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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대, 美 조지아주 초·중·고 교사 초청 연수 성료

경일대학교가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2025년 미국 오번대학교 글로벌 교육연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조지아주 초·중·고 교사를 초청해 한국의 교육과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연수단은 로이리커스 쿡 어번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과 제니퍼 오덤 루이스 교장(메터 초등학교)을 포함해 조지아주 초중고 교사 등 17명으로 구성됐으며 경산과 경주, 안동, 대구, 서울 등 각지에서 교육 연수와 문화 체험을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미국에 진출한 아진산업과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의 현지 공장 설립에 따른 조치로, 조지아 지역 교사들이 현지 한국 학생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아진산업이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경일대가 교육 연수의 실무를 맡아 진행했다. 지난 3일 연수단은 경일대를 방문, 환영식에 참석한 후 교육 전문가 초청 특강을 수강했다. 이어 경일대 캠퍼스와 아진산업 본사 및 공장 투어를 통해 한국의 교육 및 산업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5일에는 경산 지역의 우수 학교인 삼성현초교와 경산과학고 등을 방문해 수업 현장을 둘러보고 한국과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대구 시티투어와 함께 근대 문화유산을 둘러보며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경주와 안동 등 전통 도시 탐방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기회도 가졌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문화 체험을 넘어 경일대와 미국 오번대학교 및 조지아 지역 교육기관 간의 장기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현지 교육과정에 한국 문화 반영 및 교류 프로그램 확대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류지헌 경일대 국제처장은 “이번 연수를 통해 조지아주 교육 관계자들이 한국 문화와 교육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고, 앞으로 조지아 현지 학교에서 한국 학생들과의 소통과 이해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포항공대, 인간 뇌 유사 작동 3D 뇌 모델 개발

포항공과대학교는 조동우 기계공학과 교수, 장진아 기계공학과 · IT융합공학과 · 생명과학과 · 융합대학원 교수, 배미현 박사, 김정주 박사 연구팀이 실제 사람의 뇌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3D 뇌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일상적인 음주 습관조차 뇌세포 손상과 관련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인간의 뇌 반응을 실험실에서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인공 뇌 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된 평면적인 세포 배양 방식이나 줄기세포 기반 오가노이드(organoid, 소형 장기 모사체)는 실제 뇌처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BENN(Bioengineered Neural Network)’은 마치 3D 프린터로 집을 짓듯 뇌의 구조를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든 새로운 인공 뇌 모델로 실제 뇌처럼 ‘회백질’과 ‘백질’이라는 두 구역으로 나누어 구조를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회백질은 신경세포의 본체가 모여있고 백질은 신경세포의 축삭들이 정렬되어 위치하는 정보 고속도로와 같은 영역이다. BENN 모델을 활용해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 사회적 음주 수준인 0.03%의 에탄올 농도를 뇌 모델에 3주간 매일 적용했을 때 회백질 영역에서는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단백질(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질)이 증가했고 백질 영역에서는 신경섬유가 휘거나 부풀어 오르는 변형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조동우 교수는 “이전 모델로는 관찰하기 어려웠던 신경 연결 상태나 전기 신호 반응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라며 “전임상 단계에서 질환을 조기에 확인하고 치료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제조 및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Extreme Manufacturing’에 게재됐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6-11

정성화·한동석·김상현 원장 기초·첨단·바이오硏 이끈다

경북대학교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던 3대 융합연구원(기초학문·첨단기술· 바이오)의 원장을 임명했다. 이번에 임명된 융합연구원 원장은 정성화(64·화학과 교수) 기초학문융합연구원장, 한동석(59·전자공학부 교수) 첨단기술융합연구원장, 김상현(52·의학과 교수) 바이오융합연구원장이다. 세 명의 원장 모두 세계적으로 우수한 석학으로, 개방형 공모제를 통한 공정한 경쟁과 심사를 거쳐 임명됐다. 경북대는 올해 초 연구중심 대전환을 위한 핵심 조직으로 3대 융합연구원을 총장 직속기구로 신설했으며, 이번 원장 임명을 계기로 글로컬대학30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각 원장은 연구유닛 구성을 통한 연구플랫폼 구축, 연구 몰입형 환경 조성, 연구중심대학 전환 및 지역산업 성장과 지역혁신 등 3대 융합연구원의 목표 달성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경북대는 지난해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최종 선정돼 △연구중심 대전환 △글로벌 아카데믹 모빌리티 증대 △연구중심형 교육혁신 △청년 연구자 타운 조성 △지역상생 오픈교육 등 5개의 추진과제와 세부과제들을 추진 중이다. 정성화 기초학문융합연구원장은 기후변화 및 환경오염 방지와 관련된 연구를 선도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는 하루 평균 10회 이상 인용되고 있다. 또 세계 학술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스칼라 GPS(ScholarGPS)가 발표한 ‘세계 최우수 랭킹학자(Highly Ranked Scholar)’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 HCR)’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연속 선정됐다. 한동석 첨단기술융합연구원장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현 ITTP) 디지털TV/방송사업단 단장으로 재임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자로 알려진 우수 석학이다. 한 원장은 현재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인 경북대 ICT·자동차융합연구센터장으로 재직하며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 삼성디스플레이 기업과제를 수행하고, 2024년에는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대한 공로로 대구시장 표창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상현 바이오융합연구원장은 한국인 최초 미국 보건복지부 국가독성프로그램 project officer, 한국연구재단 신약단장(PM), 한일약리학회 및 아시아태평양 약리학회(APFP) 회장,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기획위원장을 역임했다. 3대 융합연구원 원장들은 학사조직과 독립된 자율적 조직 운영 권한을 부여받아 다학제 연구유닛 구성 및 도전적 연구주제 발굴을 통한 융합연구 체제 구축과 대학 연구력 제고, 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지역산업의 성장과 혁신, 정부출연연구소와의 학연협력플랫폼 구축 등 글로컬대학30 사업 추진의 핵심적․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향후 3대 융합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술 관련 수익 및 실제 창업 성과 등을 통해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방침이다. 허영우 경북대 총장은 “세계적 석학 수준의 연구원장을 임명하고 독립적인 연구원 운영을 통해 기존 연구소와는 다른 대학의 대표 연구소로 브랜드화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3대 융합연구원을 통해 경북대가 연구중심대학 전환의 혁신을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10골 터뜨린 손흥민·1397분 뛴 황인범 ‘공헌’

