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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약 먹을 시간 알려주고 말 동무… 위기상황선 생명도 구해

투수가 공을 던진다. 타자는 날아오는 공을 보고 볼이라고 판단하고 스윙조차 하지 않았다.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볼이라고 생각한 타지는 움찔했고, 예전 같으면 타자가 심판에게 항의라도 해볼 법한 공이지만 어떤 항변도 할 수 없다. 최근 프로야구 판정을 AI가 맡고 나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야구위원회(KBO)는 세계 최초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일명 야구로봇심판을 도입했다. 야구장에서 흔히 보던 볼 판정 시비를 없애 경기시간을 단축하겠다는 KBO의 의지다. 바야흐로 스포츠 경기에 AI가 도입된 첫 사례다.인공지능 즉 AI는 우리 실생활에 점점 더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미 행정 서비스에 AI를 도입해 보도자료 작성을 돕고, 사업 건의 초안까지 ‘뚝딱’ 만들어 내고 있으며, 향후 경북형 생성형 AI를 활용한 연구와 실증 연구와 다양한 세미나, 포럼을 개최하는 등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실생활에서의 AI의 활약은 더욱 구체적이다. 최근, 화장실에서 넘어져 움직일 수 없었던 80대 독거 어르신은 AI스피커에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이를 감지한 스피커가 즉시 해당 시청 24시 관제센터를 호출, 응급상황임을 인지한 관제센터는 119대원을 현장으로 급파했다.이렇듯 최근 고령화와 그에 따른 독거노인의 고독사 문제를 AI가 해결하고 있다. 최근 각 지자체도 노령인구와 1인 가구 문제 해결을 위해 스마트헬스케어, 1인 가구 AI돌봄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평소 어르신들의 생활 습관을 학습해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을 알려주거나 말동무가 되어 준다. 위기 상황에서는 그들의 생명도 구하고 있다.AI는 창작 활동도 지원한다. AI는 현재 그림, 음악, 소설 등을 스스로 창작한다. 특히 AI는 일러스트레이션, 스토리 분야에서 더 쉽고 놀랄 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산출하고 있다. 영화나 광고같이 대규모 비용이 드는 콘텐츠 영역에서도 AI가 만들어 내는 창작물을 활용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달 15일 구미시에서 국내 최초로 ‘국제 AI 메타버스 영화제’를 개최했다. 영화 속 모든 이미지나, 캐릭터, 음성, 사운드 등을 실제 촬영 없이 만들어 내는 AI 영화에 중점을 둔 영화제는 창작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고 디지털 분야의 대중화에 기여할 기회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앞으로 1년 이내에 100% AI 생성 영화가 개봉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AI가 관련 업계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하나의 스튜디오에서 보통 1년에 2~3편을 제작한다면, AI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12편까지도 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요리의 영역에도 AI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최근 AI관련 기업들이 연일 AI 셰프를 개발하고 있다. AI가 식재료를 분석해 조리 데이터를 확보, 최적의 레시피를 구하는 방식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애서 AI 기능이 탑재된 그릴 ‘퍼펙타’가 혁신상을 수상했다. 생고기를 넣고 부위와 굽기 정도를 선택하면 3분 안에 스테이크 요리를 완성한다. 제품에 탑재된 AI 센서가 고기의 형태와 두께, 부위 등을 파악해 최적의 맛을 내는 열을 가해 요리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음식을 더 빠르게 완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AI가 스스로 요리 방식을 바꿔가며 완성도를 높인다.이처럼 AI는 앞으로 우리 실생활에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최초의 인공지능 정의는 ‘기계를 인간 행동의 지식과 같이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이러한 정의로는 현재의 인공지능을 설명할 수 없다.경북도 AI 관련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북연구원 유철균 원장은 “중요한 점은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고, 향후 인류의 방향까지 결정지을 수 있다”며 “AI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AI가 파괴적 기술이 아닌 인간 삶에 꼭 필요한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고리즘 작동 특정지역 정치성향 파악해 선거 후보 당락 예측도뉴스·음악 추천·검색 수행은 기본지도·내비게이션서비스 제공업체맞춤별 노출 온라인광고서도 필수車 자율주행기술 지속 업그레이드인공지능(AI)의 발전과 일상생활의 활용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이제 일생 생활 속 많은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다.먼저 스마트폰 음성인식 서비스들이 AI기술이 활용된 대표적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는 ‘시리(아이폰)’나 ‘빅스비’(갤럭시), 혹은 다은 음성인식 서비스를 부르는 소리를 흔히 듣게 된다.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들이 내린 각종 검색 명령이나 뉴스, 음악 추천과 같은 요구들에 대해 AI알고리즘을 작동해 그들의 명령에 최적화된 사항을 화면에 보여준다. 현재는 더 많은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알고리즘의 개선이 이뤄지면서 오류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지도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AI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지도 및 내 비게이션 상 최단 경로 검색 및 실시간 교통정보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 역시 AI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SNS 플랫폼에서는 AI가 사용자들의 기호와 취향을 파악해서 적절한 콘텐츠들이 노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의해 사람들이 어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팔로우를 하게 되면 AI는 그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한다. 현재 일부 나라의 경우 이렇게 모은 정보로 특정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해 어떤 후보가 선거에 당선될지도 예측할 정도로 인공지능은 발전하고 있다.온라인 광고에서도 AI는 필수다. 최근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어떤 상품을 검색하거나 해당 상품을 구매한 경우 해당 상품과 비슷한 상품이나 파생 상품이 인터넷 페이지에 노출된다. 특히 이용자들이 많은 거대 플랫폼의 경우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회원가입 시 등의 자료로 나이, 성별, 직업, 지역 등 개인 신상 정보를 추적 이용자의 PC등에 적절한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시스템은 프라이버시 등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일부 플랫폼의 경우 자사의 브라우저에 이용자 추적(트래커) 방지 기능을 탑재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모바일앱 숏츠 화면. /신세계라이브쇼핑 제공 자동차 분야도 AI가 필수다. 향후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은 자율주행 AI기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은 오토파일럿과 같은 자율주행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현재 자동차 AI는 실시간으로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입력되는 정보들을 통해서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교통 흐름을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자율 주행이 가능하도록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자율 주행 기능이 탑재된 차량들이 더 많아지면 차량들의 운전 정보를 서로 공유해 차량이 자율적으로 이동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기술이 진보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가 어렵기도 하고 몇몇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되기 쉬운 것 같지만 이렇듯 AI는 많은 일들을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현재 AI분야의 전문가들은 각종 산업 분야에서 영입 1순위가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의 생활상이 많이 바뀐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그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사람들의 일을 컴퓨터가 대체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와 우려도 있다. 인공지능을 경쟁자라고 생각거나 기술이 어렵기 때문에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흥미를 갖고 관련 내용을 조금이나마 공부해둔다면 앞으로의 변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8-04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포항서 꼭 이뤄져야 할 핵심 정책”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통해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 공동 의제로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으며, 한국도 이에 동참했다.포항의 탄소중립운동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른 정부와 포항시청의 지침을 따르자는 측면도 있지만, 시민들과 함께하는 환경운동을 펼치자는 취지다. 우리 지역에서 탄소중립운동의 속도를 높이고 확대해야 포항, 나아가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다.손종수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는“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은 포항에서 펼쳐지는 모든 탄소중립운동보다도 더 절실한 과제”라며 “포스코의 이산화탄소 제로 정책인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포항에서 꼭 이뤄져야 할 가장 핵심적이고 절실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포럼에서는 하준수 고려대 미래건설환경융합연구소 연구교수가 ‘탄소중립과 한국경제’,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가 ‘수소환원제철의 포항지역사회 경제적 사회적 의의’, 이부용 본지 기자가 ‘수소환원제철 도입과 기업경쟁력’등을 각각 발제했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와 탄소중립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이산화탄소 제로 달성을 위해 포스코의 탄소중립이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포스코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야 한다. 포항시민들이 포스코가 제대로 일을 잘하도록 도와줄 때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도록 해야, 포항시와 포항시민의 경제활동이 성공할 수 있다. 2026년이후, 포스코 철강제품의 유럽수출 가능하려면 석탄으로 생산한 철강제품으로는 어렵다.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모든 생산활동이 환경경제산업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포스코가 친환경 철강재를 생산해 탄소국경세에 대한 걱정 없이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을 리드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에 대해서는 포항시와 포항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고 있다. 지역 지도자들의 탄소중립, 환경경제에 대한 한계를 보여 준다.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포항의 경제산업과 탄소중립경제를 위해서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은 2차전지 만큼이나 중요하다. 포스코의 철강산업이 일몰(sunset) 산업이 아니라면 탄소제로와 환경경제를 이차전지산업과 동일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포항이 국제도시로 번창할 길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법을 성공시키는 것이다.△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노력, RE100RE100은 기업이 100%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민간차원의 글로벌 캠페인이다.영국의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의 주도로 2014년에 13개 기업에서 시작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화력발전이 아닌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 제품을 생산하자는 자발적인 약속이다.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100%를 사용해야 투자가 가능하다. 2050년까지 RE100 실천은 가입을 위한 최소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가 40%이다.2022년 7월말 기준으로 RE100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은 구글, 애플, 인텔, 제너럴모터스(GM), 이케아 등 376곳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2020년에는 6개, 2022년 2년 만에 21개 기업으로 증가했다. RE100 참여로 생산비용이 상승되지만, 세계의 소비자들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흐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애플과 같은 글로벌 IT제조사가 국내 반도체 공급사에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만의 반도체기업인 TSMC로 물량을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RE100 회원사 중 애플은 자신의 공급망에 포함돼 있는 협력업체에게도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해 생산된 부품을 납품하도록 요구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대표 전자기업도 RE100을 추진하지 않으면 수출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세계 경제가 탄소중립 실현중심으로 완벽하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도 2050 탄소중립경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7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규정안을 발표했다. 2023년에서 2025년까지 전환기를 거쳐 2026년부터는 EU로 수입되는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의 직접배출 탄소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우리의 노력한국정부는 2022년 12월 10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4번째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이다. 포스코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 선언, 로드맵을 발표했다.2018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시나리오1.5℃’를 통해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2019년 12월,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참가국 모두가 서약했다. 2021년 9월,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다. 기본법 12조 1항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국가·시도계획을 고려해 10년 계획기간으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 포항시의 탄소중립 추진 및 노력의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다.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와 탄소중립추진계획에 따라, 정부도 포항시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해야 한다.△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세계의 동향과 우리의 대응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프랑스는 약 2조 4000억원, 독일은 4조원, 영국은 2조원, 일본은 4조원 정도의 개발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미국 또한 탄소중립시대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7조 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공업 분야의 탄소중립에 투자한다.현재 수소환원제철소에 몇조원씩 투자하는 나라들은 유럽선진국들이다. 이전에는 철강산업이 개발도상국들의 공해산업이었지만 현재는 친환경, 수소환원제철로 변화했다. 개발도상국과 중진국에게서 철강산업을 다시 찾아오려는 선진국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 △포항지역사회·경제적 의의포스코 이전의 포항 전통사회의 경제는 고기잡이와 농업이 중심이다.포항의 경제가 ‘근대화경제개발’의 중심으로 일어선 것은 ‘제철보국’의 포스코 창립의 결과임은 분명하다.대한민국은 수출주도형 경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철강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에 투자를 해야할 단계이다.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유럽의 각국정부 프랑스는 약 2조4척억원, 독일은 4조원, 영국은 2조원, 일본은 4조원 정도의 개발보조금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 수소환원제철소에 몇조원씩 투자하는 나라들은 유럽선진국들이다. 수소환원제철로 철강제품 생산하려는 강대국과의 경쟁을 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소가 성공을 해야 탄소중립도 성취하고 강대국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는 나라로 설 수 있다.△포항시민들의 협력과 포항 변화의 모멘텀기후위기 극복과 과학기술발전의 계기로 지역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친환경사회 건설, 신재생에너지 100%실현, RE100. 탄소중립경제,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문제에는 정견의 차이가 없어, 포항시민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포스코는 이제 제철보국을 넘어 ‘탄소중립보국’이라는 사명, 그 중심에는 ‘수소환원제철소’가 있다. 포항지역시민들의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을 전환하고 탄소중립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협력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미래에는 포항의 탄소중립 넷제로운동이 전국의 표준이 되고 수소환원제철로 인해 대중화 될 것이다. 포항의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극복하고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탄소제로운동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글·사진/이부용기자

2024-08-04

주왕산 탐방로·얼음골·신성계곡 걷다 출출해지면 ‘달기탕 백숙’

어느 도시 할 것 없다. 낮과 밤 모두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가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8월의 초입. 높아지는 불쾌지수와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 성하(盛夏)의 계절이다.일상이 돼버린 뜨거운 폭염을 잠시라도 피하고 싶은 이들은 휴가를 계획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8월은 여름휴가의 피크 시즌.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공기 좋고, 계곡 그늘 시원하고, 맛깔스런 먹을거리도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지.경북 청송은 주왕산의 멋들어진 풍경 속에서 ‘산소 카페’로 불릴 만큼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청정한 고장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어울리는 쾌적한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 올 여름 어디로 휴가를 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윤경희 청송군수가 조언한다. “우리 청송군에 오시면 깨끗하고 맑은 자연의 매력을 만끽하면서, 가족과 연인이 행복한 추억을 쌓아 가실 수 있다”고. 과연 그럴까? 아래 청송군을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 할 시원한 피서지 몇 곳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주왕산을 지나 얼음골로 가다 보면...국에서 1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높은 암석 봉우리와 깊고 수려한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을 간직한 곳이다. 탐방로를 따라 연화봉,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등을 만날 수 있고 수려한 계곡도 매력적이다.용추, 절구, 용연폭포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뤄 ‘한국 3대 암산’에 꼽히지만, 사람들이 이용하는 탐방로는 유모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다. 가을 단풍철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지금은 다소 한적한 길을 조용히 거닐 수 있다. 주왕산에서 영덕군 옥계계곡으로 가다 보면 얼음골 인공폭포가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 주변은 한여름 온도가 32°C가 넘으면 얼음이 얼고, 계곡 물은 얼음처럼 차갑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보며 얼음골 생수 한 잔 마시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는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 ▲달기·신촌 약수탕 물로 끓인 백숙은...달기약수탕은 청송읍 부곡리에 위치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여 년 전 조선 후기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부곡리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 틈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발견하게 됐다고.권성하가 그 물을 마셔봤더니 막혔던 속을 뚫어주는 트림이 나오고 위장이 편안해져 그 후 즐겨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달기약수탕은 가뭄이 아무리 심해도 솟아나는 물의 양이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으며, 색과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상주-영덕간 고속도로 동청송 인터체인지 인근에는 신촌약수터가 있다. 조선시대 말 무렵 조정에서 전국의 약수를 조사한 일이 있는데, 당시 이곳 약수가 가장 무겁고 맛이 독특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물은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이 두 곳 약수터에서 솟아나는 물에는 철분이 많이 함유돼 약수터 주변이 빨갛게 산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탄산수는 톡 쏘는데 근처 가게에서 파는 달달한 엿과 함께 마시면 그 맛이 더욱 좋다. 또 약수로 밥을 지으면 푸른색 윤기를 띠며 찰기가 생겨 지친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저 그만이라고.약수탕에서 시원한 달기약수 한 모금 마셨다면, 주변의 먹을거리를 찾아보는 게 보통의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 맛있는 음식은 여름휴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달기·신촌 약수탕 근처에는 약수를 사용해 우려낸 닭백숙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이름 높다.약수 닭백숙은 철분 함량이 높은 약수가 닭의 지방을 제거해줘 맛이 담백해진다. 또, 소화가 잘돼 위에 부담이 없다. 약수에 닭, 인삼, 황기, 감초, 대추, 녹두를 넣어 푹 고아서 닭이 알맞게 익으면 건져내 따로 담고, 국물로 죽을 쒀 닭고기와 함께 먹는 게 일반적이다. 이 닭죽은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고, 지친 몸의 기운을 찾아준다고 한다. ▲일상 지친 눈 편안해지는 신성계곡 녹색길청송의 또 다른 명소 신성계곡 녹색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여름 관광지로 추천한 걷기 좋은 여행길이다.갯버들 하천 길, 갈대 봇도랑 길, 방호정 길, 자암 길, 하천 과수원 길, 백석탄 길로 이어진 12km의 녹색길은 맑은 물과 푸른 숲을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저귀는 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녹색길을 아우르는 신성계곡은 뻬어난 풍광과 맑은 물, 그리고 빽빽한 소나무숲을 자랑한다. 방호정에서 고와리 백석탄에 이르는 계곡 전체가 청송 8경의 ‘제1경’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은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방호정 감입곡류천, 백석탄 포트홀 등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 명소를 4곳이나 품고 있어 지구 환경 학습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는 2003년 태풍 매미에 의해 산사태가 발생해 약 400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곳이다. 공룡 모형이 설치돼 있는 소공원은 학습장과 포토존으로 활용된다. 방호정 감입곡류천은 아름다운 하천, 퇴적암 절벽, 도지정 민속문화재 ‘방호정’이 어우러진 명소다. 방호정은 조선시대 선비 방호 조준도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해 생모 안동 권씨의 유택이 보이는 곳에 세운 정자다. 신성계곡을 찾게 된다면 현대인이 잊고 사는 효(孝)의 가치를 떠올리며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다.청송 안덕면 고와리 계곡에 있는 백석탄 포트홀은 알프스산맥의 미니 암봉과 닮은 바위군이다. 하얀 바위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은 “이곳이 선계(仙界)가 아닌가”라는 혼잣말을 하게 만든다. 계곡 흐름에 따라 오랜 시간 동안 침식된 암반에 항아리 모양의 깊은 구멍들이 생겨있으며, 조선 인조 때 경주에 살았던 송탄 김한룡은 이곳 시냇물이 맑고 아름다워 고계(금)라 부르기도 했다.▲시원한 실내 전시장과 체험장으로청송백자 전시·체험장도 가볼만한 곳이다. 청송백자는 조선후기 ‘4대 지방요’로 분류될 만큼 명성이 높았던 생활 자기다. 이곳에서는 전통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청송백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청송백자를 활용한 다양한 도자기 체험도 가능하다.남관문화센터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남관 화백을 기리고자 조성한 문화 예술공간. 7월 16일부터 9월 1일까지는 ‘2024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동 협력 전시’의 일환으로 미디어아트홀에서 ‘헤어짐의 단상,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가 열린다.야송미술관은 청송에서 태어난 동양화가 야송 이원좌의 작품 36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기획전시도 함께 이뤄진다. 별도의 건물로 조성된 ‘청량대운도 전시관’에는 동양화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인 한국화 ‘청량대운도’가 전시돼 있다. /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8-04

김천시, 성공적 투자유치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 도약

김천시가 ‘일자리가 풍부한 경제도시’를 시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략적 기업투자유치 활동에 매진한 결과 김천1일반산업단지 3단계 100% 조기분양으로 총 36개 기업체, 7721억 원이라는 투자유치와 3529개의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냈다.이는 경기침체 등 국내외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산업단지의 우수한 입지여건과 함께 적극적인 기업유치, 저렴한 분양가, 풍부한 산업 인프라 등으로 투자유치 활성화에 김천시의 관심과 역량이 집중된 결과로 분석된다.특히 김천시는 2008년부터 시 직영으로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재정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분양가를 15% 이상 낮추는 등 파격적인 분양가로 투자유치 효과를 극대화했다.이러한 자구책은 2011년 김천일반산업단지 1단계 사업의 성공적인 분양에 힘입어 2단계·3단계를 연이어 조성해 조기에 100% 완판하는 등 총 106개의 기업을 유치해 김천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렸다.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김천일반산업단지 4단계 조성사업에 착수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토지 및 지장물 보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4단계 조성사업을 통해 4800여 명의 일자리 창출과 연간 3조 3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돼 명실상부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4단계 산업단지는 어모면 다남리, 개령면 신룡리, 대광동 일원에 124만㎡(38만 평) 규모로 총사업비 2349억 원을 투입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등 10개 업종을 유치할 계획이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입주의향서가 142%(113만㎡) 접수돼 기업체 간의 입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 230만평의 대규모 산업단지 매력적인 투자지역2027년 완공을 목표로 김천1일반산업단지 4단계(38만 평) 조성이 완료되면 이미 준공된 1단계(24만 평)·2단계(42만 평)·3단계(35만 평)와 90년대 조성한 김천1·2차 산업단지(62만 평), 감문·대광·지례·아포농공단지(27만 평) 등 총 230만 평의 대규모 산업단지 벨트를 구축하게 된다.그리고 김천시는 경부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경유하고 KTX김천(구미)역이 입지해 있는 광역교통의 요충지로서 기업의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또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김천~거제간 남부내륙철도가 개설되면 김천은 서울까지 1시간 30분, 거제까지는 1시간 10분에 도달이 가능해져 수도권과 남해안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되며 사통팔달의 탁월한 교통환경이 갖추어진 물류교통의 허브도시가 된다.더욱이 154㎸급 산업단지 전용 변전소와 열병합발전소의 증기공급, 도시가스 및 하수종말처리시설 등 완벽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저렴한 분양가로 기업투자에 매력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 입주기업에 다양한 지원 혜택김천시는 우수한 입지여건으로 찾아오는 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발로 뛰는 기업유치와 기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시책을 추진해 왔다. 투자유치진흥기금을 운영해 투자기업에 대한 보조금 및 기업유치를 위한 각종 기반시설 조성 등에 240억여 원을 투입했다. 2019년에는 투자유치진흥기금 100억 원을 추가로 조성해 공격적인 기업유치 활동을 전개한 결과 일반산업단지 3단계 조기분양 완료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통해 국내에서 창업 3년 이상 된 기업이 지방에 신·증설 투자를 하거나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기업 본사 등을 이전 하는 경우 당해 지역에 1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10명 이상을 신규로 고용하면 해당 기업에게 설비투자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 주고 있다.이밖에도 김천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은 취득세 75% 감면, 5년간 재산세 75% 감면 등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창업 기업으로 인정받을 경우 법인세 감면 혜택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다.지역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고자 중소기업 운전자금 및 이차보전금을 지원하고 있다. 김천시의 이차보전율은 도내 최고인 4%이며, 지난 한 해 524억 원의 융자 실적으로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했다.그밖에도 기업 현장의 애로기술 해결을 위한 기술주치의 119 지원 사업, 중소기업의 제조현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 지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근로환경 개선 및 생활 안정을 제공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숙사 임차비 지원 사업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기 상황을 주시하며 지역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업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 근로자를 위한 복합문화센터 신축김천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한 ‘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 건립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31억7천만 원, 도비 4억 원을 확보하고 시비를 포함해 총사업비 65억 원으로 복합문화센터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일반산업단지 2단계 부지 내에 위치한 등대지 주차장에 건립 중인 복합문화센터는 문화·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공연장과 전시홀, 코인세탁실, 공유주방, 동아리실, 심리상담센터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근로자 복지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주변에 수변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하고 키즈룸과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어 근로자 가족들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천1일반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는 2024년 12월 완공할 예정이다.김충섭 시장은 “민선7기에 이어 민선8기에도 일자리가 풍부한 경제도시를 첫 번째 시정 목표로 우량 기업 유치에 매진하겠다. 일자리 창출 및 지역주민의 소득 증대는 물론 연관 산업의 파급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김천에서 투자한 기업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성공신화’를 계속해서 써내려 가겠다”고 밝혔다./나채복기자 ncb7737@kbmaeil.com

