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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상생 실현되나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처음으로 상생방안을 내놔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은 지난 22일 지식경제부 중재로 전국상인연합회 및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대표들과 만나 매달 2차례 이상 휴무하고, 신규 출점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내달 15일까지는 가칭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해 나간다고 한다. 이번 합의로 골목상권은 무분별한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 등에 따른 영업권 침해와 지역경제 황폐화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를 마련했다. 양측이 어렵게 튼 대화의 물꼬를 이용해 골목상권을 지키면서 소비자의 권익도 보호하는 최적의 방안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주길 기대해 본다.대형 유통업계가 골목상권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고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하루빨리 해법을 찾지 않으면 각종 규제조치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이 SSM 출점을 본격화하면서 시작된 골목상권과의 마찰은 지자체의 영업제한 조례로 일차전을 치렀고, 대형 유통점들이 소송으로 맞서 이를 무력화하면서 더욱 시끄러워졌다. 특히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는 서울시의 휴일 영업제한 조치를 대놓고 무시하며 배짱영업까지 하고 있다. 지자체는 절차상 문제를 보완해 재개정한 조례로 또 다시 영업제한에 나설 태세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여건 발의돼 있고, 일부 대선 후보는 대형마트 입점을 허가제로 바꾸고 휴무일을 늘리거나 영업시간·영업품목을 제한하는 규제까지 고려하겠다고 한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도 대형마트에 호의적이지 않다. 민생 차원으로 번진 골목상권 문제를 대형 유통업계가 수수방관해서는 안되는 이유다.앞으로 강제휴무 방법이나 시기 등을 논의할 협의회 운영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듯 하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거나 전통문화 및 자연보존이 필요한 지자체에 대형마트 출점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논의 과정에서 골목상권은 이런 규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대형마트는 이를 방어하다 보면 협의회 운영이 파행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지자체에서 마련한 상생모델을 보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경기 파주와 전남 순천 등에서는 휴일이 아닌 평일에 월 2차례 휴무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대형마트가 월 2회 휴무하되 날짜는 각 지역의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하고, 지자체와 골목상권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출점한다는 결론을 도출하면 되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자율 상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2-10-24

특검, 법앞에 만인평등 보여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게 됐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특검팀은 22일 이시형씨 소환조사 방침을 정하고, 경호문제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검찰에 소환되거나 기소된 사례는 과거 여러차례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특검에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특검팀은 이시형씨의 신분에 대해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라고 못박고 사법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수사기관이 소환대상자를 피의자로 지칭할 경우는 범죄 혐의 입증을 자신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검팀은 현재 이시형씨의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시형씨는 당초 검찰 서면조사에서 자신의 명의로 돈을 빌려 땅을 샀고, 추후 이 대통령 앞으로 명의를 돌리자는 아버지의 말에 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매입 대금은 모친 김윤옥 여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6억원을 각각 빌린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 부분에 대해 `형식과 실질 모든 측면에서 시형씨가 땅을 샀기 때문에`혐의점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시형씨를 `피의자`로 지칭한 데서 결론이 다를 수 있다는 느낌이다. 검찰 발표에서 누락된 부분이 공개된 데서도 이런 정황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이시형씨가 큰아버지로부터 현금으로 6억원을 받아 청와대 관저 붙박이장에 보관했다가 청와대행정관을 통해 부지대금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왜 이를 발표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무엇 때문에 어떻게 조성됐는지도 규명되지 않은 거액의 현금을 직접 옮겨 청와대에 보관했다가 대금을 치르게 됐는 지를 조사하지 않았다니 이상한 일이다.특검 수사개시 전날 출국한 이상은 회장도 귀국일정을 지켜 소환에 응하고, 하루빨리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 특검 수사까지 이르게 된 마당에 괜한 의혹을 부풀리는 행동을 해선 안된다. `내곡동 사저`의 부지 매입 의혹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다. 대통령이 퇴임후 거주할 사저를 매입하는 일에 어째서 아들이 함께 참여해야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국가가 부담해야 할 돈이 6억~10억까지 더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는 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다 장장 8개월을 수사한 끝에 관련자 전원 무혐의 결론을 내려 특검까지 하게 됐으니 말이다.국민들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간단하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해 공개하고, 위법적 요소가 있다면 경중에 맞게 법률적 조치를 취하면 된다. 국민은 법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을 보고싶어 한다.

2012-10-24

독도, 실효적 지배가 능사 아니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관련, 우리 정부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고 해서 조용한 대응만 해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95년 세종대에서 일문학 강의를 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 거주하다가 지난 2003년 한국에 귀화해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반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가 바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세종대학교 독도종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호사카 교수는 22일 한 강연에서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 공동제소를 계속 거부하면 일본은 상대국의 거부권이 없는 국제해양법재판소를 노릴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일본이 독도 수역을 침범해 무력 분쟁을 일으키고 국제해양법재판소로 독도(해결책)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설득력있는 주장으로 풀이된다.이미 일본은 지난 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시도했으나 우리 정부가 대응하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 따라서 독도수역을 침범하는 무력도발을 일으켜 우리 정부가 대응치 않을 수 없도록 만든 뒤 이 문제를 독도국제해양법재판소에 해결을 넘기는 우회전략을 쓸 개연성이 있다.호사카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독도인근 해역의 해군력 증강배치는 물론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무장해야 독도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막연하게 이대로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면 결국 한국의 것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것이다.호사카 교수는 현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일본이 17세기 중반, 약 40년간 독도 해상영유권을 확립 △일본은 1905년 독도를 시마네(島根)현 오키섬으로 정식 편입 △샌프란시스코 조약(1951년)에서 `독도의 한국 영토 제외` 등 3가지로 소개했다. 그런 뒤 조목조목 반박했다.먼저 돗토리(鳥取)현이 17세기 말 에도막부에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보고했고, 1877년 일본 중앙정부가 울릉도와 독도를 일본의 영토가 아님을 공식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인이 독도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일본으로 보낼 때 울릉도감에게 수출세를 냈고, 일본 경찰관이 1902년 독도가 울릉도에 속하는 섬이라고 공식 보고한 문서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독도의 한국 영토 제외`는 연합군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미국만의 입장이었으며, 영국, 호주 등 다른 연합군은 이 입장에 반대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결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우리 영토수호와 관련된 얘기인만큼 정부 관계자들은 독도수호에 추호도 차질을 빚지 않도록 심도있게 검토해주길 바란다.

2012-10-23

재외국민 투표율 높일 획기적 방안 찾아야

18대 대선의 재외 선거인 등록신청 마감 결과를 보고 과연 이런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가 든다. 지난 7월부터 무려 3개월간 유권자 등록 신청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응한 재외 국민은 전체의 9.7%인 21만7천명에 그쳤다고 한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등록률 5.6%에 비해 상당폭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가뜩이나 낮은 등록률에다 실제 투표는 여기서 다시 반토막이 났던 총선 투표율(2.5%)을 생각하면 이번 대선에서도 저조한 투표율이 재연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등록 재외국민 선거인의 구성비를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는 영주권자는 4만2천명으로 20%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재외국민 선거인은 해외 주재원, 유학생, 여행객 등 단기 체류자들로서 나머지 80% 가량을 차지했다. 재외국민 투표가 해외에 뿌리를 내린 재외국민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참정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본말이 전도된 결과다.재외국민 투표의 등록률이 낮은 첫번째 이유로는 복잡한 절차가 꼽힌다. 최근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등록과정에서 이메일 접수는 허용하면서도, 우편접수는 선거부정 가능성을 우려해 차단했다. 이메일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 재외국민의 편의는 상대적으로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반드시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저조한 등록률의 원인을 제공했다. 조금 과장해서 땅덩어리가 큰 나라에서 `산넘고 물건너서`한표를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등록단계부터 참정권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문제점에 대한 진단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의지를 갖고 초당적으로 등록률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면 해법은 어렵지 않게 도출될 수 있다. 기왕에 제도가 도입됐다면 그 취지에 맞게 현실을 반영한 보완입법에 나서는 게 정치권의 의무이자 도리다. 지금처럼 우편을 통한 선거인 등록이나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재외국민 투표의 낮은 등록률과 투표율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결과라는 비판을 받게 돼있다. 여기에다 비용문제를 생각하면 자칫 재외국민 참정권 폐지론으로 여론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재외국민 투표가 첫 도입된 4.11 총선 당시 재외국민 투표 1인당 비용은 국내 선거의 1만원을 크게 웃도는 50만원 선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비용은 이처럼 높고 효율은 터무니 없이 낮다면 제도의 존립근거가 흔들리는 건 자명한 이치다. 정치권은 선거에 임박해 땜질식 보완을 할 게 아니라, 대선이 끝나는대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재외국민 투표를 내실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

