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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철강왕 박태준의 리더십과 시대정신

대한민국 사상 첫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조국근대회의 기틀을 다진 세계적인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지난해 13일 8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오늘이 박 회장의 서거 1주기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함께 박 회장의 리더십과 시대정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박 회장의 리더십은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주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강철같은 추진력과 결단력, 무소유의 청렴성으로 표현된다.박 회장은 포스코를 글로벌 철강사로 성장시키며 세계 7위권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데 주춧돌을 놓은 한국 경제의 큰 별이다. 이 거대한 역사는 박 회장의 헌신적인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평가받는다.박 회장의 `제철보국`과 `우향우 정신`은 오늘날 글로벌 포스코의 DNA로 살아숨쉬고 있다. 조상의 혈세를 뿌린 제철소 건설사업이 실패하면 모두 영일만 바다에 모두 몸을 던져 죽자`는 박 회장의 애국정신이 스며있다.박 회장의 부정 축재 등 부패를 멀리한 청렴성과 끝까지 축재를 외면한 `무소유 경영`은 국가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시대정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1970년 가을 무렵 보험회사가 리베이트로 제공한 6천만원 전액을 `재단법인 제철장학회`설립의 종잣돈으로 사용했다. 그는 창업자이지만 지금까지 회사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한 적이 없다. 임원들이 `스톡 옵션`매입 및 처분하는 행태를 보고 격노했다는 일화도 있다. 2000년 40년간 거주하던 아현동 소재 주택을 처분해 사회에 환원했고,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검소하고 청빈한 삶을 지켰다.1977년 3기 설비가 공기지연으로 고전하고 있을 당시 발전 송풍 설비 구조물 공사에서 부실이 발견되자 80% 정도 진행된 상태였지만 부실공사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모두 폭파시켜 버렸다. 부실의 여지를 애초부터 없애버리는 공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데 충실했다.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박 회장의 리더십을 `태준이즘(Taejoonism)`으로 규정했다. 태준이즘은 `불가능을 이겨낸 남다른 추진력과 개인적 욕심을 물리치고 공익을 추구한 정신`이라고 정의했다.포항 명예시민 1호인 박 회장은 비록 고인이 됐지만 여전히 포스텍 노벨동산을 지키고 있다. 생전에 노벨과학상 수상을 염원하며 자신이 이름지어 놓은 노벨동산에 조그만 조각상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국가와 민족을 외치는 많은 지도자들에게 `태준이즘`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2012-12-13

근본적인 전력수급 대책 필요하다

한파 속에서 전력수급이 연일 살얼음판이다. 56년만의 강추위가 전국을 강타하고, 혹한으로 전기사용이 급증하면서 아차하는 순간에 대정전 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전력수급 상황이 비상이다. 전력거래소는 11일 오전 한때 순간 예비전력이 350만KW 미만으로 하락하자 전력경보 `관심`단계를 발령했다. 하루 전에도 오전의 순간 전력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오후에는 예비전력이 400만KW 미만인 상태가 계속돼 36분간 관심단계에 돌입했다. 청주 산업단지에서는 정전으로 일부 업체가 조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전력당국은 수요관리와 전압조정, 구역 전기공급 확대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전력대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최근 들어 벌써 세번째 관심 경보가 발령된 전력수급난은 이번 겨울내내 지속될 전망이어서 큰 걱정이다. 현재 원전 5기가 가동 중단돼 468만KW의 전력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 반면 강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추세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수급조절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음 달까지 전력 예비율은 100만KW대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작년 9·15 대정전 사태가 이 수준에서 순식간에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원전 1기라도 갑작스런 고장으로 멈춰서면 대혼란이 우려되는 것이다.이런데도 전력당국은 기업을 상대로 수천억원의 보조금을 주면서 수요조절을 통사정하고, 기온이 올라 전기사용이 줄어들기만을 학수고대 하는 딱한 모습이다. 언제까지 기업과 하늘을 쳐다보며 마음을 졸여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전력위기가 이처럼 아무런 대책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전체 발전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원전 가운데 수천개의 짝퉁 부품이 사용된 영광 5·6호기가 최근 부품교체를 위해 멈췄는데도 구체적인 전력수급 보완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여름에는 폭염으로 예비전력이 200만KW대로 떨어져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주의`경보가 발령됐지만 절전운동 이외에 다른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래저래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을 늘릴 대안이 없는 전력당국의 고충은 이해가 간다. 잦은 고장과 비리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마당에 새로운 원전 건설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화력발전소 건설도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곳곳에서 무산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당장 전력부족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급한대로 수요관리에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계절마다 반복되는 절전대책은 점차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전력당국은 국민에게 절전을 호소하는 무책임한 카드를 꺼내기 전에 근본적인 전력위기 해소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12-12-12

경북 초·중 무상급식 확대 좋아만 할 일 인가

내년부터 경북지역에서는 읍지역 초·중학생까지 무상급식이 확대된다. 경북도교육청은 올해 면지역 초·중학생 무상급식에 이어 내년도에는 읍지역 초·중학생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한다고 11일 밝혔다. 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읍지역 초·중학생 4만2천17명의 무상급식을 위해 188억원을 증액했다. 총 비용은 올해 면지역 초·중학생 1만2천474명 무상급식비 56억원을 합한 244억원이다. 이 가운데 50%를 도교육청이 부담하고, 나머지 50%는 경북도와 각 시·군이 분담한다. 도교육청은 소규모 초등학교와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도 지원하고, 일부 시는 추가로 학생에게 급식비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은 일부 시 지역의 추가지원자를 더하면 도내 전체 초·중·고교생의 50%인 16만6천540명에 이른다.당초 도 교육청은 오는 2014년까지 전체 학생의 50%까지 학교급식비를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각 시·군의 적극적인 참여로 조기에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포항시, 안동시, 구미시, 상주시에서는 읍지역을 넘어서 동지역 일부와 군지역의 병설유치원까지 포함, 무상급식비를 86억원이나 추가 확대지원했다. 군위군은 군 자체 예산으로 고등학생까지 무상급식을 지원했다.무상급식은 세금을 재원으로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급식을 말하는 데, 전면 시행을 두고 논란이 적지않은 사안이다. 무상급식 논란은 지난 2011년 서울시에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은 교육감선거와 지방선거의 여론을 의식해 불가피하게 저소득층 30%에게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시작으로 중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주민투표까지 실시했으나, 투표율 미달로 부결돼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는 파동을 겪었다.무상급식 제도는 한정된 교육재원을 교육의 질 향상이 아니라 `먹이는 데`소모하는 결과를 낳기에 반대론자들의 논리도 귀담아 들을 바가 있다. 실제로 모 여론조사기관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현재 학교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1순위가 CCTV 확충 및 경비 인력 상주, 2위가 낡은 건물 보수 및 시설물 관리비 투자, 3위가 방과 후 학습 강화, 4위가 무상급식이었다고 한다. 기초지자체의 도움으로 경북지역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경북도교육청이 읍지역 초·중학생 4만여명의 무상급식을 위해 증액한 188억원의 교육예산이면 학교 강당 18개를 새로 지을 수 있는 큰 돈이라는 점은 생각해 볼 대목이다.

