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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시, 마약류 근절 위해 힘 모은다

갈수록 마약사범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사회에서도 마약류 중독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 2023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전국 마약사범수는 2019년 1만6044명에서 2023년 2만7611명으로 최근 5년간 72%가 증가했다. 특히 2023년의 10대 청소년과 20~30대 마약류 사범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023년에는 10대 마약사범이 1477명으로 2022년 481명 대비 세 배 가량 급증했고, 20~30대 마약사범도 1만5051명으로 2022년 대비 42.7%가 늘어나 10대 청소년과 20~30대의 마약중독 현상이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성별로 보면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3년에 8910명으로 2022년 대비 79.4% 증가했으며, 전체 마약류 사범의 32.3%를 차지했다. 대구지역 마약사범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대구 마약사범수는 2019년 575명에서 2023년 1118명으로 94.4% 증가해 지역사회 마약류 중독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구시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는 2일 호텔라온제나에서 마약류 중독 확산에 대비해 검찰청, 경찰청 등 7개 유관기관간 협력 강화를 위해 ‘마약류 중독 예방·치료를 위한 업무협약 및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대구시, 대구시교육청, 대구지방검찰청, 대구경찰청, 대구의료원, 대구시 약사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 등 7개 기관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취약계층 마약류 중독 예방교육, 중독자 조기 발견 및 치료 네트워크 구축, 마약류 중독 예방사업 홍보에 협력하기로 했다. 심포지엄은 ‘마약류 확산방지를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을 주제로 천경수 계명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아 1,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마약류 확산방지를 위한 지역사회 역할’에 대해 김영호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가 기조강연을 했으며, 2부에서는 △마약류 예방 및 치료보호를 위한 정책방향(김흥준 대구광역시 보건의료정책과장) △마약류 사범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 제도(이영호 대구지방검찰청 마약전담검사)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제도(박승현 대동병원 부원장)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 역할 및 계획(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 지부장)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 지부장은 “최근 들어 젊은층의 마약류 사용자 급증이 심각한 상황으로 지역 내에서 마약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들이 함께 모여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정의관 대구광역시 보건복지국장은 “오늘 협약식 및 심포지엄이 지역사회 마약류 중독문제에 대한 유관기관 소통과 협력 강화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마약류 중독에 따른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마약으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사회 구현을 위해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이곤영기자

2024-10-03

작년 낚시 사고 소방 출동 653건에 달해

지난해 낚시 중에 발생한 사고로 소방이 출동한 건수가 6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중 10월에 가장 많은 낚시 관련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나 주의가 요구된다. 3일 소방청 구급활동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낚시 중에 일어난 사고로 소방이 출동한 건수는 총 653건이다.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는 10월로, 총 111건(17%)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9월 101건(15.5%), 8월 75건(11.5%) 등으로 주로 가을철에 많이 발생했다. 주요 사고유형은 ‘낚싯바늘에 다침’이 268건(41%)으로 가장 많았다. 넘어짐(쓰러짐)·미끄러짐 184건(28.1%), 물 빠짐 80건(12.3%), 물림·쏘임 49건(7.5%)이 뒤를 이었다. 다른 사람이 던진 낚싯바늘에 다친 경우도 26건에 달했다. 물림·쏘임의 경우 미역치 등 물고기에 의한 사고가 33건(67.3%)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남에서 가장 많은 104건(15.9%)의 사고가 일어났다. 충남 79건(12.1%), 경기 78건(11.9%), 전남 70건(10.7%)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137명(21%)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36명(20.8%), 40대가 117명(17.9%)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낚시 관련 안전사고로 인한 심정지 발생 건수는 총 43건이었다. 물에 빠짐 26건(60.5%), 갑자기 쓰러짐 11건(25.6%), 떨어짐 5건(11.6%), 일산화탄소 중독 1건(2.3%) 등이었다. 소방청은 안전한 낚시 활동을 위해 △낚시 중 반드시 구명조끼 착용 △허가받은 장소에서 낚시(테트라포드 등에서는 금지) △2명 이상 함께 낚시 활동(부득이한 경우 가족·지인에게 장소 및 돌아올 시간 사전에 알리기) △차량이나 텐트 등을 이용할 경우 일산화탄소 주의 등을 당부했다. /단정민기자

2024-10-03

맨발로 백사장 걷고, 숲 속서 낮잠 자요

경북도와 영덕군이 3일부터 6일까지 영덕 고래불 국민야영장 일원에서 ‘영덕 국제H웰니스페스타 2024’를 개최한다. 이번 페스타는 ‘활기찬 몸과 마음, H웰니스 도시 영덕!’을 슬로건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치유와 활력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완벽한 힐링 여행을 제안한다. 페스타는 크게 웰니스 체험전과 웰니스 라이프 박람회로 구성된다. 웰니스 체험전은 한의학, 인도 아유르베다, 독일 크나이프 등 각국의 전통 의학을 체험할 수 있는 웰니스 의료 체험, 웰니스 푸드·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웰니스 마켓, 한국·인도 합동공연과 인도 민화 초대전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행사들로 다채롭게 준비됐다. 또한, 고래불비치 맨발 걷기, 캠핑, 숲속 낮잠 자기, 이완 명상,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웰니스케어 체험존이 마련돼 일상에 지친 체험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웰니스 라이프 박람회는 국내외 웰니스 기업들의 제품 전시를 통해 건강한 생활 방식을 알리고, 전문가들이 모여 전통 의학 관련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웰니스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철우 지사는 “국내·외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경북형 웰니스 관광 페스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경북도는 해양, 산림, 문화유산 등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웰니스 관광산업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10-03

