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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역축제의 품격과 독창성

지방자치제 출범 후 가장 큰 변화는 `지역마다 한 두 가지의 축제`가 생겼다는 점이다. 수많은 축제 중에는 전국적 관심을 모으면서 정부의 지원을 획득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슬그머니 사라진다. 그만큼 지역축제가 성공하기 어렵다. 청도 반시축제는 성공한 축제다.성공하려면 `테마`도 좋아야 하지만, 지역 민관이 힘껏 아이디어를 짜내고 합심협력해야 한다. 청도 반시는 씨 없는 감으로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점이 특징이고, 그동안 감와인, 감말랭이, 곶감과 반곶감, 아이스홍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독창성과 품격을 갖춘 청도 반시축제가 올해 그 명성에 금이 갔다. 난데 없이 `코미디 축제`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감 축제가 코미디축제의 부수적 행사 처럼 전락했고, 그 때문에 지역민들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는 것이다.이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고, 누가 이런 발상을 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소나 개나 웃을` 일이다. 감축제 중심의 축제에 코미디가 구색맞추기로 한 귀퉁이 차지하는 것은 모르지만 `전국적 명성이 높은 감축제`가 코미디페스티벌의 부속행사로 퇴색했다니, 그 코미디를 보고 웃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청도반시축제는 매년 3억5천만원 가량이 드는데, 이번 함께 열린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의 경우, 8억원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청도군은 “캐나다, 필리핀, 덴마크, 체코 등 4개국에서 초청된 해외 코미디 공연팀의 페스티벌과 청도반시 웃음봇따리 축제가 펼쳐집니다”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외국어로 말하는 코미디`를 보고 누가 웃겠는가. 돈은 돈대로 쓰고, 감축제를 쓴웃음이 나오게 만들어버리는 이런 멍청한 발상이 실로 가소로울 뿐이다.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반응도 싸늘했다.“개그맨 저들만의 잔치로 비쳐져 농촌지역 정서에는 맞지 않다” “반시와 관련된 이벤트는 별로 없어서 반시축제의 특성이 보이지 않아 맥빠졌다” “지역축제의 목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억원 돈들여서 축제 망친 대표적 사례다” “시행착오를 깨닫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 등등 비난의 소리만 들려온다. 그러나 또 한편 관광객 25만명을 불러모으며, 박수갈채를 받은 축제도 있는데, 바로 칠곡군의 `낙동강 호국 대축전`이다.6·25때 최후의 방어선이었고, 최대의 격전지였던 그 낙동강 현지에서 “전쟁의 비극을 다시 없도록 하자”면서 올해 3번째 열렸다.이 자리에는 참전 13개국에서 온 외교사절들이 참여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이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 되도록 축제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했다.칠곡군은 또 `인문학 축제`를 펼쳐 “품격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고장”이란 찬사를 받았다. 지역축제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2015-10-22

`新 실크로드`를 위한 준비

`실크로드 경주 2015`가 끝났다. 탈렙 리파이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 등 많은 외교사절들이 폐막식에 참석해 성공적 개최를 축하했다. UNWTO 사무총장은 “경북도와 경주시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곳으로 2011년 이후 UNWTO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면서 “한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교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는 47개국 1천500여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1만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했고, 실크로드 선상 국가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교류의 새장을 열었다.경북도는 UNWTO와 함께 내년 하반기에 `실크로드 국제문화포럼`을 열기로 하고, 탈렙 리파이 사무총장과 협약을 체결했다. 포럼에는 실크로드 선상의 40여개국의 정부인사와 문화예술인들이 참가하고, 문화공동체 설립 등 “경북도가 문화융성시대를 선도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리파이 사무총장은 “UNWTO는 2011년부터 실크로드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 간의 협력증진과 관광마케팅 전략 개발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실크로드 국제문화포럼은 이런 활동의 성과를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세계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는 실크로드문화권은 그동안 교류 협력에 소홀함이 많았지만, 이 포럼이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新 실크로드 시대`의 주역을 자처했다.`실크로드`는 독일 학자가 붙인 이름이고, `원조 실크로드`는 중국 당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당시 신라시대였다. 그 무렵의 당나라는 `명주산업`이 번성했고, 유럽 각국들은 `중국산 실크`에 매혹됐다. 그때의 중국 수도는 시안(西安)이었고, 여기서 출발한 상단은 서쪽 천산산맥을 넘어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아라비아 지역까지 진출했다. 중국의 국제무역은 실크를 매개로 전개되었고, 그 무역로 이름이 `실크로드`였다.그 실크로드가 새롭게 부각되자, 이에 편승하려는 도시들이 생겨났다. 한국의 경주시와 일본의 나라(良)시가 고도(古都)라는 이유로 “우리시가 출발점이고 종착점이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안(西安) 시민들은 “터무니 없는 소리다. 그 당시 너희들의 명주산업은 젖먹이 수준이었다”며 경주시의 실크로드 행사를 냉소했다.이러한 간격을 메워준 인물이 시안이 고향인 시진핑 주석이다. 그는 “옛 비단길을 개발해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펴면서 중국에서는 지금 `신 실크로드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는데, 고위 당국자는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했다. 이 정책은 중국의 중대 국책사업인만큼 막대한 국익이 걸려 있다. 경북도 차원을 넘어 중앙정부가 관심을 기울일 일이다.

2015-10-21

뜨거운 감자가 된 영덕 천지원전

영덕 천지원전 건설을 두고 주민들이 오는 11월11일 찬반 주민투표를 치를 예정인 가운데 정부와 한수원이 4개 분야 10대 지역발전 사업을 공식제안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에 발표된 10대 지역발전 사업은 영덕 원전이 울진 한울1호기(1982년 착공, 1988년 준공) 이후 30여년 만에 새로운 지역에 건설되기 때문에 기존 원전지역에 비해 미흡한 산업·생활 인프라를 보완하는데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라는 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우선 소득창출 및 산업발전 부분에서는 △첨단 열복합단지 조성 △농수산물 친환경 인증시스템구축 및 판로확보 지원, 매력적인 관광자원 개발분야는 △글로벌 지향 원자력연수원 건립 △역발상을 통한 블루로드 재조성 판로확보 지원인구 유입 경제 활력 제고 △지역축제 지원·기획 등이다. 안전하고 편리한 정주환경 조성 분야는 △지역인재 양성 및 채용 △사택단지 연계 종합복지관 조성 △지역 특화 의료시설 구축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역사무소 조기설치 및 이와 연계한 원자력 안전·통제 컴플렉스 구축 등이며, 지역인재 양성 채용분야는 △명문초·중·고등학교 육성 △재경장학관 등 지원 및 우수인재 적극 채용 등을 중점사업으로 제시했다.영덕지역 반핵단체들은 이와 관련, “주민이 원하는 것과 동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영덕원전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이하 찬반투표관리위원회)와 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도 “주민이 왜 원전 건설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지 공론화가 필요하며, 원전 건설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역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영덕 천지원전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나 한수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우선 영덕군과 의회가 원전 건설을 수용한 결정이 지역발전을 위한 기대때문임을 잘 알면서도 지역발전에 대한 아무런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 나빴다.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지역에 원전안전을 우려해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늘어가는 데도 원전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설명회 한번 열지않은 것도 문제다. 지역민들은 물론이고 영덕군이 중앙정부의 약속을 믿기 어렵다고 돌아설 만한 것이다. 이러니 원전건설에 대한 여론도 크게 나빠질 수 밖에. 최근 지역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전수용 당시에 80%를 상회했던 찬성여론이 `반에 반토막`이 났고, 반대 여론은 찬성의 두 배가 넘는 61.7%로 나타났다.정부는 지금 원전건설에 대한 주민투표의 법적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나오면 원전건설은 어찌할 것인가. `뜨거운 감자`가 된 영덕원전 문제는 정부와 한수원, 영덕군과 지역민이 모두 함께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5-10-21

철강산업 사양화 충격 최소화 방안 찾아야

포항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철강산업이 급격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지역사회가 대응전략 모색에 나서고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경북매일신문과 철강산업 전문 매체인 스틸앤스틸은 19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철강산업 위기와 포항지역경제`란 주제로 `창조포항 미래발전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자들은 한결같이 철강산업 침체기에 접어든 지역사회가 철강산업 사양화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며, 그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염미경 제주대 교수는 `해외 철강도시 위기극복 사례-기타큐슈(北九州)와 피츠버그(Pittsburgh)의 경험`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큰 흐름에서 보면 철강산업의 사양화는 피할 길이 없다”고 못박으면서 “향후 본격화될 철강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지역노동단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전략 마련은 물론, 이 상황을 타개해나갈 노-사-공 협력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강산업 이후의 도시 비전 모색에 지역의 모든 구성원들이 나서야 할 때이며, 이 과정에서 신일본제철과 기타큐슈, US Steel과 피츠버그 지역사회의 대응방안 등을 적극 활용해 민·산·관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것이다.철강 전문가인 서정헌 스틸앤스틸 대표 역시 `철강사 위기극복 전략`이란 주제발표에서 “지금 포항 지역경제를 위해서는 중요한 것은 포항 지역경제가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철강산업 사양화가 지역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지역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 부국장은 “포항 경제의 가장 큰 특성은 지나치게 1차 금속제조업인 철강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포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시점의 도시주민(100만 도시)을 시야에 두고 도심재생 및 개발, 산단조성, 주거지 정책, 공원조성 등을 조감할 수 있도록 도시발전전략을 수립 및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박병칠 한국채권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철강산업 재무구조가 단기 해소가 어려운 만큼 전략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철강산업 침체와 관련해 갖가지 우려나 고민들은 많이 제기됐지만 이번처럼 지역사회의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제시된 것은 처음이란 평가다.특히 해외 철강도시 위기극복사례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사양화 프로세스는 지역사회에서도 향후 정책을 가다듬는 데 크게 참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의들이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민·산·관에서 의미있는 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5-10-20