2012-12-12

북, 로켓 발사 이제라도 접어라

북한이 10~22일로 예고했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을 사실상 연기했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기자와 가진 문답을 통해 “일련의 사정이 제기되어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광명성-3`호 2호기 발사 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변인은 `일련의 사정`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구체적 속사정이야 두고 보면 알겠지만, 빠르게 긴장이 고조되던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결 구도에 잠시나마 숨통이 트인 듯해 다행스럽다.북한은 지난 1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받들어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고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했다. 그후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3단 로켓을 장착하고 로켓 동체 및 통신 점검 등 발사 준비를 다그쳐 왔다. 이르면 8일부터 로켓에 연료를 주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8일 낮부터 동창리 주변의 발사준비 작업이 중단되는 등 이상징후가 포착됐다고 한다. 정부 당국은 기술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발사 시기 조절을 검토하는 주체를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이라고 한데서도 그런 추론이 가능해진다. 혹한으로 관련 기기에 장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일각에서는 북한의 로켓 발사 예고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을 중단시키고자 전방위적인 `설득외교`를 전개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끝내 로켓을 발사하면 지난 4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따라 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하기로 했다. 미국은 2005년의 대북 금융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새로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가 과거와는 달리 `한반도의 정세와 유엔 안보리 유관 결의의 제한`등을 이유로 “신중히 행동하기 바란다”고 경고한 것도 북한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경위야 어떻든 북한이 예고했던 10~22일 사이에 로켓 발사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주기(17일)와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 체제 출범 1년을 맞아 쏘아 올리려던 계획은 일단 무산될 공산이 크다.이렇게 된 이상 북한 지도부는 이제라도 마음을 바꿔 먹기를 바란다.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로켓 발사로 북한이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경제 재건을 하려면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룰을 지켜야 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2012-12-11

대선 공약들, 구체적 실천방안 있나

대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여야 공약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0일 각각 중산층 재건과 인권정책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박근혜 후보는 이날 20대 분야 201개의 국민행복 약속을 담은 정책·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를 발표하고, 국민들이 빚 걱정, 집 걱정, 교육 걱정, 일자리 걱정 등에서 벗어나 무너진 중산층을 재건해 증산층 70% 사회를 만드는 것을 국정 목표로 삼았다. 박 후보는 `빚걱정 줄이기`와 관련, 최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320만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고, 금리 20%이상 대출을 저금리 장기상환 은행대출로 전환하는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집걱정 줄이기`를 위해서는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저렴한 보증금 및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집주인(임대인)이 전세보증금 해당액을 본인의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고, 세입자(임차인)는 대출금 이자를 납부하는 형태의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육아 걱정 줄이기`에서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아빠의 달`도입, 자녀장려세제와 셋째아이 대학등록금 전액지원, 0~5세 보육 및 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시 등이 제시됐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비 부담 덜기`에서는 고교 무상교육과 함께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대학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경감하는 방안을 약속했다. 일자리 분야에서는 지역대학 출신 채용할당제 도입 공약이 마련됐다.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이날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과 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 보호 강화,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확보 등 `인권정책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문 후보는 정치부문에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대선결선 투표제, 국정감사 상시화, 국회의원수 축소조정 등을 약속했고, 돈이 많이 드는 의료복지부문에서 아동수당 도입,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을, 교육·사회부문에서 일몰 후 사교육금지, 과학고 외 특목고 폐지, 고위공직자수사처 설립 등을 약속했다.유력한 두 대선후보들은 이처럼 수많은 공약을 내놓고, 국민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대통령이 되면 약속한 공약을 이행해야 하지만 과연 얼마나 실행할 수 있을까. 지금 빅2 후보들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간 135조원(박근혜) 또는 192조원(문재인)이란 천문학적 금액이 필요하다고 한다. 조달할 방법이 없는 예산규모인 데도 국민들은 걱정을 않는다. 어차피 안될 줄 알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구체적 실천방안이 있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지키지 않을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2012-12-11

국회의원 정수축소, 의원특권 내려놓기 맞나

2주전 사퇴한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정치개혁안의 핵심으로 내세운 국회의원 정수 축소 문제가 여의도 정가에서`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사퇴하면서 폐기된 듯 했던 이 사안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 `(국회의원 정수의) 합리적 수준의 감축`을 민주통합당에 전격 제안했고, 민주당은 뒤질세라 즉각 받아들였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안 전 후보도 관심이 많은 것 같고, 국민도 상당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고,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범야권 대선 공조기구인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안 전 후보는 정치개혁을 위한 국회의원 특권포기 방안의 하나로 현재 300명(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4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면서 비례대표 의석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 전 후보측과 경쟁을 벌였던 민주통합당의 문 후보측은 물론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측도 “포퓰리즘 아니냐” “국민의 정치불신을 이용하는 선동정치”라는 비난까지 한 바 있다. 그러다가 안 전 후보 사퇴이후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대선 승리의 핵심변수가 되자, 너도나도 의원정수 축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우스운 꼴이 됐다.국회의원 정수문제는 정수를 축소하면 오히려 국회의원의 특권이 더 강화되고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견제 기능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비판적 견해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세력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선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축도 있다. 즉, 국회의원 정수문제는 향후 많은 토론과 여론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는 문제라는 진단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야가 모두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목적론적 발상에 빠져 국회의원 정수 축소에 나서는 행태가 더욱 걱정스럽다.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와 박 후보의 우위를 확실히 굳히고자 의원정수 축소를 전격 제안했고,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문 후보의 역전 발판을 마련하고자 이 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야말로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의를 이겼다`는 고사처럼 사퇴한 안 전 후보가 여야 대선 후보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납득할 만한 설명 하나 없이 기존의 입장을 바꿨는 데도 여야 의원 누구하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처럼 표를 위해 정책을 조령모개하는 모습이야 말로 국민의 혐오와 냉소를 자초하는 구태정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12-12-10

포항시의 철강공단 업체 기(氣) 살리기

포항시가 `범시민 기업사랑` 운동을 펼치며 포항철강공단 업체의 기(氣) 살리기에 나섰다. 철강경기 침체로 실의에 빠진 업체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운동은 최근 철강경기 위축과 철강 제품 재고누적에 따른 포스코의 비상경영체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포항시가 마련한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탁월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지금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IMF 외환위기 때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다. 공단업체의 노사는 고통을 감내하며 아직까지는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올 연말을 기점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한파`가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이런 시기에 포항시가 공단업체의 기 살리기에 나섰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시는 우선 형산로타리에 기업사랑 조형물을 설치하고, 시민 기업사랑 감사엽서 보내기, 시 홈페이지 국산철강제품 사용하기 홍보 팝업창 구축, 철강경기 위기극복 다짐대회, 포스코 자매마을과 자매 부서 간 위문, 기업 근로자를 위한 송년 음악회 등을 실시한다고 한다. 또 포항상의, 포항지역발전협의회, 포항청년회, 포항뿌리회,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이 운동을 범 시민운동으로 승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시는 또 철강관리공단에 시 공무원 2명을 파견해 실질적인 기업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 운전자금 이자보전금을 3억원 증액된 27억원, 기업의 기술개발과 수출촉진을 위해 1사 1기업핵심 기술정보 제공, 외국어 통·번역 사업을 시행하는 등 신규 사업도 늘렸다. 여기에 123기업사랑지원단 1사 1공무원 멘토제 운영, 시장이하 간부공무원이 수시로 기업체를 방문해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로 했다.박승호 포항시장은 지난 6일 현대제철(주) 포항공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현대제철 측으로부터 정문 앞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등의 애로사항을 들은 뒤 경찰과 협조해 과속 및 신호위반 카메라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다. 박 시장이 기업사랑 운동을 직접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지난 1968년 포스코 설립 당시 인구 7만의 조그마한 도시에 불과했던 포항시가 오늘날 53만명의 글로벌 도시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도 바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 시장의 이번 기업사랑 운동이 전시적이고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 기업들이 느끼고,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동안 포스코를 비롯, 공단업체들은 포항시에 무한한 사랑을 베풀었다. 이제 포항시가 이들 기업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할 차례다.

2012-12-10

아리랑, 국내무형문화유산 지정 서둘러야

우리 민족의 대표 가락인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외교통상부는 6일, `아리랑`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7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최종등재됐다고 밝혔다. 아리랑이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전승, 보존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아리당의 무형문화유산 등재 확정 직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국립국악원 예술감독이 회의장에서 아리랑을 직접 불러 감동을 자아냈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판소리, 강강술래, 강릉 단오제 등 총 15건에 이르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우리 민족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나 아리랑이 불려질 정도로 아리랑은 한국인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단순한 민요에 머물지 않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한국인을 하나로 묶는 힘을 가졌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아리랑은 서정가요로, 저항의 노래로, 심지어 응원가로 불려왔다. 아리랑이 등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8월 `정선 아리랑`을 등재 신청했으나 연간 국가별 할당 건수 제한 방침에 따라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남북 공동으로 한반도 전 지역의 아리랑 등재를 추진했으나 무산되자 지난 1월 단독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국이 지난해 6월 아리랑을 조선족 전통민요·풍습과 함께 자국 국가 무형문화유산에 등록한 일이 정부의 발걸음을 재촉했다.아리랑의 인류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전국 각 지역에 산재해있는 아리랑을 재조명하고 아리랑의 전승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아리랑에는 3대 아리랑인 `정선아리랑``진도아리랑``밀양아리랑`을 비롯해 한반도에만 총 60여 종, 4천 수의 아리랑이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아리랑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종목 지정 때 기능이나 예능을 갖춘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해야 하는 현행 제도의 제약 때문에 `정선아리랑보존회`를 보유단체로 인정한 정선아리랑만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에 지정돼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청은 내년에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니 다행스런 일이다. 아리랑의 국가무형문화유산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전승단체 실태 조사와 전승 활동을 지원, 보조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전승자 구술 채록, 사진, 음반 수집 등을 통한 아카이브 구축, 학술 조사 및 연구 지원, 학술대회 개최, 상설 전시, 지방자치단체의 아리랑 축제 지원,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 해외 한민족의 아리랑 실태 조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다.

