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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비리 관계자 처벌 너무 가볍다

대구·경북지역 대학교를 둘러싼 비리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의 법 감정과는 배치되는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일 신입생 충원율 등을 부풀려 국고보조금 23억여원을 타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구공업대 안모 처장이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고, 또 다른 교수는 벌금 1천만원 선고에 그쳤다. 대구공업대는 이번 사건으로 총장을 비롯해 5명이 구속됐고, 5명은 불구속되는 등 대학수뇌부 전체가 법의 심판을 받게됐지만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만 것이다.재판부는 이들 대학비리 관계자들의 처벌을 다소 경감시킨 데 대해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시인하며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지만 검찰이나 시민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법원의 선고 직후 검찰은 “총장 지시에 따라 산학협력처, 취업지원처, 학사운영처 등 핵심 부서들이 문서조작 등을 통해 보조금을 타내는 등 죄질이 나쁜데도 모두 풀어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직접 재판부를 성토해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대학비리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이례적이라는 걸 방증한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오는 3월중에 있을 이 대학의 총장에 대한 선고공판 역시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법원의 대학비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이 대학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대학비리로 검찰수사를 받은 대학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는 게 문제다. 대구보건대, 대경대 등은 지난해 수사를 받았지만 재판과정에서 솜방망이 처벌로 바뀌었다. 실제로 대구보건대의 경우 경찰수사가 검찰에서 뒤집히며 무혐의 처리됐고, 대경대 총장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특히 대구보건대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을 때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을 뿐”이라며 분을 삭였다고 한다. 대경대의 경우도 감사원감사에서 교비횡령, 부지매입비 부풀리기 등 100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받았으나, 정작 법원에서는 당시 총장의 집행유예로 사건이 종결됐다.수십억 원에 달하는 혈세를 횡령한 대학비리 당사자들을 집행유예 등의 처벌만으로 풀어주는 법원의 처사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부 시민단체는 벌써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과 함께 담당 재판부에 대한 불신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학이 더이상 비리복마전이 되는 일을 막기위해라도 대학비리 관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그래서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함을 보여줘야 한다. 법원의 각성을 촉구한다.

2013-02-20

빈곤의 악순환 해소방안 찾아야

빈곤의 악순환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소득 계층에 걸쳐 계층 간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이나 계층 이동의 봉쇄가 고착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현재의 삶이 팍팍하고 좀처럼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국민 상당수의 심정이 통계에 반영된 듯해 답답한 마음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 이전 연도에 빈곤층이었다가 다음 연도에 벗어난 가구의 비율을 말하는 빈곤탈출율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06~2007년 33.2%였으나 2008~2009년에는 31.3%로 낮아졌다. 보사연의 앞선 보고서에선 2000년 빈곤탈출율은 48.9%에 달했으나 2005년에는 31.9%였다.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이와 동시에 2005년 기준으로 가구소득을 1~5분위로 나눈 뒤 2009년 소득 분위 변화를 측정한 결과, 최저소득 계층(1분위)의 73%, 최고소득계층(5분위)의 79.9%가 소득 분위의 변화가 없었다. 소득 분위가 유지된 비율이 낮은 계층은 2, 3분위이고, 특히 4분위는 소득 분위가 낮아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통계로 볼때 전체가구 소득 중간값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층을 벗어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고, 이런 추세가 최저소득계층에서 더 뚜렷하다. 계층간 상향 이동성이 최저소득계층에서는 사실상 봉쇄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빈곤의 고착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이야기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심각한 문제다. 2~4소득 분위 그룹의 이동 상황 역시 현 세태 중산층의 실상을 드러내준다. 중산층은 빈곤의 고착화, 소득의 양극화에 따른 계층 갈등의 완충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이면 중산층의 갈등 제어 기능 역시 불안하다.이제라도 빈곤의 대물림과 소득계층 간 이동성 봉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조치를 본격적으로 취해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기초생활비지원 등 사회보장제도의 효율적 정비에 이어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근본적 대책이 될 것이다.빈곤의 대물림의 드러나는 현상으로 지적되는 교육기회 불평등 문제의 시정 역시 중요하다. 경제력에 따른 기회의 상실을 막아야 한다. 교육과 계층이동에 대해선 순기능과 역기능 논란이 있지만 정당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야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절대적 빈곤층을 줄여나가면서 빈곤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한 이같은 조치들이 시급하다. 그래야 빈곤의 대물림과 소득 계층간 이동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2013-02-19

안전 의식, 이대로 좋은가

어제는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0주기 되는 날이었다. 참사는 지난 2003년 2월18일 50대 남자가 인화물질을 담은 페트병 2개에 불을 붙인 뒤 지하철 바닥에 내던져 일어났다. 전동차가 화염에 싸이며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던 대참사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화재의 현장은 말끔하게 정리됐지만, 그날의 악몽과 참상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되면서 국민들의 안전의식에 대한 많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우리 지하철의 안전 시대를 열었다. 전국의 모든 지하철 객차 내부가 모두 불연성 내장재로 교체됐다. 또 사고 시 승객들이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도록 지하철 승강장내 촉광형 유도타일을 깔았고, 전동차 내·외부 CCTV를 통해 사고발생 유무를 즉시 파악하도록 했다. 유독가스에 질식하지 않도록 방독면 등을 비롯한 인명구조 장비와 각종 안전시설이 대폭 보강됐다. 모든 역무원과 전동차, 사령실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다자간 무선통신시스템(TRS)`도 구축해 언제든지 위급상황을 알릴 수 있게 했다. 객실 내 모든 출입문은 내부에서도 개폐가 가능하도록 바뀌는 등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각종 안전대책이 추진됐다.우리는 하루하루 안전사고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에 불만을 가진 자나 정신병력을 가진 자 등의 우발적인 행동이나 개인의 부주의가 대구지하철 사고와 같은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천재지변으로 산 절개지와 도로, 다리, 집 등이 무너지거나 산업현장의 산재사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 등의 안전사고 요인도 도처에 널려있다. 사고가 난 뒤 원인을 따져보면 거의 대부분 안전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사고가 되풀이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과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안전불감증에 익숙해 있다.관계당국의 안전사고 대처방식 역시 `사고도 나지 않았는데 왜 미리 호들갑이냐`는 식이다. 거의 대부분 사고가 난 뒤에야 재발방지책을 세우고, 사고 발생원인 제공자에 대해 엄중 처벌로 마무리 짓는다. 우리의 일상 생활속에서도 패인 도로를 피하려다 접촉사고가 나거나 돌출된 인도블럭 때문에 팔이나 다리 골절상을 입기도 하는 등 안전사고는 부지불식간에 닥쳐온다.봄철 해빙기가 다가오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 산을 깎아 만든 도로 절개지나 건물 축대 붕괴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다.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점검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지하철 사고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안전불감증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하고, 사회전반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2013-02-19

박근혜 정부 조각 `대탕평`맞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휴일인 17일 새 정부의 각료 후보자 11명을 지명했다. 이로써 지난 주 외교·안보라인 중심의 각료 후보자 6명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 진용이 짜여졌다. 새 정부 출범일을 불과 여드레 앞두고 어렵사리 마무리된 조각(組閣) 결과다. 앞으로 여론과 국회의 검증이 남아있어 이번 인선을 섣불리 평가하기는 어렵다. 해당 부처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상당수 기용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자들도 포함돼 있어 국회 차원의 자질 및 도덕성 검증이 꼼꼼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을 일주일 남짓 남겨놓은 박 당선인은 다급한 처지여서 휴일인 이날 인선에 이해가 가지만 정치적으로는 아쉬움이 크다. 당장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의 유력한 시점으로 꼽혀온 18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11명의 각료를 무더기로 지명해 야당을 자극하지는 않을 까 우려된다. 민주통합당이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 내각 인선 강행”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정부조직법개편안에 대한 여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처럼 법상 `존재`하지도 않은 부처의 장관 후보자부터 지명한 것은 앞뒤가 뒤바뀐 일이다. 결국 박 당선인이 정부조직법개편안의 원안통과를 야당에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야 정당대표를 모두 경험해 본 박 당선인이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아울러 권력의 심장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진의 구성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도 의문을 갖게한다. 각료들의 경우에는 여론검증과 인사청문회의 결과에 따라 낙마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어차피 이명박 정부 각료들과의 일시적 동거는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진용이라도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 내각 지연출범에 대비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인선을 더 이상 뒤로 미뤄서는 안되는 이유다.박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인사철학의 `키워드`로 강조해온 `대탕평 원칙`이 충분하게 구현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직업군으로는 관료, 교수, 연구직에 대한 편향성이 강했고, 정치적으로는 친박, 인수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인수위가 차기 정부로 진입하는 권력의 통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등 6명의 각료후보자를 배출했다.이밖에 인선에서 거슬리는 부분은 바로 지역적 불균형이다. 모두 17명의 각료후보자 가운데 호남출신은 사실상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후보자가 유일하다.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았는데도 여성각료 후보자가 여성가족부와 해양수산부 두 곳에 그친 것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래저래 탈도 많은 새 정부 인선이다.