대구 중등교사 공립 60명·사립 72명 선발

내년도 대구시 중등 교사 공립 임용시험에서 6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일 시교육청 누리집(www.dge.go.kr)을 통해 ‘2025학년도 공·사립 중등학교 교사, 보건·사서·전문상담·영양·특수(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선발 예정 인원은 16과목 60명이다. 원서접수는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 동안 온라인 교직원 채용시스템(edurecruit.go.kr)에서 진행한다. 제1차 시험은 오는 11월 23일, 제2차 시험은 내년 1월 15일과 21일, 22일 등 3일에 걸쳐 실시한다. 제1차 시험 합격자는 오는 12월 26일, 최종합격자는 내년 2월 11일에 각각 발표한다. 또, 사립 임용시험은 해당 학교 법인이 대구시교육청에 위탁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15곳 법인에서 20과목 72명을 선발한다. 응시원서 접수 및 제1차 시험 일정은 공립과 같다. 사립 임용시험 제1차 합격자는 해당 학교 법인 누리집에서 오는 12월 26일 이후 발표 예정이다. 이후 시험 및 최종 합격자 발표는 해당 학교법인별 전형 일정에 따라 진행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임용시험도 대구 공립학교 지원자가 지역 내 사립학교 법인에 동시 지원할 수 있는 ‘공·사립 동시지원제’를 시행한다. 올해 시험에는 구암학원, 대구남산학원, 신명학원 등 7곳 학교법인에 동시지원이 가능하고, 공·사립 동시지원을 희망하는 응시자는 공립 임용시험 인터넷 원서접수 시 동시지원을 신청하면 된다. /심상선기자

2024-10-03

경북 첫 민관 공동투자 ‘포항 용산초’ 개교

경북에서 처음으로 교육 당국과 아파트 건설 시행사가 공동투자해서 만든 초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위치한 용산초등학교의 개교식이 진행됐다. 올해 1학기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학교는 도교육청이 학교용지를 공급하고 A아파트 단지 시행사가 건설해 도교육청에 기부한 시설이다. 당초 오천읍에 들어선 A아파트 시행사는 건설 전에 교육당국에 입주민이 인근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했다. 하지만 도교육청과 포항교육지원청은 ‘인근 학교 학생 수나 시설을 고려할 때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또 포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 당국이 학교를 신설하는 일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상황이었다. 이에 A아파트 시행사는 도교육청과 협의 끝에 학교용지를 공급하고 시행사가 학교용지부담금 대신 학교를 지어 기부하는 기부채납방식의 민관 공동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도교육청은 59억원, 시행사는 223억원을 투자했다. 이렇게 탄생한 포항용산초는 2022년 10월에 착공해 올해 1월에 준공했다. 일반적인 학교 공사에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일이 걸렸다. 이 덕분에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A아파트 주민은 입주 시기와 학교 건립 시기가 달라 불편을 겪던 일도 피할 수 있었다. 용산초의 경우 62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으나 현재 140여명의 학생이 다녀 시설도 여유로운 상황이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4-10-03

“LH, 안내도 될 종부세 400억 과오납”

국민의힘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사진)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19~2024.8.)간 LH 지역본부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LH는 지역본부에 회수 1334억원(573건), 감액 688억원(262건) 등 총 2022억원(835건)의 시정요구를 내렸다. 시정요구는 감사 결과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실이 있어 추징·회수·환급·추급 또는 원상복구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내려진다. 감액은 향후 집행할 사업비 액수를 감액하는 것으로 회수는 이미 집행된 사업비를 환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송, 지자체 협의 등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연평균 400억원 규모의 시정요구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각 지역본부 단위사업들이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으로, 2019~2022년 회수분의 경우 대부분이 해소되었으나 2023년의 경우 조세심판, 지자체 협의 등 세금 문제로 인해 연평균 회수율은 67.7%에 불과했다. 이중 대부분의 금액은 경기남부지역본부가 납부하지 않아도 될 종합부동산세 401억을 과오납하고 돌려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공사가 보유한 임대 또는 분양목적 사업용 토지 및 비축토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제외 대상으로, 이를 직원들이 확인해 종부세를 부과할 경우 정정신고 후 납부하여야 하나 이러한 절차 없이 2019 ~20 22년 종합부동산세를 총 401억 과오납한 것이다. 이를 비롯 농지보전 부담금 과오납분, 주거이전비 초과지급 등 총 529억의 회수요구가 있었으나 조세심판 청구와 지자체 협의 등 절차로 2024년 8월 기준 회수율은 22.3%에 불과했다. 김정재 의원은“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는 등 허술한 사업관리로 매년 수백억원의 환수조치가 이루어지는 LH 지역본부의 방만 운영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앞으로 같은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타 지역본부의 세금납부내역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윤 기자 lsy72km@kbmaeil.com

2024-10-03

봉화서 만난 이몽룡 실존인물 ‘성이성’

