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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LA사무소 연 대구, 글로벌 도시 위상 높여라

지금 세계는 나라간 경쟁이 아닌 도시간 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도시가 각자의 경쟁력을 키워 국가 발전을 이끄는 도시의 글로벌화가 대세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방단위의 메가시티 조성을 목표로 한다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글로벌화 되어가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특히 인구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방의 도시들은 국제통상의 확대와 해외 우량기업의 역내 유치, 글로벌 인력 확보 등 도시의 경쟁력 확장을 위해 해외 사무소는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달 27일 LA 한인축제가 열리던 날, LA 코트라 무역관서 홍준표 대구시장, 박윤경 대구상의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 LA 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대구시가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마련한 LA사무소는 앞으로 지역기업의 미국 진출과 통상업무 등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대구시의 해외사무소는 중국 상하이와 베트남 호치민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올 연말 중국 청두에도 대구사무소를 개소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는 대구시의 바람직한 조치로 보여진다. 특히 미국은 매년 수출이 늘고 있는 데다 대구 전체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곳이다. LA에는 경북, 경남, 전북, 전남 등 7개 시·도가 이미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어 지방도시 간 경쟁이 치열하다. 늦었지만 대구시의 분발이 필요하다. 시는 사무소 개소의 첫 행사로 LA한인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구식품(D-푸드)의 미국시장 진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특히 홍 시장은 “빅테크 기업과 대구 5대 신산업을 연결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혀 농산물 중심으로 활약하는 타 지자체와 차별성을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해외 사무소 개설은 글로벌 시대 도시 경쟁력 확대에 필수다. 지방정부의 외교력이 평가받는 시험대도 된다. 대구시의 해외사무소가 속속 개소되는 것을 시발점으로 대구시의 외교 및 교역 역량이 커져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대구의 국제적 위상도 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24-10-01

자영업자들 한계상황 내몰린다

고금리·고물가에 내수부진이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이 너나없이 위기에 처했다. 경북 동해안 최대수산물 시장인 죽도시장은 최근 내수절벽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 죽도시장 상인들은 지난 추석에도 폭염때문에 대목경기를 누리지 못했다. 한 상인은 “하루 매출이 40만~70만원 정도인데 남는 건 10% 뿐”이라고 했다. 한 개 팔아야 1000원 남는다는 쥐포 판매상인은 “마진 10%로 임대료를 내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포항 도심상권의 불황도 심각하다. 지난해까지 중앙상가 점포는 870여 곳이었지만 최근 360곳이 문을 닫았다. 포항지역 자영업자 폐업률은 지난해 20%를 넘어선 이후 올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전국적으로도 자영업 붕괴현상은 심각하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4명 중 3명꼴로 한 달 소득(종합소득세 신고분)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4368건 가운데 860만918건(75.1%)이 월소득 100만원 미만이었다. 소득이 전혀 없다는 ‘소득 0원’ 신고분도 100만건에 육박했다. 전국 570만 자영업자의 위기는 곧 서민경제의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자금 상환을 연장해 주거나 임대료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반응은 냉담하다. 지원 자격과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도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앞으로 2차 베이비부머(1965∼1974년생)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자영업의 위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를 보면, 자영업자 3명 중 2명은 50대 이상 장·노년층이다. 너도나도 직장에서 나온 후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다 보니 출혈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자영업 위기를 막으려면 우선 내수 부양책이 선행돼야 하지만, 한계상황에 내몰린 생계형 창업자를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 지원이 필요하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외면하면, 국가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2024-10-01

마약범죄 급증… 사회전체가 감시자 돼야

지난해 대구경북(TK)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이 1467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2013년 246명에서 2023년 743명으로, 경북은 2013년 249명에서 2023년 723명으로 늘었다. 10년 동안 TK지역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대구 4364명, 경북 4478명으로 총 8842명이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검거된 마약사범 수가 2013년 5459명에서 2023년 1만7817명으로 3.3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10대 마약사범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검거된 마약사범 중 10대는 1066명으로 2022년 294명보다 3.6배 많았다. 마약 재범률이 40%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10대 마약범죄가 시간이 지나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10대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이유는 가벼운 처벌 탓이 크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은 “2023년 마약류 범죄를 분석했더니 미미한 처벌 수위와 수사 인력 부족이 10대 마약사범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고 했다. 최근 3년간 마약류 사범 1심 판결 현황을 보면 벌금·집행유예·1년 미만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사례가 6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마약유통망을 끊어내려면 공급책을 적발해 엄중 처벌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전국 경찰서 중 마약 대응 전담팀을 갖춘 곳이 23곳에 불과한 것도 큰 문제다. 검찰이 최근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범죄자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구형하겠다고 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마약거래는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SNS에 익숙한 청소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가상화폐로 구입한 뒤, 국제택배로 전달받으면 추적이 안된다. 마약은 중독성이 높아 한 번 접하면 끊기 어렵다. 전 연령층으로 급속하게 번져가는 마약범죄를 근절하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내 가족을 보호한다는 마음으로 퇴치운동에 나서야 한다.

