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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수원은 일부부서의 오송 이전 입장 밝혀야

경주시에 본사를 둔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수출사업본부를 충북 오송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경주시와 시민들이 반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수출사업본부를 경주 본사에서 충북 청주시 오송읍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유는 최근 한수원이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사업의 우선협상자로서 선정되면서 산자부 등 정부와의 소통 및 협력 강화가 필요해서라고 한다. 수출사업본부는 한수원의 핵심부서로 소형모듈 원전사업과 해외원전 건설 등을 맡는 부서다. 현재 직원만 전체의 12%인 220명이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경주시가 진상 파악에 나섰고, 한수원 본사가 위치한 동경주 주민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수원 본사 이전이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의 일환이었던 점을 들어 이전하려면 이전지역에 방폐장도 함께 가져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고 해명하나 최근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전설은 사실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여론을 살피며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이전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한수원의 경주 이전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이뤄졌다. 경주시도 이번 이전이 특별법에 정면 배치되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엄중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수출사업본부 이전을 시작으로 또다른 부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빠져나가면 경주 본사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우려로 경주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주시는 경주지역에 원전관련 인프라가 많아 국내 원전산업의 중심지로 키울 계획이다. 이번 사태가 이런 계획에 차질을 줄까 우려한다. 당장 월성 2·3·4호기 연장 문제도 주민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2016년 한수원 본사가 경주에 온 것은 기피시설인 방폐장을 수용한 주민과의 상생을 위한 약속 때문이다. 한수원이 말하는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은 부서 이전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통이 문제라면 사무실의 시내 이전 등 대안을 찾으면 된다.

2024-09-04

낡은 하수관 많은 대구경북도 ‘싱크홀 공포’

대구경북도 싱크홀(땅 꺼짐)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싱크홀로 인해 국민불안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대구에서도 도로가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발생해 시민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정오쯤 동구 방촌동 금호강 제방 옆 도로지반이 갑자기 1.7m 깊이(가로 50㎝, 세로 30㎝)로 내려앉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포항에서도 지난 7월 장기면 대진리 해안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지게차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항 구도심은 특히 땅을 조금만 파도 뻘밭이 나올 정도로 지반이 약해 주민불안이 크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는 지난 5년간 63건(대구 12건)의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대부분 낡은 하수관 손상과 지하공간 개발 과정에서 발생했다. 4년 전 통계이긴 하지만, 대구시내 하수관 중 2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 비율이 70%가 넘는다. 이 중 30년 이상된 하수관이 13%나 되고, 설치 연도 정보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한 모양이다. 낡은 하수관은 도심 속 지뢰밭 같은 역할을 한다. 언제, 어디서든 누수현상이 생겨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운전자가 마찬가지지만, 도심 도로에서 싱크홀을 조심하며 운전하는 사람은 드물다. 싱크홀은 발생 시간과 지점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다. 특히 싱크홀이 밤에 발생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싱크홀은 천재지변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싱크홀이 발생하기 전에는 주변의 보도블록과 도로가 깨지는 등 전조 현상이 반드시 나타난다. 사전에 예방하면 사고를 상당 부분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하루빨리 지반을 탐사할 수 있는 지표투과레이더(GPR)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지하 매설물에 이상이 없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인공지능 하수관 결함 탐지기술’을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싱크홀은 지하매설물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통해서만 예방할 수 있다.

2024-09-04

대구간송미술관, 도시 품격 높이는 명소 되길

대구간송미술관이 3일 개관했다. 대구에 새로운 시립미술관이 또 하나 건립된 것은 13년만이다. 특히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간송미술관의 지방 유일의 분관이자 상설전시관이란 점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대구간송미술관 개관기념으로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스타급 유물들을 총망라해 전시회를 연다.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삼아)란 이름으로 3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훈민정음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국보와 보물급 지정문화재 40건 97점, 간송의 유품 26건 60점이 전시된다. 1940년 안동에서 발견한 해례본은 간송미술관에 안긴 지 6·25 피난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서울을 떠난 적이 없는 유물이다. 이번 전시는 웬만한 국립박물관 전시회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가볼 만한 전시회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시가 사업비 446억원을 투자하고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위탁운영 관리하는 형태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과 운영방식이 비슷하다. 빌바오는 구겐하임미술관 하나로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뜬 곳이다.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대구간송미술관이 비록 규모면에서 빌바오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시 유물의 가치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의 협력으로 대구간송미술관이 대구문화예술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만들어줬으면 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우려해 간송이 사들인 유물은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대구의 애국정신과도 잘맞는 이미지다. 대구간송미술관 운영을 통해 시민들의 애국정신도 알리고 문화도시로서 도시품격을 드높이는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문화명소로 만들겠다”고 했으니 시민의 기대도 크다. 문화예술은 도시의 품격도 높이지만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도시의 경쟁력도 향상시킨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2024-09-03

신청사 서두르는 대구시, 재원마련은 ‘글쎄’

대구시가 신청사 건립(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의회에서 제동을 걸어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저께(2일) 간부회의에서 신청사 건립 사업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빨리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행정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TF는 우선 시의회 11월 정례회 때 제출할 설계비 예산책정 작업에 들어간다. 대구시는 2026년에 신청사 건립사업을 시작해, TK신공항이 개항하는 2030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 자금 마련을 위해, 빚을 내지 않고 시가 소유하고 있는 공유재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신청사 건립예산에는 약 4500억원이 들어가는데, 현재 시가 보유하고 있는 신청사 건립 기금은 600억원 뿐이다. 대구시는 지난 2012년부터 신청사 건립자금을 모아 왔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시민 지원금으로 대부분 써 버렸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예상매각금액 1200억원에 달하는 성서행정타운을 비롯해 대구기업명품관, 칠곡행정타운, 동인동 시청사, 동인청사 주차장 매각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범어공원과 달서구 성서농산물직판장 등 19곳의 공유재산을 추가 매각하기로 했다. 시는 398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공유재산을 매각하면 신청사 건립비용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시의회가 일부 공유재산 매각에 제동을 걸고 있는 점이다.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최근 ‘공유재산 관리변경안’을 심사하면서, 칠곡행정타운 등 5곳의 매각안은 부결시켰다. 칠곡행정타운 매각안은 지난 4월 임시회에서도 부결됐었다. 시의회와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시의회가 공공의 목적으로 이용돼야 할 공유재산을 매각할 경우, 시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공유재산을 사유재산처럼 마구 매각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시의회에서 제동을 건 5건의 공유재산 처분에 대해서는 시의원이나 주민설명회를 통해 충분한 공론화 작업을 거칠 필요가 있다.