춘향이 사수 궐기대회 창극 ‘몽룡전’이 봉화송이축제 특설무대에 오른다. 송이축제와 연계 개최되는 청량문화제에서는 이몽룡의 실존인물인 ‘성이성’을 만날 수 있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춘향가’와 ‘이몽룡과 변학도의 대결 구도’ 퍼포먼스로 검무, 타악, 전통연희, 태권도, 마술 등을 엮은 공연이다. 성춘향과의 로맨스 주인공인 이몽룡의 실존 인물은 성이성이다. 성이성(1595~1664)은 남원 부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남원에 머물면서 같은 또래 기생 춘향과 사랑을 나누었는데 아버지 성안의 발령으로 남원을 떠나면서 춘향과 헤어졌고, 이후 호남 암행어사로 남원을 찾는다.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 ‘춘향전’이다. 당시 성이성은 13세에서 17세까지 아버지를 따라 남원에서 살았다. 춘향전을 쓴 산서 조경남은 성이성이 남원에 있을 때 공부를 가르치던 스승으로 만나게 된다. 성이성은 22살에 생원이 되었고 33세에 식년시 문과에 급제하고 어사화를 받게 된다. 이후 홍문관, 사헌부. 사간원의 요직을 거쳤다. 1637년에 암행어사로 파견돼 호남 지방을 순찰했으며, 1639년, 1647년에도 암행어사로 등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성이성은 남원에 두 차례 방문한다. 1648년 담양 부사로 재직할 때는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관방제림이라는 숲이 조성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다. 성이성은 위민정치, 민본정치, 민생정치를 펼쳤고, 근검, 검소, 청빈한 공직자로 인정받았다.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에는 성이성이 살았던 창녕 성씨 종택 계서당(중요민속자료 제171호)이 있다. 이 고택은 당초 초가집이었는데 이후 후손들이 힘을 합쳐 초가집을 기와집으로 바꾸었다. 근처엔 90도로 기운 특이한 소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수령이 500여 년으로 추정되고,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유년 시절부터 성이성이 좋아했던 소나무로 ‘이몽룡 소나무’라고도 부르고 있으며 남원골을 그리듯 서있다. 성이성은 53세 때 두 번째 호남 암행어사로 남원 광한루를 방문해 소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글을 남겼다. “광한루에 찾아가니 늙은 기생 여진과 늙은 서리 강경남이 마중하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기생들을 모두 내보내고 시중드는 소동, 서리와 함께 눈 내리는 광한루 난간에 앉았다. 흰 눈이 들을 덮으니 대숲이 온통 희도다. 소년 시절을 회상하고는 밤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사색의 계절 가을에 조선시대 로맨스를 찾아 추억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봉화송이축제 기간에는 ‘몽룡전’ 창극 퍼포먼스가 4일 오후 4시와 7시 30분 두 차례 무대에 올려진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3

상대를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

언젠가 영혼을 볼 줄 아는 분의 말을 유튜브를 통해서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화가 나서 분노에 들끓고 있을 때 그의 머리 위 영혼의 그릇에 담긴 붉은 피가 같이 들끓어 결국 그 사람의 영혼으로 쏟아져 내린다고 한다. 우리야 다른 차원을 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니 그 말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화를 내고 분노하면 결국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말에는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세상 일이 내 마음 같지 않고,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어 섭섭한 일들이 숱하게 많다. 하지만 상대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려니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마음에 평화가 오게 된다. 상대를 이해하는 건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라는 말도 되새겨 본다. 상대를 위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하는 것이란 마음으로 가을의 시작에서 시 한 편을 찬찬히 읽어본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이문재 시 ‘오래된 기도’ 살아가면서 행하는 작은 행위들이 모두 기도하는 것이란 말이 참 귀하게 다가온다. 손을 모으고 가지런히 마음을 맑히는 시 한 편을 읽는 것, 그것 또한 하나의 기도이리라. 너무 굉장하게 너무 거창하게 기도하려고 애쓰지 말자. 종교의 여부에도 상관 없이 그저 삶의 순간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시인의 인도대로 물 한 잔을 마셔도 천천히 감사하며 마시고, 공중을 지나는 바람도 부드럽게 만져보며 대자연의 기운과 같이 호흡하고 소통하는 기도로 가득찬 아름다운 가을날이 되기길 소망한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3