2024-08-01

도청신도시 랜드마크 된 ‘천년숲’ 300년 터줏대감

천년숲 솔밭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다. 소나무 가지에 어둠이 떨어질 듯하면서 매달려 앞길에 솔향을 뿌리고 있다. 황톳길을 붙들고 있는 어둠은 한 걸음 다가가면 한 걸음 물러서기를 반복하면서 붉은 흙 내음을 토해내고 있다.끈질기게 따라붙는 내 발걸음에 어둠은 사라지고 그림자로 변해 이제 함께 걸어가고 있다. 도심 속 울창한 산림 속에 잘 다듬어진 황톳길은 시민의 심신을 풀어주고 건강을 다져준다. 향긋한 솔 향기와 흙 내음이 가슴 속 폐부 깊숙이 들어와 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쌓인 먼지를 훌훌 털어 깨끗이 정화시켜 준다고 생각해 보라, 천금의 보약이 따로 없지 않은가. “아 좋다”는 말이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무심결 튀어나오지 않을까. 한 줄기 동살은 솔숲을 충전하고 나의 소진된 에너지는 솔숲이 충전시켜 준다. 동살은 하루의 시작 프로그램을 켠다. 새벽 산책으로 시작되는 하루는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잡다한 삶을 방해하는 땟물을 말끔히 씻어 낸다.어제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며 내일을 위한 꿈을 위해 한걸음 발걸음을 뗀다. 새벽의 발걸음은 명쾌하고 단호하다. 솔잎 끝에 매달린 영롱한 이슬방울이 청초하다. 곧 사라지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까. 그런 면에서 인간도 이슬방울과 다를 것이 있을까 싶다. 곧 사라지는 영롱한 이슬방울 속으로 동살 숨어들어 간다. 영롱한 이슬방울 내 눈 속으로 살며시 들어온다. 인생도 이슬방울 같은 것, 끝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안분지족하면 인생은 반짝이는 이슬방울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경상북도청. 교육청 결산 검사’ 위원에 위촉되어 경북도청 신청사에 간 적이 있다. 퇴임 후 첫 방문이라 옛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가슴이 설레었다. 경북도청은 1896년 8월 4일 대구광역시 중구 포정동 중앙공원 자리에 있는 경상도 관찰사 건물에서 시작했다. 건물이 협소하여 1966년 4월 1일 북구 산격동으로 건물을 신축하여 이전했다. 1981년 7월 1일 대구 직할시로 승격됨으로써 경북도청 청사는 본의 아니게 소속 관할이 아닌 대구광역시에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 3월 10일 경북 안동시 도청대로 455로 이전하여 신도시가 탄생했다. 신도시에서 숙박하면서 안동 풍천면 갈전리 천년숲, 천연지, 검무산을 새벽 산책했다. 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천년숲’ 9.16ha 규모의 명품을 조성했다. 지난해 산림청이 뽑은 대한민국 최우수 도시숲에도 선정되었다고 한다. 무궁화동산, 느티나무광장, 잔디광장, 야생화 동산, 유아숲체험원 등 다양한 주제로 만들어져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었다.맨발로 걷는 0.8㎞의 황톳길에는 돌구슬지압과 황토 오감만족탕 등의 체험시설과 세족장을 갖추고 있었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천년숲의 터줏대감은 숲 초입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느티나무 노거수가 아닐까.그의 나이는 300살, 키 21m, 가슴둘레 9m 15cm, 앉은 자리 폭이 31m이다. 나이로 보나 키와 몸의 덩치로 보나 숲에서는 제일가는 용감무쌍한 어른이며 수문장이다. 그 늠름하게 생긴 모습에서 우리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숲의 대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가슴이 두근거리며 삶의 현실을 깨닫고 힘이 솟구친다.천년숲은 칼춤을 추는 검무산과 천년지와 어깨동무하면서 다정히 이웃으로 함께 하고 있다. 검무산 기상과 천년지 아량을 본받아 시민을 품는 천년숲 영원하리라. 흐트러진 운동화 들메끈을 조이고 천년지로 향했다. 수초 사이로 물고기 첨벙거리며 고요한 아침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다. 뒷짐을 지고 저수지 둘레길을 걷는다. 동쪽 하늘의 붉은 햇무리 속에 둥근 해가 얼굴을 내민다. 천년지는 윤슬의 웃음을 지으며 찬란한 아침 햇살을 품는다. 하늘의 태양과 구름도 품는 천년지 아량 영원하리라.내친김에 검무산에 올랐다. 천년숲을 내리다 보는 큰 바위 얼굴 산이다. 그 모습에서 용감무쌍한 기상이 보인다. 가파른 경사로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쉽게 오르도록 정상까지 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한 계단 한 계단 인내하여 오른 덕분에 정상에서 신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천년지에서는 뽀얀 안개 피어오르고, 천년숲에는 아침 햇살이 반짝인다. 아침의 동살 맞이하고 신비스러운 풍경을 감상하는 검무산을 천년산으로 개명하여 기상을 영원히 간직하리라. 현재는 융합과 협업의 시대이다. 천년숲은 하드웨어인 자연유산이다. 이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이다. 천년숲을 중심으로 한 삼총사 천년산과 천년지를 묶어 또 다른 하나의 명품 천년 삼총사가 탄생했으면 좋겠다. 숲과 산, 저수지는 나무와 물에 관련된 자연 유산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인 문학의 옷을 입힌다면, 우리의 각박한 삶의 여정에 자연의 중요성과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로부터 지혜와 교훈을 얻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게 살찌울 것이다.새벽 일찍 일어나 어둠 속을 산책하다 보면 동쪽 하늘이 붉게 불타오른다. 이내 동살 기운이 어둠을 살라 먹고 세상을 훤하게 밝힌다. 새벽 산책 중 만나는 동살 기운은 하루의 에너지를 듬뿍 안겨준다. 몸과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시르죽은 모종이 단비를 맞아 손을 펴고 고개를 드는 것처럼 잠자던 의욕이 기지개를 켠다. 천년숲, 천년지, 천년산으로 이어지는 도민의 발걸음은 영원하리라. 숲은 피로에 지친 우리의 심신을 위무하고, 단련하여 행복한 꽃길만 걸으리라. 천년숲이 중심 코어로 에코톱이 되어 삶을 노래하는 산림문학숲이 되리라.필자의 시 ‘천년숲 삼총사’솔숲 속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어둠은 사라지고 아침 햇살이 스며든다.이슬방울 속 빛나는 아침의 약속천년숲 느티나무, 그 고귀한 존재검무산에 펼쳐진 신비로운 풍경천년지에 펼쳐진 반짝이는 윤슬천년숲 천년산 천년지 자연의 삼총사천년의 세월 우리를 품어준다.천년 숲, 산, 지(池), 자연 문화유산삶의 여정을 살찌우는 산림문학의 영원한 주제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31

한국, 유연한 이민정책 강화… 외국인 근로자 이탈 막아야

미국 사회학자 홀리필드(James F. Hollifield)는 “국가의 기능은 18세기까지는 군대국가(Garrison State), 18~19세기는 무역국가, 20∼21세기는 이민국가(Migration State)로 변해왔다”고 주장한다.그의 말을 입증하듯 1990∼2000년대부터 OECD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1·2차 산업의 노동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민자 유치정책이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한국은 이민국가 후발주자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2010년대 후반이 돼서야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들을 국내로 유치하기 시작한 것.하지만 비슷한 문제를 일찍 경험한 서구권 국가들은 냉전시기부터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쳐왔다. 그중 이민 정책이 가장 큰 효과를 본 국가는 호주다. 백호주의가 막을 내린 1970년대부터 호주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이민자를 대거 유입해 다문화 국가로 발돋움 했다.1990년대 중후반엔 ‘노동력 확보’와 ‘인구 증가’에 사활을 걸고 또 한 번 이민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른바 호주의 2단계 이민정책(two-step migration policy)의 도입이다.‘2단계 이민정책’이란 초기에 임시비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호주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그들의 임시비자를 영주권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호주 국민으로 흡수하는 제도. 이에 따라 지난 20여 년 동안 호주로 임시이민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이는 자연스레 호주의 인구증가와 산업분야의 다양화로 이어졌다.임시이민의 증가는 호주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OECD 국가들도 낮은 출산율,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숙련된 이민자들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2단계 이민정책’을 시작했다.이처럼 대부분의 이민 국가들은 현재 임시이민과 영주이민의 연계성을 상황에 따라 강화 혹은, 차단하는 방식의 ‘유연한 이민정책’을 운영 중이다. ‘유연한 이민정책’이 세계적인 흐름인데 반해 한국은 아직 ‘경직된 이민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250여만 명 중 72%(188만 명)가 한국에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장기체류 외국인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영주권을 발급받은 외국인은 18만5천여 명에 불과해 그 비율이 채 10%가 되지 않는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현재 한국의 이민정책으론 인구 증가 기대하기 힘들어최근 극심해진 인구 문제 탓에 이민정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는 2027년까지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앞 다퉈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하지만 최근까지 논의된 국내 이민정책들은 모두 앞서 살펴본 호주와 타 OECD 회원국들에 비하면 단순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는 ‘이민문제’를 단순히 ‘노동력’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탓이다.호주와 미국 등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면서 많은 이민자를 유치했던 비결은 그들로 하여금 성공적인 정착 즉, 영주이민과 경제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관련 제도를 갖췄기 때문이다.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애써 유치한 외국인들도 도망가는 형국이다. 경북도가 실시한 ‘2024년 상반기 농업분야 계절근로자 수요조사’ 결과 9061명의 인력 수요가 나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법무부 배정인원 5614명 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같은 해 실제로 배정된 7432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귀국하는 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이탈은 2018년 100명, 2021년 316명, 2022년 1151명을 기록해 해마다 증가하고 추세다. 경북에서만 지난 2022년 1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탈했다.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경북도는 올해부터 계절근로자의 가족도 함께 체류지에 머물도록 거주 공간을 마련해준다. 특히 포항시와 예천군은 지역 내 이주한 결혼이민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계절근로자 입국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여기서 ‘계절근로자’란 단기간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및 제조업 분야에 외국인을 합법 고용토록 해 국내로 들어오는 한시적이고 소모적인 외국인 노동자를 지칭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한국 체류기간은 길어야 8개월이다.호주 등 OECD 국가들은 워킹홀리데이 등을 통해 임시이민자들에게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의 체류 기간을 제공하고 있는데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이다. 또 계절근로자로 들어온 외국인들이 성과를 인정받거나, 일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아 한국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도 아직 전무한 실정.앞서 살펴봤듯 호주를 비롯한 서구권 국가들이 임시이민자들이 영주이민자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임시이민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제공해줄 제도적 방안이 거의 없다.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의 바람대로 이민자를 유입해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주의 사례처럼 임시이민자들에게 안정적인 정착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호주 정착 20년, 언어만 통한다면 인종차별·차별대우 없어요”호주 교민 백우진씨 인터뷰백우진씨는 20여 년 전에 호주로 이민을 가서 안정적인 정착을 이룬 한국인이다. 시드니를 거쳐 현재는 멜버른에 살고 있다. 그를 만나 호주 이민제도와 노동 관련 정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정착 초기 어려움은 없었는지.△호주생활 초반에 겪었던 언어로 인한 어려움 외에도 집을 구하거나, 거주지를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호주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호주 이민자로서의 생활은 어떤가?△호주가 다양한 출신의 이민자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인종차별은 정부 차원에서 아주 엄정하게 대처하고, 다문화정책이 잘 정비돼 있다. 때문에 스스로가 이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모두 호주 사회에 잘 융화되는 것 같다. 직장에서도 내·외국인을 다르게 대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 모두가 같은 혜택과 권리를 보장받는 분위기다. 또 이민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민자를 특별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사회 분위기다. 영어만 할 수 있다면, 호주에 사는 외국인이 아니라 타국 출신의 호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많은 이민자들이 호주에 몰리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는지.△앞서 말했듯 언어 문제만 없다면 타국 출신이라고 받는 차별대우가 없다. 영어라는 언어가 다양한 출신의 호주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기에 호주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선 영어가 필수다. 호주는 기회의 대륙이다. 취업비자를 받고, 합법적인 직장을 갖게 되면 외국인이라고 차별 받지 않는다.-“한국 노동자와 호주 노동자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호주의 환경은 ‘노동자 친화적’이다. 일한 만큼 벌고 그만큼 쉰다. 산별노조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또 연방정부에서 마련한 임금 가이드라인이 잘 준수되기에 일하는 만큼 소득이 발생하고,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다. 또 근무시간이 철저히 지켜진다. 퇴근 이후 업무적 연락을 금지하는 ‘연락 단절’의 자유도 있다. 휴가도 1년 근무 시 4∼6주의 유급휴가가 주어지고, 그해에 사용하지 못한 휴가는 누적된다. 10년을 근속할 경우 17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직업에 귀천도 없다. 소위 말하는 ‘블루컬러’ 직종이건 ‘화이트컬러’ 직종이건 직업이 그 사람을 정의하지 않고,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한국도 최근 적극적으로 이민 관문을 개방하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전반적인 사회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이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돼야 외국인이 한국에 일하러 오지 않겠나?-호주의 이민정책을 직접 체험했다. 향후 한국의 이민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다온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그중 가장 안타까웠던 사연은 거제도의 공장에서 15년간 제조업에 종사한 후 한국에서 살기를 희망했지만 영주권을 받을 수 없어 호주로 온 경우였다. 노동비자를 영주권으로 전환하는 제도가 없다는 건 아직 한국의 이민제도가 미숙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한국이 다문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런 문제의 해결이 필수다. 호주는 이민자들이 자신의 국가에서 쌓은 경력도 인정해준다. 그렇기에 많은 기술자들이 호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점이 호주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다. 한국도 단기간 필요한 노무자만을 유입시킬 게 아니라, 외국에서 키운 숙련된 기술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이민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끝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30

산자락 마다 왕릉·유택, 신라인들에게 ‘서방정토’로 불려

개개의 가문도 수백 년을 이어왔다면 크건 작건 갖가지 설화와 이야깃거리가 그 안에서 생겨난다. 고래로부터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옮기기 좋아하는 동물이었다. 누가 있어 그걸 부정할 수 있을까.신라는 1000년에서 8년 빠지는 992년간 존속했던 고대 왕조다. 중간중간 부침(浮沈)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지구 위 어디에도 이처럼 장구한 세월을 이어간 제국은 드물다. 이는 다수의 역사학자들이 인정하는 사실.그러니, ‘천년 왕국 신라’에 설화와 오랜 시간 인구에 회자될 이야기의 소재가 없을 까닭이 없다. 얼마든지 미루어 짐작 가능한 일이다.본지는 2024년 하반기 주요 기획연재 중 하나로 까마득한 옛날 신라 사람들 사이에서 신성시된 것은 물론, 현대에 이른 오늘까지 그 지역이 가진 사적(史的) 중요성에 많은 역사가들이 주목하는 선도산(仙桃山)을 취재·탐구할 계획을 세웠다. ‘경주의 신성한 보고(寶庫) 선도산’이란 타이틀 아래에서다. ◆2024년 현실에서의 선도산은 어떤 모습일까6월과 7월 두 차례 걸쳐 선도산 일대를 사진기자와 동행해 돌아봤다. 적지 않은 수의 왕릉과 경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인 울울창창한 소나무숲, 거기에 신령함이 깃들었다고 믿어온 거대한 석불(石佛)까지.답사 후 처음 든 느낌은 ‘과연 수십, 수백 가지의 전설과 민담, 수수께끼가 숨어있을 만한 비밀스럽고 신성한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신라 역사의 보물창고(寶庫)”라 칭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신라 사람들이 비밀스럽고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한 선도산과 그 일대를 오늘날 여행자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두산백과’가 이 의문에 담백하고 모던하게 답해준다.“선도산의 높이는 390m다. 경주시 형산강 서쪽 효현동에 위치하며 신라시대부터 지목도가 높았던 산이다. 신라 사람들은 이곳을 서방정토(西方淨土)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경주의 서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서악’이라고도 불렀다. 그 때문에 선도산 주변엔 유적지가 많다. 경주 진흥왕릉, 진지왕릉, 문성왕릉과 태종무열왕릉, 법흥왕릉, 서악리 고분군 등이 선도산 자락에 있다. 정상 가까이에는 서악동 마애여래삼존불상(보물 제62호)이 서있다. 그 외에도 선사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구멍 유적이 있다. 북쪽 자락에는 서라벌대학교, 신라고등학교, 경주정보고등학교, 월성중학교가 있고, 등산로도 잘 정비돼 있다.”실제로 그랬다. 선도산 초입에 자리한 태종무열왕릉 뒤편으론 진흥왕과 진지왕의 유택(幽宅)이 자리해 있었다.지금과 비교적 가까운 시기인 근대까지도 권력자들은 세칭 ‘명당(明堂)’에 터를 잡고 거기에 묻히기를 원했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고, 묫자리가 후손들의 발복(發福)과도 연관된다는 믿음 때문. 그게 비과학적이라 할지라도.앞서 말했듯 신라는 이미 1000년 전에 존재했던 왕국. 과학과 합리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지식의 상향평균화가 이뤄지기 훨씬 이전 시대였던 것이다.인간의 삶과 죽음을 통제하고 관할하는 신령한 존재를 믿는 이들이 많았고, 무덤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행운과 불행이 갈린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신라 사람들 역시 적지 않았다고 얼마든지 추측할 수 있다.이런 상황이었으니 왕이, 그것도 삼국통일의 주춧돌을 놓았다고 평가되는 태종무열왕이 묻힌 곳이니 선도산이 당대 신라에서 지녔던 위상이 어느 정도였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하다. ◆왕들이 잠든 공간인 동시에 ‘성스러운 어머니’ 설화까지고대의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선도산은 오랜 기간 주요한 탐구 대상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학계의 논문을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에 ‘선도산’이란 키워드를 넣어보면 적지 않은 자료가 검색된다.한국사상사를 연구해온 동국대학교 사학과 최연식 교수의 논문 ‘선도산의 신성함을 바라보는 세 가지 입장’은 선도산이 왕릉이 집중된 공간만이 아닌 신라 역사의 여러 비밀을 함께 간직한 곳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런 대목이다.“경주 서쪽의 선도산은 경주평야 입구의 중요한 지역으로 신라시대뿐 아니라 이후에도 경주의 서악(西岳)으로 크게 중시되었다. 이곳에는 법흥왕과 진흥왕, 진지왕, 무열왕(태종무열왕)이 묻힌 것으로 알려진 왕릉들을 비롯해 다수의 상층 귀족들의 고분이 만들어졌고, 산 정상 근처에는 대형 아미타 삼존불상이 왕릉을 바라보고 서 있다. 또한 ‘삼국유사’에는 신라의 시조를 낳은 존재이자 유력한 산신이라고 하는 선도산 성모에 관한 전승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유물과 유적, 전승 등은 선도산이 신라시대 이래 경주의 주요한 신앙적 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고려시대에는 동쪽 입구의 토함산과 함께 경주를 수호하는 양대 신성(神聖·함부로 가까이할 수 없을 만큼 고결하고 거룩함)으로 중요하게 제사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후략)”최 교수의 지적처럼 여러 기의 왕릉과 더불어 선도산에서 주목해야 할 건 ‘신라의 시조를 낳은 존재이자 유력한 산신이라고 하는 선도산 성모’와 ‘아미타 삼존불상’이다.성모(聖母)가 뭔가? 속세의 것이 아닌 성스러움을 지녔기에 숭앙받은 존재를 말하는 것일 터. 그것도 1000년 역사의 왕국 첫 지도자를 낳았다면 ‘선도산 성모’의 위상 역시 드높았을 수밖에 없다.한국이 포함된 동양(아시아)만이 아니다. 미국처럼 역사가 일천한 국가는 아니겠지만, 수천 년 세월을 사람들이 살아온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현명한 통치자를 낳은 신성한 어머니의 설화’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그렇다면 신라의 시조로 알려진 박혁거세의 어머니로 숭배 받아온 ‘선도산 성모’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한국민속문학사전’은 비밀의 베일에 싸인 선도산 성모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선도산 성모는 신라의 시조모(母)로 알려졌으므로 신라 건국 시기에 출현한 존재로 볼 수 있다. 김부식이 송나라 사신으로 가서 접한 성모 숭봉(崇奉)의 일을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기록한 것이 최초의 자료다. 일연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그녀는 선도산의 여산신(女山神)으로 신라 삼사(三祀·3가지 중요한 제사)의 대상이었으며 신사(神祠·신령을 모신 사당)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 사람들이 성모의 일을 익히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제왕운기(帝王韻紀)’ 기록도 있다.”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도 서라벌이 만들어낸 보물보편적 신라인 대부분이 그 존재를 인지하고 있던 선도산 성모는 국가가 올리는 큰 제사의 대상 가운데 하나였고, 사당을 세워 장수와 행복을 빌며 영험을 얻고자 했던 숭배의 주체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다. 아래 인용하는 건 이와 관련된 ‘한국민속문학사전’의 부연이다.“선도산 성모는 여산신이자 시조모라는 특징을 지닌 점에서 가야산 정견모주, 지리산 성모와 유사하다. 동신성모 유화는 시조모이지만 산신으로 좌정하지 않은 차이가 있다. 여산신 신앙이 국조신화와 연계되는 것은 대체로 남방계 신화의 특징이다. ‘부계(父系)’의 탐색과 계승을 강조하는 다른 국조신화들과도 대조적이다.”흥미로운 설명이다.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선도산 성모가 알을 낳았다는 것인지? 그리고, 부계신화가 아닌 모계신화가 돌출한 건 신라가 모계중심 사회였다는 것인지? 강고한 유교적 가르침이 통치철학으로 작동했던 조선시대엔 ‘선도산 성모’가 어떻게 평가됐는지?의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를 차근차근 짚어가며 관련 학설과 학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는 과정이 있어야 할 듯하다. 이는 ‘경주의 신성한 보고(寶庫) 선도산’ 연재를 이어가며 해결하고자 한다.다수의 왕릉, 선도산 성모 설화와 함께 주목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이 바로 그것.선도산 성모처럼 실체는 없고 떠도는 전설과 이야기만 남은 게 아닌, 눈앞에서 존재하는 실물이기에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이 가진 지위는 날것인양 싱싱하다.튀르키예 사람들이 성산(聖山)이라 부르는 아라라트산, “백만 가지 설화를 간직했다”고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화산에 필적하는 신비한 이야기를 담은 선도산의 역사 유적 ‘마애여래삼존불’ 이야기는 다음 회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4-07-30