한국 축구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눈부신 역사를 쓴 과정엔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활약과 가장 많은 시간 그라운드를 누빈 황인범(페예노르트)의 헌신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하며 월드컵 본선을 향한 여정을 마쳤다. 이미 지난 6일 이라크와의 9차전 원정 경기 승리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은 홍명보호는 안방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골 잔치를 벌이며 자축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번 예선에서 한국 대표팀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2차 예선에서 7골, 3차 예선에서 3골을 합해 총 10골을 터뜨렸다. 특히 그는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전에서 A매치 51호 골을 기록하면서 황선홍 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을 제치고 남자 A매치 최다 득점 단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 다음으로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이재성(마인츠)이 2·3차 예선을 통틀어 나란히 5골을 넣었고, 오현규(헹크)와 황희찬(울버햄프턴)이 4골씩 보탰다. 배준호(스토크시티), 오세훈(마치다젤비아), 주민규(대전)가 2골씩 터뜨렸다. 대표팀의 '중원 사령관' 황인범은 가장 많은 시간 뛰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앞장섰다. 황인범은 2·3차 예선에서 1천397분을 뛰었다. 그는 한국이 치른 예선 16경기 중 부상으로 뛰지 못한 지난 3월 월드컵 3차 예선 오만과의 7차전을 제외한 15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황인범 다음으로는 조현우(울산·1천297분), 이강인(1천235분), 이재성(1천185분), 손흥민(1천165분), 설영우(즈베즈다·1천138분)가 뒤를 이었다. 3차 예선만 따지면 조현우(905분), 설영우(902분), 황인범(855분), 이강인(797분), 이재성(784분) 순이었다. 손흥민은 부상으로 3경기를 결장한 탓에 585분을 소화했다. 한편 11회 연속 본선 진출 대업을 이루기까지 총 63명의 선수가 2·3차 예선에 소집돼 힘을 보탰다. /연합뉴스