2012-10-23

포항신항 물류이탈이 걱정이다

포항신항으로 가야할 철강 물류가 부산으로 대거 빠져 나가고 있다. 포항신항에는 철강제품을 야적할 창고가 없고, 선적과 출하의 낮은 생산성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파이프를 부산항을 통해 북미지역으로 수출하는 넥스틸에 이어 포스코도 자사에서 생산하는 선재·코일·후판 일부를 부산항을 통해 수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코 앞에 수출항을 두고도 먼 부산항으로까지 철강제품을 옮겨야 하는 화주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이대로 둬선 안된다. 이참에 포항신항과 영일만항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당장 창고부터 신축해야 한다. 포스코는 한진·세방 등과 부산신항 창고를 이용해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포항신항에 제품을 쌓아 둘 창고가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부산항을 통해 수출하는 물량은 내년 7월까지 월 5~7만t 정도, 금액으로는 약 400~600억 원어치다. 포스코가 이런 결정은 내린 데는 현재 증축 중인 3부두 공사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재고 유지를 위한 창고 부족과 신항의 낮은 생산성때문이다.물류업체들도 속이 타들어 간다. 한 업체 대표는 “현재 신항과 영일만항의 창고에는 물량이 가득 차 있다. 더 이상 제품을 쌓아둘 곳이 없어 지하 주차장까지 창고로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는 철강경기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제품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아 재고만 쌓이고 있다. 차량 제작에 쓰이는 CHQ 선재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팔았지만 지금은 판매량이 저조하다 보니 포스코 원자재 재고도 덩달아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더욱 시급한 사안은 포항신항의 낮은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다. 현재 출하와 선적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항만 물류작업 구조를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출하와 선적에서 효율성을 높인다면 부산으로 가는 물량을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있다는 게 선사업계의 주장이다. 화주·운송업체·항운노조가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다. 선사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다. 선적을 얼마만큼 빨리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좌우된다. 현재 포항신항의 작업 속도만 놓고 보면 부산항의 3분의 1 정도라고 하니 선사들의 속이 타들어 갈만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항운노조도 예전의 관행에서 벗어나 선적에 속도를 내 부산항과 견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이번 포스코의 제품이 부산항을 이용해 수출할 경우 포항에 들어 올 현금 30억원이 부산으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배 1척이 입항하면 대략 1억5천만원을 쓰고 간다는 데, 모두 15척 정도가 부산으로 간다고 하니까 포항의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처럼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추가적인 물류이탈은 막아야 한다. 포항시와 포스코, 항만 관계자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12-10-22

대선후보들의 정부조직 개편 구상 신중해야

12월 대선에서 여야 세 후보가 모두 복지 및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면서 어느 후보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는 `큰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불가피하게 확대하면서 정부의 몸집을 불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보수정당은 시장의 자율을 보장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화두를 선점해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고, 야권 후보들 역시 경제민주화를 공약하고 있어 `큰 정부론`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 돼 버렸다. `큰 정부`는 본디 정부 운영의 철학 내지 정책의 지향점과 관련된 영역이지만, 현실에선 정부의 사이즈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당장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과학기술, 정보통신, 산업부분의 미래의제를 관리할 전담부처의 신설을 언급했다. 문재인 후보는 더욱 적극적이다.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15부2처18청`의 현행 정부조직은 정권이양기를 거치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몸집이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문민정부 출범 이후 정권 초기마다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강조했던 `작고 효율적인 정부`란 슬로건과는 온도차가 크다. 물론 역대 정부들도 초심을 잃고 임기 중·후반에 가서는 정부 몸집을 키우는 `요요현상`을 되풀이했지만, 일단 출발선상에선 `정부조직 슬림화`를 외쳤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은 부처의 신설 혹은 부활만 얘기하고 있을뿐 통·폐합 문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 표를 의식해 신설계획만 내놓는 것이라면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편의주의적 공약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또 하나 지적할 것은 정부의 몸집을 키우면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게 되고, 그에 따른 예산이 필요하다. 부처의 신설은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데, 여야 후보들이 면밀한 검토를 한 것인 지 궁금하다. 이미 복지예산의 재원마련을 위해 증세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사이즈를 늘리는 일까지 보태진다면 국민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이런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부처는 신설하고, 정작 필요한 부처는 통·폐합하는 억지 조직개편이 이뤄져서도 곤란하다. 정부조직을 그런 식으로 개악해선 안된다. 후보들은 재원조달, 적정 공무원의 숫자, 거버넌스의 범위설정 등을 두루 감안해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구상을 내놓기 바란다.

2012-10-22

재벌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귀기울여야

이번 대선에서 경제 분야의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인 듯하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하자는 게 그 골자이다. 이제는 재벌의 탐욕과 불법행위를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에 따른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며칠 전 고강도의 처방전을 내놓았고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이달 안으로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계획이라고 한다.유력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추진 내용을 보면, 불공정 거래 규제를 강화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자는 데는 세 후보가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여기엔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 업종 침해 규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증여 방지, 재벌총수의 기업범죄 처벌 강화 등이 포함된다. 이 부분은 대기업들 역시 불만은 있으나 반발할 명분이 별로 없는 만큼 그쪽으로 가닥이 잡힐 듯하다.하지만,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지주회사 등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경련은 이를 두고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함으로써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박 후보는 온건한 처방을, 문-안 후보는 좀더 근본적 처방을 내놓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의 경우 박 후보는 기존출자분을 인정하고 신규출자만을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기존 출자분도 3년의 유예기간을 둬 모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안 후보는 기존 출자분을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규출자 금지에는 세 후보 간에 이견이 없다. 다만, 소수 지분을 보유한 총수가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통로로 활용돼온 일부 재벌들의 기존 순환출자분을 인정할 것이냐 여부가 핫이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존출자분 해소 문제에 너무 원칙적으로 대처하면 자칫 세계적 경쟁력 있는 우리 대기업들에 대한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지금 경제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쪽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그간 급속한 경제성장의 과실은 가져가면서 사회적 책임은 게을리했던 재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재벌들은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귀담아 듣고, 새 시대의 흐름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들도 경제민주화를 하더라도 국내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우리 기업 및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이바지하도록 공약을 다듬어 내놓기를 바란다.

2012-10-19

태권도 발상지에서 홀대해선 안된다

제7회 경주 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가 오는 25일 태권도 발상지인 경주에서 개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창시돼 세계화된 국제공인 스포츠이자 국기(國技) 종목인 태권도가 `발상지`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다.신라 천년고도 경주는 태권도 발상지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옛 문헌과 유적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된 동조 금강역사상의 공격과 방어자세를 비롯, 경주지역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을 보면 태권도가 확대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퇴보하거나 정체되고 있는 모양새다.특히 이번 경주 대회를 보면 태권도가 `과연 국기가 맞나`하는 의문이 든다. 대회 규모는 국제대회지만 내용적인 측면이나 예산 면에서 보면 졸렬하기 그지없고, 급조된 모양새를 떨쳐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30여 개국 2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 `예산`이 고작 8억여원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국비·도비·시비 등이 포함된 것이며, 대부분 외국 선수단 경비와 행사 관련 부분에 소요된다.이 대회가 급조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준비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점에서다. 경주시가 지난 1월 대한태권도협회에 권위있는 대회 유치를 건의한 이후 지난 3월 경주시·대한태권도협회 대회 유치 MOU 체결, 6월 대회준비 TF팀 구성 및 대회홍보, 8월 조직위원회 창립총회 및 제1차 집행위원회 개최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 국기 관련 행사를 치르기에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국제대회를 치루려면 수년 전부터 준비를 하고,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점검 또 점검해 행사를 개최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대회는 불과 4개월 만에 뚝딱 치르려고 하니 주최 측이 원천적으로 `부실대회`를 자초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더욱이 경주시나 조직위 측은 우리나라 `국기`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에게 태권도 발상지의 역사성 등을 제대로 전달할 준비는 전혀 없어 보인다. 조직위 측은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태권도 발상지 경주의 이미지 홍보와 역사 문화 첨단과학 스포츠 도시 경주의 위상제고를 하겠다”고 하지만 절차나 준비상황을 보면 행사 치르기에 급급한 모습이 역력하다.적어도 국제대회라면 `격`에 맞는 선수들이 참가해야 하는데, 국내외 태권도 환경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국내를 보면 전국체전이 16일 끝났고, 이어 도민생활체전이 19일부터 시작된다. 더욱이 올 7월 영국 올림픽 개최 등 국내외 A급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 참가했기에 이 대회에 과연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참가할 지 의문이다. 경주시와 태권도 관련 기관은 태권도 발상지의 위상을 위해서나 국기의 격을 높이기 위해서 향후 국제대회를 개최할 때는 심사숙고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12-10-19