사소한 기록도 역사가 된다

태평양전쟁 당시 유황도를 점령한 미군은 국기를 올려야겠다며 몇몇 군인들이 장대끝에 성조기를 달고 깃대를 세우고 있었다. 종군 사진기자가 그 옆으로 지나가다가 `필름도 한 두 장 남았고 해서` 무심코 그 장면을 찍었다. 별 생각 없이 찍은 그 사진은 졸지에 `역사적 기록물`이 됐다. 미국 전역의 신문들이 그 사진을 받아 실었다. 지금 그 사진은 `미국의 자긍심`을 가장 잘 표현한 상징물이 돼 있다.우리나라에도 그런 사진이 있다. 인천상륙작전 후 서울이 수복돼 `중앙청 국기게양대에 태극기를 올리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그 사진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비록 피난살이에 지칠대로 지쳤지만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6·25기념식때 마다 언론들은 그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중앙청이 철거되면서 그 국기게양대도 사라져버렸다. “게양대만은 보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측근이 조언하자 당시 YS는 “씰데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는 이야기가 `JP회고록`에 있다. 대통령의 머리가 비어 있으면 귀중한 역사자료가 쓰레기처럼 된다.최근 `대통령기록관`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록을 찾는다”는 기증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5명 대통령의 흔적을 사소한 것이라도 모으겠다는 것이다. 외교관이나 공무원을 지낸 많은 이들이 호응하고, 일반국민들도 가보같은 자료들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은 여기저기 휘호를 남기는데, 재직시에는 `보물`대우를 받지만, 퇴직하면 `창고 신세`로 추락한다. 그 유물들이 창고 밖으로 `석방`될 모양이다. 대통령이 보낸 `격려의 편지` 등은 가정에서 가보로 보관할 가치가 있지만, 기록관에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많다.포항의 포스코역사관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종이마패 사진`이 걸려 있다. “포항제철소 건립을 기를 쓰고 반대했던 사람들이 뭣 좀 얻어먹을 것이 있게 되자,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압력을 넣었는데, 이를 막아준 것이 `종이마패`였다. “박태준 사장에 협력하라”는 박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들어 있는 종이 한 장이었다.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흘러나왔고 모든 직원들이 만세를 불렀던 장면은 `한국산업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기록물이다. 한·중·일 3국이 유네스코기록유산 등재경쟁을 벌이는 지금이라 `기록물`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포항홍보회(회장 하홍걸)는 포항시청·포스코·언론사·사진 영상 관련업체 종사자 등이 모인 단체인데, 최근 “창조포항 사진으로 얘기하다”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산업`과 `문화` 두 분야로 나눠 전시한다.포항의 산업이 발전해온 과정, 포항의 관광 문화의 유적과 자산들을 사진으로 보여준다.남구 평생학습원에서 상시 전시되는 `포항의 족적`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높은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

2015-10-20

포항공항, 국제항로 연구할 때

박명재(포항 남·을릉) 의원은 최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포항공항의 조속한 재개를 요청했다. “포항은 향후 환동해 물류거점지역으로 발전하고, 블루벨리 국가산단, 영일만 복합관광단지 등이 조성됨에 따라 항공수요도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며“경북도와 포항시는 취항 항공사에 대한 재정지원을 위해 내년 예산에 10억원을 반영하고, 지역민들의 항공노선 이용운동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라 했고, 유 장관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포항시의 교통환경은 많은 변화를 보였다.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가 곧 개통되고, KTX 포항~서울 간 직통로가 운행되면서, 민간항공사들이 “수요가 줄어 연간 20억~3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재개항을 꺼리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도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인구 50만 수준의 도시에서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기는 하다. 포항시와 경북도가 출자하는 `지역항공사`설립도 한 방법이 되겠지만,`자신 있는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박승호 시장 시절이었던 2012년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용역에서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사의 경우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경북도는 `울릉공항 건설`에 올인해야 하므로 포항공항에는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포항공항을 울릉공항의 거점 공항으로 육성하려면 `초기자본금 400억원 중 20억원 정도`는 도에서 부담해도 좋을 것이다. 포항시와 경북도와 한국공항공사가 힘을 모으면 소형항공사 설립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도 지난 9월 “국내선 운항 재개, 국제선 전세기 운항, 지역항공사 설립 등의 지원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니 더 힘이 된다.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경영수완은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35%나 증가했고, 만성적자에 허득이던 대구와 청주 공항이 올해 흑자를 기록했다. 두 지사장은 다 여성인데, 대구지사장은 점심에 자장면을 즐겨먹고, 청주지사장은 메니큐어를 검정으로 쓴다고 한다. `흑자`란 말을 잠시도 잊지 않기 위함이라 했다. 또 공항공사는 민주노총 소속인 노조와 임금피크제를 일찍 합의했다. 노사 간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적을 보인 김 사장인만큼 `포항공항의 활성화`에도 상당한 힘이 돼줄 것이다.지금 중국의 기업들이 포항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외자 유치에 필수적 기본요건이 항공 편의이다. 항공기를 통해 신속히 왕래할 수 있는 교통환경이 조성되면 외자유치는 활성화되고, 그것은 시너지효과를 낸다. 따라서 `국내적 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지금 국제적 여건에 눈을 돌려야 한다. `제주항공사`의 성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경제영토가 넓어지는 FTA시대가 아닌가.

2015-10-19

포항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 시급하다

40여년간 막혀 있던 물길을 복원한 `포항운하 개발사업`의 2단계 사업이 건축법 등 제약으로 지지부진해 포항시가 추진중인 `입지규제 최소구역`지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포항운하개발사업은 포항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시행을 맡았으며, 국비 322억원, 도비 24억원, 시비 154억원, 포스코 300억원, LH 800억원 등 총 1천6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지난 2006년 9월 1일부터 시작된 사업은 2011년 5월 30일부터 철거공사를 시작해 1년이 넘는 철거 끝에 2012년 5월 9일 드디어 물길 복원공사가 진행됐고, 2013년 11월 2일 역사적인 통수식을 거쳐 2014년 4월 30일 완공됐다. 포항운하 개발사업으로 인해 운하 주변 재정비촉진지구로 설정된 토지는 총 9만6천330㎡. 이 중 공원부지 6만2천330㎡을 제외한 3만3천999㎡는 시설용지로 분류돼 있다.이같은 포항운하 개발사업은 1, 2단계로 나뉘어 시작됐다. 1단계 사업이 1.3㎞ 물길을 뚫어 죽은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는 친환경 프로젝트였다면 2단계 사업은 완성된 포항운하 물길을 따라 주변지역을 개발해 상업·문화·관광 기능이 혼합된 공간으로 만드는 구도심재생 프로젝트였다.문제는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 지난해 4월 30일 이후 약 1년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2단계 사업에 진척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자 일각에서 실패한 사업이란 비판마저 나왔다. 포항시와 LH는 민간투자자에게 해당부지를 매각하고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물길을 따라 조성된 용지의 폭이 좁고,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에 따른 저층부 건축공간이 제한되는 등 제약이 많아 투자자들이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포항시는 아직도 성패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다. 시는 지난 7월 7일 개정된 국토계획법에 따른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결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입지규제 최소구역은 도심 내 쇠퇴한 지역을 주거·상업·산업·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집적시켜 복합적이고 압축적인 토지이용을 증진시켜 도시활력을 되살리고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거점을 육성하는 제도다. 포항시가 해당 구역에 포함될 경우 건폐율·용적률·높이·건축기준 등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사업시행자 맞춤형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수많은 예산을 들여 완공한 포항운하 물길 주변지역 개발이 건축법 등 제약에 묶여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있는 상황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규제를 위한 규제를 풀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입지규제 최소구역`이란 제도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2015-10-19