2025-06-11

마을의 과거와 미래를 품고 살아갈 생명의 상징

지속 가능한 지구 시스템에서 나무는 지구를 지키는 초병으로써 최전선에 서 있다. 지구에 나무가 없다고 상상해 보면, 지구는 의미 없는 먼지에 불과할 것이다. 생명체가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나무 덕분이다. 나무는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물과 공기, 흙을 정화해 건강한 삶을 가능케 한다. 또한 온도와 습도, 바람 등 미기후를 조절하고, 토양 유실과 홍수를 예방하여 지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나무는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생명체를 품고 키우며 지구를 부양하고 보살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며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650살·높이 20m·둘레 6m 노거수 1982년 천연기념물 제318호로 지정 고려 공민왕 때 전쟁에 나간 효자의 “나무를 자식처럼 가꿔 달라”는 전설 오늘날 마을 공동체 정신으로 이어져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나무를 사랑하고 보호해 온 민족이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깃든 숲을 ‘당산 숲’ 또는 ‘마을 숲’이라 불렀고, 그 숲의 나무를 ‘신령이 깃든 당산목’, ‘성황나무’, ‘신지핌나무’라 하여 신성시하였다. 이러한 나무는 액운이나 잡귀의 침입을 막는 마을의 신목으로 여겨졌으며, 훼손은 신체 훼손과 동일시될 만큼 금기시되었다. 이 가운데 역사적·문화적·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당산목, 정자목, 풍치목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이러한 법적 보호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제정된 ‘조선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 제6호에서 비롯되었고, 해방 이후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는 국가유산청에서 관리하며, 산림청은 100년 이상 된 노목, 거목, 희귀목 등을 보호수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1972년에는 전국의 노거수를 일제 조사하여 요건에 부합하는 나무를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보호 대상으로 삼았다. 보호수로 관리되던 나무 중 민속문화적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로 승격된 나무가 있다. 바로 경북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 1428번지의 회화나무 노거수이다. 이 나무는 “나무를 자식처럼 가꾸어 달라”는 유언이 전해지는 전설의 당산나무다. 나이는 약 650살, 높이는 20m, 둘레는 6m에 이르는 노거수이다.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 제318호로 지정되었다. 안내판에는 나이가 400살로 기록되어 있으나, 전설에 따르면 고려 공민왕 시대(재위 1351~1374)에 심어졌다고 한다. 그의 마지막 재임 연도로 계산하더라도 650년이 된다. 전설을 뒷받침하듯, 마을 중심부에 노거수가 자리 잡고 있다. 회화나무 노거수는 나이만큼이나 몸은 노쇠하여 큰 원줄기는 속이 비어 있었다. 주민들은 외과수술과 짐승이나 새, 곤충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촘촘한 방충망 설치와 나무 주변 아스팔트 도로에 유공을 뚫고 지팡이도 선물하였다. 마을 제사를 지내는 당산목임을 표시하는 바윗돌 제단과 금줄이 쳐져 그 위엄만은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있었다. 육통리 회화나무 앞에 서면, 마치 한 세기의 숨결이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듯하다. 속이 비고 몸이 휘어진 나무는 늙은 신령처럼 말없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생명이란 얼마나 질긴 것인가. 줄기 속 공동은 상처지만, 그 틈으로 햇살이 스며들고, 가지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뻗었다. 공존이란 이름 아래, 나무도 사람도 서로의 시간을 감싸 안는다. 생명은 혼자가 아니다. 나무는 말없이 이 마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품고 있다. 회화나무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전설이라고 하지만, 마을의 한 역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려 공민왕 때에 부모님께 지극정성으로 효도하는 김영동이란 젊은 청년이 마을에 살고 있었다. 당시 북으로부터 홍건적이 침입하고 남으로부터 왜적이 침입하여 양민을 학살하고 노략질을 일삼는 바람에 백성들은 편안할 날이 없었다. 19세의 젊은 나이로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에 나갈 것을 결심하고 회화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하며 ‘소자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나무를 자식으로 알고 잘 가꾸어 달라’라고 하였다. 그는 왜구와 싸우다가 전사하자 부모는 그 슬픔을 이겨내려고 아들의 소원대로 회화나무를 보호하고 잘 가꾸었다.” 육통리 마을에서는 전쟁터에서 잃은 귀한 아들처럼, 부모의 마음으로 오늘날에도 정월 보름날 마을에서 가장 정결한 사람을 제주로 뽑아 제사를 지내고 있다. “나무를 심고 귀한 자식처럼 보살피고 가꾸어 달라고 유언한다.” 이보다 더한 노거수 사랑이 있겠는가 싶다. 우리 조상들의 나무 사랑과 지혜는 이 고사와 전설을 통해 더욱 빛난다. 국가유산청이 시행하는 2022년 자연유산 보존에 앞장선 마을 대표에게 수여하는 ‘당산나무 할아버지’ 상을 육통리 김상동 이장이 받았다고 마을 주민 한 분이 귀띔해 주었다. 육통리 천연기념물 회화나무는 단순한 노거수를 넘어, 수백 년간 마을 사람들의 정성과 믿음을 품고 자라온 살아 있는 역사이자 문화유산이다. 고려 시대 청년의 효심과 나라 사랑에서 비롯된 전설은 오늘날까지도 마을 제사와 공동체 정신으로 이어지며, 나무를 자식처럼 보살피고 가꾸어 온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에 대한 깊은 존중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이 ‘당산나무 할아버지’ 상을 수여한 것도 이러한 공동체의 노력을 인정한 것이며, 회화나무는 앞으로도 마을을 품고 또 다른 백 년을 살아갈 생명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필자의 시 ‘회화나무 앞에서’ 바람은 묻는다 그대는 몇 해를 살아왔느냐고 줄기 깊숙이 숨은 옛 전설이 잎사귀마다 흔들린다 전쟁터에 나선 아들의 유언처럼 나무는 자식이 되고 부모는 나무와 함께 세월을 견뎠다 속이 텅 빈 몸 지팡이 몇 개에 의지하며 그늘을 나눠주는 노거수 마을의 기둥은 쓰러지지 않는다 신령이 깃든 나무 아래 주민의 기원이 피어난다 또 다른 백 년을, 육통리 마을을 품고.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6-11

섬유개발원-창원대 ‘우주항공 첨단소재’ 개발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국립창원대는 지난 5일 우주항공 분야 첨단섬유소재 공동 연구와 기술 발전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산업부 ‘산업용 섬유 얼라이언스’ 출범과 과기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 고도화 등 정부의 핵심 정책과도 부합한다. 세부적으로 우주항공 및 방산 분야에서 요구하는 첨단섬유소재의 기술 자립화와 새로운 적용 분야 확대 및 전문 인력 양성 체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내용은 △우주·항공 분야 첨단소재 공동 연구, △기술 교류를 위한 협력,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인적·물적·시설 지원 등이다. 특히, 우주·항공분야 적용 소재의 국산화, 차세대 첨단소재(스텔스·우주방사선 차폐 등) 및 인공위성 핵심부품 등의 공동 개발, 우주항공청의 신사업 발굴과 연계한 공동 연구 추진 등을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김성만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은 “우주항공분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첨단 섬유기술의 고도화가 중요한 시점이다”며 “국립창원대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을 선도하고,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핵심소재 개발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미래모빌리티, 로봇, ABB, 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과 섬유소재 기술의 융합을 선도하는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이다. 국립창원대는 올해 3월 사천시 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에 우주항공캠퍼스를 개교했으며, 지역의 우주항공 산업 기반과 연계해 전문 인재 양성을 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6-11