2013-02-18

포항철강공단 업체, 힘을 내라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빅3`를 비롯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이 올 한해 힘을 내야 한다. 포항경제가 이들 업체의 어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위기를 또다른 기회로 생각하고 분발하자. 빅3사를 비롯, 공단업체 모두가 지난해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이들이 포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이들의 실적여부에 따라 포항경제가 웃고, 울 수밖에 없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무려 33.2%나 줄었다. 현대제철 역시 31.9%나 줄었고, 동국제강은 당기손익조차 적자로 돌아섰다. 이밖에 대다수 업체들이 실적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빅3사 모두 올해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고 힘찬 출발을 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가치경영을 강조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 7조~8조원, 단독기준 4조원 등 12조원을 투자해 세계최고의 철강사로 도약할 비전을 제시했다. 또 7천639억원의 원가절감 목표도 차질없이 진행시킨다. 그리고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견고한 신용등급(Baa1)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형국이다.현대제철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핵심 프로젝트인 당진 3고로 투자를 집중, 올해 안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총 투자금액 3조2천250억원 가운데 2조4천679억원을 투입했고, 오는 9월까지 나머지 7천871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13조4천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직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화합을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력이 생긴다는 것이다.동국제강은 주력 생산품인 후판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 판매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서바이벌(Survival)·스피드(Speed)·시스템(System)` 등 3S 경영방침을 내놓고 불황을 이겨내자며 힘을 불어넣고 있다.포항철강공단에는 빅3사 외에도 세아제강, OCI, 삼원강재, 조선내화, 동부제철, 코스틸, TCC동양 등 대기업들과 포스코건설, 포스코켐텍, 포스코ICT 등 많은 포스코 패밀리사들이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 IMF의 외환위기 때에도 끄떡없이 버티어 낸 저력을 갖고 있다. 공단내 세아제강, 아주베스틸, 넥스틸, 스틸플라워 등 강관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상승이 기대된다. 북미 셰일가스 특수 때문이다. 또 세아특수강, 삼원강재 등 자동차 부품회사들도 호성적이 예상된다.철강공단업체에 거는 포항시민들의 기대감은 크다. 이들 기업들이 이번 글로벌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 낼 것이고, 포항경제를 든든하게 견인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2013-02-18

장애인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취업을 위해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더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장애인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은 아니지만,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사회적응을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정상인과 똑같은 대우나 일자리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맞춤형 일자리도 분명히 많은데 정부나 지자체는 이를 발굴하지 않고 탁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받을 경우 지원금은 20만 원에서 7만3천원이 늘어난 27만3천을 받는다. 그런데 기초생활수급자나 의료수급자는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복지정책인가를 묻고 싶다.현재 50명 이상 사업장은 장애인 2%를 의무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근무형태가 다를 수 있지만 산업현장에서 장애인들이 현장적응을 못 해 중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정상근로자가 이들을 보는 시각,그리고 마지못해 정부 지시를 따르는 사업자들이 노동효율성만 중시하는 사고 때문에 이들이 자괴감에 빠져 퇴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일부 사업자는 장애인들의 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빌미를 달아 고용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분담금을 물고 있는 실정이다.선거 때 마다 등장하는 것이 복지정책이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수준은 선진국을 능가하는 `복지천국`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보편적 복지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은 후진국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나 일선 지자체가 중증장애인들에 대한 생활실태를 구체적으로 전수조사한 적 조차 없다니 정말 유감스럽다.적어도 복지정책이라면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 최우선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13일 경주시는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 발대식을 가졌다. 이 사업은 1년 동안 1억6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주시지회 측이 위탁운영하면서, 취업이 어려운 증중장애인들에게 장애유형별 일자리를 발굴보급해 직업생활 및 사회참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은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 하는 발판 역할이 돼야 한다. 이 사업을 통해 중증장애인들도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성원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업현장에서도 이들이 실제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 복지정책은 바로 그런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믿는다.

2013-02-15

차기정부, 한반도 평화 방안 마련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시작도 해보기 전에 북한 핵실험이라는 도전을 받았다. 박 당선인은 북한에 대해 “도발에는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 박 당선인은 “구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도발은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되,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중장기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앞으로 5년간의 대북정책을 예고해주는 언급이다. 앞으로 북한은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정부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을 배경으로 연평도 포격같은 국지 도발을 다시 감행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실제로 북한은 2009년 핵실험을 한 뒤 다음 해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등의 도발을 자행한 바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첫 반응은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새로운 제재가 포함되는 결의안 마련 논의에 착수키로 했다. 한국은 의장국을 맡고 있는 2월내에 대북 제재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핵확산 차원에서 심각하게 보고 강력히 대처할 것 같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안전과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일본도 역시 안보리 차원의 제재와는 별도로 미국에 대북 금융제재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요청하는 등 더 강한 대북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국제사회가 이번에 취할 조치들은 세계의 핵확산을 막는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북 제재가 실효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실전배치까지 선언하는 상황이 온다면 한반도 비핵화가 완전히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까지도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핵우산을 통한 확장 억지력을 포함해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변함없이 지켜나갈 것”이라며 다시한번 핵우산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만 믿고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책임을 느끼고 실효성있는 대북제재를 다른 나라들과 함께 도출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일단 북한이 더 이상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핵비확산과 함께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는 차기정부의 큰 과제다. 차기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뤄낼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3-02-15

대구 경북 면세점 사업 왜 어렵나

대구와 경북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을 들였던 면세점 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시내 면세점 신규 진입 장벽에다 사업체 선정과정의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등 온갖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12월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경북과 대구를 비롯한 전국 9개 광역자치단체에 면세점 신규허가를 승인했다. 경북은 서희건설이 보문단지내에, 대구는 그랜드관광호텔이 면세점 사업 허가를 승인받았다. 서희건설은 정부의 무리한 사업 참여 조건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일찌감치 사업을 포기했다. 무엇보다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개점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고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였다.대구는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대구백화점이 사업자 선정 절차에서 특혜 소지가 있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관세청의 선정 절차가 7분간의 사업 설명과 2분간의 질의응답이 고작이었다며 관세청의 선정 근거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대백 측은 또 최근 시내면세점 승인을 받은 업체들이 개점 연기를 요청한 것은 업체 선정 기준에 어긋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무효라고 주장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대백이 면세점을 신청한 것은 그동안의 유통경험을 살려 3개월 내에 개점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선정업체들은 유통 경험이 전무하고 주변환경이 좋지 않은 뒷골목에 시내면세점을 개점하면 대구를 찾는 관광객을 오히려 부산에 빼앗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대구와 경북은 중국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을 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로 `명품` 쇼핑을 꼽는다. 면세점은 필수적인 관광기반시설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롯데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수가 600만 명을 넘기며 전년 동기대비 27%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중 중국인이 160만 명으로 전년 대비 9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중국관광객들의 한국 관광이 급증 추세를 반영했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모두 283만 명으로, 지난 2003년 이후 9년 연속 증가추세를 이어갔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7월 일본을 제치고 한국 방문 관광객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관광산업중흥의 최대 고객으로 대구와 경북이 중국 관광객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현재 정부의 면세점 조건으로는 지역 기업체들의 면세점 사업 참여가 사실상 어렵다. 관세청은 선정 업체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14일 정부청사에서 해당업체들을 소집해 각종 애로사항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애로사항 수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3-02-14