사계절이 무너지고 있다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여름이 한 달 길어지고 겨울은 한 달 짧아질 전망이다. 2024년 현재, 기상청에서는 각계 전문가들과 한반도의 계절별 길이 전반에 대한 재설정을 검토하며 여름은 1개월가량 늘리고 가을은 1주, 겨울은 최소 2~3주 줄이는 방안 등으로 조정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하다. 봄은 3~5월, 여름은 6~8월, 가을은 9~11월, 겨울은 12~2월로 3개월 단위로 분류된다. 계절 분류 기준은 여름 시작 일을 ‘일 평균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로 본다. 같은 방식으로 봄은 기온 5도 이상일 때이고, 가을은 20도 미만, 겨울은 5도 미만이다. 이 계절 분류 고안은 이병설 전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명예교수가 1979년 발표 이후 약 45년간 큰 무리 없이 모든 행정과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태양력을 따르는 24절기는 계절에 따른 날씨 변화를 쉽게 체감하기 위해 조선시대 무렵부터 도입되었다. 당시 사용하고 있던 음력은 기후와 차이가 많아 농사를 짓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4절기가 보조적으로 사용된다. 15일 간격으로 구분되는 절기는 양력 2월 4일을 입춘으로 봄이 시작되어 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 여름은 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 가을은 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 겨울은 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 그리고 대한으로 겨울을 매듭짓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주는 심각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3개월 단위로 구분되었던 계절 길이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산업화로 인한 자본시장의 활성화는 인간들의 쓰고 버리는 행동을 부추기고, 그 속에서 과하게 배출된 탄소는 지구의 온도를 필요 이상으로 높인다.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열대 지방의 열대 과일이 열리게 한다. 제주나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던 열대과일이 이제는 충남·경기·강원 지역에서도 재배 가능하다. 충남 천안의 한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바나나는 원산지인 동남아시아처럼 올 여름 높은 기온에 강한 햇볕이 더해 오히려 수확이 앞당겨질 정도이다. 우리지역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에서도 바나나가 익어가고 있다. 지난 9월 23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가을의 네 번째 절기인 추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낮 기온은 20도를 웃돈다. 도시개발 확장으로 열 보존율이 높은 산과 숲이 사라진 자리에 콘크리트 시가지가 넓어지며 기온이 올라가고, 문명의 이기로 에어컨 실외기를 통해 밖으로 쫓겨난 실내의 더운 공기도 기온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장마는 전통적인 장마와 전혀 다른 양상인 스콜과 비슷한 형태로 찾아왔다. 이미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기후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단시간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소나기, 한국형 스콜이 말해주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기온이 떨어지나 싶더니 다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지난여름의 폭염처럼 다가올 겨울의 매서운 한파 소식도 들린다. 독일 역사학자 로만 쾨스터(Roman Köster)는 신간 ‘쓰레기의 세계사’에서 “매일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에펠탑 100여 개의 무게”라고 했다. 자본시장이 바꿔놓은 기후는 결국 인간들이 감당해야 할 숙제이다. 이제는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3

경북도 공공 배달앱 ‘먹깨비’ 2025년부터 지원 중단

경북도가 지난 2021년부터 지원하던 공공배달앱 ‘먹깨비’에 대해 계약이 끝나는 올 연말 까지만 유지하고 2025년부터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지원 중인 ‘먹깨비’의 경우 인구가 많은 시 지역에서의 경쟁력 상실과 외식업체들에게만 지원이 돌아간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경북도는 2025년부터 소상공인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카드수수료 지원 △카드단말기 지원 △소상공인 로콜브랜딩 아이디어 지원 등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경북 기초지자체들도 계약 지속 여부에 따라 ‘먹끼비’ 지원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포항시와 경주시 등 지자체에서도 경북도가 ‘먹깨비’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결정하자 동참할 뜻을 밝혔다. ‘먹깨비’는 소상공인의 경제적부담을 덜어주고자 도입된 공공배달앱으로, 국내 최저 수준의 수수료(1.5~2.0%)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북도로부터 운영비·프로모션비 등 한해 6억 원을 지원받고 있으며, 각 시·군으로부터도 지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군 지역에서는 ‘먹깨비’가 실적 감소 등으로 사업을 철수한 타 지역 공공배달앱과 달리, 매년 매출액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고령자가 밀집한 인구소멸 위기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군 단위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먹깨비’ 유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7월 기준 고령화 비중이 높은 군 지역 ‘먹깨비’ 활성화율은 고령군 90%, 영양군 90%, 의성군 80%, 영덕군 70%, 울진군 60% 순으로 같은 기간 인구가 많은 경산 18.96%, 구미 11.85%, 포항 9.74%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건당 주문량은 인구가 많은 시 지역 높았지만 ‘먹깨비’ 의존도는 군 지역이 월등히 높개 나타난 것이다. 이에 지난 8월 28일 경북도의회에서 황명강 도의원은 “먹깨비 사업 종료를 두고 소상공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공공 배달앱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도민들에게 돌려드린 혜택과 사용자 대부분이 중산층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들의 중개수수료는 모두 10%대에 근접하는 상황에서 수수료 1.5%~2.0%인 ‘먹깨비’에 대한 지원이 중단될 경우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안동에서 요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먹깨비를 통한 배달 요청 건수가 다른 배달앱보다 높지는 않지만 운영자 입장에서 수수료 부담은 월등히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지원 중단보다는 ‘먹깨비’가 대형 배달앱 대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홍보해 사람들의 인식에 ‘배달앱=먹깨비’라는 공식이 인식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10-02

경북기동순찰대, 범죄와 사고로부터 일상 지킴이 역할

경북기동순찰대가 출범 7개월 동안 중요 수배자 450건, 형사범 361건 검거, 기초질서위반행위 3536건 단속 등 실질적 범죄예방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이 같은 성과는 도보 순찰을 통해 주민들로부터 수상한 사람, 위험한 지역 등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듣고 중요범인 검거, 위험지역 개선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최근 경산에서 채팅 어플을 통한 성매매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주민 첩보를 입수, 손님으로 위장하여 접선 장소 확인을 통해 성매매·매수자·알선책까지 다수 검거한 사례가 있으며, 칠곡의 한 중학교 주변에서 불법 마사지업소가 있다는 주민 의견을 듣고, 학교주변 유해업소로 단속하고 교육기관에 통보하여 재영업 가능성까지 차단하는 등 아이들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에도 기여한 바 있다. 또한, 지난 5월 상주에서는 농산물 절도 예방 순찰 중 양귀비 밀경작이 이뤄지는 것 같다는 주민 제보를 듣고, 주택 내 텃밭에서 다량(523주)의 양귀비를 발견·피의자를 검거한 사례가 있다. 이 밖에도 구미에서 순찰 중 “도난 수배 차량이 이동 중이다”는 무전을 받고 지리감을 바탕으로 도주 예상 경로를 파악해 범인을 검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로 경북경찰청은 같은 기간 112출동신고가 6.1%, 5대 범죄가 9% 감소하는 등 경북 도내 치안지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향후 시기별·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테마범죄 예방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등산객이 많이 찾는 가을 단풍철을 맞아 관광지와 행락지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주요 등산로·둘레길 및 관광객이 붐비는 곳에서 범죄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수확철 농산물 절도 예방에도 힘쓸 예정이다. 김철문 청장은 “앞으로도 주민의 의견을 많이 듣고 도민의 관점에서 치안활동을 펼치는 등 도민의 안전하고 평온한 삶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10-02

