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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71년 약자 위한 삶’ 두봉 레나도 주교 선종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해 71년을 헌신한 천주교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 두봉 레나도 주교가 지난 10일 선종했다.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태어난 두봉 주교는 1950년 파리외방전교회에 입방해 1953년 사제품을 받았다. 1954년 한국에 입국해 파리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에서 신앙을 이어갔다. 이후 1955년 대전 대흥동 천주교회 보좌를 시작으로 1965년 대전 교구청 상서국장, 1967년 파리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을 거쳐 1969년 초대 안동교구장에 임명되며 안동과 인연을 맺은 후 21년간 교구를 이끌었다. 그는 신앙교리위원회와 사목주교위원회 등 주교회의 다양한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한국 천주교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두봉 주교는 한센병 환자를 위한 다미안 의원 설립, 신체장애인 직업훈련원 개소, 가톨릭농민회 창립, 여성 교육기관 설립 등으로 약자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했다. 그 헌신을 인정한 우리 정부는 2019년 특별 공로로 두봉 주교에 특별 국적을 수여하기도 했다. 두봉 주교는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과 프랑스 나폴레옹 훈장, 백남인권봉사상, 만해실천대상 등을 수상했다. 또 지난 2022년 3월 김주영 천주교 춘천교구장, 조규만 천주교 원주교구장 등이 함께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교단과 춘천 청평사를 방문, 범종 타종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동해안 산불 극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두봉 주교는 지난 6일 거처 중인 의성 공소에서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해준 뒤 뇌경색으로 쓰러져 응급 시술을 받았지만 4일 만에 끝내 선종했다. 고인의 생전의 뜻대로 연명치료는 받지 않았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가난하게 사시면서 가난한 이들과 조건 없이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며 함께 하셨다”며 “때때로 많은 선교사가 종교적 세력 확장에만 급급하다고 비판받기도 했지만, 두봉 주교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믿는 사람에게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하느님 나라와 복음을 있는 그대로, 진리와 가치 자체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하셨다”고 그의 생애를 전했다. 교황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주한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두봉 주교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하시며 주교님과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 그리고 안동교구 전체에 진심 어린 애도와 위로를 전하셨다”고 밝혔다. 성당에는 두봉 주교가 2024년 4월 녹음한 음성이 답사 형식으로 울려 퍼졌다. 이 녹음본에서 두봉 주교는 “올해 한국에 온 지가 70년이에요. 70년 동안 그래도 사랑하고 행복했다. 내가 참 복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주교가 특유의 웃음을 터뜨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도 잠시 따라 웃기도 했다. 미사가 끝나고 이별의 시간이 오자 신자들은 관을 어루만지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신자들은 “잘 가세요”, “감사했습니다” 등의 인사를 전했다. 일부 신자는 두봉 주교와의 영원한 이별에 오열하기도 했다. 두봉 주교는 이날 미사 후 예천군 농은수련원 성직자묘지에서 영면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4-14

포항남부소방서 해도119안전센터, 고층빌딩 화재 신속 대응으로 인명피해 막아

지난달 25일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한 고층빌딩에서 발생한 화재에 포항남부소방서 해도119안전센터(센터장 윤준의)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인명피해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소방당국은 대로변의 차량을 적극적으로 통제해 대원과 장비가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었고 소방용수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등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졌다. 불은 숙박업소 밀집 지역에서 발생했으나 연소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았고 즉각적인 대피를 실시해 다행히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화재는 진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효과적인 대응이 빛났다. 발화층인 2층이 상부 고정 창문으로 설계되어 있어 배연에 어려움이 있었고, 발화점이 천장 상부 안쪽에서 발견되면서 초기 대응에 곤란을 겪었으나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해서 진화에 성공했다. 당시 의성 산불로 인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장비와 인원으로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팀워크를 발휘하며 최선을 다했다. 당국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배연 소방작전에 대한 연구와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향후 유사한 화재 상황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임을 밝혔다. 유문선 서장은 “이 화재 사건은 신속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막는 데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된 소방 작전과 장비를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보규 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4-14

