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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물 우리 손으로 찾아요”

경북과학대 전통문화체험학교전국 최초 문화재 발굴 체험 【칠곡】 “땅속에 묻힌 오래된 유물 우리가 찾았어요” 칠곡군 석적초등학교 이민규(5년) 어린이와 같은 반 친구들이 지난 4일 경북과학대학 전통문화체험학교에서 땅속에 묻힌 유물 발굴과 체험활동에 흠뻑 빠져들었다.경북과학대학 부설 전통문화체험학교는 문화관광부에서 시행하는 `문화학교운영사업기관`으로 선정,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 최초로 문화재 발굴체험행사를 시범운영한다.전국 300여 개 박물관, 미술관 중에서 전통문화 체험 우수기관으로 지난달 8일 선정된 경북과학대학 전통문화체험학교는 매장문화재발굴 전문기관인 (재)한빛문화재연구원과 공동으로 `과거로의 여행, 우리는 고고학자다!`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이번 프로그램은 주 5일제 수업 및 초중등학교의 창의성 교육을 목적으로 칠곡교육지원청과 협력해 칠곡군 관내 초등학교(석적초등학교, 관호초등학교, 숭산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전통문화체험학교 관장인 이영진 교수는 “학교수업시간에 접하기 어려운 문화유적 발굴의 전 과정과 유물의 복원, 유물의 문화적(역사) 해석을 애니메이션과, 모의 유적발굴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함으로써 여가활동 및 창의성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며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2012년부터는 대상지역과 학교를 더욱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김용호기자 kim112@kbmaeil.com

2011-11-07

동지가 오면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나라 풍습에 동짓날을 작은 설이라 한다. 24절기의 하나로 양력으로 12월22~23일 경으로 북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풍습에 따라 동지 팥죽을 쑤고 찹쌀로 빚은 새알을 자기 나이대로 먹으면서 나이 한 살을 더 키운다. 그리고 미신 같은 것이지만 팥죽을 대문이나 문설주, 그리고 곡간으로 뿌리면서 악운을 쫓는다는 전통문화도 있다. 동짓날 쯤 되면 연말에 세모라 마음도 행동도 바쁘다. 송구영신이라 하여 마음도 설레이지만 송년회니 망년회니 하면서 모임도 많고 기분도 들떠 있다. 묵은 해의 반성도 그리고 아쉬움도 뒤로 한 채 성급하게 새해를 맞는 마음의 정서도 착잡하다. 한시에 소개된 글 가운데 “무릎을 깍지끼고 등불 앞에 앉으면/그림자만 외롭구나. 오늘은 동짓날 밤/ 집에선 내 얘기하며 모여 앉아 새우리. 어느 낙향자가 동지를 그리며 읊은 노래다. 오늘날 동지는 옛 풍습에서 오는 즐거움 보다 묵은 해를 보내면서 마음 속에 착잡한 잡념들을 떨치고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 기간으로 여기고 있다. 고향에 대한 안부도 전하고 객지에서 겪는 설움을 위로하고 싶어한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고향이요,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효도하지 못한 것도 서러워하고 후회하는 시기이다. 어버이날 이상으로 부모님 생각이 간절한 달이다. 해마다 보내주신 김장김치 한 통을 받고 울분에 못이겨 눈물짓는 날이요 부질없는 세월을 한탄하며 덧없이 보낸 나이가 원망스럽다. 자식 노릇도 부모 노릇도 못한 한스러움이 더욱 뉘우쳐지는 날이다. 수절을 목숨으로 삼던 시절-사별 앞에 흐느끼는 할멈의 가슴에도 동짓날 긴긴 밤이 뜬 눈으로 하얗게 새는 날이 동지이다. 이번 추위 지나면 소한이 오고 그 고비 넘기면 대한이라. 손가락으로 절기를 꼽아가며 또 구정을 기다리며 세월은 빠르다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1-11-07

은유로 세상에 눈뜨다

김현욱시인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소재로 한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시란 은유(메타포)”라고 말하는 네루다에게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묻는다. “선생님은 온 세상이 즉 바람, 바다, 나무, 산, 불, 동물, 집, 사막, 비…. 기타 등등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네루다는 한참 생각한 끝에 “내일 내 생각을 얘기해 주지”라며 여운을 남긴다.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었던 마리오는 위대한 시인 네루다를 만나면서 세상과 시(詩)에 눈뜨게 된다. 마리오의 의식을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린 것은 바로 은유(메타포)였다. 은유를 알아가면서 마리오는 다시 태어나게 되고 자아와 세상을 보다 넓고 깊게 깨닫게 된다. 네루다가 “이 섬의 아름다움을 한마디로 말해보라”고 했을 때 마리오는 망설임 없이 “베아트리체 루소!”라고 대답한다. 영화 `일 포스티노`전편에 걸쳐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은유의 한 장면이다. 베아트리체는 마리오가 “계속 아프고 싶었던”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이렇듯 은유는 삶의 차원을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인생의 방향까지 바꾸는 마법이다.지금 그 마법에 걸린 아내가 내 곁에 있다. 아내의 뱃속에 은유가 잉태한 것이다. 지난주 검진 때 의사가 말했다. 이제 곧 맞을 준비를 하라고. 올 초 초음파 사진에 찍힌 한 점 은유를 만났다. 저렇게 작은 점 하나에 깃든 생명이라니! 아내의 배는 점점 불러왔고 은유는 자꾸 세상으로 신호를 보내왔다. 우주 어딘가에서 이곳 지구까지 아내의 배를 타고 고단한 항해를 해 온 은유를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설레고 떨린다. 마리오가 은유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다시 발견했듯이 우리 부부는 은유를 통해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딸의 이름을 `은유`로 정한 것은 내가 시인이라서가 아니다. 앞서 마리오가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은유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라고 네루다에게 물었지만 사실 그것은 물음이 아니라 믿음이다. 아름답고 벅찬 인간의 믿음이다. 이 우주가, 이 세상이 거대하고도 정교한 은유로 이뤄졌다고 나는 믿는다. `A는 B다`라는 은유의 위대함은 동일성의 발견에 있다. 이질적인 것의 동일화(화해)가 이뤄질 수 있는 유일한 시공간이 바로 은유이다.소월의 시 중에 `부모`란 시가 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부모 마음은 부모가 돼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불효자라서 그런지 딸 `은유`를 맞을 준비를 하면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된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던` 은혜와 이제 곧 세상에 나올 `핏덩어리`의 은유를 통해 다시금 세상에 눈뜰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시란 은유다”라고 마리오에게 말했지만 어쩌면 “인생의 모든 것이 은유”가 아닐까 자문해보는 가을밤이다. 옆에 앉은 아내의 배가 굴룩굴룩한다. 나도 저렇게 굴룩굴룩 은유의 시를 썼었다. 초겨울의 산야에서 병실을, 사거리 한 귀퉁이에 쳐놓은 천막(농성장)에서 이글루를,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호에서 30대 중반의 나 자신을.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교사는 아내가 있어야 하며, 랍비는 결혼한 사람이어야 한다” 교회나 성당에서는 이를 주로 성(性)의 관점에서 보지만 속내는 `자녀`일 것이다. 가정을 이루고 `자녀`의 잉태와 출산, 양육을 통해 비로소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여기 한 이름없는 시인이 `위대한 은유`를 맞으려 한다. 이 가을 당신이 만날 `은유`는 어디에 있는가? 어떻게 만날 것인가?