2012-12-07

한수원의 납품비리, 원전안전 위협한다

영광 원전에 이어 고리 원전에도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냉각해수펌프 등 원전부품 1천555개의 품질보증서류를 위조한 부품이 납품돼 고리 원전 3·4호기 등에 설치됐다는 것이다. 고리 원전 직원 2명은 일단 납품받은 부품을 해당 업체와 짜고 보관장소에서 빼돌렸다가 새 제품인 것 처럼 다시 납품하는 방법으로 납품대금을 가로 챘다고 한다. 가로 챈 대금은 관계 직원과 납품업체 대표가 나눠 챙겼다니 어이가 없다.특히 문제가 된 냉각해수펌프는 원전 설비를 식히기 위한 바닷물을 순환시키는 장비로, 이게 고장나면 원전이 갑자기 정지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저압터빈밸브도 시험성적서 등을 위조해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기는 발전기 안의 터빈에 들어가는 증기의 양을 조절해 터빈이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도록 하는 장치다. 모두 원전의 안전에 직결되는 장치들이다. 원전안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자칫 잘못될 경우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방사능 오염으로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이미 수십년이 지난 미국 드리마일과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물론 최근 이웃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라. 이런 엄청난 피해를 생생하게 목격하고도 어떻게 원전안전에 직결되는 부품들을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이용해 납품할 수 있었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원전은 업무의 특성상 기술직 직원이 많아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행정 등 다른 직군의 직원들이 업무내용을 알기 어렵다. 작년 2월 고리 원전에서 단전사고가 났을 때도 발전소장이 함구령을 내려 현장 직원 60여명이 한달 가까이 사고사실을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니기도 했다. 원자력안전위 직원들이 파견나와 있었어도 현장 직원들의 함구로 눈뜬 장님이었다. 지난달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영광 원전 5·6호기의 품질보증서 위조와 이번 가짜 부품사건도 납품업체 종사자 등 외부의 제보로 드러났다고 한다.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원전의 운전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주제어실에 녹음·영상 기능을 갖춘 일종의 불랙박스를 설치하자는 당국의 제안은 적극 검토돼야 한다. 한수원 노조가 인권침해와 직원감시라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데, 원전안전보다 우선시될수는 없다.감사원이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납품업체와 부품대금을 횡령한 한수원 직원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한 만큼 사법 당국은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리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벌해야 마땅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 당국은 울진원전 등 다른 원전에 이같은 시험성적서 위조부품이 납품된 것은 없는 지 전수조사를 서둘러 원전안전을 확보하길 바란다.

2012-12-07

영세상인 보호법 연내 처리해야

대형마트의 영업과 출점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 합의로 지난 15일 국회 지식경제위에서 통과됐으나, 새누리당이 영업제한시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개정안 원안에는 영업제한시간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돼 있으나, 새누리당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조정하자고 주장했다.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로 맞벌이 부부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을 들었다. 여야 간 이견이 더는 좁혀지지 않자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은 모두 퇴장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경제민주화 1호 민생법안`으로 불리는 유통법 개정안은 막다른 위기에 몰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영세상권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영세상인과 대형마트 간의 이해가 날카롭게 맞서면서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국회에 발의됐다. 극심한 진통 끝에 지경위에서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한 것이 의무휴업일을 `매월 1일 이상 3일 이내`로, 영업제한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한다는 안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통과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대형마트들과 관련 납품업체들이 집단으로 반발, 법 개정에 반기를 들고 나섰고, 새누리당도 미온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이대로 간다면 오는 9일로 회기가 끝나는 정기국회에서 유통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울 듯 하다.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으로 몰린 데 대한 일차적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고 본다. 문제가 있었다면 지경위 차원에서부터 따졌어야 옳다. 지경위에선 합의해 주고, 법사위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발목을 잡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겉으로는 소비자인 맞벌이 부부의 불편을 들지만 속으로는 대기업인 대형마트의 반발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여야 대선 후보가 모두 영세상권 보호 강화를 공약해놓고도 관련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는가.그동안 골목상권과 영세상권 보호를 강조해왔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선 후보는 최근 중앙선관위 주최 법정토론회에서 유통법 개정안을 “이번 회기에 통과시키면 좋겠다”면서도, “원안대로 통과되면 초래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납품업체들의 피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그 매출손실이 연간 5조3천37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지경위에서 합의한 안의 핵심 내용을 바꾸고자 하는 만큼, 야당에 `사정 변경`의 필요성을 납득시킬 책임이 새누리당에게 있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 합리적인 안을 도출함으로써 영세상인 보호법을 연내 처리하길 바란다.

2012-12-06

주위의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세모(歲暮)를 맞아 따뜻한 마음이 더욱 그리워진다. 나라 살림이 어려워 지면서 세상 인심이 더욱 각박해져 소외된 이웃들의 세모는 더욱 쓸쓸하다. `희망 2013 나눔 캠페인`이 이달부터 시작됐다. 경북도를 비롯한 경북도내 23개 시군은 일제히 `나눔으로 하나되는 대한민국 건설`을 슬로건으로 희망나눔 캠페인 출범식을 했다. 희망캠페인은 내년 1월 31일까지 두 달동안 진행된다. 희망 캠페인 모금 목표액은 지난해 모금액 95억원 보다 7.3% 증가한 102억원으로 정했다.희망 캠페인의 명예 회장으로 추대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희망메시지를 통해 “이웃을 돕는데 계절이 따로 있을 수 없지만 따뜻한 마음이 그리워지는 연말을 맞아 사랑의 온도 탑이 추위를 녹이는 질화로가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며 “이웃 사랑이 피어나 우리 사회 곳곳에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돼 우리 모두 나눔으로 행복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기부(寄附)는 공공을 위해 돈이나 물건, 노력 따위를 아무런 댓가 없이 내어 놓는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부자를 꿈꾸기 때문에 축적한 부를 댓가없이 내어 놓기란 쉽지 않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는 빈부격차이다. 부자는 더 많은 부를 쌓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 사회는 부의 재분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 부자세 신설 등 조세정책으로 풀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사회적 기부문화 확산은 이를 보완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부자의 기부는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서민의 기부는 나라를 아름답게 한다고 했다. 부자든 서민이든 기부는 모두 아름다운 것이다. 이웃을 배려하는 진정성과 나눔문화가 더욱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부와 선행은 자신이 쓰고 남은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쓸 몫을 줄여 누군가를 위해 내어 놓는 것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성실과 근검절약으로 모은 `부`를 지혜롭게 베풀고 사는 삶이 더 가치가 있고 존경을 받는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민간차원의 기부가 활발하고, 국민 생활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시민사회의 기부문화가 활성화하고 있는 추세에 있어 그나마 희망적이다. 재벌총수나 유명 연예인들의 통큰 기부도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하지만 중국집 배달원으로 받은 봉급을 주위의 어린아이들에게 모두 주고 떠난 `철가방 김우수씨`를 보라. 가난한 사람들의 적지만 감동적인 기부는 우리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물질만능과 이기주의가 만연한 요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볼 것을 권한다.