2024-09-03

계속되는 여야정 극한 대립… 나라가 걱정

여야가 어제(2일) 22대 국회 개원식 겸 정기국회 개회식을 했지만, 전에 없는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대통령이 국회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사례는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한 번도 없었다. 대통령실은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며 불참 배경을 밝혔다. 민주당이 각종 쟁점 법안과 탄핵안, 특검법안 등을 강행 처리하고, 영부인에게 살인자 망언을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국회에 가서 연설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 그저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회담을 열고 ‘민생 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 운영을 합의하는 등 협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의 적대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여당 대표의 운신폭은 한계가 있다. 당장 여야대표가 이날 추석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대란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대통령실은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놓고 있다”며 귀담아듣지도 않았다. 대통령실과 국회간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하면, 대구경북을 포함한 각 지방정부의 현안이 함축된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사과정도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벌써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부자 감세로 세입 기반이 훼손된 예산안”이라며 대규모 삭감을 예고했다. 여야협치 과정에도 곳곳에 지뢰가 널려 있다. 그저께 대표회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채상병특검법’이 우선 뇌관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2특검(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4국조(채상병순직 은폐·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방송 장악·동해 유전개발 의혹)’를 모두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정기국회 내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장지각이라는 비난을 받는 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국민은 앞으로도 극한 대치상황을 이어갈 여야 모습을 지켜보며 혀를 찰 수밖에 없게 됐다.

2024-09-02

동해선 개통, 경북 동해안 관광시대 열자

경북 포항과 강원 동해를 잇는 동해선이 올 연말 개통된다. 동해중부선 1단계 구간인 포항∼영덕 구간은 2018년 개통했으며 이번 연말 영덕∼삼척 구간이 완공됨으로써 포항∼동해간 전구간(172.8㎞)이 개통하게 된다. 동해선은 부산∼울산∼포항을 잇는 남부선과 포항∼삼척의 중부선, 삼척∼강릉의 북부선으로 나뉘나 남부선은 2021년 12월 이미 개통한 상태다. 올 연말 경북 동해안을 포함한 삼척까지 철도망이 개통되면 동해안 철도시대가 드디어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동해안 최북단 고성 제진까지 연결하는 북부선은 2028년까지 완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항에서 삼척까지 3시간 걸리던 거리가 철도망 구축으로 55분이면 이동이 가능해져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획기적 교통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삼척으로 이어지는 동해선 개방을 앞두고 포항시와 울진군은 철도 연계 교통망 정비와 함께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포항시는 포항역 인근에 승용차 1천대 규모의 주차장을 확보하고, 지·간선 버스노선과의 연결도 확충하고 있다. 또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계획에 맞춰 포항과 신공항을 직접 연결하는 철도 노선 개설에도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동해안권의 교통 중심지로서 포항의 역할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사상 처음으로 철도시대가 열리는 울진은 벅찬 기대감에 들떠 있다. 원자력 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활성화는 물론 관광객 유입에 따른 내수경기 진작 효과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울진역에서 관내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 한다. 동해선의 완전 개통은 교통오지로 여겨졌던 경북 동해안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한다. 특히 외지인 유입으로 인한 관광산업 활성화가 크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동해안을 낀 각 지역에는 천혜 자원과 해양관광 인프라가 풍부하다. 관광지로서 좋은 여건을 갖춘 동해안권을 동해선 개통에 맞춰 관광 사업화하는 노력이 지금부터 필요하다. 동해안권의 자치단체들은 관광자원 개발과 관광산업 활성화 전략에 머리를 맞대 본격적인 동해안 관광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2024-09-02

‘경주 아펙회의’ 준비, 이제 총리가 지휘한다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APEC 준비위’ 소속을 외교부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시켰으며, 조만간 정상회의 기본계획을 의결한다. 외교부는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내년도 예산에 1008억원을 반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APEC 정상회의 첫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열고 “경주시가 가진 문화유산과 한국적 이미지를 충분히 부각하면서도 국격에 맞는 행사가 개최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이날 회의에 참석, “APEC회의를 통해 대한민국과 경주가 국가 정상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조태열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준비기획단은 이날 처음으로 경주를 방문, 정상회의 때 사용할 주요 시설을 점검했다. 조 장관은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더케이호텔, 힐튼경주, 소노벨 경주 등 주요 숙박시설, 그리고 오·만찬장 및 문화행사 개최지인 황룡원, 불국사, 경주박물관을 둘러봤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언급했지만, 미·일·중·러 세계 4강을 포함한 아·태 21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APEC 정상회의에는 수많은 외국 언론인들이 참석해 세계인의 눈과 귀를 경주로 쏠리게 한다. 2005년 11월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정상회의 때는 21개국 정상과 각료, 기업인, 언론인 등 2만48명이 등록했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 경주는 국제적인 역사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APEC 정상회의 개최 시 경주에 80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972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4654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벌이며 어렵게 유치한 APEC 정상회의가, 반드시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고 경주 위상도 드높일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2024-09-01

대구 온 공공기관 지역기여 언제쯤 좋아지나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윤권근 시의원은 지난달 29일 대구시의회 임시회 자유발언을 통해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사회에 대한 역할론을 문제 삼았다. 전국 혁신도시로 이전한 150여 개 공공기관의 공통의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혁신도시 이주 정책이 펼쳐진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공공기관의 지역기여도가 낙제점이라는 게 안타깝다. 대구 혁신도시에는 2012년부터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부동산원 등 12개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이 신서동 혁신지구로 이전했다. 임직원 수만 4000여 명에 이른다.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사업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으나 정작 성과는 늘 기대에 못 미친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통해 지역의 우수 인재가 지역에 남고, 지역에서 물자를 조달하고 관련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 공공기관 이전의 취지다. 그러나 지역인재 채용이나 지역물자 활용은 여전히 저조하다. 특히 지역인재 채용은 의무비율을 30%로 높였지만 시행령의 예외 규정을 활용해 지역인재 채용을 실제로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물품 우선 구매도 2023년 실적이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 가스공사의 경우 전체 1106억원의 11% 정도만 지역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상생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실질적 진척이나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의지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공공기관의 지역 기여도와 관련 “지역에 내려와 지역기여를 안하면 공기업으로서 가치가 없는 것”이라 꼬집은 적 있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은 앞으로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차원에서 지속될 사업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대안 사업으로 진행되는 정책인 만큼 해당 공공기관이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윤 시의원의 지적처럼 소명의식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미래와 지역발전을 위한 일이다.

