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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6·25 전쟁 66주년을 맞으며

북한이 6·25 동란을 벌인 원인이` 에치슨 선언`이라 한다. 1950년 1월 12일 미국은“대만과 한국은 방어선에 포함되지 않는다”라 했고, 김일성과 스탈린은 이것을 `남조선 적화의 기회`라 여겼다. 그러나 에치슨 선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은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을 견제할 의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선언은 `마오쩌둥의 중국 장악을 축하하는 말`로 시작한다. 그리고 “소련은 영토의 야심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은 영토적 야심이 없다”고 했으며, 대만과 한국을 버린 것도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선언을 본 스탈린은 “결국 미국이 중국과 손을 잡고 소련을 견제하는구나”라고 생각했고, 김일성을 부추겨 전쟁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이 맞붙어 싸우게 만들고, 그 틈을 타 유럽을 공산화 시키겠다”는 스탈린의 야심이 6·25로 나타났는데, 그것은 최근 공개된 스탈린의 편지가 입증한다. 1954년 스탈린은 체코 공산당 서기장 고트바르에게 `6·25전쟁을 일으킨 속내`를 밝힌 편지를 써보냈던 것이다. 한반도라는 `떡조각`을 놓고 강대국들이 흥정을 벌였던 정황이다.그런데 한국전쟁에는 미스터리가 있다. 당시 5월이나 6월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정보가 나돌았다. 에치슨선언과 함께 그 정보들은 신빙성이 높았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6월 10일 군 수뇌부의 대규모 인사이동` `6월 11일에 발동한 비상경계령을 23일에 해제` `6월 24일 38선 근무 병력의 3분의 1을 휴가 보내고, 나머지 병사들도 외출 외박` `6월 24일 저녁에는 육군 장교구락부 개관 축하 파티를 열어 군 수뇌부와 전국 주요 지휘관이 밤늦도록 술을 마심`술파티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국일관에서 새벽 2시까지 2차를 했다. 그 자리에서의 술값은 연합신문 정국은 주필이 냈는데, 휴전협정 직후 그는 간첩혐의로 체포돼 6개월 후 사형이 집행됐다. 그런데 그 당시의 `정국은 재판기록`이 사라졌다. 실상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 군 내부의 어떤 세력이 말소한 것이 분명하다. 이는 당시 군 수뇌부에 북한과 내통하거나 조종되는 간첩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전쟁을 모의하는 자들이 적 핵심부에 간첩을 심지 않았을 턱이 없다.당시 김일성은 `남조선 해방 전쟁의 승리`를 확신했을 것이다. 에치슨 선언, 한국 전방 방어력의 와해상태, 박헌영이 구축해놓은 남로당의 내응, 남한 내의 이념 갈등과 국론분열 등 `승리의 조건`이 완벽히 갖춰져 있었으니,`지려야 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정전`이 아니라 `휴전`이기때문이다.`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리는`한반도 불운이 언제 끝나려는가.

2016-06-24

경북 동해안 연안 침식 심각… 복원대책 시급

경북 동해안 10곳 가운데 8곳은 연안 침식이 우려되거나 심각하고, 침식 우심지역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복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북도의 의뢰로 한동대와 ㈜지오시스템리서치 컨소시엄이 수행해 발표한 `2015년 경북도 연안 침식 실태조사 용역`결과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줄어든 경북 동해안 침식 면적은 7만6천7㎡로 서울 월드컵축구장 면적의 10.6배, 모래는 11만6천816㎥(25t 덤프트럭 7천488대 분량)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경북도 연안 침식 실태조사는 포항 8개소(화진·월포·칠포·영일대·송도·구룡포해수욕장, 모포지구)와 경주 9개소(오류·감포·전촌 나정·하서1리·관성·대본지구·봉길 대왕암·읍천2리)를 비롯해 울진 8개소, 영덕 9개소, 을릉 4개소 등 38곳을 기본모니터링하고 울진군 죽변항~봉평리, 산포리, 금음리 등 3개소를 중점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조사결과 침식등급이 A등급(양호)인 경우는 1곳도 없었고, B등급(보통)은 8곳, C등급(우려)은 27곳으로 전년보다 6곳, D등급(심각)은 6곳으로 3곳이 각각 늘었다. 침식 우심지역(C·D 등급) 비율은 80.5%로 전년 58.5%보다 22%p나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포항(100%)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고, 이어 경주(88.9%), 울진(81.8%), 울릉(50%) 등이다. 특히 경북동해안 우심지역 비율은 전국 평균 59.6%는 물론 인접한 울산(80.0%), 강원도(75.6%)보다 높았다.이 같은 결과는 전국적으로 연안침식 현상이 둔화한 것과는 상반된다.해양수산부가 2014년에 시행한 전국 주요연안 250개소에 대한 연안침식 모니터링 결과, 침식이 심각하거나 우려되는 지역은 109개소로 침식우심률이 43.6%로 전년보다 19.5%p나 감소했다. 동해안의 연안 침식이 심각한 이유는 외해로부터 직접적으로 고파랑의 영향을 심하게 받을 뿐만 아니라, 인공구조물 설치 등에 따른 침식피해가 지속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국토면적을 줄이고 인간의 생존공간을 파괴하는 연안침식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다. 연안침식은 그 원인에 따라 크게 `자연적 연안침식`과 특정 구조물의 설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인위적 연안침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연안은 육지와 바다가 상호 공생하여 영향을 미치는 공간으로서 적극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해안공학 전문가인 안경모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식량문제 등으로 인해 인공구조물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양빈(백사장에 모래를 쏟아붓는 작업)작업 후 이안제 설치가 실적인 최선의 방안으로 제시한다. 더 늦기 전에, 연안 침식 문제는 범국가적인 관심과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6-06-24

지방신문의 존재가치는 확고하다

본지가 이 땅에 태어난지 26주년이 된다. 경북 지방신문의 맏형으로, 이 지역의 대표적 대변지로서의 위상을 굳히며 어느새 26살의 헌헌장부가 되었다. 정치적으로 중앙집권체제에서 지방자치로 전환하면서 지역신문의 존재가치는 한결 높아졌다. 지역의 다양하고 특징적인 여론을 효율적으로 반영함에 있어 지방신문은 필수불가결의 존재가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종편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지방신문은 그 명맥이 끊어졌지만 한국은 상황이 달랐다.“지방자치시대의 지역신문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고 `중앙언론`과 `지역언론`의 차이점과 특성을 명료히 정립해오고 있다.그러나 작금 지방신문은 모든 권한의 중앙집중화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정치를 비롯 돈과 경제력, 중앙정부의 권한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언론이 그 후유증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언론의 지방 물량공세까지 겹쳐져 존립이 염려되는 지경에 다달았다. 정부와 국회도 그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지역신문 발전 지원 특별법`을 만들었고 그 법에 근거해서`지역신문 발전 기금`을 책정하고 매년 `경쟁력 있고 견실한 지방신문`을 심의해서 지원하고 있다.국회가 이 법의 시효만기에 돌아오자 지원금 지급을 6년 연장하는 결정을 한 것은 지방신문의 존재가치가 그만큼 중대하다는 것을 입증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의 발전과 지역언론은 수레의 앞뒤 바퀴에 다름아닐 것이다. 궤를 같이할 때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다만, 근래에 들어 지방신문에 대한 일련의 정부 조치들이 염려스럽다.`지역신문 발전기금`을`언론진흥기금`에 통합하려는 시도는 그 단적인 예다. 지금, 지역언론은 지금 지역경제의 부침으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지역과 지역언론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 귀울여 주길 당부한다.“한국인의 독서량은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과거에는 `살기에 바빠서` `가난을 벗기 바빠서`라는 구실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 생활이 가능하게 됐는데도 독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멀다. 이런 상황에서 종이신문의 중요성은 더 뚜렷해진다. 신문만 꼼꼼히 읽어도 모자라는 독서량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학입학 수험생에게는 신문의 칼럼 에세이 평론 사설 등이`논술시험의 길잡이`가 된다. 기업체의 입사 면접시험에서도 시사(時事)를 묻는 질문이 잘 나오기 때문에 `신문읽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또한 신문읽기는 은퇴한 고령층에게 유익한 소일거리가 되어준다. 노인들을 일컬어 `세상물정 모르는 뒷방늙은이`라 하는데 신문을 꾸준히 읽는 노인은 그런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신문은 `시사와 함께 종합적인 정보와 교양을 제공하는 매체`로 평가받는다. 영상매체는 `시간의 제약`을 심하게 받지만 신문은 그 한계를 뛰어넘는 깊이를 준다. 일각에선 신문을 두고 `치매 예방약`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신문을 열심히 읽고 생각을 깊이 하는 노인에게는 치매가 덤비지 못한다는 것이다.영상문화가 발전하면 활자문화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반발전`을 한다는 분석이 정확하다. `목판인쇄`가 새로이 각광을 받으면서 유네스코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지금이고 경북도는 `삼국유사` 목판을 새로 복원하는 중이다.조선시대 금속활자 `갑인자`는 구텐베르크에 앞선다. 우리나라의 활자문화는 세계 최고란 것을 유네스코가 입증했다. 그것은 “한국인은 인쇄문화에 관한 한 높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것을 말한다. 그 인쇄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 `종이신문`인 것이다.일본에서 한 할머니가 시를 지어 세계 독서계를 뒤흔든 적이 있었다. 그 할머니는 졸지에 `문단재벌`이 되어 행복한 여생을 보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신문 읽기의 효과였다. 창간 26주년을 맞아 본지는 신문 사명과 본연의 책임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칠곡군에서는 `할머니 시집`이 출간되고 경주 등 여러 지역에서 `할머니 시인`들이 배출된다. 글을 전문으로 하던 분들이 아니고 이제 겨우 한글을 깨우치신 노인들이다. 시란 별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문자로 표시하는 것이다. 그 진솔한 발언이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첫 아들을 낳고 어찌나 좋은지 아이 씻은 물도 버리지 않으려 했다”는 칠곡 한 할머니의 글은 어느 전문 시인의 작품보다 큰 울림을 줬다. 문학이 이제`전문 문학인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다. 본지는 오래전부터 이 점을 유념해 왔다. 작은 문화라도 지역 공동체 번영 차원에서 접근, 그 뜻을 함께 할 것이다.경북도청이 대구에서 경북도민의 품으로 돌아온지 석달을 넘어섰다. 1966년 경북도청이 포정동에서 대구 산격동으로 이전하던 해, 1인당 국민소득은 131달러에 불과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세계최빈국 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바라보는 기적 같은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 과정에서 경북은 당당한 주역이었다.포항 철강공단과 구미 전자공단, 희망의 녹색 깃발 새마을운동이 이를 증거한다. 경북정신 또한 신라의 화랑·조선의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속의 한국정신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청 이전은 단순히 청사를 옮겨가는 차원이 아니다. 경북의 역사와 문화, 경북인의 정신과 혼이 함께 가는 역사적 과업이자 새 경북의 출발 신호탄이다.창간 26주년을 맞아 본지는 더 큰 `꿈`을 가꾸려 한다. 지방의 종이신문이 `인동초 같은 생명력`을 갖춰서 `겨울에도 파란 잎`을 견지하려 한다. 독자들의 애정어린 성원을 기다린다.