2012-12-06

전력대란 극복위해 절전 생활화 필요하다

12월에 들어서자마자 기온이 뚝 떨어져 올겨울 한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를 실감케했다. 설악산은 최저기온이 영하 17.6도까지 내려갔고, 동두천은 영하 7도에 체감온도가 영하 17도를 웃돌았다고 한다. 12월 초부터 평년 기온을 크게 밑도는 추위가 닥쳐 전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기상청 예보로는 이달 중순과 하순 날씨도 평년보다 더 추울 것이라고 하니 한파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올겨울 추위는 어느 해보다 매서울 것이라고 하는 데, 추위가 최근 해마다 기존 기록을 갈아치우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유엔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자 발벗고 나섰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있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도 접점을 찾지 못해 지지부진하다고 한다. 합의안 도출이 그만큼 쉽지않다는 얘기일게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해 적응력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한파는 어쩌다 겪는 일이 아니라 사실상 연례행사가 됐다. 따라서 한파 대비책도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 중장기적 실효성이 있는 한파대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정부 당국은 해마다 겨울철 한파 대비책과 함께 절전 대책을 내놓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뒀는 지는 미지수다. 특히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보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지 의문이다. 이 조치의 대상은 계약 전력이 100~3천kW인 전기 다소비 건물 6만5천여 곳과 2천TOE(석유환산톤) 이상의 에너지를 쓰는 에너지 다소비 건물 476곳이다. 이들 건물은 3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난방 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절전, 에너지 절약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당국이 목소리만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단속이 뒷받침돼야 한다. 위반한 건물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올겨울에도 혹한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원자력발전소 일부 가동 중단 등으로 공급 차질이 걱정이다. 특히 한파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는 1월에는 수급 불균형 심화로 인한 전력 대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과 기업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절전 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동참이다. 절전의 생활화, 일상화는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절전과 에너지 절약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절전을 강요하기 보다 집집마다 절전 수칙을 정해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도록 한다면 전력대란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2012-12-05

일본 터널사고, 우리 터널 안전 점검 계기 삼아야

2일 일본에서 발생한 터널 붕괴사고를 계기로 우리의 터널 안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 터널 사고가 관리미비와 안전진단 소홀에서 비롯된 후진국형 사고로 드러나 이같은 진단이 꼭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길이 5m, 폭 1.2m, 두께 8㎝에 무게가 1.2t에 이르는 콘크리트 천장판이 떨어져 내리면서 터널안을 달리던 자동차를 덮쳤다. 철제구조물을 지탱하는 볼트의 부식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었는 데, 콘크리트 천장판을 터널 위쪽에 매단 봉 형태의 철제구조물과 볼트는 1977년 개통 이후 35년간 한번도 교환되지 않았다고 한다. 두달전 실시한 정기점검에서도 육안검사만으로 합격판정을 했다니 개탄할 일이다. 망치로 두드려서 나는 소리로 부식여부를 확인하는 타음조사를 하지 않고 겉치레 검사를 하는 바람에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문제는 일본의 터널 붕괴사고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길이 500m가 넘는 터널이 2천448개에 달한다. 이중 보수나 보강이 필요한 안전등급 C등급 이하가 139개라고 한다. C등급은 당장 붕괴나 사고가 날 위험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보수와 보강을 해야 하는 등급이다. 이보다 낮은 D등급으로 판정되면 이용이 일부 제한된다. 국내에서 50년이 넘은 터널 28개 중 5개를 제외한 23개가 C등급 판정을 받았다. 30년이 넘은 터널 105곳 중 절반 이상인 54곳도 C등급으로 나타났다. 준공 110년을 넘은 아현터널, 연희터널, 의영터널 등에서는 누수현상과 함께 백태, 균열 등이 발견됐다. 길이가 긴 터널에는 공기순환을 위해 대부분 대형 통풍기가 달려있다. 통풍기를 천장에 고정하는 데 사용되는 볼트는 시간이 지나면 부식될 수밖에 없다. 평소 철저히 점검해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지체없이 교체하는 등 보수·보강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속도로에는 곳곳에 터널이 있다. KTX가 달리는 고속철도에는 기존 철도 보다 터널이 훨씬 더 많고 길다.더구나 우리나라의 주요 고속도로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정체현상이 빚어진다. 터널부근의 정체는 더 심하다. 지·정체로 터널내에 자동차가 갇힌 상태에서 일본에서와 같은 천장 붕괴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는 훨씬 클 수 밖에 없다.우리나라도 도로와 철도건설은 70년대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80년대까지는 기술력과 비용문제로 제대로 된 품질관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도 그 시절에 일어났다. 이후 국내에서 그런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우리 고속도로와 철도가 지나는 터널의 안전이 염려되는 게 사실이다. 일본의 터널 붕괴사고를 교량과 터널 등 시설물의 안전을 철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12-12-05

박·문 후보, TV토론서 당당히 승부하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상 지지도가 박빙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4일 실시될 대선후보 TV토론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율은 여론조사를 실시한 언론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2~3%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 내 접전양상으로 조사되고 있다.중앙일보 종편 JTBC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월30일~12월1일 전국 유권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는 47.8%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문재인 후보는 43.1%를 나타냈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안인 4.7%포인트로 좁혀지면서 접전 양상이다.또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2천1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3.8%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자대결에서 47.9%의 지지를 얻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44.1%에 그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3.8%p 앞서며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종편 채널A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44.4%로 38.9%에 그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여론조사상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유권자가 20%에 이르러 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여전히 유동적이다.이런 상황에서 향후 대선 일정 가운데 4일, 10일,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릴 세 차례 TV토론은 두 후보의 지지도 향방을 좌우할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권자 1천만명이상이 지켜볼 TV토론에서 두 후보가 어떤 이미지를 주느냐에 따라 2~3%포인트 차이 승부는 쉽게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4일 열리는 첫 TV토론은 정치·외교·안보·통일을 주제로 이뤄져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정면으로 맞서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참여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며 문 후보를 `노무현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를 해왔기에 참여정부 평가와 관련해 공세를 펼 것이 예상되고, 문 후보 역시 이명박 정권 5년의 실정을 지적하면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공동책임`을 강조해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늘 강조해왔듯 정정당당한 승부를 보여주는 TV토론이 되기를 바란다.

2012-12-04

잇단 검사비리, 검찰개혁 급하다

또 현직 검사의 비위사건이 터졌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소속 박모(37) 검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을 매형이 근무하는 법무법인에 알선한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감찰본부는 박 검사의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 검사가 사건 알선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추정도 있다. 대기업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으로부터 9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돈 검사`와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성 검사`에 이어 이번엔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로펌에 알선해준 검사까지 드러난 것이다. 사퇴한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일성으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오만, 무책임 등 내부의 적과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깨끗한 검찰문화`를 강조하며 “청렴에 대한 개개인의 철저한 인식변화와 체질개선”을 당부했다. 그러나 몇 달이 안돼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터졌고, 최근에는 `돈 검사` `성 검사`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번에 또다시 현직 검사의 비리 사건이 불거졌으니 내부 부패방지 시스템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돈 검사` 사건도 검찰의 자체 감찰시스템에는 잡히지 않다가 경찰이 적발한 뒤에야 특임검사가 수사에 나섰다. 검찰의 내부 감찰 시스템이 먹통이었다면 이미 드러난 사건들 이외에 더 많은 비리가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높다.검찰총장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깨끗한 검찰문화를 역설했음에도 검사들의 비리가 꼬리를 무는 것은 검찰 내부 단속만으로는 비리척결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기소를 독점하고 방대한 수사권을 행사하는 검찰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내부 감찰 이상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대선후보들도 검찰개혁을 공언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겠다는 한다. 공수처 설치는 `옥상옥`이 될 것이란 비판이고, 국회가 추천한 특별감찰관은 과연 검찰 같은 조직의 내부 비리를 속속들이 적발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좀 더 실효성있는 검찰개혁안이 필요하다.검찰 개혁은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 됐다. 잇따르는 검사 비리는 검찰 개혁의 시급성과 절박성을 거듭 일깨워준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미 국민 여망을 바탕으로 중수부 폐지와 검찰의 수사기능 축소, 인사제도 개혁 등을 약속했다. 어느 후보가 집권하든 고강도 검찰개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아 이미 제기된 개혁안을 토대로 최선의 검찰개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고민할 때다.