포항사랑카드 앱 ‘IM#’ 불편해 못쓰겠네

“IM# 어플을 이용하면서 실감하는 가장 불편한 것은 가맹점 찾기입니다” 김 모씨(50·포항 북구·회사원)는 13일 포항사랑카드 어플 ‘IM#’을 사용하는데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가맹점 찾기를 클릭하면 포항시청 홈페이지로 연결돼 상호명을 매번 일일이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또 “카테고리 분류가 없어 가맹점을 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실시간 정보 제공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주부 정 모씨(30)는 “가맹점을 확인한 후 물건을 결제하려 했지만, 일부 상점이 포항사랑카드 가맹점이 아닌 경우가 있어 황당했다”며 “주기적인 가맹점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지난 2020년 9월 카드형 포항사랑상품권의 활성화 방안으로 포항사랑상품권 어플 ‘IM#’을 도입했다. 이후 지난 2022년 사용자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고 실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메인 화면에서 잔액 즉시 확인, 충전, 결제, 이용 내역 조회 등 한층 더 고도화한 서비스를 시행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IM#’의 등록자 수는 지난 2023년 13만 139명에서 2024년 14만4319명, 2025년 3월에는 14만 8870명으로 증가했다. 가맹점 수 역시 2023년 2만286개에서 2024년 2만 1601개, 2025년 3월 2만188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구미시의 경우 ‘구미사랑상품권’ 자체 어플로 편리성과 안정성을 강화했다. 병원, 슈퍼, 스포츠, 미용, 레저, 학원, 일반음식점 등 카테고리별 분류를 통해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특히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내 주변에 있는 가맹점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매번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었다. 전문가들은 어플의 기능이 잘 구현됐더라도 사용자 편리를 위해 꾸준한 기술적 업데이트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위치기반 서비스와 관련한 어플 업데이트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며 “비용 문제와 기술적 한계를 고려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줄일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맹점 정보 업데이트와 관련한 주기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4-13

영국 국보급 ‘등대 렌즈’ 포항 등대박물관 전시 추진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13일 영국의 국보급 등대 렌즈를 영구 임대해 포항에 전시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지난 10일 오후 3시(현지시각 기준) 영국 항로표지청과 ‘한-영 등대유물 임대 약정서’를 체결했고, 추후 영국 국왕의 승인을 거쳐 해상 운송을 통해 렌즈를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임대 예정인 등대 렌즈는 영국 펜딘 등대에서 1900년부터 123년 동안 사용된 너비 1.84m, 높이 2.59m의 렌즈로, 렌즈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큰 1등급 렌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내에선 칠발도 등대에 1등급 렌즈를 설치했다는 기록만 있고 실물은 남아있지 않아 이번 전시가 관광자원과 세계 등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경북 포항에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에 이 렌즈를 전시할 계획이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이번 약정 체결은 한·영 해양분야 협력의 상징적 성과이다”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해양문화 교류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해상무역의 요충지에 설치돼 경제 교류를 이어주는데 큰 역할을 한 등대 렌즈를 국민께 소개함으로써 해양문화를 심도있게 이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4-13

