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고,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하겠다는 취지로 장관급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며,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해체키로 한 것은 문제가 많다. 해경도 완전 해체는 바람직하지 않고, 아무 과오도 없는 소방방재청까지 해체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119는`가장 고마운 행정부서`로 자리매김해왔으며, 일선 소방관들은 열악한 근무여건에도 사명감 하나로 `가장 위험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이 국가안전처에 흡수되면, 기관장의 지위는 청장(차관급 소방총감)에서 소방본부장(1급 소방정감)으로 한 단계 격하된다. 아무 잘못도 없이 `세월호 후폭풍`이라는 유탄(流彈)을 맞으니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소방방재청은 그동안 독립 소방청 신설과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요구해왔다. 현재 소방관 99%는 지방직이기 때문에 `주인`이 둘이다. 소방방재청과 광역지자체의 지휘를 모두 받는 이상한 조직이다. 더욱이 지자체의 재정상태에 따라 처우도 다르고 소방서비스에도 격차가 난다. 이 불합리를 해소할 길이 `독립 소방청` 신설과 `국가직`전환이다.그런데 바라는 바는 이뤄지지 않고, `해체`와 `흡수`라는 엉뚱한 유탄을 맞았다. “미국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직종이 소방공무원이고, 결혼 1순위에 늘 오르는데, 한국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소방 분야는 언제나 무시당하는 조직이지만, 그래도 사명감 하나로 버티며 국민이 좋아하는 조직이 됐다. 불길과 유독가스에 맞서 인명을 구해내면서 목숨을 잃고 부상당하는 대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소방복 한 벌 제대로 지급이 안 돼 낡고 헤어진 장비로 버틴다”고 한다.소방공무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그 뿐만 아니다. 전국적으로 `1인 소방서`가 많다. 포항지역만 해도 연일, 대보, 장기, 울릉군 북면 등 4곳, 그리고 기계와 청하 2곳에 119지역대가 있다. 특히 장기면과 기계면의 경우 `1인소방서`가 5천5백여명의 면민 안전을 지킨다. 혼자 소방차를 운전하고, 혼자 펌프 압력을 높이고 소방호스를 작동해야 한다. 그러니 `골든 타임 5분`을 지키기 어렵다. 5분 내로 진화하지 못하면 화재가 크게 번진다. `2인1조`가 이상적이지만 2007년 1월에 도입된 총액인건비제로 소방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졌다.포항남부소방서는 최근 소방관의 심신치료를 위해 휴식공간 `아라메`를 개설했다. 소방서 3층에 20여평 규모로 소통룸, 크린룸, 케어룸, 응접룸 등을 만들고, 안마의자, 족욕기, 체지방측정기, 혈압측정기 장비 10여대가 비치됐다. 이같은 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도 좋지만, 소방관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조직개편 같은 `흔들기`만은 없었으면 한다. 그것은 공연한 긁어 부스름이다.
201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