2012-12-04

포스코, 엄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엄살이 너무 심하다. 현재 갖고 있는 현금규모가 3조원대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인데도 `어렵다`며 앓는 소리를 낸다. 엄살의 뜻은 `아픔이나 괴로움, 어려움 따위를 거짓으로 꾸미거나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 나타내는 태도`를 말한다. 딱 요즘 포스코를 보고 한 말 같다. 포스코는 국내외 철강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올 3·4분기 단독 기준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부채비율 역시 30%대로 100% 수준인 글로벌 경쟁사들보다도 크게 낮은 편이다.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올 3분기 7억9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글로벌 신용등급이 투기(정크본드 Baa3)등급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0.2%였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어떤가. 3분기 영업이익만 8천190억원(단독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은 무려 9.2%다. 아르셀로미탈과는 비교가 안된다. 또 일본 1, 2위 철강사인 신일본제철(0.4%)과 JFE스틸(-0.1%)은 물론 중국 1위 업체인 바오스틸(3.0%)에 비해서도 3배 이상 높다. 부채비율은 또 어떤가. 포스코 단독으로 35.9%로, 신일본제철(118.6%)ㆍJFE스틸(165.8%)ㆍ바오스틸(89.2%)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다만 우려되는 대목이 신용등급이다. 하지만 그리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으나 포스코만 강등된 것이 아니다. 다른 경쟁사들은 더 형편없다. 최근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ㆍ피치가 각각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aa1`와 `BBB+`로 한단계씩 내렸다. 이 같은 등급은 동종사인 신일본제철(BBB)ㆍJFE스틸(BBB-)ㆍ아르셀로미탈(BB+)ㆍ바오스틸(BBB) 등 글로벌 경쟁사보다 한 단계 이상 높다.일각에서는 포스코의 현금이 바닥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건 포스코를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다. 포스코가 어떤 기업인가. 아직까지는 `돈금고`가 넉넉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가 갖고 있는 3조원은 현재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금액이다.포스코가 `어렵다`고 앓는 소리를 내게 된다면 포스코만 바라보고 있는 포항철강공단내 계열, 외주, 협력, 연관업체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된다. 엄살부리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포스코가 쥐어 짠다면 그 하부 조직에 있는 기업은 어떻게 되겠는가.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의 희망은 바로 포스코다.포스코는 오는 5일 포항에서 전 그룹차원의 혁신페스티벌을 연다. 매년 행사 때마다 비상경영을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매자, 마른 수건도 다시 짜자`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하지만 올해 행사만큼은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앓는 소리`가 아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면 어떨까.

2012-12-03

올해도 예산안 법정시한 넘기나

올해도 새해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기게 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당초 대통령 선거 일정을 감안해 내년도 예산안을 11월22일까지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계수조정소위의 의석수를 둘러싸고 시간을 끌면서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계수조정소위가 가까스로 구성돼 가동되고 있기는 하나 예산 삭감과 증액을 놓고 쟁점 항목이 많다. 게다가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하는 세법 개정안이 걸림돌로 작용해 대선 전 예산안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내년 예산안은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서민과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질 수 있음을 국회가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헌법 제54조 2항은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을 `12월 2일`로 명시한 것이다. 예산안이 확정된 후 정부가 정상적으로 집행준비를 하려면 최소 30일이 소요된다. 1월 초부터 예산을 집행하려면 법정 시한내 예산안이 통과돼야 한다. 경기 침체나 경제위기로 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시기에는 예산안의 법정 시한내 처리가 더욱 절실하다. 그런데 입법기관인 국회가 이번에도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러한 사태가 2003년 이후 10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18대 국회는 4년 내내 법정시한을 어겼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19대 국회에는 쇄신의 바람을 기대했지만 허사였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이렇게 법정 시한을 쉽게 어겨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우리나라 경제는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로 장기 저성장이 우려된다.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가 부진해 내년에는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재정의 경기 진작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 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재정이 부진한 경제상황을 받쳐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예산안 법정기일내 처리를 호소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의 예산 집행과 사업추진에 차질이 생긴다. 취약 계층 지원사업과 일자리 창출사업 등이 지연되고, 서민 생계 불안이 커진다. 또 예산안 심의도 졸속으로 처리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 혈세가 불필요한 곳에 낭비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대선 이후 당선자의 공약을 반영해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예산안 처리가 연말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여야는 무엇보다 민생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새해 예산안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주기를 바란다.

2012-12-03

대선후보 TV 맞대결 왜 안하나

여야 대선후보 두 명을 상대로 추진됐던 SBS TV토론회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측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됐다고 한다. 또 KBS가 오늘과 내일 두 번으로 나눠 제안했던 양자 TV 정책토론도 할 수 없게 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측은 두 방송사의 양자 TV토론 제안에 참석하겠다고 통보했으나, 박 후보측에서는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대로 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세 차례의 법정토론회를 빼고 12월19일 대통령선거일까지 박-문 후보 간의 맞짱 토론회를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달 초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3자 TV토론회를 제안했을 때에도 박 후보측은 야권 후보단일화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응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안 후보의 사퇴로 사실상 박-문 후보의 양자대결로 압축되자, 이번엔 선거일까지 박 후보의 유세 일정이 빡빡해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야권 단일화 과정이 지연되면서 TV토론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게 됐다면서 12월4일 선관위 법정토론 이후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한다. 지지율 1위의 집권 여당 대선후보측의 해명으로는 군색하다.이런 상황은 역대 대선 당시와는 사뭇 대비가 된다. 1997년 대선 때는 후보 대상 TV토론회가 54회였고, 2002년에는 후보단일화 토론과 법정토론을 합쳐 TV토론 27회, 2007년에는 후보 대담·토론 11회였다. 대중을 상대로 한 장외 유세가 줄어들고, TV토론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의 추세이다.더구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양자 TV토론을 꺼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득표전략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그다지 지혜롭지 못하다. 그런 자세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불통`(不通)과 `과거로의 회귀`라는 이미지를 더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의무적으로 열리는 선관위 주최의 법정토론회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포함해 세 명이 참가하는데다, 형평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토론의 역동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문 두 유력 후보 간의 TV 맞대결을 보고싶어 하는 국민들의 바람도 그런 이유에서다.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국정 최고책임자를 뽑는 중차대한 선거인데도 유권자가 두 후보를 비교·평가할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으려 해서야 되겠는가. 적어도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며 출마한 두 후보는 자신의 국가운영 비전과 철학, 정책, 자질 등에 관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최대한 많이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들은 아직 특정 후보를 전폭 지지하고 있지 않으며, 국민을 대하는 후보의 태도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자 몸조심`하는 태도는 유권자의 반발을 살 뿐이다.

2012-11-30

사상 초유의 검찰내분 사태, 국민의 뜻 헤아려야

검찰에서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의 실세중 실세로 꼽히는 대검 중수부장이 느닷없이 사상 처음으로 대검의 공개감찰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감찰을 실시한 이유는 최재경 중수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광준 검사에게 언론 대응방안을 조언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개감찰이라는 수모를 겪게 된 최재경 중수부장은 “검찰총장 진퇴 문제 등으로 의견대립이 있었고, 그것이 감찰 조사로 나타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 총장과 중수부장이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총장과 총장의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책임자인 중수부장이 대립하면서 검찰내부가 크게 술렁이자 법무장관이 심야에 특별지시를 내려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대검간부들은 29일 오전 검찰총장에게 용퇴를 건의하고 나섰다. 여기에 서울중앙지검 소속 부장검사들도 검찰총장의 용퇴를 요구했다.10억 가까운 돈을 뇌물로 받은 간부 검사가 적발되질 않나 집무실에서 성행위를 한 검사가 나오고, 최근에는 개혁을 하는 시늉만 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방송기자에게 잘못 보내 국민들의 속을 긁어놓는 검사까지 나와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검찰총장이 전격적으로 공개감찰을 지시한 근본적인 이유는 중수부 폐지를 놓고 총장과 중수부장이 서로 의견이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상대 총장은 검찰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검중수부를 폐지하려 했으며, 중수부장은 검찰총장의 퇴진을 포함하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며 반발했다는 이야기다. 또 최근 검찰총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최태원 SK그룹회장의 횡령혐의에 대한 구형량을 낮추도록 개입하는 과정에서 특수부를 총괄하는 최 검사장과 갈등이 빚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최 검사장에 대한 공개감찰은 `보복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채동욱 대검 차장은 총장의 용퇴를 건의한 이유에 대해 “일선 검사의 의견을 청취해보고 더이상 총장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태라면 총장은 조직내 신망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검찰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속에서 개혁이라는 큰 일을 해야 할 처지가 아닌가. 검찰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지금 국민들이 검찰에 바라는 것은 검사가 거액의 금품을 받고, 성행위를 하고, 여론조작까지 시도하고, 재벌총수 봐주기 구형을 하는 것 같은 행태들을 근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수부 폐지`를 개혁여론 무마용으로 내세우려는 시도는 본질이 아니다. 검찰 개혁은 검찰조직 전체를 혁신하는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 검찰의 자성을 촉구한다.