2016-06-23

`김영란법`에 국회의원만 빠졌다

`김영란법`의 근본 취지는 권력자의 횡포·부패를 막자는 것이었다. 권력자는 `고유권한` 그 자체보다 몇 배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영향력을 이용해서 선거운동원들을 취직시켜주고, 자기 자식 좋은 자리에 보내고, 자서전을 팔아 치부도 한다. 특히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조사권, 청문회에 증인을 불러들일 권리 등을 근거로 막강한 압력을 행사한다. 각 위원회가 영향력을 행사할 기관 단체는 많다. 국회의원의 눈밖에 나는 날이면 `곤란한 일들`이 수 없이 생기니 그들의 `부탁`을 충실히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김영란법`은 선진국처럼 권력자들의 영향력 행사를 줄여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그 근본취지는 간데 없고,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튄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란 이름을 가진 법률이 어처구니 없게도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 법`으로 둔갑했다.이 법은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데, 시행될 경우 음식업과 유통업 등을 중심으로 연간 12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분야별 연간 매출 손실액을 분석했는데, 음식업은 8조4천900억원, 골프업 1조1천억원, 소비재·유통업 1조9천700억원 등 모두 11조5천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이 법은 아직 보완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 `접대 한도`를 입법예고한 기준보다 상향할 경우 손실액을 줄일 수 있다. 이 법이 가진 `보이지 않는 손실`도 만만치 않다. 심리적 위축에 의한 소비 침체 등 간접적 마이너스 효과는 `계산 밖의 손실`이다. 내수 위축이 문제인데, 이 법은 더 소비를 위축시킨다.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법의 근본취지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부정청탁` 단속 대상에서 국회의원은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은 빼고 사립학교 임원이나 언론인을 집어넣었다. 국회의원이 부정청탁을 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요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한참 논의되고 있는데, 그것은 늘 잠시 잠깐 떠들다가 곧 잠잠해진다. 김영란법에서 빠져나간 의원들이 무슨 특권 내려놓기냐. 국민들은 코웃음친다.원혜영 더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세비를 외부 전문가들이 결정토록 하는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내놓았다. 회의에 4분의 1 이상 무단결석하면 그 회기의 회의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같은 당 백재현 윤리특위장은 “의원 금배지를 떼자”는 제안과 함께 윤리실천법에 기밀누설,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하는 조항과 회의 출석 점검 등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말` 만으로 끝나는 국회개혁이 아니라 김영란법에 국회의원을 포함시키는 실천부터 해야 국민이 믿을 것이다.

2016-06-22

신공항은 `선거용`일 뿐이었다

온 국민이 숨을 죽이고 기다렸던 신공항 입지 문제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2011년에는 `경제성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는데, 이번에는 `지역 분열`이 사실상의 이유라 하겠다. 여당의 텃밭인 영남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판국에 어찌 한 편을 들 수 있겠는가. 대선이 1년 남짓 남은 시점에서 그런 자멸행위를 할 정부는 없을 것이다. 국민은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잘 됐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도 있게 됐다.`김해공항 대폭 확장` 카드를 두고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하는 논자도 있다. 지역이 쪼개지는 것도 막고, 완전 무산도 아니고, 어쨌든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있게 됐으니 `나름대로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는 것이다.이미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김해공항 확장` 카드는 사실 15년 전에 `버린 카드`였다. 여러가지 문제점을 가진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쪽에서만 “김해 확장도 차선책이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경북지역은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밀양을 최선책으로 밀었던 것이다. 그리고 김해공항은 대폭확장을 한다 해도`10년짜리`라는 시각이 많았다. 확장에도 한계가 있는데 30년, 50년 후에 팽창할 항공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때 가서 또 공항 신설문제를 가지고 싸울 것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밀양과 가덕도`로 좁혀졌던 것인데, 지금에 와서 그 `버린 카드`를 다시 주워 들었다. 그러니 “프랑스 전문가팀이 한국의 장래까지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두 번의 신공항 백지화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두 가지의 교훈을 얻게 되었다. 정치권의 표(票)퓰리즘 공약에 국민들이 더 이상 우롱당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것이 하나이고, 10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을 100% 국비로 하겠다는 공약은 믿지 말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어떤 대형공항도 전액 국비로 건설하는 경우는 없다. 국가와 지자체가 일정 부분씩 분담해서 건설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경영이 잘못돼 적자가 나면 그 책임을 모두 국가가 지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국가가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신공항의 경우 `모든 건설비용과 운영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으로 돼 있었다.민란(民亂)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극한의 대립이 벌어졌던 이유가 바로 `전액 국비`에 있었다.“100% 국가 부담이다”란 말이 나올때부터 일부 똑똑한 국민들은 “아무래도 이것은 표퓰리즘 공약이다. 선거때만 나오는 공약을 위한 공약일 것이다”라는 예측을 했다.국민을 편 갈라 패싸움 시켜놓고 “표 많이 나오는 곳에 줄 것”처럼 `안개`를 피우는 그 정치수법·선거전략에 순진한 국민들이 이번에 또 당했다.

2016-06-22

탈북민은 농업에서 기회 잡아야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자리 잡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반세기 넘도록 다른 정치문화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라 한국문화에 적응하는데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하다. 먼저 언어에서 큰 장벽을 만난다. 영어가 많이 섞인 남한언어가 당혹스럽고 중학생 수준의 영어도 생소하다. 북한말과 한국말은 이미 외국어 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생활문화도 너무나 다르다. 모든 것이 낯설다. 의료나 주거 등 의식주에서는 북한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리하고 풍요롭지만 남한 생활에 익숙해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원에서의 교육은 극히 기본적인 것만 가르칠 뿐이다.탈북민들은 우선 식당 종업원으로 출발해서 독립해나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서 많은 탈북민들이 좌절하고, 재입북하라는 북의 유혹을 받기 쉽다. 자본주의 사회에는 사기꾼들이 득실거린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탈북을 후회하기도 한다. 간신히 모아놓은 사업자금을 사기당해 빈 손이 되는 경험을 많은 탈북민들이 겪는다.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있지만 절망감에 빠져 막노동 날품팔이로 전전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이 대도시에서 살기를 바라는데, 그곳이 기회는 많지만 대신 사기꾼을 만날 일도 많다. 탈북민들이 적응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 대도시라 할 수 있다.탈북민들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정착 자립할 수 있는 곳이 농촌이다. 농림축산식품부·통일부·농촌진흥원·농협·지방자치단체 등이 탈북민을 위해 마련한 농촌 교육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또 성직자들이 주축이 된 `공동체`도 여럿 있다. 종교단체가 숙소와 농지를 제공하고, 독지가들이 비닐하우스를 지원하고, 복지재단이 다양한 도움을 준다. 대학생들도 탈북 청년들과 공동으로 양계장을 운영하는 등 농축산에 협력하면서 한국 정착을 돕기도 한다. 무엇보다 농촌에는 사기꾼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민족 밀알공동체`는 탈북민들이 영농으로 정착하는 것을 돕는다.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할 때까지 농촌에서 기반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이런 공동체를 찾는 것은 매우 현명하다.탈북민들의 거주지역을 보면 서울·경기가 28% 가량으로 가장 많고, 대구·경북은 6.4%에 불과하다. 경북 상주시는 농업특화지역으로 귀농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귀농인과 탈북민이 손을 맞잡아 협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파종기인 5~6월과 수확기인 8~9월에는 일감이 넘쳐나는 농촌이다. 한국의 농기계는 선진국 수준이라, 북한의 농촌과는 전혀 다르다. 농업기술도 IT와 접목하는 단계여서 `힘으로 하는 농사`가 아니다. 노인과 부녀자들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단계에 와 있고, 고부가가치 농축산물을 생산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첨단농업시대`이다. 탈북민들이 기회를 잡아 정착하기 적당하다.