대구·대구상의, ESG 경영컨설팅 킥오프 회의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는 ‘2025년 대구지역 ESG 경영 지원사업’ 컨설팅 참여기업 8개사와 함께 킥오프 회의를 지난 9일 개최했다.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경영 패러다임으로, 최근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장기적인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대구상의와 대구시는 지역 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제적으로 대응 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업체별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컨설팅은 기업의 ESG 역량에 맞춰 입문 단계와 성장단계로 구분해 실시한다. 입문단계에는 ㈜동신금속, 고광산업㈜ 2개사가, 성장단계에는 삼보모터스㈜, 농업회사법인㈜영풍, ㈜세원정공, ㈜티에이치엔, 와이제이링크㈜, 삼우기업㈜ 6개사로 총 8개사가 참여한다. 회의에 참여한 A사 관계자는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번 컨설팅을 통해 ESG 경영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길 대구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대구시와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ESG 경영이 우리 지역에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1

대구·경북중기청, 기술 창업 중심지 도약 뒷받침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10일 김천 호텔로제니아에서 ‘대구·경북 초격차 스타트업 커넥팅 데이’를 개최하고, ‘유관기관 거버넌스’를 공식 출범했다. 이번 행사는 대구·경북 지역의 유망 딥테크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대기업·중견기업 및 투자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차세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지원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기환 대경중기청장을 비롯해 한국엔젤투자협회,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대구대학교 창업지원단 등 지역 창업지원기관과 초격차 스타트업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유관기관 간 업무협약을 통해 초격차 기업 발굴, 공동 프로그램 운영, 투자 연계 등 전 주기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한,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선정된 지역 기업 5개사를 대상으로 현판 수여식이 진행됐으며, 이들은 향후 기술사업화, 스케일업, R&D 자금지원 등을 통해 본격 성장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현판식 이후에는 초격차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수요기업과 스타트업 간 1:1 밋업 프로그램과, 투자 IR 데모데이도 함께 진행됐다. LG사이언스파크, DB손해보험 등 대·중견기업과의 밋업을 통해 실질적인 협업과제(PoC) 발굴이 이루어졌으며, KDB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9개 투자기관이 참여한 IR을 통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였다. 정기환 대경중기청장은 “초격차 스타트업은 산업의 미래를 이끌 핵심 주체”라며 “지역 유관기관과 함께 발굴부터 투자까지 전주기 지원체계를 강화하여 대구·경북이 기술창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1

대형마트 휴무, 법정공휴일 강제 법안 추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고정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 결정권을 폐지하고,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고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요일이나 특정 공휴일에 강제로 문을 닫아야 한다. 대구시는 2023년 2월 전국 특·광역시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시행했다. 대구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전국으로 확산돼 이마트는 점포 155곳 가운데 63곳이, 롯데마트는 111개 점포 중 39곳이 평일 휴업을 하고 있다. 의무휴업일 변경이 이뤄진 2023년 2월부터 7월까지 대구지역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지역 전통시장과 음식점은 각각 전년 대비 32.3%, 25.1% 매출 증대를 기록했다. 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한 소비자 긍정 답변도 87.5%에 달하는 등 제도 정착이 완료된 상황이여서 법안 통과시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공휴일 매출이 평일 대비 2배가량 많은데 공휴일 의무 휴업이 도입되면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 고전하고 있는 마트들은 사실상 문을 닫게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마트 노동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대형마트 종사자는 “최근 대형마트들이 문을 닫고 철수하는 사례가 대구에서도 일어나고 상황에서 휴무일을 강제한다면 마트의 매출은 하락할 것이고, 이는 곧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노동자를 위한 법안이 노동자를 옥죄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시대 상황을 보고 그에 맞는 현명한 법안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시민 이은아(39)씨는 “주말에 대형 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전통시장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을 더 많이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 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은 민주당이 지난 3월 발표한 20대 민생 의제에는 포함됐으나,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집에 대형 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전략적 차별화 통해 글로벌 플랫폼 도약”

“질적 성장과 전략적 차별화 통해 글로벌 MICE 플랫폼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신임 전춘우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의 포부다. 전 사장은 지역 전시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엑스코의 발전을 위해 조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 사장은 “엑스코는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지닌 복합 조직”이라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조직 구조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직 내 소통과 유연한 변화 대응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디지털 전환(Digital Customer eXperience, DCX) 기반의 현장 중심 경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ESG 중심의 지속 가능 경영체제로의 빠른 전환도 핵심 과제로 내다 봤다. 내부적으로는 수평적이고 공정한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임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성과가 인정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목표로 잡았다. 동시에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실현해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 사장은 “엑스코가 현재까지 연간 120여 회의 전시회와 1800건 이상의 컨벤션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지역 대표 MICE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면서 “ ‘질적 성장’과 ‘전략적 차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시·컨벤션 허브로 거듭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을 결합한 스마트 전시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전시문화를 위해 글로벌 친환경 기준을 도입하고, 디지털 기반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화 전시회를 집중 육성 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 사장은 “미래혁신기술, 그린에너지, 소방·안전·의료 등 대구·경북의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대형화·전문화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며 “전시회와 수출상담회를 연계한 비즈니스 플랫폼 기능도 강화해 지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엑스코는 글로벌 MICE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에 발맞춰 국제 바이어와 해외 유망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전시회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 사장은 “미래 차, 바이오헬스, 에너지 산업과 같은 미래 전략산업 중심의 전시회를 대형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 산업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국제기구 및 해외 유수 전시 주최자들과 협력해, 엑스코만의 독창적이고 전문화된 콘텐츠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구 시민에게 포부도 밝혔다. 전춘우 대표이사 사장은 “엑스코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지역 경제와 산업을 견인하고,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핵심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엑스코가 시민의 자부심이 되는 공간, 청년들에게 꿈과 기회를 주는 플랫폼, 그리고 지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동반자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역사회와의 상생,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다양한 공헌 활동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엑스코는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글로벌 MICE 중심지로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해 나갈 것이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1

