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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끼리끼리문화`부터 깨자

근래 “관피아를 어떻게 깰 것인가” 하는 숙제가 화두다. 행정관료가 퇴직하면 산하 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가고, 거기서 로비스트가 되어서 행정권력을 무력화시킨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완벽해도 `끼리끼리 봐주기 문화` 속에서는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통령도 `국가개조 차원`에서 부패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지금 도마위에 오른 것이 `행정고시`이다. 단번에 사무관이 되는 이 신분 급상승제도는 문제가 있다. 사법고시와 함께 행정고시는 해방후 인력이 절대 부족할 시절에 급조된 제도이다. 나라꼴은 갖춰야 하고, 길러놓은 인재는 없고, 중간간부는 급히 필요할 시절에 만들어진 `고급공무원 채용 방법`이 고등고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재가 넘쳐난다. 당연히 그런 급조된 채용방식은 필요 없어졌다. 행정고시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사법고시는 2009년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2017년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외무고시도 지난해 국립외교원을 통한 선발로 바뀌었지만, 행정고시는 `5급 공채`란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필요가 있을 때마다 그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인재를 별도로 뽑아 쓴다. 그러니 `행시 몇기` 따위를 따지는 끼리끼리문화가 형성될 수 없다. 이른바 `기수`를 따져서 패거리를 만들고, 서로 봐주는 문화가 없다. 중국에는 관시(關系)가 법 위에 군림한다. 친분을 잘 맺어두면 법 같은 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고시 기수`끼리 유대만 잘 맺어두면 법·제도가 무시된다.싱가포르는 모든 공무원을 개방형으로 뽑아 고위공무원 승진 예정자는 민간기업 간부로 일정 기간 일하도록 한다. 일본도 고등고시제도가 있지만, 하급 공무원으로 임용해 실무를 밑바닥부터 배우게 한다. 공무원조직이 가장 비효율적이고, 민간기업은 가장 효율적이므로, 기업에서 마케팅, 인사, 생산 직군을 따로 뽑듯이 공무원도 그렇게 직군별로 세분화해서 선발하고, 민간기업에서 경험을 쌓아 효율성을 체득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행시에 합격만 하면 무조건 고급공무원에 임명된다. 행정고시 시험과목도 행정실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임명되면 그때부터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잊어버려라”란 말도 있다.현대행정은 전문성이 필요하고, 특히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가안전처`같은 위험요소가 많은 직책에는 더욱 그러하다.따라서 이런 직책에는 순환보직제를 제한하고, 위험도에 따라 보수에 차별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을 엄히 묻는` 엄벌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핀란드 처럼 부정부패 때문에 사고가 났다면 `세상에 얼굴 드러내고 살 수 없는` 정도의 처벌이 따라야 한다.

2014-05-08

`상향식 공천` 말장난이었나

6·4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선거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세월호 추모분위기 속에서 전국이 집단우울증에 빠져 있는 와중에 선거에 관심 기울일 겨를이 없다. 수없이 걸려오는 선거 전화와 문자메시지 때문에 짜증만 더하고, 선거관련 여론조사 전화라면 끊기 바쁘다. “국회는 그렇게 요란스럽게 국정감사를 하더니, 왜 세월호 비리 같은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했냐”라며 국회의원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정치혐오증과 선거무관심을 부채질한다. 당초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며 이른바`상향식 공천제`를 채택한다는 새누리당의 방침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줄 생각이라면, 공천 폐지가 맞지 왜 상향식이니 하는 복잡한 방식을 가져오느냐. 공천권이라는 그 영양가 높은 권력을 놓치기 싫어서 편법을 쓰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 그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직 프리미엄`이 이번 지방선거만큼 두드러진 때가 없었다. 지역 국회의원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현직 기초지자체장이 대부분 공천경선을 통과했기 때문이다.새누리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의 공천관리위원회의 기초단체장 공천내정 현황에 따르면, 전체 29개 지역구 가운데 23개에서 현직이 공천내정돼 79.31%를 차지했다. 신인 정치인이 공천내정된 곳은 6개 지역 뿐이다. 포항시 등 현직 시장이 불출마한 곳을 빼면 실제 신인 예비후보가 공천된 곳은 영주시 한 곳 뿐이다. 결국 현직 공천비율이 95.83%나 되는 것이다.이처럼 현직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한 예는 역대에 없었던 현상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현직 공천 비율이 55.17%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상향식 공천이 오히려 정치 신인의 진출을 막는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경북도당 공천위원회의 공천관리도 뒤죽박죽이다. 공천이 번복되기도 하고, 예비경선 탈락자가 항의를 해서 경선에 참여하기도 하고, 공천내정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후보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아무 설명도 없이 경선을 중단해 후보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부적격자 탈락 기준`을 원칙 없이 적용하는가 하면, 경선 불복 후보들이 항의방문하는 소동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모두가 `상향식 공천`이라는 이상한 편법 탓에 벌어진 일들이다.지금은 `국가 개조` 차원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세월호 참사는 곪아터진 병증의 한 단면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응급환자의 수술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치도 새롭게 변화돼야 한다. 그 변화를 유권자들이 6월4일에 이뤄내야 한다. 그것은 역사가 한국인에게 내린 엄중한 책무이다.

2014-05-08

`국가안전처` 구성을 위한 지혜

2001년 9·11테러에 의해 2천900명이 사망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현장에 달려와 말했다.“Be Americans·미국인 답게 행동하자!” 세계 최강의 국민 답게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뜻이다. 타이타닉호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이 선원들에게 한 말 “Be British!”(영국인 답게 행동하자)를 본딴 한 마디였다. 그 말에 모든 미국인들이 승복했다. 반대당 정치인들도 “대통령이 책임져라! 사과하라!”며 정쟁(政爭)의 재료로 삼는 소인배 근성을 내보이지 않았다.그 후 1년6개월 간의 산고(産苦) 끝에 `국토안보부`라는 새 부처가 탄생했다. 보안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의회가 열성을 보이고, 국민적 여론을 광범하게 수렴했다. 연방과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던 테러·재난·안전 조직들을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하여 국방부 다음으로 강력한 기구로 만들었는데, 직원이 18만 명에 이른다. 의회도 `9·11위원회`를 구성했다. 국가적 불행 앞에서 정쟁도 중단하고 함께 지혜를 모았다. 수많은 청문회를 열었고, 장문의 보고서를 만들어 원인과 대책을 명시했다.·당초 미국에는 FEMA(연방재난관리청)이 있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중 미국 중남부가 토네이도를 맞았다. 대통령은 즉시 FEMA를 가동했다. 40여명이 숨지고, 가옥 수만 채가 파괴됐으며,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한 이재민이 방송에 나와서 “FEMA가 나섰으니 이제 됐다”고 말했다. 이 기구를 미국인들이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응하는 기민함에 미국인들이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기구의 바보같은 태도와는 너무 다르다.박근혜 대통령은 `국가를 개조한다는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 했다. 우선은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때 안전행정부는 뒷전에 밀려 있었고, 책임을 맡은 해경은 `밥그릇싸움`에 빠져 해군과 민간의 인력과 장비를 낭비했다. 여북했으면 유가족들이 “차라리 민간이 낫다”고 했을까. 정부기관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FEMA가 나섰으니 이제 됐다”고 할 정도의 기구를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국가안전처 직원의 자부심`이다. 미국의 소방관은 `결혼대상 1순위`다. 우리나라의 재난부서는 `기피 1순위`다. 이래서는 국가안전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특단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선망의 일자리`로 만들면 유능한 인재들이 스스로 모여든다.국회도 `끼워팔기 발목걸기`로 국민불신을 살 것이 아니고, 초당적으로 안전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