日 ‘어린이 패스트트랙’ 혜택·핀란드 ‘엄마 상자’ 제공

저출산 문제는 비단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많은 나라가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인구정책을 도입 중인 것.저출산은 양육비 부담부터 여성 경력 단절 등 다양한 원인을 포함하고 있어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래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주목할 만한 출산장려책을 내놓은 해외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 일본정부와 기업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각각의 어린이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일본이다.일본 정부의 대표적인 어린이 친화 정책은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어린이 패스트트랙은 국립박물관·공항·관공서 등을 이용할 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임산부를 다른 대기자보다 먼저 입장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도쿄 국립박물관의 경우 어린이날이나 연휴 기간엔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매표소를 따로 운영한다. 현장 상황에 따라 어린이 패스트트랙도 시행한다. 어린이 동반 가족만 입장할 수 있는 날도 별도로 있다.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기업들도 앞장서 출산 장려책을 펼친다. 일본의 대표적 카메라 제조사인 캐논(canon)은 아이가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1주에 2번씩 조기 퇴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해상화재보험사는 ‘육아휴직 응원수당’과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대체하는 직원에게 최대 10만 엔(한화 86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도 있다.□ 헝가리헝가리는 2000년대 초까지 저출산국이었다. 하지만, 2011년 1.23명 이였던 출산율이 2020년엔 1.56명으로 증가했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것.대표적인 출산 지원 정책은 결혼을 하면 최대 약 4000만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이후 아이 1명 출산 시 이자 면제, 2명 출산 시 대출액의 3분의 1 탕감, 3명 이상 출산 시 전액을 탕감해준다. 4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여성은 평생 소득세가 면제되며, 3명 자녀 가정은 7인승 자동차를 구매할 때 1000만 원의 지원을 받는다. 또 주거비 보조, 국영 시험관시술기관 무료 지원, 보육시설 2만1000곳 확대 등 출산 인프라 정비도 시행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2030년까지 출산율을 2.1명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독일독일은 과거 특유의 ‘남성은 일, 여성은 주부’라는 성(性)역할 고정이 저출산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있다. 산업화 이후에도 고정화된 가부장적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자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졌다.정부는 2000년대 1.3명 까지 떨어진 출산율 반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3년간의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엔 여건에 맞는 부모수당제도(현금)을 이용해 소득 대체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아동수당(자녀당 36만 원), 형제보너스수당(최대한도 월 287만 원)을 지급한다.또한 ‘거주허가 및 정주법’(이민법)을 제정해 정주형 이민정책도 시작했다. 전문인력인정법, 기술이민법 등 숙련 기술자 정주 중심의 이민정책을 펼침으로써 생산인구 반등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스웨덴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은 2020년 기준 78.3%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맞벌이 부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수년째 합계출산율이 1.5~1.6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기 때문.스웨덴은 출산 전후로 480일의 휴가를 부모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휴가 기간 소득대체율이 80%에 이른다. 영아기를 지난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보육시설 확충에도 신경을 쓴다쓰고 있다. 종일제 어린이집, 아이돌보미 등 다양한 육아 서비스 이용료가 가구 소득 3% 이하로 책정돼 무상에 가깝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공교육은 대학을 포함해 국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한다.만 16세 이하 아이에겐 매달 1520크로나(약 17만 원)씩 아동수당도 지급한다. 학생인 경우 20세까지 연장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핀란드‘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올해까지 7년 연속으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조사된 국가는 핀란드. 출산 지원 정책도 잘 갖췄다. 임신 초기부터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돌보는 정부 산하 진료기관인 네우볼라(Neuvola·모성 클리닉)를 운영해 임신부를 돕는다.핀란드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은 모든 임산부에게 출산 전 육아 필수품이 담긴 ‘엄마 상자’를 제공한다. 이는 핀란드 모든 엄마들에게 주어지는 보편 복지이면서 ‘국가도 당신과 함께 태어난 아이를 키우겠다’는 사회적 약속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자를 열면 가장 먼저 ‘임신을 축하하며 이 상자가 가정에 행복을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가 나온다. 더불어 신생아를 위한 열 벌의 옷과 보온 담요, 장갑, 장난감, 온도계 같은 기본적인 육아용품이 들어있다.이외에도 핀란드는 출산이 여성의 사회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했다.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키도록 한 것도 핀란드판 출산장려책이다.□ 중국중국도 저출산 문제로 고민이 깊다. 지난해 중국의 출산율은 1.0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0.72명)과 비슷하다. 이는 중국이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 겪는 인구 감소라 많은 이들이 심각성을 인정한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국의 저출산 문제는 1인당 GDP의 6.9배에 달하는 높은 양육비와 출산 휴가의 부족 탓이라 지적했다.중국은 1978년부터 2014년까지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하다 2021년 ‘세 자녀 정책’ 법안을 공식 통과시켰다. 같은 해 7월 쓰촨성(四川) 판즈화시(攀枝花)는 중국 최초로 출산·양육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두 자녀 및 다자녀 가정에는 만3세까지 아이 한 명당 500위안(약 9만3000원)의 보조금이 매달 지급된다는 내용.산시성(陕西) 센양시(咸阳)의 경우 세 자녀를 출산한 여성 근로자에게는 기존 출산휴가 외에 15일의 휴가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배우자에게는 돌봄 휴가 10일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의 저출산 극복 대책은 이처럼 출산·양육 보조금 형태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양육의 어려움을 유발하는 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 금지 정책도 내놓았다./황인무·김채은수습기자/성지영인턴기자

2024-07-28

출산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경북도가 올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출생률을 끌어 올리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과연 실질적으로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경북도는 지난 2월 저출생과의 전쟁을 공식화하고, ‘경북이 주도하는 K-저출생 극복’ 기본구상을 발표했다.만남 주선, 출산·돌봄 주거지원,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6개 분야 100대 과제를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빠르게 구축하고 일·생활 균형 인식 확산 등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가정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이를 위한 예산은 1조2000억 원 규모다.문제는 경북도가 추진하는 저출생 대책이 큰 틀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해왔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28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저출생 문제 89.5%가 공감하지만, 90.8%가 정책 효과 불신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전국 25~49세 남녀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석 결과를 보면, 89.5%가 저출생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저출생 정책에 대해서는 90.8%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여성계도 경북도의 이 같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5월 성명서를 통해 “저출생 문제에 긴밀하게 대응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사회가 합계출산율 0.65명이라는 수치가 나타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주장했다.여성계는 저출생의 원인으로 △OECD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122시간 많은 노동시간 △결혼과 출생 비용 및 육아 비용 부담 △불평등한 가사노동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불이익 및 소득 불안정 등을 강조한다. 이에 더해 “경북이 내놓은 정책엔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여성계의 주장과는 별개로 △출산과 직업 유지의 어려움 △비싼 주택 가격 △청년 취업난 △육아복지 부족 △심각한 비교 문화와 젠더 갈등 △SNS 널리 퍼져 있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 △늦은 초혼 연령과 이에 따른 노산 문제 △심각한 낙태율 문제 등도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경제적 이유다. 경북도는 물론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제한적인 지원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16년 간 확인했다. 높은 주택 마련 비용과 육아 비용 등은 제한적인 지원으로 해결이 안 되기 때문.특히, 부모가 가진 재산과 권력에 따른 계급 문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이가 부모의 재력 등으로 인해 다른 아이에게 배척되고 놀림을 받는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아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을까?아파트 브랜드별로 나뉘는 계급 앞에선 어떤 지원책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사회에 등장한 ‘개근 거지’라는 신조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단어는 학기 중 여행 한 번 못가고 꼬박꼬박 등교하는 학생들을 비하하며 사용되고 있다 우리 아이가 ‘개근 거지’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출산 독려는 오히려 반감만 불러올 뿐이다.□ 가부장적 인식과 경제적 문제 등이 야기한 저출생 세태여기에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에 따른 불이익과 ‘육아와 집안일은 여성이 하는 것’이라는 가부장적 인식도 타파해야 할 문제다. 이는 남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결혼을 미루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어느 정도 바뀌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란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의 육아와 가사 전담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들은 이런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성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본다. 맞벌이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도 어렵다. 그러니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이를 포기하게 된다.이는 남녀 간 만남을 늦추는 이유가 되고, 초혼 연령도 높아지게 만드는 원인이면서 저출산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조사됐다. 10년 전과 비교해 남성은 1.6세, 여성은 1.9세 늘어난 수치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3.9세, 여성은 4.3세 늘었다.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노산 문제가 심각해졌다.보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여성들의 난임률은 나이가 들면서 급격히 올라간다. 25~29세 여성들의 난임률은 14.2%지만 35세가 넘어가면 49.3%, 40세가 넘어가면 무려 71.9%가 난임을 겪는다.여성이 31세에 결혼해 신혼을 즐긴다는 이유로 몇 년만 출산을 늦추면 아이를 가질 확률이 줄어든다. 심평원 불임·난임환자 진료비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약 두 배가 늘었는데 만혼에 따른 출산연령 증가가 가장 높은 이유로 지적됐다.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급감으로 학교 수가 줄어드는데 반해 특수학교의 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8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9만780명이었던데 비해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든 2022년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가 10만3695명으로 늘어났다. 이렇다보니 만혼 가정에서는 아이를 출산하지 못할 바에는 딩크족으로 살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비혼 출산 포함한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 펼쳐야”낙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입법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법적 제재 없이 낙태를 선택하는 젊은이가 늘어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낙태율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낙태 건수는 하루 3000건으로 1년에 약 11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신생아 출산 23만여 명과 비교해 4배가 넘는다.이런 상황에서 경북도가 추진하는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이 모든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특히 실제로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당사자인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더 중요하다. 특히, 숨겨진 목소리를 잘 찾아 듣고 가능한 게 뭔지 따져야 한다.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저출산의 요인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여성의 역할과 지위에 있어 전통적이고 고질적인 관념들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높은 출산율의 선진국을 보면 출산하는 30% 이상이 비혼자”라며 “비혼 출산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에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한 근무환경, 정시 퇴근문화 조성 등 기업들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2024-07-28

창단 60주년 맞은 대구시향, 매회 공연 마다 전석 매진에 뿌듯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한 사람, 바로 지휘자다. 포디움에 선 지휘자는 두뼘 남짓 바톤(Baton)을 통해 자신의 음악 철학을 녹여내고 전체 하모니를 완성한다. 그래서 지휘봉을 ‘세상에서 가장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악기’로 부른다.백진현 지휘자가 작년 11월에 대구시향에서 첫 지휘봉을 잡은 지 취임 9개월 차를 맞았다. 전임 고(故) 줄리안 코바체프가 탁월한 곡 해석 능력을 기본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백 지휘자는 압도적인 몰입감과 카리스마로 역동적인 지휘 스타일을 내보이고 있다. 동작도 크고 동선에도 거침이 없다. 절제된 동작과 디테일로 청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주회 도중 마이크도 없이 육성으로 곡해설을 곁들이며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도 이젠 그의 트렌드가 됐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제11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백진현, 그를 만나봤다.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로 취임 9개월을 맞은 소회는?△지난해 11월 취임 연주회부터 대략 14회 정도 공연을 지휘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의 정기 및 기획연주회뿐만 아니라 서구, 동구, 달서구 공연장을 비롯 코오롱야외음악당, 신천둔치 등 대구 곳곳에서 시민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며, 따듯한 관심과 사랑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그동안 단원 개개인의 장단점도 충분히 파악했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호른 연주자로 첫발을 내디딘 마음의 고향과 같은 대구시립교향악단에서 지휘자로 함께하는 요즘, 단원들이 자신의 실력과 잠재력까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으며 의욕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지휘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오케스트라 연주의 핵심은 앙상블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 개인의 기량이 아무리 탁월해도 앙상블을 이루지 못하면 불협화음에 지나지 않는다. 평소 단원 각자의 기량 연마는 필수이고, 합주 때 서로의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며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해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궁극적으로 ‘재연의 예술’을 한다. 항상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창작 의도를 잘 파악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곡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시대 배경 등 작품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연주 깊이와 넓이를 더해 시민들이 양질의 문화를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클래식의 대중성과 음악성(작품성, 전문성) 사이에서 고민 해결법은?△대중성과 음악성 두 가지 모두 균형감 있게 추구해 나가는 것이다. 한때 클래식은 특정인이 향유하는 고급스러운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오늘날 클래식은 이미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고,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객석만 보더라도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층이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중성은 공연의 때와 장소, 연주자의 성향 등 공연 기획에 맞춘 선곡을 통해 관객의 기호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음악성은 어떤 작품을 선곡하든 그 나름의 음악적 가치를 찾고 표현함으로써 실현해 나가고 있다.-매 정기연주회 마다 임팩트, 생동감 있는 지휘와 디테일로 청중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화 있는 지휘를 위해선 팀워크가 필수인데, 단원들과 호흡은 잘 맞나?△당연히 잘 맞을 수밖에 없다. 합주 때면 단원들에게 연주에 필요한 바를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단원들도 여기에 맞춰 잘 따라주고 있다. 지휘자와 단원도 음악으로 서로 소통한다. 우리는 전문 연주단체이고, 연습실과 무대 위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단원은 지휘자의 해석과 요구를 잘 수용하여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휘자는 단원들이 어떤 부분에서 연주와 표현의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해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갈 때 같은 색채로 표현하는 것이 최상의 음악적 호흡이고, 그것이 잘 이뤄졌을 때 관객도 최상의 무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지난 2월 정기연주회 앙코르곡으로 에르난데스의 ‘엘 쿰반체로’를 연주하며 록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돼 관객들이 함께 즐기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백진현 지휘 코드’로 해석해도 되나.△연주회를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에 비유하자면 서곡은 에피타이저, 협주곡과 심포니는 메인 요리에 해당한다. 그리고 앙코르는 멋진 코스가 끝난 아쉬움을 달래줄 특별한 디저트라 할 수 있다. 때로는 디저트가 더욱 기대되는 만찬도 있듯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앙코르에 ‘진심인 편’이다. 쉐프가 자신 있게 내놓는 ‘오늘의 메뉴’처럼 말이다. 최근에 만난 한 지인은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다음 연주 때 앙코르는 어떤 곡일지 기대와 궁금증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적 ‘다양성’에 기반한 풍부한 레퍼토리가 기본이다. 앙코르의 변신도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레퍼토리 확장, 연주력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봐주시면 좋겠다.-앞으로 대구시향 운영 방향은?△음악가이자 지휘자로서 늘 추구하는 바는 이 세상의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우선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최근 10년간 연주한 곡목을 분석했고, 오케스트라의 실력 향상과 청중의 다양한 음악적 욕구까지 충족시킬 레퍼토리로 선정하고 있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대, 다양한 음악가의 작품을 꾸준히 연주해 나갈 예정이다. 창단 60주년을 맞이한 지금, 거의 매 공연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시민의 큰 사랑을 받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위상에 걸맞게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백진현 상임지휘자는?현재 동서대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계명대 음악대학, 맨해튼 음악대학원(MM), 브루클린 음악원(PG-D), 하트퍼드대 음악대학원(AD), 파이스턴 국립예술대학원(DMA)을 졸업했다.미국, 러시아,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쿠바, 체코, 브라질, 페루, 카자흐스탄, 헝가리, 몽골, 루마니아, 멕시코,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의 활발한 공연을 펼쳤다.국내에서는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부산시향, 광주시향, 충북도향, 창원시향, 포항시향, 강릉시향 등을 지휘했다.‘제27회 오늘의 음악가상’, ‘제33회 부산음악상’, ‘2018 한국음악상’ 등을 수상했다./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7-25

액운 막기 위해 300년 전 만든 인공 숲에 오랜 세월 수호신으로

경북 영양군 현리에는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조산단 느티나무 노거수가 있다. 현리 마을에서 바라보면 봉화, 영덕으로 가는 우회도로 분기점 가까이 마을 앞 들판에 우뚝 서 있다. 마을 입구에 자리 잡고 오랜 세월 동안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 느티나무 노거수이다.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마을의 전통과 신앙, 그리고 주민들의 삶과 깊이 얽혀 있는 상징적인 나무이다. 조산단 느티나무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전통을 이어가는 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조산단은 약 300년 전, 마을 주민들이 불길한 기운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작은 인공 산이다. 당시 주민들은 풍수지리 사상에 따라, 서쪽으로 열린 마을 지형이 불길한 기운을 불러온다고 믿었다. 이를 막기 위해 서쪽에 인공 구릉을 만들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 놓은 전통 마을 숲 흔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지금은 숲이 사라지고 당산목 느티나무만 덩그렇게 벌판에 우뚝 서서 외로움을 홀로 이겨내고 있다. 그 외로움이 나에게 전해 와 가까이 다가서서 두 팔 벌리고 안아 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마을 숲이 사라져 홀로 쓸쓸하고 외롭겠지만, 우리는 당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필자의 시‘조산단(造山檀) 느티나무 노거수’서쪽 바람 막아선느티나무 한 그루마을의 수호신봄이면 연두 잎사귀여름엔 짙은 녹음가을엔 붉은 잎 물들고겨울엔 나목 되어 서리 맞네.농부의 그늘새들의 안식처뿌리 깊게 내려앉아생명을 품어 안고정월 대보름마을 사람 불러 모아안녕과 번영 노래하네.영양 현리의 역사 조산단 느티나무 노거수. 영양읍은 동쪽과 북쪽 그리고 남쪽으로는 아담한 산맥이 둘러 있어 복조리 형상을 이루고 있으나 서쪽으로는 가까이 울타리가 될 만한 산이 없어 열려있는 형국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으로 액운이 미친다고 하여 이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으로 300여 년 전 인위적으로 조산을 만들었다.조산단의 느티나무는 마을 주민들에게 재난을 막아주는 신목으로 여겨오고 있다. 특히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에 주민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동신목으로 불리는 마을 나무이다.조산단은 단순한 인공 산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풍수지리적 지혜와 생태적 균형을 고려한 전통적인 마을 숲 조성 방법이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며, 지역 사회의 안전과 평안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조산단 느티나무와 같은 사례는 이러한 조산의 의미와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조산단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생태적 공간이다. 이곳은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는 작은 생태계로,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생태계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현대의 환경 보호와 생태 복원 노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전통적인 조산단의 개념은 오늘날의 에코톱(ecotope) 개념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것으로 보아 우리 조상들은 일찍부터 자연 생태계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유지하려고 민속 신앙 차원으로 끌어올린 세계에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자연관을 엿볼 수 있다.조산단의 느티나무는 마을의 보호목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마을 주민들에게 농사철에는 그늘을 제공하며,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또한, 다양한 생명체의 서식처로서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새와 곤충, 다양한 식물이 공존하며, 자연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주민들은 이 나무를 통해 자연의 순환, 영속성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느티나무는 마을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안식과 평안을 제공해 왔다.현재 조산단에는 느티나무만 남아 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마을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많은 상징성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의미로 마을 주민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나무를 경외하면서 자신도 본받고 심은 마음을 은연중 키워가고 있다. 우리 인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누구나 변함없이 염원한다. 이는 마을의 생태적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에게 자연과의 조화를 느끼게 한다. 조산단 느티나무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주민들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 공동제사를 지내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진다. 마을의 중요한 행사와 의식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음력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이 나무 아래에서 제사를 지내며, 한 해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의식은 마을 주민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공동체 의식을 제공한다.경북 영양군 현리의 조산단 느티나무 노거수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주민들의 신앙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조산단 느티나무는 풍수지리적 지혜와 생태적 균형을 고려한 전통적인 마을 숲 조성 방법의 중요한 사례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느티나무는 앞으로도 마을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안식과 평안을 제공하며, 마을 나무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의 전통과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조산단 느티나무 노거수는 마을의 생태적, 문화적, 신앙적 중심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마을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 낸 이 작은 조산단은,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전통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적 자연 유산이 아닐까.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24