2016-06-21

자중(自重)시스템 망가진 새누리, 집권당 맞나

한 단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조직을 통할하는 구조가 있고, 구성원 사이에 그 구조를 존중하는 미덕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미덕은 때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결정이 나더라도 자중(自重)하는 시스템이 작동되는 형태로 구현된다. 그런데 작금 새누리당에서 거듭 일어나고 있는 불협화음을 보면 자중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진 느낌이다. 사사건건 패거리로 나눠 혼란으로 치닫는 새누리당은 과연 이 나라 집권당 맞는가.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당무 복귀에 따라 무소속의원 일괄복당 결정으로 불거진 내분사태가 봉합 국면에 진입하는 듯하던 새누리당이 권성동 사무총장의 경질 문제로 또다시 진통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권 총장에 대한 경질을 요구했지만, 비대위 회의에서는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새누리당 비대위는 20일 비박근혜계인 권성동 비대위원 겸 사무총장의 사퇴 안건에 대한 논의를 유보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며 자신의 공개 발언이 끝난 직후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비박계 김영우 비대위원이 “비대위원의 공개발언을 그냥 제한하면 안 된다”면서 비공개 전환을 막아선 뒤 “권성동 사무총장에 대한 경질은 적절치 않다. 혁신과 통합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면 비판했다. 김 위원은 “잘못된 결정 때문이라면 비대위 전체가 반성하든지 사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그는 이어서 “사무총장 비대위원 임명은 전체 비대위원의 전원합의에 의한 의결을 통해 이뤄졌다”며 “그래서 해임에 대한 것도 저는 적절한 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계인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관례상 해임·경질·교체는 최고위에서 의결과정을 거친 적이 없다. 그래서 어제 비대위원장의 의견으로 이미 결정 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당사자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새누리당은 집단지도체제여서 위원장이 당직자 임명권을 갖고 있지만 그 전에 최고위원회, 즉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임명만 할 뿐”이라며 “위원장은 추천 권한만 갖고 있기 때문에 비대위의 해임의결 없이는 비대위원장의 경질 방침만으로 사무총장 직위가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제아무리 경질 의지가 있다하더라도 사유와 절차는 합당해야 한다. 표결로 처리된 어떤 결정의 책임을 온전히 한 사람에게 지게 하는 것도 논리에 닿지 않는다. 친박과 비박이 여전히 앙앙불락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어거지 논박과 궤변을 동원해 멱살잡이를 지속하는 그 속셈들은 과연 어디에 닿아 있는가. 그냥 살아내기도 힘든데, 국민들을 한없이 피곤하게 만드는 그 막장 드라마 좀 제발 멈춰주기를 신신당부한다.

2016-06-21

경북도 `무차입 경영` 추진, 성공을 기대한다

경북도가 무차입 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며 고강도 `채무 다이어트`를 예고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16일 김관용 도지사를 비롯해 실·국장, 23개 시·군 부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 재정전략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경북도는 도 본청과 시·군의 재정실태를 명확히 진단하고,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 등 부채감축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경북도의 경우 순채무 비율이 전국 시·도 가운데 셋째로 낮아 재정 건전성은 우수한 편이지만, 부채감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더 높여 나갈 계획이다. 올해 채무 제로(Zero) 시·군은 김천시·의성군·청도군·봉화군 등 4곳으로 경북도는 2020년까지 8개 시·군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경북도와 23개 시·군 채무는 1조3천387억원으로서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5.82%다. 2010년 9.4%, 2012년 7.8%, 2014년 6.2%로 빚은 해마다 줄고 있다.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청 신도시 조성 같은 대규모 투자사업을 추진하면서 한 푼의 외부 차입금도 없는 무차입 경영체제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경북도는 지방재정조기집행 추진·지방교부세 확보 노력 강화·지방재정투자심사제도 운영 등 당면한 재정현안에 대한 정치권과 시·군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도 촉구했다.경상남도가 지난 1일 전국 16개 광역단체 중 최초로 선포식을 열어 `채무 제로(0)`를 공식 선언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홍준표 지사는 파산 전 단계인 `재정고통단계`로 분류했을 정도로 열악했던 경남도 살림살이를 맡아 혹독한 행정·재정개혁을 통해 채무 1조3천488억 원을 모두 청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마저 “홍준표 지사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인정했다.경남도의 투철한 부채청산 정책은 지난해 순세계잉여금이 전년대비 3천억원 가까이나 늘어나는 극적인 반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홍 지사는 취임 이래 살림살이 리모델링을 재정건전화와 미래 대비라는 목표에 맞춰놓고, 온갖 비난과 반대를 무릅쓰고 뚝심있게 추진해왔다.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재정자립도는 63.5%에서 지난해 말 50.6%까지 추락했다. 전국 지자체들의 부채만도 아직 34조원에 달한다.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전시사업과 방만한 운영으로 파생되는 부작용은 지방자치 발전의 아킬레스건이 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중앙정부 등으로부터 줄곧 자치능력을 저평가받는 원인으로도 작동해왔다. 경쟁적으로 차입경영을 탐닉하며 “빚쟁이 자치를 펼쳐왔다”는 오명으로부터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채무 제로` 경영의 능력을 입증하면서 지방정부의 재정정책을 리셋(Reset)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경북도의 `무차입 경영`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2016-06-20

지방행정도 협치(協治)가 부족하다

영덕군과 한수원의 협치 부족이 천지원전 건설을 발목 잡는다. 한수원은 경북개발공사와 토지매매 등 보상업무 용역을 맺고 사전 조사를 위해 원전부지 출입허가를 신청했으나 군이 거부했다. 토지가격 산정을 위해 타인의 토지에 출입하려면 관할 시장 군수의 허가를 받고 점유자에게 일시와 장소를 알려야 한다. 그러나 군은 “정부와 한수원이 약속한 지원사업을 구체화하는 것이 먼저”라고 한다. 2014년 11월 정홍원 총리가 약속한 10대 지원사업에 대해 정부가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는 것이 아니냐 하는 불신감이 깔려 있다. 영덕군이 가진 `견제능력`은 `부지 출입 불허`뿐이다. 출입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토지가격 산정은 물론 설계를 위한 측량과 예비 지질조사, 해양환경 조사도 불가능하다. 정부는 당초 열복합단지와 지역의료특화 사업, 한수원 연수원 건립, 영덕군 종합복지관 건립 등을 약속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제시함으로써 군민들의 공감을 얻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먼저 확보하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요구는 매우 타당한데, 정부가 `구체적 지원계획` 제시를 미루고 `부지 출입 허가`부터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포항지역 방범용 CCTV 대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이를 관리할 관제인력은 제자리걸음이라 효율성에 문제점을 던진다. 포항시통합관제센터는 현재 44명이 1천700여 대의 CCTV를 관리하고 있는데, 4개조 3교대 근무로 실제 1인당 154대의 카메라를 맡는 꼴이다. 이는 행정자치부 권고기준인 1인당 50대의 무려 3배 수준이다. 관제가 제대로 될 수 없는데, 문제가 생기면 관제센터 직원들의 책임이다. 직원을 늘리려면 인건비가 문제지만, 억울한 직원들이 문책을 당하고, 치안에 빈틈이 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인건비를 아낄 일이 아니다. 긴밀한 협치가 필요한 사안이다.영덕 오션뷰가 콘도미니엄 사업을 하면서 건축허가나 분양승인도 받지 않은 채 불법 사전 분양을 했고, 군은 이에 대해 겨우 경고처분으로 경미하게 처벌했다. 제대로 처벌한다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관련법에 규정돼 있다. 당연히 이런 저런 의혹과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오션뷰 콘도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콘도 회원은 객실 이용료 할인혜택은 물론 오션뷰 CC골프장 할인혜택도 받는다. 이에 기존 회원권을 주식으로 출자 전환한 일부 주주들과 채권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불법과 불공평이 횡행하는 지방행정은 중앙감사기관의 감사 대상이다.울진군의원 3명이 한 군민으로부터 300만원씩 받은 사실이 경찰에 포착됐다. A씨(61)가 자신의 땅을 울진군에 팔도록 도와달라는 조건이었다. 군의원이 집행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흔한데, 이는 행정왜곡을 초래한다.

2016-06-20

상식 이하의 소극적 지방행정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를 관통해 마을을 두 쪽내는 중앙선 복선공사에 대해 “상식에 벗어나는 설계”라는 민원이 제기되자 국민권익위가 중재에 나섰다. 주민들은 “철도가 마을을 우회하게 하고, 열차의 교행 또는 대피를 위한 장소인 신호장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고,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절차상에 문제는 없다”면서 “노선을 변경할 경우 다른 마을의 민원이 발생할 수 있고, 신호장은 노선 변경시 교량과 터널 문제로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민대표는 “공구별로 20명 이상이 설명회와 공청회에 참석해야 하는데, 마을 주민 350명 가운데 3명만 참석한 것이 절차상 문제 없는 것이냐” 했다. 김의환 국민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마을을 관통하는 철도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2011년 마을을 관통하는 중앙선복선화 사업 내용을 알고 있었을 안동시와 지역 국회의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안과 해결방안을 도출하는데 최소한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중재했다. 기차가 마을 가운데로 지나갈때의 소음공해와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사고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식 이하`의 설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포항영일만일반산업단지에서 비가 오는 날에는 상습적으로 검붉은 색의 오·폐수가 흘러나오고 악취로 인해 죽천리 주민들이 두통을 앓고 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전에는 식수로 사용할 정도였고 빨래터이기도 했던 곳인데, 지금은 물고기도 사라졌고, 아이들이 바다에 들어가면 피부가 시뻘겋게 변한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의 한 환경단체가 수질검사를 했으나 이상 없다고 했고, 포항시 관련 부서도 검사 결과 “수질이 중성”이라 했다. 비가 내리는 날 공단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검사해야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포항시가 적극 나설 일이다.예천읍과 경북신도청을 잇는 국도 4차선 도로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신호대기가 있는 9곳이 입체교차로 대신 평면교차로 돼 있어 사고위험이 높고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농사철에 경운기 트랙터 등이 이 도로를 많이 이용하니 교통흐름에 큰 지장을 준다.주민들은 “1천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개설한 도로를 평면교차로로 건설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한다. `현장행정` 대신 `탁상행정`을 한 탓이다. 도시도로와 농촌도로는 근본부터 다르다.포항시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는 시민이 부여한 권한을 집행해 장외경륜장 사업신청 철회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달라”면서 “시내 한복판에 장외경륜장이 들어서면 우리 아이들은 도박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며 자랄 것이다. 이는 우리 아이들을 잠재적 도박중독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했다. 상식에서 벗어난 행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2016-06-17