2024-09-01

용산은 정말 응급실이 관리가능하다고 보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026학년 의대증원 보류’ 제안을 대통령실이 즉각 거부하면서 여권 내 갈등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건의한 후, 이틀 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2026년엔 2025년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재차 내놓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한 대표의 제안을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늘(30일)로 예정됐던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간의 만찬 일정을 연기하면서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3시간 먼저 통보하는 등 ‘당대표 패싱’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한 갈등’이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대표의 제안은 전공의들을 하루빨리 병원에 복귀시켜 의료대란을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나왔다. 당 대표로선 당연히 할 수 있는 소리다. 지금 모든 국민은 일반병원이 쉬는 추석연휴에 집에 환자가 생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증환자가 있는 가족들은 수술날짜를 잡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일부 응급실에서 온전히 운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말 기가 막히는 인식수준이다.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의료대란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적극적인 자세로 의정갈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나경원 의원까지 의정갈등 해법을 위해 새로운 정부책임자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의정갈등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의대증원 숫자에 매몰돼 전공의들을 적대시할 경우, 의료계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만약 응급처치나 수술을 받지 못해 환자들이 생명을 잃어가면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자칫 정권유지가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 대통령실은 의료혼란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당과 논의해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2024-08-29

혁신역량 시험대 오른 대구경북 글로컬대학

경북대와 대구보건대, 대구한의대, 한동대 등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2년차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작년에 본지정에 선정된 포스텍과 경국대(안동대와 경북도립대 연합)를 합치면 대구경북에서는 6개 대학이 글로컬대학 간판을 달게 됐다, 글로컬대학은 대학구조를 전면 혁신할 의지와 지역성장을 견인할 역량을 갖춘 지역대학을 이르는 말로 교육부가 심의를 거쳐 2027년까지 비수도권 중심으로 전국에 30개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한다. 선정된 대학에는 1000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하게 된다. 비수도권에 글로컬대학을 육성하게 된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와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 심화, 지역소멸 등의 문제가 깔려있다. 지역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대학은 교육자원 부족으로 사실상 존폐위기에 몰려 있다. 지역대학의 존폐위기가 지역소멸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대학교육 체제 전반에 대혁신이 필요해 진 것이다. 글로컬대학 선정을 두고 사실상 지역대학의 구조조정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지역대학은 교육부 선정위원회에 제출한 혁신기획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야만 국가의 지원을 끝까지 받을 수 있다. 경북대는 청년 연구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연구중심대학, 대구보건대는 초광역 연합으로 기술별 특화캠퍼스 조성, 대구한의대는 한의학의 세계화, 한동대는 미래대학 전인기능 교육모형 실현 등을 혁신 내용으로 담았다. 이제는 대학들이 혁신기획서대로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단순히 대학 통합이나 연합으로 글로컬대학 간판을 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대학의 혁신 바람이 세계적 연구성과를 만들어내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실질적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부도 선정된 글로컬대학이 성과를 낼 수 있게 지원하고 성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글로컬대학들은 이제 혁신역량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번에 탈락한 영남대와 국립금오공대도 다시 한번 기회가 있는 만큼 분발 노력이 필요하다.

2024-08-29

디지털 성범죄 강력한 제재로 원천봉쇄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그저께 국무회의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물은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한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달라”고 말했다.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한 가짜 영상물인 딥페이크가 우리 사회 전반에 기승을 부리자 대통령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n번방 사건으로 성착취 동영상이 사회문제화 된 지 벌써 5년이 됐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대응이 허술하다.특히 놀라운 것은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 가해자 가운데 70%가 10대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소셜 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딥페이크 음란물에 대한 범죄 인식이 희박하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뿐이다.최근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여학생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나돌고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발견돼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피해자 가운데는 대학생뿐 아니라 교사, 여군 또는 중고교생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5일에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학교 400군데의 목록이 올라와 전국의 초중고, 대학들이 발칵 뒤집힌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피해를 입은 학교의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대구에서도 경찰이 딥페이크 관련 사건을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올 7월까지 모두 42건의 관련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딥페이크 영상물이 피해자에게 주는 정신적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특히 일반범죄와 달리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크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를 “사회적 테러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했다.정치권과 당국은 관련법을 강력하게 보완하고 학교와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 대한 윤리교육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쉽게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드는 시대다. 빠르고 강력하게 원천봉쇄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다.

2024-08-28

TK행정통합 논의가 중단돼선 안 된다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또다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다. 충분한 공론화작업 없이 출범 시한을 못 박아두고, 시간에 쫓겨 급히 진행했던 게 주원인이다. 지난 2019년 추진됐다가 공감대 형성 부족으로 3년만에 중단됐던 TK행정통합은, 지난 5월 17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격 제안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화답하면서 재추진됐다.홍 시장은 그저께(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다. 도의회 동의는 어려울 것 같다. 통합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경북도의회 본회의에서는 행정통합과 관련, 홍 시장을 수위 높게 비난하는 의원들의 발언이 여과 없이 공개됐다. 행정통합은 반드시 시·도 광역의회 의결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경북도의회 반대가 심하면 사실상 성사되기 어렵다.홍 시장과 이 지사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행정통합에 전격 찬성한 것은 통합만이 저출생, 기업유치 같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통합 비용 지원과 행·재정적 특례 부여를 아끼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약속했다. 이런 긍정적인 상황인데도 통합논의가 청사 소재지와 시·군 권한 문제로 무산된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다행인 것은 이 지사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중단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점이다. 이 지사는 “서로 협의하며 조정하는 가운데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통합논의가 이어질 희망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이 지사가 언급한 것처럼, TK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체제의 부산물인 비수도권 소멸과 저출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대개조사업이다. 정부가 행정통합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행정통합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홍 시장도 장기과제로 넘긴다는 여운을 남긴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행정통합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