2011-11-04

용서

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미국 프로 야구 축제장에서 오심 판결이 일어났다. 백악관마저도 판결의 번복을 권했지만 위원회는 `오심도 판결의 한 부분`이라고 하면서 받아 들이지 않았다. 심판이 판정을 잘못하여 퍼펙트게임을 놓쳤다고 한다. 그러나 심판 개인은 잘못을 인정하고서, 투수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투수는 울면서 그것을 받아 드렸다고 한다. 미안함을 표시하고 그것을 받아 주는 용기가 감동적이다. 이럴 때의 용기가 진정한 용기다. 일반 사람들도 잘 알고 있는 성경의 `탕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신의 사랑을 설명해 보자. 차남인 그는 아버지에게 강요하여 재산을 분배 받아 멀리 떠난다. 호화생활을 하다가 전 재산을 잃어 버렸다. 목축업을 하는 집에 소·돼지를 먹이면서 겨우 밥을 얻어먹게 된다. 어느 날 조용한 밤에 별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다가, 심한 꾸중을 들을 각오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한다.오매불망 자식을 걱정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동네 입구에 돌아오는 차남을 보고는 급히 달려나가 껴안고서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며칠 후 동네 사람들에게 살아서 돌아온 아들을 위해 잔치를 벌린다.장남은 매일 아버지를 도와서 묵묵히 열심히 일했는데도 잔치를 해 주지 않자 아버지에게 “왜 나를 위해서는 잔치를 베풀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현한다. 그때 아버지는 “차남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니까 잔치를 한다”고 대답했다. 착실한 장남보다도 걱정 뭉치인 차남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인간의`부모의 자식 사랑`은 `신의 사랑`과 동일하다.인간사회적인 입장에서는 장남의 말이 맞다. 그러나 자식을 키워보면 잘 된 자식에게는 걱정을 적게 하지만, 여러 가지로 모자라는 자식에게는 계속 많은 걱정과 관심(사랑)이 간다.용서는 영혼의 양심이다. 진리에 빚을 진 사람이 그 빚을 갚으려는 거룩한 행위다. `용서 못해!`는 남을 용서하지 않는 만큼 자기도 잘못하면 절대 용서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용서의 혜택은 용서하는 자기 스스로가 제일 많은 이득을 받는다. 종교 입장에서 자기는 용서 받지 못할 존재(죄인)이면서도 상대를 용서를 한다면, 그 행위는 그가 죄인 한 사람을 석방시켜 주는 것과 같은 정도로 선행을 한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는 것은 안 된다.삶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용서를 주고 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 `바르게 산다`는 것은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기준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서, 최선의 삶은 아니다.용서는 신의 사랑과 연결됨으로 신의 영역이다. 용서는 신과 나 사이의 단어다. 절대자에게 나의 마음을 아뢰는 것이다. 용서는 사랑의 극대화 상태로서 조건이 없다.그가 나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용서한다`는 것은 좋지 않다. 잘못을 저지른 자도, 자기가 정말로 용서받아야 할 정도로 나쁘다고 느끼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는 오히려 `어느 정도`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상대편에게도 잘못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일방적인 잘잘못은 거의 없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잘잘못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당사자에게 직접 용서를 받지 않고 불우 이웃 돕기 등 다른 서비스를 열심히 해 간접적으로 용서를 받을 수는 없다. 이것은 부차적인 방법이다. 영화 `밀양`에서는 유괴 희생된 아들의 어머니가 유괴범을 용서하기위해 그를 만났을 때 부모로부터 용서받기 이전에 벌써 기독교를 믿고서 하나님으로부터 용서와 구원 받았다고 말하는 것에 어머니는 미칠 정도로 실성하게 변해 버렸다. 어머니가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먼저 용서해 버렸다니…. 용서는 직접 당사자로부터 받아야 한다.어떤 일에서 용서받았다고 하여 그 때부터 그 일이 그가 잘한 것으로는 변하지는 않는다. 신으로 부터 면죄 받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용서한다고 꼭히 친구같이 지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친구 되기 싫은 경우가 아주 많다.용서의 제일 좋은 방법은 분노(앙심)를 포기하는 것인데 이것은 어렵다. 용서란 나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과거라는 틀에 갇힌 나를 해방하는 행위다. 즉 용서는 과거의 것에 대한 것이고 화해는 지금부터 미래를 향한 진행형이다.

2011-11-04

좋은 아버지 될 수 있을까요?