이 봄에 앞산 한 바퀴면 수목도감이듯 봄꽃을 만끽한다

올봄에는 폭설이 내리다가도 금세 고온이 되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이러한 건조한 부주의로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을 거쳐 해안가의 영덕까지 번졌다. 결국 이 화재는 많은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인적 물적 피해는 물론 농어민들의 마음까지 상하게 하여, 보는 이도 무척 가슴 아팠다. 꽃피는 계절에 봄꽃이라도 보면서 마음을 추스르자. 꽃은 향기도 향기지만 색깔과 모양을 달리한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마음이 평온하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 없이 금수강산 아닌 산이 어디 있으랴마는 특히 대구 성불산(앞산)은 도심에 자리한 산치고는 보기 드문 목본류와 초본류(야생화)가 자생하고 군락을 이룬 식물도 많아 생태계가 뛰어나다. 식물마다 꽃 피우는 시기는 약간의 차이가 나지만 3월부터 오뉴월까지 부지런히 꽃을 피우면서 봉접들을 불러 모으려 향기를 날린다. 게다가 자생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악착같이 발뿌리 뻗는 모습이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생의 애착에 대한 수범을 보이는 증표 같기도 하다. 앞산순환도로에서 산성산 항공무선표지소 가는 도로를 따르다가 수직절리를 만나게 되는 동쪽 산비탈에는 분꽃나무와 이스라지를 만날 수 있다. 분꽃나무는 길게 뻗은 나팔 모양에 분홍 꽃을, 이스라지는 벚꽃을 닮은 작은 분홍색 꽃을 피워 산천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앞산 최고봉에 경찰 통신탑이 자리한 북쪽 산비탈에는 군락으로 자생하는 산앵두나무를 볼 수 있다. 또 정상에서 동쪽 능선과 서쪽 능선에는 가침박달나무가 일렬로 줄을 이으면서 군락으로 자생한다. 남부도서관 뒤편 앞산 자락길에서는 ‘별목련’ 개화 모습을 볼 수 있고, 소능선에 자리한 체육공원에 계단과 철탑 주변으로는 하얀 꽃피우는 태백제비꽃과 자색 꽃을 피운 고깔제비꽃도 자생한다. 안일사에서 왕굴로 가다보면 올괴불나무가 분홍 꽃을 피워 아름답다. 꽃잎 끝부분은 어쩌면 여성들이 바르는 입술에 빨간 화장품을 연상케 한다. 거기서 오른쪽 계곡으로 올라가다가 상수리나무 숲속을 눈여겨 살펴보면 노루귀꽃이 목을 빼 올리듯 꽃을 피우고 있다. 꽃대에 송송한 하얀 솜털이 앙증맞다. 앞산 정상에서 능선부 양지바른 곳에는 이파리 꼬부라진 멱쇠채가 노랑꽃을 피운다. 꽃잎 하나하나가 어쩌면 조화 같기도 하여 다시금 보게 된다. 산자고도 하얀 꽃을 피우는데 옆으로 누운 듯 길게 뻗은 끝자리에 꽃을 피운다. 안일사를 내려와 앞산 자락길로 들어서면 산비탈에 온통 생강나무다. 개화기에는 산비탈 전체가 노랗게 물든 듯하며 꽃향기를 물씬 풍긴다. 진달래꽃 피우는 4월 파동에서 만난 나리꽃은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계곡부의 거대한 자연석에 올라타고 일렬로 정을 박는 듯 그런 모습이 경이롭기 그지없다. /권영시 시민기자

2025-04-13

대구펜 회원 창작 열정 담은 ‘국제펜본부 대구위원회 글 그림전’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대구P.E.N·회장 정삼일)는 지난 7일 오후 대구시 범어역 아트웨이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제8회 대구P.E.N. 대표문인 62인 글·그림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에는 허정자 수필가의 ‘강물에 비친 얼굴’, 직전 회장 손수여 시인의 ‘백목련’, 류희옥 시인의 ‘내 안의 너’, 임향식 시인의 ‘각자도생’ 등 총 62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정삼일 회장은 개막식에서 “대구P.E.N. 대표문인 62인 글·그림전은 대구펜 회원들의 창작 열정과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참여정신이 이룬 결과”라고 인사말을 했다. 국제펜본부는 영국 런던에 위치하며, 1921년 5월에 창립되어 올해로 10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국제펜한국본부는 1954년 10월 23일에 창립되었으며, 이듬해 국제펜 비엔나 대회에서 가입 승인을 받았다. 작년에는 7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문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한국문인협회는 1961년 12월 31일에 창립되었으므로, 국제펜한국본부는 7년 앞서 설립되었다. 국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한국문인협회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며 상호 협력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국제펜한국본부는 전국 광역시도별로 18개의 지역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대구지회는 가장 두드러진 단체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시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언제 어디서 만나도 항상 반가운 사람이면 좋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전시는 7일부터 오는 14일까지 범어역 아트웨이에서 열린다. /손수여 시민기자