한수원과 경주, 상생방안 지혜 모아야

한수원 본사가 내년 초 경주로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한수원과 지역사회가 상생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 지에 대해 논의하는 컨퍼런스가 15일 오후 본지 주최로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경주시의회 차원에서 지역사회와 한수원 등 지역산업체, 그리고 지역대학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제정이 필요하며, 한수원과 경주지역 산학연관 협력을 위한 방안으로는 산학연관 협력협의체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한수원과 지역상생발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된 셈이다. 먼저 경주시의회 차원에서 지역사회와 한수원, 지역대학 상생발전을 위한 조례제정이 필요하다는 권영규 위덕대 교수의 주장은 상생발전을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의 틀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권 교수는 지자체와 한수원을 비롯한 기업들은 지역의 우수인재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서로 협의해 지역대학에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 인재고용을 확대해야 하고, 지방대학은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역인재를 수용해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고급인력으로 양성해 지역사회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상생발전을 위해서는 한수원과 지자체, 지방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한수원과 산학연관 협력을 위해서는 산학연관 협력협의체를 구축하고, 이를 운영함으로써 산학연관 협력성과 창출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동국대 김관도 교수는 “이를 통해 지역기업 기술·경영상 애로사항과 요구사항을 반영해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정보공유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기업의 효율적인 지원을 위한 협의체의 유기적인 운영을 통해 맞춤식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키포인트로 꼽혔다. 맞춤형 지원 시스템이란 대학 및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연구공간, 교육시설, 공동연구장비, 교수진, 산학연관 인적네트워크 등의 인프라를 활용해 가족회사-산학협력협의체-기업지원 프로그램-연구장비 공동활용 등 맞춤형 지원을 위한 제도 및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한수원과 지역사회 상생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는 이날 컨퍼런스에 대한 경주지역민들의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최양식 경주시장은 경주에 들어설 한수원을 포항의 포스코에 비유하면서 “내년부터 한수원이 경주시대를 맞게 되는 데, 이를 계기로 원자력 연관기업이 경주지역에 많이 오고, 이를 통해 지역과 상생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며 기대했다.한수원과 지역사회 상생발전은 결코 일방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없다. 지자체와 지방대학, 시민단체 등을 포함한 지역민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가능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2015-10-16

사회적기업에 많은 관심을

꼭 필요로 하지만 영업이익이 없어서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분야를 정부와 기업이 도와주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이라 한다. 이는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기회도 되기 때문에 `손실`이라 할 수 없다. 과거 대우그룹이 `학술재단`을 운영했는데, 꼭 필요한 학문분야지만, 수요가 적어서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재단이었다. 희귀 분야 학자들의 연구비를 지급하고 저서 출판을 지원했던 것인데, 이것도 사회적기업의 한 모습이었다.정부는 `사회적 기업 지원법`을 제정, 법적 뒷받침까지 하면서 이를 키우려 한다. “공공기관의 물품 구매는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우선으로 한다”란 내용의 조항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강제규정`이 아니라 `권유사항`이기 때문에 `힘 없는 법규`가 됐다.고용노동부가 조사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및 지방 공기업의 사회적기업 물품 구매 현황`에 따르면, 그 결론은 “대구시의 경우, 대부분 한자릿수에 그치는 등 생색내기나 구색맞추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대구에 이전한 공공기관 11개가 사회적기업 물품을 구매한 비율은 총구매액의 0.3% 안팎에 그친 곳이 대부분이고, 몇몇은 `한자릿수`까지 올라갔는데,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장학재단은 `두자릿수`의 구매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공기업들은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없었다. `제조업·서비스업의 외연을 넓히자는 정부정책`에 공기업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은 문제다. “적자 공기업이 돈잔치를 벌이면서 국가정책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포항운하를 개통하면서 유람선 운행을 기획했을 때 기업들은 별로 호의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겠다”고 하자 기업들이 호응했다. 대의명분이 뚜렷했고, 지역 사랑 정신이 발휘된 것이었다. 이런 일은 사회적기업 진흥에 밝은 빛을 드리워주는 대표적 사례이겠는데, 대구지역 공기업들은 포항을 배워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경북도 사회적기업 종합상사`가 전국 최초로 출범했다. 사회적기업의 취약점인 시장개척과 판로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민과 관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경북도 김중권 일자리민생본부장은 “따뜻한 기업환경을 조성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그 이윤은 사회적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재투자하기 위함”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대구시는 지난 9일 10일 양일간 `2015 대구 사회적경제 박람회`를 열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다. `산업의 다양화`는 꼭 필요한 사대적 과제이고, 그 관문을 열어가는 노력이 `사회적기업 키워주기`이다. 시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2015-10-16

일월문화제와 포항의 재발견

포항에는 `빛`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영일, 연일, 신광 등등이고,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이어서 정부가 `한민족해맞이광장`으로 지정했고, 정월 초하룻날 해맞이명소가 되고 있으며 `영원의 불`이 그 불씨를 품고 있다. 신라 8대 아달라왕때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일본으로 가 왕과 왕비가 되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는 기사가 `삼국유사`에 있다. “연오랑은 제철 기술자였고, 세오녀는 명주짜는 여인이었다”는 것이 후세 사학자들의 해석이다.`빛의 고장` 포항에서 `일월(日月)문화제`가 만들어진 연유이다.포항문화원(원장 배용일)은 16일부터 18일까지 해도공원 일대에서 “창조의 빛, 세계로!”란 주제로 제11회 일월문화제를 개최하는데, 15일 시청 대잠홀에서 `제18대 연오랑 세오녀 선발대회`를 한다. 금슬이 좋고 봉사활동을 많이 한 부부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되고, 2년간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또 16일에는 해도공원에서 `제1회 포항민속경연대회`를 연다. 농업·어업·산림 자원이 풍부한 포항이어서 전통문화도 알차다.포항은 산업도시이고, 선비의 고장이다. 오천읍 문충리는 만고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이 어린 시절을 지냈던 곳이고, 그 전통은 `한시백일장`으로 이어지는데, 전국백일장이 올해 37회째를 맞을 정도이다. 포항은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판하며 벼슬을 버린 충신들이 많이 숨어 살았던 곳이다. 내연산 깊숙한 곳에 시명(時明·밝은 날을 기다림)이란 마을이 있고, 대보면 집신골은 황보 인 영의정의 손자가 숨어 산 곳이고, 대송면 우복(愚伏), 상옥·하옥 깊은 골짜기 등에도 `절의 높은 선비의 기개`가 서려있다.어떤 사람은 포항을 문화의 불모지대라 하지만, 그것은 산업적 측면만을 본 탓이다. 어촌·해병대 군사도시·철강도시만을 생각하고, 문화적 자산에는 눈이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기면은 우암선생과 다산선생의 유배지였고, 그 분들이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다.포항 전역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곳이 장기이고, 서원(書院)이 가장 많이 분포된 곳도 그 일대이다. 일월문화제의 문화적 소재(素材)는 무궁무진한데, 다만 그것을 찾아내는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다.일월문화제의 목표가 `전통문화를 찾아내 그 맥을 잇는 일`인 만큼 `숨겨진 보물` 찾기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이번 문화제에서 특기할 것은 포항문예회관에서 열리는 `빛과 철, 기억의 미래-김미현 영일만 고지도 미디어아트전`이다. 실내전시는 18일까지, 실외전시는 22일까지이고, 바다풍경을 특수인화기법으로 처리한 사진 17점도 선보인다. 전통문화를 어떻게 현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치 않은 전시회이다. 이번 문화제는 보고 느낄 것이 많은 `포항의 재발견`이 될 것이다.

2015-10-15

가뭄장기화 대비한 대책 서둘러야

중부지방을 강타한 사상 최악의 가뭄이 경북 북부로 확산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4일 경북도와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북부지역 8개 시·군 176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이날 현재 30.3%로, 평년(75.4%)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특히 경천저수지(저수량 2천822만t)의 경우 축조 25년 만에 최저 저수량을 보이고 있고, 안동댐 33.2%, 임하댐 31.9% 등 북부지역 댐 역시 저수율 역시 평년의 50~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들어 경북 북부 지역의 강수량은 340~570㎜로 예년의 30~50%에 불과해 상주와 봉화 등 4개 마을 주민 487명은 운반급수를 받고 있으며, 북부 대부분 지역이 물 부족으로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말라죽는 피해가 우려된다. 말 그대로 사상 최악의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정부가 역대 최악 수준인 가뭄 해소를 위해 4대강에 저장된 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해 관심을 끌고있다.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은 하상계수가 높은 4대강 바닥을 준설하고 16개의 보를 건설해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최종 단계인 지류·지천 정비사업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가뭄이 극심하자 정부가 저수지 준설과 대체 수자원 개발비를 추가 투입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와 관련, “항구적 가뭄 예방과 수자원 대책으로, 보·저수지의 연계 운영을 현행 4대강에서 12개 하천으로 확대해 신규 수자원을 확보하고, 지하댐 등 대체 수자원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경북도 역시 이날 `가뭄 장기화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관련기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생활용수 공급과 내년도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선제적 가뭄대응 대책마련에 나섰다.최근 몇년새 한반도의 가뭄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은 엘니뇨현상때문이다.엘니뇨 현상은 남아메리카 대륙 서쪽 해안으로부터 중앙 태평양에 이르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의 넓은 범위에서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태평양에서 상승 기류가 나타나 중남미 지역에 폭우나 홍수가 발생하고,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가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올해는 미국 기상당국이 20년이래 가장 강력한 슈퍼엘니뇨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럴 경우 내년까지 큰 비가 내릴 가능성이 낮아 가뭄이 `국가적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와 경북도가 앞장서서 가뭄 장기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책은 물론 용수개발, 저수지 준설 등 항구적 물관리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2015-10-15