칠곡군 아름다운 모임 행사 【칠곡】 칠곡군은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칠곡군 운동본부와 한 자녀 더 갖기 운동연합 칠곡지부와 연계해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예향 어린이집에서 `좋은 아버지들의 아름다운 모임` 행사를 열었다. 사진이 행사는 가족의 중요성과 아버지의 역할 의식전환 기회제공으로 가족사랑 실천기반을 조성하고,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 사회환경을 조성하고자 마련됐다.아이낳기 좋은 세상 칠곡군 운동본부 관계자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우리의 가족이다.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자기 자신도 가족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아버지가 돼야 하기에 참된 아버지가 되는 법들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모임에 참가한 한 아버지는 “돌이켜보면, 우리는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자, 혹은 직장을 얻고자, 심지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라도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한다. 하지만, 정작 남성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 아버지의 역할을 잘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려 하지 않았고 제대로 사회적 여건도 없었다”고 반성했다.그는 이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나의 아내, 그리고 나의 아이들, 앞으로 어떻게 대화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지켜야 할지를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백선기 군수는 “아이 낳기 좋은 칠곡 만들기를 구현하도록 출산장려금 지원확대 등 현실적이고 다양한 출산지원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김용호기자 kim112@kbmaeil.com

2011-11-04

연꽃길을 걸으며

연꽃은 전설의 꽃이다. 수련과(科)에 속하는 다년생 수초로 그의 고향은 아시아의 동남부 인도와 북호주로 연화는 흐르는 물이 아닌 물이 질퍽하게 고여있는 늪이나 습지에서 자라며 연못이나 논밭에서 재배하기도 한다. 근경(根莖·뿌리와 줄기)은 굵고 옆으로 뻗어나가며 마디가 많고 가을철에는 특히 끝부분이 굵어지며 잎은 물에 젖지 않는다. 연뿌리는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로터스(Lotus)라 불리우는 연화는 고대민속에서 여성을 상징하며 생산과 힘, 그리고 생명의 창조를 나타내고 나아가서 풍요 행운 번영 장수 건강, 그리고 명예의 심볼이다. 꽃에는 사랑스러운 것이 많다. 중국 진나라 도연명은 국화를 사랑했고 당나라 백성들은 모란을 좋아했다.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다. 그러나 어떤 현인(賢人)은 연꽃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 까닭은 연꽃은 더러운 진흙 속에서 나서 아름다운 꽃이 피기 때문에 더러움에서도 물들지 아니하고 의지를 고치지 않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속은 비어서 사심(私心)이 없고 가지가 뻗지 않아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윽한 향기가 멀리까지 퍼져 더욱 청정하고 그의 높은 자세를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 연꽃을 몇 사람이나 사랑할는지 모를 일이다. 연꽃은 순백과 담홍색으로 피는 꽃이다. 연꽃을 부용(芙蓉)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연화와 인연이 있는 전설과 일화가 적지 않다. 고전 심청전에 보면 용왕이 심청을 한송이 연화에 담아서 인간으로 내보냈다는 로맨틱한 전설도 있거니와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 미희(美姬)에게 연화 한 떨기를 꺾어 주며 석별의 정을 표시한 일화는 미희가 충천왕에게 올린 연서와 더불어 유명한 얘기가 되고 있다. 사모와 수절의 꽃으로 안압지 주변의 연밭은 연일 연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1-11-04

아침밥 한 그릇, 그 의미를 되새기며

한국인은 밥 심으로 산다. 밥이 보약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만큼 밥이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은 26년 연속감소 추세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03년에 비해 무려 10.4kg(12%)이나 감소한 72.8kg이다. 이처럼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1인 가구 증가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라면, 빵, 국수 등 간편식의 소비가 늘기 때문이다.쌀 한 가마니 80㎏ 가격이 요즘 18만원 정도이므로 4인 가정의 경우 연간 쌀을 사는데 드는 비용은 약 66만원 정도다. 하루에 1인당 450원 정도 소요된다는 얘기다. 이는 시중에 판매하는 웬만한 라면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500㎖ 생수 한 병이 약 500원 정도고, 휘발유 가격이 2천원인 정도를 고려하면 쌀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곡인 쌀 가격 안정과 소비촉진을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쌀을 주원료로 하는 쌀국수, 쌀막걸리, 떡, 쌀 빵 등 가공식품을 개발해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정책에도 간편식에 길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아쉬운 현실이다. 쌀 중심의 식생활에 대한 대국민적 관심과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아침밥을 챙겨 먹는 운동`에 다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양반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는 말이 있다.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두뇌 회전에 필요한 당질을 공급해 창의력, 기억력 등을 향상시켜 준다. 이외에도 쌀은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 IP6 등이 포함돼 있어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변비, 대장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아침식사와 평균수명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외국 연구를 보면 매일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보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찍 사망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과 하지 않는 사람들의 활동력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이 집중력이 떨어지고 신경질적이며 문제해결 능력이 감소한다고 한다.또한, 아침밥을 거르면 피로가 커진다. 우리의 신체는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아침이면 절반 이상의 포도당을 소모한 상태가 된다. 이때 아침밥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신진대사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는 지방을 분해해서 얻으려고 하고, 이때 젖산을 비롯한 피로 물질이 체내에 쌓이게 된다.결국,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그만큼 피로가 커지고 정신과 신체의 활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바쁘거나 귀찮다고 이유로 아침을 거르지 말고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아침밥은 챙겨 먹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한 끼의 식사가 한잔의 커피보다도 싼 현실 속에 우리 쌀의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면 농민은 쌀 농사를 포기하게 될 것이고, 이는 벼재배 면적 감소로 이어져 미래의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수확의 계절을 맞아 주곡인 쌀 소비촉진에 우리 모두 적극적인 참여와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11-11-03