6월 대구·경북 분양시장전망지수 큰 폭 상승

6월 대구·경북 지역 아파트분양전망지수가 크게 상승하며 분양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의 여파가 소비자의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다. 11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1.3포인트(p) 상승한 94.6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2.5p (107.1→104.6) 하락 전망됐으며, 비수도권은 2.2p(90.3→92.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대구는 11.2p(78.3→89.5), 경북 15.4p(84.6→100.0)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비수도권에서 전망지수가 상승한 것은 대선 이후 차기 정권에서 지방 미분양아파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대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이며 현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 역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대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63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2월 평균 매매가(1155만 원) 이후 2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수치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의 경우 같은 달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9065가구로, 지난해 동월(9667가구) 대비 약 600가구가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은 금리 흐름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인하하면서 장기간 침체돼 있던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사이 네 번째,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인하다. 금융권에서는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가 2.25%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 등 지방에서도 매수 심리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됐던 일부 외곽 지역에서도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거래량 회복이 예상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주요 입지에 위치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안정 및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기준금리 인하는 지방 광역시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긍정 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특히 크게 위축됐던 대구, 부산, 광주 등의 광역시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실수요자 유입이 늘고, 지역별 회복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1

국가 AI 인프라의 미래… ‘경북과 포항’을 중심지로

초거대 AI 시대를 앞두고 포항과 경북이 국가 전략 인프라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과 이상휘 국회의원(포항 남·울릉)이 공동 주최한 ‘국가 AI 인프라의 미래, 경북과 포항의 전략적 가능성’ 정책토론회가 1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경상북도·포항시·경북연구원이 공동 주관했고 초거대 AI 시대를 대비해 에너지·데이터·인재가 결합된 지역 기반 AI 연산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행사에는 산·학·연 전문가 및 중앙·지방정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기조 발제는 차인혁 경상북도지사 미래 전략 특별고문이 맡아 ‘글로벌 경쟁의 거대 변화와 한국형 AI 컴퓨팅 거점의 전략적 상상’을 주제로, 고성능 연산 인프라 확보의 국제 경쟁 상황과 함께 포항의 전력·지리·데이터 인프라 장점을 소개했다.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KT, 한동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네이버 클라우드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방 기반의 AI 컴퓨팅센터 유치 필요성과 실행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전문가들은 특히 원전 기반의 청정 전력망, 방사광가속기 등 대규모 과학 데이터 생산 인프라, 태평양 해저 광케이블 연계 글로벌 네트워크 등 포항이 가진 조건이 AI 컴퓨팅센터 설립에 매우 유리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수도권 편중을 극복할 지방 중심 국가전략 인프라 모델로서 포항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김정재 의원은 “AI는 전 산업의 전략 인프라이며, 포항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복합 조건을 갖춘 도시”라며, “국가 AI 인프라 전략이 실질적 실행력을 갖추려면, 전력·부지·인재 등의 조건을 갖춘 포항을 거점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휘 의원은 “AI는 국방·외교·경제를 포괄하는 전략 기술이며, 포항은 AI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전략 카드”라고 강조하며 “수도권과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포항 중심의 지역 주도 AI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입법적·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6-11