배달 플랫폼 ‘무료 배달’의 함정 매장가보다 더 비싼 ‘이중가격제’

배달의민족에서 ‘빅맥 세트’를 주문한 A씨(29)는 결제된 금액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A씨가 지불한 금액은 8500원으로 매장 가격인 7200원보다 1300원 더 비쌌기 때문이다. 롯데리아의 ‘리아불고기버거 세트’ 역시 1300원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버거킹의 ‘와퍼 세트’는 1400원 더 비쌌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도 배달주문 시 500원의 요금이 더 붙었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매장가보다 배달가가 비싼 ‘이중 가격제’에 대해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는 높은 배달 비용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배달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로 9.8%, 요기요는 9.7%를 부과한다. 배달 플랫폼들은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면제해 주는 마케팅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그 부담은 업주에게 떠 넘기고 있는 셈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11일, 기존 무료 배달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유료로 전환했다. 이 서비스는 매달 1건의 배달료를 미리 내면 나머지는 무료로 배달받는 서비스다. 매출의 10%에 가까운 중개 수수료에 더해 광고비와 배달비까지 부담하게 된 업주들은 배달 주문이 많을수록 오히려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 배달 플랫폼들은 배달비 부담을 입점업체에 떠넘기고, 입점업체들은 이를 이중 가격제로 소비자에게 떠 넘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자사 앱을 이용해 주문하면 배달료가 면제되지만, 여전히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회사차원에서 배달 앱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자사 앱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가 배달 메뉴 가격과 매장 메뉴 가격이 다른지,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식업체가 이중가격제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21년 배달 주문과 매장 구입의 제품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주문·결제 과정에서 명확하게 알리라고 업체들에 권고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무료 배달이라고 해도 메뉴 가격에 배달비가 숨어있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면서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배달비를 음식값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10-01

강경숙 의원 “전국 초중고 스프링클러 설치율 10%”

전국 초·중·고 10곳 중 9곳이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나타났다. 1일 조국혁신당 강경숙사진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건물 6만 410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6166곳 (10.2%) 에 그쳤다. 소방시설법 개정에 따라 학교는 지난 2005년 이후 4층 이상 전체면적 1000㎡ 이상의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노후 학교는 여전히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초 교육시설법 개정으로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 기숙사와 특수학교에 한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별도 규정이 마련됐지만, 설치율은 아직 절반 정도다. 전국 초·중·고 기숙사 건물 수 1586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866곳 (54.6%)에 불과했다. 전국 특수학교 건물 394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216곳 (54.8%)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시·도별 학교 화재 현황을 보면 전국에서 해마다 180건 정도의 화재가 발생했다.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소재 호텔에서도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학교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강경숙 의원은 “아이들 안전과 직결되는 소방시설 점검 기준을 강화하고, 지방교육재정이 어려운 만큼 스프링클러 설치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선기자

2024-10-01

韓·日, 39년 만에 ‘7광구’ 개발회의 “지속적인 협의”

영일만지역의 석유 천연가스 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유전 탐사를 같이한 대륙붕 ‘7광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39년 만에‘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 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에 따른 제6차 한일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의에서는 본 협정 실시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협의하고 지속해서 쌍방이 긴밀히 의사소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 역시 협정 이행에 관한 사항 등 폭넓게 의논했다고 밝혀 공동 개발에 관한 기본 입장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7광구’는 제주도 남쪽 약 200km 떨어진 일본 열도 서쪽의 제주해분(海盆) 일대의 자원 탐사 구역으로 한일 양국은 1974년 7광구에 대한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했으나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해당 협정은 2028년 6월 종료될 예정이며, 내년 6월 22일부터 한일 중 어느 한 쪽이 공동개발 종료를 사전에 선언할 수 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일본이 협정 종료 시점을 기다려 7광구를 단독 개발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는 협정 체결 당시와 달리 현재 국제법 환경이 일본에 유리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 국제사법재판소는 대륙붕 관할권을 ‘대륙붕과 연결된 영토를 가진 국가’에 속한다고 보았으나 1985년 이후로는 ‘대륙붕에 더 가까운 국가’에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7광구는 거리상 한국 보다 일본과 더 가깝다. 하지만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 종료는 중국의 7광구 개입 가능성을 높힌다는 점에서 일본 입장에서도 일방적으로 공동개발 종료를 결정하기 어렵다. 중국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동중국해에 있는 7광구의 상당 부분이 중국 대륙에서 뻗어나간 중국 측 대륙붕이라는 주장하고, 7광구와 멀지 않은 곳에서 유전을 운영하는 등 동중국해 자원 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고있다. 이 가운데 한일 공동개발협정이 종료돼 한일 대립까지 더해지면 7광구 관할권 다툼은 외교 갈등을 넘어 한중일 3국의 자원 개발 각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발표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체제 종료 대비 방안’보고서에서 “한일 공동개발협정이 중국의 한일공동개발구역(JDZ) 내 탐사·개발을 사실상 억지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해당 구역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라며 “한중일 3국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은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장기적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공동개발협정을 폐기하려는 속내가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 어려운 요인이 많다고 보고 일본을 상대로 ‘공동 협력’필요성을 계속 설득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공동 개발을 종료시켜 독자 개발을 하고자 한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중국 요인까지 더해져 일이 더 복잡해진다”며 “일본이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보고 오히려 한국과의 공동 개발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2024-10-01