새누리 탈당파 전원복당 결정, `혁신` 첫단추 뀄다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 당선된 7명의 의원에 대해 모두 복당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일대 반전으로 읽힌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무기명 표결 끝에 `전원 복당` 결론을 내렸다. 지난 4·13총선 이래 유치한 패거리 다툼과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여줬던 새누리당이 이번 용단을 계기로 환골탈태의 새 모습을 가꿔 국민신뢰를 회복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혁신비대위는 복당허용 문제를 놓고 이날 결론낼 지 다음 주에 할지 여부와, 7명 전원복당과 선별복당 여부를 놓고 무기명 표결을 벌인 결과 7명 의원 모두 즉각 복당을 허용한다는 결정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이미 복당신청서를 제출한 4명의 복당이 곧장 승인되면서 122석의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원내 1당이 됐다. 주호영(대구 수성구을)·장제원·이철규 의원까지 복당하게 되면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29석까지 늘어난다.이날 비대위 회의 초반에는 일괄복당·선별복당·차기 지도부로 논의이양 등을 두고서 참석자들 간 이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론을박 끝에 비대위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했고 개표 중 일괄복당 의견이 과반인 6표가 나와 더 이상 개표하지 않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표결 전 토론에서 찬반이 갈렸지만 일괄복당 의견이 우세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새누리당의 복당허용 결정으로 탈당 86일 만에 친정으로 복귀하게 된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자료를 내고 “당의 결정에 깊이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특히 “제 오랜 집 새누리당으로 돌아가서 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이 원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수의 개혁과 당의 화합을 위해 당원으로서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새누리당 탈당파 무소속 의원 중 복당을 신청하지 않았던 주호영·장제원·이철규 의원은 이번 주말 지역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주중 복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주 의원은“당이 무소속 복당을 받아들인 것은 잘못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복당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모두 당 지도부가 명분을 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복당은 시간문제로 보인다.총선 기간 우여곡절 속에 탈당한 무소속 의원 7인의 일괄복당을 허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새누리당이 비로소 난마처럼 얽힌 정치과제를 풀어내기 위한 첫단추를 꿰었다. 오욕의 세월을 보내면서 얻은 깨달음을 잊지 말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혁신과업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진정 변하지 않으면 이제는 망한다는 새누리당의 위기상황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민심의 바다는 여전히 험궂기 짝이 없다.

2016-06-17

문화재는 국민 공유 재산이다

과거의 문화재보호법에는 `국가보상제도`가 있었다. 소장자가 유물을 내놓으면 정부가 국보·보물·지방문화재 등으로 급수를 매겨서 보상금을 주고 국가소유로 환수했다. 그러나 그 보상금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니, 소장자들은 신고하지 않고 숨기고 있다가 외국인에 팔기도 했다.“개인소유 금지·보상제도는 문화재의 국외유출을 조장한다”는 여론이 일자, 법을 바꿔 `국외 유출 방지`조항만 남기고 보상조항은 없앴다. 그것은 문화재를 사고 팔 길을 열었고, 많은 문화재가 경매시장에 나오게 됐다. 그러나 `상주본 훈민정음해례본`같은 책은 `값 흥정`이 되지 않아 계속 감춰져 있다. 문화재가 세상에 나오면 정부는 `급수`를 매기는데, 급수가 정해져서 가격이 뛸때 경매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령 조선시대의 희귀본`주역동참계`가 보물로 지정되자 한 달 여만에 경매시장에 나왔다. 추정가는 1억8천만원에서 2억8천만원 사이라 한다. 이 책은 1434년에 금속활자 갑인자로 찍은 유일본이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본 성서보다 앞섰다는 점에서`보물급`이 된 것이다. 값이 뛸 때를 기다렸다가 매물로 내놓는 이런 현상에 대해 “문화재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향유해야 할 공유재산”이라 면서 “문화재 지정 후 일정 기간 매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그러나 문화유산을 기증·기탁하는 사례도 많다. 문화재 공유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상주박물관은 최근 10명의 기증자로부터 고서·고문서·농경유물 등 400여 점의 유물을 기증받았다.전영윤씨는 청자접시 등 3점을, 최영순씨는 농경유물을, 황의삼씨는 목판 45점을, 김혜진씨는 1924년도 제1회 상주농잠학교 졸업앨범을 기증하는 등 문화유산 공유행렬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이보다 앞서 2012년에는 진주강문 강영석씨는 고서 고문서 53건 72점을 기탁한데 이어 올해에는 강세응 문과급제 교지 등 56건 77점을 기증했고, 강주석씨도 강세응 호구단자 등 20건 21점을 기증했다. 뇌암 강세응은 조선 영조때 상주에서 태어나 고종때까지 벼슬살이를 하며 학행이 탁월했던 인물이다.경주시 안강읍 소재 여주이씨 옥산파 종가 독락당에 소장돼 있던 목판 6종 108장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됐다. 진흥원은 이 목판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인 `유교책판`에 추가 등재할 예정이다. 진흥원이 소장한 목판은 이번 기탁을 합해 총 6만5천927장의 목판을 소장하고 있다. 목판의 중요성을 몰랐던 시절에는 아이들이 겨울에 이 목판으로 스케이트를 만들어 탔고, 그래서 많은 목판들이 없어졌다. 경북도가 삼국유사 목판을 새로 조성하는 것도 목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은 국민 공유의 재산이라는 인식을 다질 필요가 있다.

2016-06-16

영남권 5단체장 `신공항 신사협정` 재천명하라

이달 말로 예정된 남부권(동남권) 신공항 선정발표를 둘러싸고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선정 과정의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제기했다.`보이지 않는 손`이란 누가 봐도 청와대 혹은 TK(대구·경북)의 친박 정치인을 지칭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서 시장의 지역이기주의와 문 전 대표의 무분별한 정치 선동행위는 맹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부산지역의 지나친 판 흔들기를 보다 못한 권영진 대구시장·김관용 경북도지사·김기현 울산시장·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4개 시·도 지사들은 14일 경남 밀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부산지역의 도를 넘는 신공항 유치 활동과 무관하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약속대로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회견에서 4개 시·도 지사들은 남부권 신공항은 정부에서 결정해야 할 국책사업임을 재삼 강조했다.그러나 부산에서는 서 시장의 터무니없는 의혹제기에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 부산 광복동에서 부산시민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가덕도 신공항 유치 시민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와 국토부를 압박했다. 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부산역에 천막을 치고 신공항대책본부를 발족했으며, 지난 9일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가덕도를 방문하는 등 정치공세로 영남권 분열 조장에 나서고 있다.지난해 1월19일 대구 수성구 수성호텔에서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이 `남부권 신공항` 건설 문제와 관련해 발표한 합의를 우리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 5개 시·도의 지사들은 공동 성명서에서 “정부의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타당성 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유치 경쟁 등을 벌이지 않기로 하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오늘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 관광객들은 서울관광을 마치고 대구·경주·울산·포항·부산을 가고 싶어도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해 포기하기 일쑤다. 동남권 신공항이 건설돼 외국 관광객들의 다양한 입출국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미래먹거리인 관광산업은 또 다른 기회의 문을 활짝 열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 어떤 경우에도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는 사태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지난해 초 정부의 용역 결과를 전면 수용하기로 한 신사협정을 어기고, 유언비어를 앞세워 지역민심을 들쑤셔 국론분열을 획책하는 서 시장과 문 전 대표 등의 행동은 즉각 중지돼야 한다.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은 한시바삐 다시 모여 남부권 신공항과 관련한 지난해 1월의 굳은 약속들을 재천명하라. 일부 지도층의 무책임한 작금 언행은 경기 막판에 이르러서야 심판을 못 믿겠다고 난동을 획책하는 저질 플레이와 무엇이 다르랴.

2016-06-16

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내년부터 국사(國史)가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 국사는 국민정신의 핵심인데, 그동안 너무 소홀했다는 반성의 결과이다. 지금의 70대들은 초등학교때부터 국사를 배웠다. 역사공부에는 한자가 반드시 필요하므로 한자도 함께 익혔다. 그동안 역사·한자 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과거의 교육법이 좋았다”란 반성에 도달했다. 선진국들이 `박물관 답사`에 중점을 두는 것도 `국민 자긍심`을 위한 노력이고, 국사를 철저히 가르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무원 시험에 국사를 넣은 것이나, 해외유학 자격시험에 국사를 포함시킨 것이나, 기업체 채용시험에 한국사의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외교관 후보자 시험, 교원 임용시험 등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필수 자격 조건이고, LG, SK,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채용시험에 국사가 있다. 그리고 `정치적 국경은 있어도 경제적 국경은 없는` 글로벌시대에 세계사도 알아야 한다. 과거 중동으로 진출하던 기업들은 파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의 역사`를 가르쳤다. 그것은 그 나라의 환심을 사는 방법 중에 최상의 것이고, 그 나라 역사를 알아야 그 나라의 국민성을 알 수 있다.그동안 역사가 선택과목으로 떨어지면서 학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지독한 암기과목`이기 때문이다. 연대와 사람 이름, 수 많은 사건들을 전부 외워야 하니, 그렇게 무미건조한 공부가 없었다. 그런데 북한의 역사교과서를 보면 `이야기책`과 다름 없다. 암기보다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술하니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재미 있게 공부를 하는 것이다. 북한 국사의 기술방법은 우리와 너무 다르다. 국사를 `혁명투쟁의 한 방법`으로 삼기 때문이다.우리 국사는 왕조사 중심의 정치사가 주류지만, 북에서는 “모든 조선의 왕들은 인민을 착취하고 억압한 적”이라 가르친다. 그래서 세종대왕에 대한 언급도 없고, 한글을 누가 창제했는지도 모른다. “김일성 수령동지께서 만들지 않았겠는가” 추측이나 할 뿐이다. 좋은 것은 전부 `위대한 수령의 작품`이라고 배우기 때문이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고려를 배반하고 나라를 찬탈한 역적”이라 가르치고, 김유신 장군에 대해서는 “당나라를 등에 업은 매국노”로 표현한다. 왕족·귀족은 전부 인민의 적이라고 배운다.우리의 역사교육도 이제는 탈북민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본 상식 수준의 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악성 암기과목`이 아니라 `이야기책` 읽듯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국사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함정`이 있는 까다로운 문제, 국사학자들이나 관심 가질 역사적 사실 같은 것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최소한의 상식` 수준으로 시작해야 한다.