소나무 향 따라 맨발로 걷는 북천수

포항 북송리 북천수(北川藪)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숲 중 3번째로 긴 숲이다. 조선 철종 때 조성된 북천수는 오래된 지명의 향기를 지닌다. 북천의 숲이라는 뜻으로 곡강천의 다른 이름인 북천에서 유래했다. 예로부터 주민들은 북천의 물길을 따라 논과 밭을 일구었다. 가물어도 북천수가 마르지 않으니 생명의 젖줄이라 불렀다. 그 세월을 말하듯 지금도 그 옆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잠시 숨결을 고르는 듯하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그 길에 들어선다. 소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여서 햇살도 새소리도 부드럽다. 북천수 산책로는 잔돌과 흙이 동시에 밟혀 나 같은 맨발 걷기 초보자에게는 발걸음을 떼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맨발로 걷는 경험은 눈이 아닌 발로 세상을 다시 읽어내는 일이 아닌가. 흙의 온도, 잔돌의 감촉, 마른 솔잎의 간지러움까지, 나는 시각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발바닥이 전달하는 감각으로 주변을 인식하기 위해 노력해 본다. 세상과 나 사이에 있던 어지러운 고민들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 같다. 문득 김훈 소설가의 ‘자전거 여행’ 책 속 문장이 떠오른다. “나는 걷는다. 걷는 것은 곧 생각하는 것이다.” 걸음을 옮기며 시공간을 통과하는 행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유의 흐름에 빠지게 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작가의 표현처럼 나는 북천수 솔숲 길을 맨발로 걷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왜 늘 빠르게 걸었을까. 무엇을 향해 그리 바삐 살아왔던 걸까. 내 이마에 땀 한 줄기 흐르고, 저녁노을이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에 스며들기 시작할 즈음, 나는 한동안 생활하면서 천천히, 여유롭게, 걷는 법을 잊고 지냈던 일상을 회상한다. 북천수를 거닐 때처럼 느리게 걸어야 바람의 결을 느낄 수 있고, 나무 향을 맡을 수 있으며, 풍경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람에 솔향이 섞여온다. 곧게 뻗은 소나무 숲은 바람을 타고 진한 송진 냄새를 풀어낸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시간, 마음속 깊이 잠들었던 유년시절 고향의 뒷산 소나무 숲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기억의 편린이 불쑥 되살아나 잠시 그리움에 젖어든다. 솔방울을 던지다가 다람쥐나 청설모를 만나면 그 뒤를 쫓아 내달리던 추억이 생각나서 웃어본다. 소나무 우듬지 사이로 새가 날고 있다. 이름을 모르는 작은 새가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옮겨 다니며 노래한다. 어떤 날은 곤충이 지나가며 흔적을 남기는 것을 보고, 또 어떤 날은 반려견이 가족과 발자국을 흙 위에 찍고 지나가는 것을 본다. 이 숲길은 사람만의 길이 아니다. 새와 곤충, 동물이 함께 다니는 생명의 오솔길이다. 산책로 중간쯤에는 오래된 정자가 있다. 사람들이 앉거나 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편안한 자리다. 나도 그곳에서 고요히 눈을 감는다. 그러면 햇살이 내 무릎 위에 가만히 내려앉고 나뭇잎 그림자가 내 등에 업힌다. 포근하다. 그 순간부터 정자는 나에게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마음이 한 뼘 자라는 공간이 된다. 때마침 북천수 소나무가 노래를 들려준다. 솔바람과 새와 더불어 나지막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마치 시간이 흐르는 소리 같다. 어릴 적 외할머니가 우물가에서 빨래를 할 때였다. 맑은 물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하얀 비누 거품이 떠내려가던 그 장면처럼, 북천수도 지금 그렇게 시간을 씻어 내며 흐르고 있는 듯하다. 나는 다시 걷는다. 맨발로 조심조심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발바닥이 말해주는 촉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며, 소나무 향기를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발끝으로 세상을 느끼고, 차분한 숨결로 시간을 받아들인다. 그 단순한 행위가 지금 내 마음을 맑게 비운다. 내가 걷는 북천수 길이 곧 생각의 자리이자 삶의 중심이 되는 것 같다. 나의 두 눈 가득 맺히는 북천수 길이 정겹다. 앞으로도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소나무 향기를 따라 맨발로 걸으리라. 북천수에서의 저녁, 붉은 노을이 숲에 번지면 새들이 날아든다. 그 풍경을 눈에 담으니, 소나무 숲에서 위로받은 나의 하루가 조금은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정미영 수필가

2025-06-11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면서

우리나라 연극계 두 노장의 마지막 무대라고 하길래, 또 까마득한 옛날 봤던 연극을 다시 보는 것 역시 의미있다 싶어 예매했다. 이정희 교수도 마침 보고 싶었던 참이라며 함께 했다. 막이 오르면 그다지 크지도 높지도 않은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무대 뒤에 서 있고, 앞쪽엔 넓지 않으나 두 사람 정도가 앉을 만한 낮고 평평한 돌 하나가 있다. 그 돌에 앉아 불편한 신발을 벗으려 애쓰는 주인공. 그렇게 시작하는 연극은 거의 50년 전 대학생 시절에 봤던 ‘고도를 기다리며’와 똑같았다. 똑같은 건 그것뿐이었다. 그 옛날 탐구심과 지적 욕구도 왕성했던 대학생 때, 연극을 본 후 뭔가 아는 척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연극이었던 기억밖에 없다. 하긴 은사이신 김춘수 선생님께 무의미시를 배우면서도 그 의미를 몰랐던 때였으니 부조리 연극이라고 한 이 작품을 이해하긴 어려운 젊음이었으리라. 하니 이 연극을 볼 거라는 나에게 남편도 ‘재미없는 걸 왜 보는데’ 했고 나는 ‘그러니 지금은 어떨지’ 대꾸했다. 두 주인공의 대사는 말 그대로 동문서답이 대부분이다. 대화를 하지만 그들은 각자가 지껄이고 싶은 걸 말한다. 서로 뭔가에 대해 묻지만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고, 대답하지만 듣지도 않는 맥락없는 대화다. 잠시 뒤에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하는 대사가 또 오간다. 무엇인지 누구인지도 모를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날이 무한 반복되는 듯한 2막의 연극을 숨죽여 웃으며 봤다. 그러면서 그들의 대사가 내겐 참으로 현실감 있었고 전혀 부조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로 어제의 경험이 자꾸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손주 둘과 근처 공원에 갔다. 집에만 무료히 있느니 더워도 바깥에 나가 땀 흘리며 노는 게 나을 듯해서 제안했더니 둘 다 퀵보드를 타고 신나게 앞장섰다. 난 혼자 심심할 듯하여 강아지에 목줄 채워 데리고 나갔다. 따갑고 무더운 볕도 아랑곳 않고 퀵보드를 타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그늘은 많지 않았다. 볕은 뜨겁고 오후의 그늘은 아직 길지 않았다. 나무 아래엔 이미 안늙은이 서넛이 앉아 있었지만 더위를 피할 곳은 그들 가까운 벤치밖에 없었다. 옆의 벤치에 앉고 강아지도 앉혔다.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를 의도치 않게 듣게 되었다. 잠시 후 한 분의 노인이 오시자 모두들 반가워하시길래 아는 분인가 보다 여겨 내 옆자리를 양보해 그들과 가까이 앉게 했다. 강아지에 시선을 주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한 분이 며칠 후의 자신 생일날 옆에 있는 분들을 초대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내 옆에 앉는 분에게도 그 얘기를 다시 시작했다. 또 한 분은 텀블러에 담아 온 커피를 옆자리의 노인에게 권했고 노인은 집에서 두 잔이나 마셨다며 사양했다. 그럼에도 서너 번을 더 커피를 권했고, 또 서너 번을 사양했다. 생일 초대의 노인은 작년의 생일을 장황하고 자랑스레 얘기하고 올해의 생일날 계획에 대해 또 말하기 시작했지만 그 말에 귀기울여 듣는 사람은 딱히 없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또 한 분의 노인이 휠체어를 능숙하게 몰며 벤치와 벤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고 커피를 권하던 노인은 또 커피를 권하고, 생일 초대의 노인은 또 생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본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이 아니라 리얼리티 연극이었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06-11