2014-05-07

가족·가정의 소중한 가치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스승의 날이 들어 있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장미향기가 누리에 가득하고, 녹음방초가 꽃보다 아름다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집단우울증에 빠져 있다. 300여명의 생명을 잃었다. “이것은 살인이다!”라고 할 인재(人災)였다. 특히 17세, 고등학교 2학년들이 꿈 한번 펴보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 경북 칠곡과 울산시에서 온 국민이 분노할 사건이 터졌었다. 계모가 어린 의붓딸의 가슴을 때려 갈비뼈 16대가 부러졌고, 그 갈비뼈가 허파를 찔러 숨졌다. 계모가 어린 의붓딸을 오래 폭행하고 배를 발길로 차 내장이 파열됐고, 배 아프다는 아이를 방치해 숨졌다. 선량한 계모도 많지만, 사이코패스 계모에 의해 사건이 저질러졌고, 이를 방관한 친부에 대한 원망의 소리도 높았다. 또 두 사건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태도에 대해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란 비난의 소리가 높은 즈음에 세월호가 침몰했다. 온 국민이 집단트라우마에 걸렸다.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가족이 무엇인가, 가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없어질때 그 빈 자리가 얼마나 넓은지를 다시 느끼게 되고, 없어진 가족이 얼마나 고귀한 가치를 가지는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도 간접경험을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게 된다. 어린 아이에서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국화 한 송이 들고 분향소를 찾아 눈물 뿌리며 애도하지 않는 국민이 없고, 넋을 잃고 TV앞에 앉아 가슴앓이를 하는 국민이 대부분이다. 이것이야 말로 국상(國喪)이고, 온 국민이 상주가 된듯하다.“거기서 어서 나와 같이 저녁 먹자.” 한 어머니가 여객선 속에 갇혀 있는 딸에게 쓴 `기원의 말`이 국민의 가슴을 쓰라리게 흔들었다.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단순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지는지를 알려주는 한 마디였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빠진 식탁에 앉는 가정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아픔의 시간들은 영원만큼 길 것이다.2001년 9·11테러 후 미국에서는 `가정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독신녀가 결혼을 하고, 떨어져 살던 식구들이 모여드는 가정이 늘었고, 무자식 상팔자라던 사람이 입양을 하거나 자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후 부모와 자식이 같은 부지내에서 이웃해서 사는 일이 많아졌다. “살아 있는 동안 내 식구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자”는 생각이었다. 큰 불행은 `가정이 삶의 근원`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2014-05-07

이제 어른다운 선거를 하자

세월호 참사는 `어른이 어른 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 현장이었다. 그것은 참사 못지 않은 `한국적 비극`이었다. 승객의 생명을 최후까지 책임져야 할 승무원들은 남보다 먼저 도망가고, 학생들은 선실에 잡아두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수 없이 “미안하다”고 울부짖었다. “어른들의 훈계를 들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그것이 문제다. 어른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하는 이 현실이 기막힌다. 어른이 없는 사회는 이미 `침몰하고 있는 사회`가 아니겠는가. 진도 참사는 여러 명의 의인(義人)을 탄생시켰다. 구명조끼를 다른 친구에게 양보하고 자신의 생명을 버린 학생들, 탈출할 기회를 포기하고 다른 친구들을 구하려고 객실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지 못한 학생, “승무원은 맨 마지막이야. 나중에 나갈게”라며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목숨을 잃은 여승무원, 2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하고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50대 승객, 제자들을 배 속에 남겨두고 나온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목매 자살한 교감선생님, 목숨 걸고 어두운 급류 속으로 들어가 시신을 수습한 잠수사들. 모두 의인들이다.지금은 국상(國喪)중이다. 대통령이 “북에만 존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도 존엄이 있다. 바로 국민들이다”라고 했다. 고위 인사가 존엄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존엄이라는 뜻이다. 그 `존엄` 300여명이 희생되었으니, 국상도 이런 국상이 없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개의치 않고 분향소 앞에 장사진을 치는 행렬을 보면, 과연 이것이 국상이구나 싶다. 온 국민이 한결같이 가슴 아파하고 애도하며, 분향소를 찾아 눈물로 조화(弔花)를 바친다. 이 고위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패 비리 없애고,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국민 가슴 마다 새긴다.이번 지방선거는 이같은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숙연한 마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말이다. 혼탁선거가 없는, 선거사상 가장 맑은 선거를 보여주고 그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300명 목숨값을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경주시장에 나선 최양식 예비후보와 박병훈 예비후보는 `동궁원 무료입장`을 놓고 공방을 벌인다. 박 후보 측은 최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관권선거를 한다고 몰아붙이고, 최 후보 측은 “무료 입장 시킨 사실이 전혀 없으며, 저속한 날치기 음해작전”이라며 맞공격을 한다.안동시에서도 경로당 건립 주민공청회를 불법 관권선거에 이용한다는 고발이 있어서 경북도 선관위가 조사에 들어갔다. 또 경주경찰서는 전화여론조사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착신전환을 한 4명을 입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어른답지 못한 작태들이다. 이제 더 이상 선거혐오증·정치혐오증을 만들지 말자.

2014-05-02

빠른 혁신을 원하는 민심

지난달 30일에 치러진 새누리당 지방선거 경선투표에서 민심의 향배가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애도 속의 공천경선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친박(親朴)계가 의외로 고전을 했다. 불법 비리가 만연한 국정 전반과 과감하지 못한 개혁행보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세월호 참변은 `총체적 부정부패의 결과`인데, 박근혜정부가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왜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느냐 하는 원망이 표심에 나타난 것이다. 정권이 바뀔때 마다 곧바로 등장하는 조치가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기강 확립`인데, 현 정부는 너무 우회적이고 온건했던 것이 사실이다.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비박(非朴)으로 분류되는 권영진(52) 예비후보가 선출된 것에 대해 `이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친박으로 알려진 서상기(3선·68) 후보와 조원진(재선·55)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국민참여선거인단 31.2%의 지지를 얻었고, 여론조사에서도 2개 조사기관 중 1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비박계는 기대 이하였고, 부산시장 경선에서 서병수 후보가 친박으로 겨우 체면을 유지했을 정도였다. 이것은 박근혜정부의 우회적인 개혁정책을 답답하게 여기는 민심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다.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 서 후보는 3위, 조 후보는 4위를 했고, 동구청장을 지낸 이재만 후보가 2위를 했다. 이는 국회의원에 대한 염증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는 일은 없는데, 무노동무임금도 적용되지 않는 초법적 존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권영진 후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때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대구가 `정치적 고향`이 아닌 것이다. 19대 총선때 같은 지역구에서 민주당 우원식 의원에 패했고, 이번 대구시장 출사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기라성 같은 친박계 중진들을 제쳤으니 `이변`이라 할만하다.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권 후보는 박근혜 캠프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 TV토론이나 대담에 단골로 나와서 해박한 지식과 명석한 분석력과 또렷한 표현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고, 그로 인해 “똑똑한 사람이다”란 인식을 널리 심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미래연대` 멤버였다. 젊은 의원들이 혁신의 주도세력이 되자며 초선 의원들이 모임을 결성했던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후보도 당시 같은 멤버였는데, 이번에 정당을 달리해서 본선에서 겨루게 된다.국민은 지금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타성에 젖은 기존 정치인들을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다. 세월호의 참변을 당하면서 그같은 요구는 더 강렬해졌다. 정부는 민심의 향배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2014-05-02

잘못된 법·제도부터 고쳐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사과와 함께 총리 산하에`국가안전처`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국가개조`차원에서 안전한 국가를 만들어놓겠다고 했다. 정부 부처 신설에는 까다로운 문제가 수없이 가로놓여 있고, 특히 `책임만 많은`부서는 더 어렵다.`안전`관련 부서의 평균 근무 연수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안전처`조직과 권한에 대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 삼아 시간은 두고 신중히 추진할 일이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주요 재난때 군 병력과 민간 인력을 관리하고, 배치하는 권한을 갖는다. 9·11테러때 FEMA는 민간보트와 무선가들을 구조활동에 동원시켜 큰 성과를 거두었다.`조직`을 만들려면 그 조직을 움직일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안전관련 전문인력을 길러놓지 않았다.국가안전처 구성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잘못된 법과 제도를 고치는 일은 단시일에 가능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잘못된 법과 제도가 원인이었으니, 그것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관료마피아`가 문제의 핵심인데, 그`관피아`의 힘은 수십년간 견고히 짜여진 먹이사슬에서 나오고, 근원적으로는 `규제`에서 나온다. 역대 정권 마다 공직사회 개혁을 천명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피아의 힘은 규제가 많을 수록 강해진다. 규제가 많으면 산하 공기업과 관련 민간기업은 `로비`가 필요해지고, 퇴직 관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로비스트 역할을 하게 되고, 결국 정부부서는 검은거래에 의해 관리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지난해 여름 전력대란의 원인도 `원전마피아`에 있었다. 한수원 퇴직자들이 납품업체에 재취업하면서 시험성적 조작이나 가짜부품 납품 비리가 관행처럼 횡행했던 것이다. 세월호 침몰도 `해양 마피아`탓이었다. 해운조합, 한국선급 같은 해수부 산하 기관 14곳 중 11곳을 해피아가 장악하고 있었고, 이들에게 안전운항 지도 감독권을 맡겼으니,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꼴이었다. 특히 해운조합은 해운사들이 회비를 내어 운영하는 이익단체인데, 여기에 `안전검사`까지 맡기고, 해수부 퇴직 관리가 조합장을 맡아 로비를 펼치니 정부기관은`물 젖은 종이배`로 추락한 것이다.그리고 해수부는`전속고발권`이란 것을 가지고 있다. 해운업체의 일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해수부 고발 없이는 사법부가 처벌하지 못하게 하는 권한이다. 해양분야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1984년부터 시행된 것인데, 그 때문에 관료와 업계의 유착이 더 견고해지고, 외부 감사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해수부 자체 징계만으로 끝내고, 사법처리까지 가지 않는 이런 불합리한 제도부터 서둘러 뜯어고칠 일이다.