2024-08-28

스프링클러 없는 숙박시설 수두룩…대책은?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노후건물의 부실한 소방시설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수사가 진행돼 봐야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는 노후건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기적 요인과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이 유력하다고 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우리나라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1843건에 달한다. 해마다 300건 이상이 각종 숙박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 모텔화재가 35%로 가장 많고 펜션과 여관, 호텔 등이 뒤따른다. 같은 기간 대구와 경북에서도 총 170건의 화재가 일어나 33명의 인명피해가 났다.특히 화재 발생 시 강력한 제어장치인 스프링클러가 없어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많다. 부천호텔 경우도 9층 규모에 64개의 객실이 있으나 스프링클러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인명피해가 더 커진 케이스다.스프링클러는 1981년 11층 이상 시설에 11층 이상에만 설치하도록 규정이 만들어진 후 2005년 11층 이상 숙박시설 전층 설치를 의무화했고, 2018년에는 6층 이상 숙박시설, 2022년에도 층수와 상관없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법이 강화됐다. 그러나 관련 기준이 강화돼 왔음에도 소급 적용은 되지 않아 과거 건축된 숙박시설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1년 된 부천의 호텔도 소급적용 대상이 아니다.숙박시설뿐 아니라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건축물은 우리주변에 여전히 많다. 부천의 호텔과 같은 화재 위험이 상존한다는 말이다.노후건물 소방안전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보강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도 기존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경우 정부의 지원이 있으나 큰 공사를 벌여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건물주들이 기피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노후건물의 안전시설 보강을 위한 새로운 입법 조치와 함께 소방당국의 철저한 안전점검 노력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2024-08-27

TK행정통합, 소통과 양보로 해법 찾아라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구시는 “경북도가 28일까지 대구시가 제시한 최종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통합은 장기 과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대구시·경북도가 합의서에 서명을 마쳐야 중앙정부 협의·국회 입법절차를 거쳐 새 통합시장이 취임하는 2026년 7월 ‘대구경북통합시’가 출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구시와 경북도가 대립각을 세우는 핵심쟁점은 두 가지다. 통합시 시군구의 권한 축소 문제와 경북도내 청사 소재지 문제다. 통합시 시군구 권한과 관련한 대구시 안(案)은 ‘대구경북 31개 기초자치단체의 명칭과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며 사무 권한은 서울특별시 체계로 조정하자’는 내용이다. 대구경북특별시는 서울시처럼 집행기관이 되기 때문에 기존 시군구 권한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경북도는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는 권한을 재이양 할 경우, 오히려 ‘현장을 아는’ 시군에 더 많은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국토계획, 산림, 환경, 수자원, 농업, 문화·관광, 재정 분야는 시군에 권한을 이양하자는 주장이다.청사 위치와 관할 문제에 대한 견해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 안동(경북청사), 포항(동부청사) 3곳에 특별시 청사를 두자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경북도는 “경북 시군 권역을 통합시의 직접 행정 체제로 편입하려는 의도로, 행정통합의 원칙과 방향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TK행정통합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합의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해야 정부 차원의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30년 넘게 유지돼 온 대구시와 경북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대구시나 경북도 모두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만큼, 적극적인 소통과 양보로 합의점을 찾기를 바란다. TK행정통합은 국가적으로도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신호탄이 되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빨리 절충안을 짜내 특별법 합의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

2024-08-27

청년들 취업포기…‘급여 양극화’탓이 크다

지난달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다’는 청년(15~29세) 니트(NEET)족이 44만3000명에 달했다. 이 중 75.6%인 33만5000명은 ‘일할 생각이 없다’고 답해 충격적이다.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말한다. 무직청년들이 취업이나 창업 준비를 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자포자기한 상태로 놀고 있다면 큰일이다.니트족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양극화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세전)은 대기업 591만원, 중소기업은 286만원이다.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러니 청년 대부분이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억대급여나 성과급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데, 청년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중소기업에 취업할 마음이 생기겠는가.대기업 고용 시장에 찬바람이 분지는 오래됐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채용 방식을 대규모 공개채용 위주에서 경력 위주로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 4대 기업 중 공채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그룹뿐이다. 2019년 현대차를 시작으로 LG, 롯데, SK그룹이 공채제도를 폐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 100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공채를 유지 중인 대기업 5곳 중 1곳은 올해까지만 공채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기간 일정 인원을 선발하던 정기 공개 채용 제도 대신 수시·상시 채용을 늘리겠다는 의미다.청년들의 구직포기는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취업의욕은 한 번 떨어지면 여간해선 회복하기 어렵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결혼·출산을 포기하게 되고, 결국 국가가 인구소멸 위기로 치닫게 된다. 가장 좋은 해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근무환경 격차를 줄이는 것인데 쉽지 않다.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2024-08-26

되풀이되는 가축폐사 동물복지도 생각해야

최근 5년간 폭염으로 전국에서 폐사된 가축 수가 700만 마리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희용(고령·성주·칠곡) 의원이 농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무더운 날씨 때문에 매년 전국에서 수십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하고 있으며 폭염이 유난히 기승을 부린 올해는 8월 현재 104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올해는 8월 중에 전년도 폐사한 92만 마리를 벌써 추월해 앞으로 폐사가축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짐작이 된다. 경북에서는 최근 5년간 47만 마리가 폐사했다.폐사가축을 종류별로 보면 닭이 607만 마리로 가장 많고, 돼지 32만 마리, 오리 17만 마리, 소 등 기타가 66만 마리다.이로 인해 지급된 가축재해보험금만 648억원에 이르고 있다. 재해보험금 지급으로 축산농가의 피해를 일부 보상은 하겠으나 경제적 손실을 완전히 만족시켜줄 수 없다. 또 대량의 가축폐사가 일어나면 생산자 가격 인상 등의 각종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가축폐사는 매년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나 피해를 줄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작년부터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이상기후로 여름철 기온이 더 높아지고 더위 일수도 더 증가해 가축폐사에 대한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가축폐사는 밀집사육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단위 면적당 권장 사육두수를 준수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가축 중에 돼지와 닭, 젖소 등은 체온조절이 취약해 폐사 위험이 크다고 한다. 폭염기의 가축관리 요령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축들은 고온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사료 섭취량이 줄어든다.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실 수 있게 하고 사육장의 청결 유지로 세균의 번식을 막아야 한다.동물복지 차원에서 보더라도 가축폐사는 줄여나가야 한다. 올여름 두 달 동안 폭염으로 10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건강한 동물은 곧 축산물의 안전을 보장한다. 여름철 가축폐사에 대한 행정당국의 더 많은 관심과 대책이 나와야 한다.