새 정부 외교안보팀 북핵 해법 강구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교육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6개 부의 장관 내정자를 발표했다. 교육장관에는 서남수 위덕대 총장이 발탁됐고, 외교장관에는 윤병세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수석, 법무장관에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 국방장관에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안전행정부 장관에 새누리당 유정복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각각 내정됐다. 이번 1차 조각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정부조직법 개정과 무관한 부처를 중심으로 인선이 이뤄졌다. 장관 내정자들의 적격성 여부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겠지만 일단 전문성을 최우선 요소로 고려한 무난한 인선으로 보인다. 이번 1차 조각에서 관심을 끈 대목은 외교안보 라인의 중심축인 외교, 국방장관 내정자가 포함된 점이다. 북한의 3차 핵 실험으로 안보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국방장관 내정자를 서둘러 인선한 것은 시의적절한 결정이다. 윤병세 외교장관 내정자와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는 앞서 뽑은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를 책임지게 됐다.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인 윤 내정자는 외무부 북미1과장, 주미 공사 등을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조정실장, 외교부 차관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 외교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회원으로 참여한 윤 내정자는 대선 과정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통일 추진단장을 맡아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 수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는 육사 출신으로 2사단장, 7군단장, 제1군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군의 핵심요직을 거쳤다. 박 당선인이 한미관계에 정통한 김 내정자를 발탁한 것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김장수-윤병세- 김병관`을 주축으로 하는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박근혜 당선인을 도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 3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안보위기 상황에 능동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오는 25일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전까지 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과 힘을 합쳐 위기상황을 잘 관리해야 한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북한의 3차 핵실험 3시간 만에 회동해 강력한 대북 규탄 메시지를 전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아울러 새 외교안보팀은 앞으로 박근헤 당선인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정책도 재검토해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3-02-14

박 당선인 지지도 하락에 경각심 가져야

취임을 불과 2주일 정도 남겨놓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직무수행 지지도가 50% 밑으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 박 당선인이 대선 당시 얻었던 득표율 51.6%에도 못미치는 지지율이다. 불과 50여일 전인 대선 때와 다른 민심의 현주소라고 해야할 것이다. 원래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지지율이 상승하는 게 보통이다. 이런 통상적인 흐름과는 달리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박 당선인의 지지율 속락은 대선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온 박 당선인의 인사와 인수위원회 활동에 대한 여론의 평가결과로 봐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준비작업이 미덥지 않다는 여론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다만 지지율 반전을 위한 해답 역시 여론조사 결과에 나와 있다. 박 당선인이 자신의 원칙과 스타일만 고집할 게 아니라, 여론조사에서 지적된 인사 난맥상, 대국민 소통부족, 독선적인 면모 등을 개선하려는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상황은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간 잘 할 것”이라는 잠재적 기대치가 71%에 달하는 응답에서 그렇게 믿고있는 국민의 기대를 읽을 수 있다.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당선인 혹은 신임 대통령의 지지율이 중요한 이유는 국정의 주요 현안과 개혁과제, 대선 공약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면 여론의 뒷받침이 없이는 한계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개혁작업이 대체로 지지도가 높았던 임기 초반에 이뤄졌던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 당선인이 설에 다짐한 `낡은 것들과의 작별`, 즉 개혁작업은 민심의 굳건한 뒷받침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박 당선인이 지금부터라도 납득할만한 인사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여론의 지지를 끌어올려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있게 될 각료인선에서 `대탕평 인사`의 실천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당선인이 후보시절부터 내세웠던 대탕평 구상은 아쉽게도 영남출신 총리후보자의 지명으로 상당부분 훼손됐다. 조각과정에서는 전국의 인재를 널리 구해 쓰는 모습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법조인과 군인 출신으로 한정된 인재풀의 범위도 확장해야 `육법당`논란에서 비켜날 수 있다. `써본 사람만 쓴다`는 박 당선인의 인사패턴은 `재활용 인사`, `회전문 인사`로 비판받을 수 있다.정부조직개편 문제도 순조로운 새 정부의 출범을 위해서라면 야당의 지적과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지지율은 대선 후보 시절 때만 중요한 게 아니라 당선인 신분과 대통령 취임 후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2013-02-13

박태준 미래전략연구소 설립을 환영하며

철강왕 청암 박태준 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포항지역에 설립된다. 포스텍은 15일 오후 청암학술정보관에서 장옥자 여사 등 고 박태준 유족, 정준양 포스코 회장, 우병규 청암회 회장, 김용민 포스텍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개소식을 갖는다고 한다.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는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을 설립하는 등의 업적을 거두고, 지난 2011년 12월 타계한 청암 박태준의 사상과 기업정신을 집중 연구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각종 기념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박태준의 삶과 그 역정은 널리 알려져있다.1927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박태준은 일본에서 성장했으며, 와세다대학 기계공학과에 재학중 일제가 패망하자 귀국해 당시 2년제였던 육사에 입학함으로써 박정희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박태준은 1967년 9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포항제철을 창립하라는 `특명`을 받고 `철강한국 건설`의 임무를 맡았다.당시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채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종합 제철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자본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일청구권 자금 전용을 통해 건설자금을 확보한 박태준은 제철소 건설공사를 시작하면서 직원들에게 “이 제철소는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금으로 받은 조상의 혈세로 짓는 것이니 만일 실패하면 바로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투신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포스코 밑바탕에 흐르는 `우향우정신`이었다. 포철은 가동된 지 1년 만에 매출액 1억 달러를 기록하며 빚을 다 갚고 흑자를 기록했다.1992년 10월, 박태준은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가 박정희 무덤 앞에 섰다. “각하! 불초 박태준, 각하의 명을 받은 지 25년 만에 포항제철의 건설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삼가 각하의 영전에 보고 드립니다. 빈곤 타파와 경제부흥을 위해 제철소 건설이 필수라는 각하의 의지에 탄생된 포항제철이 바로 어제 조강 생산 2천100만 톤 체제의 완공을 끝으로 4반세기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25년만의 경과보고였다. 그해 박태준은 세계적 철강상인 `윌리코프상`을 수상하였으며, 이후 `철강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이처럼 철강왕으로서, 포스텍 설립이사장으로서 수많은 성공 일화를 남긴 박태준의 숭고한 정신과 가르침을 연구하는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설립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이 연구소가 포스텍을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정신적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혁신과 창의로 포스코를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키워낸 박태준 정신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3-02-13

정홍원 후보자, 책임총리 가능할까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69)이 지명됐다.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정대를 졸업한 정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 3과장, 부산·광주지검장과 법무연수원원장 등을 지낸 특수부 검찰 출신 법조인이다. 특히 지난해 4.11총선 때는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아 공천개혁을 주도했다.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 전 이사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무엇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이어 또다시 법조인 출신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법치와 원칙을 국정운영 기조로 삼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정 후보자는 또 개혁성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기사건을 비롯한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쪽검사`라는 명성을 쌓아왔고, 대검 감찰부장 재직시에는 `낮술 금지`를 실시하는 등 검찰 내부개혁에 앞장서 왔다. 또한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 재직시에는 엄격한 잣대로 현역의원 대거 물갈이라는 개혁공천을 실천했다.하지만 정 후보자의 지명은 몇 가지 아쉬움과 한계를 드러냈다. 먼저 박 당선인은 쓴 사람을 또다시 쓰는 `박근혜식 용인술`을 이번에도 보여주었다. 정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선인의 의중은 보통사람을 중히 여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지만 박 당선인이 널리 인재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의문스럽다.또한 `영남 대통령-영남 국무총리`구도 역시 국민통합을 원하는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아울러 정 후보자가 4.11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아 개혁공천을 주도했지만 `약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특정정당의 선거과정에 깊숙히 관여한 인사가 총리직을 맡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특히 국민들은 박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약속한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는데 적합한 인물인지 궁금해 한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정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책임총리의 역할에 대해 “대통령을 정확하게 바르게 보필하는게 책임총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4.11총선 과정에서 사심없는 `개혁공천`을 선보인 것처럼 조각과정에서부터 박 당선인을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함으로써 `대독총리`나 `의전총리`가 아니라 `책임총리``직언총리`의 자질을 입증해야 한다. 이것은 박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약속한 책임총리제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2013-02-12