2014-05-01

뒷맛 마뜩지 못한 포항시장 경선

포항시장 경선은 경북도내에서도 가장 첨예한 관심사였다. 경북 최대 도시인 이 곳의 상황이 다른 곳의 범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장 새누리당 후보들의 각축전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여성우선 공천지역으로 정해졌다가 남성 후보자들의 반발로 취소되기도 했고, 1차공천 컷아웃을 두고 착신전화 조작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또 한 차례 파문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곡절을 겪으면서도 포항시장 후보 경선은 차질 없이 진행됐고, 마침내 이강덕 후보가 공천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뒷맛은 마뜩하지 않은 앙금처럼 남아 있다.금품수수는 `선거의 단골메뉴`다. 받은 금품의 수십배를 물리는 선거법이 있지만 은밀하고도 교묘하게 건네지는 매표행위는 고질병이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되거나 내사를 받는 사람 중에서 60%가 금품수수 혐의라 한다. 방생행사 찬조금 명목으로 사찰 신도회 회장에게 돈을 주고, 당비를 대신 내주는 식의 금품살포도 있다. 과거 자유당 부정선거 당시 매표행위는 공공연했고, 특히 선거 전날 밤의 금품살포는 가장 효과적인 매표수단으로 알려졌다. 그래서`돈 없는 후보자`는`돈 많은 후보자`가 선거 전날 돈 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운동원 전원을 풀어 철야감시를 시킨 사례도 있었다.50%대 50%로 공천자를 뽑는 포항과 구미지역의 경우 금권선거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당원명부가 후보자들에게 전달되고, 당원들을 만날 수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박빙일 경우 당원 투표가 관건이므로 후보자들은 사생결단으로 덤빌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당원명부 공개는 잘못이라는 소리도 나오지만 비밀로 할 경우`당원명단 탐색전`이 또한 치열할 것이고, 결국 명단은 공개되는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였던 공원식 후보가 당원투표 하루 전날 전격 후보사퇴를 했다. 자원봉사자 박모(52)씨가 모 당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고, 공 후보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캠프에서는 “덫에 치었다”“함정에 빠졌다”“공작에 걸렸다”란 말이 나오는데, 진실과 내막은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김정재 후보측은 여론조사 결과와 경선 일정을 모두 변경할 것을 요구하면서 “후보가 2명이 된 상황에서 3명의 조사결과를 반영하면 포항시민의 의사가 왜곡될 우려가 크며, 투표경선을 강행할 경우 신뢰도와 정당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니 연기하자”고 하지만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예정대로 당원투표를 진행시켰다.선거혼탁도 문제지만 공천이 바로 당선이란 공식도 문제다. 공천이 확정된 이강덕 후보와 무소속 이창균 후보가 6월4일 최후의 대결을 벌일 것인데, 시민들은`현명하고 모범적인 선택`을 해주기 바란다.

2014-05-01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자

우리 민족은 위대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국가적 불행이나 난관을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힘을 보태는 전통이다. IMF때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금 모으기`가 한 사례이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경제사상 가장 빠르게, 남들이 예상을 못했던 속도로 그 위기를 빠져나왔다. 한국의 알짜기업을 먹어 치우겠다고 돈봇따리 끼고 기다리던 기업사냥꾼들이 헛물 켜고 돌아서는 그 통쾌한 역전드리마를 우리는 연출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은 위대하다. 위기극복 능력이 누구보다 탁월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애도하는 모습도 우리의 `하나 된 정신`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모든 국민이 자기 자신의 가족을 잃은 것같은 마음으로 슬픔을 함께 하는 모습은 `끝 없이 이어지는 조문행렬`에서도 보여진다.그러나 언제까지 슬픔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마음을 추스리고, 나라를 추스려 일으켜 세워야 한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 마다 나라 경제가 수렁에 빠진다.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난 미국의 GDP기준 성장률은 -0.4%로 10년래 최대폭으로 하락했고, 2011년 대지진이 발생한 일본의 4~6월 성장률은 -0.3%로 추락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경제도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 관광, 외식, 광고 등 소비 둔화로 매출이 30%에서 5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좀 더 계속되면 파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고, 수많은 인력들이 실업할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정부도 쇼크를 심하게 받으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정부책임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정부가 올해의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내수활성화`로 보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1분기 민간소비와 설비 투자 증가율은 형편없이 곤두박질쳤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숙박업계는 예약취소가 잇따르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음식점에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연초에 강하게 밀어붙이던 `경제개혁 3개년 계획`도 추진력을 잃고, `규제개혁`행보도 한동안 숨을 죽일 것이다.지금은 우리 국민의 위대성이 다시 한번 발휘돼야 할 때이다. 슬픔에 빠져 우리 경제를 침몰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희생자들의 고귀한 생명에 대해 `목숨값`을 하는 일일 것이다. 국민은 우선 `내수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쓸 재정을 상반기에 좀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 대형 재난 후에는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투자가 일어나 `V자`곡선을 그으며 회복한 사례가 많다. 우리도 이제 추락하는 나라경제를 추스리는 일에 성심을 모아야 하겠다.

2014-04-30

`포항호` 조타수 뽑는 축제일

당초 19일로 예정되었던 포항시장 경선 날짜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일로 연기됐는데, 오늘이 바로 공천이 결정되는 날이다. 포항은 새누리당 텃밭이어서 경선에 뽑힌 후보는 무난히 당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가 반영되는 공천절차에서 여론조사는 28일과 29일에 마쳤고, 오늘 당원투표와 합산해서 공천자가 결정된다.여론조사는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당원 투표는 책임당원과 일반당원 4천100명이 참여한다. 당원들은 당심(黨心)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당심이 어느 후보에 쏠리느냐 하는 것이 이번 체육관 투표에서 주 관심사인데,“아래로부터의 공천,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준다”는 정신을 감안했을 때 당심보다 소신에 의한 합리적 선택이 요구된다.`포항호`를 가장 잘 이끌어갈 조타수(操舵手)가 누구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그러나 깨끗한 선거가 치러진 사례는 별로 없다. 사생결단으로 덤비는 선거전인만큼`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니 불법 탈법 무법이 끼어들고, 흑색선전이 동원된다.자신의 장점을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들추고, 없는 일까지 만들어내어서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번 포항시장 선거운동과정에서도 근거없는 낭설이 나돌아 고발소동까지 빚었다. 그런 와중에 공원식 예비후보 자원봉사자의 대의원을 상대로 한 금품살포 의혹으로 공 예비후보가 전격 사퇴했다.금품선거 의혹은 이미 예견된 부분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공 예비후보가 사퇴한 데 대해 지역 유권자들은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한 명이 중도 낙오했지만 선거인단은 당초 자신들의 소신대로 선택을 해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다. 남은 두 후보가 발표한 정견과 경륜을 자세히 살펴서 포항을 가장 잘 이끌어갈 선장을 뽑아야 한다.김정재 후보는 중앙에서 활동한 경력을 내세웠다. 중앙정부와 함께 하며 정부 예산을 끌어오는 역량을 발휘할 것이고,`제2의 도약, 포항중흥`이란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민과 권력을 나눌 인사행정을 펼치겠다고 했다. 청렴성, 도덕성,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인재를 구하겠다는 것이다.이강덕 후보는 해양경찰청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마타도어 피해자가 됐고, 끝내 선관위 고발사태까지 빚었다. 그는 30여년 공직생활의 경륜을 포항시정에 쏟아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고 했다. 또 지금 포항은 변화가 필요하며, 영일만 기적을 다시 한번 성공시켜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내 보였다.비록 불미스런 일로 공 예비후보가 중도 낙마했지만 각 후보자들의 각오와 정견을 잘 참고해서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선이 되길 바라고, 선거일은 축제일이라는`선거의 이상`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4-04-30