중요 문화재는 국가 소유다

`훈민정음해례본`이란 한글을 처음 반포하면서 “이 글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제정됐으며, 각 글자 마다의 소리와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등을 설명한 해설서이다. 처음 만들어진 `소리글자`이니 모두가 생소할 것이고, 설명이 필요하므로 이를 한문으로 해설한 설명서가 `해례본`이다. 당시 지식층은 한문만 알았고, 서민층은 이두문자를 사용했으니, 한자로 쓴 해설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책은 한글이 반포된 1443년에서 3년이 지난후 집현전 학사 8명의 이름으로 출간했으며, 목판으로 찍은 책이다. 그리고 지금 발견된 책은 `안동본`과 `상주본` 두 권인데, 안동본은 간송미술관이 보관하고 있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상주본은 한 개인이 감춰두고, 1천억원을 내라 한다.상주본은 고문서 수집상 배익기(52·경북 상주시)씨가 2008년 7월 자신의 집을 수리하다가 발견했다며 일부를 공개했는데, 2010년 골동품상 조용훈씨가 “배씨가 고서적 두 상자를 30만원에 사가면서 해례본을 함께 넣어 몰래 가져갔다”며 소송을 하면서 배씨는 구속돼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유죄, 항소심과 대법원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다만 대법원은“상주본 소유권은 조용훈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니 책은 조씨의 것이지만, 배씨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책을 돌려주지 않고 “나 혼자만 아는 곳에 감춰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1천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한다. 조씨는 2012년에 사망했는데, 그는 생시에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고 했다. 대법원이 소유권을 인정했으니 그렇게 소유권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배씨가 책을 내놓지 않으니 이것이 문제다. 검찰 등 관계기관이 이 책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허탕을 쳤다. 배씨가 낱장으로 뜯어 비닐에 싸 땅에 묻는 등의 방법으로 숨겨놓고 있을 것인데, 그동안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책을 원소유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왜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인가. 배씨가 사망전 기증의사를 밝혔으니 분명 이 해례본은 국가소유인데, 국가는 왜 적극적으로 돌려받으려 하지 않는가. 문화재보호법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것으로 돼 있다.목판(木板)으로 새겨 찍은 `인쇄본`이라 이런 해례본은 여러 책이 있을 것인데, 다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기와집 10채 값`을 주고 산 `안동본`으로 이미 그 내용은 다 알려져 있으니, 굳이 애타게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인가. 문화재를 발견해 국가에 제출하면 최고 1억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법에 정해져 있다. 상주본도 1억원 정도의 보상으로 흥정을 할 수는 있겠다.

2015-10-14

재정난 심한 지자체 재정자치 도와줘야

지자제 실시이후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가 재정난을 겪는 지자체에 직접 개입해 예산 편성 등을 제한하고 회생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한 것은 지자제 실시 이후 채무가 급증한 일부 지자체들의 경우 자력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자력으로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경우 행정자치부 장관이 해당 지자체를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하고, 긴급재정관리인을 파견하도록 하고 있다.법안에 따라 새롭게 시행될 긴급재정관리제도는 재정건전성 기준을 벗어난 지자체를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고, 재정건전화 계획을 이행하도록 하는 `지방재정 위기관리제도`와 연계해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서 규정한 긴급재정관리단체 지정 요건을 보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된 후 3년간 재정건전화계획을 이행했는데도 위험수준이 악화된 경우 △인건비를 30일 이상 주지 못한 경우 △상환일이 도래한 채무의 원금이나 이자를 60일 이상 주지 못한 경우 등이다.만약에 특정 지자체가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될 경우 자치단체장과 자치단체는 지방재정과 관련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즉, 자치단체장은 긴급재정관리 계획안을 작성한 뒤 긴급재정관리인의 검토와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행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될 경우에는 지방예산의 계획이나 집행과 관련해서 정부가 지정한 긴급재정관리인이나 행자부 장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자치단체장이나 자치의회가 살림살이를 잘못 하거나 감독을 제대로 못할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직접 통제에 나서겠다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자치는 요원하다 할 만큼 위축돼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지자체 입장도 헤아려줘야 한다. 지자제 실시이후에도 중앙정부가 재정자치에 관해서는 유독 인색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칫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벌을 주겠다`며 엄포를 놓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소지도 있다.자치단체 살림살이 평가가 `낙제점`에 해당하는 자치단체를 더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고심어린 결정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아무쪼록 새 제도가 재정자치권 제한보다는 지방재정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용되길 바랄 뿐이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대구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행자부 내부 재정건전성 기준인 25%를 웃도는 28.2%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대구시의 분발이 필요하다.

2015-10-14

알뜰 체육축전의 전범(典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11일 폐막했다. 우리는 금 19개 은 15개 동 25개로 종합4위에 올랐다. 군인체육대회 사상 최대 규모였고, 우리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 성적보다 더 돋보인 것은 `알뜰하고 매끈한 운영`, 그리고 다른 체육대회에 한 수 가르쳤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1조7천억원이나 들여 아시안게임 한번 치르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는 데, 문경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세계군인체육대회는 “무기를 내려놓고 우정을 나누고 협력하자”는 것이 모토이므로, `성적`보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대회를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캐러밴 선수촌`은 압권이었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800억원이 들지만 문경시는 35억원으로 해결했다. 기발·탁월한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개막식 비용은 광주U대회의 절반인 54억원을 썼고, 각 종목 시설도 임차해 13억원을 아꼈고, 시상식도 기존 물자를 물려받아 2억5천만원을 절약했으며, 시상식 도우미는 92명의 여성부사관들이 봉사했다. 이번 대회의 생산유발효과는 3천115억원이고,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천542억원이니 이만큼 `남는 장사`가 없다. 인구 7만8천명의 문경시가 `머리` 한번 잘 쓴 덕분에 칭찬도 듣고 큰돈도 벌었다.앞으로 열릴 체육행사들이 벤치마킹할만한 일을 열거하자면, 첫째 분산개최와 기존시설 활용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영천 3사관학교에 2천여명, 괴산 학생군사학교에 4천여명을 수용하고, 남은 1천500명은 문경 본부에 있는 캐러밴 350동에 수용했다.건설업체가 캐러밴을 짓고 문경시는 이를 대회 기간 중 임대했으며, 캐러밴은 이미 예매가 완료됐으니, 업체와 문경시가 상생을 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앞으로 널리 활용될 것이다.또 하나 돋보인 것이 `의료지원센터`였다. 다친 선수들과 과로에 지친 도우미들을 위한 의료봉사활동이 칭찬을 들었다. 한 인도 배구선수는 급성간염으로 종일 식사를 못했는데, 의료진과 선수촌 식당이 협의해 인도 음식을 공수해와 감동을 주었다. 각 경기장 마다 설치된 의료센터는 정형외과·신경외과는 물론 내과 치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전문의들이 배치돼 `한국 의료 수준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기회가 됐다.이번 대회에서 `평화의 광장`은 매우 인기 높은 공간이었다.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주스, 젤리, 쿠키 등의 시음회가 마련됐고, 서프터스와 자원봉사자들이 항시 대기하면서 안내인 겸 말벗이 돼주었다. 외국어 능력을 가진 글로벌선진학교 학생 750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통역은 물론 각종 안내를 맡아 `평화의 광장` 구실을 유감 없이 해냈다. 해군5종 경기가 열린 영일만이 포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도 적잖은 성과였다. 이번 대회는 매우 좋은 전범(典範)이 되었다.

2015-10-13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이념논쟁 돼선 안돼

정부가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여야간 첨예한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국정교과서 체제가 세계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국정화 강행에 나선 것은 현행 검정체제로는 역사교과서의 왜곡·편향된 서술을 바로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권의 주장대로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길러주지는 못할 망정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해 국가의 정통성을 격하하거나 북한을 옹호하는 이념 편향적 서술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 잡아야한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균형잡힌 올바른 역사관을 교육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모두가 나서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새누리당은 1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무성 대표를 비롯,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김을동 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나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특히 원유철 원내대표는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일부 역사교과서에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와 다를 바 없다``천안함사건은 미국이 일으킨 자작극이다``이승만도 이완용이랑 비슷한 친일파로 나라를 팔아먹으려했다``이승만은 민족의 분단책임자이며, 북침통일을 외치다가 6.25로 많은 동포를 죽였다`는 등의 내용이 나온다며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다.그러나 새누리당은 `친일을 근대화로 미화하는 친일교과서, 독재를 한국적 민주주의로 찬양하는 유신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야당 측의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조건 정치공세라고 일축할 것이 아니라 이런 우려를 불식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차근차근 챙겨야한다. 필진 구성부터 감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한다.새정치민주연합도 당 지도부 1인시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해임결의안 제출 등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주장하더라도 국정 현안을 처리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는 멍에를 쓰지 않기를 바란다.특히 이 문제를 내년 예산안 심의나 주요 법안 처리와 연계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 설령 국정화 절차가 그대로 진행되더라도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가기보다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보수진영의 논리와 입맛에만 맞게 만들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협상하는 것이 옳다.정치권이 이념논쟁에 매몰될 경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2015-10-13