관광·취업 연계 ‘워킹홀리데이’ 대박… 연간 수십만명 호주로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호주의 이민정책은 크게 세 번에 걸쳐 진화해 오늘에 이르렀다.그 첫 단계는 영국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이민이 호주 정부의 ‘비영국계 유럽인 수용’ 정책으로 이민 대상이 다양화된 것이다.호주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영국인을 주축으로 하되, 동유럽과 남유럽 출신자들 또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백인 유럽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백호주의 이민정책 기조가 폐지된 시기는 1970년대 초반.두 번째로 호주 이민정책의 대전환이 이뤄진 때는 197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다. 이 시기 호주엔 아시아인을 비롯한 비유럽인의 유입이 본격화됐고, 현재는 그 기조를 잇는 호주 이민정책의 기본 틀이 확립됐다.호주의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필요한 노동력의 충원을 위해 ‘기술이민자들’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도 이 즈음이다. 기술이민자들은 입국 이전부터 호주 정부로부터 영주를 보장받았고, 가족 재결합 즉, 가족의 초청 또한 허용됐다.이 시기엔 기술이민자와 그들의 가족이 영구거주를 목적으로 호주에 입국하고 정착하는 것이 이민자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호주 정부의 판단이 있었다. 이 때문에 영주권을 취득한 이민자의 가족 동반이 본격화된 시기인 1980년대엔 동반 가족의 수가 기술이민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기도 했다.평균적으로 기술이민자 한 명당 아내와 자녀 등 2명의 가족을 동반했고, 이들로 인해 다양한 연령대의 호주 인구가 동시에 증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술이민자 중심의 호주 이민체계가 다시 한 번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한시적 이민자 대거 유입…호주 이민 정책의 세 번째 대전환1990년대 중반 호주의 이민 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기존 기술 중심의 영주이민자 유입 규모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단기간 체류를 조건으로 하는 한시적 이민자 수도 크게 확대하기 시작한 것.그때까지 호주에 단기간 체류하는 ‘한시적 이민자’ 대부분은 유학생들이 차지했다. 존 하워드 보수당 연합정부가 집권을 시작한 1997년부터 호주 정부는 워킹홀리데이를 비롯한 임시 비자 발급을 대폭 늘인다.이때부터 워킹홀리데이 등 임시 비자(유학, 워킹홀리데이, 457 기술이민) 발급이 본격화되면서 체류유형 또한 다양해졌다. 이런 형태의 비자가 가족 동반 및 인도주의적 비자 발급 수보다 많아졌고 그 차이는 점점 커졌다.동시에 전체 이민자 수도 이때 대폭 증가했다. 1990년대 후반 10만 명 이하를 유지하던 영주이민자 규모가 2016-2017년에 20만 명 규모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한시적 이민자의 수는 같은 시기에 20만 명에서 60만 명을 넘어서 3배 넘게 늘어났다.한국은 호주와 1995년 3월에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한국인은 별다른 준비 없이 장기체류가 가능하게 됐고, 한때는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출국자의 80%가 호주로 향했다.△‘취업·관광’, ‘워킹홀리데이’이처럼 최근 들어 호주 정부는 영주이민 유입 규모를 줄이는 대신 한시적 이민자 유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민정책 노선을 변경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는가 하면, 관광산업을 비롯한 전반적인 산업게의 경기 활성화 효과도 보고 있다.1990년대 중반부터 실시된 한시적 이민 제도 중 가장 유명한 정책이 바로 ‘워킹홀리데이(Working-Holiday)’ 즉 ‘관광 취업’ 비자다.‘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호주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우선 12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는 비자(subclass 417)를 발급받아야 한다. 비자 신청을 위해서는 만18∼35세여야 하며 35세가 되는 해에도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유효한 여권을 소지하고 온라인으로 호주 내무부에서 운영하는 이미어카운트(ImmiAccount)를 통해 개인 정보, 여권 사본, 부모 성명을 표시한 출생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면 비자를 받는 게 가능하다.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비용은 510호주 달러(약 45만 원)로 5000호주 달러(약 444만 원) 상당의 저축액이 있어야 한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3주 안에 비자 발급이 완료되고, 12개월 내에 호주에 입국해야 한다.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입국한 날부터 최대 12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으며 해당 기간 내에 원하는 만큼 출국과 재입국이 가능하다. 호주에 더 머물고 싶다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총 3번까지 갱신할 수 있다.다만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다시 받기 위해서는 첫 번째 발급받은 비자 기간 내 호주 정부에서 지정한 일자리(Specified work)에서 3개월 간 근무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있다. ‘지정 일자리’는 농작물 경작, 나무 재배, 광업, 건설 등이 있으며 필수 충족 근무 기간은 총 3개월 또는 88일이다.세컨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도 이미어카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다. 신분증 사본과 510호주 달러를 지불하고 지정 일자리에서 3개월 근무했다는 증빙 서류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2019년 7월부터는 지정 일자리에서 6개월간 일한 경우 호주에서 3년까지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연장하기 위해서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 이력과 체류 2년차에 지정 일자리에서 6개월 동안 일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살기 좋은 대표적인 곳으로는 시드니를 꼽는다.시드니는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 타워 등이 어우러진 화려한 도심과 전망이 수려한 ‘본다이 비치’와 같은 천혜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관광도시다. 또 대도시의 이점을 살려 워홀러들이 다양한 직군에 지원할 수 있다. 시드니는 말 그대로 노동과 관광(Working-Holiday)에 최적화된 곳으로 손꼽힌다.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많은 워홀러들이 시드니를 비롯한 호주의 대도시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앞에서 보았듯 호주 정부는 장기체류 워홀러들에게는 거주 가능 지역을 제한하고 있다. △호주 정부, 이민제도 연계성 강화… 이민자 증가 요인현재 호주 정부는 한시적 이민자 중 영주비자 승인요건을 갖춘 입국자에게는 ‘영주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호주에서 신규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중엔 먼저 호주에 입국해 다양한 임시체류 과정을 거친 사람들의 비중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하지만 워홀러와 유학생이 영주권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오랜 시간이 소요됨은 물론 수시로 바뀌는 이민 정책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유학생들의 영주 기술이민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후 유학생들의 기술이민 비자신청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유학생이 영주 기술비자를 취득하고 직종을 변경하는 일이 잦았던 탓에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호주는 영주 기술이민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정한다.불안정한 체류 환경 속에서도 한시적 이민자들은 호주 사회에 저렴하고 유연한 노동력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의 소비자로서 해당 산업의 이윤 창출과 내국인 고용 유발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이런 사정을 감안한 호주 정부는 한시적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한편, 영주와 한시적 이민제도 사이의 연계성을 강화했다.제한적으로 호주에 체류하고 있는 이민자에게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고, 실질적으로 그들 중 상당수에게 영주권을 발급함으로써 한시적 이민은 영주이민으로 향하는 일종의 통과 과정이 됐다.관련 학계는 호주의 영주-한시적 이민 연계 제도화로 영주를 희망하는 한시적 이민자 수가 급증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이민제도 연계는 호주 정부가 원했던 이민자 증대 효과를 보고 있지만, 동시에 ‘한시적 이민자들의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가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자신의 생계와 체류조건이 불안정한데도, 영주이민을 목표로 호주에 머물고 있는 한시적 이민자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서부시드니 대학교 산티 로버트슨(Shanthi Robertson) 교수는 지난 2016년 한시적 이민자들의 대표 부류인 ‘워홀러’들과의 면담을 통해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들어온 상당수가 취업을 통한 영주이민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녀는 또 “워홀러들은 숙련과 비숙련, 한시적 체류와 영주 사이에서 모호함을 겪기에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이처럼 노동자, 학생, 관광객의 경계에서 한시적 이민자라는 불안정한 지위를 부여 받으면서도 수많은 외국인들은 호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엔 5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호주로 입국했다.외국인들이 호주 시민으로 호주에 정착해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만든 동력은 어디에서 왔을까?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이민 개방’을 내세우며 올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민정책위원회를 출범한데 이어,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경북도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대목이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23

포항 철강산업 경쟁력 유지… ‘수소환원제철’로 승부수

지금은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의 시대이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으로 치닫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공적인 토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포항지역의 시민사회, 공동체, 지역언론 등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마련됐다.포항환경연대는 23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탄소중립·수소환원제철 포럼’을 개최했다.이날 김영식 전이엠솔루션 수소환경 총괄본부장이 ‘수소경제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수소경제 동향과 진단, 국내 기업의 기술력 현황 등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의 수전해 수소 생산 기술력 제고를 통한 경제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수전해 효율 향상, 저가·고효율 소재개발 및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대규모 수소생산 시스템 실증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만규 (주)대영엔지니어링 환경사업부이사는 환경영향평가 진행경과와 주민 및 전문가의 의견수렴, 관계기관 협의절차 이행, 사후모니터링 체계 수립, 제언 등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최 이사는 “포항제철소 조강생산량 유지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3기 및 관련 설비 건설을 위한 135만㎡ 용지 필요하다”며 “제철공정 상 수소환원제철 설비는 기존 고로가 위치한 선강지역에 인접 배치가 필수이며 포항제철소 내 가용부지가 없어 북측 공유수면 매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탄소중립과 한국 경제하준수 고려대 미래건설환경융합연구소 연구교수는 “포항시에 제철산업이 핵심산업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망지원 정책의 유기적 결합은 탄소중립 정책과 지역 경제활성화가 융합할 수 있는 녹색경제의 성공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탄소중립을 경제와 밀접한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분석하면, 전력·열 등 간접 배출을 포함할 경우 국내 전체 온실가스의 약 56%가 산업부문에서 배출되고, 업종별로는 철강, 정유·석유화학, 시멘트 및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이 산업부문 온실가스의 82%를 배출하고 있다. 반면, 이들 4대 업종은 2019년 기준 국가 제조업 매출액의 약 52%를 차지하고 있어 전형적인 고탄소산업에 의한 지배적인 배출기여를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직접배출과 간접배출을 포함한 산업부문의 지역별 배출현황은 2021년 배출량 기준 발전소가 가장 많은 충남이 가장 높고 경북은 4순위로 나타났다. 권역별 고탄소산업의 배출비중은 대구경북권은 금속제품이 49.0%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여 주고 있고 충청권, 동남권 및 수도권은 전기가스 산업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여 주고 있다. 다만, 일반 도시와 달리 산업부문 배출이 45% 이상을 점유하는 산업도시 유형의 배출 특성이 나타나고 있어 탄소중립 도시 구축과 같은 지역의 온실가스 관리를 위해서는 산업계와의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탄소중립정책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여러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마이너스 효과와 플러스 효과 사이에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IMF(2020)는 2021~2035년 기간은 녹색 인프라 투자의 경기부양효과가 성장에 플러스로 작용하고 그 이후에는 탄소세 부과 효과가 커지면서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슈분석 보고서(배한이, 2023)에 따르면, 탄소중립 정책의 경제적 영향평가를 NGFS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NGFC는 저탄소경제 이행 경로를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 억제 경로에 따라 ‘질서있는 이행’, ‘무질서한 이행’ 및 ‘현상 유지(hot house world)’의 3가지 경우로 구분하고, 이를 더 세분화해 2050년 ‘탄소중립’, ‘2°C 이하’, ‘산발적 탄소중립’, ‘지연된 2°C 이행’, ‘각국의 배출 감축목표(NDCs)’, ‘현재정책(current policies)’ 시나리오의 6가지로 구분하고 분석했다.시나리오에 따라 기후변화 이행으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탄소중립 및 2°C 이하 시나리오 하에서 2021~2050년 중 연평균(Baseline 시나리오 대비) 각각 약 0.6%p, 0.4%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기술발전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효율성이 상당폭 개선될 경우, 탄소중립 및 2°C 이하에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 약 0.5%p, 0.1%p 하락해 하락폭이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는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즉 동남권, 호남권, 충청권, 대경권 등의 순으로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고탄소산업이 주로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환경 이슈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심화비수도권에서는 주력산업의 탄소배출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과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 개발 지원 등 유인구조 마련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저탄소경제 이행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다른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관리정책이 시작된 시기를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2015.06)’ 수립 시기로 고려하고 국가 실질 총생산(GDP) 측면의 경제적 현황을 검토하면 2013년 1563조원에서 2022년 1969조원으로 10년간 연평균 2.6% 매년 외견상의 경제규모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다만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가장 크게 반영된 것으로 논의되고 있는 2020년 한해에만 전년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2015년 이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이 우리 경제에 현재까지는 외견상 우려할 만한 영향이 있지는 않은 것처럼 보여진다. △탄소중립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현재까지는 충분한 전략적·기술적 대비가 없는 경우 대부분 다소 부정적인 경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탄소세 등의 직접적인 경제부담과 감축을 위한 시설 전환 비용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경우, 산업부문 중심의 경제적 위축현상은 일반적으로 예상될 수 있다. 이러한 탄소중립 정책의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녹색경제 및 정의로운 전환과 같은 환경과 경제의 양립을 위한 지원제도와 기후 약자 또는 도태될 우려가 높은 산업군의 대응을 위한 전략 등을 제시하고 있다. 즉, 국가 탄녹기본계획(2023.04)에 수록된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제도와 기후대응기금 활용과 같은 재정 정책, 녹색분야 자금 지원 확대 및 전환과정 지원 등의 녹색 정책금융 등의 금융정책과, 지난 5월에 발표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선정과 같은 기후기술 기본계획과 탄소중립 전문기술인력 양성 정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기후기술의 개발과 연관인력의 양성정책기후 선진국인 영국 기후변화 위원회보고서(CCC, 2023)는 평균 급여지수가 국가 전체 평균보다 높은 탄소중립 전환 사업 종사자 일자리가 2020년 이후 약 8만개 이상 증가하고, 2020~2021년 저탄소 기업의 직접 고용이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탄소중립 전략이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탄소중립과 경제관계를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자 포항시의 핵심 기업인 포스코와 제철분야 탄소전환을 위한 수소경제로 국한해서 보면, 한국형 100대 녹색기술 및 전략회의(탄녹위 7차 회의, 2023)에서 철강분야 탄소중립 로드맵으로 장기적으로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고로-전로를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기 위해 공정 및 설비 설계 등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2029년까지 100만t(톤)급 준상용급 실증화 및 2040년 이후 단계적 전환 전략을 수립했다.수소경제 전환을 위해서는 많은 기술개발과 재정 투입과 연관 공급망의 구성을 위한 넷제로 인력 양성이 중장기적으로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글·사진/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7-23

“몽족은 고구려 후예” 여행·출장 땐 꼭 먀오·몽족촌 방문

가장 먼저 독특한 이력이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챈다. 얼마 전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역사에세이 ‘역사의 파편-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의 슬픈 역사’(들꽃출판사 刊)를 쓴 윤기묵(63)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이학(理學·물리학, 화학, 천문학, 지질학 등 자연과학을 통칭하는 단어) 석사 학위도 가졌다. 지금 하는 일도 역사 연구나 글쓰기와는 멀어 보인다. 그는 강원도에서 기계 사업과 식품 제조업, 수제맥주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그런데, 늦은 나이인 마흔셋에 시인으로 등단했고, 이후 ‘역사를 외다’ ‘외로운 사람은 착하다’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 이란 제목의 시집을 냈다. 역사에세이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만주 벌판을 잊은 그대에게’는 윤씨의 역사 관련 전작(前作). 이쯤 되면 우리가 흔하게 보는 고만고만한 사업가는 아닌 게 분명하다. 비즈니스 마인드와 시인의 성정(性情)을 두루 갖추고, 거기에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면모까지 보이며 1인3역을 해내고 있으니. △한국문단 중진 이승철 시인이 본 윤기묵은 사업가이자 시인,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윤기묵씨. ‘다재다능’이라 불러도 무방한 윤기묵의 그간 행적과 정체성에 대해선 ‘역사의 파편’ 뒤표지에 실린 선배 시인 이승철의 문장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런 대목이다.“역사의식을 갖고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 시(詩)문학사를 살펴보더라도 신동엽, 김남주, 고정희 시인 등이 그런 부류에 속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윤기묵도 역사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갖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그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역사의식을 중심에 두고 그간 출간된 시와 에세이를 통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펼쳐왔다. 결국 참된 시는 역사고, 역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주는 진실의 빛이 아닐까.”이승철의 발문(跋文)을 읽고 다시 보니 윤기묵이 어째서 바쁜 사업의 와중에도 한국과 관련된 아시아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왔는지 어렴풋이 짐작된다.윤기묵은 바이어나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중국에 가면 꼭 먀오족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마시면 다음 날 숙취로 괴로울 것이 뻔한 독한 술임에도 베트남에 갈 때면 반드시 몽족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왜 그럴까? 윤기묵은 이렇게 답한다.“나는 고구려 음식도 모르고 술 맛도 모르지만 먀오족과 몽족이 고구려 유민일 가능성이 높다기에 그들의 밥과 술을 조상의 음식인양 챙겨 먹었던 것”이라고.어? 정말 그럴까.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봐왔던 화려한 의상의 몽족이 정말로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란 말인가.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꼼꼼한 ‘몽족 탐구’윤기묵에게 몽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한 책이 있다. 김인희가 2010년 출간한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이 바로 그것. 그 책은 먀오족과 몽족이 고구려 유민의 후예라고 주장한다.“668년 고구려가 신라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고 이듬해인 669년 20만 명에 이르는 고구려 유민이 중국으로 끌려갔다. 그중 10만 명이 중국 남방으로 이주해 먀오족의 기원이 됐다. 이후 명나라·청나라 시대에 들어서며 이들 가운데 일부가 동남아시아로 이주해 몽족이 됐다.”김인희는 19가지의 증거를 들어가며 먀오족의 중심세력이 고구려 유민임을 증명했다는 게 윤기묵의 생각이다.‘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 외에도 윤씨에게 역사적 영감과 정보를 제공한 책은 여럿이다.유재현의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미국 예일대 제임스 스콧 교수의 저서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AP통신 기자로 활동한 찰스 펜의 ‘호치민 평전’ 등.윤기묵의 ‘역사의 파편-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의 슬픈 역사’는 베트남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생생한 체험담과 아시아 역사 속에서 풍파를 겪은 몽족의 역사, 여기에 소설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몽족의 이야기까지를 다채롭게 담았다.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낀 행복한 독서 체험을 했다는 게 기자의 독후감이다.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불가피한 이유로 도시에 남은 사람이라면 윤기묵과 함께 ‘몽족의 역사’를 찾아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7-23

전 세계 약 1000만명 거주, 中 5대 민족 중 하나

몽족(Hmong족)은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국 등에서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다. 중국어로는 먀오족(苗族)이라 한다. 동남아식 발음은 메오족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몽(hoong)족이라 불렀다.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몽족은 베트남뿐 아니라 라오스, 버마, 태국 산간 지역에 살고 있다. 중국 내에서 한족, 좡족, 만주족, 회족을 포함한 5대 민족에 들어가는 큰 민족 중 하나다. 라오스에서는 3대 종족 중 하나. 묘족과 같은 민족 집단으로 같은 계통의 언어를 사용한다.몽족의 기원은 기원전 3세기 중국 황하 유역에서 발원한다. 지난 2000년 동안 중국 남부 일부 지역에서 생활했음을 학자들이 밝혀낸 바 있다. 명·청나라 시절엔 묘족에게 부과되던 불합리한 과세에 저항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정치적 보복을 피해 점차 서쪽으로 이주했다. 특히 청나라 말기에 있었던 한족과의 전투 이후 동남아로 대거 이동했다고 알려졌다.몽족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른바 ‘베트남 사건’이다 1960년대에 미국은 공산주의 베트남 정부에 반감을 가진 소수민족을 찾았고 그중 대표적인 집단이 몽족이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와 그린베레는 몽족을 무장시켜 라오스, 베트남 공산화를 막고 북베트남의 후방을 교란하는 비밀 작전을 진행했다.몽족은 미국을 신뢰하며 열성적으로 참전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 미군이 철수하면서 보복의 대상이 됐다. 1975년 사회주의 성향의 정당이 라오스를 장악하자, 수만 명의 몽족이 태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시도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기아나, 캐나다 등의 국가로도 떠났다.여려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몽족의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800만 명, 베트남 79만 명, 라오스 70만 명, 미국 22만 명, 태국 15만 명, 프랑스 1만5000명, 오스트레일리아 2000명, 기아나 1500명, 캐나다 600명, 독일 500명 등.몽족 일부는 유엔의 재정착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라오스로 돌아왔다. 몽족의 언어인 몽어(Hmongic)는 두 개의 주요 방언군으로 나뉜다. 이 두 방언은 발음과 어휘에서 차이가 있고 상호 이해는 제한적이다. 몽어 문자가 없었으나, 20세기 중반에 로마자로 표기한 몽어가 개발됐다 .몽족은 전통적으로 농업과 산간지대에서는 임업에 종사했다. 또한 화려한 전통 의상과 수공예품으로 유명하다. 몽족의 사회 구조는 가족 중심주의며,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현재 몽족은 여러 국가에서 소수민족으로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중이다. 교육과 경제적 기회의 부족, 문화적 차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정리=황인무 수습기자

2024-07-23

보도자료 작성 돕고, 사업건의 초안까지 ‘뚝딱’

우리 생활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개인에 맞춘 제품을 추천받거나,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등 점점 우리 생활의 중심에 AI가 들어오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은 AI가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 경북도와 각 지자체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기술개발의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알아보고, 동시에 데이터보안·개인정보보호·AI의 윤리성 문제 등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경북도청의 사무실 책상에 한 사람이 앉아 있지만, 자료 작성은 혼자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라는 시스템이 일을 돕고 있어서 직원들의 업무능률이 두 배로 올랐다.일을 돕고 있는 AI는 지난해 3월 경북도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챗봇서비스인 ‘챗경북’이다. 지난달 행정업무 지원 서비스에 챗경북을 접목한 뒤 도청 사무실 곳곳의 풍경이 달라졌다. ‘챗경북’은 경북연구원이 ‘Chat GPT’를 경북에 맞게 설정해 자체 개발한, 경북도민을 위한 정책지원 AI 챗봇 서비스로서 특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챗경북은 현재 △보도자료 작성 지원 △사업 건의 조서 작성 지원 △경북도청 공무원 공부 모임인 화공(화요일에 공부하자!) 특강을 돕고 있다.먼저 보도자료와 사업 건의 조서는 관련 문서와 자료만 있으면 초안을 작성해 준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초안 작성 시간을 3분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화공특강 챗봇은 경북도 공식 유튜브 채널 ‘보이소TV’에서 제공하는 특강 내용을 기반으로 묻고 답하며 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경북도는 앞으로 업무지침서를 비롯한 법정·판례 검토, 민원 서류 적절성 검증과 같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지원을 늘려 정부예산 분석이나 공모과제 사업제안서 작성 지원과 같은 업무기획 관련 서비스도 탑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이 모든 것은 지금까지 공상과학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미래기술,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이 더 이상 상상 속의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빚어지는 사회 현상이다.인공지능은 사실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 있다. ‘얼굴인식’ 기능과 애플 시리(Siri)와 같은 ‘음성인식’ 기능이 그것이다. 인터넷 검색에서 자동으로 추천 검색어를 띄워 주는 것도, 유튜브 영상 자동 자막 생성도 모두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들이다. 이렇듯 AI는 공상과학에서 우리 실생활로 급격히 침투했다. 미래상품의 경쟁력은 인공지능 기능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서로 AI기술 개발과 보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경쟁 대열에 합류한지 오래다. 현재 경북도와 경북연구원은 AI 기술을 전 분야에 적용해 경북의 발전을 선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6대 추진전략을 수립, 정책선도형 연구를 강화하고, 글로벌 전문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경북형 생성형 AI를 활용한 연구와 실증 연구와 다양한 세미나, 포럼을 개최해 AI 연구 결과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기술의 이해와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경북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경북도의 이런 정책이 가져올 결과는 도민들의 편의성 증대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신기술을 농특산물 유통 플랫폼에 활용하면 관련 매출 상승, 판로 확대 등도 가능해진다.이와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해 차량 모터, 부품의 소리나 진동의 이상 상황을 감지해 대응하는 기술도 적용한다.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시·공간을 초월해 현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차량 유지보수가 가능해진다. 특히, 철도에 적용할 경우 비용 절감과 철도 운행 시간을 늘려 운송 수익도 증대된다.유철균 경북연구원장은 “AI가 곧 경북의 미래이며, AI 경북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하며 “경북연구원이 AI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원장은 “경북이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AI 시대의 선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경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용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7-21

