 순간, 모두의 손가락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건 퀴즈인가, 수수께끼인가, 아니면 문학평론인가. 어떤 이는 ‘서울대 인문계 2025학년 수시 논술 문제 같다’고 하고, 다른 이는 정답 ! ‘달 어디로 갔노’ 하며 외친다. ‘달이 밝디 마는’, ‘와이리 어둡노’, ‘멍청한 군자 향’, ‘상품에 눈멀어’ 등등. 차라리 국립국어원에서 회수해 가야 할 해학의 향연이 펼쳐진다. ‘달 밝다’ 했다가 ‘캄캄하다’고 하니, 논리적으로 따지면 말이 안 되지만, 이 코너에선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이 바보다. 심지어 누군가는 “이 문제는 스님이 화두로 잡고 십 년은 정진해야 풀릴 문제”라고까지 했다. 출제자는 거기에 또 한마디 얹는다. “문제가 어려웠다면, 여러분 수준 탓이 아닐까요?” 그 말에 카페는 조용한 분노(?)와 유쾌한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분명 기분 나쁜 말인데도, 다들 웃고 넘어가는 걸 보니, 이곳 사람들은 참 너그럽다. 마침내, 한 회원이 ‘쓸데없는 사람’이라는 여섯 글자를 올렸다. 정답이었다. 순간, 카페 전체가 뒤집어졌다. 그 정답은 철학적이면서도 해학적이고, 군자 향의 내면을 절묘하게 저격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답을 맞힌 회원의 닉네임은 ‘바람의 언덕’이었는데, 정답자는 일부러 ‘바람난 언덕’이라고 발표했다. 이쯤 되면 유머인지 모욕인지 헷갈리지만,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이곳은 그 어떤 말도 유희가 되는, 말의 자유국이다. 사실, 끝말잇기라는 게 시시콜콜한 말 따먹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언어 감각을 키우고, 발상의 전환을 배우며, 창의성을 기르는 훈련이다. 한마디로 ‘말장난’을 가장 진지하게 하는 곳이다. 어쩌면 작가 지망생, 시인, 개그맨의 전초기지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이 창(窓)을 연다. 오늘은 또 어떤 말꼬리를 잡을까? 어느 회원이 ‘사이다’ 같은 말로 나를 웃게 만들까? 농담 따 먹기라 해도 좋다. 그 가운데서도 순 기능은 있으니까.

2025-12-21

땅속에 잠든 가락국의 시간을 찾아서

김해의 땅속에는 여전히 가락국의 오래된 시간이 숨 쉬고 있다. 구지봉에서 분성대, 봉황대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신화와 역사가 잔향처럼 피어오르며 현재의 풍경과 포개진다. 도시의 일상적인 소음 너머로, 오래전 사람들의 기운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다가온다. 구지봉은 6가야 시조의 탄생 설화가 깃든 곳이다. 하늘에서 여섯 개의 알이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여전히 봉우리의 기운처럼 남아 있다. 정상 동편에는 남향으로 자리한 수로왕비릉이 펼쳐지고, 능선은 거북의 목처럼 서쪽으로 뻗어 ‘구지봉’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일제 강점기에 훼손되었다가 복원된 산책길을 따라 오르면 남방식 고인돌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원전 4세기 추장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이 고인돌의 윗면에는 한석봉의 글씨로 알려진 ‘구지봉석’이 새겨져 있다. 맞은편 비석에는 ‘대가락국태조왕탄강지지’라는 문구가 또렷해, 신화적 탄생의 무게를 전한다. 그 앞에 서니 오래된 시간의 여운이 조용히 마음속으로 번져왔다. 1976년 봉우리 중앙에 세워졌던 여섯 개의 알과 아홉 마리 돌거북 조형물은 지금 수로왕릉 연못가로 옮겨져 있다. 그런데 원래 위치에 두는 것이 역사성이 더 있을 것 같다. 육란의 석조상이 모여 있는 모습에서 설화가 세월을 넘어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분성대는 가락국의 또 다른 중심지다. 지금의 연화사가 자리한 이곳은 2008년 ‘김해객사 후원지’로 지정되었으며, 한때 중궁전이 있던 터로 알려져 있다. 허왕후가 가져온 파사석탑을 세우기 위해 호계사가 세워졌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지금은 궁궐의 흔적이 거의 사라져 ‘가락고도궁허’ 비만 외롭게 서 있다. 비석 뒷면에는 윤용구가 글을 짓고 김문배가 1928년에 세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앞에 서자, 사라진 궁궐의 자리는 오래된 빈터처럼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적막 앞에 서니, 태풍 사라호로 집터를 잃었던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잿빛 잔상처럼 떠올랐다. 역사와 개인의 기억이 한순간 겹친다. 봉황대는 회현리 패총과 함께 사적 제2호로 지정된 유적지다. 구릉을 오르니 김해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이곳이 오랜 세월 주거지이자 대외 교류의 창구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의 발굴 조사에서는 도랑과 집터, 고상 가옥의 흔적이 드러나며, 이곳이 한때 교류와 생활이 뒤섞여 흐르던 터였음을 확인하게 했다. 외부 침입에 대비하면서도 무역 활동을 위한 저장과 집배송 기능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봉황대는 허왕후를 맞이하기 위해 수로왕이 신귀간에 명해 머물게 했다는 승점의 자리로도 추정된다. 서편 기슭에 복원된 고상 가옥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고요하게 재현하며, 유적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가락국의 일상을 상상하게 한다. 세월 속에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구지봉의 설화와 분성대의 궁궐, 봉황대의 삶의 터전은 여전히 땅 아래 깊은 호흡을 간직하고 있다. 그 위를 걷는 일은 오래된 시간과 오늘의 내가 마주하는 일이다. 과거는 멀리 있지 않았다. 땅의 기억 위에서 현재의 내가 다시 세워지는 순간이 김해의 시간 속에 조용히 깃들어 있었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12-21