2024-08-26

포항의 홍등가, 시민문화공간으로 조성되길

지난 23일자 본지에 보도된 한 성매매 여성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대부분 성매매 여성이 그렇듯이, 그녀도 ‘선불금(2000만원)’ 때문에 서울 영등포와 포항 성매매업소에서 지옥같은 22년을 보내야 했다. 선불금은 고율의 이자가 붙기 때문에 한 번 올가미에 묶이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힘들다.포항시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에는 현재 약 35개의 업소가 영업 중이다. 6·25전쟁 직후 포항역 주변에 형성된 업소들이 오늘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다. 아직도 성매매 집결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공권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포항시는 그동안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위해 노력을 하긴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지난 2021년부터는 민·관이 참여하는 ‘지역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인 집결지 정비 대책을 수립해 왔으며, 올들어서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TF까지 가동시키고 있다. 지난해는 옛 포항역 주변부지를 용도변경해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대구 도원동(자갈마당)의 경우도 대대적인 도시개발 사업을 통해 성매매 집결지를 정비할 수 있었다.포항시내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공론화시키는데는 포항시의회 김은주 의원(민주당)의 역할이 컸다. 김 의원은 오래전부터 시민들과 함께 ‘성매매집결지 걷기 운동’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다. 포항시 여성가족과는 성매매여성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종사자들의 생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성매매집결지 정비가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올해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대부분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됐지만, 아직 남아있는 곳은 포항을 비롯해 10여 곳 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첨단 산업도시로 변신해가는 포항시내에 아직도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는 것은 도시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앞으로 성매매집결지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이 일대가 쾌적하고 안전한 시민문화공간으로 조성되길 바란다.

2024-08-25

박정희 광장을 정쟁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대구시가 동대구역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한 것을 두고 민주당 대구시당이 고발하자 대구시가 맞고발로 맞서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박정희 광장 명칭은 196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이곳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도 세울 예정이다. 특히 대구시는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정신과 1960년 2·28 민주화 운동, 1960년대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대구근대 3대정신으로 선정한 바 있다.문제는 박정희 광장 표지석 설치에 대해 민주당 대구시당이 불법이라며 홍준표 대구시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구시당의 고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국회 국토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 정쟁화로 이끄는 분위기다. 표지석 설치가 국토부 등과 협의 없이 설치된 점과 명칭변경은 역명에 따르게 돼 있는 관리지침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 문제를 따진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광장 명명 등의 문제는 지역여론 등을 살펴 지자체가 판단할 영역이 많다는 점에서 중앙 정치권의 개입은 적절치 않다. 지방자치 정신에 기초한 자치단체의 판단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뜻이다. 홍 시장은 박 전 대통령 표지판 설치와 관련 “목포나 광주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동상과 공원, 기념관이 많다”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과를 논할 때는 과만 보지말고 공도 기리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밝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정희 광장 명칭과 동상 건립에 시민의 70%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2014년 지방선거 때 박정희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적 있다. 지금 와서 민주당의 입장이 달라진 지 모르나 박정희 광장 명명을 두고 민주당이 시비 거는 것은 이념공세를 통해 정쟁화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절차가 잘못됐다면 고치면 되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사업으로 고발을 일삼는 것은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2024-08-25

“양귀비·대마 불법재배는 무서운 범죄다”

최근 서울 명문대 학생들로 구성된 ‘마약 동아리’가 적발돼 사회적 충격을 준 가운데, 농촌 비닐하우스까지 마약 원료 재배지로 이용된다니 놀랍다. 남의 일로 여겨졌던 마약이 직업이나 연령, 장소를 가리지 않고 깊숙하게 우리사회에 침투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마약류인 양귀비·대마 밀경(密耕)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편 결과, 59명을 적발하고 양귀비와 대마 7383주를 압수했다. 양귀비 개화기인 4~6월에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불시 점검했더니 한 농가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양귀비 2540주가 발견되기도 했다. 올들어서도 울진과 영덕지역에서는 양귀비·대마 사범 14건이 적발됐다.양귀비 재배 사범의 연령대는 주로 60대 이상 고연령층이다. 경찰은 “신경통, 배앓이, 불면 증 질환을 앓는 고령층이 병원에 가는 대신 양귀비를 몰래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양귀비 유액을 모아 굳히면 중독성이 강한 아편이 된다. 양귀비나 대마가 마약류로 지정된 이유는 자주 복용하면 환각작용·중추신경 마비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허가 없이 재배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농촌 비닐하우스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은밀한 마약파티 장소로 이용된다는 기사는 몇차례 보도된 적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돈을 모아 마약을 구매한 뒤 비닐하우스나 숙소에서 술을 마실 때 이를 투약한다는 것이다. 최근 농어촌지역 인구가 급감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마약당국은 양귀비와 대마처럼 누구나 경작할 수 있는 마약류부터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지금처럼 마약 원재료가 아무 경각심 없이 주변에서 유통되면, 사회 전체가 금방 병들게 된다. 우선은 농촌주민들에게 양귀비나 대마 재배가 무서운 범죄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양귀비를 재배하는 농가들을 보면, 의학적 효과가 있다는 속설 때문에 불법인지 모르고 죄의식도 없이 키우는 경우가 많다.