“포항 경제 불균형 해소, 대기업 외 다양한 산업 발전시켜야”

2022년 1월 제정된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이들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포용적 사회, 깨끗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지속가능성’에 기초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발전으로,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만 한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포항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핵심만 얘기하면 지금 포항의 불균형은 딱 하나다. 어떤 경제가 발전하면 대기업이 있고 중소기업, 소기업이 따라가는 자체적인 기업 그룹 군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 계열에서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에코프로 하나, 철강 계열에서 포항 제철 하나 이렇게 딱 2개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 두 개의 기업군 외에는 별 볼 일 없는 취급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별로 위 두 대기업 말고도 대표될 수 있게끔 균형화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포항은 포스코가 뭐 한다고 하면 온 도시가 그냥 난리가 난다. 이렇게 대기업에 이목이 집중 되는 것을 해소해야 한다.- 서울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에만 신경을 쓸 게 아니고.△그렇다. 포항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산업 집중 현상, 다시 말하자면 불균형 현상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불균형을 그냥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현재는 제철만 있으니까, 제철에 이어 기계 금속, 가공, 조립 그리고 열처리까지 해서 최종재까지 갈 수 있게 해 철강 산업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포항 내에서 최종재까지 만들어지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일반 산업, 유통 물류까지 성장해 저절로 균형 발전이 될 것이라 본다.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보여주기식 행정, 중장기 전략이 부재한 성과위주의 정책 때문이라 본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지.△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싱크탱크(Think Tank)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간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일 먼저 꿈이 있어야 한다. 그 꿈을 꾼 것을 나름대로 지혜롭게 생각해서 위기를 헤쳐 나갈 꾀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가 산업이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그럼, 포항의 꿈은 누가 그리고 포항의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할 꾀는 누가 내어야 하는가. 지금 포항에는 꿈을 꾸거나 꾀를 부리는 사람이 없다. 꿈을 꿀 수 있는 제일 좋은 사람은 정치인인데, 문제는 정치인이 헛된 꿈을 꾼다는 것에 있다. 정치인이 꿈을 위해서 생각해 내는 꾀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자기의 장기 집권, 정치적 역량 강화를 위한 꾀이지 포항이라는 도시를 위해서 내는 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담당할 싱크탱크(Think Tank)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그 탱크에서 나오는 모든 꿈이나 꾀는 지자체장이 바뀜에 따라 방향성이 바뀌는 것이 아닌 흔들림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 포항의 경우 어떤 부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보는지.△지금 현재 포항은 인구 50만을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구 50만 이상이면 국토개발 국회법상 포항을 대도시로 인정을 해준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 시내에 있는 개발 사업에 경북도지사의 사인이 필요가 없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시장이 다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구가 설정이 될 수 있다. 현재 남구, 북구가 있다. 물론 포항시 인구가 앞으로 48만, 47만으로 4만~5만 명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포항의 체급이나 경제력이 확 줄어들지는 않는다. 인구가 조금 줄어들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 유출로 50만이 깨지고 대도시가 아니게 되면 멋지게 지어놓은 북구청, 남구청 그리고 남·북구로 갈라진 각종 지자체 소관의 어떤 기관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과거 관공서가 흩어지면서 지금 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갖 건물 근처에 임대가 붙어있고 그런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건물이 띄엄띄엄 있었다고 한다면, 보기 흉한 임대 건물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을 써야 한다고.△지금은 구도심이 된 지역에 너무 사람이 많다, 복잡하다, 하드웨어가 부족하다 등의 불만이 생기면 주말에는 공실이 되어버리는 학교공간을 활용해 장사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한다든지, 이미 있는 것에 융합을 하는 방식을 예전부터 개발해 왔었어야 한다.그랬다면 급격한 도심 공동화 현상을 다시 살리겠다고 ‘꿈틀로’를 만드는 등 무리한 정책을 안 썼어도 됐었다. 정치하는 분들은 어떤 사업을 얼마를 들여서 얼마나 대규모로 진행하는가에 눈이 많이 가기 쉬운데, 그것보다는 그게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꼭 노인복지회관이 있어야 노인의 복지가 향상되는가를 고민하고, 만약 노인복지회관이 없으면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현재 남는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을 채택해 비용적 측면을 절약할 수도 있다. 앞으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꼭 눈에 안 띄더라도 내실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 그게 되려면 결국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시장과 시의원을 뽑아야 한다./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끝

2024-07-21

괴테·모차르트 등 흔적 담긴 명소 모두 복원, 사후에 더 유명

△독일이 독일인을 사랑하기튀빙겐은 독일인이 사랑하는 시인 휠덜린의 도시다. 릴케가 휠덜린을 자신들의 선구자로 여겼고, 철학자 하이데거가 ‘시인의 시인’이라고 할 만큼 그는 뛰어난 시인이었다. 튀빙겐대학교 신학대를 졸업한 유명한 철학자로 헤겔도 있는데, 둘은 신학교 동기로 기숙사도 한 방을 쓸 정도로 친했다. 튀빙겐 신학교 정문에는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있다. 그뿐이다. 튀빙겐은 헤겔은 잊고 휠덜린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정신착란증으로 입원했던 정신병원이 있고 그 바로 앞 네카어강가에는 그가 살던 집이 있다. 무려 36년간이나 그를 돌본 목수 짐머의 집이 휠덜린의 탑이라는 이름으로 건재하는데, 지금은 휠덜린박물관으로 잘 보존되어 있다. 그의 이름을 딴 휠덜린길이 있는 건 물론이다. 영면에 든 후 그가 묻힌 공동묘지엔 시들지 않은 꽃과 작은 소품들도 놓여 있으니 여전히 그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았다. 튀빙겐 성당 부근엔 헤르만 헤세가 한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서점이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땐 수리로 문을 닫아 구경할 수는 없었다. 대신 바깥에 헤세의 초상과 그가 지은 책 몇 권을 전시해 두고 있었다. 사실 헤세를 보기 위해서 튀빙겐에서 멀지 않은 도시 칼프를 가려고 했다. 그의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의 배경이 되는 도시로, 소설 속 장면이 곳곳에 있고 헤세박물관도 있다기에 꼭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 박물관 역시 수리로 문을 닫은 상태라 가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유명인이 남긴 발자취와 흔적을 모두 찾아 보존하여 남기고 시민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공간으로 만들어 두는 독일시민들이었다. 그들은 떠났지만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시민과 함께하고 있었다. 휠덜린박물관과 헤세의 서점은 관광객을 위한 명소라기보다는 시민을 공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괴테가 여행으로 잠시 들러 10일간 머물렀다는 곳도, 약 3년간 직원으로 있었던 헤세의 서점 자취도 없애지 않고 기억하는 시민정신은 뭘까.“괴테가 사랑한 도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하이델베르크대학이 있는 도시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하이델베르크중앙역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문구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요, 연극감독, 철학자, 식물학자이자 정치인이기까지 했던 괴테의 흔적은 독일 곳곳에서 발견한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해는 우리나라가 주빈국이었기에 많은 문인들이 독일의 작품 낭독회도 했고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출판사가 대거 참석한 큰 국제행사였다. 그때 마침 운좋게도 일행으로 독일을 처음 방문했고, 여러 도시를 다녔다. 프랑크푸르트의 괴테박물관도 당연히 들렀는데,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여타 도시에도 이렇게 그를 기억하려는 곳이 많은 줄은 이번에야 알았다. 그가 잠시 머문 호텔, 그가 음식을 먹고 토했다는 식당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하이델베르크에는 ‘괴테가 거의 머물 뻔했다’는 글귀를 써 둔 식당도 있단다. 밤늦게 도착해서 찾은 식당에 하필 빈 자리가 없었나 보다. 하이델베르크는 괴테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프랑크푸르트에서 자주 왕래했던, 그래서 더 특별한 곳이다. 과연 하이델베르크를 걷다 보면 괴테가 자주 머물었다는 집에 붙여둔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전 국민의 사랑을 어지간히도 받았고 여전히 받고 있는 괴테였다. 그 길의 남쪽, 또 다른 집에는 철학자 야스퍼스가 1923년 1월부터 1948년 3월까지 3년간 살았다는 표지가 선명하고 같은 골목에는 1817년 1월부터 1818년 9월까지 철학자 헤겔이 살았던 집도 있었다. 그들이 머물고 발 닿는 곳마다 표지를 해서 기억하고 기념하고 아끼는 시민들이 있어 그들은 죽었어도 살아있어 참 좋겠다 싶다. 뮌헨대학교 부근의 릴케의 집을 어렵사리 찾았더니 개조되어 아쉬웠지만 릴케와 그의 연인인 루 살로메가 잠시 살았던 집은 잘 보존되어 있다고 들었다.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프로이드박물관오스트리아는 모차르트(1756~1791)에게 진심이다.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생가는 샛노란색 모차르트박물관으로 꾸며져 관광객들로 항상 문전성시다. 임대아파트였던 이 집의 3층만이 그의 집이었으나 지금은 6층 건물 전체가 박물관이다. 거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 마카르트 광장에는 1773년 이사해서 7년간 모차르트하우스가 있다. 이 또한 박물관으로 꾸며 악보 등을 전시하거나 간혹 연주회도 하는 장소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 앞엔 모차르트의 동상이 있다. 가까이엔 모차르트가 죽은 후 그의 부인이 경영하였다는 카페가 성업 중이었다. 일부러 찾아갔지만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포기해야했다. 빈의 호프부르크 궁전의 정원에도 그의 동상이 있다. 슈테판 성당 부근의 골목에 들어가면 그가 빈에 있을 때 1784년부터 1787년까지 거주했던 집도 모차르트하우스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빈모차르트오케스트라가 있어 빈을 찾는 모차르트의 팬이라면 언제든 공연을 볼 수가 있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관광 상품은 모차르트 초콜릿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모차르트의 오스트리아다. 괴테도 이런 명언을 남겼다. “모차르트와 같은 현상은 언제나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기적으로 남는다.”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 생리학자, 심리학자, 철학자인 프로이드는 저 유명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다. 20세기의 큰 인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로이드는 빈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대학 교수로 있다가 빈에서 병원을 개업하여 꿈의 정신분석을 시도했다. 그가 생전에 살았던 곳이 지금은 프로이드박물관이다. 동생이 잘못 찾겠다면서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더니 자기 집이 가까이 있다면서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평범한 동네 가운데 있는 박물관은 생가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기에 가능했다. 그의 생애 디오라마는 물론이고 병원 진료실과 상담실, 그의 학문과 논문, 진료 당시의 메모 등등이 모두 전시되어 있어, 마치 지금도 병원을 운영하는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 1층엔 그의 저서와 정신분석학 관련 서적과 굿즈, 커피도 파는 카페도 있었다. 크지 않은 박물관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람객들이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전시물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튀빙겐 부르사가세 18번지엔 홀로코스트 가해자 테오도르 단케너가 태어난 집이며, 그의 만행을 세세히 알려주는 표지. 독일에는 이같은 전범국인 자신들의 만행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곳곳에 있다. △독일인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이번 여행에서 받은 또 하나의 충격은 거리 곳곳에서 발견한 나치의 만행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표지판이었다. 크지 않은 도시 튀빙겐에서만도 4개나 봤다. 일부러 찾은 것이 아니라 거리를 걷다가 보였고 동생의 설명으로 안 거였다. 네카어강 가운데 섬에서는 큰 나치집회가 열렸다는 표지가 있었다. 지금은 대학교의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튀빙겐 성에서 발견한 표지판의 큰 글씨는 ‘민족사회주의의 과학과 범죄’. 일부 과학자들이 국가사회주의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인명까지 엄중하게 밝혀두었다. 휠덜린의 시집을 사기 위해 찾았던 서점 앞에도 있었다. 히틀러의 조직원으로 유대인 살인의 중요한 역할을 한 행적을 쓰고 사진까지 척 붙여놓았다. 나쁜 조상의 잘못된 만행을 인정하고 만천하에 공개하여 그 잘못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이런 독일인의 태도는 같은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인 일본의 그것과 대조되는 거였기에 오히려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 피해자가 엄연하게 있음에도 일본은 그들의 만행을 감추고 지우기에 바쁘고 오히려 미화하려 들지 않는가. △경주의 동리목월문학관이 좀 아쉽다이번 독일과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관광지보다는 관심있는 시인이나 예술가의 흔적을 찾게 되면서 다시 새삼 그들의 높은 문화의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모름지기 생가는 무조건 박물관으로 보존하고 활용하고 있음을 보면서 문득 경주의 동리목월문학관이 생각난다. 김동리와 박목월은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에 큰 소설가요, 시인이다. 한 도시에 위대한 문인이 두 분이나 났음은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그들의 생가가 엄연함에도 문학관을 전혀 엉뚱한 곳, 토함산 자락 불국사 맞은편 한 귀퉁이에 있음은 후인으로서 심히 부끄럽다. 후에 건천의 박목월 생가터는 복원했으나 성건동의 동리 생가터는 그렇지 못해, 가까이에 문학비 건립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으니 심히 속상하다. 동리와 목월이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에서 우뚝한데도 타 도시 그 어떤 시인이나 소설가의 문학관보다 더 초라함을 부인할 수가 없다. 모쪼록 경주에 성건동에 동리문학관이 생겨 그의 모든 자료들이 옮겨지고, 박목월의 생가에도 그의 작품과 모든 유품들이 전시되어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 경주시민이 갈망하고 있다. 또한 경주엔 그들의 족적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런 곳을 모두 찾아 간데족족 표지판을 붙이는 시민운동이라도 벌여볼까.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끝

2024-07-18

모든 혁신은 사람으로부터… 시청 공직문화에 새 바람

민선 8기 김장호 구미시장이 ‘모든 혁신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신념하에 시작한 ‘굿모닝 수요특강’이 7월 17일로 100회를 맞았다. 공무원들의 관행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트랜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작한 ‘굿모닝 수요특강’은 그동안 국도정 과제, 최신트랜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진행해왔다. 2년여 간 지속되어 온 ‘굿모닝 수요특강’이 구미시 공직사회에 미친 영향과 성과는 무엇이며,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떠한지 김장호 구미시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굿모닝 수요특강 기획한 이유는.- 민선 8기 시정 슬로건을 ‘새희망 구미시대’로 정한 이유는 시민들에게 새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 새희망을 이루기 위해선 변화와 혁신이 반드시 필요했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이들은 다름아닌 구미시의 공직자들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늘 하던대로 하면 된다’는 인식부터 바꾸지 않으면 변화와 혁신은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공직자들도 새로운 트랜드를 알아야만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와 미래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2년 7월 20일부터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오전 7시 30분에 아침특강인 ‘굿모닝 수요특강’을 개설했다.△수요특강 100회 달성 소감은.- 우선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100회를 맞았다. 그동안 이른 아침시간을 할애해가며 배움의 열정을 보여 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강의에서 나온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구미시 정책에 연결하기 위한 시도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수요특강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적지 않은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른 아침에 나와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고,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그렇다고 혁신을 위한 공부를 포기할 순 없어 해결방법을 모색한 것이 바로 ‘시차출근제’였다.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는 제도인데 전직원을 대상으로 월 2회 이상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지금은 시차출근제가 정착이 되어 본청에서 거리가 멀리 떨어진 출장소 등의 직원들도 수요특강에 참석하고 있다. 수요특강을 100회까지 이어오면서 느낀 것은 시장이 100번 말하는 것보다 전문강사가 변해야하는 이유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지금 구미시 공무원들의 식견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도 올라가 있다. 또 행정을 기존의 관행대로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해야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요특강이 구미 공직사회에 가져 온 혁신이다.△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무엇인지.한회 한회 모두 특별한 강의였지만, 개인적으로 세계의 여러 도시들이 새롭게 발전하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97회 수요특강에서 언급된 스페인 빌바오시의 경우 재건 문화 산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쇠퇴하던 공업 도시 빌바오를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도시가 문화예술을 입음으로 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에 굉장히 인상 깊었다. 구미라는 도시에 문화예술을 어떻게 입혀야할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 또 기억에 남는 강의는 세바스티앙 베르트랑 교수의 ‘해외에서 보는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51회 특강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국인도 아닌 프랑스 역사학자가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에 감동했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고향인 구미에서 특강이 이뤄진 것이 뜻깊었다. 가장 고민을 가지고 들었던 강의는 역시 인구 문제였다. 저출산과 관련된 인구 주제가 나왔을 때마다 느낀 것은 구미도 지금이 마지막 타임이라는 것이다. 특강을 통해서 구미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찾고, 더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걸 느낀다. △수요특강 내용이 주요 사업에 접목된 사례가 있는지.수요특강에서 나온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의 내용 중 구미지역에 필요한 부분은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산샛강, 금오산, 비산나루터 등이다.예술 문화적 안목 향상과 공간과 디자인 중요성 인식을 위한 강의를 수차례에 걸쳐 진행한 결과 지산샛강 고니벅스, 경북도민체전 조형물, 구미IC 조형물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고, 시청사 호국보훈의 달(2023.6) 앰비언트 광고기법 적용 등의 이색적인 홍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 모종린 골목길경제학자의 강의 후 경북 최초 로컬크리에이터 발굴 및 육성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구미시·경북도·한국푸드테크협의 업무협약 MOU 체결 및 구미 미래농업 장기 플랜 마련 뒤에도 수요특강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요특강을 통해 3차례에 걸쳐 저출생 극복을 위한 진행한 심층강연의 내용을 토대로 돌봄체계 확대, 여성 청년 유출 방지 대책, 가족친화 인프라 구축, 강동-강서 도심간 대중교통 활성화 등의 정책을 이끌어 냈다.△수요특강 후 관련부서에 업무지시가 많다고 하는데.수요특강 후 특별히 업무지시가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요특강을 하는 취지가 전문강사들이 이야기하는 좋은 사례와 정책들을 구미에 접목시키는 것이니 그와 관련된 부서가 한동안 바빠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또 내가 업무를 지시한다기보다 관련 부서 스스로 연구하고 정책을 시도해 나가기 때문에 바빠지는 것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수요특강은 취미클럽 활동이 아니다. 구미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예산을 들여 전문강사들의 고견을 듣는 것이니 만큼 구미발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수요특강 앞으로 어떤 점이 달라지나.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지만,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초빙하도록 노력하겠다. 또 수요특강이 일반적인 강연 형태여서 방법적인 한계는 분명이 존재한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다 보니 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의 질문 시간을 늘리고 토론 위주의 강의도 한번 시도해 보겠다. 수요특강은 그동안 미래산업 27회, 문화축제관광 25회, 인구·균형발전 13회, 도시계획 9회, 도시홍보 6회, 시정혁신·조직문화 12회, 심리안정·자기개발 8회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해 왔다. 구미시정과 관련된 주제들이 대부분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수요특강을 듣기 위해 이른 아침 시청을 방문하기도 한다. 오늘도 100회 기념으로 마련된 ‘세상의 모든 음악, 아침을 여는 음악의 향기’라는 콘서트 형식의 강의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주셨다.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겠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4-07-17

모진 세월 어떻게 견디셨는지요? 700살 나무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오래됨과 거대함에 놀랐다. 나이가 700살, 키가 30m, 허리둘레 10m 훌쩍 넘었다. 경북 안동 녹전면 사신리 257-6번지에 살고 있는 느티나무 노거수이다. 1982년 11월 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국의 자연 유산이다. 나이와 외모에 놀라 고개 숙이고 경외감을 표했다. “어떻게 모진 세월의 풍파에도 불구하고 큰 몸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지요?” 노거수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래 말을 하지 못하지, 아니 내가 알아듣지 못할지도 모르지.” 한참을 노거수 주위를 서성이며 쳐다보고 있으니 마을 어른이 지팡이를 짚고 나오시더니 말없이 정자에 올라앉으셨다. 그리고 나무와 지는 해를 바라보셨다. 하루의 해가 동쪽 하늘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이제 서쪽 산마루에 올라앉아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모두가 황혼에 물들어 가는데 느티나무 노거수만은 늠름한 모습으로 모두를 압도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어떻게 그런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지는 서쪽 하늘의 해는 여름 더위의 열기도 거두어 갈 모양이다. 벌써 한 낮의 온기와 차이가 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 어른도 느티나무 노거수도 나도 말이 없다. 침묵으로 더 많은 생각을 마음속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침 조용한 정적을 깨고 푸드덕하는 소리가 나 쳐다보니 매에 쫓긴 참새가 나뭇잎 속으로 숨어들어 용케도 죽음을 면했다. 참새는 느티나무 노거수 품에 안겼다. 느티나무 노거수는 약자의 피난처였다. 품속에서 매미 소리가 들렸다. 느티나무 노거수 품은 참새와 매 등 작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고 쉼터이다. 적으로부터 피난처이고 놀이터이다. 그들에게 먹이를 공급해 주고 삶을 이어가도록 희생을 감내한다.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흙 속의 영양분과 물을 빨아 먹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얼굴과 몸을 내밀어 호흡하면서 빛에너지를 섭취한다. 다른 생명체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먹고 다른 생명체들이 호흡하는 신선한 산소를 뿜어낸다. 지구상에 무한히 있는 흙과 물, 공기와 햇볕으로 살아간다.다른 생명체를 먹어야만 살아가는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스스로 지구상 무한히 많은 자원으로 독립해서 살아간다. 인간처럼 미래를 걱정하면서 창고를 만들어 쓸데없이 많이 쌓아 놓지는 않는다. 가을 되면 가지에 매달린 잎을 떨어뜨려 흙의 영양분으로 되돌려 놓는다. 공기와 물을 깨끗이 정화하여 지구의 청소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욕심이 없고 남을 품고 배려하는 것을 보니 갑자기 노거수가 성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철이 없던 시절, 나뭇가지에 톱질하고 겨울엔 몸속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래도 나무는 참고 인내하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으려고 했다. 몸뚱이의 속은 시꺼멓게 타고 속살은 없어지더라도 용케 피부를 재생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태풍이라도 만나면 허리가 부러지고 심지어 다시는 재생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를 때도 있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딱따구리는 몸을 쪼아 구멍을 내고 그 속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래도 원망하기는커녕 기꺼이 몸을 내어주고 품어주었다. 이런 희생정신에 창조주도 감동하여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는 하도록 했다. 잎에는 독성물질과 고약한 냄새를 몸에는 가시로 몸을 보호하도록 했다.사람을 비롯한 생명체는 죽으면 다른 생명체의 먹이가 되든지 아니면 땅에 묻혀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나무는 삶을 마감해도 또 다른 삶이 기다린다. 물론 사람과 마찬가지로 후손 나무를 위하여 흙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경우에는 인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종이가 되어 역사의 기록을 담고, 집의 튼튼한 기둥과 서까래가 되어 인간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의자가 되고 탁자가 되고 칼잡이도 되어 우리의 생활 도구가 된다. 이밖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인간이 필요한 기계나 도구의 재료로 사용된다. 아름다운 무늬의 장신구가 되고 보석함이 되어 늘 우리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있다.생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거실이나 전시실에 걸어두고 늘 감상하면서 그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에 감탄의 미소를 띠고 있다. 음악으로 작곡되어 눈을 감고도 나무의 모습을 다른 누구의 상징물로 대신하여 그리워하며 애달파 하고 있다. 이 모두가 생전의 나무 성품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가 후손목의 자양분이 된다.말없이 있던 노거수가 말을 해 왔다. “인간도 나를 보살펴 주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를 도와주는 것은 자연이란다. 바람은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지만, 나를 강하게 만든단다. 어릴 때는 바람에 꺾이지 않기 위하여 부드러움을 간직하지. 그리고 자라면 그동안 면역력이 생겨 버틸 수 있단다. 바람은 기능을 잃어버린 몸의 가지를 제거해 주고 영글지 못하는 열매를 떼어내어 준단다. 나를 괴롭히는 벌레를 나로부터 떨어지게 한단다. 구름과 비는 목마른 나에게 물을 주어 새로운 힘을 돋우어 준단다. 자연이 이렇게 알게 모르게 나를 돕고 있단다. 그러니 너무 날씨 탓만 하지 말게나. 이 외에도 말해 줄 것이 많다마는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보렴.”노거수는 생명체라면 가리지 않고 품고 안았다. 제 것을 내어주고 그들의 생명을 이어주었다. 그저 참고 인내하면서 사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그에 맞는 옷을 갈아입고 살아간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천수를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지혜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이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종합병원이다.나무 없는 마을이라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새들이 찾아와 노래를 불러 줄래도 앉을 자리가 없고, 바람이 먼 곳에서 찾아와 좋은 소식을 전해 줄래도 멈추어 쉴 자리가 없다. 장수한 노거수는 마을의 역사를 도서관의 역사책처럼 나이테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을 소중한 생명체다. 우리 삶의 여정에 마주치는 노거수는 지혜와 교훈, 위안을 준다. 노거수가 담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가치를 탐구하는 산림 문학은 우리의 삶의 영혼을 살찌게 하리라 믿는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17