`엄벌주의`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에는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운다”란 말이 있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아무리 정책을 세워봐야 민간에서는 이를 피해 갈 대책을 반드시 세운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가짜우유 사건이었다. 색깔만 하얗고, 단백질이 들어 있지 않는 `맹물우유`를 파는 업자를 규제하기 위해 “일정량의 단백질을 함유토록 하는 법”을 반포했으나 업자들은 값이 싼 `독성 단백질`이 다량 함유된 우유를 만들었고, 유아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중국은 그래서 오래전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주룽지 전 총리는 취임 당시 “관(棺) 100개를 만들어라. 그 중에 내 것도 하나 만들어라”고 했다. 부정부패 분자들 100명 가량을 사형시키겠다는 의지였고, 내가 부패와의 전쟁을 제대로 못하면 나도 사형당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실제 중국은 `이동식 사형대`를 차에 싣고 다니며 사형 집행을 했다. 지금의 시진핑정권도 부패와의 전쟁을 계속하는 중이다. 부정부패란 잡초 같아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우리나라의 부정부패도 고질병이다. 주유(注油)와 관련된 불법 비리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안동호·임하호 도선 관련 주유부정이 적발돼 많은 공무원이 징계 당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는데, 그런 사건을 목격하면서도 유가보조금 관련 부정에 얽힌 차량들과 주유소들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정부가 화물차를 지원하기 위해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포항 철강공단에는 화물 수송이 많기 때문에 주유 관련 비리 불법이 빈번하다. 화물차가 일정량 이상을 주유하면 법에 따라 환급금을 받을 수 있게 된 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기름을 넣지 않고도 가득 채운 것처럼 자료를 끊어주고, 승용차에 휘발유를 주유하고도 화물차에 경유를 준 것처럼 자료를 발급해준다. 이런 주유소들은 한 두 해 영업하다가 세무서의 감시를 받는다 싶으면 위장폐업을 한 후 다른 사람 명의로 재개업하는 일도 다반사라 한다.또 일부 주유소는 기름값을 올려받은 후 마일리지 처럼 적립해 둔 차액을 현금으로 운전자에게 돌려주는 수법으로 `고정고객`을 만드니 이는 불법 비리의 마당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잔치판을 벌이는 짓이다. 사태가 이러하니, 곧이곧대로 법을 잘 지키는 업소는 손님이 떨어져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은 만고의 철칙인 모양이다.사회질서를 바로 지키고 기강을 바로 세우려면 법이 엄격해져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은 엄벌주의 덕분이다. 무서운 법을 만들고 철저히 실천되는 나라만이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특히 나랏돈을 지원받는 보조금 관련 범죄는 `국고 도둑죄`란 이름으로 더 삼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2014-04-29

수학여행은 계속돼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어릴때부터 “하지 말라”는 명령어를 많이 들었다. 다칠 염려가 있는 놀이 같은 것은 무조건 `금지'였다. 그래서 한국인들은`안전의식'을 철저히 교육받았지만 모험의식은 없다. `톰소여의 모험' `12소년 표류기' `해저 2만리' 같은 모험소설이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유대인 어머니는 아이들이 위험한 장난을 하고 놀때 약을 준비해놓고 기다린다. 그러나 한국 어머니들은 “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책상앞에 앉아 책 읽은 것이 최고의 미덕이요, 출세의 지름길이다. 모험심이나 개척정신이 길러질 수 없다. 우리나라 행정부도 그 `한국적 관행' 탓인지, 문제가 생기면 `금지카드'부터 꺼내든다. 교육부는 올해 2월 부산외국어대 경주 리조트 체육관 참사때 내놓은 대책이 `학생회가 주도한 신입생 환영회 금지'였다. 세월호 참사로 수백명의 학생들이 숨지고 실종되자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의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시켰다. 수백 명씩 한꺼번에 떠나는 대규모 수학여행을 폐지하고,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를 반영하는 소규모의 자기주도적 현장 체험학습으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다.수학여행에 대해 지금 찬반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태안의 사설캠프에서 고교생 5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 이후에도 논쟁이 벌어졌고, 교육부는 예방메뉴얼을 강화했지만 지금 그 사설캠프는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 경주의 체육관 지붕 붕괴사고도 세월이 가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멀어져갈 것이다. 그러나 수백 명의 학생들이 수학여행 길에 참사를 당한 이번 세월호사고는 오래 잊혀지지 않을 것이고 수학여행 논쟁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다.수학여행을 폐지하자는 논리는 “수학여행은 여가문화가 보편화되지 못한 과거의 유산으로 교육적 효과가 적다. 안전교육 미흡, 프로그램 진행자의 전문성 부족, 열악한 숙박시설과 부실한 식사 등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 등으로 요약된다. 한편 폐지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수학여행은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자연과 문화를 접하며 경험을 쌓는 교육적 목적이 있다.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 폐지하는 것은 여행업계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치 않는 일방적 정책이다” 등으로 요약된다. 쌍방 의견이 다 일리 있다.`규제 개혁에 의한 서비스산업의 진흥과 일자리 창출'이 지금 화두가 돼 있고, 그 중심에는 관광과 수학여행이 있다. 특히 경주의 역사문화와 포항의 산업은 수학여행에서 최상의 소재이다. 역사기행과 산업관광의 중심인 이 지역에서 `수학여행 폐지'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이나 다를 바 없다. `폐지·금지'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정부는 먼저 부정부패·비리를 척결할 대책부터 세우고, 예방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2014-04-28

군·경 잠수사에 위로와 감사를

우리는 천안함 폭침 당시 순직한 해군 UDT 한주호 준위를 기억한다. 바다속에는 해류가 있고 높은 수압이 있다. 해류는 육지에서의 태풍에 비견된다. 수압은 신체에 치명상을 준다. 대낮에도 물속은 10cm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어둡다. 줄을 잡고 손으로 더듬어 수색을 해야 하고 30분 동안 받은 수압을 다 푸는데는 하루가 걸린다. 그`24시간 휴식' 원칙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면 잠수병에 걸린다. 수십 미터 바닷속은 그래서 `죽음과 맞서는 곳'이다.이번 세월호 구조·수색 작업에는 해경과 해군 특수부대 소속 잠수부 500여명과 민간 잠수사(머구리)가 투입됐다. 맹골수도는 이순신 장군이 대첩을 거둔 `울돌목'인근이어서 물살이 거세다. 줄 하나를 잡고 거센 물살과 수압을 버티어가며`암중모색'으로 시신을 찾아내는 작업을 수행하는 잠수사들이다. 머리를 선체에 부딪혀 8바늘이나 꿰맨 대원도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면 `24시간 휴식' 원칙을 지킬 여유가 없다. 무리를 감수하다가 이미 수십명이 잠수병으로 입원했다.줄 하나에 2명이 한 조가 돼 물속에 들어가고 30분 작업하고 휴식하는 모습을 보고 실종자 가족들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30분 원칙을 지키지 않은 대원들이 많아 이미 수십명이 잠수병에 걸렸다. 어지럼증을 느끼고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는 증세인데 `감압 체임버'시설이 갖춰져 있는 해군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UDT요원 한 명은 허파에 심각한 이상이 생겨 진해에 있는 해군 해양의료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30분 원칙을 지키라고 아무리 당부를 해도 이를 어기는 대원들이 많고, 산소 부족으로 올라왔다가 산소통을 다시 메고 들어가는 대원들도 많다. 다들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된 것이다.산소통을 메고 들어가면 30분 작업이지만 배에서 호스를 통해 잠수요원에게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방식으로 하면 1시간 작업을 할 수 있다. `잡고 들어갈 생명줄'과 `공기 주입 줄'이 서로 얽히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애초에는 병행하지 못했다가 해류가 빨라져가는 다급한 상황에는 이 방법도 채택했다. 민간 머구리가 투입된 것이다. 물살이 비교적 약해지는 소조기는 금방 지나가니 이 때 무리를 해서라도 수색작업을 서두르는 것이다.잠수부들은 남 모르는 정신적 고통도 겪는다. 꿈에 시신이 나타나 잠을 깨고, 낮에도 시신이 눈앞에 실제 처럼 어른거린다고 한다. 그래서 강이나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은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익사한 귀신을 여러번 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최악의 조건에서 일하는 잠수사들은 이같은 정신질환까지 앓는다. 이들에게 특별수당을 주어 표창해야 하겠다.