2024-08-22

전세사기법 통과, 피해자 구제 촘촘히 살펴야

전세사기 피해지원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이달 말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랫동안 끌어왔던 전세사기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법 통과를 앞두고 있어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전세사기는 죄질이 나쁜데다 피해자가 받는 고통도 심각해 사회적 파장도 크다.전세사기가 우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현재까지 밝혀진 사기피해는 전국적으로 1만5000건에 이른다. 내년까지 3만건이 넘을 것이란 보고도 있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공식 집계된 피해 사례만 400건이 넘는다.서민층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피해를 입히는 전세사기는 죄질이 나빠 대법원도 최근 최고 무기징역형에 처하도록 양형기준을 조정하기로 했다. 전세사기로 극심한 고통을 받던 사기 피해자 중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5월 대구에서도 다가구주택에 전세를 살던 30대 여성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이번에 제정된 특별법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피해 세입자에게 주택을 장기 공공임대하거나 경매 차익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피해자는 LH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 기본 10년을 거주하고 더 원하면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을 더 거주하도록 했다. 전세사기 피해인정 요건인 보증금의 한도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했다.그러나 맹성규 국토위원장의 말대로 이번 법안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다. 집행과정과 지원방안에 문제가 없는지 피해자 인정에 또다른 사각지대는 없는지 등을 세밀히 살펴봐야 한다.이번 특별법은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극한 대립하는 과정에 최초로 합의한 민생법안이란 점에서 국민의 기대가 크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이 바라는 민생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여야 합의한 전세사기 특별법도 국회의 늑장 대응으로 피해가 커지고 피해자들은 일상을 잃어버린 생활을 반복해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전세사기와 유사한 민생법안은 산적하다.

2024-08-22

영일만 석유개발 국회 차원 지원은 필수

그저께 국회 도서관에서는 ‘자원안보시대 산유국의 꿈, 시추는 대박이다’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개발은 국가가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으로 판단된다”며 “국회 차원의 입법, 예산, 재정 지원을 뒷받침 하겠다”고 밝혔다.영일만 석유·개발사업은 진작부터 국회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할 사업이다. 성공 확률 20%를 이유로 민주당이 애초부터 개발사업에 대한 비판적 독설을 쏟아내면서 국회내에서 석유·가스 개발사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전개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영일만 앞바다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최대 140억 배럴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권위 있는 기관의 탐사결과가 있었다는 설명을 배경으로 이렇게 밝혔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1990년 후반에 발견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고, 매장 가치는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규모로 추정되는 것으로 분석이 됐다.그러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SNS를 통해 “뜬금없는 산유국론”이라며 “십중팔구 실패할 사업인데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것이 걱정”이라 했다. 민주당 대변인도 “국면전환용 정치쇼”로 평가절하했다.본래 자원개발이란 매장량 측정과 경제성 평가 등은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하는 위험성을 내포한 사업이다. 야당이 지적한 20% 성공확률에 대해 미국 탐사전문기업 액트지오의 아브레오 고문은 다른 외국 사례에 비춰볼 때 상당히 높은 확률로 설명했다.탐사사업의 특성을 고려, 신중하게 접근은 하되 탐사개발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국회 내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여야 구분없이 적극 도와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4%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이다. 성공확률만으로 사업을 평가절하 하는 것은 뒷날 큰 후회를 남기는 일이 될 지 모른다. 국민의힘이 국회 차원의 지원을 밝힌만큼 야당도 대승적으로 동참해야 통큰 정치를 할 수 있다.

2024-08-21

TK행정통합, ‘시·도합의’ 1차관문 못 넘나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일부 조항에 대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두 단체장이 예민하게 다루는 부분은 주민투표와 공론화위원회 설치, 통합청사 위치, 청사별 관할지역이다. 홍 시장이 우선 거부감을 느끼는 부분은, 이 지사가 제안한 주민투표와 공론화위 설치 문제다. 홍 시장은 이 지사가 최근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 찬반의사를 묻는 절차로, ‘주민여론조사 후 시·도의회 의결’ 대신 ‘주민투표’를 제안하자 ‘통합을 하지 말자는 것이냐’며 발끈했다. 공론화위 설치 제의에 대해서도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일축했다.이 지사가 주민투표나 공론화위 설치를 제안한 것은 도내 각 시·군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내린 결론으로 짐작된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 “청사 위치, 관할구역 등의 문제는 지역대표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위를 통해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이 지사가 공론화위를 언급한 이유는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통합의 본질인 자치권 강화와 재정확보를 위해 중앙부처와 협의하는데 집중하자는 취지였다. 이 지사는 앞서 대구시가 제시한 3개 청사별 관할구역 문제에 대해서는 “더 크고 비대해진 대구권과 둘로 나눠진 경북으로 관할구역이 설정돼 경북도민 누구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홍 시장은 이달 말까지 특별법안에 대한 합의가 안 되면 행정통합을 장기과제로 넘기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8월말이면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홍 시장의 단호한 성격상, 자칫 행정통합 논의가 중단될 위기를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도권 일극주의로 가속하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추진되는 TK행정통합이 이번에도 무산되면 다시 거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구·경북 두 광역단체장이 통합원칙에 찬성했을 때, 성사시키는 것이 맞다. 오늘(22일) 대구시청에서 행정통합 관계기관(대구시·경북도·행정안전부) 회의가 열린다고 하니, 이날 회의에서 쟁점사항이 어느 정도 정리되길 기대한다.

2024-08-21

APEC 통해 경주를 글로벌 도시로

경북도가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21개국 정상들이 머물 숙박시설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소식이다.21개국 정상들이 머물 숙소와 보문관광단지 인근의 숙박시설 재정비를 위해 PRS위원회도 구성한다고 밝혔다. PRS는 Presidential Suite의 약자로 거실 겸 응접실과 방, 욕실 등이 모두 갖춰진 최상급 객실을 뜻한다. PRS위원회는 외교부 추진단, 경주시, 호텔대표, 경북관광공사, 건축 및 리모델링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다고 했다. APEC 정상회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내서 열리는 최대 규모 국제행사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행사일뿐 아니라 6000명이 넘는 각국 각료와 기업인, 언론인 등이 참석하는 행사다. 이 행사의 규모나 내용으로 볼 때 경주에 앞으로 이만한 행사가 또다시 유치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행사의 준비와 성공 개최는 매우 중요하다. 행사 성공 정도에 따라 천년고도 경주가 세계에 잘 알려질 수 있고 도시의 국제화를 꾀할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경북도가 앞장서 행·재정적 지원을 위한 조례도 만들고 각종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는 것은 APEC 경주 개최의 성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물론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은 필수지만 행사가 치러지는 장소인 경북도와 경주시의 준비와 노력이 행사 성공에 기여하는 부분이 더 클 수도 있다.이철우 경북지사는 “경주 APEC을 역대 가장 성공한 행사로 만들어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고 초일류 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과거 APEC 개최 도시 가운데 행사의 성공으로 도시를 국제적 명소로 만든 사례도 있다. 보문단지 내 호텔을 리모델링해 세계 최고 수준의 숙소를 만들고 행사장 주변의 도로 등 인프라를 잘 구축한다면 경주보문단지가 글로벌 명소로 뜨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 지사의 말대로 APEC 경주가 초일류 국가로 가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경주가 세계적 관광명소로 부상할 수 있게 완벽한 준비를 다해야 한다.