내국인 떠난 시드니 도심 빈자리,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

시드니는 호주의 문화·금융·관광의 중심지다. 또한, 호주를 상징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대표적 이민국가인 호주답게 시드니는 여러 민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호주 통계청(ABS)이 2021년 발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485만 명 중 40.5%(194만 명)가 이민자다. 이는 호주 전체평균인 29.1%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호주 전역을 살펴보면 이민자 비율 상위 10개 지역 중 5개(오번(Aurburn), 페어필드(Fairfield), 파라마타(Parramatta), 스트라스필드-버우드애쉬필드(Strathfield-Burwood-Ashfield), 캔터베리(Canterbury)가 시드니 권역에 속해 있다.특히 오번은 이민자 비율이 60%로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들보다 이민자가 더 많이 산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시드니 시민들의 민족 구성은 △영국계 (21.8%) △호주인 (20.4%) △중국계 (11.6%) △아일랜드계 (7.2%) △스코틀랜드계 (5.6%) △인도계 (4.9%) △이탈리아계 (4.3%) △레바논계 (3.5%) △필리핀계 (2.7%) △그리스계 (2.6%) △베트남계 (2.5%) △한국계 (1.4%)의 순이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호주 국적을 가진 시드니 시민 중 자기 자신의 뿌리가 ‘호주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1970년대 중반부터 청년인구가 대거 유출되고 있는 점은 시드니와 대구·경북이 유사하다.시드니는 40여 년 전부터 중앙정부의 이민정책을 바탕으로 인구유출 문제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해왔다. 실제로 시드니는 호주에서 인구유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임에도 도시로 유입되는 해외노동자들 덕에 해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민족·인종적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시드니’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로 공존하는 모습은 인구유출 문제 해결을 위해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대구·경북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듯하다.물론, 최근 서구권을 중심으로 자국민들과 섞이지 못하는 외국인들에 의한 사건과 사고들이 빈발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역소멸과 인구감소 시대를 맞이한 지금 ‘다문화’라는 의제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형 정책 전망이 아닐까?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인 밀집지역이 증가하고, 그들이 내국인이 떠난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이미 다문화시대를 맞이했다고 보는 게 맞다.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지금, 대구·경북과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시드니 다문화사회의 형성 과정과 현황을 되짚어 본다.△ 시드니, 경제 중심지에서 다문화 중심지로시드니는 호주대륙에 외국인 정착이 시작된 이래 뉴사우스웨일스의 주도(主都)로 꾸준히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다른 국가들이 그랬듯 시드니도 처음부터 다문화 사회를 이룬 건 아니다. 1700년대 대륙 개척 이후 줄곧 백인들의 땅이었던 호주에 1851년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시드니를 비롯한 대도시에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이 기간 중국계 이주민 인구는 급증해 이후 시드니, 멜버른과 같은 대도시의 상업, 무역업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불안감을 느낀 호주인들은 경기불황의 원인으로 이들을 지목하는 등 이민자들에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은 호주 전역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1861년에는 3000명 규모의 유럽, 북미, 호주의 금광 광부들이 합심해 중국인 광부들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이 여파로 1861년부터 중국계 이민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호주 사람들은 이후에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급기야 호주 연방정부는 1901년 백호주의 정책을 발표한다.당시 국회의원이던 에드먼드 바튼의 발언으로 당시 호주 사회가 이민자들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짐작할 수 있다.그는 “열등하고 부적절한 아시아 사람들이 호주에 도착해 백인 호주 사람의 미래를 위협한다”며 총리가 된 후 1901년 백호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이민제한법을 통과시킨다.호주의 ‘반아시아 정서’가 바뀌기 시작한 건 190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때 호주는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정립하기 시작했고, 1973년 백호주의 정책을 폐지하는 한편, 연이어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시드니를 비롯한 대도시들의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한다. 필요노동력을 외국인으로 충원해야했던 호주 정부는 본격적으로 이민자 유치를 위한 정책을 펼친다. △바다를 건너온 ‘이민자들의 관문’ 시드니호주가 이민자들을 대거 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드니는 다문화사회 구성을 위한 이민자들의 ‘관문도시’로 역할하게 된다.‘관문도시’란 한 도시가 개인의 사회적 이동, 혹은 이주에 있어 중간지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시드니는 ‘호주의 경제 1번지’로 많은 일자리가 있다. 또한 대도시 특유의 주거 생활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민자들에게 다른 지역보다 나은 교육 환경과 생활 환경 을 제공한다. 이는 이민자들이 이주 초기 시드니에 정착하게 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그간 시드니는 정부의 다문화 정책을 바탕으로 많은 이민자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왔다.이를 통해 이주 초기 이민자들이 호주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시드니에서 축적한 경제적·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호주의 다른 지역으로도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배경을 제공했다. 시드니는 2016년 발표된 글로벌네트워크연결성(GNC) 조사에 의하면 호주에서 가장 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되는 동시에 가장 많은 인구가 유출되는 도시다. ‘인구 이동의 관문’이라는 이야기.△자국민들은 떠나는 시드니, 이민자가 채워2000년대 중반 400만 명가량이던 시드니 인구는 2021년 485만 명으로 늘었다. 시드니 광역권 인구까지 합치면 523만 명에 달한다.흥미로운 건 지난 40년간의 자료를 살펴보면, 시드니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의 숫자 역시 호주의 다른 주요 도시들보다 높다는 것. 이는 매년 호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 중 다수가 시드니를 정착지로 선호하며, 첫 직장이나 유학생활의 출발지로 삼지만, 거기서 살다가 도시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호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16년까지 45년간 시드니에서 호주 전역으로 유출된 인구는 71만6832명이다.시드니 거주 인구의 출생지 비율을 보면 1976년 25%에도 미치지 못했던 해외 출생자(이민자) 비율이 지난 2021년 인구조사에선 40%를 넘어섰다. 이처럼 시드니는 호주 내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유출됐음에도 해외 이민자 유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어왔다. 이는 도시의 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내국인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워주고 있는 시드니의 사례는 떠나가는 내국인으로 인해 침체 위기에 처한 도시가 다시 활성화되는 ‘도시재생’의 긍정적 사례가 아닐지.지속적으로 청년 인구가 외부로 나갔고 있음에도, 2023년 시드니는 ‘포화 상태’를 선언하고 도시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제한했다. 이는 ‘인구 증가’라는 측면에서 해외노동자 유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싶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6

마이스산업 핵심 인프라 장착, 국제 관광컨벤션도시로 ‘도약’

포항시는 오는 18일 북구 장성동 1287번지 일원에 마이스(MICE)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포엑스)’를 착공한다. 시는 수년간 도시 브랜드 경쟁력을 더 높이고 지역경제의 성장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규모 회의장을 갖춘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다.4년 만에 그 결실을 보게 된 시는 전국에 난립한 국제컨벤션센터들과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 지역 특성을 살린 전시·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설 활용을 극대화하는 등 꼼꼼한 전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포항시를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신청, 마이스산업 거점 도시로 육성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리는 마이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포엑스 건립을 통한 중심지로 새롭게 도약해 세계적 도시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한 포항시의 전략을 살펴본다. △마이스 산업 육성 통해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 대표 지방 도시로 도약포항시는 인구나 산업 규모 면에서 월등히 앞선 경북 제1의 도시임에도 전시컨벤션센터의 부재로 국제 규모 행사를 상당수 포기해야 했다. 해마다 200회가 넘는 심포지엄과 포럼도 전시회를 열 공간이 없어 소규모 강연과 토론 위주로 개최할 뿐이었다.시는 포엑스 1단계 준공 후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 지역 주력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바이오·수소 등 특화 신산업을 융·복합한 국제 전시행사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철강 중심 회색 도시에서 인간중심 생태·탄소중립도시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하는 국제회의들을 준비하고 유치할 방침이다.시는 마이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도심 해변 입지를 차별화한 시민친화형 컨벤션센터 운영이 목표포항시는 포항과 유사한 도심 해변에 입지한 ICC 시드니와 같이 시민친화형 컨벤션센터로의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심 해변인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 건립될 컨벤션센터는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는 오션뷰가 강점이다. 포항역, 포항버스터미널 등 교통 거점시설과 20분 내에 위치해 접근성 또한 편리하다.마이스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즐길 거리도 산재해 있다. 포엑스 인근에 스페이스 워크, 영일대해수욕장, 장미원, 죽도시장 등 인지도 높은 관광자원이 있다. 센터 인근지역의 다양한 숙박시설에 더하여 고급호텔 등도 건립된다. 포항시는 도시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지난해 주력사업으로 구도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과 포항해상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본격화했다.△경쟁우위 및 차별화포엑스는 경북지역에서 가장 넓은 전시장 공간으로 건립된다. 마이스산업 초기 설계 단계부터 타 지자체와 달리 ‘마이스 지원위원회’를 운영했다.앞으로 건축 및 마이스 분야 학계, 산업계 전문가 13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해당 위원회는 컨벤션센터 건립 및 마이스산업 육성과 관련된 자문역할을 수행하게 된다.포엑스는 전시컨벤션 행사뿐만 아니라 평소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된다.△안정적 센터 운영 기반 마련 계획신성장 산업 중심의 특화된 국제 규모 전시회를 개발할 방침이다. 포항 국제컨퍼런스(POBATT)를 중심으로 컨벤션 규모를 확대하고 이차전지 전주기 밸류체인을 완성할 전시회 등 배터리 융·복합행사를 계획하고 있다.포항 배터리 위크(가칭·IBW in Pohang-International Battery Week in Pohang)와 국제 바이오 포항(가칭·BIO PH) 등의 행사를 통합해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포항 및 경북도의 해양관광 콘텐츠 홍보를 위한 B2C(기업 대 소비자) 전시회와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전, 포항 철강 마라톤대회, 스틸아트페스티벌 등 포항시가 주관하고 있는 철강 관련 행사 등을 혼합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국제 방사광기기학회 총회(SRI), 아·태물리컨퍼런스(APPC), 세계철강협회 총회(World Steel) 등 지역 자원과 연계한 국제회의 유치를 통해 국제 마이스 도시로의 입지도 확대한다.2025년 출범을 목표로 하는 재단법인은 문화·관광사업과 분리된 독립적인 MICE 전담 조직으로서 포항 마이스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관광·마이스 도시로의 이미지 전환을 위한 마케팅 전략현재 주력산업인 철강산업 외 배터리, 바이오, 수소 등 신성장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또한 철강산업에 기반한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관광도시, 문화도시, 녹색도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포항 철길숲, 해도도시숲 등 도심 곳곳에 숲과 정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4대 하천 복원 등 녹색도시로 변화하고 있다.신성장 산업과 관광·문화·환경에 기반한 새로운 먹거리 요소 발굴을 위한 마이스 산업 육성 등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역특화 전시회 및 컨벤션 육성포항시는 지역특화 컨벤션 육성이 향후 마이스 도시로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 미래 유망산업을 육성하며 도시 산업구조를 변화시켜가고 있다. 관련하여 현재 ‘이차전지 국제컨퍼런스’, ‘가속기 기반 바이오분야 컨퍼런스’, ‘포항국제수소연료전지포럼’ 등 지역특화 행사를 지속 개최 중이다.이외에도, 포항이 보유한 강소연구개발특구, 포항벤처밸리 등에서 신규로 개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사업(애플 연구센터, 그래핀 등) 특화 행사를 지속 육성할 계획이다.△국제회의 복합지구 추진마이스 개최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센터 일대의 ‘포항형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마이스 유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컨벤션센터 중심 일대와 포항 전역으로 포항에서의 체류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관광·마이스 자원 조성을 기획하고 있다.구체적으로 ▲레저-영일만관광특구 조성(해수욕장, 물회거리), 환호공원(스페이스워크, 시립미술관), 포항운하, 포항크루즈, 영일만항 크루즈(울릉도 크루즈, 국제크루즈) ▲쇼핑-죽도시장, 롯데백화점 등 ▲숙박-라한호텔(3성급) 이외, 센터 1KM 이내 환호공원 특급호텔(4성급, 400실)을 건립할 예정이다.△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 의미 담아포엑스 건립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 피해로 인해 급격하게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해 ‘포항지진 특별법’에 따라 국비가 지원되는 사업이다.포엑스가 가장 고려하고 있는 사항은 ‘시민 친화’다. 마이스와 문화가 공존하며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많이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지역문화행사, 이벤트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시설 비수기의 비효율도 극복할 예정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마이스 행사 기획 및 국제행사 유치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지속 가능한 마이스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시민을 위한 시설을 유치하는 등 시민 친화적인 컨벤션센터를 만들어 지역 내 경제·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7-16

황리단길∼계림∼동궁과 월지∼박물관 잇는 ‘트램’ 어때요

초여름 태양이 다소 뜨거웠으나 이국(異國)의 부드러운 햇살을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전 지구적 재앙으로 악명을 떨치기 바로 전해. 오스트리아를 찾았다.비엔나 숙소를 나와 도나우강(江)으로 가는 트램에 올랐다. 캄캄한 터널 속을 달리는 지하철과 달리 주위 풍경이 환히 보이는 지상 노면전차를 타고 도시 외곽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흥겨운 소풍이자, 일상을 벗어난 여행으로 다가왔다. 트램 안에서 보이는 비엔나 시청과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은 행정 관청이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까웠다. 밤이 되면 청사 외벽에 극장처럼 커다란 영사막을 설치해 요한 스트라우스의 클래식 공연을 상영하는 곳이 비엔나 시청 건물.도나우강변에서의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엔 쇤부른 궁전에 들렀다. 역시 트램을 타고서였다. 비엔나 도심은 큰 산과 눈에 띄는 굴곡이 드물어 평평한 지형이다. 트램을 만들기에 좋은 지리적 환경을 갖췄다는 이야기. ▲한국 지자체도 효용성 높은 트램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오스트리아만이 아니다. 동유럽 국가로 함께 묶이는 헝가리, 불가리아, 세르비아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로 불리는 도시 튀르키예 이스탄불 역시 트램이 저렴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매력 갖춘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한국에서 대중교통과 관광 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트램에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서울에선 1899년부터 1968년까지 트램이 운행됐다. 서울 중심가 종로에서 마포까지 운행되던 지상 노면전차는 대중가요와 소설의 소재로도 사용됐다. “밤 깊은 마포 종점~”으로 시작되는 ‘은방울자매’의 노래를 기억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자동차를 소유한 개인이 늘어나고, 지하철이 만들어지면서 서울의 트램은 그 모습을 감췄다.하지만, 시대는 또 변했다. 넘쳐나는 자가용으로 인해 극심한 교통 체증이 유발되면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세상이 온 것. 그런 이유로 서울시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총연장 5.4km의 트램을 건설할 예정이다.‘한국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부산도 풍광 좋은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오륙도와 이기대(二妓臺)까지 이어지는 트램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세웠다. 2023년 2월엔 이 구간 트램의 사업 타당성 재조사가 실시되기도 했다.이외에도 울산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저공해 트램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마산· 진해와 통합되며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아직 지하철이 없는 창원시도 2030년엔 트램이 오가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사전 타당성 조사를 받았다.대전과 제주도 역시 ‘교통 인프라 개선’과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멀리 내다보고 트램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편리하고 저렴하며 효율적으로 도심 관광지 이어주는 트램 생겼으면…2016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업무를 위해 경주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대를 100여 차례 이상 오갔다. 그 결과물로 2000매 가량의 원고와 6권의 책이 남았다. 그러니, 경주에 관한 애정과 관심이 누구보다 크다 자부할 수 있다.비엔나 역시 기자가 좋아하는 도시. 그랬기에 7년의 간격을 두고 거푸 2번을 찾아갔고, 갈 때마다 일주일 이상 머물렀다.‘많은 것이 닮은 도시’ 한국의 경주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도심 대부분이 평평한 지형이고 좁은 공간에 역사 유적과 유물, 관광객을 매혹하는 명소가 많다는 것이 두 도시의 공통점.그래서다. 비엔나의 트램이 편리하고 저렴하며 효율적으로 도심 관광지를 이어주듯, 경주에도 트램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건.경주시외버스터미널을 기점으로 황리단길-대릉원-첨성대-계림-동궁과 월지-월성 발굴 현장-국립 경주박물관을 이어주는 트램이 생긴다면 비엔나의 ‘링 스트라세’ 못지않은 명물이자 도시의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위에 언급한 구간에서의 경제적·문화관광적 효과가 현실에서 증명된다면 트램의 운행 지역을 보다 넓혀 진흥왕릉과 김유신 묘, 진평왕릉까지 잇고, 더 나아가 경주시 외곽 감은사지와 문무왕 수중릉까지 확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이런 상상을 하는 건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만든다.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황리단길에서 경주 트램에 올라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수많은 왕릉 사이를 달려, 첨성대와 계림에서 신라의 탄생과 선덕여왕의 능력을 되새기고, 동궁과 월지에 화사하게 핀 연꽃을 감상한 후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경주박물관에 들어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하나’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트램의 외부는 신라가 가진 이미지를 잘 표현한 디자인을 공모해 꾸미고, 내부엔 스크린을 설치해 트램이 지나는 곳, 즉 대릉원, 동궁과 월지, 계림, 첨성대, 경주박물관, 황리단길 관련 영상물을 보여준다면 경주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이 “금상첨화(錦上添花)”라며 무릎을 치지 않을까 싶다.그런 날이 가까운 시기에 도래하기를 경주시민, 경주를 사랑하는 관광객들과 함께 기다려본다. (끝) 비엔나의 ‘실용적 명물’ 트램 ‘링 스트라세’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도심의 효율적인 교통 흐름과 출퇴근 시간 차량 정체 등을 막기 위해 도시 곳곳을 거미줄처럼 잇는 대중교통을 운행하고 있다. 거기에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트램(노면전차)은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모습까지 보여줘 여행자들에게 편의에 더해 즐거움까지 제공한다.트램과 버스, 기차와 지하철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비엔나 어느 곳이건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Wiener Linien’이라 불리는 비엔나의 대중교통은 트램 노선 29개, 지하철 노선 5개, 버스 노선 127개로 이뤄졌다. 야간에도 운행되는 노선이 있어 실용성도 높다.비엔나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티켓만 구입해 트램, 버스,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자동판매기와 역 매표소는 물론, 담배와 신문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상점에서도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 ▲여행자에 대중교통의 꽃은 ‘링 스트라세’ 관광객들 사이에서 ‘비엔나 대중교통의 꽃’이라 불리는 트램은 1840년대에 최초로 운행을 시작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말이 끄는 형태였다고 한다.말-증기-전기로 이어지는 비엔나 트램의 에너지원 진화는 사회·경제적 변화·발달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보면 된다.세계에서 가장 광대하고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 비엔나의 ‘트램 네트워크’는 30개 노선으로 구성됐다.총연장 225km의 지역을 지역민과 관광객을 싣고 쉼 없이 달린다. 비엔나 내·외곽엔 1100개 이상의 트램 정류장이 있다.비엔나가 낯설 수밖에 없는 세계 각국 여행자에게 세칭 ‘링 스트라세(Ringstrasse)’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링 스트라세’를 타면 자연사박물관, 호프부르크 왕궁,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 역사 지구, 국립도서관, 왕실 보물박물관, 부르크 극장, 시청 등 비엔나의 명소와 주요 관광지를 쉽게 돌아볼 수 있다.낭만적 매력 가득한 비엔나를 꼼꼼히 탐험해보는 건 재론의 여지없는 여행자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홍성식기자 · 정리=단정민수습기자

2024-07-16

맨손으로 잡은 은어·무더위 날리는 워터쇼… ‘가자, 봉화로!’