아홉문중이 세운 배산임수의 대구 이락(伊洛)서당

대구시 달서구 파호동에 위치한 이락서당은 한눈에 봐도 풍수지리상 딱 맞아 떨어지는 맞춤형 가옥이다. 배산임수(背山臨水)는 풍수지리의 근본이듯이 이락서당이 서있는 자리는 뒤로는 궁산(弓山)을 베고 앞으로는 금호강과 낙동강을 바라본다. 풍수(風水)가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다’는 뜻에서 볼 때 이곳은 명당임에 틀림없다. 서당 북쪽은 영귀대(詠歸臺)라는 푸른 절벽이 금호강을 안고 궁산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인데, 절경 중의 절경이다. 이락서당은 이름부터 특별하다. 이락(伊洛)은 금호강의 옛 이름 이수(伊水)와 낙동강의 옛 이름 낙강(洛江)을 딴 이름이다. 서당의 구조는 마루를 중심으로 동서 양 쪽에 방이 하나씩 배치된 형태이다. 동쪽 방은 모한당, 서쪽 방은 경미재라 이름을 붙였다. 모한은 한강 정구 선생을 존숭한다는 뜻이며 경미는 미락제 서사원 선생을 공경한 뜻이라 한다. 이락서당은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대구지하철 2호선 강창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족하다. 외지에서도 대구외곽고속도를 타면 서울, 부산 등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면 서당이 궁산 입구에 위치하고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락서당은 낮에 봐도 고풍스런 모습이 아름답거니와 밤에 보는 야경은 옛 궁궐을 연상할만큼 아름답다. 조선시대에는 육지보다 강을 이용한 이동이 편리했던 점을 감안하면 발아래 금호강이 흐르고 육안으로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낙동강이 합수하니 이보다 더 교통이 편리한 곳이 또 있었을까 싶다. 이곳의 지명 또한 강창이니 그 시대에 세금으로 거둔 곡식들을 가득 실은 배들이 줄을 이어 서울로 떠나가는 광경을 이락서당은 지켜보았을 것이다. 이락서당은 조선 후기 1789년에 착공하여 이듬해 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대구, 칠곡, 성주의 향촌 아홉 문중에서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과 향촌 사회의 교화를 위해 뜻을 모아 정구 선생과 서사원 선생이 활동하던 곳인 이 파산(파호동 옛이름)에 서당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아홉 문중은 서재의 성주도씨, 덕산의 밀양 박씨, 묘골의 순천 박씨, 남산의 달성 서씨, 수성의 일직 손씨, 슬곡의 광산 이씨, 상지의 광주 이씨, 하당의 전의 이씨, 원대의 함안 조씨 등이다. 이락서당은 낮에는 새로 난 고속도로와 지하철 2호선과 유유히 흘러가는 금호강과 낙동강을 바라보며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휘황찬란한 밤 불빛에 휩싸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지는 않을까. 서당은 노후화로 보존 및 안전을 위해 2010년에 중건하였는데 서당 건립에 참여한 아홉 문중이 설립 당시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락서당 규약’을 제정하여 현재까지도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향촌 사회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락서당은 향토 문화유산으로도 가치가 높다하겠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5-12-21