대구 수성구, 국가기록관리 국무총리 표창

대구 수성구는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국가기록의 날’ 기념식에서 국가기록관리 유공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국가기록관리 발전과 기록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은 것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수성구와 부산 수영구 두 곳만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수성구는 대구시 및 9개 구·군 중 최초 수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수성구는 체계적인 기록관리 계획 수립과 적극적인 업무 추진, 높은 업무 완성도를 인정받아 대구시 기록관리 실태 점검에서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행정박물을 활용한 기획전시회를 통해 직원들의 기록물 인식을 개선하고, 주민의 애향심을 높이며 기록문화 확산에도 기여했다. 이외에도 근현대사 아카이브 사진집과 ‘동지(洞誌)’ 제작을 통해 행정·구술·민간 기록을 통합한 지역 공동체 기억의 기록화에도 앞장섰다. 또한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주관한 행정데이터세트 및 응급복원키트 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보존환경 구축, 정보공개 빅데이터 분석, 공인관리시스템 도입 및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도 개선과 기록관리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수성구의 어제와 오늘의 기억을 미래 세대에게 잘 전할 수 있도록 기록관리와 기록문화 서비스 제공에 더욱 힘쓰겠다”며 “행정기관의 기록관리를 넘어, 구민 누구나 함께 참여하고 누릴 수 있는 ‘기록 도시 수성’, ‘행복 수성’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1

여름과 더위 관리

여름이 시작됐다. 낮의 기온이 점점 오르고 있어 야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조심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 강한 햇볕 아래 오래 서 있거나 밀폐된 실내에서 일하는 동안 체온 조절 기전이 무너지면 신체는 마치 증기로 가득 찬 압력솥처럼 내부 열을 배출하지 못한다. 심부 체온이 40℃를 넘어서면 단백질이 변성되고 효소의 촉매 활동이 멈추며 뇌∙간∙신장 같은 장기에 문제가 생긴다. 어지럼, 두통, 피부 홍조와 건조감이 경고 신호인데, 의식 혼미나 경련까지 나타나면 일사병에서 열사병 단계로 치닫는다. 응급조치는 간단하면서도 즉각적이어야 한다.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 땀 증발을 돕고, 얼음팩을 목·겨드랑이·사타구니에 대어 중심부 혈관을 식힌다. 물을 마실 수 있으면 미지근한 물로 수분과 전해질을 함께 보충하는 편이 안전하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더위로 열이 치솟고 진액을 소모한다는 관점으로 본다. 열을 식히고 진액을 채워야 장기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열이 맹렬하게 치솟을 땐 석고가 주약인 백호탕 계열이 열독을 꺼 주고, 붉고 건조한 피부에 답답함과 초조한 증상은 황련해독탕으로 심화를 내려 해결한다. 땀을 지나치게 흘린 뒤 맥이 약하고 갈증이 계속되면 인삼·맥문동·오미자를 배합한 생맥산을 먹으면 기운이 나고 진액이 차오른다. 노인의 경우 열사와 함께 기혈 손상이 동반되기 쉬워 황기·당귀·백출을 더한 청서익기탕을 써서 체력 회복을 돕는다. 차로 즐기기 좋은 녹두·연교·금은화는 가슴의 열을 내리고 약성이 부드러워 가정 상비 음료로 무리가 없다. 한약 관리 못지않게 생활 관리를 병행해야 치료 효과가 좋아진다. 가장 먼저 수분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 한 번에 벌컥 마시면 위장만 늘어나고 흡수가 늦어지니, 미지근한 물이나 염분이 약간 섞인 보리차를 15~20분 간격으로 소량씩 나누어 마신다. 몸 안 열기를 빼려면 체표 순환을 원활히 해야 하므로 얇고 땀 흡수가 좋은 면∙마 소재 옷을 선택하고, 모자나 양산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한낮 실외 작업은 가급적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4시 이후로 미루고, 꼭 밖에 있어야 한다면 그늘에서 10분씩 휴식하는 ‘쿨링 브레이크’를 습관으로 만든다. 실내 온도가 30℃ 가까이 오르면 선풍기만으로는 대기 온도 자체가 내려가지 않으니 에어컨을 26~27℃로 가동해 습도와 열을 동시에 잡는다. 발에 열이 몰리면 수면의 질도 떨어지므로 자기 전 미지근한 물에 발을 10분 담그는 족욕이 도움이 된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야외에서 평소보다 숨이 가빠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면 즉시 그늘로 들어가 몸을 식히고 물을 마셔야 한다. 이미 열사병으로 진행된 경우엔 응급조치 후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야 한다. 고열과 의식 저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름볕은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으로 내리쬐지만, 그 열기를 이겨낼 준비를 갖춘 사람에겐 더 이상 공포가 되지 않는다. 자신을 식혀 줄 물 한 모금, 그늘 아래 짧은 휴식, 그리고 진액을 보충해 줄 한방 차 한 잔을 곁에 두면 긴 여름도 충분히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6-11