2024-08-20

‘포항지진은 人災’… 법원 이어 검찰도 인정

지난 2017년 11월 대학수능시험까지 연기시킬 정도로 피해가 컸던 ‘포항 지진’이 법원에 이어 검찰에서도 인재(人災)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그저께(19일) 포항지진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된 5명은 사업주관사인 넥스지오 대표와 이사,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대학 연구책임자, 정부 출연기관 연구원 등이다. 검찰이 포항지진 관련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것은 당시 기술 수준을 고려했을 때 지진을 충분히 예견하고 대응할 수 있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법원도 포항지진은 인재라고 보고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포항시민 5만여 명이 국가와 지열발전사업 관련 업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이번 검찰수사는 지난 2019년 피해시민들의 고소·고발로 시작됐다. 수사의 핵심은 지열발전소 측에 지진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17명(지진백서 인용)에 대한 과실 책임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번에 기소된 5명은 지난 2016년부터 지열발전사업소 건설 예정부지에 3개 단층대가 있음을 추정하고, 단층대에 수리자극을 줄 경우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하면서도 수리자극을 계속 준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소 허가에 참여한 고위공직자가 전부 배제되고 힘없는 연구원들 위주로 기소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범시민대책본부의 고소·고발 리스트에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의 주장은 손해배상을 다툰 민사재판에서는 정부 과실이 인정됐는데도 불구하고,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포항지진 수사결과에서 나타난 검찰의 기소범위는 정부가 새로운 연구작업이나 정책을 시행하다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주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4-08-20

고준위법, 22대 국회서 반드시 통과돼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특별법안(이하 고준위법)이 어제 국회 산자위에 상정됐다. 이에 따라 21일 법안소위에서 관련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 이뤄질 것으로 전망이 된다. 지난주 여야가 본회의에 앞서 쟁점없는 여야 합의 법안을 신속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따른 후속조치로 고준위법의 국회 통과가 또한번 주목을 끌고 있다.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 법안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될 만큼 다급한 법안임에도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22대 국회로 넘겨졌다. 1978년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이후 50년 가까이 쌓여온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한 방폐장 건립에 관한 법안으로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도 나와 있다.그동안 쌓여온 사용후 핵연료가 1만8000여t에 이르고 있고, 원전내 임시저장시설은 거의 포화상태다. 한빛원전은 2030년, 한울원전은 2031년, 고리원전은 2032년이면 더 이상 저장할 수가 없다. 원전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특히 고준위방폐장을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37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방사성폐기물 처리 과정에 원전주변 주민들의 관심이 비상하다. 원전주민들은 원자력내 임시 설치된 건식저장고가 영구 저장시설로 바뀔 것을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원전산업은 탄소중립과 인공지능(AI)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수요 폭증을 감당할 유일한 대안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던 유럽 주요국들이 원전으로 회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원전생산 상위 10개국가 중 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국가 원전산업의 발전과 안정적 유지, 원전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원전지역 주민들의 부담감 해소 등을 위해 고준위법의 국회 통과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그러나 이번 심의 과정에 야당의원의 법안 내용이 올라오지 않아 또다시 공전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국회가 쟁점없는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여야가 대승적 차원의 약속을 한 만큼 고준위법의 통과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2024-08-19

‘주민투표’가 새 쟁점이 된 TK행정통합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합의안 마련과정에 ‘주민투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저께(18일) 경북도가 마련한 특별법안을 공개하면서, “행정통합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인 만큼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대구시와 경북도는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고도 여론조사 및 ‘시·도의회 의결’을 거치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시·도가 지금까지 밝힌 행정통합 로드맵은 올해 안에 지역별 주민설명회, 여론조사, 시·도의회 의결 과정을 거친 후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지사가 이날 “주민투표를 하게 되면 특별법 제정이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말해, 이달 중 합의안 마련을 서두르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의중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홍 시장은 “8월말까지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특별법안 마련은 장기과제로 넘길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홍 시장은 주민투표와 관련해서도 “수백억원이 소요된다. 여론조사를 해서 일정 수준의 찬성 여론이 있으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언급했었다.경북도가 그저께 공개한 자체법안 내용 중 통합청사 수와 위치, 기초단체(시·군·구) 관할 방식도 대구시 안(案)과 달라 핵심쟁점으로 분류된다. 경북도 안은 통합청사의 경우 현행 시·도 청사 두 곳으로 유지하고, 기초단체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성돼 있다. 앞서 대구시가 내놓은 통합청사 수(대구·안동·포항 3개 청사)와 차이가 있다. 대구시는 통합의 중심을 대구청사에 두겠다는 생각이고, 경북도는 현 대구·안동 청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시·도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예견됐었다. 대구중심의 행정시스템이 구체화 될 경우, 경북도내 시·군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전체적인 특별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합의가 이뤄진 만큼, 핵심쟁점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경북도가 최근 제안한 ‘공동추진단(행정통합 전문가와 지역대표 참여)’ 운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24-08-19

