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비리는 도처에 있다. 보건, 복지, 고용, 농축산, 연구개발, 교통, 에너지, 도시개발, 문화·체육·관광, 의료,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만연해 있다. 그동안 사법기관에 의해 많이 적발됐지만, 비리는 여전하고, 적발된 것은 일부 `재수 없는 경우`였다.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 국고보조금은 50조5천억원인데, 그 중 1조원 가량이 보조금비리로 줄줄 샜다. 그러나 이것이 토착세력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그 뿌리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얽히고 설킨 인맥들이 짜고 저지른 비리여서 내부고발자도 없고, 서로 쉬쉬하며 덮기 일쑤였다. 보조금 비리의 유형 중에는 기상천외한 것도 많았다. 연고 없는 남의 무덤 108기를 가짜 유족을 만들어서 이장을 하면서 무덤 1기당 320만원씩 분묘이전 보상금을 받아 챙긴 자들도 있었다. 여기에는 무연고 무덤 정보를 제공한 LH직원도 연루돼 있었다. 민간인과 공직자가 짠 비리가 상당수이니 쉽게 적발되거나 처벌되기 어려운 구조다. 의사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국고보조금을 타낸 `사무장병원`도 적지 않은데, 노인요양병원이 국고보조금을 받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어떤 병원은 영양사, 조리사 등 고용 인원을 부풀려서 식대 수십억원을 과다 청구했고, 화물차 유류카드에 지급하는 유가 보조금 부정 수급도 많았다. 또 씨름대회에 2중 정산서를 제출해 운영보조금 수천만원을 받은 씨름협회 직원도 있었다.안동지역에서는 시 보조금으로 폐교를 매입한 후 이를 불법 매매한 작목반 회원 13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일이 있었고, 최근에는 영농조합법인이 보조금으로 매입한 농지를 다시 팔아 넘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안동시 녹전면 신평리 모 영농조합법인은 2005년부터 3년간 시 보조금으로 농지를 구입한 후 2011년 돌연 법인을 해체하고 농지를 임의로 매매했는데, 그 차액은 3배가 넘었으며, 경비를 빼고 남은 돈은 조합원 64명이 나눠가졌다고 한다.오래 묵은 보조금 비리에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은 만시지탄이 있다. 곪아 터질때까지 수십년 간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뒤늦게나마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좋지만, 워낙 토착비리와 깊이 얽혀 있어서 약효를 제대로 받을 지 의문이다. 부정하게 보조금을 타내면 5배의 과징금을 물리고, 한 번이라도 부정수급을 하면 다시는 보조금을 타지 못하게 하고, 그 명단을 공개하고, 부정 수급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포상금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려주고, 그 신고로 인해 예산이 크게 절감됐다면 20억원 한도 내에서 보상금을 주는 제도도 도입한다. 보조금 비리는 공직자의 묵인이나 협조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담당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효과적일 것이다.
201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