구미 불산사고, 슬기롭게 극복하자

구미시가 뜻하지 않은 불산 누출사고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직접적인 인명피해와 불산 누출지역의 2차 피해도 엄청나다. 지역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 추락에 따른 판매부진에다 각종 행사마저 줄줄이 취소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축제의 계절 10월을 맞아 일선 시군마다 크고 작은 축제의 여흥이 넘쳐나고 있지만 구미시는 30여 개에 이르는 행사를 취소 또는 중단해 더욱 무기력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구미시는 불산 사고 직후 취소했던 제22회 경북도민생활체육대회를 다시 개최키로 결정했다. 경북생활체전은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열리는 300만 도민 화합 잔치이다. 현재 구미시의 여건을 감안하면 무척 어렵고 중대한 결정이고, 구미시의 미래를 위해 아주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불산 사고 수습과 복구 등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사고발생 피해지역이 최근 정부의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정부가 피해농작물에 대한 시가보상 등 복구 대책이 마련되는 등 수습 국면에 들어가 있다. 시민화합을 이끌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그런 의미에서 경북생활체전은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흔히 체육은 전문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엘리트체육과 국민들이 일상 생활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순수 아마추어 스포츠 활동인 생활체육으로 대별된다. 경북에는 매년 봄에 엘리트 스포츠 경연장인 경북도민체전, 가을에 생활체육대회가 개최된다. 구미시는 지난 5월 제50회 경북도민체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첨단과학도시 구미의 위상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경북생활체육대회마저 훌륭하게 치러낼 계획이었지만 불산 사태로 자칫 무산될 뻔했다.체육의 여러 가지 기능 가운데 사회통합기능이 있다. 운동경기를 통해 단체나 기업체 등에 대한 소속감, 애사심, 동료간 유대강화, 협동심, 일체감을 조성해 사회를 하나로 통합해 가는 기능이다. 불산 사고로 가라앉은 시민 정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위기 극복에 대한 공감대와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한 동기가 필요한 데, 바로 경북생활체전이 그 기회가 될 수 있다.특히 이번 도민생활체전은 경북도내 23개 시·군 1만여 생활체육인들이 불산 피해 지역민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 지역 농산물 판매 홍보대사의 역할을 하며, 농가의 시름도 덜어주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행사나 축제를 무조건 취소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는 없다. 행사나 축제를 통해 시민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시름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전자도시 구미시가 불산의 위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국가 산업의 중심으로 다시 제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2-10-18

불법조업 중국 어선 막을 길 없나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의 선원이 한국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숨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해경은 16일 오후 3시10분께 전남 신안군 홍도 북서쪽 90㎞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들을 발견해 단속에 나섰다. 중국 선원들은 해경이 배 위로 올라설 수 없도록 쇠꼬챙이 수십 개를 박고, 쇠톱과 칼 등 흉기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해경은 진압 장비를 이용해 중국 어선 2척과 선원을 나포했으며, 격렬한 진압과정에서 중국 선원 장모(44)씨가 가슴에 비살상용 고무탄을 맞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은 장씨를 헬기로 긴급 후송,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참으로 애석하고 불행한 일이다.해경은 중국 선원들이 극렬하게 저항, “단속 대원의 생명에 위협을 느껴 진압장구를 사용했다”고 한다. 비살상용 고무탄이었지만 불운하게도 가슴을 정통으로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둘러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8년 목포 흑산도에서 중국 어선 단속에 나선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2010년엔 군산 어청도에서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 경비정을 들이받아 중국 어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2011년 12월엔 인천 소청도에서 이청호 경장이 극렬하게 저항하던 중국 선원에게 피살되는 참사가 있었다. 이런 뼈아픈 참사에도 불구하고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우리 해경의 단속, 중국 어민들의 격렬한 저항 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1차적인 이유는 중국 어선들의 끊이지 않는 불법조업에 있다. 다른 나라 어선이 자국 수역에 들어와 불법으로 고기를 잡는다면 그냥 두고 볼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법 집행에 나서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처벌을 가하는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중국 어선들의 우리 해역 불법조업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해경의 정당한 법집행에 각종 흉기를 동원해 맞서고 있어 양측간 인명피해가 나고 목숨을 잃는 불상사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중국측이 불법조업을 근절하려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 측도 혹시나 진압 과정에서 잘못 대응한 점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해 문제점이 있다면 즉각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정당한 법집행이라 해도 인명이 살상되면 상대국의 여론은 나빠지게 마련이다. 우발적인 사고 때문에 우리의 정당한 법집행이 매도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속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2012-10-18

구미 불산 사고 환경당국 대응 실망스럽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 환경 당국이 인근 지역의 2차 피해를 예상하고도 뒤늦게 `심각경보` 발령을 하는 등 위기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상황접수도 늦게 이뤄진 사실이 국감에서 뒤늦게 드러났다.대구지방환경청이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경협(부천원미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구미국가4산업단지 화공업체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된 지 6시간47분이 지나서야 심각경보를 발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공개한 사고조치 상황기록을 보면 환경 당국은 불산가스 누출이 인근지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오후 8시20분 주민대피령을 내렸고, 동시에 발령해야 할 사고단계 심각경보는 1시간10분이 지난 오후 9시30분에야 이뤄졌다. 즉각 대응태세에 돌입해야 하는 심각경보의 발령을 늦췄고, 아무런 근거 없이 5시간만에 심각경보를 해제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또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민주통합당 홍연표(인천 부평을)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구미시청은 사고 발생 8분만에 상황접수가 이뤄진 반면 대구환경청은 1시간15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접수했으며, 사고현장에 환경 탐지 특정장비가 있었는 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홍 의원은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작성한 `화학사고 상황 보고`를 보면 최초 상황접수를 사고 당시 오후 4시58분께 구미경찰서로부터 상황접수를 받아 오후 5시5분께 환경부에 상황보고했다”며 “하지만 소방방재청에서 작성한 상황보고서를 보면 사고발생 37분만인 오후 4시20분께에`B/H 및 행안부 등 유관기관(환경부) 상황 FAX통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현장에 도착한 대구환경청 출동차량에는 9억원 상당의 환경과학원 차량에 있는 간이측정장비(보호복, 공기호흡기, KITAGAWA 검지관, pH페이퍼 등)와 동일한 탐지측정장비를 갖추고 있었으나, 제대로 측정을 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국감에서 드러난 환경당국의 안전사고 대응능력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위기대응 매뉴얼대로 사고단계 심각경보만 동시에 발령했더라도 상당한 부분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사고현장에 출동한 차량에 탐지측정장비를 갖추고도 제 역할을 못해 현장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니 평소에 실시했다는 화학테러 모의훈련이 무색하기만 하다.정부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독성 화학 물질 관리·화학 물질유출 사고 발생시 대처매뉴얼 정비 등을 포함해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큰 사고에 미숙하게 대응해 비난을 듣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2012-10-17