2024~2025 경북도 지정 최우수 축제이자 대한민국 여름 대표축제인 ‘봉화은어축제’가 오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9일간 봉화읍 내성천 일원에서 개최된다.(재)봉화축제 관광재단이 주최·주관하고 경북도, 봉화군의 후원으로 열리는 제26회 봉화은어축제는 ‘은어야 놀자! Let’s go 봉화로!’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체험과 공연, 주민참여, 전시 및 부대, 연계 행사가 펼쳐진다.은어축제의 핵심 주제 체험인 은어 반두·맨손잡이와 숯불구이 체험은 물론, 글로벌 어신 대항전, 전국 청소년 은어 맨손잡이 대회 등을 올해 새롭게 선보인다.9일간의 축제기간 동안 매일 다양한 콘셉트의 공연도 진행되며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주민참여 행사와 가족건강 걷기대회 등 전시 및 부대, 연계 행사도 풍성하다. □ 봉화은어 잡고 맛보고 즐기고은어축제의 핵심 주제 체험인 반두를 활용한 은어 반두잡이 체험은 축제 기간 중 매일 4회 내성천 반두잡이 체험장에서, 맨손으로 하는 은어 맨손잡이 체험은 매일 3회 맨손잡이 체험장에서 1만2000원의 체험비로 즐길 수 있다. (지역화폐 봉화사랑상품권으로 5000원 환급)핵심 주제 체험은 지난 12일부터 온라인 플랫폼 ‘네이버 예약’을 통해 현장 예매보다 2000원 저렴하게 체험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올해는 지역 주요 관광자원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연계·협력해 주제 체험과 수목원 입장 패키지권을 상품화해 판매한다.이외에도 숯불로 구운 은어 맛보기와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은어 숯불구이 체험과 글로벌 축제 도약 발판 마련을 위한 글로벌 어신 대항전, 다양한 연령층의 축제 참여를 위한 전국 청소년 은어 맨손잡이 대회, 또 하나의 핵심 주제체험으로 자리매김할 전국 어신 선발대회가 준비돼 있다.다양한 은어 요리도 맛볼 수 있도록 ‘겉바속촉! 수박香 은어 튀김장’, 재단 직영 ‘싱싱 은어 활어 판매장’, 지역에서 생산·가공하는 우수 농·특산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봉화愛곳간 봉화 로컬푸드 판매장’, 지역 농·특산품과 은어를 재료로 한 ‘은어밥상 은어 요리 판매장’ 등을 조성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예정이다.워터슬라이드와 에어바운스 풀장을 갖춘 ‘은어 어린이 워터파크’, 청정 1급수 내성천 자연 그대로의 모래를 만지며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휴!(休) 내성천 모래놀이장’,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창의 놀이 활동인 ‘실베리아 키즈 플라자’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체험 행사도 진행돼 온가족 여름 추억여행지로 기대된다. □ 무더위를 식혀주는 다양한 공연올해는 매회 특색있는 퍼포먼스와 다채로운 공연을 통해 관광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신나는 축제장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개막 첫날인 27일에는 오후 1시부터 수변무대에서 초청 내·외빈과 지역 주민, 관광객들이 제26회 봉화은어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기념식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리고 오후 7시부터는 특설무대에서 인기가수 이보람, 허각, 트라이비, 황윤성, 마이진, 린, 박지현 등이 출연해 개막 축하공연을 장식한다.축제 둘째날인 28일부터 8월 3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특설무대에서는 매일 다양한 컨셉의 공연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봉화 홍보대사 국민배우 이성민과 빅마마 이지영, 샵안녕이 출연하는 토크 뮤직 콘서트 ‘봉 퀴즈 온더 블록’과 봉화 지역 예술인 공연 ‘봉삘! 예술인 콘서트’, 전국 버스커들의 라이브 공연 ‘봉스킹 홀릭’, 스페이스A, 김현정, 쿨(이재훈), 김완선이 음악 비트에 맞춰 펼쳐지는 물대포 워터쇼 ‘COOL~! K-레트로 콘서트’가 준비돼 있다.이밖에도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즐기는 세대공감 참여형 패밀리쇼 ‘FUNFUN 캐리와 친구들 뮤지컬’, DiGi앨리스, 하이큐티, 이짜나언짜나, DJ춘자의 한여름밤 청춘 무도회장 콘셉트 물대포 디스코 나잇 공연 ‘청춘 썸머나잇! 워터풀 원더풀’, 트로트계의 아이돌 진욱 김소연, 빈예서, 홍잠언이 펼치는 ‘HOT~! K·트로트 콘서트’로 여름밤의 낭만을 더하고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축제 마지막 날인 8월 4일에는 제26회 봉화은어축제 현장 스케치 영상을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차년도 축제를 기약하는 기념식인 폐막식과 경서, 우디, 최우진, 미스김, 김희재가 출연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신나는 폐막 축하공연, 화려한 불새 불꽃쇼로 축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 모두가 하나되는 안전한 축제올해는 봉화은어축제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특화하고 자생력을 갖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지역주민, 관광객의 참여와 만족도가 증대될 수 있는 매력적인 축제로 기획해 추진한다.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축제문화 선진화 캠페인과 지역사회 소통을 위한 주민참여행사도 마련해 주민 참여형 축제로 운영하고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만드는 민간주도형 축제로의 정착을 도모해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는 은어 맨손잡이 체험객에게 생분해 친환경 봉투를 지급하는 등 저탄소 축제장 인프라 조성으로 친환경 축제를 실천한다.또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안심 축제 구현을 목표로 안전하고 즐겁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철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유관기관과 연계·협력해 안전사고 예방에 힘쓸 예정이다. 계절성 축제 특성상 기후변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온열질환에 대비해 축제 종사자들에게 온열질환 예방 키트를 공급하는 등 관광객과 종사자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박현국 (재)봉화축제관광재단 이사장(봉화군수)는 “대중적 기호와 축제관광 트렌드에 부합하는 축제 기획과 봉화군의 관광명소를 부각시키고 은어를 소재로 접목한 이색 여름 콘텐츠를 다양하게 마련했으니 청정한 힐링 숲속도시 봉화에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거운 여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07-14

경북도 폐가 2만1900여채, 흉물 방치 넘어 공동체 붕괴 우려

포항시 호미곶면에 자리한 집 한 채. 지붕을 덮은 초록 풀이 보기에도 을씨년스럽다. 풀은 담장을 넘어 이웃 주민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 집주인은 포항이 아닌 대구에 거주 중이다.이웃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포항에 와서 자신의 빈집을 관리할 생각과 의지가 없다. 한 주민은 “빈집이 폐가가 되면서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관리를 서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포항시에 따르면 “고령의 부부가 살다 두 사람이 사망하면 외지에 있는 자녀들이 집을 팔려고 하지만 수요가 없어 방치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사유지라 폐가가 돼도 법적인 문제 탓에 함부로 처리를 못하고 있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비단 호미곶면의 빈집만이 아니다. 경북지역의 빈집 문제는 심각하다. 단순히 폐가가 생긴 걸 넘어 도시공동화 현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 2022년 통계에 의하면 전국의 빈집은 모두 13만2052채로 추정되며 이중 16.6%인 2만1,963채가 경북도에 몰려있다. 이는 전라남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경북 도내 빈집은 김천시가 1175채로 가장 많고 포항시 1165채, 경주시 1016채, 안동시 982채, 영천시 668채, 상주시 680채, 영주시 618채, 구미시 558채, 문경시 448채, 경산시 128채 순이다.그중 단독주택이 5만3463호고, 아파트가 5만7077호, 연립주택이 5931호, 다세대 주택이 8187호,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이 2801호로 파악된다. 빈집 대부분이 단독주택과 아파트라는 이야기.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래전 지어진 주택일수록 빈집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흔했다. 단독주택 빈집의 경우 5만3463호 중 4만4800호(83.8%)가 1979년 이전에 건축됐다. 아파트 빈집의 경우엔 5만7077호 중 2만4559호(43%)가 1990년부터 1999년 사이에 지어졌다.빈집이 늘어나는 건 이론적으로 주택 초과 공급의 여파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주택보급률(가구 수 대비 주택 수)은 102.1%. 특히 인구감소지역이 많은 경북(113.2%)·전남(112.4%)·충북(111.6%) 등은 110%가 넘어 주택이 남아돈다. 울산(108.4%)·세종(105.6%)·광주(105.2%)·부산(102.6%)·대구(101.4%) 등 대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외부적 요인으론 수도권 집중화, 저출산, 고령화가 지목된다. 실제 2019년 전국에서 가장 빈집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던 전라남도(15.5%)는 그해 고령 인구 비율이 22.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보다 앞서 인구 감소와 빈집 문제를 경험한 일본은 고령화율 20% 이상의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빈집이 900만호(2023년 기준)에 이른다. 이는 5년 전(2018년)보다 51만 채 늘어난 수치다.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철거 비용과 재산세 지출 부담, 부모가 남겨둔 재산 처리에 대한 심리적 부담 등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빈집 문제가 심각한 건 쓰레기 불법투기 등으로 주위 환경이 나빠지고, 노후 건축물의 붕괴에 따른 안전사고나 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는 것. 실제 노숙인들이 빈집에 들어와 불을 피우다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소가 된 사례도 드물게 있었다.빈집 문제는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일본은 빈집이 10만채 늘면 1조5000억엔(약 13조원) 가량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빈집은 인근 지역 범죄율을 19% 증가시켰고, 빈집이 2.8가구 증가할 때마다 지역 범죄율은 6.7% 증가했다. 빈집 문제에 심각성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국 83곳의 인구감소지역에선 주택을 추가 매입해도 1가구 1주택자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세컨드홈’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농어촌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7월부터 지자체장이 빈집의 소유자에게 직권 철거 등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포항시는 경북도에서 유일하게 별도의 빈집정비팀을 운영해 관내 빈집을 관리한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역 내 빈집 60곳을 정비해 주민편의공간으로 조성한 것. 특히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도심 내 빈집 44곳을 정비해 공유주차장을 확충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민 커뮤니티시설로 재탄생시킨 경우도 있다. 올해도 사업비 5억원을 투자해 도심지(동 지역)와 농어촌지역(읍·면 지역)에서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은 빈집을 대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할 예정.대구시는 2013년부터 4년간 빈집 170동을 철거해 주차장 83곳, 쌈지공원 19곳, 텃밭 36곳, 꽃밭 28곳, 운동시설 4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에도 9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해 빈집을 활용한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했다.이처럼 도내 지자체들이 예산을 들여 꾸준히 빈집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매입의 어려움, 철거 비용 지원에 대한 예산 부족 등으로 정비 속도보다 빈집 증가세가 더가파른 상황이다. 또한 빈집 정비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해도 건물과 땅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신청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렵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일부터 관내 농어촌이나 준농어촌지역에 한해 시장, 군수, 구청장이 ‘빈집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하고, 철거명령 뒤에도 빈집을 철거하지 않는 소유자에게는 강제금 500만 원을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농어촌 혹은, 도심의 빈집 정비를 주민편의시설 형태로 만들 게 아니라 주거시설로 진화시켜 관광숙박업과 임대업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전라남도 강진군은 상태가 좋은 빈집 소유주가 5년 또는 7년 이상 집을 무상으로 임대하면 군청에서 최대 7000만 원의 사업비로 리모델링 해준다. 또, 입주자들이 보증금 100만원, 임대로 월 1만원에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과 김주일 교수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 하더라도도시재생사업을 실시해 허름한 집을 정비하거나 철거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빈집을 활용해 예술센터를 만들거나 동네 편의시설을 만드는 외국 사례를 참조해 도시 재생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나갈 때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빈집 문제 해결, 해외에서는?일본, 소유주와 활용 희망자 연결영국, 주민-봉사자 함께 폐가 재생伊, 빈집 1유로 거래 프로젝트 마련▲일본 - 빈집은행 시스템 도입대표적 초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지자체 64%는 빈집은행(Akiya Bank) 시스템을 도입해 빈집 정보를 공개하고, 소유자와 구매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도쿄도의 오오타구(大田533A)는 빈집 전용 창구를 설치해 소유주와 빈집 활용 희망자를 연결해준다. 동시에 국가전략특별구역법의 여관업법 특례를 활용해 빈집을 비교적 수월하게 숙박시설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올림픽 개최로 외국인 방문이 증가할 것에 대비한 조치였지만, 그 이후에도 이 정책은 빈집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영국 - 리브워크 프로그램영국의 경우 커뮤니티 주도의 빈집 재생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리버풀(Liverpool)에서 진행된 리브워크(live work)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해 빈집을 고쳐 주거환경을 개선한 프로젝트다. 이는 장기 임대계약이 가능한 주거지를 조성하는데 도움을 줬다. 런던 포플러 지역 주택조합과 예술단체 바우아츠(Bow Arts)가 협력해 저소득 예술가에게 거주공간이자 작업공간을 제공한 사례도 있다. 리브워크는 50호 이상의 빈집을 재생해 주거지로 만들었고,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이탈리아 - 1유로 프로젝트30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 작은 도시 마엔차시(Maenza comune)에서는 2021년부터 빈집을 1유로(약 1400원)에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1유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는 헐값에 빈집을 매매할 수 있게 하는 대신 보증금 5000유로(약 720만원)를 내고 3년 내에 건물 개보수에 착수해야 하는 제도다. 보증금은 공사 완료 후 돌려받을 수 있다. “2021년 관련 정책 발표 후 97명의 외국인이 주택을 구매를 신청했고, 21명의 외국인이 매수 후보자로 선정됐다”며 “숙박업, 식당 등 상업시설을 만들기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빈집 구매 우선권을 줘 마을의 활력을 높이고 있다”는 게 미엔차시 관계자의 설명. 올해 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마엔차시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본 후 한국에서도 ‘빈집 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2024-07-14

“글로컬 포항 위한 공무원 자기 계발·국제화 훈련 필요”

세계를 뜻하는 글로벌(Global)과 지역을 말하는 로컬(Local)을 합쳐 글로컬(Glocal)이라 한다. 지방화는 세계화와 필연적으로 맞물려 있다. 21세기는 지방의 작은 도시도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도시로서 존립이 가능하다. 지방정부 차원의 국제화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도 글로컬시대에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 살펴본다.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포항은 글로컬 수준의 기업과 대학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면에 관광 서비스 행정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이게 금방은 안 될 것이다. 최소한 공무원들이 글로컬 시각을 가지고 포항시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일깨워서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스갯 소리지만 아내를 집사람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집 문제에 관해서는 전문가라서다. 그래서 집을 사고파는 것은 모두 집사람한테 맡겨 놔야 한다는 것이다.전문가는 모든 정보를 계속 듣고 체득한 노하우가 있다. 이런 면에서 글로컬이 되기 위해서는 ‘포항 사람’, ‘포항 출신’의 인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혹은 포항 관광공사나 문화재단에서 훌륭한 인재가 있다면 과감하게 데리고 올 수 있어야 한다. 커리어가 증명될 정도의 ‘전문가’라면 설사 그 사람이 외국인이더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전문가와 협의하는 공무원의 수준도 올라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무연수 과정에 국제화 과정을 넣거나 환동해 지역에 대한 교육을 추가해야 한다. 특히 해양항만과, 문화관광과 처럼 특정 분야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글로컬 시각을 기를 수 있게끔 훈련시켜야 한다. - 포항의 기반 산업인 철강, 배터리 산업이 세계적 불황과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금리와 환율문제,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이 모든 문제의 공통점이 바로 가격이다. 우리가 국가를 평가할 때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 분류하기도 하지만 성장의 패턴이 혁신 지향형이냐 혹은 효율 지향형로 그룹을 분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2020년부터 해외에서 혁신 지향형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후진성을 뜻한다. 선진국이 100년에 걸쳐서 수천 만 원을 들여서 기술을 개발을 하면, 상대적으로 선진국보다 후진해 뒤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성공한 지름길이 있다 보니 성큼성큼 따라가 갈 수 있다. 100년 걸렸으면 뒤에 따라간 사람은 50년, 그 뒤에 따라가는 사람은 30년, 20년 이렇게 따라가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그만큼 후발국가인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기존에는 저렴한 인건비가 고도 성장의 요인이 되었다.△대량 생산을 하는 것일수록 공장을 크게 키우거나, 사람을 많이 투입하거나, 인건비가 싸면 성장이 되는 거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용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후진국형 국가가 80년대 고도성장을 했고 90년대 들어와서 물량 공세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일부 산업을 기계화 한다든지 로봇 생산을 도입한다든지 해서 효율을 높이는 걸로 갔다. 예를 들어 A4 용지 전체를 쓸 수 있는 것을 효율적으로 작게 쓰면 종이도 남고 원가 절감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효율적으로 하는 것에도 이제는 한계가 왔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새로운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가격이 문제가 아니고 지금까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연구개발(RD)을 통해 고부가가치로 혁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이를 수천 장 팔아서 소득이 한 장당 100원이 남았다고 치면, 혁신을 통해 100만 원짜리 종이를 만들어서 10만 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게 수천 장 파는 것 보다 수익 기준으로 훨씬 높다. 이렇게 이제는 고부가가치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지금은 우리가 선진국들과 나란히 걷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다가 에프코로, 포스코 등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한 발자국 딱 나간 거다. 이렇게 누군가가 한 발짝 나가면 뒤에 있는 국가들이 따라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가 앞서 나가려고 하면 그걸 감내하고 나가야 한다.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금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런 얘기만 한다. 사실 이것들은 모두 ‘가격’에 관한 요인이고 내가 남의 돈을 빌려 썼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 부담되고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는 거다.만약 우리가 유일무이한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었다면 전세계 사람들은 그걸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야말로 독보적인 경쟁력 아니겠는가. - 대한민국이 살아나고 포항이 앞으로 나가려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문제는 배부른 상태에서는 이게 잘 안된다. 당장 포스코만 봐도 혁신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다. 근데 포항은 포스코가 죽고 나면 큰일나는 것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사실은 이걸 두려워할 게 아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듯 철강 산업이 미래 산업이 아닌 것 같다면 혁신을 통해서 최종재를 만들 수 있는 구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시장의 수요를 읽고 주요 기업과 포항시 소재 기업이 연대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을 선도 하려 노력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됐던 금리·환율 문제, 특히 저가 공세 전략과 완전히 차별화 할 수 있다. 값싼 제품을 살 수 있음에도 명품을 사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우리가 저가 공세를 신경쓴다는 것은 그 전략을 펼치는 국가들과 같은 방식의 제품 포트폴리오나 아니면 생산 방식의 효율만 겨우 따지고 있는 꼴이라는 거다. 효율보단 혁신이 필요하다./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7-14

역사·전통에 뿌리 두며 새롭게 시도하는 변화의 힘

△ 현대적 해석의 전통 오페라동생은 클래식의 본 고장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오페라극장에서의 오페라 감상을 제안했다. 단체여행에선 누리기 힘든 호사니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었다. 동생이 6개월 전에 예약해 둔 세 곳의 극장과 2편의 오페라, 교향악단의 공연에 기대가 컸다. 동생은 미리 오페라 공부해 오라고 당부했지만 대구에도 오페라하우스가 있어 ‘토스카’와 ‘투란도트’를 본 적 있다며 동생을 안심시켰다. 드레스코드가 필요하냐 물었더니 청바지에 운동화보다는 원피스가 좋겠지 해 세 벌의 옷과 구두까지 챙겼다.뮌헨국립오페라극장은 1818년에 세워져 독일 3대 오페라하우스로 명성이 높았지만 제2차세계대전 때 전소, 1963년에 외관은 옛 모습으로, 내부는 현대식으로 재건했다. 화려한 레지덴츠궁전과 거리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엔 맥주와 독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도 많았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오페라하우스는 시민과 함께 하는 시민의 문화공간이었다. 생전의 훈데르트 바서 모습. 빈의 쿤스트하우스 미술관 2층에 걸린 사진을 찍었다. 준비해 간 원피스에 스카프까지 둘러 한껏 차려입었다. 좀 일찍 가서 오페라하우스 건너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입장시간을 기다렸다. 멋지게 차려입은 커플들이 팔짱을 끼고 오페라하우스로 가고 있었다. 가벼운 옷차림의 남녀도 없지는 않았지만 나이 지긋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성장(盛裝)한 모습이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 혹은 오케스트라나 오페라에 대한 묵언의 예의일까. 여기서 갑자기 최근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광기같은 트로트 팬덤 문화가 머릿속을 스친 것은 왜일까.음악과 함께 무대가 열리자 깜짝 놀랐다. ‘토스카’는 1800년의 로마가 배경인 걸로 알고 있는데 간소한 현대식 무대, 등장인물들의 현대식 복장은 정말이지 생경했다. 스토리를 대강 알고 있으니 망정이었다. 무대와 등장인물이 오히려 훌륭한 음악을 방해한다는 느낌 탓에 눈감고 듣기만 할까 생각했다. 음악과 노래가 없다면 영락없이 연극이었다. 우리나라 공연에서 인물들의 과장된 서양식 분장이 거슬려 서양 주인공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기대한 나는 당혹했다.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나와 남편과는 달리 동생을 비롯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무대에 몰입한 듯했다. 1막이 끝나자, 실망스러우면 나갈까 기색을 살피는 동생에게 2막과 3막의 유명한 아리아는 듣겠다며 주저앉혔다. 가까이 몇몇 나이든 관객들의 실망스럽다는 대화를 엿들었던지 인터미션 후엔 빈자리도 생길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웬 걸, 그런 일은 없었다. 여전히 객석은 꽉 찼다. 2막에서는 흑백무성영화도 한참 나왔는데 도통 맥락이 안 잡혀 전통오페라를 완전히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거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2시간이 훌쩍 넘는 공연 후 커튼콜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20여 분 이상의 갈채로 새로운 버전의 오페라에 아낌없는 성원과 찬사를 보냈다. 감독의 과감한 연출 시도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박수리라.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다. 유명한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전속으로 둔 전통의 극장이다. 해마다 정초가 되면 빈 필의 신년연주와 ‘라데츠키 행진곡’을 찾아 들었던 나는 빈 국립오페라극장을 유난히 동경했다. 저기 저 자리에서 새해를 열면 얼마나 신날까. 이 극장 역시 1945년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10년만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음악도시를 반드시 재건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열정과 희망에 따라 고색창연한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7월과 8월을 제외한 모든 달, 모든 날에 잡힌 공연 달력을 보고, 빈 시민의 참으로 두터운 음악 사랑이 부러웠다.빈에서는 제대로 된 시대극을 기대했다.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이 배경이니 서양인 배우들의 동양인 분장과 무대의상이 궁금했다. 그러나 연두색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합창단의 첫 장면에서부터 알아차렸다. 이 공연 역시 현대적 버전의 오페라인 것을. 무대 장치가 거의 없는 연극 무대였지만 이미 뮌헨의 경험이 있으니 놀라는 대신 즐겼다.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연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그런가 하면 빈 모차르트오케스트라는 오히려 18세기 모차르트 시대를 재현한다. 모든 연주자는 한결같이 흰 가발을 쓰고 18세기 궁중복장, 지휘자는 빨간 모차르트 복장이었다. 연주곡은 모두 유명한 모차르트의 넘버였고, 앵콜곡으로 관객과 함께 즐긴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나는 잠시 흥분했고 황홀했다. 순전히 관광객을 위해 특화된 관광상품은 관광객을 열광케 했다. 관객 중 상당수가 중국인으로 보였다. 그래선지 좌석 앞 모니터엔 중국어 자막도 있었다. △ 고건축의 도시에서 만난 현대적 건축물빈에는 쇤브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 호프부르크 왕궁, 슈테판 대성당, 성페터 성당 등 수많은 역사유적지와 미술관, 박물관에서 유명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에곤 쉴레(1890~1918)도 있지만 그 계보를 잇는 전위적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데르트 바서(1928~2000)가 리모델링한 장난감 같은 건축물도 만날 수 있다. 빈은 전통을 지극히 존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도시이지만 동시에 전통을 거부하고 비튼 예술가를 낳고 포용하고 인정한 도시이기도 하다. 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거나 혼재하면서 미래의 문화유산이 될 예술을 토닥이고 쓰다듬고 어루만져주는 도시였다. 쿤스트하우스빈은 훈데르트 바서의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친환경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직선과 네모는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극도로 혐오했다. 네모난 창문은 장난스러운 그림으로 가렸으며, 자연이나 식물의 모양을 닮은 비정형의 건축물과 실내디자인은 독특하되 아름답고, 기괴하지만 매력적이다. 슈테판성당 앞에는 훈데르트 바서를 오마주한 호텔도 있었다. △ 문화의 힘이 국력이다빈 국립오페라극장은 외곽지의 관광지로 가는 시티투어 버스가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란버스는 싸지만 한국어 해설이 없고, 빨간 버스는 비싸지만 한국어 해설을 들을 수 있단다. 과연 우리가 탄 노란버스엔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어, 그리스어, 터키어, 중국어, 일본어도 있는데 한국어는 없었다. 빈 오페라극장의 좌석 앞엔 외국어 자막 모니터가 있다. 거기에도 중국어와 일본어는 있는데 한국어는 없었다. 남편은 국력은 이런 데서 알 수 있다며 분개했다. 극장 가까운 곳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단 한국문화원을 발견하자 뭐하는 문화원인지 중얼거렸다. K-문화를 자랑해대면서, 정작 이런 것 하나도 못 챙기는 문화외교에 무력감을 느꼈다.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우리나라가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를 바랬다.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 문화의 힘을 가져야 아름다운 나라라고 했다. 문화의 힘은 오랜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새롭게 시도하고, 변화하고, 고뇌하는 예술가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의 힘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뮌헨과 빈이 아름다운 도시인 이유는 시민들의 자발적 동의에서 얻어지는 영향력, 예술과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다.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4-07-11