나, 잡지를 만들어 볼 생각이오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김해경 씨, 나 한 번 잡지를 만들어볼 생각이오. 이름이 `문학의 오늘`이라오. 내가 지은 게 아니라 맘엔 덜 드오. 돈이 있느냐구? 당신도 돈타령이오? 당신은 돈 있어서`시와 소설`을 냈소? 그래서 폐병에 걸린 채로 일본까지 건너가 뭘 그렇게 애써 찾다 죽었소? 그렇기는 하오. 주제넘은 짓이오. 내가 아무래도 말 많은 바본가 보오. 젊은 날이 억울하게 느껴지나 보오. 뭐 그리 슬픔이 많은 척 하느냐구? 그렇소. 나는 불행의 인자보다 불행의 포즈가 더 큰 위선자요. 그래도 한 번 말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은 걸 어쩌오?어제는 어플리케이션을 디자인하는 사람을 만났소. 이제 출판사에 앉아서 원고지 교정 보던 당신의 시대는 어림도 없소. 이 한국에서도 우주선 실험을 하고, 바다 건너에선 원자력 발전소가 망가지고, 리비아라는 나라가 있어서 카다피라는 독재자가 끝장이 났다오. 북쪽에선 김정일이라는 자가 있어 그 나라에 나가 있던 인민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구려.그럴게요.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을 게요. 당신이 스물일곱 나이로 요절을 할 땐 세상에 없던 일들이니 말요. 신기하지 않소. 당신이 그렇게 떠난 뒤에도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이.어이, 김해경 이상 씨. 어플리케이션이 뭔지 아오? 스마트폰이 뭔지 아오? 아이패드가 뭔지 아오? 실은 돈만 있으면 그런 데다 탑재하는 잡지를 만들고 싶소. 안타깝게도 돈이 없소. 사업을 해 본 것도 없소. 당신처럼 다방을 하다 망가진 적도 없소. 그래도 난 당신보단 돈이 많소. 빚보다는 재산이 아주 더 많소. 그래도 문학잡지를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에 올릴 힘은 없는가 보오. 그래서 종이 잡지라도 만들 궁리를 했소. 당신이 한 번 읽어봐 주시구려. 돈도 생기기 전에, 원고도 들어오기 전에 창간사부터 썼다오. 이하는 그 요점이라오. 정색을 하고 썼다오.첫째, 우리 책은 뉴스와 정보를 창조하는 잡지가 돼야겠다. 남의 소식을 받아쓰는 잡지가 아니라 남에게 먼저 주는 잡지가 돼야겠다.둘째, 우리 책은 보는 기쁨이 있는 잡지가 돼야겠다.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씨만 내리 달리는 잡지가 아니라 글도 보고 그림도 보고 사진도 보는 잡지가 돼야겠다.셋째, 우리 책은 현대문화의 첨단 지대를 함께 살아가는 잡지가 돼야겠다. 철 지난 문화를 보수하는 사람들이 되지 말고 맨 앞에 가는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아는 잡지가 돼야겠다.넷째, 우리 책은 우리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 잡지가 돼야겠다. 원형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줄도 모르는 죄수처럼 되지 말고, 문학의 안과 밖을 다 보는 잡지가 돼야겠다.다섯째, 우리 책은 지금 삶에 더 밀착해 있는 잡지가 돼야겠다. 인생에 대한 추상적인 해석에 머무르지 말고 언어가 살아 있는 삶과 만나는 공간이 돼야겠다.여섯째, 그러고도 우리가 훌륭한 소설과 시를 이 책에서 볼 수 있고, 날카로운 비평적 시선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고, 살아 있는 사람들, 문학인들, 다른 예술인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면,그렇소. 이 잡지는 단 일 년을 살더라도 보람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소. 어떻소? 야심차지 않소? 너무 경박한 것 같소? 그렇다오. 그런데도 나는 지금 한껏 가벼워지고 싶구려. 한없이 가벼운 것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요술을 부려 봤으면 싶소. 미래가 과거와 동거하는 이상한 정부를 세워보고 싶소.당이 있느냐고 물었소? 그렇기는 하구려. 당신이 그때 “아당만세”를 외친 그 “아당”이 내게는 적구려. 내게는 겨우 몇 사람의 동반자가 있을 뿐이구려. 하지만 어떻소. 문학에서 언제 숫자가 글자를 이겨본 적 있소?오늘 문득 당신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졌소. 기괴하게 웃는 당신의 웃음소리가 듣고 싶어졌소. 모를 게요, 남들은. 우리가 이렇게 친하다는 것을. 우리가 가끔은 편지도 주고받을 정도라는 것 말요.거기도 단풍 들었소? 잘 지내시오. 내 또 연락하리다. 그나저나 거기선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소. 폐병 든 그 수척한 몸 더 축내서 뭣하려오.

2011-11-03

영덕 갈천동의 까치구멍집

조선시대의 주택은 사회신분제도에 따라 서민주택과 상류주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동안 서민주택이 역사의 표면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순박하고 진솔한 주거양식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주택 근대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은 사실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서민주택의 평면유형을 조사하면서 만난 집들 중 `까치구멍집`을 근대적 요소가 돋보이는 집으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원도 남단부에서 영덕까지 내려오다 까치구멍집의 유적은 돌연 그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러나 영덕에서 더 이상 남하하지 않던 까치구멍집은 다시 내륙으로 들어가 청송, 안동, 영주까지 그 분포를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됐다.경북도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된 `영덕 갈천동 초가 까치구멍집`도 그 중 하나다. 이집은 영덕 장육사 가는 길의 화수루(유형문화재 82호) 옆에 있다. 집 안에서 모든 주생활 행위가 수용될 수 있도록 지어진 까치구멍집의 건축적인 특징은 배연(排煙)과 환기를 위한 구멍이 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 나있고, 정면 3칸 측면 2칸의 여칸집(6칸집)으로 평면이 겹집으로 구성돼 있으며, 집안으로의 모든 출입이 봉당 앞의 두꺼운 두 짝 판자 여닫이문을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도적이나 짐승의 침입에 대비하고 추위에 대비해 폐쇄적인 공간으로 지었고, 외양간을 집안에 끌어들여 사람과 소가 한 주거 공간 내에서 생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현대건축의 아파트 현관문과 같은 이 집의 출입문을 들어서면 흙바닥의 봉당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아파트의 현관과 다용도실에 비교된다. 봉당은 가족과 내객들이 출입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 가내작업 장소로도 이용된다. 봉당을 중심으로 우측 실내에는 외양간을 두어 가사노동의 동선을 줄이고 있다. 각방으로의 출입은 봉당에서 가운데 칸의 마루를 통해 이뤄지며 이로써 시어머니가 거처하는 안방과 며느리가 거처하는 상방은 사생활의 확립은 물론 독립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도장방은 곡식을 두는 방으로 안방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당시 이 지역에는 곡식이 귀중했음을 엿볼 수 있다. 마루는 봉당보다 60cm 정도 높여서 우물마루로 꾸몄다. 이곳은 현대주택의 거실에 비교될 수 있다. 가족들의 식사와 휴식, 안락 등의 행위가 이뤄지는 중심 공간이기도 하다.이 집은 건축 공간 배치상 집약적인 평면 구성으로 말미암아 외양간에서의 가축분뇨 냄새, 취사 시 음식 냄새, 땔감 연소 시 발생하는 연기 등으로 집 안은 항상 오염된 공기와 연기로 가득 차게 된다. 이를 배출하기 위해 초가지붕 양 끝에 특유의 구멍을 뚫어 통풍이 용이하도록 해 놓았다. 바로 그 통풍구가 연기에 검게 그을려 있어 까치구멍집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전통 서민주택인 까치구멍집이 얼마나 기능적인 평면구성과 합리적인 공간 요구에 충실하였는지를 새삼 엿볼 수 있다./영남이공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1-11-03