2025-04-13

筆에 담긴 백세의 정신… ‘노당익장’ 서예로 빛나다

“글씨를 쓰면 마음이 맑아집니다. 살아 있다는 게 느껴져요.” 대구노인종합복지관 서예실에는 매일 아침마다 정갈한 기운이 가득하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석파 하재호 어르신과 호정 정경재 어르신이다. 두 백수(白壽) 어르신은 하루도 빠짐없이 복지관을 찾아 묵향이 가득한 붓글씨를 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듯, 두 어르신의 글씨에서는 단정함과 힘이 느껴진다. “글씨 한 자, 한 자에 제 마음을 담습니다”라고 말하는 하재호 어르신은 50세부터 서예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이 떨려 붓을 제대로 쥐기 어려웠지만, 꾸준한 연습 끝에 지금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유려한 글씨를 쓸 수 있게 됐다.“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린다”라고 힐 만큼 서예에 대한 열정이 깊다. 정경재 어르신 역시 “서예는 나의 친구”라고 표현한다. 부모님을 따라 8세부터 18세까지 만주에서 생활했고, 해방 후에는 귀국하여 코오롱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 당시에는 붓글씨를 전혀 몰랐으나, 은퇴 후 서예에 입문해 30여 년 동안 붓을 다루면서 진정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서예실 회원으로 함께하는 이상원(84) 어르신은 “두 백수 어르신은 서예실의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다른 어르신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라며 존경을 표했다. 고령화 사회 속 ‘노당익장(老當益壯)’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들의 일상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비록 백세를 눈앞에 두었지만, 그들의 삶은 오늘도 붓끝에서 새로이 피어난다. 곁에서 지켜본 교장을 역임한 만제 조주형(90) 어르신은 하재호 어르신에 대해 교육청 행정실에서 건축 설계사로 근무하며, 대구·경북 지역의 여러 초·증등학교 건물을 설계하신 분이라고 귀띔을 했다. 서예반 벽암 이종만(96) 어르신은 “육신은 노쇠할지라도 정신은 더욱 단단해진다”라며 “백세 어르신의 서예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살아있는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노인종합복지관 노인복지대학 차세희 총학생회장은 “백세를 앞둔 어르신들의 붓끝에서 우리는 나이는 경계가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것을 배운다”고 힘주어 말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4-13

침묵하시겠습니까?

“침묵은 금이고 말은 은이다”라는 속담은 동양에도 서양에도 있다. 대체로 침묵은 지혜와 안전과 신중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침묵이 동조하거나 방조를 의미하는 때도 있다. 지금 한국 정치의 혼돈 속에서 과연 침묵은 금일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논리적으로 말할 수 없는 영역, 다시 말해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침묵이라는 것은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단순하게 말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 또한 언어만큼이나 깊은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그리하여 침묵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며 사회적, 예술적, 철학적으로 매우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침묵의 사전적 의미는 ‘말하지 않음’과 ‘환경의 고요함’을 뜻한다. 한국 대사전에서는‘말을 하지 않거나 소리를 내지 않음’으로 정의하는데 단순히 환경적으로 조용함뿐만 아니라 의식 있는 존재의 무언의 상태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종교적 행위에 있어서의 침묵, 묵언, 명상이나 수도원에서의 침묵은 그것을 통해 내면의 평화와 자기 수양 내지는 내공을 채우는 것은 매우 이로운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외교 관계에서 의사전달 도구로서의 말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때로는 침묵을 통한 매우 제한된 소통은 침묵을 유지하는 편이 갈등의 확산을 미리 막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문학과 영화, 연극 등의 과정에서 침묵은 더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유의미한 경우도 많다. 반면에 침묵해서는 안 되는 경우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미투(Me Too)운동과 같은 사례라 할 것이고, 부정과 부패에 대한 내부고발자 등이 침묵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참 정의의 파수꾼이 되는 경우다. 공정하지 못한 억압에 항거하거나 범죄사실을 알고 있거나 직접 목도 하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행동이다.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매우 강한 메시지 예로는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적들의 말이 아니라 친구들의 침묵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흑인 차별에 대한 침묵은 차별을 조장한다고 경고하면서 침묵을 깨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도 “침묵하면 폭력과 불의는 더욱 강해진다”면서 27년간의 수감 생활을 침묵하지 않고 남아공의 민주주의를 이끌었다. 우리가 부정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에 가장 앞선 이유는 침묵은 억압을 정당화하며 가해자를 보호하는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다. 공익과 정의를 위해 부정을 방지하고 정의를 실현하고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침묵할 것인가 침묵을 깰 것인가의 결과는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석종출 시민기자