2012-11-30

중국발 구제역 차단에 총력

최근 대만에 이어 중국 랴오닝성 다렌시에서 돼지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역 축산농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경북도는 구제역 유입 방지를 위해 비상대책에 들어갔다. 구제역 발생국가 여행을 최대한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여행하려면 축산농장을 방문하거나 육류 등 축산물을 반입을 금지해 줄 것도 부탁했다. 해외 출·입국 시 검역검사본부에 신고해 소독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귀국 후 5일 내에는 축사 출입을 하지 않도록 권했다. 또 축산농가는 구제역 예방접종을 철저히 하고, 매주 1회 이상 소독, 매일 질병예찰, 외부인·차량의 출입통제 등 방역을 생활화하고 구제역 의심 가축을 발견하는 즉시 신고토록 했다.이웃 나라의 구제역 발생 소식에 왜 이처럼 호들갑을 떠느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경북은 다시 기억하기조차 싫은 끔찍했던 구제역의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2년 전인 2010년 11월 29일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수개월 만에 전국으로 번져갔다. 전국 11개 시·도, 75개 시·군에서 돼지 331만 마리와 소 15만 마리를 도살, 매몰처리했다. 경북은 16개 시·군에서 소 5만2천400마리와 돼지 37만1천982마리를 1천121개 매몰지에 파묻었다. 보상비와 방역비, 매몰비를 포함한 구제역 비용이 경북도 5천900여억원, 전국적으로 2조8천억원을 넘었다. 공무원 8명이 구제역 방제 과정에서 희생되는 아픔도 겪었다.구제역은 소·돼지·양·사슴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서 발생하는 제1종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으로 국제수역사무국은 가축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A급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감염 동물 자체와 배설물이나 사료·차량·사람 및 황사 등 공기를 통해 급속도로 전염된다. 치료법이 없어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물론 일정한 반경 내 가축까지 모두 도살·매립·소각해야 한다. 이처럼 구제역은 축산업에 치명적이다. 특히 경북은 한우와 돼지 생산량 전국 1위의 우리나라 최대 축산물 생산지여서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직접 살처분를 해야 하는 축산농가는 말할 것도 없고 가축시장 폐쇄에 따른 가축시장경기 위축 및 축산물가격 하락, 축산물 판매점과 식당경기 침체 등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동반한다. 2년 전 안동발 구제역의 고통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당시 구제역 병원균이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진단했고,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던 농가에 의해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우리나라는 구제역 악몽을 딛고 2014년 `구제역 예방접종 청정국`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행정 당국은 물론 모든 국민이 중국발 구제역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2-11-29

잇따르는 동반자살 이대로는 안된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모녀가 함께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엊그제 이모(48·여)씨와 어머니(73)가 나란히 숨진 채로 발견됐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이씨는 7개월째 월세를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다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전에는 서울 한강에서 80대 노모와 40대 딸이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고 끌어안은채 투신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들 모녀 역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다 함께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이다.이들 모녀의 잇따른 동반자살은 선진 복지국가로 도약하고 있다는 대한민국의 뒷모습이 어떤것인지를 웅변한다. 이들 모녀는 모두 단 둘이 살며 생활고에 시달려왔다. 고혈압과 중풍, 엉덩이뼈 골절,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을 앓아온 것도 비슷하다. 이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만한 능력이 있는 가족이나 친척도 없었다. 월 몇만원의 기초노령연금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기초수급생활 대상자도 아니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나라는 세계적으로 내로라 할만큼 부유해졌는데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살피는 손길은 어디에도 없었던 셈이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경제대국이 아니라 바닥까지 떨어진 서민들의 삶을 보살피지 않는, 비정하고 무책임한 나라였을 뿐이다.정부는 이들의 죽음을 개인적인 비극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경위를 파악해 문제점을 철저히 개선해야 한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딱한 사람들은 없는지 조사해 그들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비극을 막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국민복지의 확대는 대한민국의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무상보육에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각종 복지공약이 난무한다. 그러나 당장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절실한 복지의 최우선 과제다. 정치권도 표를 의식해 거창한 복지공약을 남발하기 보다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서민복지의 강화에 최대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우리 사회 역시 이들 모녀의 잇따른 동반자살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복지를 정부의 임무로만 돌릴 것도 아니다. 시민사회는 물론 우리 스스로가 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이는게 필요하다. 잇따르는 모녀 동반 자살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각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2012-11-29

대선 선거전 시작에 부쳐

제18대 대선의 공식 선거전이 드디어 27일부터 시작됐다. 앞으로 선거일까지 남은 22일은 대한민국의 미래 5년을 선택하기 위한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자동차 한 대를 구입할 때 이리 재고 저리 따져보는 깐깐함은 소비자 개인의 기호와 선택에 국한되며, 자신의 선택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시장에 내다팔면 그만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뽑는 일은 5년의 시간을 온전히 특정 지도자에게 맡기겠다는 구속력 있는 의사표시다. 나아가 국민의 총합적 삶의 질과 나라의 운명을 통째로 맡기는 고도의 정치행위다.차기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유권자마다 다를테지만, 최대한 보편타당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후보의 출신 지역 혹은 상징조작된 이미지에 휩쓸리거나, 진영의 논리에 매몰돼 한표를 행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정치철학과 정책비전, 의사결정과 소통 능력 등 국가 최고 리더십의 구성요소 전반을 면밀히 살펴보는 일은 기본이다. 여야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후보 주변의 인물들까지 꼼꼼히 따져서 옥석을 가린 뒤 투표를 해야 한다. 그게 그나마 `잘못된 선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후보가 내세운 각종 정책공약은 임기 5년의 로드맵이며, 후보 주변의 인물은 이를 집행해 나갈 잠재적 인재풀이기 때문이다.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사퇴로 크게 불어난 부동층의 표심 향배도 관심이다. 이들 새로운 부동층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인 변수로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안철수 전 후보의 퇴장으로 당장엔 마음 둘 곳이 없겠지만, `기권` 보다는 차선을 택하는 전략적 투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감히 제안한다. 새 정치 구현을 추구했던 안 전 후보의 가치와 정책적 요소가 어느 쪽에 더 많이 반영될지를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안철수의 쇄신안을 반영하겠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의 새정치를 꼭 실천하겠다”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사이에서 진정성 있는 쪽을 가려내는 일에 부동층 유권자들이 노력하길 기대한다.유권자들은 3주 남짓 진행되는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후보들이 발신하는 `긍정의 메시지`에 눈과 귀를 열어두길 권한다. 상대후보를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비방전에는 매몰차게 등을 돌려야 한다. 선거판이 혼탁해질수록 유권자들의 판단은 이성 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기 십상이다. 이런 틈새를 이용해 막바지 흑색선전과 `묻지마 폭로전`을 시도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표로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 구태의 고질적인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투표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마음에 드는 후보를 골라 꼭 투표하길 바란다.