국감무용론이 늘 나오는 이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4조1항은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은 기밀 공개를 요구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 정보기관의 이름을 줄줄이 공개했다. 이것은 적을 향해 “한국에는 이런 비밀 정보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행위가 된다. 또 한·미가 새롭게 작성한 `작전계획(작계)-5015`를 놓고 합참과 국회는 국정감사 기간 내내 그 보고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미국도 `작계`만은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다. 극비사항이고, 군사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1949년 `국회프락치사건`이 있었다. 일부 급진파 국회의원들이 남로당과 간첩의 사주를 받아 미군철수 등을 요구하며 국회를 장악하려던 사건인데, 1950년 3월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그들은 6·25때 풀려나 월북했다. 북한은 당초 이를 `날조사건`이라 했다가 1997년 5월 26일자 `로동신문`은 이를 시인하며, 전말을 자세히 설명했다. “성시백은 1948년 가을 부터 남조선괴뢰국회 공작에 힘을 넣었다”고 썼으며, “국회안에 진지를 구축, 부의장과 수십명 의원을 포섭하고, 남조선괴뢰 도당을 수세와 궁지에 몰아넣고…” 라며 성시백이 김일성이 보낸 간첩임을 공식시인했다.좌파들은 이 국회프락치사건을 고문에 의한 조작이라 주장하지만, 로동신문이 대서특필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해방공간에서나 지금이나 `이념분쟁`은 계속된다. 북한의 헌법은 `조선 남반부 해방을 위한 혁명투쟁`을 불변의 국가목표로 삼고 있으며, 동조자들도 적지 않다.국감무용론이 국감때 마다 나오는 이유중의 하나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국정감사NGO모티터단`의 분석에 의하면, 3년 연속 중복지적사항이 242건에 이르고, 위원회별로는 보건복지위 35건, 산업통상자원위 31건, 국토교통위 27건, 정무위 26건, 농해수위 23건, 외교통상위 21건, 환경노동위 20건이었다. 의원은 “시정하라”고 하고 피감기관은 “알았다”고 하지만, 둘 다 금방 잊어버린다. 지적과 응답만 반복하는 이런 국감이 왜 필요한가.특히 교문위 국감은 “부실·맹탕 국감의 축소판”이란 비판을 받았다. 24개 기관장을 한꺼번에 불렀는데, 그 중 7개 기관장은 한번도 질문을 받지 않았고, 어떤 기관장은 3초 답변했고, 11초, 35초 답변으로 끝낸 경우도 많았다. 3주간의 국감기간 동안 700곳이 넘는 기관을 감사하니 여북하겠는가. 그것도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많은 시간을 잡아먹으니, 배보다 배꼽이 큰 국감이 됐다. `답변`을 듣자는 국감이 아니라 `증인 부르기`로 끝나는 국감을 왜 하나.

2015-10-12

철강도시 포항을 위한 제언

철강산업의 급격한 침체기에 철강도시 포항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 모색보다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철강산업 전문가인 서정헌 박사(스틸앤스틸 대표)는 경북매일신문과 스틸앤스틸이 오는 19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철강산업 위기와 포항지역경제`란 주제로 주최하는 심포지엄에 앞서 발표한 발제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지역경제와 관련해 현실적이면서도 실천가능한 방안까지 포함한 주장이어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서 박사는 `철강도시 포항의 생존전략`이란 발제문에서 “포항에는 철강을 대체할만한 신성장산업에 대한 담론이 많지만 이를 실현할만한 시장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 포항 지역경제를 위해서는 더 중요한 것은 포항 지역경제가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철강은 거대한 장치산업으로 투자를 통한 설비확장기에는 모두가 행복하지만, 감산이나 설비퇴출은 모두에게 괴롭고 힘들다. 여기에다 소득·고용 등 간접 효과까지 더해지면 지역경제는 철강산업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그래서 서 박사는 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를 늦추는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수입방어 노력이다. 밀려오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재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입규제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철강사들의 공조가 필요하다. 둘째는 철강사의 감산노력이다. 감산은 잘못하면 큰 성과도 없이 경쟁사에게 시장점유율만 뺏기게 되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에 손상을 입게 된다. 감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사간 공조가 필요하고, 공정위가 철강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다. 철강산업이 사양화 단계에 들어서면 정부는 철강사간 공조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셋째는 철강사의 설비퇴출이나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이 부도난 철강사를 회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설비매각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넷째, 철강산업 사양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한국 철강시장에 만들어진 포스코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점적 시장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면서 적당한 경쟁과 공조가 만들어지도록 유도되어야 한다. 만약 양사 사이에 균형이 깨어지면 그 자리는 결국 중국 철강사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결론적으로 포항 지역경제를 위해 신성장동력을 찾기보다 철강산업 사양화가 지역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지역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은 지역 경제계가 귀담아듣고 실천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대목이다. 철강도시 포항의 위기는 `먼 산의 불`이 아니라 `내 발등의 불`이다.

2015-10-12

외래어로 뒤덮힌 지자체 축제

오늘은 569돌 한글날. 충북 영동의 한 퇴직 공무원이 이 고장서 쓰던 옛말과 사투리를 조사해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됐다. 4년 전 영동군청을 퇴직한 김용래(65)씨는 최근 `잊혀져가는 우리 지역의 말·말·말충북 영동`이라는 제목의 자료집(장수출판사·64쪽)을 발간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 36년간 공직생활한 영동의 옛말과 사투리 600여개의 뜻과 활용사례 등을 빼곡하게 담았다. 이 책에는 `데데하다(변변하지 못하다)`, `말코지(벽걸이)`, `처깔하다(문을 굳게 잠가 두다)`처럼 표준말이면서도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옛말과 `까막풀(비탈)`, `새붕개(새우)`, `버랑빠진(넋나간)`, `씨서리(청소)` 등 영동지역 고유의 방언이 들어있다. 경상도 사투리인 `걸그치다(걸리적거리다)`, `바뿌재(보자기)`, `삐까리(낟가리)` 등과 전라도 말인 `겅건이(반찬)`, `꼬래비(꼴찌)`, `찌끄리다(뿌리다)`도 소개됐다. 영동은 민주지산 삼도봉(三道峰·해발 1천176m)을 중심으로 경북 김천, 전북 무주와 접경을 이룬다. 이로 인해 남동쪽(상촌·매곡·추풍령면)은 경상도 말, 남서쪽(학산·양산·용화면)은 전라도 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 고향의 토속언어를 지키고 연구하는 데 참고자료가 됐으면 좋겠다고 편찬소감을 밝혔다.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과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우리말 사랑 노래인 `노래처럼`을 8일 유튜브((http://is.gd/CKbWgR)에 공개했다. 서 교수는 인터넷과 SNS의 시대를 사는 요즘 비속어나 줄임말 등이 난무해 아름다운 우리말이 파괴되고 있다며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권장하고자 노래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한글사랑을 노래하는 이런 운동이 펼쳐지는 한켠에선 한글의 혼탁과 왜곡현상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지방자치단체가 후원·주최하는 각종 축제와 문화행사 이름에 외래어와 합성어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포항국제불빛축제`세부 행사는 `Daily 뮤직불꽃쇼` `불빛 버스킹페스티벌` 등으로 구성됐다. 경주시가 매주 금요일 사적 제512호 봉황대고분 특설무대에서 여는 `봉황대 뮤직스퀘어`, 김천시가 주최하는 `김천 직지나이트투어`, 봉화군 은어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에어브러시 패션타투`, 영주시의 대표 축제인 한국선비문화축제 부수행사 `生(생)과 死(사)의 퍼포먼스`, 울진군이 주최한 `워터피아 페스티벌` 등도 축제와 행사 명칭에 외래어를 남용한 사례다.지방정부가 한글의 왜곡과 혼탁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한글날을 맞아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2015-10-09

국사교과서 정상화와 통일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왜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나. 이념논쟁과 편향성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들이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균형잡힌 역사인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국사 교과서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김정훈 정책위 의장도 “북한 교과서인지 대한민국 교과서인지 의심이 들 정도”라 했고, 김을동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장은 “역사교육이 국민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논쟁수단으로 전락했다. 학생들이 정쟁 논란 속에서 학습권을 침해받는 실정”이라며, 국사교과서 정상화 의지를 굳혔다.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의 경우, 교수에게 연구비를 주면 집필진을 구성하는데 그들은 거의 제자들이니 얼마나 편향된 시스템인가. 학생들의 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해 역사교과서는 반드시 국정으로 해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 중도적 역사교수들이 모여 토론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새마을운동`을 한 두 줄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1, 2페이지 짜리란 뜻도 내비쳤다.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8종인데, 이념적 편향성을 보인 교과서가 많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장황하게 서술하고, 김일성 우상화에 이용되는 보천보전투에 대해서는 각종 인용자료를 붙여 중요하게 다루는 반면, 독립군의 활동부분은 2~3줄에 그친다. 북한의 토지 무상분배, 8시간 노동제, 출산휴가, 노동자에 대한 의무적 사회보장제도 등은 본문에 상세히 기술한 반면 그 부작용은 `참고사항`으로 처리했다. 분단의 책임은 남한의 단독 선거에 있다 하고, `로동신문`기사 등 북한의 주장이 담긴 자료를 그대로 첨부하고, 빨치산의 악행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6·25 당시 북한군에 의한 인민학살에 대해서는 서술하지 않거나 극히 일부만 언급하고, 미군과 국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극히 강조했다.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집필진 상당수가 특정 이념에 경도된 사람”이라며 “국정교과서가 검정제도로 바뀐 이후 끊이지 않는 편향성 논란의 근본 원인은 집필진 구성에 있다. 공정성·균형성·역사관을 의심하기 충분한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세력이 집필한 탓”이라 했다. 7종 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집필진 22명 중 18명이 특정 이념에 경도된 사람이고, 전교조 소속이 10명이라 “전교조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이념의 편향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교과서로 공부하다 보니, 공부하지 않은 내용이 대학 입시에 출제되는 것이다. 그런 문제항목은 `오답률`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올해 수능 문제중 4개가 가장 오답률이 높았는데, 어떤 교과서에는 있고, 어떤 책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통일된 역사교과서가 없는데서 오는 부작용이다. 국사교과서의 정상화와 통일성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2015-10-09