2014-04-28

해경도 잘 한 것 없다

선박이 급속도로 침몰할 때는 첫 30분이 `골든타임'이다. 1분 1초가 금쪽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해양경찰은 신고한 학생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며 5분 가량을 허비했다. 늑장대응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목포해경의 A과장은 “우리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 해경이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고 항변하고, 욕설을 섞어가며 부하들에게 화풀이를 했다고 한다. 이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언행이어서 해양경찰청은 즉시 A과장을 직위해제했다. 목포해경은 해수부와 함께 지난해 7월12일 여객선 12척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는데, 점검반 인원은 4명이고, 점검시간은 160분이었다. 통상 배 1척 점검에 1~2시간 걸리는데, 12척 점검을 160분만에 해치웠으며, 32개 점검항목에 `특이점 없음'이라 했다. `세월호'는 20년이 넘었고, 구조변경으로 무게중심이 위로 많이 가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 폐기처분이라도 내려야할 여객선인데 `전 항목 통과'로 판정해 놓고 “뭘 잘못 했느냐”고 항변한 것이다.해경의 잘못은 이것뿐 아니다. 단원고 최모(17)군이 첫 사고 신고를 한 시간은 당일 오전 8시52분32초였다. 119는 목포해경과 전화를 연결해 3자통화를 했는데, 해경은 학생에게 “위도 경도를 말해 달라”고 했다. 학생이 그런 것을 알 리 없다. 해경은 배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서 떠난 배인가 묻고, 여객선이냐 어선이냐는 질문을 이어가는데, 5분 가량의 시간을 보냈다. 허위신고를 가려내고 사고 해역에 정확히 출동하기 위해 매뉴얼대로 신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한가롭게 대응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해경은 또 민간 잠수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일명 머구리배 잠수사들인 이들은 과거 군이나 해경 근무시 잠수병 출신이고, 예편 후에도 민간 어선에서 잠수사로 활동하는 백전노장들이다. 우주인 같은 장비를 착용한 이들은 한 번 물속에 들어가면 2시간 가량 작업하므로 30분에 불과한 군경의 잠수사들과는 작업효율이 한참 윗길이다. 그래서 마음이 급한 실종자 가족들도 민간잠수사들에게 더 신뢰를 보냈던 것이다. 그러니 해경으로서도 이들이 못 마땅했을 것이고, 그래서 고의로 소외시켰던 것이다.해경 고위 간부는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왜 데려왔느냐” “(민간 잠수사가 타고 온) 배를 빼라”고 했고, 실제 종일 수색에 참여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일도 있었다며 70여명이 화가 나 철수하기도 했다. 이들은 침몰선까지 잡고 내려갈 줄을 처음 설치한 베테랑들이다. 민간인에 대해 평소 `甲질'이나 하며, `대접받는 관행'에 익숙한 해경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공직자의 `서반트 정신'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할 일이다.

2014-04-25

박지영씨는 의사자가 돼야

4년 전 금양호는 천안함 수색작업을 돕다가 돌아가는 길에 캄보디아 상선과 충돌, 김재우 선장 등 선원 9명이 숨졌고, 이들은 의사자(義死者)로 인정받았다. 올해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당시 구조활동을 벌이다가 2차붕괴때 희생된 부산외대 양성호(25)씨도 의사자가 됐다. 세월호 일반직 승무원 박지영(22·여)씨는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양보하며 승객들을 구조하다가 끝내 자신의 생명은 지키지 못했다. 그녀의 장례식장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란 이름으로 된 조화(弔花)가 놓였다. 제자들을 대피시키다가 숨진 남윤철(35) 교사와 함께 네티즌들은 두 사람에 대한 의사자 선정 요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박지영씨는 기울어지고 있는 여객선 3~4층을 힘겹게 오가며 구명조끼를 나눠줬고, “언니는요?" 묻는 학생들에게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 너희들을 구하고 나는 나중에 나갈게”라고 했지만 그녀는 사체가 되어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3년전 동일본 대지지 쓰나미때 동사무소 직원이던 엔도 미키(당시 24)씨는 마이크를 잡고 “대쓰나미가 옵니다. 고지대로 피신하십시오. 해안 근처에는 절대 가지 마십시오” 외치면서 7천명을 구하고, 자신은 쓰나미에 휘말렸다. `천사의 목소리'로 기억되는 그는 각급 학교 도덕교과서에 실렸고, 그녀가 근무했던 동사무소 자리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미국 뉴욕타임스는 승객들을 죽음 속에 버려두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을 `악마'로 표현하고, 박지영씨에 대해 “당신이 진정한 선장입니다”라고 찬미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정 또한 다르지 않다. 선박 운항을 책임진 선박직 승무원 대신 근무경력 겨우 1년 반인 박씨가 생명 다할 때까지 배를 지키며 구조활동을 하다가 `거룩한 희생'을 한 것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씨를 의사자로, 국립묘지에 모십시다”라는 청원의 글이 올랐고, 21일 현재 2만5천명이 지지 서명을 남겼다.의사자로 선정된 고인의 유족에게 국가는 각종 혜택을 준다. 의사자 증서, 법률에 정한 보상금, 교육보호·취업보호, 의료급여 등에서 예우가 주어진다. 또 의사자의 시신은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다. 그러나 의사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다. 법 제1조는 `자신의 직무 외의 행위'라 규정하고 있다. 박지영씨의 경우 일반직이므로 구조활동을 `직무 외'라 할 수 있다. 또 `목격자의 진술'이 필수적인데, 박씨의 경우 많은 학생들의 진술이 있고, 세계 각국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다.검찰청에는 `해치상'이 있고, 대법원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한국 각 해운사 앞에 `박지영상'을 세워 선원의 표상으로 삼고 해상 안전의 여신상으로 예우했으면 한다.

2014-04-25

이제는 `해피아' 차례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제하는 자리에서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 시킬 것”이라고 했다. `퇴출'이라는 극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 사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들을 포함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면서 개각 가능성까지 내비추었다. 그리고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행위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언급했다.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에서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해양경찰서·군·해운사 등이 초동대응·생존자 구출·실종자 수색 등에서 보여준 태도가 너무나 무성의하고 무책임했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고,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상세하고 좋은 매뉴얼이라도 담당자들이 내용을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작동하지 않는 매뉴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선박 안전을 점검하는 일을 해운조합이 해왔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잘못됐고,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 봐주기식의 비정상적인 관행이라고 지적했다.지난해 `원전마피아' 척결에 온 나라가 들썩거렸는데, 올해에는 해양수산부가 수술대에 올랐다. 해수부와 마피아를 조합한 `해피아'란 단어까지 생겼다.해수부의 일을 위임받은 산하기관이 너무나 많다. 선박의 안전점검을 수행하는 일을 위임받은 `한국선급', 선박 도면 승인 같은 안전 검사 업무를 맡은 `선박안전기술공단', 해운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승선자 명단 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해운조합', 그 외에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한국어촌어항협회', `수협' 등 헤아리기도 어려운 많은 산하기관이 있다. 그런데 이 기관들은 해수부 관리들이 퇴직 후 갈 자리들이다. 위인설관(爲人設官)인 것이다.이들 기관의 고위직들 대부분은 해수부 출신들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거나 정부의 제재를 방어'하는 로비활동이다. 고유업무는 뒷전이다. 지난 2월 세월호의 통신시설, 조타시설, 화물 고정장치, 구난시설과 구명정 등 200여 가지 항목을 검사한 한국선급은 전 항목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 2시간 이상 걸리는 점검과정을 단 15분만에 끝내기도 한다. 불법 비리가 판을 치니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원전마피아'와 다름 없다. 대청소·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원통한 젊은 생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해양관련 기관들의 혁명적 개혁이 단행돼야 한다.