청소년 건강관리 시급하다

우리나라 초중고생 648만여 명 중 소아정신과 전문의나 심리학자 같은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학생이 22만 명이나 된다는 통계가 나와 충격을 주고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초중고생 648만2천4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학생 정서ㆍ행동 특성검사` 결과 우울증 징후나 폭력 성향을 보여 지속적인 상담과 관리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은 16.3%인 105만4천44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2차 검사에서 불안, 우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의 문제가 심해 심층상담 같은 집중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난 `주의군` 학생은 4.5%인 22만3천989명이었고, 1.5%인 9만7천여 명은 자살까지 생각해 본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심지어 어린 초등학생들조차도 `관심군`이 46만6천560명(16.6%), `주의군`이 5만898명(2.4%)이었다.교과부는 2010년과 2011년에는 희망학교만을 대상으로 학생 정서ㆍ행동 특성을 검사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전수검사를 시행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많은 학생이 정신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사회 전반적인 경쟁 분위기 속에서 학업 스트레스, 학교 폭력, 빈곤과 가정붕괴 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2 한국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초중고생이 전체 조사대상자 8천745명 중 23.3%였고, 이 중 14.4%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놀라움을 주었다.학생들이 정신적으로 더 병들기 전에 이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심군`에 속한 학생들의 경우 우울, 폭력 성향이 있지만,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어 학교와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관심을 두고 보살피면 호전될 수 있다. `주의군`에 속한 학생들은 전문가를 찾아가 진단을 받고 바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 학생들은 우선 조처를 해야 한다. 교과부는 `고위험군` 학생들을 위해 학교장, 담임ㆍ상담교사, 정신건강 전문가 등으로 위기 대응팀을 구성ㆍ운영하고 전국 60개 내외의 시범학교를 지정해 교내 상담을 전담하는 정신과 의사인 `학교의사(스쿨닥터)`를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계획들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교내 학생안정통합지원서비스망(Wee센터)은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조손가정이나 결손가정처럼 제대로 자녀를 돌보기가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은 학교가 특별히 주의하여 보살펴야 한다. 학생들을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해주려면 가정과 학교, 사회 전체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3-02-12

인권위의 대통령 불법사찰 근절 권고에 부쳐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게 `권고`조치를 내렸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이런 일이 근절되도록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는 내용이다. 인권위가 지난해 4월부터 직권 조사를 벌인 끝에 9개월여만에 내린 결론이다. 대통령에 대한 권고결정이라는 초유의 조치를 취한 것은 인권위의 강한 의지 표명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은 의혹 제기에서부터 검찰의 수사, 재수사에 이르기까지 무려 2년이나 걸려 사건의 윤곽이 밝혀졌다. 검찰은 2010년 6월 1차 수사에서 총리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을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봉합하려다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장진수 전 지원관이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입막음까지 했다”고 폭로하자 2012년 3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재수사에 착수했고,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했다. 또 진경락 전 지원관실 총괄기획과장을 구속 기소하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불법사찰의 `몸통`이나 윗선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실체를 밝혀내지 못해 `부실·면죄부`수사라는 꼬리를 떼지는 못했다.검찰 재수사에서는 지원관실이 벌인 사찰 사례가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우선 사찰대상자 중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10명, 고위 공직자 8명, 전현직 자치단체장 5명. 재벌그룹 회장, 종교인 등이 망라돼 지원관실이 전방위 사찰을 벌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름이 밝혀진 인사 중에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원순 전 아름다운재단 이사(현 서울시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서경석 목사가 있었다. 이들은 사법부 수장이거나 공직과는 관련이 없는 민간인이었고, 공직지원관실의 사찰을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직무권한을 넘는 일이고, 있어서는 안될 사찰이 이뤄졌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인권위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 그래서인지 인권위 권고를 실질 수용하는 비율은 70%에 불과하다. 민간인 사찰은 이미 불법성이 밝혀진 만큼 인권위의 이번 권고를 놓고 이견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권고는 정당성과 타당성을 확보한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위가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실에도 조치를 권고한 대목은 눈여겨 봐야 한다. `국가기관의 감찰 및 정보수집 행위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조치 할 것`과 `공직기강 확립의 절차적 적법성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고 사찰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지원할 것`이란 게 그 내용이다. 모쪼록 이런 권고가 전폭 수용돼 후속조치가 신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2013-02-08

월성1호기 계속운전, 전문기관 판단에 따라야

경주지역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올해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것이 월성1호기`계속운전`여부다. 대체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쓰리마일, 구 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등의 원전 사고를 통해 원전 가동은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바 있다. 따라서 월성 1호기가`계속운전`이냐,`영구폐쇄`냐 하는 문제를 두고 지역 시민단체와 원전사업자 간에 충돌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월성 1호기는 지난해 11월 20일 설계수명(30년)이 만료됐다. 원전사업자측은 계속운전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보강조치를 한 후 계속운전 여부에 대해 국내외 전문기관이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오는 6월께 나올 예정이다.이런 가운데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이하 감시기구)는 최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경주시 거주자 19세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계속운전에 대한 경주시민의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1.6% (매우 반대 30.8%, 대체로 반대 40.8%)가 계속운전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응답자 358명을 대상으로 반대 이유를 물은 결과 `노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 77.9%, `안전성 조사결과 발표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 14.0%, `정보공개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 3.6%로 각각 나타났다.월성원전도 지난 연말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계속운전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대구·경북지역 성인 8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월성1호기 재가동` 질의에서 `안전대책 강구시 재가동`에 58.2%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성원전 측은 감시기구의 여론조사와 관련, 계속운전 주민의견 설문조사를 월성1호기 계속운전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제공도 없이 진행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대다수 일반 지역주민이 원전 계속운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찬반의견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내놨다.환경연합측은 감시기구의 조사가 시민의 전체적인 여론이라고 주장하면서 차기 정부는 민의를 즉각 수용해 월성1호기 영구폐쇄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하는 등 올 상반기까지 월성1호기와 관련된 논쟁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단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여부도 중요하지만 원전은 기본적으로 `안전성` 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부분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여론`이 아니라 `전문가`의 결론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국내외적으로 원전에 대한 시각이 친(親),반(反)으로 양분돼 있는 마당에 여론조사는 논란만 키울 뿐이어서 신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2013-02-08