2016-06-15

신한울원전 예정부지 투기의혹 철저히 규명해야

신한울원전 3·4호기 예정부지에 대한 일부 공무원들의 부동산투기 의혹에 이어 군의원과 시민단체 임원 가족까지 투기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철저한 조사와 발본색원이 요구된다. 더욱이 지역인사들이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해 부동산투기를 꾀했다는 의혹은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충격이다.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여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울진정보화사업단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울진군 모 군의원의 처가와 가족들이 신한울원전 3·4호기 예정지로 알려진 북면 고목리에 주택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또 “원전지원금을 받고 있는 모 단체의 회장 아들도 이 지역에 주택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등기부등본을 증거로 제시했다. 산업단은 이들이 사들인 땅은 5년 사이에 시세가 6배 이상 오른 지역이라고 덧붙였다.신한울원전 3·4호기의 건설이 예정된 울진군 북면 고목리 일원은 51가구에 불과했던 가구수가 6월 현재 251가구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대의 일부 부동산 가운데 불과 44.4㎡(13.45평)의 주택이 7천만원에 거래됐는가 하면 또 다른 부동산은 가족 등 제3자에게 별도로 보상을 받게 하려고 건축면적을 30㎡(9.09평), 18㎡(5.45평)로 쪼개어 2천만원에 거래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투기행태가 나타나고 있다.울진정보화사업단은 “한수원의 보상 프로세스를 잘 아는 이들은 집단화를 유도하고 위임장 등으로 대표성을 갖고 한수원과 지자체를 압박해 집단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원전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도 문제지만 공람공고 기준일인 2014년 12월 15일 이후 누군가의 현혹에 의해 신축 또는 매매가 계속 이뤄져 거주민들의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주민들은 해당인사들에 대한 비난과 함께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원전특위 위원장을 지낸 군의원과 원전 지원금을 받는 단체의 회장 가족이 투기를 했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도층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의혹이 확산되자 해당지역 주민들의 이주거부 조짐마저 일고 있다.국책사업 등 대형 사업현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투기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때마다 끊임없이 문제가 불거져 공분을 사고 있다. 투기는 건전하게 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파생시킨다는 차원에서도 근절돼야 할 으뜸 경제 범죄에 속한다. 신한울원전 예정부지를 둘러싼 투기의혹에 대해서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규명과 응분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16-06-15

참신·청렴정치는 꿈일 뿐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총선 이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자 7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선관위 자체 조사에 한계가 있는 당선자 6명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최근 2차적으로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을 검찰에 고발해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다. 앞으로 또 어떤 고발·수사의뢰 사건이 나타날 지 알 수 없다. 20대 총선이 과거 어떤 선거보다 혼탁했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라 `내부 고발`이 더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국민의당 사건도 내부고발에 의한 것이다. 새누리당 박찬우·김종태 의원은 선거구민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고, 같은 당 염동열 의원은 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재산신고서에서 토지 가액을 축소한 혐의다. 더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밑에서 일할 때 외자 14조원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 70만개를 창출했다는 허위사실을 선거공보에 기재한 혐의고, 같은당 김진표 의원은 지역구 산악회원 30여명에 쌀을 나눠주며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무소속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의 여러 교회 예배에 참석해 신도들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거나 헌금을 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또 무소속 윤종오 의원은 법정 선거사무소 외에 특정 단체의 사무실 2곳을 선거운동 사무실로 이용한 혐의다. 선관위가 수사를 의뢰한 6명은 현재 재판 및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다.국민의당 의원 중에는 사법처리를 당하는 경우가 없어서 “역시 새정치를 한다는 정당은 다르구나”란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인데, 최근 실망스러운 일이 터졌다. 공천이나 비례대표 선정에 불만을 품은 당 내부자 한 사람이 그 내막을 선관위에 고발했고, 선관위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을 받아 당선된 김수민(30) 의원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총선때 당 사무총장을 맡아 재정을 총괄한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사전에 논의·지시한 혐의로, 관련 업체 대표 2명도 함께 고발했다.국고보조금으로 받은 32억여 원을 인쇄업체 A사와 홍보업체 B사에 지불하면서 김수민 의원이 경영하는 벤처회사 `브랜드호텔`이 리베이트를 받았고, 이 돈이 당 운영자금으로 들어간 정황이 있다는 고발을 받아 검찰이 그 진위를 수사하고 있다.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지만 `내부고발`이 없으면 밝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죄의식 없이 자행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더욱이 `새정치`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이 이런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다. 당 내부에서도 “터질 것이 터졌다”는 체념 섞인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사태는 여간 심상치 않다. 맑고 밝은 정치는 영영 꿈일 뿐인가.

2016-06-14

`지방분권형 개헌`… 다시 관심과 힘 모을 때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한동안 잠잠하던 개헌론의 불씨가 다시 피어올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3일 20대 국회 개원사를 통해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는 여야 중진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헌 세미나까지 열렸다.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개헌론이 대선 정국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시점에 비수도권 자치단체·시민단체·지역민들은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밝히고 지방자치·지방분권과 관련된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지방분권형 개헌` 운동의 고삐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 개헌론이 자칫 권력구조 변경 이슈에 온통 빠져들어갈 경우 진정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절실한 과제인 `분권형 개헌` 주제가 아주 묻혀버릴 공산이 크다. 여차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 수도 있다.정세균 의장은 이날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그 목표는 국민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20대 국회가 변화된 시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설 뜻을 피력한 셈이다.또 이날 국회 개원식에 앞서 국가전략포럼이 개최하는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이주영·나경원·배덕광 의원, 더민주 김영춘·서영교·박재호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축사에서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앞으로 차기 대선까지 약 1년 6개월 정도의 시기에 개헌을 추진해 신속하게 국민투표까지 한다면 개헌 역사를 이뤄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개헌론은 이미 정치권에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최대의 정치이슈이지만 `지방분권형 개헌론`은 아직 공론화가 미흡한 상태다. 대표적 개헌론자 중 한 사람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3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중견언론인 모임 세종포럼 초청토론회에서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중앙과 지방의 8대 2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유정복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도 지난 10일 세종포럼 초청토론회에서 “장관시절 강화해놓은 지방자치 관련 시스템이 직을 떠나고 나니 다 없어져버렸더라”고 실상을 토로했다. 헌법에 명시하지 않는 한 진정한 지방자치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 개헌론 정국에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지방분권형 개헌`을 위해 지역이 관심을 모아 네트워크를 만들고 힘을 써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2016-06-14

남을 인정하는 `박인비 정신`

박세리 선수가 2007년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후 9년만에 박인비 선수가 새 회원이 됐다. 1998년 박세리가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후 아나운서가 “거액의 상금을 탄 소감”을 묻자, “나는 돈보다 트로피가 좋다”며 우승컵에 키스를 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보면서 박인비는 골프를 결심했고, 25번째로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최연소 기록도 세웠다. 박인비는 27세 10개월이다. `성공으로 가는 여정`에는 `위험한 고비`도 있다.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면 하늘이 돕는다.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하면서 무려 4년간이나 슬럼프에 시달렸다. 골프를 포기하려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결국 그녀는 구원을 요청하며 재기를 결심하게 된다. 경주 출신의 프로골퍼 남기협에 매달렸다. 누구보다 박인비를 아꼈던 그는 `자신의 길`을 포기하면서 스윙코치가 되었다. 나팔꽃 같은 넝쿨식물이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듯이 박인비는 남기협이라는 지지대를 타고 올라 꽃을 피웠다. 둘은 결혼했고, 사람들은 박인비를 `경주의 며느리`라 부른다.남 코치는 “인비는 사람을 한번 믿으면,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해도 믿는다” 했다. 인간관계를 가장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뚝배기 된장 맛처럼 깊고 구수한 인간관계는 박인비가 가진 `힘의 원천`이다. 호주 출신의 캐디 브래드 비처와는 10년을 함께 한다. 그는 “박인비는 마음이 깊고 변하지 않는 심성을 지녔다” 했다. 캐디를 10년씩이나 하면서 식구처럼 지내는 경우는 드물다. 박인비는 “비처는 나에게 캐디 이상의 존재다. 그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 정도로 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캐디의 충고`가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거짓말도 믿는` 신뢰관계가 형성됐을 때이다.`과학스포츠`에는 멘털 트레이너와의 상담이 중요하다. 슬럼프에 쉽게 빠져들지 않고, 빠지더라도 쉽게 헤어나오고, 잘 되지 않을 때도 웃으며 경기를 할 수 있다. `이기는 골퍼보다 행복한 골퍼`를 목표로 정한 박인비에게는 이제 절망이나 낙담같은 것은 없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것 이상으로 골프를 통해 맺은 좋은 인연으로 행복을 찾게 된 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우승에 연연하지 않는 초연한 마음가짐이 바로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동력`이 된 것이다.박세리는 IMF때 온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며 용기를 주었고, 금모으기로 조기졸업을 가능케했다. 지금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해운·조선이 위기를 맞고 있을때 박인비가 용기를 주고 있다. 남을 믿고 남을 인정하고 협력하면, 문제는 풀리게 돼 있다는 교훈이다.