외국인 광역비자, 지방소멸 막을 대안 되길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던 외국인 광역비자 제도가 올 하반기부터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지난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지역 기반 이민정책 활성화 간담회를 통해 광역비자 발급 계획을 하반기 중 구체화할 것임을 밝혔다.광역비자는 광역단위 지방정부가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법무부의 비자발급 및 체류기간 결정 권한의 일부를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넘겨받아 지역에 필요한 외국인 인력과 인재를 주도적으로 선정, 유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그동안 법무부가 비자를 발급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외국인 정책이 펼쳐지는 등 외국인 근로자조차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문제를 야기했다. 경북도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지방의 인구소멸에 대응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시키는 방안으로 광역비자제 도입을 정부에 제안한 것이다.전국 시도지사협의회의와 함께 전방위적 노력을 벌인 결과, 정부가 비자발급 권한의 일부를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넘겨주기로 결정한 것은 잘된 일이다.지방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의 상당수가 임금을 더 주는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현상은 그동안 다반사로 있어 왔던 일. 겨우 기술을 익힐만하면 수도권으로 인력이 빠져나가 지방의 업체들이 겪은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경북연구원 류형철 박사는 “경북의 생산연령인구가 최근 5년 사이 13만명이 감소하는 동안 경북에는 유일하게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났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안정되게 고용할 광역비자제가 절실하다”고 오래전 밝힌 바 있다.이 제도가 시행되면 지방정부는 지역실정에 맞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비자를 발급하게 되는데 제도 취지에 맞는 지역단위의 효율적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또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입법 추진도 필요하다. 2022년 광역비자 법률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자동 폐기돼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입법화가 돼야 한다.광역비자가 인구소멸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단초가 되는 성과가 나오도록 하는 데에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크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2024-08-18

지방의회, ‘국회그늘’ 벗어나 전문성 갖춰라

지방의회는 항상 부정적인 이유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 중의 하나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3년이 지났지만, 잊을만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제기된다. 의원 개개인의 역량과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지방의회를 ‘지침’ 하나로 좌지우지하려는 중앙정부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천횡포 탓도 크다. 포항시의회를 예로 들면, 지난달 후반기 원구성을 하면서 다수당의 전횡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시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한 국민의힘은 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지도부가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구성된 시의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포항시의원 개개인의 자질론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본지가 시의원 33명의 본회의 시정질문 횟수를 점검해 봤더니, 단 한 번도 시정질문을 하지 않은 의원이 21명이나 됐다. 통상적으로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홍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시정질문에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포항시의원 상당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조례안 발의에도 무관심했다. 제9대 전반기 임기 동안 조례를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이 7명이나 됐다. 물론 지방의회 출범 후, 일부 지방의원들은 생활정치를 실천하며 자신의 지역구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은 본연의 업무인 조례제정, 민원 해결, 정책 감시기능에 소홀했다는 것이 각종 통계자료로 입증된다.지방의원 자질론 문제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천권과 관계있다. 국회의원이 지방의원 공천권을 행사하는 구조는 아마 국내 어느 지역이든 예외가 없을 것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특히 특정정당 공천이 당선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심 경쟁에 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난 2022년부터는 지방의회의 권한이 많이 강화됐다. 이제 지방의원 스스로 국회의원 그늘에서 벗어나 생활정치에 대한 역량과 전문성을 키워나갈 때가 됐다.

2024-08-18

기회발전특구내 기업 유치 지금부터가 시작

지난주 대구시는 모빌리티 부품기업 (주)하이박과 5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대구국가산단과 수성 알파시티, 금호워터폴리스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이후 첫 투자 사례란 점에서 관심이 모아졌다.(주)하이박은 기회발전특구인 대구국가산단에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미래친환경차 부품 생산공장을 빠르면 오는 10월 착공한다. 하이박은 현재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하이박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유망기업이다.기회발전특구는 교육발전특구와 함께 현 정부가 지향하는 균형발전을 통한 지방시대를 여는 핵심정책이다. 기회발전특구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상속세 공제를 확대하고 특구내 창업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7년간 법인세를 감면하는 등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특히 지방정부가 규제를 직접 설계하는 규제특례를 도입해 기업이 지방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도록 했다.정부는 대구 3곳, 경북 4곳을 비롯 전국적으로 8개 시도에 20개 지역을 특구로 지정했다. 지역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각 지자체는 특구내 기업 유치에 경쟁적이다.대구는 대구국가산단에 하이박의 투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한다. 대구의 산업구조를 바꿀 혁신적 기업 유치로 대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지방균형발전을 목표로 정부가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한 기회특구에 기업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는 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노력에 달렸다.많은 기업이 몰려오면 지역에는 지역 인재들이 일할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고 덩달아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의 문제도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단지 정부기 각지자체의 기업유치 노력에 반하는 정책을 펴선 안 된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에 기회발전특구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생각은 정책적 모순일뿐 아니라 지방이전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의 발길을 막는 일이다. 지자체들의 기업유치 노력에 정부는 도움될 방법을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2024-08-15

TK특별시 ‘3청사냐, 2청사냐’ 두고 진통

대구시와 경북도가 국회에 제출할 행정통합 특별법 합의안 마련에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경북도는 그저께(14일) 대구시가 협의중인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하자 “대구시 안을 경북도와의 합의안인 것처럼 공개한 것은 행정통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로 판단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반발했다. 경북도가 문제 삼는 부분은 아직 합의되지 않은 특별시청사 수와 위치, 관할구역이다. 대구시가 공개한 법안내용을 보면, 통합 자치단체 명칭은 ‘대구경북특별시’로 결정됐다. 특별시청사는 대구·안동·포항 3곳에 두며, 대구청사는 대구시와 구·군청, 김천, 구미, 경산, 칠곡 등 12개 곳, 경북청사(안동)는 안동, 영주, 문경, 예천, 울진 등 7곳, 동부청사(포항)는 포항, 경주, 영덕, 울진 4곳을 관할구역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교육청도 특별시청사처럼 대구, 안동, 포항 3곳에 두고 3명의 부교육감을 임명하도록 했다.경북도는 이와관련 “3개 청사별로 자치단체를 관할하는 안은 본래 행정통합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경북도의 입장은 통합청사의 경우, 현행대로 대구와 안동에 각각 유지하고, 시·군·구의 권한과 자율권을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군이 현재의 광역시 기초단체(구)처럼 권한이 축소되는 것을 경계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별시청사 관할구역 문제는 행정공무원과 교사들의 인사이동과 관계되기 때문에 특히 예민한 부분이다.대구시와 경북도가 당초 발표한 로드맵대로라면 특별법안은 9월 중 시·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10월에는 국회에 상정돼야 한다. 일정이 빠듯하다. 그러나 경북도 입장에서는 각 시·군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특별시 청사위치나 관할구역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행정통합을 밀어붙이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합의안 마련에 속도를 내기 위해 경북도가 그저께 제안한 ‘공동추진단(대구시, 경북도, 행정통합 전문가, 지역민 대표 참여)’을 운영해 보는 것도 적절한 해법이 될 것 같다.

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