2012-11-28

검찰 과감한 개혁방안 도출해야

위기에 처한 검찰이 내부 개혁 논의로 분주하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대검 간부와 일선 검사장들을 잇따라 만나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전국 검찰청별로 평검사회의도 속속 열리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의 한 검사는 내부 통신망에 `검찰 개혁만이 살 길이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이 늦게나마 그동안의 잘못을 돌아보고 스스로 자정과 개혁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검찰의 내부 개혁 논의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검찰이 과연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미심쩍어하는 여론이 더 많다. `개혁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했던 검사의 글도 `일선 검사들이 이렇게 주장하면 진정한 개혁안인 것처럼 비치고 총장님이 결단해서 수용하는 모양새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배경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한상대 총장 등 검찰 수뇌부의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현직 검사의 거액 수뢰와 성추문, 부실 편향 수사 등에 책임이 있는 한 총장이 검찰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한상대 총장은 내부 개혁논의를 수렴해 다음달 초 검찰개혁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정말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 나려 한다면 지엽적인 개선책으로는 안된다. 통렬한 자성을 바탕으로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는 혁신적이고 자발적인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결의로 검찰이 최선의 개혁안 마련에 나서야 할 이유다.지금 검찰의 위기는 국민이 부여한 막대한 권력을 사회정의와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검찰은 기소를 독점하고 방대한 수사권을 가지며, 경찰 수사도 지휘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지닌 검찰에 대한 견제는 미흡했다. 내부 감찰시스템은 번번이 제 기능을 못했고,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도 약자에게는 오만하다는 원성도 드높다. 그래서 검찰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고, 한상대 총장 스스로 중수부 폐지를 포함한 모든 개혁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개혁이라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전국적으로 열리는 검사회의에서 치열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과감한 개혁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검찰이 정말 국민을 위해 제 살도 주저없이 깎아내려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개혁은 정치권과 외부의 힘에 의해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임을 검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2-11-28

SK그룹의 분권형 경영모델 주목한다

SK그룹이 내년 1월부터 분권형 경영을 시행한다고 한다.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올라있고, 핵심과제로 재벌개혁이 줄기차게 논의되는 와중에 재계 서열 3위 그룹이 총수와 지주회사의 권한을 계열사로 대폭 넘기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그룹 경영시스템을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로 탈바꿈해 `100% 관계사별 자율책임 경영`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앞으로 각 사의 CEO와 이사회는 지주회사인 SK㈜와 협의없이 인사와 사업관련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SK는 이 방안이 그룹체제를 유지하면서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철학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에는 총수중심 지배구조를 이사회와 사외이사 권한강화 쪽으로 바꾸고, 2007년에는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데 이어 이번에 계열사 중심으로 전환키로 했다는 것이다. 재계가 오너경영의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 총수의 힘을 확 빼고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SK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SK가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를 도입하면 그룹의 경영구조는 최 회장과 지주회사, 각 계열사를 거치는 수직적 구조에서 전문 경영인이 중심이 된 계열사 사장단협의체가 전면에서 이끄는 수평적인 형태로 전환된다. 총수와 지주회사의 경영참여나 권한이 거의 없어진다. 그룹을 이끄는 총수가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결정을 비롯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글로벌 기업을 키워냈다며 오너경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재계의 일반적인 주장과 확연히 다르다. SK의 이런 실험은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에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구형받은 최 회장의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SK의 경영구조 변신은 새로운 재벌체제를 시험해 보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한국의 재벌그룹과 총수에 대한 평가는 이중성이 확연하다. 그룹과 총수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대다수 부인하지 않지만 그룹의 경제력 집중에 따른 양극화와 불합리한 소유구조를 발판삼은 총수의 황제경영은 걱정스런 상황이다. 10대 재벌의 매출액은 국민총 생산의 77%를 차지하고 계열사 수는 최근 5년간 75%나 늘었으며, 영위업종도 44% 확대됐다. 재벌총수와 그 가족은 극소수 지분으로 그룹전체를 지배하면서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경영과 골목상권 진출, 일감 몰아가기 반칙을 일삼아 지탄받고 있다. SK는 재계 첫 시도인 자율책임 경영방식이 재벌구조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도록 해주기 바란다.

2012-11-27

기초자치단체의 낮은 청렴도 문제많다

광역자치단체의 청렴도와 달리 기초자치단체의 청렴도가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2012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대구시는 종합청렴도에서 7.59점을 얻어 대전광역시에 이어 두번째로 청렴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외부청렴도와 내부청렴도에서 각각 7.93점과 8.07점을 받았지만, 정책고객 평가 부분에서 6.10점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는 종합청렴도 7.35점으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5번째를 차지했다. 도는 외부청렴도(8.09점)와 정책고객 평가(6.49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내부 청렴도 부분에서 7.10점으로 하위권으로 조사됐다.문제는 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청렴도였다.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의 청렴도가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권익위가 시·군별 청렴도를 1등급에서 5등급으로 나누어 발표했는 데, 경북지역의 `기초자치단체-시`는 1등급과 2등급 청렴도를 받은 곳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였다. 시 단위 지역에서 청렴도가 가장 높은 곳은 7.73점으로 3등급을 받은 경주시였으며, 문경시와 상주시도 3등급을 받았다. 포항시와 김천시, 안동시, 영주시 등은 4등급의 낮은 청렴도를 받았으며, 구미시와 경산시, 영천시는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경북지역 `군`단위의 청렴도는 `시` 단위에 비해 조금 나은 수준을 보였다. 청도군이 8.20점으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고, 군위군과 봉화군, 고령군이 2등급에 포함됐다. 달성군과 영덕군, 의성군, 성주군 등은 3등급을, 울진군과 칠곡군, 영양군이 4등급을, 청송군과 울릉군이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대구시의 `구`별 청렴도에서도 1등급을 받은 지역은 없었다. 대구시 수성구와 남구가 2등급을, 중구와 동구가 3등급을 받았다. 특히 대구시 북구와 서구, 달서구는 전국 `구`별 청렴도에서 꼴찌를 차지하는 수모를 겪었다.대구·경북 시·도교육청 청렴도도 지난해에 비해 모두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교육청은 지난해 1위에서 3위로, 대구교육청은 5위에서 7위로 각각 하락했다. 경북교육청은 정책고객 평가에서는 1등급을 맞았으나 내부청렴도가 6위로 처져 순위가 변동됐다. 대구교육청은 내부 청렴도와 정책고객 평가는 전국 상위권(2위)으로 나타났으나 외부청렴도에서는 소폭 하락했다.이처럼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청렴도가 낮은 것은 시·군·구단위 공직자들 사이에 온정주의적 행태가 만연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지방선거 후유증으로 공직자들의 독직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2012-11-27

야권후보 단일화 되풀이돼선 안돼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밤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위한 최종 담판을 제의할 것이라는 무성한 관측을 깨고 스스로 사퇴하고 말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이로써 `안철수 태풍`은 일단 소멸했다. `새 정치`를 향한 그의 정치실험도 종지부를 찍었다. 안 후보는 대선판에는 오랫동안 뜸을 들이며 천천히 진입했지만, 퇴장할 때는 전광석화처럼 물러났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하는 게 정치인들의 덕목이지만, 실상 이를 실천에 옮기는 정치인은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의 퇴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양보에 이어 다시 한번 신선하다는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는 야권후보 단일화 국면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안·문 후보 캠프 협상팀의 거듭된 절충실패, 두 후보간 룰협상 담판 결렬에 이어 급기야 양측의 특사까지 동원됐던 단일화 줄다리기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파국에 이르렀다. 여론조사도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에서 두 후보 가운데 한 쪽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택했다. 그는 사퇴선언 전문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퇴 직전까지 상당한 지지율을 지켜온 대선 후보가 취하기 쉽지않은, 힘든 선택이었을 것이다. 안 후보의 선택에 대해 인색하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자신들이 목표로 내걸었던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안철수 후보로서는 이번의 후보 사퇴로 새 정치 실현을 열망하며 그에게 성원을 보냈던 많은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상실감과 배신감을 안겨준 셈이 됐다.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양 캠프가 서로 불신과 증오심을 드러낸 것도 부담이다. `반값 선거비용`공약을 내걸고 출시한 국민펀드 처리문제도 남았다. 단일화 협상이 늦어지면서 여야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별로 없어진 데 대한 책임도 가볍지 않다.어쨌든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야권의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로 귀결됐다.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쏠렸던 새 정치의 열망을 대신 담아내는 책무를 안게됐다. 문 후보는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 범야권을 아우르는 포용력과 본선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무엇보다 이번 후보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5년마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야권 후보단일화라는 정략적인 이슈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실종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것을 국민 모두가 목도했기 때문이다.