국어 만점자 4478명… 변별력 확보 실패한 9월 모평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6월 모의평가 이후 치러진 9월 모의평가는 반대로 역대급으로 쉬웠다. 국어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 이후 가장 낮았고, 수학은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가장 쉽게 출제됐다. 영어는 1등급 비율이 6월 모의평가 1%대에서 이번에 10%대로 껑충 뛰었다. 결과적으로 국어, 수학, 영어 모두 변별력이 없는 쉬운 시험이었던 셈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치른 두차례 모의평가의 난이도가 ‘극과 극’인 만큼, 어느 수준에 맞춰 공부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본수능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난이도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 상위권 변별력 ‘없다’… ‘1개 틀려도’ 의대 어려운 수준 지난 9월 4일 시행된 수능 9월 모의평가는 국어, 영어, 수학이 모두 쉽게 출제돼 상위권에서는 변별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어 만점자는 4478명이었다. 이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 4485명(학부 기준·정원 내 선발)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어서 국어를 다 맞더라도 의대 등 최상위권 변별력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6월 모의평가 152점보다 16점, 2024학년도 수능 148점보다 12점이 낮아졌다. 영어는 1등급 비율이 10.94%로, 6월의 1.47%를 크게 웃돌았다. 1등급 인원만 4만2212명에 달해, 영어 단일 과목으로서는 서울권 주요 대학에서조차 변별력 없는 수준이었다. ◇ 수능은 더 어려워질 듯… “6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공부하는 것이 안전” 수능을 앞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하에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모의평가는 6월과 9월 두차례가 있다. 그런데 올해 두차례 시험이 ‘극과 극’의 난이도를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은 6월과 9월 모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응시생의 학습 준비도를 분석해 출제하되, 개념 중심으로 학생의 이해도를 평가하는 출제 기조를 유지해 공교육 과정에 충실히 임한 학생에게 유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에서는 상위권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렵게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 때문에 9월보다는 6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공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은 9월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어렵게 난이도를 조정하지만, 지난해보다는 쉽게 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채은기자

2024-10-01

봉화 음독사건, 피의자 사망에 ‘공소권 없음’

경북경찰청이 지난 7월 15일 봉화 경로당 회원 4명이 농약류를 음독한 사건과 관련,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봉화 농약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30일 숨진 80대 여성 A씨를 살인미수 혐의자로 특정했으나 지난 7월 30일 A씨가 사망함에 따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사건 당일 피해자 4명은 점심식사 후 경로당으로 이동해 커피를 마신 뒤 심정지, 의식불명 등에 빠졌다. 사흘 뒤 A씨도 농약 중독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다 숨졌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마신 농약 성분을 토대로 수사를 시작, 봉화 농약 음독사건 수사를 위해 수사전담팀을 편성한 경찰은 현장 주변 CCTV·블랙박스 94개소 분석, 약독물, DNA 등 감정물 599점 분석, 경로당 회원 등 관련자 129명 면담·조사, 피의자 범죄심리분석 등을 실시했다. 그 결과 경찰은 피해자 4명과 A씨에게서 검출한 농약 성분이 다르다는 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확인했다. 사고 당일 피해자 4명이 경로당에서 나눠 마신 커피를 담은 음수병과 종이컵에선 에토펙프록스, 터부포스 등 2종의 농약 성분이, A씨에게선 피의자와 같은 농약 성분과 함께 포레이트 등 3종의 농약 성분이 추가로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경찰은 현장 주변 CCTV를 분석해 A씨가 사건 이틀 전인 13일 낮 12시20분에서 26분까지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홀로 출입한 것을 확인, 경찰은 A씨가 경로당에서 나와 주변에서 접촉한 물건을 확인·국과수 감정 결과 해당 사건과 관련된 농약이 검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A씨가 12일 오후 2시쯤 경로당 거실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경로당 회원의 진술을 토대로 해당 커피포트와 싱크대 상판 부분에 대해서도 국과수에서 감정, 사관 관련 농약 검출을 확인했다. 아울러 A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도 마당과 집 주변에 뿌려진 알갱이 모양의 농약을 수거 검사한 결과 음료수병에서 확인된 농약 성분과 표준편차 범위 내 유사한 동위원소비를 구성하는 농약을 확인했다. 함께 수거한 다른 농약 알갱이 성분 중 A씨의 위세척액에서 확인된 농약 성분과 표준편차 범위 내 유사한 동위원소비를 구성하는 농약도 확인했다. 경찰이 경로당 회원 등 관련자 면담·조사를 통해 확보한 진술과 경찰 범죄심리분석요원들의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하면 경로당에서 회원들간 화투 놀이가 상시적으로 있었고, A씨도 참여했었다는 다수 경로당 회원들의 진술, A씨와 경로당 회원 간 이에 따른 갈등과 불화가 있었던 것을 경로당 회원들의 진술로 확인, 이를 범행 동기로 추정했다. 다만 A씨의 사망에 따라 범행동기를 단정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평소 집에 보관하고 있던 농약 알갱이를 물에 희석해 경로당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커피가 담긴 음료수병에 넣었고, 피해자들이 음료수병에 농약이 혼입된 커피를 종이컵에 따라 마시고 농약 중독 증세로 병원에 후송됐다고 인정할만한 증거와 정황들이 있지만, A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이 없어 불송치결정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전담 경찰관과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연계, 피해자·가족들에 대한 건강검진 및 치료비, 심리상담 등을 지원했으며, 경로당 회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경찰은 이번 농약 음독사건 같이 유사사례의 재범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행정당국에 권고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엄정한 수사와 함께 피해 회복,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10-01