공공기관 `낙하산`인사가 부실을 자초

상급 부처나 외부 출신들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관행이 여전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286곳 중 약 30%에 달하는 82곳의 기관장이 주무 부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 보면 농림수산식품부(80%), 금융위원회(60%), 고용노동부(50%), 보건복지부(44%) 등이 평균치를 웃돌 정도로 심하다. 또 산하기관과 유관 협회가 많은 지식경제부에서는 퇴직한 후 기관장을 2~3번까지 하는 공무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다른 부처나 정치권 출신도 틈만 나면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자리로 밀고 들어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칙없는 보은인사가 도마 위에 오르지만 그 때 뿐이다.공공기관 CEO 가운데 상급 부처 공무원을 포함한 전체 외부 출신은 233명으로 81.5%에 달한다. 내부출신은 고작 17.5%인 50명 뿐이다. 이들 중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대학병원 14곳의 병원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내부 출신은 36명에 불과하다. 낙하산식 인사는 무사 안일주의와 냉소주의의 자양분이 될 뿐이다. 부적격자를 막기 위한 공공기관장 공모제도가 있기는 하나 유명무실하다. 오히려 낙하산 인사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 7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과정이 대표적인 파행사례다. 금융위원회는 퇴임 기자회견까지 마친 안택수 이사장을 재연임시키고, 임원추천위가 이사장 후보로 추천한 3명을 모두 낙마시켰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정부부처 출신들이 전문성을 살려 산하기관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현실은 부정적이다. 공공기관이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작년 말 286개 공공기관의 총 채무는 464조원에 달한다. 3년 사이 100조원 넘게 불어나 국가부채보다도 더 많다. 부채비율은 거의 200%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두 배 수준이다. 일단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빚더미 속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여 국민적 불신을 키운바 있다.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하면 영락없이 부실 경영사례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문제다.공기업들의 부실·방만경영은 낙하산 인사에 그 출발점이 있다. 상당수 인사가 전문성이나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기관장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없다보니 노조와 타협하고, 구조조정은 나몰라라 한다.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특정 대선 후보를 도왔다는 공로 등으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일은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한다. 부처 공무원이 산하 기관장을 맡을 때도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또한 능력 있는 내부 인사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지금보다 더 엄격히 해 무능력자를 과감히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2012-10-17

포스코, 지역 발전에 좀더 관심가져야

포스코가 본사를 두고있는 포항지역 발전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1968년 4월 열연 및 후판제품, 전기강판 등을 생산하는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된 뒤 지속적으로 성장해 이제는 시가총액만 30조원, 매출액 32조6천억원(2010년 현재)에 이르는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다.그런 포스코가 최근 포항에서 열리는 `포항스틸아트 페스티벌`에 별다른 후원을 하지 않아 눈총을 받고있다. 포스코의 후원 외면으로 스틸아트페스티벌은 정부지원금 5억원과 시비 5억원, 도비 2억원 등 모두 12억원의 지원금만으로 지역 예술인들이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꾸렸다고 한다.지난 13일 오후 포항 동빈내항 해상무대에서 막이 오른 스틸아트페스티벌은 앞으로 한 달간 일정으로 환호해맞이공원 전시를 시작으로 북부해수욕장, 동빈내항에 이르는 아트웨이에 50여점의 스틸조각 예술품들을 전시해 도시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게 된다. 포스코는 운영위원회의 후원요청에 대해 영업실적 부진을 이유로 작품 6점을 기증한 게 전부였다고 한다.포항에서 스틸 아트페스티벌이 열리게 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가 포항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포스코의 후원 외면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철과 지역의 문화, 철학을 융합한 21세기 신철기시대(Neo-iron Age)를 여는 스틸축제라는 취지를 생각하면 포스코가 먼저 기획해 만들어야 했을 행사가 아니냐며 포스코의 지원외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포스코가 포항지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있는 지를 반영하는 또 다른 사례는 바로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간 통합으로 인한 통합법인의 본사 포항 이전건을 둘러싼 포스코의 태도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울산 성진지오텍에서 이사회를 열고, 통합법인의 포항이전안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이사회 자체를 무기연기하고 말았다.이사회가 연기된 배경은 두 회사의 통합과 본사 이전문제를 놓고 울산과 포항지역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는 데, 포항시는 물론이고 포항시의회, 포항상의 등 포항지역 관계와 경제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성진지오텍 본사의 포항이전을 요청한 이후의 결정이란 점을 생각하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울산과 포항의 여론이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안에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래서 포스코가 본사 소재지인 포항지역 발전에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비록 포항지역이 포스코란 글로벌 기업의 그늘아래 경제가 움직이긴 하지만 포스코 역시 포항지역을 토대로 성장해 온 향토기업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게 포스코가 포항지역의 문화나 예술, 경제발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포스코의 각성을 촉구한다.

2012-10-16

정부기관 보안시스템 전면 재점검해야

정부 중앙청사가 정신질환자의 습격에 뚫려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부의 심장과도 같은 상징적인 건물이다.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통일부, 외교통상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8개 부처의 사무실이 들어있다. 이렇게 중요한 국가기간시설이 60대 정신질환자에게 무방비로 뚫렸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김모(61)씨는 위조 공무원증으로 청사 후문을 손쉽게 통과했다. 등에 멘 배낭에는 휘발유가 든 생수병이 들어있었지만 검색대와 보안게이트를 무사통과했다. 그가 18층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에 들어가 불을 지를 때까지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김씨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도 막지 못했다. 백주 대낮에 대한민국 정부 중앙청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만일 테러리스트가 폭탄이라도 들고 침입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관공서들이 있고, 건물과 시설 마다 보안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 건물인 정부 중앙청사는 가장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적용돼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 청사의 보안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지없이 드러났다. 경비를 서던 의경은 소속 부서도 적히지 않은 가짜 공무원증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다. 위험물질을 검사하는 보안검색대는 아예 꺼져 있었다.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찍어야 통과할 수 있는 보안게이트 역시 활짝 열려 있었다. 3중의 보안시스템이 모조리 먹통이었던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뚫을 수 있을 만큼 허술한 것으로 드러난 보안시스템을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 청사 뿐 아니라 다른 관공서의 보안시스템에도 문제가 없는지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이다.얼마 전에는 북한군 병사가 동부전선 철책을 뚫고 넘어와 최전방 소초 생활관 문을 두드리는 일이 있었다. 그가 병사들의 숙소까지 들어오는 동안 우리 군은 까맣게 몰랐다. 경계용 CCTV나 3중 철책도 무용지물이었다. 또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선 고등학교를 중퇴한 10대가 교실에 무단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있었다. 전방에서부터 정부 청사, 학교에 이르기까지 안전을 위한 보안시스템이 줄줄이 구멍 뚫렸다. 이처럼 국가 보안과 치안시스템에 총체적으로 구멍이 뚫린 데에는 근무기강이 많이 해이해 진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말기여서 그런지 공직자들의 나사가 풀릴 대로 풀렸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정신질환자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경쟁에서 낙오한 `은둔형 외톨이` 중 일부가 `묻지마식 범죄`로 사회적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공무원들의 해이해진 근무기강을 확실히 다잡아주길 바란다.

2012-10-16

포항철강공단 환경단속 겉돈다

포항철강공단 내 1,2종 사업장들의 환경오염 단속이 겉돌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로 이원화 돼 있는 단속시스템이 그 한 원인이라고 한다. 현재 경북도가 관리하고 있는 철강공단내 1, 2종 사업장(대기·수질)은 모두 93개사. 1, 2종 사업장의 경우 대기는 연간 오염물질발생량이 20~80t 이상, 수질은 1일 폐수배출량이 700~2천㎥ 이상 업체다. 문제는 1, 2종 사업장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경북도 밖에 없다는 점이다. 1, 2종 사업장에서의 오염배출 행위가 눈앞에서 펼쳐 진다해도 포항시로서는 구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시스템이다. 왜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을까. 구미공단의 불산 누출사고 역시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이 낳은 결과물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실제로 포항철강공단 1, 2종 사업장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단속관청인 경북도의 즉각적인 출동은 물론 오염배출 현장의 상황 파악도 어렵다. 경북도청에서 포항까지 오는데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경북도 녹색환경과의 직원들조차도 “포항공단 1, 2종 사업장의 오염행위 신고를 받더라도 즉시 현장으로 출동하기는 어렵다”며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라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포항시 환경위생과 직원들도 “단속권이 없다보니 어떻게 손쓸 수가 없다”며 “현장에서 경북도 공무원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또 1종 사업장의 경우 2년에 1번씩만 단속하도록 규정돼 있는 환경부지침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지난 2000년대만 하더라도 포항철강공단 내 중심부에는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산하 포항환경출장소가 자리 잡고 있어 공해업체들의 오염행위는 엄두도 못 냈다. 그 당시 환경출장소에는 수질, 대기, 폐기물 등 각 분야의 전문직 공무원이 6~7명이 상주하면서 철강공단내의 환경감시에 대한 첨병역할을 했다. 그러나 포항환경출장소가 폐쇄되면서 1, 2종 사업장의 단속권도 경북도로 이관됐다. 그 이후부터 1, 2종 사업장들에 대한 단속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환경전문가들도 “구미공단의 불산 누출과 같은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북도가 관리하고 있는 1, 2종 사업장의 단속권을 해당 지자체(포항·구미시) 등에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북도 공무원 1~2명이 수시로 내려와 단속하는 것보다 인력과 접근성이 좋은 해당 지자체에서 맡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포항철강공단 내 공해배출 업체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단속을 하려면 현재 경북도가 맡고 있는 단속권을 각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단속 시스템도 지역 실정과 현실에 맞게 과감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12-10-15