2024-09-29

대구경북 철도 르네상스, 상생 발전 돌파구로

올 연말까지 대구경북지역에는 동해중부선 등 5개 철도노선이 새롭게 개통되면서 철도 교통망의 지각 대변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대구와 경북을 통과하는 5개의 신설 철도노선은 중부내륙선(문경-경기 이천), 중앙선(충북 단양 도담-영천), 동해중부선(포항-강원 삼척) 등 일반철도 3개 노선과 대구권광역철도(구미-대구-경산),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안심-하양) 등 광역철도 2개 노선이다. 이번 철도가 개통되면 오지지역으로 여겨졌던 경북 내륙지역의 교통에 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대구와 인접한 구미 등 8개 지역이 1시간대 생활권에 놓이게 된다. 특히 대구권은 출퇴근 인구의 증가와 경제적 교류 활성화 등으로 대구와 경북은 실질적인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그에 따른 시도민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이 된다. KTX 소외지역이었던 의성, 군위 등 경북 내륙지역은 KTX 수혜지역으로 바뀌게 되고 문경에서 1시간 30분이면 수도권 진입도 가능하게 된다. 또 철도망 연계를 통해 안동에서 울산. 부산 등 동남권으로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철도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산업화의 역군이자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는 대동맥 역할을 한다. 경제, 사회, 문화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쳐 인구유입과 관광 활성화, 산업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생산하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개통되는 대구경북 철도망도 상당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안겨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용하느냐 하는 것은 대구경북의 몫이다. 시도는 광역철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정책개발에 나서야 한다. 철도망의 개통이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선별이나 차별화된 역세권 개발 계획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아직 진척을 보지못했으나 대구와 경북을 잇는 교통망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면 행정통합의 필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철도노선의 지각변동을 계기로 행정통합을 포함해 대구와 경북이 상생 발전하는 논의에 더 집중해야 한다.

2024-09-29

청소년에게 핫한 전자담배, 강력한 규제 필요

포항시내 한 슈퍼마켓에서 본지 기자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전자담배를 샀더니 가게주인이 신분증 요구없이 담배를 건넸다는 기사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우리사회가 10대 청소년이 거리낌없이 담배를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기자가 24시 무인매장에도 들러 자판기에서 전자담배를 구매했더니, 본인 대조 절차 없이 타인 신분증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전자담배 구입이 이처럼 쉬워지니 청소년 흡연인구가 늘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청소년(중1∼고3)들의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율이 2020년 1.9%에서 지난해 3.1%로 증가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의 60%정도는 현재 궐련담배(일반담배)를 피운다는 통계가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과일 향을 첨가해 담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부모들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담배사업법상 연초 잎이 들어간 담배는 온·오프라인 판매가 금지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어디서든 판매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최근 청소년에게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것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온·오프라인에서 광고판촉을 해도 아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이 최근 조선일보 금연정책 콘퍼런스에서 “담배사업법상 담배정의를 모든 종류의 니코틴 포함 제품으로 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 말에 공감이 간다.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현 상태로 두면 청소년 흡연인구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일반 담배처럼 액상형 전자담배도 상습 흡연하면 중독위험이 크고, 폐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의 발병 원인이 된다. 지난 6월에는 일주일에 액상 전자담배 4000개를 피워 폐절제술을 받은 영국 10대 소녀가 얼굴이 파랗게 변하고 심장마비 직전까지 갔다는 사연이 보도된 적도 있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이 필요한 때다.

2024-09-26

저출산 문제 해결 앞장서는 기업문화 조성을

윤석열 대통령은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해 “일·가정 양립에 앞장서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검토하고 국세 세무조사 유예와 같은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자금과 입찰사업 우대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국가적 과제가 된 저출산 문제 해결에는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저출산 대책을 펼쳤으나 실효적 성과를 못낸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의 동참이 부족한 탓도 있다.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시대에 가임부부 대부분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어 그들에 맞는 정책개발은 필수다. 물론 출산휴가나 남편이 아내의 출산과 육아를 돕는 배우자 출산휴가 등이 실시되나 기업이 앞장서는 출산문화 조성은 아직 미흡한 데가 많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는 출산에 따른 휴가조차도 직장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기업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통령이 밝힌 세제지원 대책이 기업에게 얼마나 먹혀들지 알 수 없으나 출산기피 현상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처방하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출산의 문제는 경제, 사회, 복지 등 국가 모든 정책의 중심에서 출발해 사회 전체를 가족친화적 문화로 승화 발전시켜야 한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출산과 육아가 행복한 경험이 되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난 7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혼인과 출생아 수가 깜짝 증가했다. 저출산 고민에 빠져있던 우리에게 매우 고무적 변화란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미뤄졌던 결혼이 증가한 것 등이 반영된 결과여서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의하면 2072년에는 국내 인구의 47.7%가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추정된다고 한다. 암울한 예측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문화 조성은 효과 측면에서 기대해 볼만하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워라밸 문화에 만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개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2024-09-26

대구시내버스 노선 개편, 시민의견 경청하길

대구시가 10년 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연말 대구권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1호선 하양구간 개통, 그리고 군위군 대구편입, 서대구역 개통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손봐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노선 개편은 주민설명회를 거친 후 내년 2월 말부터 시행된다. 대구시가 어제(25일) 발표한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안에 의하면, 전체 노선 중 절반이 넘는 58.2%가 폐지되거나 대폭조정, 또는 일부조정된다. 개편되면 급행 11개, 간선 61개, 지선 50개 등 122개 노선에서 직행 2개, 급행 11개, 간선 59개, 지선 51개, 총 123개 노선으로 바뀐다. 운행 버스 대수는 1566대 그대로다. 직행 및 장거리 급행노선 신설, 중복노선 통폐합, 경산·하양방면 노선 조정, 서대구역·도심 재개발 지역 접근성 강화 등이 이번 노선조정의 특징이다. 대구에서 첫선을 보이게 될 직행노선은 칠곡~영남대, 동대구역~테크노폴리스 국가산단 구간에 운행된다. 직행노선은 급행노선보다 경유지가 적다. 대곡∼가창∼범물∼반야월, 군위∼칠곡간 2개 급행 노선도 새로 만들어진다. 대신 도시철도 1·2호선과 중복되는 5개 노선은 폐지된다. 도시철도 노선과 겹치는 경산·하양간 노선도 대폭 조정된다. 도시철도 2호선(문양역~영남대역)의 경우, 많은 시내버스 노선과 중첩됨에 따라 대구시는 최근 경산시에 경산까지 운행되는 시내버스 대수를 줄이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내버스 승객들이 갈수록 줄고 있음에도, 대구시가 시내버스 회사에 지급하는 재정지원금은 한 해 2000억원에 육박한다. 재정적으로나 효율성 측면에서 시내버스 노선개편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노선 조정은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많은 민원을 야기하게 돼 있다. 지난 2015년 대구시가 80개 노선을 개편할 때도 대구와 인접 시·군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했었다. 앞으로 주민설명회 절차 등이 남아있는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노선개편을 확정하길 바란다.