경주 모아초교 “대도시 영어교육 부럽지 않아요”

국내 첫 AIS영어체험프로그램사교육비 경감, 실력향상 효과 【경주】 시골 초등학교에서 신선한 영어 바람이 불고 있다.특히 이 초등학교에서 채택한 교재는 `읽기` 위주의 기존 틀에서 `받아쓰기`로 전환하는 등 영어 열기가 대도시 못지않을 정도다.아동 수 70여명에 교사 9명인 경주시 외동읍 모아초등학교(교장 최병수)가 영어교육프로그램으로 AIS(Activaty Interest Selfmotivated)를 시도했다.이 프로그램은 국내 초등학교에서 첫 시도한 영어교육으로 노래 만들기, 무용 등 이뤄지는 영어체험활동프로그램이다.여기에는 원어민 전담 교사(리커, 남아공)와 선생님들이 협력수업 형태로 진행된다.더욱이 이 영어수업방식은 사교육 경감과 도시 학생과의 영어 격차 해소, 영어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영어인증제`를 실시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차등교육을 병행하는 등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지난 27일 첫 실시한 교내 영어연극대회에서 전 학년 모두가 참여했다.1학년 에델바이스, 2학년 영어 챈트, 3학년 토끼의 재판, 4학년 빨깐 망또, 5학년 심청전, 6학년 흥부 놀부 등의 주제로 열띤 공연을 펼쳤다.대도시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영어연극이 시골에서도 가능한 것은 교사들의 열기 있었기 때문이다.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성숙 교감은 “이제 영어 교육은 대도시나 시골이나 별 차이가 없다. AIS로 인해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고 있고, 부모들의 교육비도 줄이는 등 이중효과가 있다”고 말했다./윤종현기자 yjh0931@kbmaeil.com

2011-11-03

한류의 바람이

필자가 2006년 10월 평양에 갔을 때 보통강호텔에 하룻밤을 잤다. 그날 호텔 어른거리는 화면은 우리나라 드라마 `대장금`이었다. 자막은 일본어였지만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인 것 같았다. 어느 신문의 기사에 탈북자가 증언한 한류 경쟁력편에 북한 주민들도 한국의 드라마에 흠뻑 빠져있다고 한다. 요즘 북한에서는 TV드라마 `가을동화`가 인기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방영된 최고 시청률 45%를 기록한 것이 한류스타로 떠오른 계기를 만든 작품이다. 이러한 한류가 중국을 거쳐 북한 정부의 통제망을 뚫고 주민들 속으로 파고든 것이라 한다. 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북한의 젊은이들에게는 변화의 조짐이 엄청나다고 한다. 한류(韓流)는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유행되는 양상들이 흘러들어가 즐기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미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수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드라마를 비롯해 유명한 연예인·가수들의 진출도 상당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탤런트와 노래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는 중국에서 들여온 CD를 친구들과 번갈아 보면서 소녀들이 한국 배우의 머리 모양을 부러워 한다는 것이다. “머리 모양만 봐도 가을동화를 보는 지를 안다”고 한다. 시대적 흐름인 유행은 어린이·어른 할 것 없이 막을 수 없다. 사회주의 머리(짧은 헤어스타일)랑 다른 티가 난다며 너도, 나도라고 한다. 이러한 한류풍이 서서히 시대적 변화를 일으키면 통일의 날도 가까워옴을 짐작할 수가 있다. 고위간부들도 숨어서 남한의 드라마를 본다는 사실이다. 체제는 천천히 무너지는 것이다. 그런 풍류속에서 그들과의 생활의 차이를 느끼고 자유가 얼마나 그리운지 알고 있는 실정이다. 시기에 맞춰 “북한주민의 변화를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말과 일치한다.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손경호(수필가)