우리 한글에 대한 자부심

프랑스 격언에 “딸 시집보낼때 혼수는 못해주어도 문법만은 잘 가르쳐 보내라” 했다. 자국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이것이 프랑스가 `세계문화의 수도`가 된 힘이다. 우리도 문화융성을 중요 국가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 첫출발은 `우리언어에 대한 자부심` 회복이 돼야 한다. 나라마다 `상징물·대표브랜드`가 있다. 프랑스의 에펠탑, 독일의 맥주, 일본의 사시미 등인데,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은 `한글`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3천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은?”이란 질문에 60.8%가 `한글`을 꼽았다.1997년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미국 매릴랜드대학의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 교수는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다.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알파벳”이라 극찬했다. 과거 한때 스페인어를 개조한 에스파냐어를 세계공통언어로 하자는 운동이 일어났었으나, 영어권이 외면해 무산됐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어서 세계공통언어가 될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력이 `세계의 중심언어`가 되도록 받쳐주지 못한다.그러나 반가운 소식도 있다. 한글을 배우는 나라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가 2010년 34곳이었으나, 올해에는 100곳으로 늘었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도 1997년 2개국 4천629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64개국 33만5천4백여명으로 급증했고,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FTA체결로 우리 경제영토가 빠른 속도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역시 국력의 척도는 경제력이다. `경제-한류-한글`은 삼위일체로 움직인다. 시너지효과를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올해는 훈민정음이 반포된지 569년째 되는 연도다. 한글날을 맞을때 마다 `반성의 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그러다가 며칠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반성만 하는` 한글날이 돼버린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탄식하실”정도로 한글이 오염됐다는 것인데, 줄임말 난무, 외래어 남발, 간판의 사대주의, 비속어 과용 등등이 지적되지만, 개선된 것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일본식 한자 용어를 순수 한글로 고치는 노력을 보이고 있고, 행정용어에서 왜색을 지우자는 목소리도 높지만, 그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제주항공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한글주간`에 기내 방송을 순수 한글로 하고 있다. “날틀이 날아오를때와 땅에 닿을 때 꼭 손전화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식이다.비행기는 날틀, 여행은 나들이, 슛케이스는 손짐, 선반은 시렁 등으로 바꾸어 방송하고, 장거리 비행에서는 `우리말 알아맞히기` 퀴즈행사도 연다. 매우 신선한 발상이다. 어떤 방식이든 우리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행사를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

2015-10-08

취업난이 부른 사회현상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십장생(10대에 장래 백수가 될 생각을 한다)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심각한 청년 실업난이 지속되면서 `입대경쟁` `해외취업` `학력유턴`현상들이 벌어지고있다. 통계청은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 청년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0.2%라고 발표했는데, 이 마저도 공무원 준비생, 취업 준비생 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고 한다. 사상최악의 청년실업난이라 할 만하다.취업이 안돼 먹고 살기 힘든 `청춘`들은 군대에 지원하고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1~7월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입대 지원자는 63만427명으로 이 중 입대에 성공한 인원은 8만4,224명밖에 되지 않았다. 9명 중 1명만 붙고 8명 정도가 떨어진 셈이다.여성들의 직업 군인 지원률도 증가했다. 지난해 여군 학사장교 경쟁률은 육·해·공군 전 병과 평균 6.4 대 1이었으며, 해마다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군대가 취업대란의 도피처로 활용되면서 입대경쟁이 달아올라 `입대 고시`란 단어도 등장했다. 군대를 가기위한 `입대 사교육`까지 등장했다. 서울 강남이나 노량진 학원가에선 장교·부사관 선발 시험 대비반 강좌가 개설됐으며 면접 요령을 강의하는 학원도 있다.유학·이민 박람회를 찾는 방문객들도 급증하고 있다. 가족·친구와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한국내 취업난에 좌절한 나머지 외국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해외에 나가 취업한 청년들은 국적을 포기하고 이민까지 결심하기도 한다.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안 되자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전문대로 돌아가는 `학력 유턴 입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최근 4년 사이 무려 5천명이 넘는다. 연도별로는 2012년 1천102명이었던 유턴입학생은 2013년 1천253명, 지난해 1천283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천379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3년 만에 25%(277명)가 늘어난 셈이다.대구보건대의 경우도 최근 마감한 2016학년도 수시1차 원서 접수 결과 대졸이상 고학력 지원자 수가 296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박사 출신이 2명, 석사 출신이 8명이다. 대학측은 현재 추세라면 수시 2차와 정시모집이 끝나면 대졸 지원자 수가 지난 해의 630여명 보다 훨씬 많은 7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는 일회성 정책이나 제도 도입으로 해결될 수 없다. 청년 실업으로 우울한 우리 사회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긴급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5-10-08

매우 특별한 두 전시회

포항에서는 국제아트페스티벌이 `호텔 아트페어`로 개최되고, 경주에서는 `사진으로 보는 국립경주박물관 70년`이 열린다. 포항아트페스티벌은 9일부터 11일까지 영일대호텔과 그 주변에서, 경주박물관 사진전은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 미술전시회를 미술관 조명밑에서 하지 않고 생활공간에서 연다는 것부터 특이하다. 경주박물관 70년 사진은 아련한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회억의 장`이다. 사람의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사진은 언제나 또렷하니, “남는 것은 사진 뿐”이다. 포항문화예술연구소(소장 안성용)가 주최하고 포항국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회(위원장 사공숙)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는 올해 16년째다. 늘 새로움을 추구해왔고, 포항의 정신이자 상징인 `빛`을 주제로, 회화, 조각, 사진, 서예, 서각, 판화, 공예, 설치미술, 영상 등 모든 장르를 다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이번 페스티벌은 `영일대 숲 예술축제`란 이름으로, 실내와 실외, 전통과 현대가 어울리고, 예술과 생활이 교감하는 `서로 다름의 융화`를 보여준다. 호텔 객실 30여 곳과 로비 등 곳곳에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침대 위에 놓인 그림, 욕조 안에 설치된 조각품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또 야외에는 조각품 전시와 함께 양악과 국악이 융합된 음악공연이 펼쳐지고, 어린이 예술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실로 `종합예술의 장`이라 할 수 있고, `융합·공존의 미덕`이 잘 보여지는 축제다. 그리고 작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서민층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던 미술`의 문턱을 낮춰준다.국립경주박물관은 해방되던 해 10월 7일 문을 열었다. 일본 기업인들이 쫓겨갈때 그들이 가졌던 문화재들을 회수했는데, 화랑의 맹세를 돌에 새긴 `임신서기석`은 일본인 관장이 그렇게 내놓기 싫어하다가 한참 후에 돌려주었다. 조선인의 손으로 처음 발굴한 곳이 호우총과 은령총인데, 발굴 당시의 현장 사진 자체가 골동품이다. 6·25동란때 유물들을 피난시킨 일들도 `잊지 못한 고비`였고, 현재의 박물관으로 에밀레종을 이운(移運)할 때의 장면은 실로 역사적 장관이다.아련한 추억거리는 역시 어린이박물관학교이다. 휴전협정 다음해인 1954년 그 어렵던 시절에 진홍섭 관장과 고청 윤경렬 선생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학교밖의 학교`이고, 지금까지 전향적 변모를 보이며 발전하고 있다. “어릴적부터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손수 교재를 만들고, 현장 답사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배고픈 아이들은 우리고문화를 배우며 허기를 달랬다. 고청(古靑)은 유적 사진과 강의내용을 모아 `겨레의 땅 부처의 땅`이라는 명저를 남겼다. 경주박물관 70년 사진전은 선각자들의 위업을 돌아보는 기회이다.