日 독도부서 신설에 냉정한 대응 필요

일본정부가 독도와 센카쿠 등 영토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을 총리직속으로 설치했다.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격인 내각관방에 신설한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이라는 이름의 부서다. 지금까지 일본정부는 영토문제 대응을 내각관방, 내각부, 외무성 등의 담당부서에서 각기 해왔다. 외형상으로는 이것을 통합확대해 총리직속의 전담 조직으로 격상시킨 것이지만 독도문제를 겨냥한 조치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일본정부는 조직 신설과 함께 영토문제를 다룰 전문가회의까지 조만간 설치할 모양이다. 이 회의가 설치되면 전문가들이 영유권 논리 등을 개발하면 이를 영토대책실이 구체적인 대응 전략으로 만들어 실행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아베정권의 영토전담 부서 신설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마네현 중심으로 이뤄졌던 일본의 독도문제 대응이 중앙정부 차원으로 격상, 강화될 것이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논리 개발과 국제사회 홍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준비 등도 시간이 갈수록 체계화, 본격화될 것으로 봐야 한다. 아베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시마네현의 지방행사인`다케시마의 날`(2월22일) 기념식을 중앙정부 행사로 격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다 한일관계를 고려해 올해는 정부행사 승격을 일단 유보하고, 독도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단독제소도 연기했다. 아베정권의 이번 영토대책실 설치는 독도 문제에 대해 외교적으로는 유화책을 쓰면서 내부적으로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조치를 다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매진하고 있는 아베정권이 승리를 거머쥔 이후에는 이런 조치들도 노골화될 공산이 크다. 강한 일본의 복원을 외치는 아베 총리가 독도 문제에서 한발짝이라도 물러설 리 만무하다.지금 일본측이 내세우고 있는 독도 영유권 주장 논리는 일본 외무성 연구관이었던 가와카미 겐조(川上健三.1909-1995)에 의해 개발됐다. 일본 외무성에서 독도문제를 전담했던 그가 1966년 펴낸 `다케시마의 역사지리학적 연구`는 지금도 일본학계에서 `독도연구의 바이블`로 통한다. 우리 학계 역시 그가 개발한 일본 영유권 논리의 허구성 등을 입증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 일개 외무성 연구관 한사람의 집요한 연구 때문이었다. 일본정부의 이번 독도 전담조직 신설을 경계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외교통상부는 일본정부의 영토대책실 신설에 대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것으로 시대역행적인 조치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논평을 냈다. 항의 논평 발표로 끝나서 안될 일이다. 우리의 독도 영유권 수호와 대응에 미비점 등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일본의 집요한 독도 야욕에 맞서 냉철하게 대비해야 할 때다.

2013-02-07

지도층 범법행위에 섣부른 동정 안된다

최근 국가보조금 편취,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하민영 포항대 총장에 대한 구명운동이 포항지역 일부 지도층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총장이 교육계에 헌신한 공로를 앞세워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만들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 총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국고보조금과 교비를 편취·횡령하고, 포항, 경주지역 고등학교 3학년 부장교사들에게 학생모집의 대가로 총 2억2천840만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있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으나 검찰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어 위법의 정황은 분명해 보인다.대학 총장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보조금을 빼돌리고 일선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학생 모집 대가를 제공하며 속된 말로 학생장사를 했으니 그 죄가 가볍지 않다. 실정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도적적으로 지탄을 받아 마땅한 데, 지역의 지도층들이 앞장서서 구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우리사회의 도덕적 가치판단 기준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다수 시민들도 대학과 교사가 짜고 학생을 대상으로 장사하듯 해놓고서 어떻게 탄원서를 돌릴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가뜩이나 헌법재판소장과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놓고 시끄러운 상황이다. 실정법에 위반되지는 않지만 지도자로서 도덕성에 대한 지탄이 쏟아져 이미 총리 후보가 자진사퇴했고, 나머지 후보도 청문회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그만큼 엄정해 졌다는 방증이다. 사회전체에`공정한 사회`의 가치가 실현되지 않는 데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기에 지도층의 도덕성이 더욱 강조되는 요즘이다. 하물며 대학은 학문과 지성의 전당으로 정의로운 사회 구현과 엄격한 도덕적 가치를 가르치고 실현해야 하는 곳이 아닌가.포항대학 관계자나 개인적으로 친분있는 인사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법원의 1심 판결도 나기전에 지도층 인사들이 나서서 범법행위를 한 인사에 대해 구명운동을 펼치는 것은 모양새가 나쁘다. 일부 학부모들은 도대체 어떤 인사들이 구명운동에 나섰는 지 명단을 밝히라고 목청을 높이는 상황이다.지난 2007년 개정된 국기에 대한 맹세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담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가 우리가 실현해 나가야 할 핵심가치라는 얘기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서라도 지도층의 범법행위에 섣부른 동정은 안된다. 사회지도층에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요즘, 어설픈 구명운동은 국민의 분노를 자초할 뿐이다.

2013-02-07

인수위와 외교부의 충돌, 국회서 해결해야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를 놓고 대통령인수위원회와 외교통상부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기능을 분리해서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기는 정부조직법 시안을 놓고 당선인측과 정부 부처가 힘겨루기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성환 외교장관이 통상기능 분리를 “헌법을 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이에 맞서 진 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궤변이자 부처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공박하는 모습은 상명하복의 관료사회 문화를 감안할 때 매우 낯선 풍경이다. 외교통상부는 업무특성상 국내 정치권과 각을 세울 일이 거의 없고, 이권을 다퉈온 부처도 아니다. 그런데도 `하극상`내지`항명`으로 비쳐질 수 있는 행동을 하고 나선 이유가 뭘까. 곧 외교부를 떠나는 김성환 장관이 `소영웅 심리`에서 부처이기주의의 총대를 메고 나섰을 것 같지는 않다. 베테랑 외교관의 안목으로 국제정치, 외교환경, 통상추이 등을 두루 고려해서 통상기능을 외교통상부에 존치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싶었을 것으로 이해된다.그러나 김 장관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국가대표권과 조약체결권을 위임받은 각료는 외교장관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조직개편 문제를 헌법의 영역으로까지 끌고간 것은 적절한 대응방법이 아니었다. 가뜩이나`순혈주의`와`배타주의`가 유독 강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외교부가 영역지키기에 나섰다는 인상을 풍길만한 주장이었다. 당장 판사출신인 진 영 부위원장은 조약체결권을 어느 각료에게 위임하느냐는 대통령의 권한인만큼 김 장관의 주장은 월권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박 당선인이 집권 청사진에 맞춰 정부조직개편을 하기 위해 인수위가 외교부 제압을 시도한 형국이다.사실 이 문제는 법리논쟁으로 따질 사안은 아니다. 박 당선인이 집권후 펴 나갈`통치 행위`에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기능을 분리해야 하는 절박하고도 납득할만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된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성안작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다. 박 당선인은 `통상기능 분리`반대론에 대해 “부처간 이기주의·칸막이만 없애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외교부에 통상기능을 그대로 놔두고, 이기주의와 칸막이를 제거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올 법하다. 현상변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쾌한 이유와 배경 제시가 없었기에 나오는 의문이다. 결국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찾는 일은 국회가 맡아야 한다. 심도있는 논의와 토론을 통해 새 정부의 얼개가 제대로 짜여질 수 있도록 국회가 충실한 `감리역`을 수행해야 한다. 견제와 균형은 행정부 내부가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에서 이뤄지는 게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2013-02-06