2025-04-13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포항 훈련장에서 5일간 전술훈련 실시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포11대대는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주둔지와 포항 정천리 훈련장에서 대대 전술훈련을 실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대대 장병 190여 명과 K9A1 자주포 18문이 투입됐으며, 포병 전투수행능력 배양과 임의 전장지역 상륙작전능력 향상에 목표를 뒀다. 훈련은 비상소집을 시작으로 △전시전환 절차 확인 △기동 △지휘소 구성 △단계별 전개 및 사격 임무수행 절차 숙달 △우발상황 조치훈련 등으로 진행됐다. 대대는 명령하달 평가와 부대방호 훈련을 통해 정찰반의 임무수행 능력을 검증했고, 불발탄 발생 등의 각종 극한 상황을 가정한 대처 훈련으로 위기 극복능력을 향상시켰다. 특히,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쌍방교전을 통해 대원들의 전투 감각을 길렀다. 훈련 간에는 지휘관 주관 현장 전술토의가 진행됐고, 이를 통해 장병들은 전술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훈련에 몰입할 수 있었다. 또한 훈련준비 단계부터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지휘관이 주관한 사고사례 교육으로 위험요소를 판단하고 과속금지 및 안전거리 확보 등을 위해 정신교육을 했다. 안이솝 포11대대 중대장은 “대대 전술훈련을 통해 언제·어디서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고 앞으로도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통해 확고한 화력지원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보규 수습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4-13

대구경찰청, 과학수사 연구세미나 개최

대구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는 지난 11일 대구경찰청 북카페에서 ‘2025년 제1회 과학수사발전연구회(ACI) 연구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이번 세미나는 과학수사 분야별 사례 연구와 새로운 기법 및 장비 개발을 통한 현장 대응력 강화, 최신 기술 공유를 통한 수사 역량 제고를 목적으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과학수사관, 검시조사관을 비롯해 국과수, 육군수사단, 대학 등 내·외부 전문가 약 50명이 참석했다. 주요 발표 내용으로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변사자 신원 확인 가능성 연구(대구청 과학수사계 김연정 검시조사관/민간기업 유니버스AI 협업) △드라이 아이스를 이용한 자살 현장감식에서의 착안점(대구청 과학수사계 경위 고복찬) △고온 및 그을음에 노출된 혈액지문 증강 기법(대구청 과학수사계 경장 백현정) △인공지문의 제조 및 지문 리프팅 기술에 관한 실무적 연구(충북청 과학수사계 경장 남궁주영) 등 이다. 또 참석자들은 각 주제에 대해 기관 간 실무협의체 구성, 실무 적용 가능성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송준섭 수사부장은 “정확하고 신속한 과학수사는 국민 신뢰 확보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실무 중심의 연구활동과 유관기관 간 협업을 통해 과학수사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찰청 과학수사발전연구회(ACI)는 2024년 경찰청 주관 최우수 학습모임에 선정된바 있다. 연구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기적인 연구회와 세미나를 통해 기법연구와 장비개발 등 과학수사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제고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체계 강화에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4-13

대구소방안전본부, 산업단지관리공단과 화재예방 간담회 개최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최근 3층 회의실에서 산업단지 내 공장화재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21일 오후 10시쯤 대구 서구 중리동 소재 서대구산업단지 내 한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계기로 마련됐다. 당시 화재로 총 13개 동이 소실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간담회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지역본부를 비롯해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달성1차산업단지관리공단,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관리공단,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대구제3산업단지관리공단,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등 총 7개 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와 대구소방안전본부 예방안전과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주요 논의 내용으로는 △산업단지관리공단과 협력해 입주업체 대상 화재예방 교육 강화 △입주업체의 화재예방 안전수칙 준수 여부 점검 △기계·설비의 과부하 및 과열 여부 수시 점검 안내 △노후 공단 등 화재 취약지역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 실시 △블록형 공장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한 긴급 화재안전조사 등이다. 대구소방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산업단지관리공단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산업단지 내 공장화재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엄준욱 대구소방안전본부장은 “산업단지 내 공장화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산업단지관리공단과의 협력을 통해 철저히 대비하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4-13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 조롱 사진 올린 간호사 파면