1600년 전 대가야 문화유산 살아 숨쉬는 찬란한 역사도시

최근 고령군은 군민들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경사를 맞았다. 고령이 ‘대가야 고도(古都)’로 공식 지정된 것.지난 3일 국가유산청은 ‘고도 보존육성 중앙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고령군이 한국에서 5번째 고도로 지정됐음을 알렸다. 2004년 3월 5일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경주, 공주, 부여, 익산에 이어 고령군이 5번째 한국의 고도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고도란 이름 그대로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의 중심지이며 오랜된 수도라는 뜻. 이는 앞서 언급된 다섯 도시, 즉 경주, 부여, 공주, 익산, 고령의 역사·문화적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1600년 전 대가야의 도읍이던 고령군 대가야읍 일대는 최근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 산성인 주산성, 대가야 궁성지, 고아리 벽화 고분 등 역사 향기 가득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고대 국가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역사적·경관적 가치가 잘 보존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도 높다.기존 4개의 고도인 경주, 공주, 부여, 익산을 대상으로 고도 지정을 통한 지역적 파급효과와 관련된 지표를 분석해보면 지역 발전에 긍정적 에너지가 되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고도 지정은 도시의 문화적 가치와 관광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방문객 소비 지출에 의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이를 감안해 그간 고령은 대가야읍 시가지의 고도 지정을 열망해왔다.이미 지정된 4개의 고도에 이어 고령군은 2004년 특별법 제정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고령군 고도 지정의 경제적 효과는...고령이 고도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역사·문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주민지원사업 등이 가능해졌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한 지역 활력 증진과 주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 그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고령군 활성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그간 고도로 지정된 도시들이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쳐왔는지 살펴보는 건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니다. 지난 2015년부터 추진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은 한옥 건축, 전통 담장 축조, 가로변 외관 정비사업 등에 540억 원이 지원됐다. 현재까지 관련된 추진 사업의 숫자는 700건에 달한다.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주의 사업 건수가 256건(36.6%)으로 가장 많고, 경주는 157건(22.4%), 부여가 154건(22.0%), 익산이 133건(19.0%)이다.‘고도 이미지 찾기사업’ 가운데 지속성을 가지고 진행된 주요 사업으로는 고도 내 주요 역사문화 탐방거점을 명소화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 예로 경주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한 주거 및 가로환경개선사업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돼 탐방객이 2016년부터 매년 10~20%씩 증가하기도 했다.이는 지역 활력 증진의 전환점을 마련함으로써 고도 보존육성사업에 대한 주민인식 개선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3개의 고도는 한옥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해 부여 쌍북리, 공주 제민천변과 백미고을, 익산 금마지역 등이 명소화되면서 도시의 이미지와 정체성 형성에 효과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산동 30호분에서 출토된 통형기대. ◇관광객 증가에 큰 역할 해낸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이 본격화된 2015년과 2016년을 기점으로 고령군 이전에 지정된 4개 고도 모두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했다. 경주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6년 경주지진 발발로 인해 2017년엔 감소했으나, 2018년과 2019년에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주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6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으며, 2017년, 2018년, 2019년에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부여군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 또한 2016년엔 이전과 대비해 대폭 늘었고, 2017년, 2018년, 2019년에는 소폭의 증감을 반복했다. 익산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3년~2019년까지의 증감률을 살폈을 때 약 11% 정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고 있다.이런 상황을 고려한 고령군은 고도 지정 이후 발생할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출하기 위해 4개 고도를 대상으로 고도 지정 이후 얻게된 관광객 수와 방문 시 1인당 평균 지출액 증가율을 계산했다.그 결과 2019년을 기준으로 4개 고도의 관광객 수에 대한 증가율은 42.6%이며, 1인당 평균 지출액 증가율은 15.4%로 확인됐다.이와 관련 고령군의 최근 4년간 방문자 변화 추이도 검토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고령의 평균 방문객 수는 약 70만6000명으로 확인된다. 고령군에서 관광객들이 지출한 경비는 1인 평균 약 28만4990원. 이중 식음료비 지출이 8만3072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숙박비 6만4890원, 교통비 5만1932원 순이었다. ◇고도 지정에 따른 정책적-경제적 파급 효과고령군은 고도 지정 이후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위해 기존 4개 고도 중 공주의 고도보존육성사업 국고보조금 사례를 참고했다.공주가 고령의 고도 역사문화환경 지정지구 특성(면적, 지정 형태, 지정 공간)과 유사하기 때문. 그러니,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 규모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이 시행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공주의 평균 국고보조금인 약 51억 원을 대상 금액으로 설정한 고령군은 2021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9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발생되는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 고용유발효과를 산정하고자 했다.고도보존육성사업 시행으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부문은 제조업과 건설업 , 서비스업, 정정보통신업, 금융 및 보험업, 부동산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이다.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검토를 진행한 결과 고령군의 고도 지정 및 사업 추진에 따른 정책적·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치로 나타났다.고령군이 추산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96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43억 원으로 총 139억 원이다. 여기에 더해 약 513명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용유발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여기에 지산동 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관광객 증가와 고용 기회 확장에 따른 수입 증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추가적인 국비 지원에 따른 지역 파급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2022년 진행된 고령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활용 콘텐츠 연구에 의하면 고령군 방문 관광객은 67만3000여 명, 올해는 73만8388명으로 추산된다. 내년엔 더 늘어나 11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고령군을 찾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남철 고령군수 “우리 군이 대가야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고도 지정 이후 관련 사업 추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이남철 고령군수는 “고령이 20여 년 만에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고령이 공식적인 대가야의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이라 군민과 함께 기뻐한다”며 관련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여기에 덧붙여 이 군수는 “고도 지정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이 지정지구를 설정하는 것이다. 몇 가지 복안이 있는데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논의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안으로 지정지구를 설정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현재 고령군이 TF팀을 구성해 발굴해 낼 대표적 사업으로는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대가야 궁성지 발굴 및 복원 정비사업, 세계유산 및 핵심유적 탐방거점센터 건립, 고도 주민협의회 구성 및 고도 육성 아카데미 설립 등으로 알려졌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4-07-11

수문장처럼 우뚝 선 채 젊은 연인의 ‘슬픈 환생담’ 간직

시골 농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산과 들, 강으로 뛰어다니면서 놀았다. 자연에서 뛰어놀던 어릴 적 생활의 그리움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도시에 살면서 마음은 항상 시골 나무와 숲 등 자연을 동경했다. 공직에서 퇴직한 후 도시의 화려한 조명 불빛에서 탈출하여 마음속에 그리던 나무와 숲에서 새들이 노래하는 시골 산촌 마을로 달음질쳤다.나의 목가주의 전원생활은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여유와 자유를 찾았다.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노거수를 찾아다니는 것이 이제는 취미가 되었다. 어슴푸레한 갓밝이에 출발하여 동산의 해가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서산으로 넘어갈 때 산 그림자와 함께 귀가했다. 황혼의 삶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계절 내내 즐거움을 탐해도 시간은 짧기만 했다.노거수는 나의 반려목이면서 길라잡이고 스승이다. 반려동물처럼 떼쓰거나 보채지도 배신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내가 찾을 때까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노거수 설화의 향유집단인 마을 주민들은 인간 행위에 대한 노거수의 환생담을 이야기하면서 노거수를 신성시한다. 노거수의 환생담(還生談)은 마을 주민들의 어떤 운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암시를 나타내기도 한다.예를 들면 사람이 죽어서 나무로 환생했다는 이야기이다. 나무를 베어낸 사람이나 가족이 결국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어느 마을에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조상 대대로 마을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며 또한 후손까지 살아가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노거수 설화는 민속문화, 민속신앙의 차원에서 노거수가 보호되는 설화로서 설화 속에는 우리 조상의 자연숭배 사상, 조상숭배 사상, 영혼 불멸의 사상 등이 있다.이러한 노거수 설화는 전승 집단의 의식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어 흥미와 교훈을 주기도 하며, 삶의 지혜를 얻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의 결속을 강화시키고 마을의 경관을 이루는 노거수를 보호해 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여 전체적 생태계 천이의 자연성과 생물 다양성을 높여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였다.경북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마을 입구에 수문장처럼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는 젊은 연인에 관한 슬픈 환생담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은행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는 이야기이다.‘이 마을에 강 참봉이라는 부자 양반이 살고 있었다. 손자 강기석 대에 이르러 불행히도 손부(강기석의 부인) 허씨가 병을 앓아 실명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월선이라는 계집아이를 얻어서 잔심부름을 맡아 하도록 하였다.월선은 영리하고 부지런할 뿐만 아니라 열대여섯이 되니 마음씨도 얼굴도 고와서 모두의 칭송을 받았다. 그때 마침 강참봉의 현손 한수도 월선의 또래였는데, 월선을 한번 보고서는 연모하는 정이 간절하였다. 그러나 천비 월선과의 결합은 사실상 당시로 보아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한수는 학문보다는 월선을 만날 궁리에 더 몰두하였다. 결국 두 청춘 남녀는 신분도 잊은 채 밀회의 정을 나누었다. 이러한 사실을 안 아버지는 부인과 상의하여 강 건너 마을에 사는 포양 김씨댁 규수와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 월선은 자신의 비천한 신분을 생각하고 한수 도령의 행복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홀몸도 아닌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였다. 며칠 뒤 한수는 소나무에 목을 맨 채 자결한 월선을 발견하였다. 눈물을 흘리며 월선의 장례를 혼자 치러 주었다. 얼마 뒤에 한수는 김씨댁 규수에게 장가들었다. 다시 새 정에 젖어 월선을 잊게 되었고 귀여운 아들까지 낳게 되었다. 그런데 그 월선의 무덤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것을 월선의 넋이라고 생각하여 후환을 없애기 위하여 베어 버렸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바로 귀여운 아들이 죽었다. 이듬해 봄이 되니 은행나무가 또 자라 있었다. 이번에도 나무를 베어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부인이 앓아눕더니 병명도 모른 채 그만 죽고 말았다. 흉사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강참봉은 용한 점쟁이를 불러 그 연유를 물었다. 점쟁이는 은행나무는 원통히 죽은 월선의 넋이며, 나무에 제사를 정성껏 지내고 지금이라도 한수와 월선은 부부가 된다는 허락을 해주지 않으면 이보다 더 비통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점괘를 뽑았다. 대가 끊긴다는 엄청난 점괘에 강참봉 내외는 점쟁이가 시키는 대로 제사를 후히 지내고 사후(死後)에라도 월선을 현손 며느리로 맞겠다고 약속하였다. 이 소문은 이웃 마을에 파다하게 퍼지었고 두 그루였던 은행나무 옆에 또 한 그루가 새로 돋아 세 그루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조차 세 그루 은행나무는 월선과 그녀의 아들(뱃속의 아이) 그리고 한수 아내의 넋이 환생한 것이라고 믿고 보호했다. 세 그루는 자라면서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처럼 변하였다 한다.이런 환생담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은 후 나무로 환생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시되는 설화로써 징벌담과 마찬가지로 노거수의 설화로써 빈도가 높다. 은행나무를 베고 나니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로써 결국은 나무를 보호하고 신성시함으로써 액운이 멈춘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역으로 신성시되는 나무를 대입시켜 당시의 악습을 타파하려는 민중의 억압된 삶을 고발하려는 내용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노거수 설화로 불합리한 사회상을 바로잡고자 문학의 힘을 빌린 산림문학인의 저력이 돋보인다.이러한 설화 속에는 우리 조상의 자연숭배 사상, 조상숭배 사상, 영혼 불멸의 사상 등이 혼재하여 오늘날까지 우리 민속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저 나무를 보호하고 사랑하라고만 하는 것보다 나무에 설화의 산림문학 옷을 입혀 나무를 신적 존재로 올려놓는 문학인의 지혜로움이 아닐지 싶다.환생담은 나무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두곡리 마을의 단합과 발전으로 평화로운 마을 건설의 밑바탕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환생담 은행나무 노거수에 더 많은 미담이 입혀져 마을 주민들과 함께 천대 만대 만수무강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 두곡리 은행나무의 환생담노거수에 대한 고사와 설화는 징벌담. 영험담, 동물담 등 크게 여덟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환생담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은 후 나무로 환생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시되는 설화로서 징벌담과 마찬가지로 노거수 설화로 빈도가 높다.경북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640번지 외 4필지. 1987년 5월 10일 도 기념물 지정. 수령 470년. 수고 15m, 흉고 둘레 8.4m, 수관 폭 22m, 마을 주민들은 은행나무를 덕목(德木) 나무라 부른다.6·25 전쟁 때 마을 주민들의 피해가 하나도 없었다고 하여 마을을 지켜주는 덕목 나무라 믿고 있다. 암 그루로 은행 열매의 생산량이 많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10

이민정책 성공 정착으로 경제 규모 ‘세계 8위’ 넘보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7600억 달러로 세계 14위. 호주는 1조7900억 달러로 세계 13위를 기록해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두 나라지만 양 국가의 향후 경제 전망은 판이하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2100년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20위로 추락하는 반면, 호주는 세계 8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이 같은 전망이 나온 배경에는 ‘인구’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한국의 인구는 지난해 5174만 명에서 2100년 2678만 명으로 줄어들지만, 호주 인구는 같은 기간 2573만 명에서 4235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 것.2023년 기준 호주의 출산율은 1.7명으로 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 2.0명을 밑돈다. 그럼에도 호주 인구 그래프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197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들의 인구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와중에도 호주가 인구 성장 측면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오랜 기간 적극적으로 펼쳐온 이민정책 덕분이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 이민자 핍박한 호주의 백호주의(白濠主義)오늘날 호주는 미국, 캐나다 등과 함께 대표적인 다민족·다문화 신대륙 이민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처음부터 적극적 이민정책을 펼친 건 아니었다.호주에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건 1783년부터다. 당시 영국의 죄수 736명과 관리들을 태운 배 13척이 호주로 건너왔다.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소수의 인원이 원주민들의 저항을 받으며 서쪽으로 개척지를 넓혀나갔다. 이후 1816년 영국 정부가 ‘자유 이주자(Free Settlers)’의 호주 입국을 허가했다.1800년대 중반까지 40만 명 정도에 불과하던 호주의 인구는 1851년 ‘골드러시’를 계기로 급속히 팽창해 세계 제1차대전 무렵에는 500만 명에 이르게 된다.호주 대륙은 풍화와 침식이 활발하게 일어나 금광이 지하 깊숙이 묻혀 있지 않다. 대량의 금맥이 대륙 곳곳 지표면에 드러나 있고, 대륙 남부의 따뜻한 기후는 포도주 생산과 농장 운영에 적합했다. 그런 이유로 영국, 미국, 중국, 남태평양 등지에서 이민자가 급증했다.이민자들이 늘어난 만큼 사회적 혼란도 심화됐다. 이민자의 폭동이 종종 발생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행정시스템은 튼튼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호주 대륙은 엄연한 영국 영토였지만, 본토와의 거리가 너무나 멀었기 때문. 특히 영국이 호주 식민지에 데려온 청나라 출신 중국인 계약 노동자(쿨리) 4만 명 중 여성은 12명에 불과해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되기도 했다.1851년 호주에서 거대한 규모의 금광이 발견되자 이른바 ‘골드러시’가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당시 청나라)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호주에 유입됐는데 이들은 자국민 중심으로 모였다. 중국인 이민자들이 마을로 밀려들면서 기존의 영국계 중심 호주사회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인 이민자들이 저임금 노동에 종사해 우리들 임금까지 낮추고 있으니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이 같은 아시아인 노동자 유입에 대한 호주 백인들의 반발은 결국 호주 독립으로 이어진다. 물론 호주 자치령의 성립 배경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분명한 건 이민 노동자들에 대한 호주인의 반발도 그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1901년 사실상의 독립을 선언한 호주 자치령은 ‘백인들의 호주를 추구해야 한다’는 백호주의(白濠主義) 정책을 시행해 사실상 아시아인들의 이민을 제한하게 된다. 신대륙 이민국가로 출발한 호주가 역설적이게도 한시적이지만 제한적 이민 정책을 펼친 셈이다. □ 출산율 저하, 인구 위기에 백호주의 탈피한 호주, 다민족 이민국가로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호주였지만, 194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과 호주는 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이러한 호주인들의 정체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0세기 초중반, 세계 1차대전과 1930년대의 대공황, 그리고 2차대전 등을 겪으면서다.특히 2차대전에서 호주 본토인 다윈이 일본군에게 폭격을 당하면서 호주인들은 “적은 인구 탓에 이웃 국가의 위협에 유효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졌다.이 시기부터 호주는 유럽 각지에서 이민 초청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 이민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1970년대 유럽 국가들과 갈등을 빚던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일원으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한다. 1970년 2.86명을 기록했던 호주의 출산율은 꾸준히 하락해 1978년에는 1.95명까지 떨어지게 된다. 인구대체수준 출산율인 2명을 밑돌자 호주사회에선 위기의식이 높아졌고, 아시아계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기에 이른다.이런 과정을 거쳐 호주의 백호주의는 막을 내린다. 호주통계청에 따르면 호주 인구는 1970년 약 1200만 명에서 2022년 2627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820만 명이 이민자다. 전체 인구의 30.7%에 달한다. 이는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15.3%)의 2배가 넘는 수치다. □ 적극적 이민 정책 펼치는 호주… 인구증가로 경제 규모도 확장앞서 살펴봤듯 이민국가로 태동한 호주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후반까지 한시적으로나마 제한적 이민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한 후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게 됐다.현재 호주의 이민정책은 기술, 투자, 가족 부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져 있다.투자이민은 만55세 미만의 외국인이 150만 호주달러(약 14억 원)이상을 호주 국채에 투자하고, 225만 호주달러 이상의 개인 재산 증빙, 학력, 영어점수 등의 기타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기술이민은 전체 이민의 50%를 차지한다. 가장 흔한 이민 방법이다. 영어 점수, 학력, 전문기술 등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 식으로 운영된다. 호주 정부는 그간 주로 기술이민을 통해 노동인구를 늘려왔지만, “비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인력 공백을 메우기엔 그것만으로 모자란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 왔다.이에 따라 최근 ‘SSRM 이민프로그램’이 호주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SSRM 이민프로그램’은 비도시지역의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기존 청년층의 이탈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도심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민자들을 비도시 지역에 3년간 머물게 하는 제도다.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인구 증가와 지속적 노동력 제공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호주의 전체 이민자 중 SSRM 이민자의 비중은 지난 1997년 2.3%에서 2005년에 20.9%까지 증가했고, 이로 인해 1991∼2001년(10년간) 비도시지역의 이민자 비중 또한 증가(13.7 →16.1%)했다. 또 비도시지역의 신규 이민자들의 평균연령이 32세로 상당히 젊고 이중 79%가 가족과 함께, 28%는 자녀를 동반해 이주함으로써 인구정책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이들의 고용률이 98%로 집계되고, 지역에서 지속적 체류율 역시 90%에 육박하는 등 인구 증가 효과만이 아니라, 지방소멸 현상을 막는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여기에 더해 지난해 호주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위해 임시 숙련노동(TSS) 비자로 입국하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30% 인상해 연 7만 달러로 정했다. 복잡한 비자 획득 절차도 단순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한 해 동안만 50만 명의 이민자가 호주로 유입됐다.여타 선진국들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호주는 그간 추진해온 적극적 이민정책을 발판 삼아 경제규모를 키우는 한편, 인구 문제에도 비교적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영국경제연구소(CEBR)는 호주의 경제규모가 현재 세계 13위에서 2027년엔 11위로 두 계단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CEBR은 호주가 그동안은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해왔지만, 가장 인기 높은 이민자 국가 중 하나가 되면서 앞으로는 인구증가가 호주 경제력 순위 상승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