2014-04-24

선거기의 상(賞)봇물, 수상하다

선거때가 가까워지면 `수상한 일'들이 자주 눈에 띈다. 각종 기공식들이 선거기에 봇물을 이루는 것은 고전적 수법이다. “여기 저기 기공식이 벌어지면 선거때가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건널목 저쪽에서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거기가 온 것이다”등등 `선거기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공식 수법'은 이미 유권자들이 눈치를 채기 때문에 한물갔고, 수 년전부터 등장하는 수법이 `시상 혹은 공로상·표창장 수여' 방식이다. 평소 별 면식도 없던 입후보자로부터 “공로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통고가 온다면, 그것은 선거운동원이나 지지자를 확보하는 수법이다. 찬물 한 사발이라도 상(賞)이라면 좋아하는 것이 한국인이라, 명분 없는 공로상·표창장 남발도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근래에는 민간기관들이 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실적·업적을 평가하고,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평가결과 공개를 미끼로 고가의 자료집 구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선거로 뽑힌 지도층 인사를 평가하는 것은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유권자의 이해도를 높여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그것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그 `의도'가 순수해야 한다. 가령, 평가 결과를 선거에 임박해서 발표한다든가, 매우 민감한 시기에 상을 남발한다든가 하는 것은 저의가 있어 보인다. 평가를 하는 민간기구들도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은' 단체가 아닌 한 `일정한 운영자금'이 필요할 것이고, 그 자금을 어떻게 변통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민감한 시기의 평가결과 발표는 그 순수성을 의심받기 쉬운 것이다.최근 `법률소비자연맹'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들을 평가,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56명을 `공약 이행 우수 기초지자체장'으로 선정했는데, 경북지역에서는 영덕군수, 의성군수, 봉화군수, 포항시장, 김천시장, 영천시장, 예천군수 등 7명이 포함됐다. 그리고 3선이 2명, 재선이 5명, 초선이 4명인데, 다선일수록 쌓여진 실적도 있고, 계속사업도 있으니 초선보다 유리할 것인 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될만 하다. `출발지점이 각각 다른 달리기 경주'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다.`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 월간지가 공동주관하는 `2014 대한민국 도시 세계화 수준 평가'결과가 보도됐는데, 17개 광역단체 중 경기도가 종합최우수 단체로, 종합우수·노력부문에 경주시와 상주시 등이 포함됐고, 세계화리더십우수시장상에 최양식 경주시장과 권영세 안동시장이 포함됐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발표한 제19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에 예천군이 포함됐다. 근거 없는 상은 없겠지만, 선거가 임박한 민감한 시기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판단의 자료'가 되기에는 결함이 있는 것같다.

2014-04-24

혼탁선거를 날려버린 `세월 태풍'

새누리당 중앙당공천위원인 김재원 의원은 “내달 9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경선이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일각에서 거론되는 지방선거 연기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TV토론회, 합동연설회, 문자메시지 발송, 선거사무소 개소식, 빨간 점프 착용 등을 금지키기로 했다. 진도 맹골수도의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권세욕들의 격투장'을 보여주어서 좋을 것 없다. 구조·사체 수습·선체 인양 등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선체 인양까지는 1년 여가 소요되고, 구조와 사체 수습까지 국민적 애도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므로 “6·4 지방선거를 7월로 연기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그러려면 우선 선거법을 고쳐야 하니 오히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여야가 유·불리를 따져 또 한바탕 쟁투를 벌여야 하니, 연기 논의는 없던 일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그러나 여야 모두 당내 경선 일정은 무기연기했고, 공약 발표도 늦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색'은 드러날 수록 손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경선 일정을 1주일씩 순연했고, 이번 주에 예정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도 미루면서, 25일 치러질 대전시장 경선도 늦춰질 모양이다.새정치민주연합도 경선일정을 5월 초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27일 경기지사 후보 경선 등 광역단체장 경선 및 공천작업도 다음 달 초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새누리당은 `정부·여당 무능론'을 우려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정치혐오증과 행정불신이 확산되니, 황우여 대표는 “언행에 각별 조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홍문종 사무총장은 시·도당에 선거운동 무기연기를 요구하고, 추모 빙자 홍보 문자 발송도 금지시켰다. 새정치연합도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수위를 한껏 낮췄는데, 자칫 `정치공세'로 비춰질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지금은 극도로 민감한 시점이다. 세종시장은`폭탄주 술자리'에 잠깐 앉았던 것이 구설수에 올랐고, 한기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좌파들이 괴담 유언비어로 사회 혼란을 조장하니 경계하자”는 글을 올려 “정당한 비판까지 왜곡시키지 말라”는 반발에 부딪혔고,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실로 `정치 실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이같은 정치실종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선거혼탁이 상당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음성적 선거운동은 여전하지만, 드러내놓고 상대를 비방 중상 음해하는 작태는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태풍'이 선거풍토를 한결 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선거혐오증이 많이 줄어들고 이상적인 선거풍토가 조성된 지금 당초의 일정대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2014-04-23

불순세력의 준동 막아야

나라 전체가 공황에 빠졌다. 수백 명의 학생들을 `죽음의 공간'에 몰아넣어 둔 채 선장과 승무원들은 자기들 끼리만 무전연락을 해서 몰래 탈출한 이 일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마'들의 소행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썼다. 사실 그렇게 밖에는 할 말이 없기도 하다.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적이고, 불신·불법이 판치는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사태가 한국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부끄럽다. 이같은 공황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괴담과 유언비어를 퍼트려 불신풍조를 확산시키고, 사기술이 더 지능적으로 진보한다. 특히 극한 대치 중인 분단국가에서는 더 심하다. 나라를 흔들고, 국론분열을 심화시키고, 마침내 썩은 집이 무너지듯 나라가 쓰러지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한 세력들이 날뛰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광우병 파동'을 경험해봐서 어느 정도 면역·학습효과를 보고 있지만, 그래도 괴담과 유언비어에 여전히 흔들린다.`구조활동 중인 민간잠수부'라 자칭하는 한 여자가 MBN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에게 잠수부 면허를 준 사례가 없는데, 그 TV방송국은 확인도 하지 않고 홍가혜(26·여)씨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해경이 민간잠수부의 구조활동을 막고 있다” “약속된 장비가 지원되지 않았으며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했다”고 말했고, 실종자 가족들은 그 말에 분통을 터트렸다. `공중부양'으로 유명한 강기갑 전 국회의원은 트위트에 “그 말 맞다”는 글을 올렸다.자주민보 같은 친북 매체들은 “세월호는 미국 잠수함에 충돌해 침몰”이라면서, 한·미 훈련 때문에 무리하게 항로를 변경하다가 침몰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방부는 “그 해역에서는 훈련이 없었고, 그 곳은 수심이 30m밖에 되지 않아 잠수함이 다닐 수 없고, 당시 미 상륙함은 160km 떨어진 공해상에 있었다”고 했다. 근거 없는 소설을 쓰는 자들이 많은데, 이 소설들은 사람들의 `구미'에 잘 영합한다.“구조를 고의로 지연시키기 위해 구조함이 늑장 출동을 했다”는 낭설도 나왔는데, 사고 당일 청해진함은 정비 중이었고, 평택함은 충남 인근에서 임무를 수행중이었으며, 이 구조함들은 속력이 늦어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미군의 헬기 협조를 우리측이 거부했다”는 말도 했지만, 우리 헬기만으로도 충분하고 미군이 개입하면 지휘체계에 혼란만 온다.세월호 사고를 사칭한 스미싱 문자가 3건 추가로 발견됐다. `스미싱 주의 당부와 대처방법'을 알려준다는 식의 한결 진보된 수법이다. 이런 의심스러운 문자는 무조건 삭제해야 한다. 나라가 혼란스러울 수록 사기꾼들이 더 날뛴다. 국민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중심을 잡아야 `한국호'가 바로 간다.