2012-11-26

포항철강공단에 부는 새바람

포항철강공단에 노사분규가 사라졌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사업장 정문이나 도로 등에서 격렬히 농성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인 철강경기 침체가 이 같은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현재의 위기상황을 함께 극복하자는 성숙된 노사문화가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포항철강공단에도 이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노사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철강공단 내 2~3개 사업장에서 파업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올해는 분규 사업장이 단 한 곳도 없다. 포항철강공단의 이런 변화된 모습은 노사 간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구미공단이나 경주 용강공단과는 대조적이다.지역 경제계는 당초 지난해 7월 복수노조 시행으로 올해 철강공단업체의 노사 간 임단협 교섭이 다소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임단협 타결률은 오히려 작년보다 높았고, 무교섭 타결 사업장도 크게 늘었다.포항철강관리공단이 최근 조사한 올해 공단업체 노사간 임단협 진행상황을 보면 노조가 있는 59개사 가운데 지난 10월말 현재 53개사가 타결해 90%(지난해 75~80%)의 높은 타결률을 보였다는 것. 특이한 것은 동국제강(주), 조선내화(주), OCI(주), 코스틸 등 28개사가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한 점이다. 동국제강 노사는 지난 4월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해 지난 1994년 노사가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뒤 18년 연속 무교섭의 대기록을 세웠다.조선내화 노사 역시 지난 5월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해 13년 연속 무교섭 달성 기록을 세웠다. 조선내화의 무교섭 타결 배경에는 15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지낸 황인석 위원장의 리더쉽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임금협상 요인을 없애 기업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코스틸 노사도 지난 7월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하면서 10년 연속 무교섭 타결이라는 탄탄한 노사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이밖에도 포스코패밀리사인 포스코건설, 포스코엠텍, 포스코켐텍, 포스코플랜텍 등도 올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했고, 홍덕스틸코드, 한중, 동방, 대한통운 등도 이에 동참했다.IMF 외환위기 때에도 끄덕없이 버티어 온 철강공단 업체들이 요즘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상당수의 업체들이 유급휴가나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없이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어보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한파가 언제 불어닥칠지 모른다. 자생력이 약한 기업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을 도려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포항철강공단에 이런 화합의 노사문화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2012-11-26

`촛불화재`의 참사 막는 복지정책 시급하다

조손가정의 할머니와 손자가 촛불을 켜고 잠들었다 불이 나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전기료를 못내 전기가 끊기자 촛불을 켜고 생활해왔다고 한다. 초겨울 추위에 전기도 없이 오들 오들 떨었을 할머니와 손자를 생각하면 선진 복지국가로의 도약을 노린다는 대한민국이 무색하다. 고흥 촛불 화재사건의 경위를 보면 할머니와 손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화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한전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이 가난한 집의 전기를 꼭 끊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한전은 단전이 아니라 전류제한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6개월분 전기료 15만7천원이 밀린 만큼 전류제한기를 설치, 순간사용량 220와트 이상의 전기사용을 제한했을 뿐 전등 한 두개와 TV, 냉장고 등은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전기가 완전히 끊긴줄 알고 촛불을 켜고 생활했다. 한 달에 3만원도 안되는 전기료를 내지 못했다고 추위 속에 빈곤 가정의 전기를 차단하는건 옳지 않다. 전류제한 조치를 취했다면 사용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줬어야 한다. 그렇게만 했더라도 촛불 화재란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희생자 가족이 왜 전기료도 못낼 정도로 곤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봐도 일선 복지 정책은 허점 투성이다. 숨진 김모씨(58)씨의 남편 주모(60)씨는 허리와 다리 등이 불편해 일을 그만둔지 오래됐다고 한다. 아내 김씨가 유자공장에서 일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엔 김씨의 건강마저 나빠져 사실상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주씨 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 지정에서 제외됐다. 장애 진단에 필요한 행정기관의 지원도 없었고, 한전의 전기료 `복지할인`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주씨가 근로능력이 있고, 딸이 3명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주씨 부부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일할 능력이 있었다면, 자식들이 병든 부모를 부양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었다면 이들이 추위 속에 촛불을 켜놓고 잠들었다 숨지는 허망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얼마전에는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남동생(11)을 돌보던 박모(13)양이 불길 속에서 동생을 구하려다 숨진 일이 있었다. 이 사건 역시 1급 장애아를 국가나 사회가 돌보지 않고 13살 어린이에게만 맡긴 결과였다. 지금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복지의 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국민이 행복한 세상,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려면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보살피는 정책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반값등록금과 무상보육, 무상급식도 필요하겠지만 눈 앞의 가난과 장애에 시달리는 수백만 약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돌보는 정책이 훨씬 더 시급하다.

2012-11-23

연평도 포격 2주기, 영토수호 각오 다져야

23일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2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난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0분, 북한이 연평도에 포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우리 군은 13분뒤 K-9 자주포로 대응포격을 했지만 이미 170여발의 포탄이 연평도 곳곳에 떨어진 뒤였다.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땅을 겨냥한 북의 포격도발이어서 우리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북한은 포격 8개월 전인 2010년 3월26일 백령도 앞바다에 잠수정을 침투시켜 해군초계함 천안함을 폭침시키는 만행을 저지른 뒤였다. 군은 천안함 폭침당시에도 해군 전사자 46명의 혼령 앞에서“적이 대한민국의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이라도 건드리면 백배 천배 응징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연평도 기습공격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이같은 아픔을 달래기 위해 국가보훈처와 해병대는 22일 대전현충원에서 연평도 포격으로 희생된 전사자 묘역 참배행사를 열었고, 정부는 23일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연평도 포격의 2주기 행사를 개최한다.분통이 터지는 것은 정부가 연평도 포격 2주기 추모행사 계획을 발표하자 북한이 제2의 연평도 불바다를 거론하며 위협했다는 소식이다. 북한군 서남전선사령부 대변인은 조선인민군신문사 기자와 문답에서 “우리 군대가 있는 한 괴뢰들의 거짓으로 포장된 `연평도 승전`기념식 추태는 제2의 연평도 불바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이어 “괴뢰들이 다시 도발을 걸어온다면 그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 서남전선군 장병의 드팀 없는 의지”라고 덧붙였다니 한마디로 적반하장이요, `×뀐 놈이 성낸다`는 격이다.특히 김정일이 사망하고 아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뒤에도 북한의 도발 야욕은 변함없어 보인다. 김정은이 지난 8월 연평도에서 불과 8km 떨어진 장재도 포진지와 연평도 포격전에 참여했던 무도 기지를 방문한 일이나 올해 5~8월 서해안의 초도에서 실시한 상륙훈련, 공격헬기 50여 대 최전방 배치, 황해남도 용연군 고암포에 들어선 공기부양정 기지 등을 감안하면 북한의 기습도발 위협은 여전하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만큼 군의 영토수호 태세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대선가도에 나선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연평도 포격 2주기를 맞아 오늘날 한국이 처한 안보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따져보길 바란다. 국민들도 어떤 후보가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수호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연평도 2주기는 북한의 도발로부터 우리 영토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2012-11-23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마련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마련을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공론화에 나서 2015년 이후 부지선정과 건설에 착수하기로 했다. 내년 4월에 각계 대표가 참여해 출범하는 공론화위원회에서 2014년까지 부지선정을 비롯한 권고안을 내면 정부가 이를 토대로 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세운뒤 다음 해부터 처리시설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방향을 국민적 공감대 아래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로드맵이 나온 셈이다. 정부는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에 공론화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민간차원의 정책포럼도 운영했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질질 끌어왔다. 이번에 8년만에 내놓은 추진계획도 모두 차기 정부에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할 내용이어서 또 다시 마냥 미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맹독성 물질이 남아있거나 생성돼 인체에 노출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죽음의 재`로 불린다. 국내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고리와 영광, 울진, 월성 등 4개 원전본부에 임시 저장하고 있지만 이미 수용공간의 71%가 채워진 상태다. 2016년 고리원전이 꽉 차는 것을 시작으로 2024년이면 원전내 모든 임시저장고를 쥐어짜듯 조밀화해도 완전 포화상태가 된다. 지하 500m 밑에 영구 격리해 10만년 이상 안정성이 보장되는 최종 처분장을 당장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50년 이상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이 필요하다. 마지노선까지는 12년 남았지만 경주에 짓고 있는 중·저준위 폐기장 부지선정에만 20년 걸린 것을 감안하면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은 부지선정에 따른 주민반발과 지역갈등을 푸는 게 관건이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부지선정을 놓고도 벌써부터 첨예한 갈등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후보지로 전북 부안, 부산 기장, 강원 양양, 충남 서천 등 4곳이 조사·검토된 것으로 알려져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지선정은 투명성과 신뢰, 소통의 바탕위에서 추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핵폐기장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채 원전 건설만 강행하면 앞으로 더 많이 쏟아져 나올 사용후핵연료를 버리지 못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정부의 공론화나 부지선정 과정이 폭넓고 객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