2011-11-03

지방민이 보는 10·26재보선

시사칼럼니스트10·26재보선이 끝나고 TV토론을 비롯한 많은 언론 매체들은 여야정당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오직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범야권 후보와 그의 강력한 후원자 안철수 교수만 새로운 정치의 기수인 양 영웅처럼 추켜올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울에서는 패배했지만 지방에서는 여당이 승리한 것을 놓고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현실을 모른다며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서울 한곳에서 범야권 후보가 승리했지만 여야정당 후보를 모두 제압했다는 점에서 그런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수도라는 정치적 비중만으로도 지방의 전반적인 한나라당 승리는 대수롭잖은 것일 수도 있다. 일부는 지역 텃밭에서 승리했으니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그러나 과연 그렇게만 생각할 수 있을까. 지방 유권자의 표심에는 아무런 정치적 의미를 읽을 수 없는 것일까. 설사 대구경북권과 호남권은 여야 모두 연고정당 후보의 당선으로 지역성 확인 이외에 별다른 뜻이 없다고 쳐도 그밖의 지역에선 왜 한나라당이 승리했을까. 이른바 유력한 대권 잠룡의 한 사람으로 매스컴에서 추켜 세우던 문재인 변호사의 텃밭이라던 부산 동구의 청장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이겼고, 야세가 강했던 강원도 인제군수, 서울의 양천구청장, 충주시장, 서산시장, 함양군수 등의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당선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부산동구 선거에서 야당이 이기면 문재인 변호사가 대권주자로 크게 부각될 것이라던 언론과 언론인은 왜 말이 없는 것일까. 서울의 경우도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약 7%포인트 이겼지만 투표날 양후보의 출구조사와 함께 박후보를 밀었던 안철수 교수와 나후보를 지지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지지도 조사에서는 박전 대표가 조금 앞선 것은 어떤 의미로 보아야 할까.최근에 내로라하는 서울의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놓고 천편일률적으로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과 국민과의 괴리, MB정권의 실정, 청년층과의 소통부재 등에 대한 심판이란 말만 되풀이할 뿐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없다. 하기야 시민운동가이면서 무소속을 고집한 박원순후보가 20~4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사실만 놓고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그러나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 소용돌이 속에서도 돌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안철수 교수와 지지도에서 맞서고 있다는 것은 한나라당보다 박 전대표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방의 접전지역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었던 것도 MB정부 출범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당주류 쪽의 중앙집중적 정책 흐름과는 달리 세종시문제, 영남권 신공항문제, 과학벨트문제 등에서 지방의 입장에 동조했던 박 전대표의 선거지원이 유효했던 것은 아닐까. 지방균형발전에 비판적 입장인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박 전대표의 지지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지.지방에서의 승리를 이렇게 해석한다면 박근혜 전 대표 세력과 지지자들은 한나라당 내에서 MB정부을 비롯한 당주류와 분명히 차별화되는 세력이고, 이는 국민들에게 야당인 민주당보다 더 신뢰받는 정권 대안세력으로 평가된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박 전대표가 아직도 한나라당 소속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경쟁을 벌인 이후 지금까지 통합세력으로 재탄생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의 눈에 비친 박 전 대표의 입지는 한나라당이면서도 다른 노선의 정치세력처럼 보여왔고, 그것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보다 높은 지지를 보이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고 서울지역의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안교수에 밀리지 않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박 전대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까닭은 아닐까.

2011-11-02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기 예보

육명렬강원지방기상청장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우와 폭설, 한파, 지진 등 이례적인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피해 역시 복잡·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1.5℃(지구평균의 2배)의 기온이 상승하고, 지난 40년간 제주도의 해수면이 22㎝(지구평균의 3배) 상승하는 등 기후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확한 예보 생산에도 어려움이 존재한다.특히 여가 활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날씨가 각 산업분야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점점 커짐에 따라 정확한 기상예보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그러나 일기예보란 기상현상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배제한 채 기상예보의 적중률을 기대하는 국민의 체감정확도는 실제 예보정확도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일기예보는 다양한 관측 장비를 이용해 대기의 흐름과 성질을 파악하고, 전 세계 자료를 수집하여 수치예보모델이 탑재된 슈퍼컴퓨터에 초기자료로 입력하며, 예보에 필요한 각종 자료로 변환된다.이러한 자료들을 참고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예보관의 분석·토의를 통해 최종 일기예보가 생산된다. 과연 이렇게 생산된 예보는 100%의 정확도를 가질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100%의 예보정확도가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보자.첫째, 수치예보모델의 한계성에서 오는 오차 때문이다. 수치예보모델은 일기예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 사용되며, 이러한 수치예보모델이 자연의 현상을 100%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큰 과정만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것이어서 필연적으로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둘째, 수집하는 현재 기상정보의 불안전성 때문이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로렌츠가 발표한 이론인 북경의 나비 날갯짓이 다음 달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들어보았을 것이다.이는 현재날씨의 작은 오차가 아주 큰 기상이변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으로 일기예측을 위해서는 시간·공간적으로 정확한 기상정보 수집이 필요함을 의미한다.셋째, 기상예측력은 IT 기술과학기술과 병행하여 발전하게 되는데, 아직 IT기술과 과학기술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산업계나 국민의 예보정확도에 대한 체감만족도는 실제 90%의 예보적중률보다도 낮을 수밖에 없다.이렇듯 기상예보의 적중률을 100%로 높이는 것은 현대 기상과학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기상정보 수요자들의 합리적인 결정과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기상청은 1987년부터 확률예보를 시작하였다.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확률예보라는 것은 예보대상기간에 발생하는 확률을 예보하는 것으로, 확률이 50%로 근접할수록 예보의 불확실성은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강수확률이 80% 는 것은 `예보지역에 어디에서든 10번 중 8번 비가 내린다는 의미`가 된다.따라서 자연의 변화와 성질을 읽어야 하는 기상예보가 갖는 불확실성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확률예보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개인의 손해는 물론, 기상재해의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또한, 기상청에서도 일기예보가 갖는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현재 날씨에 대한 기상정보 수집 망을 확충하고,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한국형 수치모델 개발 노력, 예보관들의 체계적인 교육훈련과 선진예보시스템 구축 등 예보기술 향상 도모로 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이와 더불어 3차원 고해상도 수치예보모델, 탄소추적시스템 구축, 지역 기후서비스 강화, 우주기상서비스 추진 등 기상업무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국격을 높이며 인류공존을 약속하는 기상청이 되고자 한다.