2024-09-25

이번엔 금배추, 농산물 기후위기 대책 급하다

배추값이 금값이다. 추석까지 이어진 늦더위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공급량이 줄면서 재래시장 등 일부 소매점에선 최근 포기당 2만2000원짜리 배추가 등장했다고 한다. 한우 1등급 200g 시세 1만7000원과 비교하면 배추값이 더 비싼 기현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추값이 미쳤다”며 “올 김장은 포기해야겠다”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배추값이 폭등하자 일부 식당에서는 김치 대신 오이김치로 대체하거나 셀프코너에 김치를 아예 빼버리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배추값이 폭등한 것은 폭염과 가뭄에 따른 생육 부진과 재배면적이 줄어든 탓이다. 추석까지 이어진 늦더위로 강원도지역의 고냉지 배추의 작황이 타격을 입었고, 지난주 폭우로 전국 배추 재배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던 것이 원인이다. 이번주 들어 기온이 떨어져 배추의 생육이 회복돼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보이나 10월 중순까지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중국산 배추 수입에 나섰으나 배추값이 진정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기후 변화로 배추의 품질과 생산량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통신은 “고온현상이 이대로 지속되면 서늘한 기후에 자라는 배추는 한국에서 더이상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기후 변화가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역대급 폭염이나 가뭄 등이 새로운 질병의 원인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농산물 생산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다. 지난해 사과값이 폭등한 것도 이상기후 탓이다. 사과값이 금값이 되면서 소비자 물가를 불안하게 흔든 것처럼 배추값 또한 소비자 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특히 11월 김장철을 앞두고 있어 배추값 폭등을 걱정하는 주부들이 많다. 배추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수입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그것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사과와 달리 배추는 마침 중국산 수입으로 대체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임기응변식 방법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기술의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2024-09-25

정국현안 풀려면 尹·韓 자주 만나는 게 순리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요청한 독대를 거절함으로써 ‘윤·한 갈등’이 정점에 달한 모습이다. 의료위기가 심각한 시점에서 의·정 갈등을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 대표는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현안이 있고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독대자리가 마련돼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비롯한 정국현안에 대해 진솔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공식 라인의 사전 조율 없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심한 불쾌감을 가졌다고 한다. 두사람간의 갈등은 한 대표 측과 친윤계의 대리전으로 이어져 국민의힘 내부분열도 심각하다. 한 대표 측은 “대통령이 여당 대표도 따로 안 만난다면 누구와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친윤계 의원들은 한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30%대 사이에서 널뛰기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9~20일 조사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보면, 전국적으로는 긍정적인 답변이 상승(30.3%)했지만 대구경북(TK)에서는 긍정평가 31.9%, 부정평가 61.8%로 직전조사에 비해 부정평가가 10% 포인트 정도 올라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한 갈등에 대한 TK지역 민심이반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 여론조사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의·정갈등으로 인해 망가져 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하루빨리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 야당은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 기회를 이용해 대통령 탄핵까지 노리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이 둘도 없는 동반자여야 할 여당 대표와 만나는 것을 왜 꺼리는지 국민 대부분은 의아해하고 있다. 가능한 한 자주 만나서 산적한 국정 현안에 대해 해법을 찾는 게 순리 아닌가.

2024-09-24

석포제련소 대표 구속, 중대재해 경종되길

작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회사 경영책임자가 안전체계를 제대로 구축했는지를 따져 위반이 있으면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목표로 처벌 수위를 높여 만든 법이다. 그러나 작년 한해 산재사고 사망자는 644명이나 됐다. 전년에 비해 크게 줄지 않은 수치다.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선 256명이 사망해 오히려 8명이 늘었다. 법의 실효성 측면에서 보면 별로 효과가 없는 결과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업대로 중대재해법의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 수위로 혼란을 겪는다는 호소를 한다. 또 법을 집행하는 기관도 신중을 기하다 보니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은 경북 봉화군 소재 석포제련소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로 구속 기소했다. 원청업체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대표가 관리대상 유해물질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비소 누출 우려가 있는 탱크 교체작업과 관련한 위험성 평가를 충실히 하지 않았고, 또 하청업체 선정도 형식적으로 진행해 안전관리 체제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석포제련소는 작년 12월 탱크 수리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누출된 비소에 중독,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상해를 입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석포제련소는 그 후에도 지난 3월 냉각탑 청소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사망했고, 8월에는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석포제련소 대표이사 구속은 중대재해와 관련한 첫 구속이란 점에서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기업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도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 현장에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 노력이 수반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사회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며 기업의 주장대로 법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고쳐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2024-09-24

TK통합, 해외사례에서 해법 찾는 것도 定石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방향에 대해 프랑스와 일본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사례를 모델로 삼자고 제안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사는 그저께(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간 행정통합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전제하면서, TK행정통합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 지사는 광역단체 간 통합의 성공사례로 프랑스의 레지옹과 일본 도쿄도(東京都)를 적시했다. 프랑스는 지난 2016년 ‘지방자치단체 개혁에 관한 법’을 제정해 광역단체(레지옹)를 22개에서 13개로 통합했다. 그 결과 각 레지옹의 평균인구는 30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증가했고, 광역단체들은 규모의 경제 실현과 지역 간 격차완화 등의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1943년 도쿄부와 도쿄시를 통합해 도쿄도를 출범시켰으며, 현재 도내 23개 특별구(광역)와 39개 시·정·촌(기초)이 조화를 이루며 복잡한 도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TK행정통합은 현재 2가지 쟁점(통합시 시·군·구의 권한 축소와 경북도내 청사 소재지 문제)에 대한 시·도간 견해차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경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행정통합과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을 수위 높게 비난하는 의원들의 발언이 여과 없이 공개되면서 통합논의가 무산될 위기도 겪었다. 다행히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관계자들의 중재로 논의불씨가 되살아나긴 했지만, 갈 길은 멀다. TK행정통합 논의가 홍역을 치르는 과정에 다른 광역단체 간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시와 경남도의 경우 서둘러 공동합의문을 채택한 후, 내년 상반기 여론조사를 거쳐 시·도민 행정통합 의사를 확인한다는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40년 넘게 딴살림을 차려온 대구시와 경북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부 쟁점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돼 통합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지만,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빨리 합의점을 찾기를 바란다.