350m 거리에 출장비 챙긴 통계청 직원들

매년 국감때면 정부기관과 공기업 직원들의 모럴해저드 사례를 듣고 분통을 떠뜨리는 국민들이 적지않다. 올해 역시 나랏돈을 펑펑 쓴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바로 통계청 이야기다. 정부 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는 통계청에서 부속기관이 있는 통계센터까지는 불과 350m 거리다. 행정구역은 각각 둔산동과 월평동으로 다르지만 대로를 따라 걸으면 7분정도면 갈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더구나 대전청사 앞에는 대전시가 마련한 공공자전거 타슈까지 항상 비치돼 있어 이를 이용하면 3~4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통계청 직원들이 코앞에 둔 건물 사이를 업무협의차 오갔다며 출장비를 챙겼다고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통계센터에서 근무하는 충청지방통계청장은 통계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출장비 2만원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통계청과 통계센터에 입주한 직원들이 양쪽 기관을 오가며 받은 출장비가 무려 5천99차례 8천469만원에 이르렀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정부기관이 국민 혈세를 얼마나 어이없게 집행하고,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정도로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통계청은 2009년 말부터 반경 12km이내 관내 출장은 거리에 상관없이 2시간 이상 다녀오면 1만원, 4시간 이상 갔다오면 2만원을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어 지난 4월까지 운영했다고 한다. 어떻게 엎드리면 코닿을 거리를 오가는데 출장비를 주기로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뒤 통계청은 최근부터 양쪽 건물을 오가는 직원에게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꿨다. 정부는 나랏돈을 엉뚱한데 펑펑 쓰는 황당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규정 등을 다시 점검해 봐야한다.더 큰 문제는 통계청의 기강 해이사례가 다른 공공기관 전체에서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모럴해저드와 방만한 편법운영 사례는 국감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2년여동안 461차례에 걸쳐 골프장을 찾았고, 평일 이용도 51차례에 달했다. 골프장에서 금리나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모양이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마사회 임직원들은 최근 3년간 회원권을 보유한 골프장 3곳에서 근무일 870일 가운데 36%인 313일간 814회나 골프를 쳤다. 한은이나 마시회 임직원들은 천안함 1주기나 을지훈련 기간에도 골프장을 찾았다니 나사가 풀릴대로 풀린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한심스럽다. 경영평가 최하위인 공기업들이 자구노력없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요금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몰염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 통계청의 사례를 계기로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기강을 확고히 잡아야 한다.

2012-10-15

軍, 이대로 안된다

지난 2일 강원도 전방철책선을 넘고 귀순한 북한 병사가 당초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가 발표한 우리 군의 CCTV에 발각된 것이 아니라 전방초소 생활관 문을 두드려 귀순한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도발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최전방의 경계수위가 `뻥` 뚫린 것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적 여론이다. 더욱이 해당 부대는 당초 이 사실을 합참에 `허위보고`까지 하는 등 지휘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마저 받고있다.정승조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GOP 내무반 앞에 북한군 1명이 있는 것을 초소상황실 근무자가 CCTV로 확인하고, GOP 근무병에게 연락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합참조사단이 해당 부대를 조사한 결과, “북한군 병사는 2일 오후 11시20분께 GOP 내무반 문을 두드렸고, 우리 장병이 나가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북한 병사가 해당 부대 경계지역인 전방철책선을 넘어 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진 것이다.좌파 정부 당시 터진 대북 관련 대형사고는 당시 통수권자의 북한관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군 지휘부도 통치권자의 성향에 코드를 맞추다 보니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고, 그 사고 또한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체질개선`이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북한 도발을 두고 그나마 지휘체계가 `선보고 후조치`에서 `선조치 후보고`로 바뀐 것은 다행이지만, 본질적으로 군 문화를 `군 답게`조성하지 못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최근 군은 입대 장병을 위해 입·퇴소식을 거행하고 있다. 행사의 취지를 군 부대 인근 경제활성화를 한다는 경제논리로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남부권 부모가 최전방 부대에 입소하는 자식을 위해서 당일 최하 40만원 이상 경비를 써야 하는 데, 국가적 손실이자 넉넉지 못한 부모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꼭 참여해야 할 `입영문화`로 정착돼가고 있는데, 조손가정, 결손가정 자녀는 부모 없이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야 하는 등 위화감까지 조성되고 있다.또 현 정부 들어 사병들의 사고 방지를 위해 입대 동기끼리 한 내무반을 사용케 하고, 군 내부 사정이 외부로 실시간 전달되는 통신시스템 등 문제투성이다.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우리 군은 더욱 강해야 한다. 엄격한 명령체계로 유지돼야 유사시에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군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군 `지휘부`는 깊이 성찰하고, `군 다운` 환경을 새롭게 조성해야 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2012-10-12

불산가스 사고 때늦은 책임공방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로 피해가 커진 데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환경부와 구미시 사이에 때늦은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특히 환경부가 불산가스 누출사고 직후 불화수소가 함유된 증기를 확인하고도 화학물질사고 위기경보 `심각`단계를 해제한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오전 2시30분 사고지점 탱크 주변에 불화수소가 함유된 `미스트 형태의 증기`가 정체하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스트 형태의 증기는 기체 안에 떠다니는 매우 작은 액체 입자로 액체 물질이 물리적 힘을 받거나 증발한 뒤 공기 중에서 다시 액체로 응축될 때 생긴다. 문제는 환경부가 이 증기를 확인한 지 1시간 만인 오전 3시30분 간이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심각` 단계 경보를 해제한 것이다.이렇게 되자 구미시는 환경부의 `심각`경보 해제조치를 토대로 주민 대피령을 해제해 귀가시켰고, 이 때문에 시민들의 피해가 늘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2차 피해를 키운 조기 귀가 책임이 구미시가 아닌 환경부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얘기다.구미시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소석회 살포를 지시했는 데, 이행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자 남유진 구미시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남 시장은 “보도 내용 중 `구미시, 불산 사고 직후 피해 막을 기회를 7번 놓쳤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발생 후 국립환경과학원이 7차례 소석회 살포를 지시했다는 방제 요청을 듣지 못했고, 사고발생 이튿날(28일) 오전 9시에 사고 현장 및 주변 공장을 소석회로 방제 작업을 하려 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작업으로 현장접근이 차단돼 방제가 불가능했다”면서 “국과수 감식단이 오후 1시에 철수한 후 25분 뒤 오후 1시25분부터 소석회로 방제작업을 시작해 오후 1시 50분에 사고현장과 주변 50m이내 방제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이런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벌어지는 책임공방은 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번 불산가스 누출사고의 경우도 중앙부처인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 체계는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다. 선진국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촘촘한 재난 예방 체계와 사후 대처매뉴얼이 이처럼 느슨해서야 어떻게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위험물 취급업소에 대한 전수조사와 사고 예방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사고발생때 행동지침을 규정한 사후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정부의 최우선과제다.