2016-06-13

기업 CEO들 `일·가정 양립` 캠페인 동참에 기대

`일·가정 양립`을 위한 `기업문화 개선 캠페인`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13일부터 `일·가정 양립`을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기업문화 개선 캠페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요 기업의 경영진들이 선도적으로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에 동참할 것을 선언하는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일·가정 양립, 이제 기업의 핵심 성장동력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CEO는 조성진 LG전자 사장, 임헌문 KT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황은연 포스코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제프리 로다 한국 IBM 대표이사 등이다. 배우 채시라씨까지 참여하는 총 9편의 홍보영상은 온라인 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송출될 예정이다.홍보영상에서 CEO들은 `정시퇴근이 행복한 출근을 만듭니다.` `회의는 짧게, 소통은 깊게!` `육아휴직은 배려가 아닌 부모의 권리입니다` 등 장시간 근로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메시지를 제시한다. 여가부는 이 영상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7월부터는 중소기업 경영진들의 릴레이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최근 대한상의와 맥킨지가 국내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문화 진단 결과, 상습적 야근·비효율적 회의 등 후진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열쇠로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제시됐다. 기업문화 개선 캠페인은 이러한 기업·조직 문화가 변화하는 데에 가장 영향력이 큰 경영진들의 인식 개선과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됐다.`일-가정 양립`이란 개인의 일(Work)과 생활(Life)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원래 일하는 여성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에 한정되어 사용됐다. 그러다가 노동관의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를 배경으로 남녀, 기혼 · 미혼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Life Balance)라고 하는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기업의 인식변화를 추동해왔다.일과 생활의 조화는 사원의 업무에 대한 만족감이나 기업에 대한 충성심·사기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관련 법률·제도는 지난 2007년 12월 `남녀고용평등법`의 법제명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변경한 이래 계속 강화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각 기업현장에서 일·가정 양립의 정신과 문화가 충일되는 일이다. 대표적인 기업 CEO들의 캠페인 동참을 계기로 모든 기업가들이 `일·가정 양립이 기업의 핵심 동력`임을 굳게 인식하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2016-06-13

그래도 한국 의술·인술은 최고다

의·약이 분리되면서, 의사와 제약사는 甲·乙관계가 됐다. 의사가 처방을 많이 해주어야 제약사가 살아갈 수 있는 구조이다. 의사의 눈밖에 난 제약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니 제약사들은 갖은 방법으로 의사의 환심을 사야 하고, `하늘같은 상전`으로 모시지 않을 수 없다. 같은 효능을 가진 약품이 여러 제약사에서 생산되니, 이 경쟁을 뚫고 나가려면 `처방권`을 가진 의사에게 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리베이트로 처방을 유도하는 행위는 `약사법`과 `의료법` 위반이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범죄행위가 계속되는 것은 `비장한 생존 전쟁`이거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일 것이다. 의료진들도 `터무니없는 의료수가` 때문에 `부수입`의 유혹에 취약하다. 결국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갑·을 관계는 근절되지 않는다.최근 경찰에 적발된 위법 병·의원 관계자는 300여 명이다. 자사 제품을 쓰는 조건으로 처방 금액의 최대 750%에 이르는 뒷돈을 건넨 제약사도 있었다. 로비는 `현금·상품권·골프채`에 그치지 않았다. 노예 수준의 머슴 노릇까지 했다. 제약사 영업사원을 운전기사처럼 부려 자녀의 등·하교를 맡기고, 휴대폰 개통, 컴퓨터 수리, 고장난 병원 수도꼭지 수리, 형광등 교체, 펜션 예약, 병원 관계자의 여자친구 선물 구입, 음식 배달 등 심부름도 시켰다.이같은 상납과 머슴 노릇은 단순히 `의사와 제약사의 관계` 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비용은 `약품가격`에 반영되고, 소비자는 그만큼 비싸게 약품을 사게 되는 것이다.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돈 바치고 노예 노릇을 하는 제약사들은 동정이라도 받지만, 의료인들은 인술(仁術)이란 덕목때문에 비난을 더 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착한 의사가 수 없이 많고, 의료수준도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한 사례를 들어보자.영국의 대학생 심란 셔드리(19)양은 어릴때부터 `오목가슴 장애`를 가졌고, 부모는 백방으로 의사를 찾았지만 다 실패했다. 첨단 문명이 모여 있다는 AE의 두바이로 갔지만, 전문가도 수술장비도 없었다.미국에서는 치료비가 너무 높아(12만5천 달러·1억4천800만원) 포기했다.그러나 복음은 한국에서 전해졌다. 서울성모병원 박형주 교수는 오목가슴 수술을 4천600건이나 해낸 세계 최고의 권위자였다. 셔드리양은 박 교수의 집도로 수술을 받았다. 금속막대기 두 개를 넣어 가슴 갈비뼈를 밖으로 밀어내는 수술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환자는 지금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비는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한국의 의술·인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난치병 환자들이 수 없이 한국을 찾는다. 일부 양심불량 의료인들 때문에 한국 의술 전체가 매도돼서는 안된다.

2016-06-10

경북 시·군 저수지 215곳 D등급 근본대책 세워야

대부분이 축조한 지 30년 이상인 경북지역 저수지 중 무려 215곳이 안전진단에서 `D`등급이 나와 보수·보강 대책이 시급한데도 예산이 태부족해 막막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의 저수지는 전국 1만7천505곳의 32%인 5천544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농어촌공사 저수지는 641곳(11.6%), 시·군이 관리하는 저수지는 4천903곳(88.4%)으로서 기초단체 관리 저수지가 월등히 많다.시·군 저수지 가운데 4천814곳(98.2%)은 만든 지 30년이상 됐고, 이 중 50년이상 된 곳만도 무려 3천876곳(79.1%)에 달한다. 축조 30년 미만 저수지는 89곳(1.8%)뿐이다. 올해 저수지 안전진단 결과 긴급보수와 보강이 필요한 D등급은 215곳에 이른다. 재해위험 저수지도 경북은 59곳으로 전남 131곳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처럼 보수·보강이 시급한 저수지가 많은데도 일선 시·군들은 어려운 재정으로 제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경북도가 D등급 저수지 보수·보강을 위해 추산한 필요예산은 1천319억원이지만, 시·군이 관리하는 저수지에 들어갈 돈은 637억원, 현재 보수 중이거나 확보한 예산은 405억원에 그치고 있다. 시·군은 D등급 저수지에 투입할 돈도 부족한 터라 C등급 저수지 보강을 위해 필요한 1천921억원은 아예 예산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지난 2008년부터 8년간 저수지 보수·보강에 들인 돈은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가 3천225억 원인 반면, 시·군 관리 저수지는 1천378억 원에 그쳤다. 시·군 저수지 보수·보강 예산은 2013년 저수지 붕괴가 잇따르자 다소 늘었다. 그러나 현재의 예산으로는 집중호우나 태풍에 대비하는데 턱없이 부족해 재해 위험성이 대단히 높아져 있다.경북지역에서는 지난 2013년 경주 산대저수지 둑이 무너져 산대세천 제방유실·주택 5동 및 상가 6동 일부 침수·농경지 11필지 1만1천861㎡ 침수·차량 13대 침수 등의 피해를 남겼다.또 2014년 8월에는 영천 괴연저수지 둑 30m가 붕괴되면서 주택 15채와 농경지 5천여㎡가 침수되고 인근 마을주민 1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저수지 붕괴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물난리가 불난리보다 더 무섭다`는 옛말이 있다. 저수지 하류 지역민들은 물 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해마다 거듭되는 물난리 공포로부터 벗어날 근본대책을 세우는 것은 열악한 지방정부만의 몫일 수 없다. 김종영 도의원의 말처럼 저수지 활용도를 전면조사해 재정비하는 것도 꼭 필요한 조치다. 반복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이 곧 혈세낭비의 주범이다.

2016-06-10

법 어기는 국회에 대한 벌칙

국회를 입법부(법을 만드는 부서)라 하는데, 한국에는 참 이상한 풍토가 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제일 법을 안 지킨다. 막말 험담을 해도 선진국처럼 잡혀가지도 않고 징계도 안 받는다. 국회내에 윤리위원회란 것이 있지만 그냥 `장식용`이다.북한에도 현대 법체계를 만들어두었지만, 그것도 `장식용`이란 점에서 우리나라 국회의 윤리위나 다름 없다. 국회의원이 죄를 지어도 검·경이 바로 체포하지 못하고, 국회가 체포동의안에 찬성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방탄국회란 말까지 생겼다.총선이 끝나면 국회는 원구성부터 해야 한다. 국회의장·부의장을 정하고, 각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서`국회의 꼴`을 서둘러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 기능이 정상 가동된다. 그렇기 전에는 아무리 화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밀고 당기고 하염 없이 시간을 끌다가, 분노한 국민이 “저 따위 국회 해산하라!” 외치면 그 `국민의 압박`에 밀려서 겨우 원구성을 하는 일이 관례다. 심지어 88일간이나 늦출 때도 있었다. 그래서 1994년 6월 14대 국회때 국회법을 개정했다.`임기 개시 후 7일 이내에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선출한다`로 못을 박은 것이다.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만든 국회법을 국회는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이번 20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6월 1일 임기가 개시됐으니, 7일까지 원구성이 돼야 하는데, 3당이 제각각 자기 주장만 하고 언제 합의가 될 지 막연하다. 그런데 20대 첫 임시국회 소집날짜도 7일로 잡았다. 국회의장도 없고,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도 없는 `무뇌(無腦) 국회`를 연출한 것이다.`머리속이 텅 빈`국회의원들이 모여서 웅성웅성하다가 그냥 흩어지는 `좀비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로마 교황을 선출할때도 `검은 연기`가 수 없이 올라갔다. 이것은 곤란하다 해서`조치`를 취했다.`선출방`문을 밖에서 잠그고, 음식은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여름에는 에어콘 없이, 겨울에는 난방기 없이, 최악의 조건을 만들어서 교황선출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추기경은 나이 든 사람들이라, 극한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합의를 서두르게 됐다. 그것은 매우 효과적인 `징벌`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는`국회법`속에 `벌칙 조항`은 없다. 마냥 늦춰도 제재할 방법이 없으니, 장식용일 뿐인 법이다.국민의당이 “원구성까지 세비를 반납하겠다” 했으나, 더민주당은 반대하고 새누리당은 뜨악한 얼굴이다. 원구성을 법대로 마무리짓고, 입법부가 입법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려면,`늦추는 만큼의 불이익`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세비 반납`도 한 방법인데, 벌칙조항을 국회법에 넣지 않으려 하는 국회의원들이 뽑혔으니, 국민들이 이번에 또 속았다.