2024-09-23

학자금 대출 못갚는 청년 급증… 일자리가 답

대학을 다니면서 받은 학자금 대출을 졸업 후에도 제때 갚지 못하는 20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취업 후 학자금 대출을 체납한 대학 졸업자 수는 5만1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이 상환하지 못한 학자금 규모도 6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보다 학생 수로는 30%, 금액으로는 37%가 증가한 수치다. 대구와 경북도 지난해 경우 1960명, 1347명이 각각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납률로는 대구가 20.3%로 전국 평균 18.2%보다 높았고 경북은 16.9%로 밝혀졌다. 이같은 수치는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심긱한 수준이란 분석도 나와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졸업생이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졸업을 했어도 취업을 못했거나 저임금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경제 사정은 불황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 7월 기준으로 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쉬고 있는 청년(15∼29세)의 수가 무려 44만여 명에 이른다. 역대 최고치다. 이는 청년층 비경제인구 가운데 중대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데도 그냥 쉬고 있는 사람을 가르키는 수치로 많은 청년들이 경제활동 자체를 포기하고 은둔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이 쉬는 이유는 “원하는 임금, 근로조건을 갖춘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은 사회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 국가적으로는 노동시장에서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를 초래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20대 청년의 우울증이 늘고 자살률도 증가한다. 한국은 20대 청년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다. 청년 실업률과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대책을 세워 발표했으나 실효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청년에게 미래를 열어주지 못하는 나라에 희망이 있을 리 없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국가와 기업이 온 힘을 쏟아야 한다.

2024-09-23

내일 윤·한 회동… 의정갈등 돌파구 찾을까

내일(24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간의 만찬 회동에서 의·정갈등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만찬회동에는 당에서는 한 대표를 비롯해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 주요 당직자 등이 참석하고,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안보실장, 수석 비서관들이 참석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만찬 일정을 잡았지만, 추석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한동훈 대표 취임 두달(23일)을 맞아 처음 열리는 이날 당정 공식 만찬에서는 의·정갈등과 의료위기 문제가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보음도 들린다. 의·정갈등에 대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시각차는 여전히 크다. 추석 연휴 내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동분서주한 한 대표는 의료계가 ‘2025년 증원 조정’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 이 문제도 협의체 의제로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한 대표가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공식 만찬 직전 윤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를 대통령실에 요청한 것이다. 꼬일 대로 꼬인 의·정갈등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려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독대는 불가피하다.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회동마저 ‘빈손’으로 끝나게 되면,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지금 의료대란에 대한 국민 불만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정부는 반드시 의료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의료위기 사태에 대한 책임자 문책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이번 회동에서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게 되면, 앞으로 국정운영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

2024-09-22

구미 일자리 편의점, 저출산 극복 성공모델로

지난주 경북 구미에서 전국 최초로 일자리 편의점 1호점이 개소됐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저출산 극복과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만든 일자리 편의점은 향후 운영 상황을 점검해 경북도내 전 지역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올 초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각종 저출산 대응전략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그 중 일자리 편의점은 일본 지자체 중 출산율 1위의 오카야마현의 산골마을 나기초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나기초 마을은 2019년 기준으로 합계 출산율이 2.95명이다. 이곳에서는 일자리 편의점을 통해 마을 전체가 아이 돌봄에 나서 부모들에게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구미에 첫 문을 연 일자리 편의점은 여성들이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력단절 여성 및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에게는 단기 일자리와 자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 대상은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둔 여성이며, 이들에게는 부품생산, 소포장, 민원안내, 매장관리 등의 일자리를 알선하게 된다. 또 일자리 매칭을 요청한 기업에게는 출산·육아 휴직자 대체인력 제공이나 사업장 규모에 맞는 취업 인력을 제공하고 인건비도 지원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 1분기 국내 합계추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나을 것으로 추정되는 출생아 수)은 0.76명이다. OECD 국가 중 꼴찌다. 전국 모든 시도에서 합계 출산율이 하락하고 매년 신생아 수는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극복보다 시급한 과제는 없다. 정부 차원은 물론 각 지자체들도 각종 아이디어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고 있으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년동안 수 백조원의 저출산 대책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되레 수직 하락이다. 경북도가 개소한 일자리 편의점 사업이 비록 작은 것이지만 성공한 모델로 기록되는 역사를 만들었으면 한다. 경북도는 연말까지 구미 일자리 편의점을 시범 운영해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해 내년에는 예천과 포항에 2, 3호점을 열 계획이라 한다. 경북이 주도하는 일자리 편의점 사업이 일과 돌봄이 양립하는 문화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2024-09-22

경북도 ‘민간투자 활성화 전략’ 성과로 답해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민간투자 활성화 전략을 민선8기 후반기 도정 운영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이 말에 담긴 뜻은 지방이 살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야 하며 경제를 이끄는 기업의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동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 경북도는 지난 3월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전국 1호 사업으로 구미국가산단 근로자 임대주택 건립사업을 출범시킨 바 있다. 이어서 문화관광, 농업, 에너지 등 각 분야별로 다양한 프로젝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경북도는 정책 금융펀드를 활용한 지분투자 방식으로 2026년까지 1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에 있다고 한다.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는 민간과 지자체가 사업의 주체가 되어 프로젝트를 설계·주도하는 방식이다. 국가재정 지원을 마중물로 삼아 민관이 파트너십으로 지역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민은 사업의 위험성을 줄이고 관은 공공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방의 도시들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나 지방의 부족한 재정의 한 부분을 민간투자로 채우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경북도는 이에 따라 관련 조직을 이미 정비했고, 경북도 자체펀드 출범과 동시 비수도권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마련 등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경북도의 부족한 관광인프라 확대를 위해 대형호텔과 리조트사업에 민간투자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경북지역은 많은 명소와 휴양지가 있으나 제대로 된 숙박시설이 부족해 스쳐가는 관광지에 머물고 있다. 머물 수 있는 관광지로 바꾸는데 민간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이다. 또 동해안 7번국도 휴양벨트와 백두대간 산림휴양 벨트사업도 민간투자 활성화 전략으로 실현 시킬 생각이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민간투자프로젝트는 국가재정에만 의존하는 종래의 투자방식에서 탈피하고 민관이 파트너십으로 지역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발상의 전환이 일궈낸 창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민간투자 활성화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4-09-19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취항은 ‘APEC 현안’