2012-10-12

국적악용한 병역회피 철퇴내려야

국민에게 병역의무는 신성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아닌 현직 고위 공직자 자녀 33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33명 중에는 정부기관의 장과 국립대 학장, 지자체장, 청와대 비서관의 자녀도 포함돼 있다. 개중에는 하나도 아닌 두 아들의 국적을 모두 포기시키거나 영주권을 취득토록 해 병역면제를 받은 고위 공직자도 4명에 달했다. 또 공직자 본인이 일시적으로 해외 영주권을 받아 병역면제를 받은 이후에 국적을 회복해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이 아니다. 병역의무를 하지 않고 외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는 고위 공직자의 자녀도 2명이나 됐다.우리사회 지도층 인사나 그 자녀들이 병역회피 등으로 지탄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병역 기피 방법도 다양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질병을 이유로 하거나 해외 원정출산 등을 악용한 병역회피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가짜 해외 대학 재학 증명서까지 만들어 병역을 피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국적 포기를 통한 병역면제는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5년간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거나 상실한 18-35세 남자는 1만5천560명에 이른다. 한해 평균 3천112명꼴이다. 이들 가운데 94%가 국내에서 태어난 후 나중에 외국 국적을 취득해 국적을 상실한 남자들로, 병역 회피가 의심되는 사람들이다.병역법상 37세만 지나면 입영의무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버린 후 37세가 지나 다시 국적을 회복할 경우 합법적으로 병역을 피할 수 있고, 국적을 포기하더라도 대한민국 비자만 받으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번에 드러난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병역면제 실태는 현행법의 이러한 틈새를 노린 병역회피가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기득권층에 만연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솔선수범해야 하는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부재와, 기강이 해이된 공직사회의 단면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반면에 스스로 군 입대를 선택한 해외 영주권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그 숫자가 최근 6년새 1천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이 면제됐지만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자 하는 이유 등으로 자진 입대를 선택했다. `국적세탁`의 방법으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저버린 사람들로서는 평생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차제에 국적을 악용한 병역회피를 막기 위한 병무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법무부 등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 상실이 병역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를 가려내 국내 입국금지 등으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2012-10-11

치료되지 않는 안전불감증

구미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불산 누출사고는 행정기관과 회사, 작업자 등 총체적 안전의식 실종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발표한 불산사고 수사 결과에 따르면 작업자들이 불산 원료탱크에 주입 호스가 빠져 있는 상태에서 불산가스 주입밸브를 열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작업자들이 밸브의 호스 연결 상태에 대한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었다. 회사의 안전관리도 허술했다. 이 회사 안전관리 책임자는 이날 충북 음성 공장에 출장을 가 자리에 없었고, 또 다른 안전관리자는 현장 관리를 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물을 취급하는 회사의 안전규칙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나 다름없었다.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이 회사가 첨단산업공장이 밀집해 있는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자체도 문제거리였고, 정부의 유독물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도 허술했다.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설립 당시부터 관리 당국의 공정안전관리(PSM)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밝혀졌다.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 가스나 불화수소, 염화수소 등 21개 화학물질을 규정량(불화수소 1t) 이상 제조·취급·저장하는 사업장은 정기적인 점검·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이 회사는 `공정안전차등관리(PSM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고, 구미지방노동청은 이 업체가 설립된 이후 단 한 번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제도가 처음부터 잘못됐고, 이후에도 고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구미 불산사고는 안전불감감증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였고, 이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불소의 정식명칭은 불화 수소산이다. 제초제와 살충제, 살균제 원료로 사용되고, 유독성으로 피부에 쉽게 침투해 피부를 태우고,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되면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이번 구미 불산누출사고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입원치료중이다. 불산에 노출된 근로자와 주민의 진료건수가 5천여건에 이르고, 공원녹지와 농작물, 산림이 고사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났고, 현재도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불감증 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우리는 하루하루 안전사고의 위험속에서 살고 있고 사고가 난 뒤 원인을 따져보면 거의 대부분 안전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이처럼 안전불감증 사고가 되풀이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과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안전불감증에 익숙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속에 안전사고의 그물이 겹겹이 쳐져 있고 모두 안전불감증이 적용된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2012-10-11

한국이 노벨상 수상 어려운 이유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의 화제를 모으는 게 바로 노벨상 수상소식이다. 이번에는 한국인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노벨상 발표가 끝나면 우리는 언제쯤이나 수상 소식을 접할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특히 이런 아쉬움은 이웃 일본에서 수상소식이 들리면 더욱 커지게 된다. 올해도 노벨상 6개 분야 중 가장 먼저 발표된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일본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교수가 아시아 최초로 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에는 물리학·화학·생리의학상 등 과학 분야 수상자가 16명이나 된다. 2001년 이후엔 거의 매년 수상자가 나와 10명이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노벨상이 서구에서 제정한 상이어서 아시아인들에게는 아무래도 불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놀라운 실적이라 해야겠다. 아직까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다.우리도 일본을 부러워하고만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일본이 이처럼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데는 오랫동안 축적된 기초과학 연구의 저력과 정부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학의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연구 풍토,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과 세태에 휘둘리지 않고 한우물을 파는 연구 자세 등도 기초과학 강국으로 우뚝서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패전 이후 일찍이 과학입국의 기치를 내건 일본은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1년에는 50년 안에 노벨 과학 분야에서 30명의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우리도 과거와는 달리, 지난 20여년간 기초과학 분야 등에 대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4%를 넘어섰다. 2012년 국가 RD 투자 총액은 12조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이만하면 우리 과학계도 머지않아 노벨상 수상의 낭보를 국민에게 선사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기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분야에서 한국인 노벨상을 배출할 사회적 토대나 분위기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을 보면 여전히 암울하고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기초과학의 토대를 쌓아야 할 초중고 과학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황폐화됐고,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과학영재들도 진학할 때에는 기초과학을 외면하고있다. 청소년기의 창의적인 과학교육이 도외시되고, 이공계가 취업이나 보수 때문에 푸대접을 받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12-10-10

공기업 제식구 챙기기 이래도 되나

부채를 잔뜩 안고있는 공기업들이 경영내실화를 통해 효율적 운영은 생각않고, 제식구 챙기기에만 몰두해 국민혈세를 낭비한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그 장본인은 바로 한국도로공사와 LH다. 경북 영양·영덕·울진·봉화지역 국회의원인 강석호 의원은 8일 한국도로공사의 제식구 챙기기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1년말 현재 24조 6천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순찰 업무`를 수행하는 대표자를 100% 공사 퇴직자(5·6급, 안전원) 출신으로 선정했고, 회사의 수도 2010년 35개, 2011년 35개, 2012년 45개로 늘려나가며 총 779억1천200만원(업체당 7억 3천만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또 공사는 8월 현재 공사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326개의 `영업소 운영 민간위탁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데, 이중 92%에 이르는 300개의 영업소가 퇴직자들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부채 1위 공기업 LH 역시 제식구 챙기기용으로 퇴직자들에게 일반경쟁입찰율(80~85% 수준)보다 높은 낙찰율(95~97%)로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줘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한 사실이 드러났다.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에 따르면 LH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가 2011년 발주한 현상설계 용역에서 선정된 업체의 68.4%가 주공 출신 인사가 소속된 것으로 드러나 공기업의 전형적인 구태이자 비리의 주원인인 LH의 퇴직자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낙찰가로 따졌을 때도 2009년 전체 발주금액의 68.5%인 1천497억원, 2011년은 69.2%가 주공출신 대표 혹은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업체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더구나 국토부에 신고된 건축사무소가 2011년 기준 1만여개인데, 지난 5년간 현상설계 선정업체는 총 59곳으로, 이중 주공출신 인사가 소속된 업체는 28곳이었으니 전체 업체의 0.03%에 불과한 주공 출신이 속한 업체가 LH 설계용역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설계비 낙찰율도 일반경쟁입찰의 낙찰율이 80~85%인 데 비해 LH 현상설계 수의계약 낙찰율은 예가의 95~97%에 이르러 지난 5년간 최대 1천189억원, 적게는 700억의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고 한다. 하루 이자만 120억 원이 넘는 부채 1위 공기업인 LH는 뼈를 깎는 경영 혁신이 필요한 상태인데도,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을 일삼고 있었던 것이다.이명박 정부 들어 공기업의 재무구조 건전성 강화, 조직의 슬림화, 인력활용의 효율화 등을 목표로 공사 선진화를 추진해 왔는 데, 이번 국감으로 이런 노력들이 허사였다는 게 드러났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부실을 해결할 강도높은 개혁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2012-10-10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늑장대응의 표본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정부는 8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내려진 결정으로, 사고 발생 12일 만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피해 지역에는 분야별 지원 기준에 따른 행정·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2차 공동 조사를 통해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위험물 관리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주민 건강에 미친 영향과 농축산물, 산림 등의 피해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빈틈없이 준비해주기 바란다. 불산 누출 사고 대응 과정을 보면서 우리 정부가 과연 재난 대처 능력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달 27일 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차관회의를 열어 합동조사단 파견을 결정한 것부터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고 수습책임을 해당 지자체에 떠넘기려는 속셈은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꾸물럭거리는 사이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주민 수백명이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보금자리를 떠나 피신했다. 농작물은 말라 죽고, 가축들에게도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가스 누출 사고로 5명이 죽고, 18명이 부상한 것 말고도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만 3천명을 훨씬 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피해 규모 축소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샀다. 관계 부처 간 정책 조율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지 주민들은 분노와 함께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일부 피해 주민들은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산 누출이 주민 건강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밀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또 현지 토양이나 지하수는 물론 하류 지역 식수원인 낙동강 오염 가능성 등 3차 피해 우려를 없애는 일도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환경 당국이 오늘에서야 해당 지역 불산 잔류 현황에 대한 정밀 측정에 나선 것은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 때문이라고 하니 주민의 안전과 건강을 안중에 두지 않은 한심한 행태다.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 체계는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은 대체로 촘촘한 예방 체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사후 대처도 기민하고 완벽하다. 구미 불산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이 일어날 위험은 전국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제라도 완벽한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사후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2012-10-09