2016-06-09

농산어촌 벽지학교 교사 근무환경 일제정비를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발생한 천인공노할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벽지 학교에 부임해온 새내기 여교사에게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 학부모와 섬 주민들이라는 사실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인 김광림 의원은 8일 정부당국에 도서 벽지에 근무하는 6천500여명에 이르는 교직원의 근무환경과 유사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했다.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대표적 농산어촌 지역으로 손꼽히는 경북에도 여교사들의 안전대책 강화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러나 이를 감독해야 할 경상북도교육청 등 관련 기관은 기본적 통계조차 확보가 안 돼 뒤늦게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교사의 안전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교육청 소속 관사는 총 1천188동으로 2천273세대, 거주 교직원은 1천963명으로 파악됐다.하지만 도교육청은 각 관사의 거주 인원 수 등 기본사항만 파악한 채 이들의 성별·연령 등 정확한 현황은 물론 관사의 안전시설이나 CCTV 설치 현황에 대한 통계조차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교육청은 사건발생 며칠 뒤에야 부랴부랴 도서벽지 근무자 실태파악을 시작한 상태다. 총 66동의 관사에 239명이 거주하고 있는 울진군의 경우 일부 관사에만 CCTV가 설치돼 있어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봉화군의 경우는 지역 내 초등학교 분교 총 4개교 중 2개교에 여교사와 행정직원이 1명씩 근무 중이지만 읍내와 영주시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영양군의 경우 교육지원청 사택 총 72세대 중 21명, 학교 소속 연립사택 19세대에서는 3명의 여교사가 관사로 이용하고 있다. 울릉군의 경우 울릉초·중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7명의 숙소인 관사 1층에 울릉교육청 자체예산으로 최근 방범창만 설치한 상태다.사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느라 법석을 떠는 교육당국의 전형적인 뒷북행정 모습은 한심하다. 여교사를 도서벽지에 발령내지 않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전국 초등학교 남자교원 비율이 평균 23.2%밖에 안 되는 현실을 도외시한 단세포적 발상이다. 인사고과 가점이 미끼가 되어 교사들이 산간도서 벽지근무에 내몰리는 교육청 인사시스템은 또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아무리 막돼먹은 세상이지만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를 상대로 어떻게 그악한 몹쓸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세상이 무서울 따름이다. 어느 마을이든 `그림자도 함부로 밟지 않는다`는 미담 속에 교사를 우러러보던 시대는 완전히 사라졌는가. 다시는 끔찍한 비극이 잃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낙도·산간 지역에 근무하는 모든 국가인력에 대한 완벽한 보호환경을 하루속히 조성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2016-06-09

여야, 원구성 법정시한 결국 어겨

지난 22년간 단 한 번도 준수한 적이 없던 원구성 법정시한을 20대 국회도 결국 어기게 돼 암운(暗雲)이 드리워지고 있다. 여야 3당은 7일에도 의장단 선출문제로 극한 대립을 하면서 20대 국회가 국회의장단이 없는 유령국회로 전락했다. 여야 3당은 한때 호기롭게 협치를 부르짖었지만 협상에서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서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는 채 각 당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원구성 마감 법정시한인 이날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 자유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은 재차 제안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국회의장 후보를 정하면 본회의에서 자유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출한 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논의하자는 주장이다.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의장단을 구성하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자는 단계적 원구성안”이라며 “양당이 후보를 내놓으면 당을 보건 인물을 보건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민주는 국민의당의 제안에 공조 입장을 밝히면서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자유투표를 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란 판단 아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당이 야2당의 제안에 대해 “협상 분위기를 깨려는 야합”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정국은 다시 급속도로 얼어붙는 형국으로 돌아섰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장 선출은 관례대로 (먼저 의장 내정자에 대한) 합의 하에 표결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핵심관계자도 “야당이 표의 우위만 믿고 여당을 압박하는 것은 협상정신과 의회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여야 3당이 이날 예정했던 본회의 소집과 국회의장단 선출의 실마리를 풀지 못함에 따라 상임위원회 개편 논의도 원점회귀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소야대(與小野大)와 3당 체제라는 새로운 구도로 출발한 20대 국회 역시 임기개시 이후 7일 이내에, 상임위원장단은 최초 집회 이후 3일 이내에 본회의에서 선출하도록 한 법 규정을 위반하는`불법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여야 3당은 국민들이 극한대립의 양당 체제에 염증을 느껴 내려준 새로운 협치(協治) 정신의 교훈을 벌써 다 까먹은 듯한 모양새다. 상대방의 양보만 강요하는 정치로는 결코 협치의 이상을 구현할 수 없다. 진정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여야 정치권은 무한대결의 구태를 하루빨리 벗고, 배려와 타협의 새 정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정치 불신과 실망을 더이상 덧내지 말기를 바란다.

2016-06-08

퇴계·서애의 애국·애족정신

서애 유성룡과 학봉 김성일은 퇴계의 문하생이다. 학봉은 이런 글을 남겼다. “베옷에 짚신 신고…. 집은 심한 추위나 더위, 풍우가 들이치면 남들이라면,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선생이 일찍 이르기를 벼슬하는 것은 도를 행하기 위함이지 녹봉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퇴계는 벼슬보다 학문에 뜻이 있어서 7번 관직에서 물러났고, 임금이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선조임금 시절에는 그 어느때보다 국정이 혼란스러웠다. 당쟁이 시작됐고 가장 극심할 때였다. 임금이 올곧지 못하니 신하들은 패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암군(暗君)시절에는 현명한 신하들이 많이 나타났다. 서애, 오성과 한음, 권율, 이순신 등이 그나마 나라를 구했다. 서애는 퇴계의 학풍을 온전히 이어갔다.임진왜란을 온몸으로 막아냈던 서애는 `내부의 적들`에게 심한 고통을 당했다. 평생을 청요직(淸要職)으로 일관한 그에게 당쟁의 적들은 “서애가 가진 토지는 세곳이고, 미오보다 많다”고 모함했다. `미오`란 동탁이 금은보화를 모아두던 곳이다. 충신들은 도를 행하려 하지만, 어리석은 임금과 정적들은 왜적보다 더 무서운 장애물이었다. 6년간 전장을 헤매며 왜군을 물리친 서애는 결국 탄핵을 받아 `삭탈관직` 당해 낙향하는데, 집은 초가삼간이고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었다.정경세는 “자손은 나물찌꺼기밥도 때우기 어려워라/십 년 정승 자리 어찌 지냈기에/성도의 뽕나무 800주도 없단 말인가”라 읊었다. 제갈 량이 절명 직전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소신의 녹봉은 걱정 마십시오. 성도에 뽕나무 800주가 있고, 거친 밭 15경도 있으니 자손들 의식주는 걱정 없습니다”고 유언했다. 그러나 서애에게는 그 `뽕나무 800주`조차 없었다. 그런데 정적들은 `동탁의 미오 운운` 했으니,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으나, 바람이 그냥 두지 않는다`란 말이 연상된다. 낙향 2년후 선조가 죄를 풀고 다시 불렀으나, 서애는 한사코 응하지 않았다.“일거수 일투족이 다 부딪히니, 당시 크게 답답하고 슬퍼하며, 이 곳(하회)의 무성한 숲과 우거진 덤불의 즐거움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 “고니의 성품은 산야에 맞지, 성시(城市)에는 맞지 않는다”. 이같은 술회에서 서애의 심중이 읽힌다. 덜 떨어진 임금과 악귀같은 정적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좌충우돌하기보다는 `징비록`을 써서 `나라 구할 길`을 밝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서애는 초가삼간에서 굶주려가며 집필을 했던 것이다.엘리자베스2세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안동 하회는 이제 `국제적 고을`이 됐다.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안동을 찾는다. 부디 정치인들이 `퇴계의 학풍`과 `서애의 애국·애족 정신`을 배우고 깨달았으면 한다. 정치의 정도가 거기에 있다.

2016-06-08

상생 협력의 기운이 생동한다

한국은 범국가적인 정부혁신(3.0)경험과 지역개발(새마을운동) 경험과 노하우를 전 세계와 공유, 빈곤퇴치, 경제성장, 평화로운 사회 및 제도 구축에 기여할 예정이다. 2006년 `UN거버넌스센터`가 설립될 때는 `전자정부 역량강화`에 중점을 두었으나, 오는 7월부터는 협력분야를 정부혁신, 지역개발, 치안협력 등 모든 공공행정 분야로 확대하고, 협력국가도 아태지역에서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상생 협력의 기운이 한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지역사회에서도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포항~울산 고속도로 개통으로 30분 생활권이 되는 포항·경주·울산이 `해오름동맹`을 맺는다. 해돋이고장인 동해안 3도시가 `한울타리 공동체`가 되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3개 도시는 `동해안RD특구 지정` `산재모병원 건립`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방안` `동해안 관광벨트 조성` `전통시장 간 상생교류` 등을 논의했다. 이같은 협력을 통해 3 도시가 하나로 뭉치면 인구는 200만이 되고, 수출액은 844억달러, 예산규모는 5조5천834억원의 거대 지역공동체가 된다.동해안 3도시는 각각 특장을 가지고 있는데, 포항은 철강 공급도시, 울산은 철판 수요도시, 경주는 부품 생산도시로 역할을 하고, 포항과 울산은 산업관광, 경주는 고도로서 인문·역사관광·휴양 도시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바다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환동해안시대에 물류의 거점도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통일이 되면 북방 물류의 중심항들이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상생협력의 워밍업을 지금부터 시동거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미 포항과 경주는 `형산강프로젝트`를 착수했다.지방자치단체들 뿐만 아니라, 대학들도 벽을 허물고 힘을 모을 움직임을 보인다. 포스텍, 카이스트, DGIST, GIST, UNIST 등 국내 5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총장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협력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대학들은 `스타급 벤처기업 공동 발굴 육성` `산학연계 교육 프로그램 운영 확대` `교수진 공동 활용` `교과목 교차 수강 확대` `온라인 공개강좌 콘텐츠 공유` 등의 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분야는 `학생창업을 돕기 위한 멘토단 구성`이다. `학생 창업`은 없고 `학생 구멍가게 개업`만 있는 현실에서 이 일은 너무나 중차대하다.과학기술대학들이 벽을 허물때 인문(人文)과의 벽도 없애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인문계 강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과 윤리`가 중요시되는 시대에 文·史·哲로 대변되는 인문학 소양은 필수 덕목이다. 과학기술과 인문이 벽을 허물고 융합될 때 세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2016-06-07