바람 가슬가슬하여 걷기엔 더 없이 좋아

월송정으로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하늘은 한없이 멀어지고, 바람은 가슬가슬하여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였다. 각자 음식 한 가지씩 마련해 소나무 숲 정자에 둘러앉았다. 함께 간 지인 중에 가을에 생일인 주인공을 위해 노래도 불러주며 음식과 함께 정을 나누었다. 신라시대의 화랑들이 이곳의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기는 정자였다. 명승을 찾는 시인과 묵객들이 하나같이 탄복한 곳이라고 한다. 정자는 고려시대에 이미 월송사 부근에 창건되었던 것을 조선 중기 연산군 때의 관찰사 박원종이 중건(혹은, 그가 창건하였다고도 함)하였다고 하며, 오랜 세월에 퇴락한 것을 향인들이 다시 중건하였으나 한말에 일본군이 철거해버렸다. 1969년에 재일교포들이 정자를 신축하였으나 옛 모습과 같지 않아서 해체하고 1980년 7월에 현재의 정자(정면 5칸, 측면 3칸, 26평)로 복원하였으며, 현판은 최규하의 휘호로 되어 있다. 관동팔경에 속하는 곳으로 경치가 좋은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관동은 현재의 영동 지방의 특히 이름난 여덟 곳의 경승지를 말한다. 영동팔경이라고도 한다. ‘영동’에서 ‘영’(嶺)은 ‘대관령’을, 동은 동쪽에 있는 지방이라는 의미로 주로 강원도를 말한다. 1962년까지 강원도였던 경상북도 울진군이 포함되기도 한다. 북한의 총석정과 삼일포, 강원도에 자리한 곳은 청간정, 낙산사, 경포대, 죽서루이다. 울진에 망양정과 월송정 두 곳이 있어 경북의 자랑거리다. 주차장에서 월송정에 가려면 월송정 무장애 나눔길을 걸어서 들어가야 당도할 수 있는데, 이 길은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와 같은 보행 약자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산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한 길이다. 줄여서 ‘월송나눔길’이라고 부른다. 데크로드, 보행매트, 황토포장으로 이루어진 600m의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로 솔향을 맡다 보면 중간쯤에서 월송정을 만나게 된다. 월송정 1층에서도 바다가 보이지만 2층 누마루에 올라서 보는 바다 풍경이 더 좋다. 짙은 옥빛 바다에서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돗자리를 가져와 마루에 깔고 누워서 쉬는 나들이객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11월 말까지 보수 중이라 누마루에 오르는 것은 겨울로 미뤄야 했다. 월송나눔길 이정표를 따라 걸었다. 소나무 그늘이라 걷기에 그저 그만이다. 파도 소리가 함께해 발걸음이 더 가볍다. 걷다 보니 갈대밭이 보였다. 평해습지였다.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은 구산해수욕장, 월송정과 더불어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습지를 활용한 생태공원으로 동해안의 훼손되지 않은 해안사구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생태공원이다. 습지와 울창한 송림을 따라 산책로와 벤치가 조성되어 있어 편안하고 즐거운 걷기 여행을 할 수 있다. 해안전망대, 기수역관찰대, 생태관찰대, 조류관찰대, 사구전망대, 광장, 쉼터 등의 시설을 갖춰 맨발로 즐기는 사람들이 우리 곁을 자주 지나쳤다. 습지에서 되돌아 월성정 소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걸었다. 소나무 사이로 울진의 가을 들녘이 누렇게 반짝였다. 동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논에서 거둔 쌀은 특별히 더 찰진 밥맛을 줄 것이다. 오후 한나절을 소나무 숲에서 보낸 우리의 낯빛이 환해졌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이 가을 자주 월송나눔길을 찾아올 것 같다며 함께 간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까운 후포 어시장에 들렀다. 살아서 펄떡이는 물고기를 바로 회를 떠서 먹을 수 있었다. 가을 소풍의 마무리로 안성맞춤 밥상이었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 동해안 파도 소리가 끝까지 따라왔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1