한글날 566돌에 부쳐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글을 공식표기 문자로 도입했던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에서 최근 한국어 교육기관과 한국인 교사가 철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말은 있지만 문자는 없는 세계 도처의 소수 민족에게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보여줄 대표적 한글 보급 운동이 무산돼 안타까운 일이다. 훈민정음학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소수민족 찌아찌아 족이 거주하는 술라웨시 주 부톤섬 바우바우 시에 운영되고 있던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은 운영 7개월 만인 지난 8월31일 철수했다. 찌아찌아 족은 독자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 언어와 문화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가 훈민정음학회 건의로 2009년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했다. 그 후 문화부, 서울시, 경북대학교 등의 노력으로 세종학당을 설립, 한글 교육을 해왔지만 예산 부족, 현지 시 당국과의 알력, 문화적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한다.문화부는 세종학당을 맡을 다른 대학을 찾아서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글 도입부터 운영과정에서 지적됐던 예산 등의 지원과 관련한 현지 당국과의 알력, 지역 사회와의 문화적 갈등 등을 잘 파악해 대표적 한글 보급 활동이 순조롭게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이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볼리비아, 태국 오지 등의 문자가 없는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표기 문자로서의 한글 보급 활동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한글 문자 보급 활동은 그 대상이 소수에 국한되더라도 자랑스러운 문자를 유산으로 받은 후손으로서는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할 중차대한 사업이다. 이런 한글 세계화 사업에 더해 비약적인 한류 문화 확산의 뿌리도 한글 문화에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한글날 566돌에 접하는 이런 저런 소식들은 여러 생각을 들게한다. 한글날은 자기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백성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려 한글을 창제한 취지를 되새기고,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날이다. 그래서 밖으로는 이처럼 한글의 우수성, 세계화에 대한 찬사와 기대, 안으로는 외래어 남용, 한글 오염에 대한 개탄이 교차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 한글날은 일제가 1942년 조선말 큰사전 편찬사업을 주도한 조선어학회 학자들을 투옥한 조선어학회 사건 7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말과 글이 그 민족의 얼임을 보여준 숭고한 희생이 있었던 해란 얘기다.이에 덧붙여 `공휴일이 많아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 1991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것은 역사를 망각한 얼 빠진 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국민들의 83.6%가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글날은 민족의 얼이 새겨진 진정한 국경일이다. 한글날의 공휴일 제외는 재고돼야 한다.

2012-10-09

새누리, 친박계 2선퇴진 정답 아니다

새누리당이 `친박계 2선 후퇴론`으로 어수선하다. 결국 이른바 신(新)친박계 핵심인사이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고있는 최경환 의원이 대선을 73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추석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붕괴되자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아우성친 결과다. 대선승리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집권여당이 위기탈출의 해법으로 들고 나온 처방전이 고작 자중지란 성격의 인적쇄신이란 것은 옹색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친박계 백의종군론`이 나온 배경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친박계는 4·11 총선 후 당 대표를 위시해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은 물론, 국회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자기확신이 도를 넘어서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한 게 그 때부터였을 터다.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은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게되자 급기야 탈당까지 했다.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은 대변인에 내정됐다가 취중폭언으로 하차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과 선대위 간부들의 `개천절 골프 라운딩` 역시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인적쇄신론은 박근혜 후보의 반대로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박 후보는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에 대해 “충정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며 “충정을 존중한다”고 말한 뒤 추가 인적쇄신 가능성에 대해선 “자꾸 인위적으로 친이(친이명박)ㆍ친박(친박근혜) 으로 나눠서 당과 국민에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최 의원의 사퇴로 친박계 퇴진론을 마무리짓겠다는 뜻이다.어쩌면 지금 여기서 더 이상 손을 댔다가는 적전분열로 일사불란한 선거전을 치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유권자들에게는 눈가림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꼼수로 치부될 우려도 있다.새누리당은 앞으로 당장 눈에 들어오는 인적쇄신 등의 극약처방 보다는 후보선출 당시 말했던 국민대통합 행보를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민주화 실행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 후보와 친박계는 이제라도 당내 소통의 노력을 배가하고 야권과 정책대결로 당당하게 승부를 보겠다는 준비와 각오를 다져야 한다. 새누리당은 언론의 지지율 추이에 일희일비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실력과 비전을 보여주는 일에 전념해야 할 때다. 그게 집권여당이 취할 태도이자 국민들이 바라는 대선후보의 모습이다.

2012-10-08

성진지오텍 본사 포항 이전은 당연

포스코의 구조조정으로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이 올 연말 안으로 통합하게 되면서 성진지오텍 울산 본사의 포항 이전에 대해 울산상의와 울산지역 경제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30년 넘게 울산지역에 경제적 도움을 주던 기업체의 본사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고 하니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성진지오텍은 지난해 6천328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울산시에 납부한 지방세만도 4억여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또 본사와 5개 공장에 7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3천여명에 이르는 거대 집단이다. 이 때문에 울산경제계가 성진지오텍의 본사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 철 울산상의 회장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진지오텍 본사가 포항으로 이전하게 되면 인구유출은 물론 세수감소와 자금의 역외 유출, 협력사 일감 감소 등 울산 지역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며 “3년 전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당시 본사를 울산에 두고 고용창출과 사업 확장 등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3월 키코 계약에 따른 3천억원의 손실을 입고, 존폐 기로에 선 성진지오텍을 울산기업도 아닌 포스코가 구제해 줬다. 그 때의 은혜는 송두리째 잊고 이제 와서 본사 이전은 안된다고 억지를 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이날 울산 성진지오텍 본사에서 열린 포스코 이사회의 울산 본사 포항 이전안 결정이 잠정 연기된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울산지역 상공계가 반발한다고 해서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된다. 본말이 전도되지 말아야 한다.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사정도 좋지 않다. 올 연말안으로 현재 70개인 계열사(손자회사 포함) 가운데 16~19개사를 줄여 52~54개(25%)로 축소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업종이 유사한 계열사는 통합이 불가피하다. 그 대상 1순위가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이다. 계열사 몸집을 줄여야 하는 포스코의 심정도 헤아려야 한다. 당장 울산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해서 토종기업의 본사 이전은 안된다고 하는 논리는 합당하지 않다.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포항과 울산간의 지역정서가 아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성진지오텍의 대주주는 포스코다. 본사 이전 문제 역시 대주주인 포스코가 결정할 사안이다. 울산경제계가 아무리 본사이전을 반대한다고 해서 포스코의 원칙이 번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성진지오텍과 통합할 포스코플랜텍의 본사가 포항에 있고, 포스코의 본사가 포항에 있는 한 성진지오텍의 본사 역시 포항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이달 중에 열릴 2차 이사회에서는 울산 본사의 포항 이전이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2012-10-08