박근혜 당선인, 경북지역 공약 꼭 지켜주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새누리당 경북지역 국회의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대선에서 약속한 경북지역 7개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은 “우리가 대통령을 당선시켜 놓고 역차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호남의 새만금법도 차질없이 진행되는 만큼 공약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당선인이 신경써 달라”고 한목소리로 당부했고, 박 당선인이 “국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지역의 공약이 시·도별로 7가지이니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고 확답했다는 얘기다. 특히 박 당선인은 경북지역에서 투표율 80%, 득표율 80%의 압도적인 지지를 해 준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은혜를 주어서 감사하다”는 등으로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니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배출하는 데 큰 힘을 보탠 경북지역민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에 박 당선인이 약속한 경북지역 공약은 대선기간에 시·도별로 제시했던 공약이다. 경북지역의 경우 모두 7개 사업으로, △IT 융·복합 신산업벨트(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 △중부내륙 철도 고속·복선철도화 △김천~거제간 남부내륙철도 사업 조기추진 △도청신도시 명품화 조성 △동해안 첨단과학·그린에너지 비즈니스 거점 조성 △동해안 고속도로망(삼척~포항) 동서5축(보령~울진)고속도로 건설 △한반도 역사문화산업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이들 공약사업만 제대로 추진돼도 박근혜 정부아래 경북지역은 그동안 홀대받아왔던 사회간접자본(SOC)부문 투자에서 약진이 기대된다.사실 대통령 선거공약이 액면 그대로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임기 5년동안 공약한 모든 사업을 실현하는 것은 예산사정으로 보나 사업시행에 필요한 현실적인 준비 측면에서 보나 녹록치 않다. 특히 한정된 재원에서 짜는 예산이 무한정 지출이 가능하지 않은 만큼 대선공약을 모두 지킬 방법은 없다고 하는 게 옳을 지 모른다. 그래서 경북지역 7대 공약 가운데 몇개나 실현될 까 의구심을 가진 지역민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경북도청이 지난 달 2일 시무식을 마치자 마자 `대선공약 국책화 추진단` 현판식을 갖고 대선공약을 국책사업으로 이어가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이나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박근혜 당선인과의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7개 지역공약을 대선공약 7대 프로젝트로 건의해 국책사업으로 반드시 선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일게다.그러나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통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실현가능성을 따져 엄선해 공약을 내놨다고 주장해왔고, 지역의원 오찬 간담회에서 다시 공약실천을 약속했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이번만큼은 지역 대선공약이 모두 실현돼 지역균형발전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2013-02-06

북 핵실험 강행때는 대북정책 재검토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당장이라도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완료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북한이 얘기하는 `중요한 결론`이란 핵실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에 플루토늄 대신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폭탄을 개발했다면 핵무기 대량생산과 핵탄두 소형화 시기를 앞당겼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우리 군당국의 분석이다. 우라늄 농축의 경우 대규모 시설이 필요치 않아 어디서 얼마나 농축 작업이 진행되는지 추적·감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북한이 핵폐기를 약속해도 검증할 길이 없어져 비핵화 협상 자체가 무의미하다. 북한은 지난해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기하면서 굳건한 핵 보유 의지를 과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또다시 핵실험을 한다면 그들에게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일이다.북한의 핵실험은 지금까지의 국제적 대북 제재가 별 효과가 없었음을 방증하는 사건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움직임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제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할 경우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중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핵실험 자제를 촉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더 강력한 대북 제재에 합의해야 한다.북한의 핵실험으로 가장 큰 안보상의 위협을 받는 나라는 한국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핵무기 소형화의 마지막 단계일 가능성이 크고, 핵무기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이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견지해온 대북 핵 억제전략은 수정돼야한다.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을 새로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그 대가로 경제적인 지원을 제공한다는 전제를 깔고 대북 정책을 입안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대북 정책을 짜야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의 핵보유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대화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대북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대화를 해도 핵보유를 전제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차기정부는 북한의 핵실험후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대북정책과 군사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에 따른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나 기존의 대북 핵억제전략 등의 수정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

2013-02-05

국회,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합의 지켜야

2월 임시국회가 열렸다. 이번 임시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바로 박근혜 정부의 뼈대를 이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반영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및 관련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해 놓았다. 정부조직 개편 협의와 관련해 주무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와 외교통상통일위, 교육과학기술위를 포함해 8개 상임위가 4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와 별도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6인 협의체`를 가동해 주요 쟁점을 놓고 집중적인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여야 모두 열린 자세로 협의에 임해 원만한 합의에 이르길 바란다.주요 쟁점은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의 폐지 및 통상교섭 기능의 이전, `공룡 부처`라는 지적을 받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업무 조정, `안전행정부` 및 `농림축산부`로의 명칭 변경 등이다. 특히 통상교섭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전하는 `산업형 통상조직` 부활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이에 대해 대통령 당선인은 확고한 추진 의사를 밝혔으나,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조차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업무 분리 및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 여부도 논란거리다. 기능의 변화 없이 이름만 바꿔 세금을 쓰는 문제도 정리가 필요한 사안이다.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 시한은 14일이니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주요 쟁점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큰 점을 감안하면 남은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일정은 김용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의 낙마로 인해 전반적으로 꼬여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취임일을 3주 앞둔 지금까지 박 당선인은 총리는 물론이고 장관 후보자를 단 한 명도 지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여야 간 대립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마저 시한 내에 처리가 되지 않아 새 정부 출범이 파행을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무엇보다 야당인 민주당의 현명한 대처가 요청된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문제점은 철저히 따지되, 끝내 여야 간 절충에 이르지 못한다면 당선인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새 정부는 유권자에게서 대통령으로 선택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책임지고 이끌어갈 정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자칫 도를 넘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도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야당인 민주당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 반영할 것은 반영하는 대통합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2013-02-05

포스코, 세계 최고 자부심 갖자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지난해 실적 성적표가 지난달 29일 발표됐다.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철강경기 침체 속에서도 그나마 괜찮은 성적을 냈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감소한 것이 맘에 걸린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63조6천40억원, 영업이익 3조6천5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7% 줄었고, 영업이익은 33.2% 감소했다. 순익도 2조3천860억원으로 35.8%나 줄었다. 단독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35조6천650억원, 2조7천900억원으로 각각 9.0%, 35.6% 감소했다. 포스코 설립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그렇다고 크게 낙담할 일도 아니다. 비록 지난해 실적이 다소 부진했으나 글로벌 철강사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7.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경쟁사인 아르셀로미탈(3.9%), 바오스틸(2.8%), NSC(합병후 NSSMC)(-0.5%) 보다 4%포인트 이상 더 높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극단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얻어진 결과다.지난해 실적이 발표되자마자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포스코의 신용등급(Baa1)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다소 저조했으나 당장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디스측은 지난해 높은 차입금 비율은 이미 예상했던 수준이며, 현재 등급전망에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이 같은 평가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포스코는 그러나 올해부터 과감한 공격, 혁신, 가치경영으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겠다고 선언했다. 정준양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라면서 “독점적 기술 확보와 혁신경영으로 `가치경영`을 실현하고, 수익성과 성장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올해 투자도 과감히 진행시킨다. 연결기준으로 7조~8조원, 단독기준 4조원을 투입한다. 그리고 7천639억원의 원가절감 목표도 세웠다. 매출 목표는 연결기준 66조원, 단독기준 32조원에 조강생산과 제품판매 목표는 각각 3천700만t, 3천400만t으로 각각 설정했다. 또 계열사 구조재편 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시키고,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와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도 연내에 준공해 글로벌 생산체제를 확고히 다질 계획이다. 고망간강, 트윕강 등 자동차용 고부가가치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 140종의 신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포스코가 생산한 자동차강판은 이미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일본,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속속 공급되고 있지 않은가.이제 남은 문제는 `포스코맨`의 글로벌 마인드와 자부심이다. 지난해 다소 실적이 부진했다고 움츠릴 필요도 없다. 당신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맨파워를 가졌기 때문이다.

2013-02-04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 사퇴 왜 망설이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지 열흘이 넘었다. 인사청문특위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지도 이미 오래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상정은 사실상 물건너갔고 설령 상정된다 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업무경비의 개인적 유용 등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흠결에 대해 이 후보자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이 될 수 있는 길은 막힌 셈이고 본인 스스로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자는 여전히 칩거하며 침묵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자진 사퇴 보도를 부인하며 계속 버티는 모습이다. 물밑에서 정치권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인준 통과를 위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최근엔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낙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버틴다고 될 상황이 아니다. 정치권에 지지를 호소해서 임명 동의를 받아낼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그런데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건 무책임한 일이다. 5부 요인으로 꼽히는 헌법재판소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자신의 거취 문제 때문에 국가 요직인 헌재소장의 공백을 장기화시키는 건 헌법재판관을 지낸 후보자가 할 도리가 아니다. 오래 버틸 수록 헌재 수장으로서의 자격없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누리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박근혜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한 인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지명권자인 이 대통령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나 몰라라`하는 형국이다. 양측 모두 무책임한 태도다. 잘못된 지명임이 분명해졌다면 하루라도 빨리 철회하는게 옳고, 당선인측도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해야 마땅하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책임있는 태도다.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이동흡 후보자의 처신은 검증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물러난 김용준 총리 후보자와 대조를 이룬다. 고위 공직자로서의 흠결이 있는 사람은 알아서 공직을 사양하는 것이 도리이겠지만, 지명 이후 결정적 문제가 불거졌다면 최대한 빨리 자진 사퇴하는게 모두를 위해 좋다. 후보자가 사퇴를 거부한다면 신속히 지명을 철회하는게 다음 순서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 요직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모적인 논란만 키울 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려는 마당에 검증에서 사실상 낙마한 후보자가 어깃장을 놓는 일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된다.