2011-11-02

한 귀화인의 고백

“나를 이방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정 많고 진솔한 마음씨 착한 한국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아예 한국에서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32세의 까만 얼굴의 버징고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부룬디국립대학교에 다니던 2003년 8월 대구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육상선수로 한국에 왔다. 필자는 아직 부룬디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나라다. 경기가 끝나자 부룬디로 돌아가지 않고 우리 정부에 난민을 신청했다. 그 당시 그의 조국은 투치족과 후투족 사이에 오랜 내전으로 황폐화 됐고 1993년에 부모가 살해됐다고 한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막노동을 하면서 2005년에 난민으로 인정받아 회사원이 됐다고 한다. 버징고의 성실함을 눈여겨보던 회사 경영자의 주선으로 중국에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해외영업맨`이 됐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귀화시험 과목인 국사와 국어를 공부했다. 국내 마라톤에 출전해 3연패 했고 대학에 편입해 학업도 계속한 상태다. 버징고는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나라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할 것을 선서합니다”그는 한국인이 된 것이다. 난민인정자로서 귀화인으로 주민등록증도 발부받게 됐다고 한다. 법원에서 창원 김씨의 시조로 한국식 이름 `김창원`이 됐다.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우리보다 더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했을 때 그리고 국적인증서를 가슴에 품은 그의 눈망울엔 뜨거운 눈물이 송송 맺혔다고 한다. 이처럼 한 청년의 꿈이 실현될 수 있는 나라 - 우리의 대한민국은 정말 인정많고 예의바른 민족으로 비춰졌다. 모두가 일어서서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며 감명스럽게 부른 `애국가`, 우리는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영원한 우리 국민임을 자랑하고 싶다. /손경호(수필가)

2011-11-02

영남내륙 산불 전국서 가장 많은 원인은

김종인산림청 안동산림항공관리소장최근 기후의 이상 난동으로 기온이 상승해 봄이 유난히 길어진 것을 체감하며 봄철 산불 지키는 일에 어렵사리 보냈는데 벌써 가을철 산불방지 준비에 분주하다. 산불은 대개 봄철에 많이 발생(60%)하는데 특히 영남지역에 전국 최다 발생하고 영남 내에서도 내륙지역에 집중 발생한다.산불발생 통계 현황부터 살펴보면 2010년 현재 전국 10년간 평균 478건 발생에 1천161㏊ 피해를 입었다. 영남지역은 163건(34%) 집중 발생했으며, 내륙지역은 10년 평균 99건(21%) 피해가 발생했다.더욱이 올 봄철 대형 산불 4건도 모두 영남내륙지역에서 일어났다. 예천을 비롯한 울진, 포항, 고령산불이 그 예다.산불의 원인별로 보면 입산자 실화가 49% 이며 논·밭두렁 태우기나 쓰레기 소각이 26%, 성묘객 실화가 6%에 달한다.영남내륙지역 산불 전국 최고인 원인은 영남지방의 지리적 위치, 지형적 여건, 기후특성, 인구분포, 산림면적 등 제반 여건과 원인을 종합 분석해 보면 알수 있다.먼저 지리적, 지형적 여건으로서 태백산에서 분기되는 소백산을 경계로 북으로 강원과 충북지방과 동쪽은 동해와 접해있고 어머니의 품안 같은 분지로 형성돼 있다.다시 말하면 동쪽으로 태백산이 동해와 급사면을 이루며 남북으로 자리하고, 태백산맥에서 분기된 소백산과 월악산이 북동에서 남서로 형성돼 강원도와 충청도 경계를 이루고 있다. 또 경남과 경계지대인 남쪽에는 가야산, 팔공산 등이 서쪽에는 속리산, 덕유산 등 비교적 높고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 형상이다.다음은 기후의 특성으로 건조일수와 가뭄일수가 많다는 점이다.태백·소백산맥의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지방의 중앙 저지대와 동해안 높새 현상의 영향을 받아 영남내륙지방의 평균기온은 11~14℃이며, 강수량은 전국 평균 1천499※에 비해 1천~1천200※의 분포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강수량이 적어 집중호우나 홍수피해가 적은대신 가뭄 피해가 많다.또한 2010년 통계연보에 의한 건조일수를 살펴보면 최근 10년간 전국평균 30.5일에 비해 영남내륙지역은 평균 80일로 전국 16개 지역 중 최다 발생 지역이다.특히 북부내륙지역인 안동지역은 안동댐과 임하댐으로 안개가 자주 발생하여 일조시간이 적은 것이 지역 특성으로 볼 수 있다.바람은 내륙지방에 북서풍 계열이 많고 봄철 풍속은 평균 2.9㉬로 평균 풍속이 강한 편이며 특히 동해의 울진, 영덕지역은 높새 현상으로 대지가 금방 건조해지는데다가 낮엔 해풍으로 밤엔 육풍으로 바람이 유독 심하여 4~5월엔 기상 특이일로 지칭해 경계를 높이고 있다.산림면적 현황을 보면 전 국토 산림면적이 636만9천㏊ 중 영남북부지역(경북·대구)이 1천392㏊로 22%를 차지하여 이 또한 전국 최고의 산림면적이다.마지막으로 영남내륙지방의 경작물 현황을 살펴보면 민유림이 109만㏊로 전국 최고의 면적이다. 산지 지역은 하천상류의 산지이기 때문에 충적평야가 넓지 못하여 밭의 비율이 50% 내외에 달한다.산불발생의 최적 조건으로 다시 요약해보면, 먼저 전국에 산림면적이 제일 많아 산불발생 분포지역이 크고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되어 있어 강수량이 적고 건조일수가 많아 산불위험 확률이 높고 주로 밭농사에 산촌 고령 인구가 많아 산불의 개연성이 매우 크다.또한 낮은 야산과 산수가 좋아 타 지역에 비해 봄철 등산객과 산나물 채취 입산자 활동이 많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이제 오색 단풍으로 어우러진 숲 풍광이 지나면서 본격 가을철 산불시즌이 시작됐다.지역의 아름다운 숲을 우리가 지킨다는 범시민운동과 숲이 주는 소중한 자원과 혜택을 절대 잊지 말고 건전한 산행문화와 높은 국민의식 수준으로 산림 보호에 다함께 노력하자.