2014-04-23

사후약방문이라도 제대로 하라

`한국형 건망증`은 증세가 중증이다. 과거 여러 번의 해난사고를 겪었으면서도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대형사고를 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잘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악천후 속의 운항 허가, 안전장비의 부실 관리, 선원 교육훈련 부재, 승객 교육 부재 등 불법·무법·탈법이 만연하다. 비행기나 선박은 일단 사고가 나면 피할 곳이 없기 때문에 비상훈련과 안전장비는 필수불가결이다. 항공시는 교육훈련을 제대로 한다. 승무원들은 원칙대로 구조활동에 나서고, 가장 나중 탈출하며, 안전장비를 철저히 관리한다. 그런데 여객선 등 선박의 경우는 이것이 부실하다.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한 것은 세계 선박운항사에 남긴 수치”란 말이 외국 선박 전문가의 입에서 나왔다. 한국의 위신이 바닥 끝까지 추락하는 순간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경제영토를 활발히 넓혀가는 선진 한국, 유엔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를 낸 나라, 정치외교와 경제외교의 강국 등등 자랑거리가 많은 나라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외형`에 불과했다. `덩치만 크고 속은 부실한` 혹은 `몸은 건강하나 정신능력은 철부지` 나라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이번 맹골수도 사고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는 말 그대로 갈팡질팡이었다. 대통령까지 현장에 와서 `엄령`을 내렸는데도, 정부 부처간 말이 다르다. 무엇 하나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없고, 서로 다른 발표를 하고, 이틈에 `심보 고약한 자`들이 유언비어를 유포해 피해자 가족들의 속을 뒤집어놓고, 심지어 일부 사기꾼들은 세월호 사고를 스미싱에 이용한다. 정부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재난관리 메뉴얼이 작동하지 않은 후유증이다.사고가 나면 잠깐 정신을 번쩍 차리다가 세월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관행적 망각증`을 이번에는 완전히 치료해야 하겠다.육지~울릉·독도 간을 운항하는 여객선 대부분이 20년 이상된 노후 선박이라 한다. MB정부 당시에 퇴출수명을 25년에서 30년으로 늘려준 탓에 노후선박이 아직 운행된다. 이런 규제는 풀 것이 아니다. 선박 검사도 다양하게 하지만, 검사할 때만 제대로 갖추고 검사 끝나면 철거하거나 고정시켜 무용지물로 만든다. 눈가림식 검사를 할 것이 아니라 `불시점검`과 엄격한 응징이 반드시 필요하다.세월호의 경우, 승무원 교육훈련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선장 등 선박직 승무원들만 전원 먼저 탈출하고 승객들을 바닷물 속에 남겨두는 `역사적 수치`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는 지도 모른다. 항공기 승무원 교육훈련 처럼 선박 승무원들도 철저한 교육훈련을 받게 해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 처럼 승객들의 안전교육도 빈틈 없이 실시해야 한다. 여객선 사고가 어떤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이번에 제대로 인식하고 영구히 잊지 말아야 하겠다.

2014-04-22

정치 혐오증과 행정 불신

국내에서 일어난 선박 침몰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부정부패에 있었다. 법과 규정대로 운항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는 말이다. 1993년 10월10일의 서해페리호는 강풍이 부는 날 운항했고, 짙은 안개와 높은 파도를 만나 뱃머리를 급히 돌렸고, 항해사가 아닌 갑판장이 배를 몰았으며, 승무원은 규정의 절반만 탔고, 정원 220명의 배에 362명을 태웠다가 배가 뒤집혀 292명이 희생됐다. 70년 12월15일 승객 331명을 태운 남영호는 서귀포 앞바다에 침몰했는데, 구조된 승객은 단 12명뿐이고, 배는 희생자들과 함께 바닷속 깊이 수장돼 있다. 87년 6월16일 거제군 해상에서 나무로 된 관광선 극동호에 불이 나 승객 86명 중 35명이 사망했다. 폐기처분된 자동차 엔진을 달았고, 구명조끼는 밧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으며 소화기는 녹이 슬어 작동하지 않았고, 엔진까지 꺼져 배는 불 붙은 채 수장됐다.불법과 비리가 낳은 결과였고,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이번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의 `세월호` 전복사고도 마찬가지였다. 불법과 규정 위반이 총망라된 `비리 백화점`이 빚은 결과였다. 짙은 안개, 강풍, 물살 센 위험해역에서 경험 없는 3등항해사의 운항, 선원 교육훈련 전무, 승객 안전교육 전무, 선장 월급이 300만원도 안 되는 열악한 예우, 사기 저하와 책임감 실종 등이 점철돼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청해진해운을 4번씩이나 `우수 선사`로 표창했다.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정치 혐오증과 행정 불신이 극명하게 분출됐다. 실종자 가족들이 정치인과 행정관리들을 박대하는 태도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족들은 정치인들이 사고현장에 얼씬도 못하게 막았다. `민폐방문`일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리핑, 안내 등으로 일손만 뺏기고 시간낭비만 하기 때문이다.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체육관을 찾았을 때 가족들은 “당장 나가달라!”며 강하게 밀어냈다. 가족들은 “국회의원들은 자기 얼굴 한 번 더 언론에 비치기 위해 왔다가 탁상공론만 한다”고 성토했다.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사고현장 인근 팽목항에 왔을때 같이 온 안행부 송모 국장이 부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가 공분을 샀다. 그는 즉시 직위해제 됐다. 국가적 참사를 보는 고위관리의 안목이 겨우 이런 수준이다. 국무총리까지 문전박대를 당하는 지경이고, 피해자 가족들은 해군·해경 잠수부보다 민간인 잠수부를 더 신뢰한다. 일은 하지 않고 정쟁(政爭)만 일삼는 정치인, 불법 비리를 묵인하는 행정관리, 나라를 이끌어가는 이들 지도층이 이렇게 불신 받는 나라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비틀거리는 `한국호`를 부디 바로 잡아주기를 대통령에게 부탁한다.

2014-04-22

참된 인간들의 거룩한 모습

“제자들을 버려두고 혼자 살았다. 너무 힘들다.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을 불살라 침몰지역에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단원고 강민규(52) 교감이 소나무에 목을 매 숨졌다. 그는 활발히 구조활동을 하다가 지병인 저혈압이 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고, 헬기에 태워져 구조됐다. 정신을 차린 뒤 “학생들에게 가야한다”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해봉(33) 교사는 난간에 매달린 학생 10여명을 구해낸 후 자신은 참변을 당했고, 남윤철(35) 교사는 끝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구해내다가 목숨을 잃었다. 단원고 2학년 정차웅(17)군은 수영을 못 하지만 구명조끼를 양보한 후 구조활동을 벌이다가 바다에 떨어져 숨졌다. 선원들 중에는 일반직 승무원과 선박직 승무원이 있는데, 선박직 승무원들은 자기들끼리 연락해서 구명정을 타고 전원 탈출했고, 일반직 승무원들은 `최후에 탈출한다`는 승무원 수칙을 지키다가 상당수 희생됐다. 그 중 최초의 희생자가 일반직 승무원 박지영(22·여)씨였다. 그녀는 학생들이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고 묻자 “승무원은 모두 구조한 후 제일 나중에 나가는 거야. 나중에 만나자”라고 했지만 그녀는 끝내 학생들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김홍경(58)씨는 커튼을 잘라 긴 줄을 만들고 소방호스에 연결해 학생들을 갑판으로 끌어올리는 구조활동을 폈다. 20여명을 구한 그는 물이 차오르자 “더 구하지 못하는 것이 한이다”라고 아쉬워하며 배를 떠났다.참으로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들이다. 수백명의 학생들과 환갑기념 단체 여행객 등 일반 승객들을 죽음 속에 버려두고 자기들 끼리 살겠다고 탈출한 선장, 기관사, 조타수, 항해사 등 선박직 승무원들이 있는가 하면 목숨 걸고 남들을 구해낸 살신성인의 참된 인간들도 있었다.타이타닉호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는 침몰하는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 고향 리치필드에 있는 그의 동상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새겨져 있다. “영국인 답게 행동하라!” 제일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디 가서 한국인이란 소리 하지 말라!” 2012년 이탈리아의 대형 크루즈선 좌초 때 먼저 도망친 선장에게 검찰은 2천697년 형을 선고했다. `부끄러운 이탈리아인`을 영구히 인간세상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뜻이다.온 국민이 애도하는 이 참사를 사기에 이용하는 극악무도한 자들도 있다. `세월호 구조현장 영상`이라며 호기심을 자극해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심어져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는 사기술이다. 또 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선박 속 승객 전원이 살아 있다”는 허위 소문을 퍼뜨려 실종자 가족들을 우롱하는 자들도 있다. 짐승보다 더 사악한 인간들이다.