내년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북도가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부정기편 취항을 추진해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부정기 노선이긴 하지만, 포항경주공항에 국제선 취항이 가능해지면 APEC 각국 방문단의 입국과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북도는 장기적으로 포항경주공항에 국제선 정기노선을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오는 2028년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포항경주공항은 해외관광객 유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포항경주공항에는 현재 국내선(제주, 김포)만 운항되고 있다. 경북도는 그동안 공항개항 이후 국제선 운항을 위해 꾸준히 애써왔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포항경주공항에 국제선이 취항하려면 우선 정부지침을 변경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지침인 ‘국내선 전용 공항 국제선 부정기편 허가 처리’ 규정에는 국제경기, 국제행사 등 특정 목적에 한해 부정기편 취항을 허용하고 있다. 지침에 명시하고 있는 ‘중앙부처 승인’ 규정을 관할 시도지사가 승인할 수 있도록 개정하면 포항경주공항에도 국제선이 취항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경북도는 지난 5월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취항을 위해 포항시, 경주시, 한국공항공사, 포항경주공항 등과 함께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부정기편 운항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남방항공과 국제 노선개설 및 전세기 취항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남방항공은 중국 3대 국영항공사의 하나다. 경북도로선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취항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APEC 회의가 아니더라도 포항은 현재 국제적인 산업도시로 도약하고 있고, 경주는 국내외가 인정하는 세계적 관광도시인 만큼 국제 항공노선 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경북도와 경주시가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국제선 부정기편 지침’을 변경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침 하나로 지방정부를 장악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2024-09-19

원전 생태계 복원 신호탄, 신한울 3·4호기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건설이 신청 8년여만에 허가를 받고 공사에 들어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주 회의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안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건설 허가를 신청한 지 8년여만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전기출력이 각각 1400MW 용량으로 현재 운영 중인 신한울 1·2호기와 설계가 동일하다.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막혀 사업이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는 원전 생태계 복원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체 발전량 대비 원전의 비중은 2016년 29.7%에서 2018년에는 23.1%로 추락한 바 있다. 원자력산업연합회에 따르면 6조원이 넘는 원자력산업 매출이 증발했고, 1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이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의 원전 기술을 알리고, 국제적으로 국내 원전산업의 신뢰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지금 세계는 원자력과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재생 에너지를 두 축으로 삼고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원전을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촌의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특히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의 신규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대답이 여기에 있다. 지역으로 봐서도 연인원 700만명이 투입되는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울진군과 한수원, 포스코이앤씨 등 대기업이 지역상생 협약을 맺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안전한 원전산업의 발전을 위해 고준위방폐장 특별법의 국회 통과도 이젠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2024-09-18

‘윤·한갈등’…TK에서도 피로감 느낀다

추석민심이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 정부 최대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의 추석민심은 대체로 양분된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휴 직전 발표한 4대(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과 저출생 대응 문제에 여야가 힘을 합쳐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의료사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강했다. 추석 연휴 직전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를 잡지 못하고 20%대에 머물 경우, 4대개혁을 비롯한 현 정부 국정운영 동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은 오늘(19일) 쟁점법안인 지역화폐법과 김건희 여사특검법, 해병대 채상병특검법 등을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할 예정이다. 야당은 지금 대통령 탄핵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은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까지 결성했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탄핵안 발의 후 탄핵에 필요한 의원 200명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탄핵을 저지하려면 국민의힘 의원 108명의 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대통령실과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관계가 심상치 않아 걱정이다. 이번 추석연휴에도 한 대표는 ‘시한폭탄’인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통령실은 물러서지 않고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최근 의·정갈등이 격화하는 국면에서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예정됐던 만찬을 무기연기하는가 하면, 여당 일부 최고위원들과는 따로 만찬을 하며 한 대표를 소외시키는 장면도 연출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지속할 경우, 최대의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측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다. 지금처럼 정부·여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게 되면 야권은 탄핵공세와 입법독주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갈등에 대해 이제 TK지역에서도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대통령실은 명심해야 한다.

2024-09-18

경북도내 의료 서비스 평균 미달, 개선책은

바람직한 의료 서비스란 사람들이 필요할 때 병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경제력·사회적 여건에 상관없이 형평성 있는 의료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이 심화한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어촌 간의 의료 서비스 격차는 자주 사회 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지역간 의료 서비스 격차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물론 지방 의료계가 이런 격차를 좁히기 위해 분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 하나 정부 재정지원 등 여러 이유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북권의 주요 종합병원의 의료 서비스 성적표가 최근 공개됐다. 건강보험심사 평가원이 발표한 2023년 환자경험평가 자료에 따르면 경북도내 상급·종합병원 20곳 중 11곳이 전국 평균 점수에 미달했다. 절반 이상이 평균에 미달하고 일부 병원은 전국 최하위권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심평원은 2017년부터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 확산과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의료 서비스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평가항목은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 환경, 환자권리 보장 등이다. 경북은 이미 알려진대로 전국에서 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곳 중 하나다. 1000명당 의사 수에서 경북은 0.55명(2020년 기준)이다. 전국 평균 0.79명에 훨씬 못미치며 서울 1.59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의사 수뿐 아니라 책임공공병원 설치율이나 치료 가능 사망률 등에서도 전국 하위권이다. 이번 심평원의 조사로 경북의 취약한 의료 서비스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도농간 의료 서비스 격차가 해소되지 못하면 농촌의 고령화나 인구소멸의 문제도 막을 수 없다. 의료 기반이 취약한 농촌으로 사람들이 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에 의대를 신설하고 포스텍에 연구중심 의대를 설립하자는 주장도 이런데 이유가 있다. 의정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의대 정원 증원의 문제도 여기에 기인한다. 의료 서비스는 국민의 생명권과 직접 연계된다는 점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노력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24-09-12