iM사회공헌재단, 제4기 iM어린이합창단 발대식 개최

iM사회공헌재단이 최근 iM뱅크 제2본점에서 미래세대 어린이를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문화지원사업인 ‘iM어린이합창단’ 발대식을 진행하고 후원금을 전달했다. 다문화 및 비다문화 아동 31명으로 구성된 iM어린이합창단은 올해로 4기째를 맞았으며, 대구서구가족센터에서 어린이 선발 및 운영관리를, 한국클래식음악교수협회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업소개 및 프로그램 공유, 임명장과 단원증 전달식을 통해 소속감 고취와 합창단 활동 의지를 다졌으며, 발대식을 위해 2개월여간 준비한 동요와 율동으로 작은 음악회도 함께 선보였다. 특히 iM사회공헌재단은 단순 교육 지원에 그치지 않고 활동복과 교통비, 단체 문화공연 관람 기회, 수료 후 장학금 지원 등 합창단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동기를 함께 부여하며 미래세대 아동 지원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다. iM사회공헌재단 황병우 이사장은 “매주 본사 사옥에서 어린이들의 환한 미소와 함께 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지원사업을 통해 지역과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ESG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M사회공헌재단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정기적인 미래세대 아동 및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지역아동센터 운영, 문화행사 지원, 아동복지시설 지원 등 다양한 복지증진사업 등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미국, 이민의 나라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극소수 본토 인디언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미국인은 이민자들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조차 그들의 뿌리는 다른 나라에 있다. 그런 미국이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주위군을 투입한 데 이어 급기야 해병대까지 동원하겠다는 위협을 쏟아낸다. ‘불법체류자’라는 용어가 쉽게 사용되지만 사실 ‘서류가 미비한(undocumented)’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 대부분은 열심히 일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 미국경제는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이민자의 희생과 노동 위에 세워진 나라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미국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다. 그 덕분에 미국은 산업과 경제를 일구었고 성장과 발전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중국인 노동자들의 대륙횡단 철도건설, 멕시코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농업 현장 점유율, 실리콘밸리의 이민자 출신 기업가들, 의료계를 지탱하는 이주 의료진, 건설현장과 서비스업계에서 이주노동자들 없이는 미국이 경제적 위기를 견디기 어려웠을 터이다. 정부와 극우 보수층이 몰아세우는 이들은 오늘도 직장에서 농장에서 가정에서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하게 일하고 있다. 그들을 몰아세우는 일이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는 ‘우리는 모두 이민자의 후예다’라 자랑스럽게 적는다. 미국 정부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불법체류자들을 범죄자로 낙인찍는다. 미국의 근본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불법체류자 강제추방정책에 맞선 저항이 거세다. 미국 각지 법원은 행정부의 과잉단속에 법적제동을 건다. 미국의 진보는 인종주의와 배타주의에 맞선 투쟁을 거듭해 왔다. 미국이 더 넓은 포용과 정의를 향해 나아가면서 진정한 힘을 발휘해 왔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군을 동원하는 모습은 6개월 전 대한민국에서 목격했던 부끄러운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는 이민자들을 미국의 위협으로 간주하며 백인 중심주의로 회귀하려 한다. 그들은 엄연한 역사적 진실을 애써 외면한다. 선량한 시민들의 합법적인 저항을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다. 군대는 국민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미국 사회는 정부의 강경책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수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미국이 여전히 ‘이민의 나라’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미국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미국이 이민자의 기여를 부정하고 백인 중심의 폐쇄적인 사회로 돌아선다면 스스로 택하여 쇠퇴의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목소리를 내며 행동하는 미국인들은 그들의 저항과 노력이 정부의 독주를 막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민자로 살면서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열심히 살아가는 ‘서류미비체류자’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으며 추방하려는 일은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스스로 뿌리를 부정하는 일이며 오늘 사회공동체를 훼손하는 일이다. 미국이 ‘자유의 여신상’ 아래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이민의 나라 미국이 위기에 빠졌다. /장규열 고문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