안승대 포항시장 출마예정자 “암 치료는 포항에서 하자”···중입자 치료센터 설립필요성 강조

안승대 포항시장 출마예정자(전 울산시 행정부시장)는 지난 18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암 치료는 포항에서 하자“라는 비전을 내걸고 중입자 치료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승대 출마 예정자는 중입자 치료센터와 같은 첨단 의료시설을 유치한다면 포항시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치료를 위해 포항을 찾는 인구유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중입자 치료센터는 첨단 의과학 도시 포항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프라로서 포항의 산업구조와 의료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안승대 출마 예정자는 울산이 울산대병원을 중심으로 양성자 치료센터 도입을 추진해 의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포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입자 치료센터라는 미래 의학의 핵심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포스텍이 추진 중인 의과학대학(가칭) 설립과 연계할 경우 중입자 치료센터는 포항을 세계적 바이오·의과학 혁신 도시로 도약시키는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십 년간 가속기 운영을 통해 축적된 전문 인력과 방사선 안전관리 시스템, 초정밀 빔 제어 기술은 중입자 치료센터 건립의 최적 토대”라며 “일본·독일·중국 등 세계 주요 중입자 치료센터가 모두 가속기 기반 연구도시에서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항은 이미 절반 이상의 준비를 갖춘 도시”라고 말했다. 안승대 출마 예정자는 포스텍 의과학대학과 중입자 치료센터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어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포항에 필요한 것은 바이오·의과학·물리학·AI·가속기 공학을 융합한 연구·진료 통합 플랫폼”이라며 “중입자 치료센터는 포스텍 의과학대학의 핵심 교육·연구·임상 인프라로서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정민 기자

2025-12-21

대구·경북 21일 찬바람에 체감온도 낮아⋯주 초반 쌀쌀, 성탄절 눈 소식 없어

대구·경북은 21일 기온이 전날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며 쌀쌀한 날씨를 보이겠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날 가끔 구름이 많은 가운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낮 최고기온은 3~8도로, 어제(9.3~18.9도)보다 낮고 평년(5.0~8.9도) 수준을 보이겠다. 울릉도·독도는 늦은 오후부터 모레 새벽 사이 비 또는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 21일부터 22일까지 울릉도·독도의 예상 강수량은 5㎜ 안팎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대체로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유지하겠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1.0~3.5m로 일겠고, 해안선에서 약 200㎞ 이내의 먼바다에서는 1.5~4.0m로 높게 일겠다. 동해 남부 북쪽 해상에는 차차 바람이 초속 9~16m로 강하게 불고 물결도 높아질 전망이어서 항해나 조업 중인 선박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주는 곳에 따라 비가 내리는 날이 있겠으나, 성탄절에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冬至)이자 월요일인 22일은 대체로 흐린 가운데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영하 1도까지 떨어지겠고, 낮 최고기온은 6~10도로 예상된다. 23일은 가끔 구름이 많다가 오후부터 흐려지겠으며, 오후 6시부터는 곳에 따라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5㎜ 안팎이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4도, 낮 최고기온은 8~13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24일은 대체로 흐리다가 밤부터 차차 맑아지겠고, 새벽에는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울릉도·독도는 흐린 가운데 새벽부터 오전 사이 비가 오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2~8도, 낮 최고기온은 7~13도로 전망된다. 성탄절인 25일은 대체로 맑겠으나, 동해 남부 해상에는 물결이 1.0~4.0m로 매우 높게 일겠다. 26일과 27일은 맑은 날씨 속에 아침 기온이 영하 8~3도, 낮 기온은 3~10도로 평년(최저기온 영하 7~0도, 최고기온 4~8도)과 비슷하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골의 발달과 위치, 이동 속도에 따라 강수 구역과 시점, 강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며 “외출이나 이동 전에는 최신 기상 정보를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