‘국비확보’는 단체장과 국회의원 성적표다

정부가 ‘긴축재정’을 예고하면서, 내년도 국비확보를 위한 경북도의 예산전쟁이 시작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저께(11일) 국회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 내년도 예산확보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열고, 국비확보 방안과 지역현안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모든 공직자가 현안 해결과 지역발전에 사활을 걸어달라”고 주문했다. 이 지사는 정책협의회 후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이학영 국회부의장·박찬대 원내대표와도 만나 경북도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3.2% 증가한 674조원이지만, 건전재정 기조가 이어져 국비확보가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재정상태가 크게 악화됐다”며 성역없는 지출 구조조정을 선언한 상태다. 경북도는 내년에 사상 최대인 12조원 국비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북도가 우선 집중하는 현안은 내년 11월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APEC 성공개최를 위한 전폭적인 국비지원과 APEC 특별법 제정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별법은 김석기(경주)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했으며, 정부 예산과 인력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경북도가 내년에 추진하는 주요사업은 설계비가 이미 반영된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 (포항~영덕) 건설과 백신바이오의약품 플랫폼 조성, 인공지능 산업육성지원센터 건립, 낙동강 호국문화공원 조성 등 57건이다. 지금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 필요한 국비를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지자체마다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국비지원을 받지 못하면 사업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경북도내 정치권이 중심이 돼 예년보다 빨리 국비확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야권 유력정치인과도 만나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지역현안에 대한 국비확보는 지자체 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성적표와 다름없다.

2024-09-12

당장 급한 것은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의학교육 투자 방안’은 의대 증원에 따른 시설·기자재 확충을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 32곳에 내년 1조1641억 원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립대 교수를 2027년까지 1000명 증원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관련 예산이 마련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의료붕괴 위기’라는 급한불을 끄는데는 별 실효성이 없는 내용이다. 의료계에서는 정부발표에 대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가 가능하다면서 막대한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대구경북 지역 의료계에서도 정부가 일시적인 숫자확대와 면피용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이 지금 걱정하는 것은 추석연휴부터 벌어질 의료대란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에 군의관과 공보의, 진료지원 간호사를 배치하고, 재정을 대거 투입해 응급실 의료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의료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누가봐도 땜질 처방이기 때문이다. 의료공백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석하는 대화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이 테이블에 앉을 명분을 줘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그저께 ‘일단 모이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문제도 얘기가 되지 않겠나’라고 한 말에 해법이 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재조정 불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할 명분을 원천차단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만약 내년에도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의료붕괴가 진행되고 정권도 위험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을 성사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2024-09-11

전국 시도에 소개된 경북형 농업 대전환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저께 서울서 열린 2024 전국 시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 경북의 성공 사례인 K-농업 대전환에 대해 발표를 했다. ‘지역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이라는 주제 아래 각 시도가 지역에서 추진하는 대표정책을 발표했는데, 경북은 문경 영순혁신농업단지를 대표정책으로 소개한 것이다. 문경시 영순면 혁신농업타운은 전국 최초로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을 시작한 곳이다. 110ha에 콩과 양파를 중심으로 이모작 영농을 했다. 영농법인이 책임경영을 하고 농가는 주요 농작업만 참여토록 했다. 본래 이곳은 농가 개별적으로 1년에 한번만 벼농사를 지었으나 지난해는 이모작으로 콩과 양파 등을 식재했다. 이모작으로 콩 214t, 양파 4600t, 감자 900t을 생산했고, 4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인건비와 경영비 등을 제외하고 법인은 23억원의 수익을 생산한 것이다. 농가가 배당받은 평균 소득은 평당 4700원으로 벼농사 때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 벼 면적 10%만 타작물을 재배해도 쌀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있다. 이날 발표에서 이 지사는 “경북형 농업 대전환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농촌이 직면한 인구소멸의 해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으로 이모작 면적을 늘리면 제2의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금 농촌은 청년들이 떠나면서 고령화와 더불어 인구소멸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모작 재배로 농가소득이 올라가고 지역경제가 풍요로워진다면 떠나는 청년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 도시의 일꾼도 농촌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경북형 농업 대전환이 이모작에 대한 확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경북도는 영순지구외 더 많은 이모작 성공사례를 발굴해 농업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 가야 한다. 이날 콘퍼런스는 균형발전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방의 문제를 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공유하고 실천해야 한다. 경북형 농업 대전환이 전국으로 퍼져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는 이도향촌(離都鄕村)의 효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4-09-11

추석민심 의식, 극단적 ‘정쟁의 場’ 된 국회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진행되고 있는 국회 대정부질의가 추석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여야 정쟁의 장이 됐다. 질의 의원 대부분이 최소한의 품격도 없이 막말 퍼레이드를 펼쳐 국회본의장이 마치 난장판 같다. 야당 질의의원들은 모두가 휘발성이 강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一家) 비위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그저께(9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적 없는 김 여사가 대통령 행세를 한다”고 했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권력 서열 1위가 누구냐.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令夫男) 소리가 들려오는데 못 듣고 있느냐”며 한덕수 국무총리를 다그쳤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국민의 분노가 윤석열을 끌어내릴 상황이 됐다. 2년 반이 너무 짧다”며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야당의 공세에 맞서 국민의힘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 비위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켰다. 권성동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자신을 ‘돌에 맞은 개구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억울한 개구리가 아니라 몰염치한 캥거루”라고 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무려 18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고 검사를 겁박하려는 의도”라고 공격했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이 하루 이틀 문제된 것은 아니지만 22대 국회 들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국회본의장이나 상임위 할 것 없이 폭언·허위사실 유포 등이 매일 계속되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모욕 발언을 제외한 막말에 대해선 구체적 징계 조항이 없다. 추 원내대표도 언급했지만,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정쟁 앞에서는 민생 입법이 설 자리가 없다. 국회의원이 최소한의 윤리의식마저 버리고 정쟁을 일삼으면 결국 국가 품격이 떨어진다.