지역현실 외면한 경주시 체육행정

경주시가 체육활성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새로운 스포츠 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현실적으로 시급한 사업이 아님에도 시가 무리를 하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다.경주시는 황성공원 내 시민운동장을 철거하고 인근에 대체시설로 `스포츠 컴플렉스(종합경기장)`를 건립할 예정이다. 건립 예산만 700억원 규모다. 시측은 이 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 30년 이상 된 현재의 시민운동장이 노후됐고, 국제 경기를 유치하기 위한 시설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2020년 전국체전과 도민체전 유치를 위해서도 현재 시민운동장이 규정 미달이고, 그리고 체육인들이 새로운 시설 건립을 원하고 있다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고위 관계자도 “도민체전 및 전국체전 유치를 위해서도 기존 시설로는 불가능해 대체시설 건립이 시급하다”며 사업 강행의사를 분명히 했다.그러나 시민사회와 선출직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경주시의 재정자립도는 현재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는 침체돼 바닥을 치고 있고, 내년도 경기지수도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지역 경기활성화를 위한 여러 조치들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경기활성화 대책에 관해 묵묵부답이다. 결국 상당수 경주시민들은 “지역경제가 최악인데 경제활성화에 대한 대책은 제시 않고 체육시설 건립에 나서는 것은`전시 행정`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경주시와 새누리당경주당협 정책간담회에서도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경주시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주시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24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체육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시 체육활성화 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경주시와 관련단체 관계자 22명이 참여한 체육발전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촉장까지 수여했다. 시는 이어 사업 강행을 위해 현곡면 금장리 서경주역 인근 부지와 천북면 물천리 일대를 후보지에 넣는 꼼수를 부렸다. 이 두곳은 집중성과 접근성 측면에서나 사업비가 1천억원 이상 소요되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곳임을 알면서도 `구색 맞추기` 용으로 보고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경주시가 열악한 재정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시민 합의`라는 명분을 달아 체육시설 건립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문제다. 경주시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칫 지자체장 `실적용`으로 비칠 수 있는 체육시설 건립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시민의 혈세는 시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데 최우선으로 쓰여야 한다고 믿는다.

2012-10-05

구미 가스누출사고 안전관리 재점검해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가스누출사고로 우리 사회가 안전사고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 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구미 국가산단의 불산 가스누출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주민과 소방관, 경찰관, 시 공무원 등 400여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특히 사고 당일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중 상당수가 온몸에 발진이 일어나고, 호흡 곤란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까지 구미시에 접수된 피해상황을 보면 농작물 피해면적이 90㏊를 넘고, 소 1천300마리가 기침, 콧물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사고를 돌아보면 가스누출부터 현장 대처, 사고후 수습에 이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안이함과 무감각이 연속적으로 작용해 피해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 4단지의 화공업체 휴브글로벌의 작업현장에서는 직원들이 독극물인 불산을 만지면서도 어느 누구도 보호장구를 착용한 적이 없었고, 평소에도 가스가 수시로 새나오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관리·감독자 조차 없었다. 이때문에 가스누출 현장에서만 4명이 숨지고 말았다. 사고 발생직후 소방·행정당국이 피해를 막기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불산 중화제인 소석회를 확보하지 못해 물로 가스를 희석하는 임시방편에 의지해야 했다. 국가산업단지내에 이런 정도의 대비도 돼있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사고 발생이후 공장 근로자와 주민 대피 조치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구미시는 사고발생후 몇시간 뒤에 4단지 입주업체에 전원 대피령을 내렸고, 주민들에게는 그보다 늦은 시각에야 대피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사고직후 봉산리 마을 이장의 긴급대피령이 없었다면 자칫 대형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전하고 있다.대구환경청은 지난 1일 구미 한천과 낙동강 등 5곳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불산 누출사고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섣불리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불산은 맹독성으로 기체상태에서 흡수될 경우 호흡기 점막을 해치고, 뼈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신경계를 교란하는 물질이다. 또 공기보다 가벼워 확산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만큼 2차 피해를 예측하기 어렵고, 피해 범위도 예상을 벗어날 우려가 크다. 지자체가 감당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중앙정부의 지원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피해지역이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생활터전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올 경우 특별재난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전국에 산재한 유독물질 취급업소의 안전관리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사고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한다.

2012-10-05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추석 연휴 기간에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 일명 `묻지마 범죄`로 즐겁고 풍성한 추석을 우울하게 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일 칠곡군 왜관읍 왜관지하시장 지하도에서 지적장애인 2급인 윤모씨(34)가 흉기를 휘둘러 마침 이곳을 지나던 21살의 여성이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초등학교 4학년 3반교실에서 우울증을 앓던 김모군(18)이 흉기를 휘둘러 학생 6명이 다치는 사고도 났다. 모두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흉기를 휘둘렀다.최근 우리사회에 이처럼 흉폭한 `묻지마 범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선천적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급속한 사회발전을 따라가지 못한 후천적 인격장애자들에 의해 이런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불특정 다수를 향해 표출하기에 범죄 예측이 어려운데다 잔인하고 흉폭한 특징이 있다. 이들은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못느끼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준다. 지난 2008년 12월에 발생한 8살 초등생을 교회 화장실로 납치해 성폭행했던 일명 조두순사건, 부산여중생 납치 살해한 김길태 사건,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 부녀자 연쇄납치 살인범 강호순·유영철 사건 등 정신이상자들의 흉악범죄도 늘고있다.지난 2일 국회교육과학기술위 신학용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정신이상 상태 범죄가 739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2천120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우리 사회가 흉악범죄의 위험군인 정신적, 인격적 장애를 양산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핵가족화에 따라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는 가정교육에서부터 아동들의 폭력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어긋난 인성을 바로잡아 주지 못하는 학교교육, 어릴 때부터 명문대 진학을 강요하는 입시제도와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실업문제 등 사회부적응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이들이 일으키는 `묻지마 범죄`는 모두 아동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겨냥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정신 이상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치료시스템 마련 등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2012-10-04

19대 국회 첫 국감에 거는 기대

19대 국회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산하기관 및 단체 등에 대한 첫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5일부터 20일간 진행될 이번 국감은 오는 12월의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전략과 맞물려 치열한 정치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노무현 정권 실정론`과 도덕성 문제를,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국정경험 부재와 도덕성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태세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문제 및 친·인척 비리 의혹 등을 따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에서 박 후보의 조카사위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변호사인 정재성 노무현 전 대통령 조카사위,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전 2대주주 원종호씨 등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 밖에도 곳곳에 전선이 널려 있다. 대선을 앞둔 만큼 국감장에서 대선 후보 검증이 다소 불가피한 면은 있으나 거기에만 골몰해서는 안 된다. 한 해 국정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국정의 투명성을 개선토록 하는 국감 본연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국정 운영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치열할 듯하다. 민주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대통령 친인척ㆍ측근 비리 등은 물론, 4대강 사업, 방송사 파업, 쌍용자동차 부당해고 및 폭력진압 문제 등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그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군사정권 때 폐지됐다가 1988년 부활한 국정감사는 헌법과 국정 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사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역대 국감 가운데 정말 알차고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여야가 행정부의 정책 집행이 제대로 됐는지를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국감`을 하기보다는, 시작부터 정치공방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예삿일이 됐다. 의원 면책특권을 무기로 삼은 무책임한 정치 폭로는 일상화됐고, 막말과 고성, 삿대질에 이어 몸싸움도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대 국회의 첫 국감인 만큼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길 기대해 본다.수백개가 넘는 정부 부처 및 기관의 지난 1년간의 정책 집행 내역을 20일 만에 세밀하게 따지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의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는 많이 달라진다. 사전에 해당 부처 및 기관 등의 1년 정책 집행 자료를 꼼꼼히 분석하고 그 대안을 준비해 정책국감, 민생국감이 되도록 해주길 바란다. 추석 연휴 기간에 여야 의원들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요구사항, 현 정부의 국정 운영, 파탄 위기에 몰린 서민·중산층 문제 등과 관련해 생생한 민심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 민심을 소중히 담아내 고달픈 삶을 사는 대다수 국민에게 다소나마 희망을 주는 국감이 되도록 힘써 주길 기대한다.

201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