2013-02-04

새 정부 출범, 급할수록 돌아가자

김용준 전 총리후보자의 낙마로 새 정부 출범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까지 불과 25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당장 다른 총리후보자를 물색하는 일부터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각료 인선, 정부조직법개편안의 국회 심의·처리도 하나같이 적잖은 시간을 요하는 과제들이다. 새 정부의 산뜻한 출범을 바라는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 입장에선 `비상 상황`이 돼 버렸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쌍용차 문제로 발목이 잡혀온 임시국회가 2월에 정상 가동되는 점이다.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는 다음달 14일, 총리 인준안 표결은 26일 하겠다는 여야 합의도 이뤄졌다. 그러나 총리 인준안 처리가 새 정부 출범 다음날로 결정돼 내각구성 작업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현 김황식 총리에게 각료제청권을 부탁하지 않는 한 불가피한 흐름이다. 박 당선인은 이런 때일수록 돌다리를 두드리지 않고 건너가려 하거나,`편법`을 동원하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예를 들어, `총리 서리`자격으로 각료제청권을 행사하게 한다든가, 다급한 마음에 총리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하는 일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만약 `제2의 김용준 파동`을 겪게 되면 새 정부는 출범하기도 전에 혼라에 빠질 수 있다.따라서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각료들을 당분간 잔류시키더라도 꼼꼼하게 인선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박근혜 당선인의 인식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가 후보자를 죄인 다루듯이 하고, 신상털기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박 당선인의 우려에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좋은 사람`을 후보자로 내세우면 해결될 일이다. 국회 쪽에 책임을 지워선 안된다. 능력과 도덕성을 두루 겸비한 인물을 고르면 청문회도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임기 5년이 보장된 대통령제 하에서 내각의 진용구축이 조금 지연되는 것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집권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1기의 각료회의를 취임후 90일 만에야 했는데, 그 때까지도 보건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준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번 집권 2기 행정부의 존 케리 신임 국무장관은 대통령 취임식 이후 9일 만인 30일(미국시간) 상원 인준을 받았고, 척 헤이글 국방장관 후보자는 31일 청문회에 임한다. 튼튼한 관료조직만 뒷받침된다면 각료 지명을 서두르기 보다는 철저한 스크린을 통해 낙마의 위험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또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순조로운 국회 처리를 위해서는 집권경험이 있는 민주통합당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 야권의 협조를 받아야 새 정부출범도 순조로울 수 있는 만큼 야권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2013-02-01

신라우물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경주시가 오는 5월3일 `우물을 통해 본 신라인의 일상`이란 대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라 역사 유적이나 유구가 산적한 경주지역에서 신라 우물에 대한 학술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그동안 신라 우물은 타 유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농경이 중심이었던 우리 전통사회에서 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기에 그 기능적 측면이나 역사 및 설화,문화 등에 대한 학술적으로 새롭게 접근하자는 취지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우물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일상의 장소이자 삶의 토대였고, 신라 왕경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구이다. 하지만 신라 왕경지역에서 발견된 200여 기의 고대 우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크게 미흡했다. 우물은 전통사회에서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해주던 역할을 했던 중요 설비다. 또 우물의 성격과 기능은 이런 생활상의 필요라는 실용적인 면을 넘어 신화적·민속적·사회적 기능과 함께 당시 문화를 보여줘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생산되는 곳이다.특히 신라 `건국신화`는 우물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신라 건국시조인 박혁거세의 탄강장소는 나정(井)이라는 우물이었다. 그리고 그의 비(妃)인 알영은 `알영정`이라는 우물가에서 나온 계룡에 의해 출생했다는 설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고려 건국도 우물과 연관이 있는데, 왕건의 할아버지인 작제건과 결혼한 서해 용왕의 딸 용녀는 우물을 통해 서해를 왕래하던 존재였다는 고려사 기록도 있다. 이렇듯 건국신화에서 우물은 건국시조가 탄생하는 장소이거나 혈통을 내세우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인물이 출생하는 신화적 공간이라는 상징성은 반드시 국가가 아니더라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왕위에 등극하는 경우라든가,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가져다줄 민중의 영웅이 변혁을 꿈꾸는 장소로 등장한다.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그동안 사학계에서 쟁점이 됐던 첨성대의 기능에 대해서도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첨성대는 별자리를 관측하는 유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운데 이 유적이 인간세계와 신의 세계를 연결하는 우주목(cosmic tree)의 한 형태인 `우주우물`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따라서 이 학술대회가 고대 우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라는 주요 기능도 있지만, 사학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경우 대회의 성과가 더 크지 않을까 한다.앞으로 경주시와 관계기관은 학술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우물은 국가문화재로 지정하고, 주변을 정비·개발해 관광자원화함으로써 관광객을 유치하는 고급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2013-02-01

포항의 새로운 브랜드 `감사나눔 도시`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헌정회관에서 제1회 감사나눔 페스티벌이 열렸다. 포스코와 포항시가 감사나눔 사례를 발표했고, 포항시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특별 감사패를 받았다. 감사나눔 최고의 실천 사례로 포항시, 포스코ICT, 포스코 포항제철소 등이 선정됐다. 이에 앞서 포항은 지난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3년 대한민국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 `인성교육 우수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초·중·고등학교와 기관단체에서 감사운동을 전개해 청소년 인성교육의 바른 방향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감사나눔 운동은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에서 수천년 전부터 시작됐고, 일부 유명인사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펼쳐졌지만, 기업체와 공공기관이 중심이 돼 범사회적인 정신운동으로 실천한 사례는 처음인 것으로 평가된다.포항의 감사나눔 운동은 2010년 포스코 패밀사인 포스코ICT에서 전개한 `125감사운동`이 시발점이다. 매주 1가지 선행하기, 한달에 좋은 책 2권 읽기, 하루에 5가지 감사를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이 운동은 포스코 전체 패밀리사로 전파됐고, 포항시가 지난해 3월 범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켰다. 포항시의 감사나눔운동은 불과 1년도 안돼 시민들의 호응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고, 포항을 넘어 서울에까지 상륙해 범국민운동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로써 포항은 철강도시, 해병도시, 축구도시에서 `감사도시`란 브랜드를 하나 더 추가했다.감사나눔운동은 주위의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유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감사나눔은 서로 배려하고, 인정을 나누는 국민 정신문화 운동이다. 일상생활에서 늘 `감사`를 말하고, 감사의 내용을 일기나 편지로 계속 기록해 나가다보면 마음속에`불평`이나 `원망`이 사라지고, 배려와 이해심이 생겨나 인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효과를 보고있다는 평가다.오늘의 학생들은 성적지상주의 교육에 내몰려 인성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하나 낳기 세대의 어린이들은 가정에서부터 아이 중심이 돼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이기적일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없고 더욱이 감사할 줄 모른다. 이것이 교육현장의 최대 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감사 나눔 운동이 자라는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고,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 정신운동이 될 수 있다. 포항은 이제 21세기 세계 선진 강국 도약에 필요한 새로운 정신운동을 태동시키고 있다.