대구가톨릭대병원은 11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환아 사진을 찍어 조롱하는 문구와 함께 SNS에 올린 간호사 A씨를 파면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이날 환아 부모 B씨에게 교직원윤리위원회 등을 거쳐 지난 4일 간호사 A씨를 파면했다고 서면으로 알렸다. B씨는 “병원 측이 서면으로 보낸 조치 사항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보면 여전히 간호사의 개인 일탈 행위로만 이 사안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 측에서 우리 아이가 아프거나 가족들이 정신적 피해가 있으면 진료받게 해주겠다고 제시했는다”며 “이 병원에 다시 갈 수 있겠나. 서면 또한 당초 약속한 날짜보다 5일이나 늦게 받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간호사 A씨는 SNS에 환아 사진과 함께 “낙상 마렵다(낙상시키고 싶다)” 등의 문구를 게시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겨 줬다. 이 사실을 안 B씨는 병원에 신고하고, 대구경찰청에 간호사 A씨와 김윤영 병원장을 고소했다. 병원 측은 사실 확인 후 간호사 A씨의 징계 절차를 밟았다. 대구경찰청은 간호사 A씨의 휴대전화와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학대 기간과 추가 가담자 여부를 조사 중이다. 병원 측은 현재 간호사 A씨가 올린 게시글을 다른 게시글로 공유한 또 다른 간호사 2명을 확인하고 직접적인 학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또 지난 5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김 병원장이 이번 일을 사과하는 영상을 게시했으나 시민들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4-11

광복회 대구지부, 106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개최

광복회 대구지부는 11일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 대강당에서 ‘제106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 이날 기념식에는 김정기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대구시의회 이재화 부의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종술 대구지방보훈청장, 류규하 중구청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및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 내 대구지방국세청장 등 3개청 기관장과 독립운동가 유족, 보훈 단체장 등 각계 주요 인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독립유공자 포상 전수식에는 애국지사 유긍렬 선생의 후손인 박이용 씨가 받았다. 애국지사 유긍렬 선생은 10년 전인 2016년 8월 15일에 대통령 표창을 추서 받았으나, 유족에게 전달을 하지 못했지만, 이번 기념식을 통해 유족인 박 씨에게 전수하게 됐다. 대한민국 임시헌장 낭독은 안동농림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조선회복연구단 단원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한 장주호 지사의 아들인 장병환 광복회원과 경북 의성군에서 동민 60여명을 규합해 독립만세시위를 주동한 이만준 지사의 후손인 이수경 광복회원이 낭독했다. 만세삼창은 1919년 3월 19일 영덕군 창수면에서 전개된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하여 주재소·사무실·객사·주임순사의 집 등을 파괴하고 공문서를 파기하는 등 격렬한 독립만세운동을 전개한 이환이 지사의 후손인 이기철 광복회 회원이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과 독립정신을 상기하고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만세삼창를 선창했다. 김정기 행정부시장은 “선열들의 희생과 정신은 광복과 오늘의 자유민주주의 확립에 큰 기틀이 됐다”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구어 낸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 공훈에 보답하는 대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우대현 광복회 대구지부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제106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분출된 한민족의 자주독립에 대한 의지를 한 곳으로 모으고,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한 애국선열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본받고,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굳건한 뿌리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4-11

의료계-시민단체 유착 논란

의료계와 시민단체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A시민단체는 Y병원에서 근무했던 B씨의 민원을 받아 경쟁병원인 C병원을 수차례 고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A단체에서 활동했던 K씨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경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이같이 진술한 후 “A단체가 Y병원에서 근무했던 B씨의 민원을 받아 경쟁병원인 C병원을 수차례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B씨로부터 제보를 받아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해 검토한 결과 A단체가 고발에 나섰다”며 “이후 지난해 10월과 11월 의료법 위반 등 같은 사안으로 C병원에 대한 반복적인 시위와 재고발이 이어졌다”고도 했다. 특히 병원의 법률 대리인의 조력을 받아 지속적으로 고발을 진행했고, C병원을 상대로 수사기관에 여러 차례 고발과 진정을 제기했다는 게 K씨의 전언이다.  그는 이어 “Y병원이 자사 출신 인물을 내세워 경쟁 병원을 고발했고, 지난해 7월 이후에는 A단체까지 동원해 고발을 확대했다”면서 “당시 경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음에도 같은 사안으로 다시 고발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고발 전후로 고발의 문제점과 신중함을 수차례 강조했으며, C병원은 불송치(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B씨는 반복적으로 동일한 사안을 고발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시민단체와 의료계 간의 유착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시민단체 내부의 부패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4-11