2024-09-10

위기감 도는 새마을금고…근본 대책 나와야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부실대출 등 금융사고가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는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이들 금융기관의 연체 증가율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까 두렵다. 1963년 협동조합 형식으로 출발한 새마을금고는 현재 전국에 1288곳의 금고가 세워진 가운데 자산규모만 287조원에 이르고 있다. 2200만명이 거래하는 서민금융기관으로 성장했으나 감독 부실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그동안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는 부동산경기를 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대거 일어났으나 경기가 뒷받침되지 못해 전국 곳곳에서 부실대출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적자 금고가 431군데(33%)나 달해 전년 대비 10배 정도 늘었다. 연체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금고도 80군데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분위기다. 포항에 있는 29개의 새마을금고 상당수도 부동산 브릿지론 등으로 대출을 했으나 아파트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지면서 자금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란 소식이다. 포항의 모 금고는 시내 4곳에 지점을 추가 개설했으나 실적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경영위기에 몰리자 중앙회가 역내 다른 금고와의 합병을 진행 중이다. 대구 군위군 소재 모 금고는 64억원을 무담보 허위대출해 준 것이 중앙회 감사 결과 드러나 합병이 결정됐다. 또 부실대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인 곳도 몇 군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감독기관이 금융사고에 취약한 금고를 사전에 파악해 통폐합을 서둘러야 지금이라도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경영인의 비전문성이나 느슨한 관리·감독, 허술한 내부통제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감사에 착수하는 등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대응만 되풀이 해온 것이다. 금융감독원으로 감독권을 이양하는 등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2024-09-10

첨단산업 인재양성 나선 포스텍, 기대가 크다

지난주 첨단산업특성화대학원을 개원한 포스텍(포항공대)이 대기업들과 손잡고 전문인력 양성에 나선 것은 경북도와 포항시로선 큰 경사다. 포항이 수도권 버금가는 반도체·이차전지 핵심인재 양성 도시가 되면, 국가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경북도는 대한민국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포스텍은 지난 6일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배터리·반도체 특성화대학원 개원식을 했다. 앞으로 이 대학원은 5년간 배터리·반도체 분야에서 각각 120여 명의 석·박사 전문인력을 배출한다. 지난 5월 정부지원 공모사업에서 최종 선정된 이 대학원은 국비 300억원을 확보(배터리·반도체 분야 각 150억원)하면서 추진됐다. 이 대학원은 앞으로 세계적 수준의 첨단산업 연구와 인력 양성을 하게 된다. 포스텍은 이미 대기업 지원을 받아 반도체·이차전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반도체공학과 학부생을 공부시키고 있다. 전문 교수진 20여 명이 포진하고 있는 반도체공학부에서는 반도체 소자·재료, 공정, 회로설계 등 반도체 기술 전 분야에 걸친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학년도부터는 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 지원을 각각 받아 배터리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기업지원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학위 과정 중에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산업 현장 중심의 공부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요즘 첨단산업 분야 인재와 기술은 국경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국가간 인재확보 경쟁이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다. 4차산업 시대에는 국민 누구나 일찍부터 첨단산업을 이해하고 기초교육을 튼튼히 할 필요가 있지만, 핵심인재를 집중적으로 키워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수합병 때 기술 자체보다는 그 연구팀 구성원을 보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정부와 대기업 지원을 받는 포스텍 학생들이 첨단기술은 물론 리더십도 갖춰 국제사회가 욕심내는 인재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4-09-09

동해가스전 개발에 포항의 역할 찾아야

대왕 프로젝트는 동해 포항 앞바다 수심 2km 심해에 최대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정부 차원의 탐사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대규모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가 미국의 심해유전 평가 전문기관인 액트지오사로부터 받은 물리탐사 분석결과에 의하면 이곳의 예상 매장자원은 가스 75%, 석유가 25% 정도라고 한다. 매장 규모는 최대 140억 배럴 규모로 석유·가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경제적 효과만 1930조원에 이른다. 전문기관이 밝힌 탐사시추 성공 가능성은 20%다. 석유공사는 12월부터 탐사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현재 노르웨이 유명 유전개발업체인 시드릴사와 계약도 맺었다. 석유공사는 7일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작업의 현지사무소인 석유공사 발전협력센터를 포항에 설치하고, 시추공 개발에 따른 준비에 본격 나섰다. 이에 앞서 포항시와 경북도, 석유공사는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지역발전을 위한 상호협약을 맺었다. 가스전 개발로 인한 영일만항 활성화, 신산업 육성, 지역주민 의견 청취, 어업권 보상 등에 상호 협력한다고 약속했다. 석유공사가 12월 본격적인 시추를 앞두고 이달 중 해외 석유기업을 대상으로 2차 로드쇼를 개최한다. 탐사 시추에 필요한 1000억원은 정부와 가스공사가 부담키로 했으나 2차 탐사부터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대왕 프로젝트 사업은 이제부터 본격화한다. 지난 7월 영일만신항은 가스전 개발을 위한 배후항만으로 부산신항에 밀린 바 있다. 배후항만은 물자를 나르는 보급선 운영과 탐사시료 등을 육지로 나르는 경로로 활용되는 항이다. 포항 앞바다에서 시추가 이뤄지나 영일만항이 배후항만이 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운 점은 있다. 그러나 가스전 개발에 따라 포항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 석유공사도 영일만신항 활성화 등 포항의 역할에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 가스전 개발에 따른 후방산업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포항시 등 지역사회의 다양하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2024-09-09

