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는 국제아트페스티벌이 `호텔 아트페어`로 개최되고, 경주에서는 `사진으로 보는 국립경주박물관 70년`이 열린다. 포항아트페스티벌은 9일부터 11일까지 영일대호텔과 그 주변에서, 경주박물관 사진전은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 미술전시회를 미술관 조명밑에서 하지 않고 생활공간에서 연다는 것부터 특이하다. 경주박물관 70년 사진은 아련한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회억의 장`이다. 사람의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사진은 언제나 또렷하니, “남는 것은 사진 뿐”이다. 포항문화예술연구소(소장 안성용)가 주최하고 포항국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회(위원장 사공숙)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는 올해 16년째다. 늘 새로움을 추구해왔고, 포항의 정신이자 상징인 `빛`을 주제로, 회화, 조각, 사진, 서예, 서각, 판화, 공예, 설치미술, 영상 등 모든 장르를 다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이번 페스티벌은 `영일대 숲 예술축제`란 이름으로, 실내와 실외, 전통과 현대가 어울리고, 예술과 생활이 교감하는 `서로 다름의 융화`를 보여준다. 호텔 객실 30여 곳과 로비 등 곳곳에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침대 위에 놓인 그림, 욕조 안에 설치된 조각품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또 야외에는 조각품 전시와 함께 양악과 국악이 융합된 음악공연이 펼쳐지고, 어린이 예술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실로 `종합예술의 장`이라 할 수 있고, `융합·공존의 미덕`이 잘 보여지는 축제다. 그리고 작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서민층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던 미술`의 문턱을 낮춰준다.국립경주박물관은 해방되던 해 10월 7일 문을 열었다. 일본 기업인들이 쫓겨갈때 그들이 가졌던 문화재들을 회수했는데, 화랑의 맹세를 돌에 새긴 `임신서기석`은 일본인 관장이 그렇게 내놓기 싫어하다가 한참 후에 돌려주었다. 조선인의 손으로 처음 발굴한 곳이 호우총과 은령총인데, 발굴 당시의 현장 사진 자체가 골동품이다. 6·25동란때 유물들을 피난시킨 일들도 `잊지 못한 고비`였고, 현재의 박물관으로 에밀레종을 이운(移運)할 때의 장면은 실로 역사적 장관이다.아련한 추억거리는 역시 어린이박물관학교이다. 휴전협정 다음해인 1954년 그 어렵던 시절에 진홍섭 관장과 고청 윤경렬 선생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학교밖의 학교`이고, 지금까지 전향적 변모를 보이며 발전하고 있다. “어릴적부터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손수 교재를 만들고, 현장 답사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배고픈 아이들은 우리고문화를 배우며 허기를 달랬다. 고청(古靑)은 유적 사진과 강의내용을 모아 `겨레의 땅 부처의 땅`이라는 명저를 남겼다. 경주박물관 70년 사진전은 선각자들의 위업을 돌아보는 기회이다.
201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