경북농관원, 산불 피해농가 행정지원 대책을 마련·시행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이 최근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5개 시·군 농업인이 피해 복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 대책을 마련·시행한다. 10일 경북농관원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주요 지원 내용은 먼저 산불로 인해 농지가 유실되거나 과수 등 농작물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농지 형상과 기능을 유지한 것으로 인정해 기본형공익직불금을 지급한다. 또한, 논에서 밀, 콩, 가루쌀, 조사료 등을 재배하는 전략작물직불의 경우 이행점검 기간이 6월 말까지 연장됨에 따라 피해지역은 현장여건을 감안해 점검 시기를 조정해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두 번째 산불 피해로 작물 파종이 늦어지거나 농업경영체 등록 증빙서류가 소실된 경우에도 농업경영체 등록과 등록정보 갱신을 유예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신규 신청한 농업인은 우선등록 후 실경작 조사 확인이 9월 30일까지, 증빙서류 제출은 2026년 3월 31일까지 각각 유예된다. 여기에 농업경영체 등록 유효기간 만료일이 3월 1일에서 9월 30일까지인 농업인은 10월 이후 등록정보 확인 후 갱신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피해 지역 농업인의 부담 완화를 위해 농산물 안전성 조사 물량을 축소 조정하고, 생산단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맞춤형 농약 안전사용 지도도 병행할 계획이다. 서준한 지원장은 “소속 직원 450여 명을 활용해 산불예방 홍보 및 감시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산불 특별재난지역의 일상이 정상화될 때까지 농업인 불편 해소를 위한 행정지원에 각별히 힘쓰겠다”고 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4-11

‘산수분경’ 37년 인생… 산의 모든 것 담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10일 오후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있는 진무재(72)씨의 작업실은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푸른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가 만든 120평의 전시공간은 산과 계곡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작품들로 가득했다. 크고 작은 바위들, 수십 년 된 나무들, 푸르른 이끼와 잔잔하게 흐르는 계곡물까지 그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했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진 씨는 1988년 ‘산수분경’을 처음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 37년 동안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손끝에서 되살아나게 했다. 그는 이 작업을 단순한 취미나 공예가 아닌 “자연과의 교감”이라고 표현했다. “처음엔 아이들의 피부병 때문에 집에서 보리싹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겨울에도 싹이 파랗게 올라오는 걸 보며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했죠. 그때부터 조금씩 식물을 키우고, 자연의 형태를 작게 재현하는 일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진 씨의 작업은 그야말로 자연에 대한 ‘연구’다. 작품을 구성하는 바위, 나무, 이끼 모두 직접 발품을 팔아 수집한다.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희귀한 바위를 찾고, 계곡가에서 오랜 세월 물과 햇볕을 견딘 이끼를 채집한다. 그는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인공적인 재료는 쓰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도 최소 두 달 이상 걸린다. 작품의 영감은 오로지 ‘산’에서 얻는다. 그는 한라산과 지리산, 설악산은 물론 중국의 장가계, 프랑스의 몽블랑까지 직접 돌아다니면서 마주한 절경을 사진으로 담고 머릿속에 각인한 뒤 이를 작품으로 재현한다. “산을 오를 때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는 느낌이에요. 작품은 그 선물에 대한 내 나름의 감사 인사인거죠” 그의 하루는 작품을 돌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분경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가지치기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지요. 작품을 돌보는 시간이 곧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천계노송’은 140년 된 소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 뿌리를 바위틈에 얽어 자라는 노송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천계노송’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의 방문객들이 그의 작업실을 찾아온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일이 많지 않아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전통 분재나 산수분경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라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곁에 두고 보살피고, 벗처럼 지내는 삶이 가능하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진 씨는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완벽한 자연은 흉내 낼 수 없지만, 그 감동의 일부라도 담아낼 수 있다면 내 일은 충분히 가치 있지요”라며 남은 생이 다할 때까지 이 길을 걷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