2015-10-07

포항지역 의료공백 메울 방안 강구해야

60여년 동안 포항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해온 포항선린병원이 부도로 폐쇄됨에 따라 의료계에서 우려해왔던 의료대란(大亂)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포항 남구의 성모·세명기독병원 등 종합병원에는 최근 환자 쏠림현상으로 연일 초만원을 이루고 있고, 병실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환자 수가 수백여명에 달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 응급의료체계에 총체적인 비상이 걸렸다.포항 북구에 위치한 선린병원의 폐쇄는 곧바로 포항 남구지역에 있는 2개의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리모델링으로 시설이 좋은 성모병원과 세명기독병원은 연일 밀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이라고 한다. 세명기독병원의 경우 올해 8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응급환자수가 500여명 이상 늘었다. 지난 4월 오전 평균 400여건에 불과하던 외래진료 접수건수가 9월 들어 평균 600여건으로 치솟았다고 한다. 외래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접수를 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가능할 정도가 됐다. 종합병원 내 소아과에서는 보호자들이 진료시작 1~2시간 전부터 접수를 위해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병원 인근 약국도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병실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포항 남구 종합병원 입원실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선린재활요양병원에 있던 노인환자들이 퇴원 후 마땅한 시설을 구하지 못해 대거 몰려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병원 병실마다 거동이 불편해 간병인을 붙여 대기시키고 있는 노인환자들이 4~5명에 이르고, 임종을 앞두고 산소호흡기를 장착한 노인환자들까지 입원해 있는 실정이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이 응급상황에서 벗어나도 입원 병실이 나지 않아 기약없이 응급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형편이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환자들이 요양병원이 아닌 종합병원 병실을 차지하고 있으니 응급환자나 긴요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병실을 구하지 못해 고통을 겪는 것이다.선린병원의 폐쇄여파가 포항지역 의료전달체계에 과부하를 초래해 부작용을 드러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병실을 구하지 못한 일반환자들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차지하면서 일어나는 응급의료체계의 마비다. 종합병원 응급실은 치료 우선순위를 정해 부상자를 분류하는 곳으로, 중환자가 자칫 경증환자로 분류될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져 골든타임을 놓침으로써 의료사고의 위험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포항시와 보건당국도 강건너 불구경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역 병·의원들의 협조를 받아 야간진료를 늘리는 등 비상 조치를 통해서라도 포항지역 의료공백을 메울 방안을 강구해 지역민의 걱정을 덜어주길 바란다.

2015-10-07

국정감사장의 종북 논란

이번 국정감사장에서는 `좀 별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과거 종북좌파를 비판했던 기관장들이 집중포화를 맞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앙심`을 품고 있다가 국감의 기회를 이용해 `보복`한다는 인상이 짙다. 공격을 당한 증인은 고영주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안홍철 KIC(한국투자공사) 사장이었다. 누구든 국감 증인으로 불려나오면 `서리맞은 뱀`이 되기 마련인데, 이 두 사람은 야당의 공세에 기죽지 않고 “당신들은 뭐 잘났냐”는 듯 뻣뻣이 맞서는 바람에 더 세게 얻어맞았다.고 이사장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발언의 동기가 된 것은 1981년 자신이 수사를 맡았던 부림사건(부산지역 사회과학 독서모임 국가보안법 사건)이었다.고 이사장은 자신이 직접 맡은 사건이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그 발언을 했던 것이고, 문재인 재정련 대표로부터 명예훼손으로 민·형사상 소송이 제기돼 있다.새정련 한 의원이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사정이 변경된 건 없다”고 했고, “문대표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제 신념은 변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고 이사장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한미연합사 해체, 북한의 연방제 통일 등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하면서,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모 월간지에 그같은 내용의 글을 기고한 사실도 언급했다.또 새정련의 한 의원이 “증인은 사법부가 일부 좌경화됐다는 발언을 한 적 있는데, 사법부를 부정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문 대표와 한명숙 전 의원도 대법원 판결 후 사법부 전체를 부정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으며, “방문진의 신뢰도가 낮다”는 힐난에 대해서는 “의원님들도 신뢰도가 높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되받았다. 그 바람에 국감장이 파행을 겪었지만, `고양이를 무는 쥐`도 있음을 보여주었다.안홍철 KIC 사장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노무현은 종북 하수인”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때문에 그는 엄청난 사퇴압력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뚝심 좋게 버티고 있다.이번 국감에서도 새정련 의원들은 “안홍철씨는 인격적 결함이 있으며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으니 사퇴하라”고 했고, “출장비를 너무 많이 썼다. 황제출장이다”란 지적에 대해서는, 투자공사는 해외 투자 임무를 맡은 기관이라 해외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고, “출장 많은 것이 문제라면, 앞으로 업무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어깃장을 놓았다.국정감사가 분풀이의 장으로 흘러가도 되는가. 국감 무용론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다.

2015-10-06

지역대학서 경기불황 돌파구 찾자

철강경기의 지속적 불황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포항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를 지역대학에서 찾아보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고있다. 포항경제의 침체양상은 철강공단의 주축 중 하나인 강관업체 `빅3`가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는 사실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대학개혁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에 오른 포스텍과 한동대학교의 인재를 활용하는 방안이 `미래 포항`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포스텍과 한동대학교는 최근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 발표에서 최고 수준인 A등급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5년 대학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대학이 전국에서 34개 교이고,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 이른바 `명문대`란 점을 감안하면 인구 50만 명 남짓의 지방도시인 포항에서 2개 대학이 최고 등급을 받은 사실은 포항교육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포스텍은 `포항의 뉴 리더 모임`으로 지칭되는 `AP 포럼`을 통해 철학과 인문학은 물론 실용학문을 지역사회에 폭넓게 전파하면서 포항 발전동력을 끌어모으고 있다.또 `젊은 벤처기업`의 육성과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졸업 후 포항을 떠나려는 청년인재가 지역에서 머물며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한동대는 지난 5월 핀테크(FinTech) 친화형 캠퍼스 구축의 복안을 내놓으면서 포항 신산업 발굴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포항을 이 산업의 선도지역으로 성장시킨다는 것이 한동대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한동대는 핀테크 최고전문가로 손꼽히는 김학주 한가람투자자문 부사장을 지난 1일자로 교수 임용했다. 향후 김 부사장은 한동대 학생들이 핀테크 전문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대학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서해안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 인접한 계곡지대로서 포도주 생산지대였던 산타클라라 카운티(SantaClara County)가 세계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벨리로 성장한 것도 휴렛과 팩커드가 스탠퍼드 대학의 한 허름한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 철강도시 피츠버그 역시 철강산업 쇠퇴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1994년에 노동자가 12만명에서 2만8000명으로 뚝 떨어질 만큼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피츠버그주립대학과 카네기멜런대, 그리고 기업·지방정부가 함께 지역발전을 고민하는 `앨러게니 모임`을 만들어 의료와 에너지·정보통신(IT)·첨단제조업·금융서비스 5개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채택하면서 지식기반도시로 부활했다.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는 길은 대학과 기업·정부가 힘을 모으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2015-10-06

`법의 잣대`가 균형을 잃으면

지구상에서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실천한 그리스의 `법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든` 모습이다. 신분(身分)을 보지 않고 법대로 판결한다는 뜻이다. 하층민이든 중인이든 귀족이든 구분하지 않고 법의 잣대를 공평하게 대겠다는 의지다. 법을 그렇게 적용하는 법관은 존경을 받는다. `사회정의를 지키는 동량`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법조인들은 존경을 받는가.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한수 부연구위원이 “왜 법원은 재벌에 관대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재벌 피고인은 재벌 아닌 피고인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고, 10대 재벌에 들어가는 그룹은 그 외의 재벌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2000~2007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인 252명의 자료와 지배주주나 임원의 경제범죄 중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인 배임·횡령·사기 사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52명 중 25%만 실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특히 재벌 총수의 가족이나 임원이 포함된 경우는 더 관대했다. 또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도 재벌 피고인은 복역기간이 비재벌보다 평균 19개월이나 짧았다.또 10대 재벌 피고인은 다른 재벌보다 더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 누가 봐도 이것은 `신분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든 법의 정신`에 어긋난다. 물론 엄청난 비용을 들여 `영향력 큰 변호사들`을 대거 동원했으니 그럴 수 있겠지만, `유전무죄·대마불사`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는 없다.바둑에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기훈이 있지만, 대마에 가일수(加一手)란 말도 있다. 대마는 잘 죽지 않지만 그래도 한 수 보완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은 쉽게 망하지 않지만 그래도 똑똑한 법률가들을 고액의 연봉을 주고 채용해서 법적 안전장치를 해놓아야 안심할 수 있다. 그래서 재벌총수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나는 일이 관행처럼 되자, `3·5법칙`이란 비아냥이 나돌았다. 그래서 “법의 여신도 마음대로 주무르는 돈이 신이다”는 물신(物神)주의 풍조가 우리나라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재벌만이 아니다. 권력자들도 `법의 저울`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법사위 국감에서 두 권력자의 사위와 아들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김무성 대표 사위 마약사범 판결에 의혹 있다”고 하고, 여당은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면제에 의혹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권력자나 그 가족에 대한 사법처리는 늘 `의혹`을 달고 다닌다. 아무리 공정한 판결을 했다 해도 `권력자란 이유로` 의혹은 항상 제기된다. 사법부가 불신을 받는 나라에서는 의심의 정도가 더 심하다. 법이 바로 서면 외국 투자자들이 온다. 법의 정의는 국가경제를 돕는다. 싱가포르가 대표적 사례다.