지방의원이 절도행각이라니…지방자치 어떡하나

지역에 때 아닌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돌고 있다. 갖가지 직권남용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절도행각까지 적발됐다는 비보가 잇따라 차라리 귀를 씻고 싶게 하고 있다. 지방자치 20년을 넘긴 이 시점에 지방자치의 중심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해야 할 지방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수준미달 행태가 이 정도라니 말이 안 나온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자방자치의 당위성마저 훼손될 위기에 직면했다는 느낌이다. 영덕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영덕 병곡휴게소 조립식 건물 옆에 있던 80만원 상당의 문짝과 창틀을 훔친 영덕군의원 A씨를 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더 기막힌 일은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물건을 가져가기로 소유자와 협의한 상태였다”며 혐의를 부인하면서 소유자를 회유하기까지 했다는 진술이 나온 사실이다. 피해자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사전에 협의했다고 진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유사한 일은 또 있었다. 울진군의회 의장이던 B씨는 지난해 5월 울산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서 화단에 있는 분재용 소나무 한 그루를 훔쳐 물의를 빚었다. 불구속 입건된 그는 사건에 책임을 지고 의장직과 의원직을 모두 사퇴했으며, 작년 8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치인들이 일으키는 물의 중 단골 격인 직권남용 행각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사사로운 이익과 관련된 추태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대구지방경찰청은 최근 직권남용 혐의로 대구시의원 C씨와 시 공무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C씨는 작년 8월 지인의 장모 D씨가 숨지자 대구시 공무원으로 하여금 시립묘지 위탁관리업체에 압력을 넣어 매장이 금지된 대구시립묘지에 있는 묘를 쓸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 대구 동구의원 E씨는 구청 예산 2천400만원을 들여 자기 땅에 농로와 수로를 개설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봉화군 의원들과 사무과 직원들은 지난 2년간 업무추진비 등으로 고가의 등산복, 상품권을 구매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봉화군 의원들은 또 의원 배지에 한글로 `의회`를 새긴다는 이유로 지난해 금배지를 새로 만들면서 개당 40만원이 드는 순금으로 제작해 예산을 낭비했다. 이들은 99%가 은(銀)이어서 가격이 3만5천원에 불과한 국회의원 배지보다 11배나 비싼 배지를 달고 다니는 셈이다.잇달아 물의를 빚고 있는 지역의원들의 범법·직권남용 행각은 결코 일부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그렇잖아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업신여기는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의 지방 무시관행이 도무지 개선되지 않아 애끓는 마당에 지역의원들이 이래선 안 된다. 일벌백계를 위한 특별한 장치와 엄중한 시민감시가 절실하다.

2016-06-07

인공지능시대의 한국 교육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 3차 라운드테이블은 `청소년과 아동, 미래의 세계시민`이라는 주제 밑에 `양질의 교육`이란 목표를 정하고 토론을 벌였는데, 주로 후진국들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불평등이 거론됐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선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아동이 58만명에 이르며 63만 아동이 중등교육을 받지 못한다. 아프간에는 잦은 자살폭탄테러로 수 만명이 죽고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으니, 아이들이 겪는 두려움과 분노를 해결할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했다. `유엔 비정부기구 모임`은 1990년도에 성안됐다. 21세기로 넘어가는 `세기말 10년`에는 세계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오는데, 이 시기에 `세계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을 도와서 그 불평등을 줄여나가자는 취지의 공문을 유네스코가 각국에 보냈다.당시 우리나라는 “아직 한국은 적극적으로 나설 능력이 없으니, 추세를 지켜보겠다”는 대답을 주었는데, 26년이 지난 지금 경주에서 `NGO 콘퍼런스`를 열게 된 것은 매우 감회 깊은 일이다.이번 콘퍼런스는 주로 `개발도상국들의 교육`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다.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지만, 교육에서는 여전히 19세기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인공지능(AI)시대에 암기력은 그리 중요한 능력이 아니지만 학교 교육은 여전히 `교과서 외우기`에 머물러 있고, 암기력 좋은 사람을 `머리 좋은 사람`이라 평가한다. AI시대에 인간이 인간다워질 방법은 `창의력·창작능력·인문학적 정서` 등이고, 암기력·분석력은 AI가 수 천배 뛰어나다.`학교 교육`만 있고 `가정교육`과 `글로벌 교육`이 미미한 것도 한국교육의 후진성이다. 인격·인성은 주로 가정에서 길러진다. 세계가 국경 없는 시대로 진입했는데 아직 한국의 세계시민교육은 걸음마 단계이다.결국 우리나라는 `국내용 교육`이라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동일한 교과서를 가지고 `박제화된 지식`을 주입하니,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기회가 없고, 창의적인 두뇌를 개발시켜 나갈 여지도 없다.올해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는데, `교실에서의 주입식 강의`에 너무 오래 길들여진 탓에 `걱정의 소리`도 적지 않다. “교과서 외울 귀한 시간에 무슨 뜬구름 잡는 교육이냐”는 것이다. `명문대학 입학`이 일생의 목표가 돼버린 교육 탓이다.소득계층을 5단계로 나눴을때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사교육비 지출비율은 9:1이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불하면서 명문대에 가야 출세길이 열린다는 이 입시제도는 `유엔 NGO`가 다뤄야 할 `후진국의 교육현실`이다.

2016-06-03

`해오름동맹`… 지역 상생발전 새로운 모델 기대

포항~울산고속도로 완전개통을 계기로 포항-경주-울산이 이달 말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새로운 지역발전 결사체 `해오름동맹`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3개 도시는 오는 30일 양북1터널 관리동에서 열리는, 이강덕 포항시장·최양식 경주시장·김기현 울산시장을 비롯한 각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포항~울산고속도로 완전개통식 행사 직후 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3각연합 형태인 `해오름동맹` 추진의 계기는 완전 개통을 앞둔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다. 이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포항~울산 간 주행시간이 기존 60분에서 32분으로 줄어들고, 물류비만 해도 연간 약 1천300억 원이 절감된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18년 12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사업이 예정대로 완공되고 국도 31호선 확장도 완료되면 3개 도시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해오름동맹`은 공식출범 이후인 7~8월께부터 가칭 `동해남부권 상생발전 전략연구용역`을 실시해 약 10개월에 걸친 작업으로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용역에 소요되는 예산은 울산시가 50%, 포항시와 경주시가 각각 25%씩 부담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포스텍·울산대·한동대·울산과학기술원 등이 `Univer+City 포럼`을 개최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찾는 데 힘을 보태기로 한 바 있다.현재까지 거론된 구체적 사업으로는 지난해 12월 3개 도시가 공동으로 신청한 동해안RD특구지정을 비롯, 산재모병원 건립 공동노력·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방안 공동개발 추진·동해안 관광벨트 조성을 위한 연계 협력방안 추진·전통시장 간 상생교류 등이 있다.이같은 협력을 통해 3개 도시가 하나의 공동체로 구성되면 인구 200만명, 수출액 844억달러, 예산규모 5조5천834억원을 보유하게 된다.지역발전 정책은 정권이 바뀔 적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새롭게 펼쳐온 정부의 핵심전략이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펼치는 정책은 그 한계를 드러낸지 오래다. 지리적 여건 등을 공통분모로 하는 지역 간·도시 간 협력기제를 창출하여 자율적으로 발전전책을 수립하고 실천해 낭비를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견인해내는 전략보다도 더 좋은 정책수단은 없다.부산-울산-경남 등 기존의 도시 간 협력처럼 형식적이고 두루뭉술한 협약은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할 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구호만 요란한 정치선전을 뛰어넘는 실질적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화학적 결합으로 시너지를 폭발시켜야 할 것이다. 3개 도시가 진정성 있는 발상과 노력으로 `해오름동맹`을 새로운 획기적인 지역 상생발전 모델로 승화시켜 지역민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2016-06-03

조손(祖孫)간의 소통과 인성교육

(재)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조부모의 손자녀에 대한 역할 강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조부모 행복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교육은 `경북도내 할매·할배, 손자녀와 통하다`란 주제다. `손자녀 세대 이해하기` `손자녀와 효과적인 관계 맺기` 등 소주제를 놓고 교육이 진행되는데, 이론에 치우친 강의식보다 살습과 사례 위주로 함께 참여하여 대화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가족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다.유대인들은 아버지가 자식교육을 맡는데,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할아버지가 손주 교육의 주체였다. 을사사화(1545)때 화를 입어 경북 상주에 유배와 있던 이문건은 양아록(養兒錄)을 남겼다. 손자가 태어나 16세가 될때까지 무려 16년간이나 쓴 육아일기였다. “오늘 저 손자를 기쁘게 바라보며, 노년의 내가 아이 크는 모습을 지켜보겠다. 귀양살이 쓸쓸하던 터에 좋은 일이 펼쳐져 나 혼자 술을 따르며 경사스러운 일을 축하한다”로 시작된 육아일기에는“10세나 된 아이가 공부를 게을리하기에 야단을 치고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렸는데, 종일 마음이 아팠다”란 귀절도 있다.아이 이름은 숙길(淑吉)인데 나중에 이원배로 개명했다.“아비가 병들어 죽자, 이제 겨우 7세인 아이가 서럽게 운다. 죽은 아들과 손자가 너무 가여워 내 눈에 피눈물이 났다” 했고, 아이가 아플때는 며칠 밤을 새우며 돌봤다. 숙길은 잘 교육받고 건강하게 자라 벼슬길에 나가고 임진왜란때는 의병장이 됐다.지금도 할배·할매가 손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 맞벌이 부부 가정 중 절반 가량이 그렇다. 노부모가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다가 생긴 `손주골병`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예쁘다고 자꾸 안아주다 보니 전신의 관절에 무리가 온 것이고, 밤잠을 설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손주 안 키워보는 것도 복”이란 말까지 생겼다.요즘에도 손주들이 커가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할배들이 많고, 그것을 책으로 발간하기도 한다. 글과 함께 사진도 찍어 올린다. 은퇴후 작은 농장을 경영하는 박재율(72)씨는 맞벌이하는 두 아들 내외와 직장 다니는 아내를 대신해 10년간이나 손주 4명을 키워낸 육아일기를 책으로 묶어냈는데, 제목은 `할배꽃, 꽃 그늘`이다.손주를 키운다는 말은 `조부모의 인격이 그대로 손주에게 전해진다`는 뜻이다. 손주들은 은연중 조부모의 인품을 닮아가기 마련이다. 예로부터 조부모들은 손주들에게`글공부`와 함께`인성교육`을 했다. 부모들은 일에 바빠 그 일을 못하지만, 조부모들은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있다. 인성교육은 할배 할매의 몫이 됐다. 이보다 더 보람 있는 `노인일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201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