2011-11-01

“국화향 맡으며 미술작품 감상하세요”

내달 5일까지 함창국화고을전시회·가야5人전` 【상주】 상주시 함창읍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일주일간 `제4회 함창국화고을전시회 가야5人전`이 열리고 있다. 함창읍사무소와 시내 일원에서 개최되고 있는 이번 행사는 함창읍사무소가 주최하고 국화동호인들의 모임인 함창국화고을과 지역미술작가단체 가야5人회가 주관하고 있다.국화전시회에는 함창국화고을 회원들이 한 해 동안 지극 정성으로 기른 분재 등 국화 1천500여점이 형형색색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또 미술전시회에는 한국미술협회작가들로 구성된 가야5人회의 회화 16점, 공예 8점, 조각 3점 등 총 27점의 미술 작품이 관람객의 발길을 잡고 있다.`제4회 함창국화고을전시회 가야5人전`을 기획한 함창국화고을 구송림 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국화꽃과 미술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로서 방문객들에게 황홀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신봉철 함창읍장은 “매년 개최되는 이 행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로 외지 방문객 유치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 품격있는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관람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며 마지막 날인 5일은 낮 12시까지만 운영한다./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2011-11-01

금의야행(錦衣夜行)

`금의환향`이란 말과 달리 `금의야행`이란 말은 비단옷을 입고 밤에 외출한다는 뜻으로 출세한 이후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비유하기도 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보람없는 행동을 가리키기도 한다. 중국 진나라의 장군 항우는 도읍지 함양에 오자 많은 사람을 죽이고 아방궁에 불을 지르고 진시황제의 무덤을 파헤쳤다. 백성의 많은 재산을 압수하고 미녀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며 방탕한 생활을 계속했다. 그리고 도읍지를 함양에서 자기의 고향 팽성으로 천도하려고 했다. 대부(大夫) 한생은 이곳 함양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땅도 비옥하니 여기서 천하의 세력을 뻗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항우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입신을 자랑하고 싶은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항우는 혼자 이렇게 말했다. “부귀해지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에 고향 가는 것 같다. 어느 누구 이것을 알아주겠는가?”이 말을 들은 대부 한생은 비웃으며 하는 말이 세상 사람들 말씀이 “초나라 사람들은 원숭이를 목욕시키고 머리에 갓을 씌웠을 뿐이라고 하더니 과연 사실이구나” 바른 말, 좋은 뜻 거역하기로 유명한 항우는 한생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생을 삶아 죽였다는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항우가 고향 팽성에 안주한 것은 큰 실수였다. 왜냐하면 훗날 적군이 함양으로 쳐들어와 그곳에서 천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정치가의 욕망은 백성과 남다르다. 많은 신하를 거느리면서 불사불노초를 먹으면서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세월이 가면 시대가 변하고 음지 양지가 바뀌는 것이 세상의 일이다. 노름으로 주색잡기로 조상이 물려준 문전옥답도 한 세대를 가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것이 인생의 삶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분명하게 알아야 할 일은 `자기를 먼저 알고 분수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라 한다. 팔자도 운명도 모두가 제 탓이란 말이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1-11-01

박영석 대장 수색종결을 비통해하며

김유복대한산악구조협회 부회장열흘하고도 삼일이 더 지났지만 끝내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18일 오후 4시, 연락 두절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천91m) 남벽에 새로운 등반루트인 코리안 루트 개척을 위해 원정에 나선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이 실종돼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전 국민들의 가슴을 메이게 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로체 남벽, 에베레스트 남서벽과 함께 히말라야 3대 거벽 중 하나로 등반이 까다롭고 위험하기기로 이름나 있는 최대 난벽(難壁 )이다. 1차, 2차 수색에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베르크슈른트(Bergschrund) `암벽과 빙하사이 큰 균열` 에도 없었고 설사면(雪斜面)에도 흔적을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등반가들이 총 출동했고 우리 협회 최고의 베테랑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수색했지만 그 어디에도 박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수색을 종결하고 어제 현지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내년 봄 재수색 할 것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박영석이 누구인가.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를 완등한 세계적인 산악인이며, 인류 최초로 `탐험 그랜드 슬램`-히말라야14좌 완등,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 3극점(북극점, 남극점, 에베레스트)정복- 을 달성한 위대한 탐험가다.그는 평소 남들 앞에 잘 나서지 않고 부끄러움 많은 조용한 사람이다. 하지만 산에 대한 열정은 도무지 식지 않는 열혈 사나이다. 늘 도전에 목말라 있었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불같은 성품이 한번 마음먹으면 꼭 실행에 옮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야생마 같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가 산에 가는 이유는 분명했다. “1%의 가능성만 있으면 도전 한다”고 말한 그는 그 1%의 가능성 때문에 산에 가고 그 험악한 설벽(雪壁)을 오르는 것이다. 그가 한 말 중에 이런 얘기들이 새삼 떠오른다.“산과 대면하는 순간, 에너지가 솟구치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길을 떠난다” “도전하는 자가 세상의 주인이다” 어렵고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고 삶의 의욕을 불사르는 말인가.이렇듯 그는 도전을 통한 자신감과 성취감을 우리에게 보여준 정말 위대한 사람이다.우리는 그를 잃고 싶지 않았다. 제발 살아 돌아오길 학수고대했다. 대한민국 모든 산악인들 뿐 만 아니라 전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차디찬 눈 속 어디엔가 헤매고 있을 박영석 대장과 두 대원에게 전해져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 곁에 다가오기를 간절히 바랬다.박영석, 그가 우리에게 일깨워준 `1%의 가능성`을 다시금 상기하며 세계적 영웅의 생환을 빌어 마지않았는데.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역 할 수가 없다. 그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자신과의 싸움에 늘 `도전`이란 에너지로 이겨온 불굴의 의지가 히말라야 곳곳에 베어있는 그 만년설 속에 영원히 안긴 박영석이 벌써 그리워진다.수많은 산악인들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더 높은 곳, 더 험한 곳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많은 산악인들도 세계 곳곳의 고산(高山)을 오르며 지역의 명예를 빛내고 있다. 박대장 일행의 수색종결을 비통해하며 `1%의 가능성`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어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기 싫다. 몇 년 전 다녀온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의 아름다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안나푸르나의 여신이시여!우리의 영웅, 박영석 대장과 두 대원들을 포근히 안아주소서.당신의 품속에서 고단한 육신을 편히 쉬게 하소서. 지금도 박영석을 흠모하며 동경하는 우리의 젊은 영웅들이 더 이상희생 되지 않기를 비는 마음이다.

201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