2015-10-05

위기의 강관업체 돌파구 찾아야

불과 1~2년전까지만 해도 불황을 모르던 포항철강공단 내 세아제강, 넥스틸, 아주베스틸 등 강관 3사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강관업체들의 위기는 국제 유가하락에서 비롯됐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미국발 셰일가스 유정용 강관수출이 급감했고, 이에 따라 수출에만 의존해 오던 넥스틸, 아주베스틸이 직격탄을 맞았고, 세아제강은 내수판매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강관업체들의 수출량은 올해 1~8월 152만6천287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2%나 감소했다. 북미지역 셰일가스 특수를 기대했던 미국발 수출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발 수출은 81만3천566t으로 작년 동기 대비 51.2%로 반토막이 났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강관 수출은 지난해 강관 수출량이었던 310만t보다 100만t이나 줄어든 200만t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매출도 반토막났다. 세아제강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액이 1조1천32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1조1천675억원)에 비해 300억원 정도 줄었고,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전년 동기(745억원) 대비 39%나 줄었다. 북미지역 셰일가스 특수를 겨냥해 경주 강동일반산단에 생산공장까지 증설한 넥스틸의 경우 지난해 연말부터 유정용 강관 수출이 줄어들자 올초 경주 강동의 2개 열처리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넥스틸은 미국 셰일가스 유정용강관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지난 2013년에는 매출액 4천606억원, 지난해에는 6천303억원의 매출액과 502억원의 영업이익까지 올렸지만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3천150억원 미만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아주베스틸은 미국발 셰일가스 개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경영난을 겪으면서 지난달 16일 대구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출액 3천850억원에 영업이익 296억원을 올려 철강공단내에서도 몇 안되는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던 아주베스틸의 상황이 강관업체의 위기를 대변하고 있다.국제유가의 저유가기조는 지난해부터 북미지역 셰일 오일 메이저와 중동 산유국간 에너지시장 패권 다툼으로 인해 시작됐다. 2014년 6월 배럴당 100달러 근처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45달러까지 떨어졌다.포항 강관업체의 위기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마라`는 교훈을 어긴데서 비롯됐다. 조선업과 건설업의 불황으로 인한 국내수요 부진으로 강관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도 미국 셰일가스 유정용 강관수출에만 지나치게 기댄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 이제라도 지역 강관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가절감과 구조조정,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등 전방위적인 자구노력이 꼭 필요하다.

2015-10-05

권력투쟁보다 민생 돌봐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집권세력 내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어느정도 예상됐지만, 벌써부터 정면대결 양상으로 접어드는 것은 안될 일이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추석 연휴기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을 두고 야당과 합의한 김무성 대표를 집중 공격했고, 청와대까지 비판에 합세해 판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반박하고 나서 여권이 본격적인 권력투쟁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서는 여야 대표가 합의를 하면서 내부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진행된 점이 반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해 온 김무성 대표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측면에서 밀어붙인 모양새가 된 것이다. 정치권에서 가장 뜨겁고 예민한 사안인 공천룰 문제를 내부 의견 수렴없이 합의를 했으니 시비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반면에 친박계 역시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해서는 안된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계의 손을 들어줬다”거나 “야당의 프레임에 걸려들었다”고 하지만 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 방식은 새누리당이 이미 일부 적용한 적이 있는 제도다. 지난 대선 공약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가 들어 있었고, 당 내부에서 안심번호가 하나의 안으로 제시돼 있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정황을 안다면 무조건 비판으로 일관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특히 청와대 관계자가 민심 왜곡, 조직선거, 세금 공천 등 5가지 우려를 이유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이 유엔 외교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여서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여당의 공천룰 공방에 청와대가 관여하는 듯한 그림이 된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역선택이나 조직력 동원 문제 등은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에서도 우려됐던 문제이니 청와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자칫 대통령이 총선 공천까지 관여하려 하느냐는 논란이 벌어지면 여권의 혼란만 자초할 뿐이다.추석연휴 지역구를 돌아본 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국회가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달라는 게 민심이었다고 전했다. 지금은 여권이 민심에 귀막은 채 밥그릇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새누리당은 의총에서 공천제도 확정을 위한 특별논의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기구에서 원만한 해법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집권세력이 민생을 팽개치고 공천과 당권, 대권만 쳐다보며 권력 투쟁을 벌이다가는 국민의 분노를 살 뿐이다.

2015-10-02

세계군인체전, 성공 조짐 보인다

오늘부터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린다. 문경시와 포항시 등 도내 8개 시·군에서 분산 개최된다. 이미 있는 시설을 활용하므로 새로 경기장을 지을 필요도 없고, 경북도 전체가 경기장이 된 듯하니, `도민화합의 장`같은 느낌도 준다. 46개국 763명의 선수들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과 해병1사단에서 요트, 트라이애슬론, 해군 5종, 고공낙하 등 4개 종목이 진행된다. 북한과 가까운 임진각과 경북의 동남단 경주 토함산에서 각각 채화된 성화는 포항 영일대 수중누각에 도착해 합화(合火)됐는데, 이는 남북통일을 상징한다. 체전조직위는 이번 대회에 북한의 참여를 유도했으나, 무산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이제 무기를 내려놓고 우정을 나누고 소통하자”해서 시작된 세계군인체육대회였고, 이번 문경대회의 슬로건도 `THE ONE`이다. 남북이 하나 되자는 염원을 담았는데, 북의 인권과 핵무기·미사일이 걸림돌이었다.영일만과 형산강은 수상경기장으로서 모든 조건을 갖추었고, 호미곶을 품고 있다. 호랑이는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 이는 “한반도 통일에 영일만과 호미곶이 큰 몫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러시아의 석탄이 북한의 나진항을 거쳐 포스코로 들어오고, 동해남부선과 연결되는 동해중부선이 건설되면 이 철도는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철도로 연결돼 유럽으로 갈 것이다. “호랑이는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는 말과 상통한다.이번 문경군인체전은 성공조짐이 보인다. 개회식 입장권은 일찍 매진됐고, 폐회식 입장권도 60%이상 팔렸다. 개회식에는 122여개국 군인 7천300여명이 정복차림으로 입장하는 특이한 장관도 보여지고, 브랙이글에어쇼, 솔져댄스 등이 펼져진다. KBS1TV가 실시간으로 중계하니, 입장권을 못 산 사람들은 TV중계로 아쉬움을 달래면 되고, 폐회식도 개회식만큼 장엄하기를 기대한다.이번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는 `알뜰 대회`의 전형을 보여주어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일이 선수촌 조성인데, 문경시는 이 일을 고작 35억원으로 해결했다. 1천300명 선수들이 묵을 아파트 건립예산은 800억원이고, 대회 후 분양하면 되지만, 미분양사태를 두려워한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변통한 방법이 `캐러밴 선수촌`이었다. 4인1실에 11평 규모인데 이는 국제체육대회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국제군인체육연맹은 `합격판정`을 내렸다. 시는 대회기간 중 캐러밴을 빌려 쓰고, 업체는 이를 판매하는데 이미 예매가 완료됐다.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캐러밴 선수촌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레저여행이 유행인 시대에 `돌아다니는 집`이 새 유행을 불러올 듯하다. 여러 모로 이번 대회는 매우 모범적이다.

2015-10-02

지역 문화예술에도 관심을

모든 가치가 서울 등 수도권 편중이다. 돈과 일자리가 중앙에 몰려 있으니 문화예술인들이 중앙에 몰릴 수밖에 없다. 수요가 있는 중앙에 문화예술 투자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라면, 중앙과 지방의 문화격차는 점점 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문화예술 투자인 `메세나 운동`도 중앙 중심이지 지방은 소외지역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예술인들이 지방에서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라”고 했고, 그 때 잠깐이나마 지역 예술인들이 행복했던 경험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은 매우 고무적이고, 특히 전통문화 발굴·진흥과 경주 왕경 발굴·복원 등은 희망을 주었다. `문화예술이 경제를 이끄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이를 반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올해의 두배 가량 증가됐다. `문화가 있는 날` 예산은 올해의 9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지역순회공연은 18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의 예산분배를 보면 `언 발에 오줌 누기`정도다.정부는 그래도 지역을 배려하지만, 대기업들의 문화투자 양상은 전혀 다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동안 교육과 사회복지, 스포츠 분야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왔는데, 최근에는 사재 100억원을 내고 계열사들이 100억원을 조성해서 국내 최대의 클래식 공연장을 지을 계획이다. 5천여개의 파이프로 만든 대형 파이프 오르간도 국내 최초로 설치한다. 서울에는 예술의 전당이 있고, 세종문화회관이 있는데, 또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을 짓겠다는 것이다.그러니 “서울에는 문화예술이 넘쳐나고, 지방은 점점 더 문화불모지로 떨어져간다”는 소리가 나온다. 문화예술의 `부익부빈익빈`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진다.외국에는 명문가(名門家)들이 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家)를 많이 거론하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명문들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종가(宗家)가 있다. 종가는 `그 가문의 정부`여서 종손과 종부는 가문의 지배자다.그 종가에서는 특유의 전통문화가 형성돼 있다. 경북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가들이 존재한다. 이 명문가의 문화를 되살려내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경북도는 2009년부터 실천해오고 있다. 학술대회, 문장·인장 디자인 개발, 종가음식 등을 재발견하자는 것이다. 오는 11월에는 성주에서 “종가 가훈, 선조의 가르침을 받들다”란 주제로 포럼을 연다. 실종돼가는 인성(人性)을 되살리려는 노력이다.이 일은 `전통문화 발굴 진흥`사업의 하나인데, 정부와 기업들이 투자할 가치가 있는 분야다.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에서도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그것은 상승효과·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다. 문화융성시대에 지방이 소외될 수는 없는 일이다.

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