가을이 조금 더 익기 전에 산책 가요

하늘로 길게 치솟은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늘어선 길. 계절이 좋을 땐 꽉 막힌 길이 엄두가 나지 않았고 겨우 맘을 내었을 땐 더운 여름이었다. 그러나 비지땀을 흘리며 숲길을 걷기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날이 식으면 가봐야지 하며 가을만 기다렸다. 올해 가을은 유난히 더뎠고 세찬 비를 앞세우고서야 드디어 찾아왔다. 경주 토박이인 필자에겐 경북천년숲정원은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으로 더 익숙하다. 아마 다른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연구원으로 쓰이던 정원은 2023년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경상북도 지방정원 1호이자 국가정원으로는 5번째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무료다. 3월에서 10월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동절기인 11월에서 2월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운영 종료 시간 최소 30분 전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함께 동행한 아이와 입구에 서서 안내표지판을 먼저 읽어보았다. 쉬엄쉬엄 코스 40분, 정원 꿰뚫기 3시간. 친절하게 코스 안내가 되어있다. 유심히 읽어보던 아이는 그 둘 중 어느 쪽도 택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다녔다. 숲을 즐기기에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아직 설익은 낙엽과 지난밤 내린 비로 길이 제법 미끄럽다. 핫스팟으로 유명한 곳은 인생사진을 남기기 위한 방문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산책하는 중간 중간 비로 인해 미끄러워 위험하니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주의 방송이 들려왔지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정원엔 많은 갈림길이 있었고 아이는 매번 고민에 빠졌다. 종보존원을 지나 수변정원에 이르자 커다란 수양버드나무가 보였다. 어릴 땐 꽤 흔했던 나무였는데 내 삶의 터전이 바뀌어 보이지 않는 건지 수양버드나무 자생지가 줄어든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랜만에 덩치 큰 자태를 보자니 반가웠다. 반바퀴를 돌 무렵 무궁화가 하얗게 피어있다. 더도 덜도 말고 교실마다 걸려있던 액자 속 그 모습인데 흰 꽃잎이 빛이라도 품은 듯 유독 환해 보인다. 무궁화 꽃 뒤로 단풍나무엔 조금 이른 단풍 몇 개가 찾아들었다. 몇 안 되는 단풍잎이 이렇게 반가울 일이었나 싶다. 조금 더 걷자 표지판에 징검다리가 적혀있다.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꽤 걸어가도 징검다리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입구에 거의 다다를 쯤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거울 숲. 그곳을 그리 불렀다. 맞은편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건너기 시작했다. 가운데쯤 이르자 데칼코마니처럼 양쪽으로 대칭된 나무들이 물 위에 비쳐보였다. 수초가 조금 적었더라면 더 맑은 거울을 볼 수 있었겠단 아쉬움이 남았지만 나무 사이 자리 잡은 구름까지 더해져 충분히 멋진 광경이었다. 가볍게 걸었음에도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기온이 내려갔다고는 하나 너무 이른 긴 옷에 더위가 느껴졌다. 가을이 조금 더 익은 날 다시 찾기를 기약하며 산책을 마쳤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1

요즘 유행은 다 여기에?… 일상으로 스며드는 편의점

편의점이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채소, 계란 등의 소포장 식재료와 반찬, 가성비 좋은 도시락, 주류 상품, 금융, 택배, 이제는 의류와 화장품, 소형 전자 제품, 명절 도시락이나 고급 명절 선물 세트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집 앞에 있는 편의점을 매일 들르는 게 일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가지 못한 대구에 사는 김 모(38)씨는 “일 때문에 고향에 가지 못했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명절 음식 생각이 간절한데 그럴 때는 편의점 추석 명절 도시락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명절 도시락을 이용해 보니 편하기도 하고 혼자서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가까이 골목에 점포를 두고 있는 편의점은 말 그대로 단순한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고객의 편의를 위한 24시간 잡화점이다. 편의점은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장에 있어서는 올해 상반기 산업자원부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별 매출 비중에 따르면 편의점(16.6%)은 대형마트(13.3%)의 매출을 넘어섰고 백화점(17.6%)과도 격차가 좁아서 머지않아 따라잡을 기세다. 이 수치는 백화점과는 다르게 편의점이 현재 600곳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편의점 트렌드를 살펴보면 MZ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하고 독특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쌀국수 같은 글로벌 제품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고금리와 고물가 시대에 손이 가는 초저가와 초대형 상품을 시의적절하게 내보이면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득템’이나 ‘2천 원의 행복’ 시리즈, 대용량의 ‘점보 라면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인플루언서들의 후기 영상 콘텐츠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편의점을 통한 홈술 문화도 확대되었고 일명 어른 과자로 불리는 먹태깡이나 노가리 칩 등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다. 상품 판매와 생활의 편의를 함께하고 있는 편의점은 동네 주민들이 카페에 가기 애매한 시간대에 저렴하면서도 상품 종류가 많은 편의점을 찾기도 하고, 외출 시나 여행 갈 때도 갑작스레 티셔츠, 속옷, 스타킹, 양말 등이 필요한 순간 반가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편의점은 반값 택배로도 인기를 끌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집 주소를 공개할 필요도 없으며 소용량 택배 위주라 중고 거래에도 적합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는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수면양말과 같은 방한용품이 잘 갖춰져 있고 붕어빵과 이제는 길거리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군고구마, 호빵 등을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하나 시민의 안전에도 동행하고 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은 ‘안심지킴이집’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데 여성과 아동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이들의 긴급 대피와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제 밤에 뭔가 사야 할 것이 있을 때는 자연스레 가깝고 항상 열려 있는 편의점을 이용하게 된다. 먹거리뿐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편의점의 변신이 궁금하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