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수시로 예산낭비 사례를 조사해 이를 이듬해 예산편성에 참고하도록 한다. `감사결과예산반영위원회`가 감사 결과 중에서 예산 결산에 관련돼 지적을 받은 사례들을 수록하고, 어떤 낭비사례가 있다는 것과 예산 절감 방안도 들어 있다. 각 예산편성 기관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안들이지만 제대로 활용되는지 의문이다. 비슷한 지적사항 매년 반복되기 때문이다.감사원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불필요한 정책에 의한 예산낭비, 지나치게 과다한 예산 책정, 지나치게 부족한 예산을 책정했다가 공사가 중단돼 낭비하는 경우, 레드 테이프(Red Tape)에 의한 예산낭비,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 폐기되는 낭비, 성과에 비해 과다한 지급, 불필요한 조직 운영에 의한 낭비 등이다. 그외에도 행정편의주의에 의한 낭비도 있는데, 법상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를 무시한 편법·불법 사업추진도 중대한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된다.2008년 MB정권 인수위원회가 `예산낭비 사례집`을 발간한 적이 있다. 지난 10년간 어떤 예산낭비가 있었는가를 적시하고, 이를 참고 삼아 예산 편성을 제대로 하고 낭비 없이 알뜰히 국민혈세를 쓰자는 뜻으로 펴낸 사례집인데, 이 또한 쓰임새가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행정 당국이 제대로 참고만 했다면 오늘날 감사원에 의해 똑같은 지적을 계속 받을 리 없다. 사례집에 의하면, 사업타당성을 잘못 판단해서 생기는 예산낭비, 중복 과잉 투자, 계약 및 공사 관리 잘못, 예산의 목적외 사용, 불요불급한 사업 추진, 국고보조금이나 출연금의 잘못된 관리, 기금의 잘못된 관리, 선심성·과시성 행사들에 의한 낭비, 불합리한 제도, 국·공유재산 관리 소홀, 수입증대 기회 놓치는 실책,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등을 적시했고, 특히 국회가 예산결산 심사를 졸속으로 해서 행정기관들이 겁 내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최근 감사원이 경북도, 대구시, 포항시 등 15개 시군이 총공사비 100억원 이상인 건설공사에 대해 설계의 경제성을 검토하지 않고 공사를 발주하는 바람에 예산절감 기회를 놓치고,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사례가 있음을 지적, 15개 자치단체장들에게 주의조치를 내렸다. 포항의 경우 `오천-장기 간 도로 확포장공사` `뱃머리문화콘텐츠센터 건축공사` `영일만 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죽도배수펌프장 설치공사` 등이 지적됐고, 경주시의 종합장사공원, 김천시의 아포 하수종말처리장, 안동의 우편집중국-선어대 간 도로 등도 법령 위반이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경기도는 설계의 경제성 검토를 거쳐 총공사비의 3.3%와 7.4%를 각각 절감했다. 예산을 절감할 여지가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불법적 편법적 행정도 예산낭비와 다르지 않다. 국민혈세를 알뜰히 쓰지 않는 것은 악덕이다.
201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