시도민 염원 TK 행정통합 불씨 다시 살려야

지난달 논의를 중단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가 정부의 참여로 다시 논의의 장이 마련돼 주목된다. 지난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김민재 행안부차관보 황순조 대구시기획조정실장, 김호진 경북도기획조정실장 등은 모임을 갖고 논의가 중단된 TK 행정통합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모임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도해 통합방안을 논의하되 통합자치단체의 종류와 광역. 기초단체 간 관계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지방시대위가 논의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결국 대구시와 경북도가 쟁점으로 삼았던 부분에 대해 정부가 간여해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장기과제로 넘어갈 뻔한 TK 행정통합의 불씨가 살아날지 주목된다.행정통합은 시·도민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99% 합의가 이뤄져도 1% 때문에 실패할 수 있는 문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역의 숙원이자 시·도민의 염원인 통합에 대해 90%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통합청사와 시군권한 문제로 합의가 결국 불발됐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정체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필사적 조치다. 특히 대구와 경북 젊은이의 미래를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임에도 이해관계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을 계기로 대한민국 행정체제 전반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지자체의 권한을 광범위하게 부여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이룩하는 데 대구경북을 성공 사례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부산권·충청권·호남권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대구경북이 합치면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다. 대구시가 밝힌 기대효과에서 대구경북은 일자리, 인구, GRDP, 사업체 수 등에서 적게는 2배 많게는 8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대구경북의 통합이 지역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공동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이번에 다시 논의를 재개한 것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는 뜻도 있다.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2024-09-08

‘올 추석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는 상인들

5일 후 추석연휴가 시작되지만, 시장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은 대목경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고금리와 불황 터널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가계가 빠듯해진 서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동해안의 대표적 수산물 상설시장인 포항 죽도시장 상인회는 “올해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다.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경북매일신문 기자가 지난주말 포항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취재했더니, 한가위 대목장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고 한다. 죽도시장에서 문어를 팔아온 한 상인은 “올 추석에는 예년에 비해 단체주문이 확 줄었다”고 했다.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지역기업들이 매년 해왔던 추석선물을 줄이거나 없앤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항 철강공단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 설까지만 해도 직원선물용으로 10만 원 상당의 선물 150여개를 주문했지만, 올 추석엔 5만원 짜리 70개만 주문했다”고 했다. 포항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관내 90개 업체를 대상으로 추석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 ‘사정이 나아졌다’고 응답한 곳은 5.6%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중소기업 93%가 ‘지난해 추석 때보다 자금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국민은 추석을 가장 풍성한 명절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적은 수입으로 근근이 가계를 꾸려오면서 지갑이 텅 빈 서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하나같이 마음이 무겁다. 정부가 최근 신용카드 사용을 늘리거나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회사 명절선물에 10만원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서민이나 상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명절은 특히 취약계층에겐 평상시보다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많이 느끼게 한다. 이번 추석에는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지자체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길 바란다.

2024-09-08

젊은공직자 이탈, ‘박봉’ 해결없이는 못막는다

젊은 공직자들의 조기퇴직을 막기 위해 대구시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들어 공직세계의 조직문화를 ‘친(親) MZ’로 개선하기 위해 4대 혁신 방안(인사철 떡 돌리기 자제, 연가 사용 눈치 주지 않기, 계획에 없는 회식 자제, 비상 연락망 전 직원 공지 자제)을 내놓은 대구시가 이번에는 ‘장기재직휴가’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10년 재직단위로 10~20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이 제도에 5년이상 구간을 신설해서 저연차 직원도 열흘동안 장기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조례를 개정하면 가능해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고육지책 중의 하나다. 대구시가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재직연수 5년 미만 퇴직자 수를 집계한 결과, 모두 235명에 달했다. 전국적으로도 재직연수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 수가 2018년 5166명에서 매년 증가해 2022년에는 1만2076명을 기록했다. 그동안 안정적인 직장으로 선망의 대상이던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고시 출신 공무원 사정도 다르지 않다. 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대 5급 공무원의 72.7%, 30대는 52.7%가 기회가 생기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낮은 보수가 가장 주된 이유다. 9급 초임의 기본급은 월 187만7000원이다. 최근 이탈 러시가 이루어지는 교사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해당된다. 최저임금(206만원)보다 작고, 내년엔 병장 월급(205만원)에도 역전당한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 대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591만원이다. MZ세대 공직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금융기관·대기업의 억대연봉 뉴스를 대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공직사회는 건강해야 한다. 젊은 공무원들의 조기퇴직은 결혼·출산 포기와도 연결돼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대규모 공무원 조직의 보수를 짧은 시간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더이상 그들을 박봉(薄俸)으로 지치게 해선 안 된다.

2024-09-05

국민연금 개혁안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정부가 21년만에 구체적 내용이 담긴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 계획안의 핵심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늘리는 것이다. 인상률은 세대별로 차등을 둬 20대는 1년에 0.25% 포인트씩, 50대는 1% 포인트씩 올린다는 내용이다.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부모세대보다 납입기간이 많이 남고 급여를 받을 때까지 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젊은층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전체적으로 보면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기금 고갈 시점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고자 한 것이 골자다. 또 기금 고갈이 가까워지면 수급액을 깎는 자동조정 장치도 도입했다. 인구감소와 노령층의 증가 등을 고려해 연금수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OECD 38개 국가 중 24개국이 적용하고 있는 제도라고 복지부는 전했다. 정부안대로 추진된다면 현재 연금 고갈시점으로 보는 2055년보다 16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자동조정장치까지 도입될 경우는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문제는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두고 야당은 “재정 안정성만 중시한 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양당간에 극명한 입장차로 국회 내 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개혁안을 완성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기금 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연금보험률 9%는 1988년 이후 한번도 조정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방치해 온 탓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연금보험율은 18.4%로 우리의 두배 수준이다. 선거가 없는 올해야말로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여야는 정치적 입장만 고집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 연금개혁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중차대한 개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