2013-01-31

총리후보 낙마는`깜깜이 인사`가 빚은 참사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부동산취득과 관련한 의혹을 받아 온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끝내 낙마했다.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지명을 받은 지 닷새만에 자진 사퇴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쳤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전혀 예상치 못한 김 후보자의 낙마 탓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조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김 후보자의 낙마는 그동안 언론이 우려한 대로 깜깜이 인사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총리 후보자의 낙마사태는 지명 전에 재산과 병역 등 기초적인 검증만 거쳤어도 피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철통보안`을 앞세운 박 당선인의 `깜깜이 인사`가 낳은 참사라고 할 수 밖에 없다.이로써 박 당선인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이제라도 박 당선인은 `불통`인사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인사에 있어서 보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보자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다. 이를 위해선 사적 네트워크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공적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다.후보자를 지명하기에 앞서 여론의 검증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후보자를 2~3 배수로 압축한 뒤, 비공식으로 언론에 알려 스크린 과정을 거친 다음에 최적임자를 고르면 된다. 하루 이틀은 여론재판으로 소란스러울 수 있지만 안전한 길이라는 것은 이미 예전의 사례에 비춰 검증이 돼 있다.그런 과정을 통해 박 당선인이 국민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믿음을 줄 수도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박 당선인의 인사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김 후보자를 포함해 벌써 여러 건이다.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일각에선 총리 후보감을 고를 박 당선인 주변의 인재풀이 너무 협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탕평 차원에서라도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공직자 윤리를 바로 세우는 일도 시급하다. 공직을 맡고자 하는 사람은 젊은 시절부터 자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자리`만 주어지면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자신의 이력이나 경력에 적합한 자리인지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욕심을 내는 인사들이 너무 많다. 총리를 지내고 직급이 낮은 자리가 와도 덥석 받는 사람이 있고, 사법기구의 최고수장인 헌법재판소장을 하고도 총리직을 받아들이고,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현직 헌법재판관이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에 인사검증 동의서를 내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고위 공직자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2013-01-31

지역대학 이미지 망친 포항대 수험생 장사

포항의 사립전문대학인 포항대가 고교 3학년 부장교사들에게 학생 1인당 20만 원의 사례비를 주고 수험생들을 유치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뇌물공여 혐의로 이 대학 하모(70) 총장을 구속 기소하고, 입학처 교수와 직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한 학생들에게 이 대학에 지원하도록 권유하고 그 대가로 대학으로부터 돈을 받은 포항·경주의 고교 교사 48명을 적발했다. 이들 교사 중 1천만 원 이상을 받은 7명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1천만 원 미만을 받은 41명은 경북도교육청에 징계를 통고했다.포항대는 2008년부터 매년 수시·정시모집이 완료되고 나서 학교별로 입학생을 계산해 홍보교수를 통해 교사들에게 사례금을 지급했는데, 액수가 그동안 무려 2억 2천800만 원이나 됐다고 한다. 이 돈은 유흥주점 회식비 등으로 사용되거나 3학년 담임교사들에게 현금으로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심한 경우 포항의 한 교사는 2008년 2월부터 2년 동안 4천780만 원을 사례비로 받았다. 학생 239명을 포항대에 보냈다는 계산이 나온다.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이 급증함에 따라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대학들이 모집 정원을 채우려고 교수들을 인근 고교에 보내 3학년 교사들을 상대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게 하도록 부탁하는 경우는 흔히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접대와 금품수수 사례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조직적으로 금품 거래를 하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고교 교사가 학생 모집 대가로 돈을 받아 사법처리된 것이다.포항대 총장은 또한 재학생 충원율 등 대학지표를 부풀려 전문대 교육역량강화 사업비 5억 6천여만 원을 받아 챙기고, 교비 8억 5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렇게 편취한 국고보조금은 교수와 교직원의 해외여행, 목적이 불분명한 수당 지급, 비자금 조성 등으로 사용됐고, 교비를 횡령해 조성한 비자금은 설립자 가족 생활비 등으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교육 현장에서 대학과 교사들이 공모해 부정적인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엄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교사의 진로지도가 학생들의 장래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볼 때 교사들이 돈을 받고 제자들을 거래의 대상으로 취급했다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앞으로 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부실대학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얘기다. 관련 당국은 부실대학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 시행도 좋지만, 부실대학 정리가 더욱 시급하다. 대학이 부실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2013-01-30

임기말 특사 꼭 강행해야 했나

이명박 대통령이 들끓는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임기말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청와대는 국민통합을 특사의 명분으로 제시했으나, 여론은 청와대의 설명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한 달 정도만 견디고 퇴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처럼 명분 없는 특사를 강행한 이 대통령의 하산길이 편안치 않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이 대통령은 특별사면안을 다룬 국무회의에서 “정부 출범 때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재임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 “이번 사면도 그 원칙에 입각해서 실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말에 동의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임기말 특사 자체가 사면권의 남용이라고 지적해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임기말 특사 관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면권은 남용됐다고 봐야한다.권력형 비리사면은 없을 것이라던 이 대통령의 다짐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특사에 포함되면서 물건너갔다. 두 사람은 권력형 비리의 상징처럼 부각됐던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사면과 관련해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듣기에 민망하고 거북하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됐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야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 5명의 잔형을 면제해 주고, 친박계의 대표적 인물인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를 복권해 준 것이 대통합보다는 `측근 특사`를 희석하기 위한 물타기 시도로 읽혀질 수 밖에 없다.이 대통령은 이번에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MB정부 개국공신`들을 도와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특사를 강행했을 수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그런 생각에서 이번 특사를 강행했다면, 헌법적 권한을 사사로운 신세를 갚는 일에 사용한 것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임 대통령들도 했던 임기말 사면을 놓고 왜 이번에만 유독 문제를 삼느냐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도 이번처럼 노골적인 `제식구 구하기`특사는 아니었다. 새누리당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마저도 반대했다는 사실이 이번 특사의 성격을 무엇보다 극명하게 드러내준다고 본다. 임기 5년의 대통령직을 마치고 물러날 이명박 대통령이 왜 임기말 특사로 비난을 자초하는 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3-01-30

반값 등록금정책, 대학개혁으로 이뤄야

새 학기를 앞두고 지역 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을 내리거나 동결하는 결정을 내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있다. 경북대는 28일 교직원과 학생 대표, 재정전문가, 동문 등으로 구성된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올해 등록금을 0.5%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도 올해 등록금을 0.5% 내리기로 했고, 지난해 5% 인하했던 경일대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다.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값 등록금` 선거 공약에 코드를 맞추려는 게 아니냐는 풀이를 낳고있다.지역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동결 움직임을 환영한다. 대학 등록금은 최근 10년간 매년 5~9% 가량 인상돼 2000년대 들어서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집계한 전국 국공립 및 사립대학 등록금 평균 인상률을 보면 2000년 9.6%나 오르며 최고점을 찍은 뒤 매년 5~6%가량 꾸준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6.9%, 2003년 6.7%, 2004년 5.9%, 2005년 5.1%, 2006년 6.6%, 2008년 6.7%에 이어 2011년에는 5.9% 인상된 것이다. 그나마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주춤해진 것은 2009년부터다. 연 1천만원이 넘는 대학 등록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대학가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빗발쳤기 때문이지만 이미 10년간 50% 이상 등록금이 오른 상황이었다. 결국 `향토장학금`만으로 등록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대학생들이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고, 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빚쟁이가 돼 버렸다. 사회적 이슈가 된 뒤인 2009년에야 등록금 인상률이 0.5%에 그쳤고, 2010년 1.6% 인상에 그쳤다.앞으로가 문제다. 차기 정부도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놨다고 해서 무작정 대학의 목을 졸라 등록금을 낮추려 해서는 안된다.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옳다. 부실대학을 구조조정하고, 대학 입학생수를 줄여 정부에서 등록금을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대학의 질도 올리고, 등록금도 낮출 수 있다.맹목적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도 바꿔야 한다. 부모들이 기를 쓰고 대학을 보내려는 이유는 고졸 출신과 대졸 출신 간 사회적인 대우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고졸과 대졸 취업자들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정책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본다. 더구나 지금은 어렵게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교육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201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