2014-04-21

세월호 참사가 남긴 교훈

해운법에 의하면, 모든 여객선은 출항 전 반드시 안전점검을 받도록 돼 있다. 선장의 건강상태, 화물 적재 상태, 구명정과 소화 설비 등이 점검 대상이다.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은 모든 항목에 “이상 없음”이라고 보고했고, 항운관리자는 그대로 승인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허위였다. 구명정은 쇠사슬에 묶여 열쇠가 채워졌고, 화물도 쇠줄이 아닌 일반 밧줄로 결박됐고, 자동차는 30대, 화물은 500t이 신고한 것보다 많았다. 이것이 바로 이번 사고의 주 원인이었다. 배가 급선회를 할 때 밧줄이 터졌고, 화물이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서 배는 복원력을 잃었던 것이다. 구명정 비치 관리도 눈가림이었는데, 46척이 매달려 있기는 했으나 제대로 작동한 것은 1척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그것은 선장 등 선원들이 타고 도망갔으니 승객들이 탈 것은 하나도 없었다. “승객들을 아예 죽이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실종자 가족들이 분통을 터트린 이유다.출항전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려면 3시간 이상 걸리는데, 세월호의 경우 20분 만에 끝내버렸다. 대충 형식적으로 훑어본 것이다. 실려 있는 자동차 대수와 컨테이너 개수, 결박상태, 구명정 비치상태 등이 규정대로 됐는지를 점검하는데는 3시간이 걸릴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형식적 점검이 일상화됐다는 점이다. 업체와 운항관리자 간의 밀착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것이야 말로 비정상이 정상화 된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한다.선원법에 따르면, 승객 안전을 위해 여객선은 10일에 한 차례 의무적으로 소방훈련 등 선내 비상훈련을 하도록 돼 있다. 또 구명정 대피훈련을 두 달에 한 번씩 하도록 권고한다. 비상시 소화 및 퇴선 교육도 국제규약에 따라 월 1회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는 이 훈련을 규정대로 하지 않았다. 선장은 승무원 16명과 함께 구명정 한 척을 타고 일찍 도망을 갔는데, 이는 평소에 교육훈련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조난보고를 받은 해경은 “즉시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원형 고무보트를 바다에 던져라. 승객을 대피시켜라” 지시를 했지만, 세월호 선장은 “구명조끼를 입고 안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계속하도록 지시하고 탈출했다. 그 구명조끼도 수량이 모자라고 불량품이 많았다.선원에 대한 교육훈련도 엄격하지만 승객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철저히 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관행인데, 세월호는 승객에 대한 안전교육을 전혀 하지 않았다. 비행기나 선박은 사고시 피할 곳이 없으므로 대피훈련을 1시간에 걸쳐 완벽하게 하는 것이 관례다. 사고 후 한동안은 규정을 지키는 듯하다가 세월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이 `한국형 건망증`이지만 사고는 항상 방심에서 온다는 것만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2014-04-21

독도여객선 관리 감독권 문제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있자 여객선의 안전관리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 본래의 선장 유고로 다른 선장으로 대체된 것도 지적사항이고, 선장과 항해사가 선객들보다 먼저 탈출한 것도 상식이하의 처신인데, 이는 평소 관리 감독 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이다. 암초 충돌설이 가장 유력한 사고원인으로 논의되는데, 평소 관리 감독만 철저히 했어도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가 출발하던 날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고, 운무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출항은 허가되지 않는데, 어찌 출발했는지 의문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선박이 항로를 이탈할 수 있고, 암초지역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평소 지도 감독이 철저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이같은 진도의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울릉도에는 15척의 여객선과 유람선이 드나들고 있다. 강원도 강릉항에서 2척, 묵호항에서 2척, 경북 울진 후포에서 1척 등 6척의 여객선이 운항되고, 울릉(사동)항과 독도 사이를 운항하는 여객선 6척, 그리고 유람 도선 3척 등 15척이 울릉군 관내에서 운항되고 있다. 그런데 도선을 제외한 여객선과 유람선에 대한 안전관리권을 울릉도는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 여객선은 포항해양항만청과 동해해양항만청이, 유람선은 해양경찰서가 각각 인허가와 안전점검 괸리를 맡고 있는 것이다.외지에 위치한 국가기관은 서류만으로 인허가 여부를 판단하고, 사후 관리 점검에는 관심도 적고 단속의 손길도 멀기만 하지만, 울릉군은 현지에서 매일 여객선을 접하고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훨씬 효율적으로 지도 점검을 할 수 있다. 특히 독도유람선의 경우, 울릉도에서 독도 사이를 운항하므로 육지에 있는 행정·사법기관과는 관련이 별로 없다. 그래서 불·탈법을 해도 단속할 행정기관은 멀리 있고, 가까이 있는 울릉군은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 독도 주변에는 암초가 많은데, 유람선을 자유방임식으로 방치해두면 안전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인천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침몰사고를 참고 삼아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지 행정기관이 인허가권과 관리 감독권을 가지거나 그것이 당장 어려우면 합동단속권을 울릉군에 부여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현지 행정기관이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는 말은 “정원 관리, 입·출항 관리, 휴항 결정 등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말과 같다. 특히 울릉도에는 항만청의 출장소나 관련 사무소도 없으니 실로 `고삐 풀린 선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울릉~독도 간 선박의 운항허가 및 관리권을 울릉군에 주어 효율적 관리 감독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2014-04-18

단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라

갑오년 새해 들면서 불행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한국인은 `수땜`이라는 말을 잘 쓰는데, 일찍 수땜을 하고 한 해가 내내 편안하기를 바랐다. 연초에 경주 한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눈무게에 무너져 100여명의 대학 신입생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으며, 몇몇 관계자들이 사법처리 됐다. 자식을 잃은 일부 학부모들은 보상금을 장학금으로 쾌척하는 모습도 보여 `불행중 훈훈한 미담`이 되기도 했다.이것으로 `연초의 수땜`이 되려나 했더니, 계모와 친부에 의해 어린 자식이 희생되는 사건이 터졌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숨지고, 배를 차 장파열로 생명을 잃고, 게임중독에 걸린 한 20대 친부는 어린 아들을 방치해두었다가 코와 입을 막아 질식사시켰다. 법원은 국민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려 공분을 사기도 했다. 참상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진주의 한 사립고교에서는 두 신입생이 교내에서 선배와 동급생에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설상가상의 불행이 또 겹친다. 15일 밤 9시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6천800t급 대형 여객선이 다음날 아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이다. 그 배에는 승객 475명이 타고 있었고, 그 중 325명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단원고교 학생들이었다. 이 사고에는 잘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다. 우선 사고원인이 아직 분명치 않다는 것과 배가 정지된 후 기울어지기 시작한지 단 2시간만에 급속도로 침몰했다는 점이다. 이 해역이 암초지대라 하나 깊이가 있어서 좌초로 보기도 어렵고, 선박내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수도 있으며, 좌현쪽에 크고 긴 흡집이 나 바닷물이 한꺼번에 대량 쏟아져들어오면서 급속히 배가 기울어 졌을 수도 있다. 자세한 것은 대형 크레인으로 배를 바로 세워봐야 알겠지만, 지금 당장 급한 것은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 일이다.17일 오후 8시30분 현재 179명이 구조됐고, 286명이 생사확인이 되지 않았으며, 10명 사망으로 집계되고 있다. 강풍으로 파도가 높고 물흐름이 빨라 구조가 매우 더디다. 선실 내에는 상당한 양의 산소가 남아 있을 것이지만, 다만 바닷물 온도가 섭씨 10도 정도여서 저체온증을 생존자들이 얼마나 견딜지 걱정이다. 그러나 SSU와 UDT 같은 전문인력이 대거 투입되니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6살 여자아이 권지연 양이 혼자 구조돼 부모와 오빠를 찾고 있으나 아직 생사를 모른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박근혜 대통령이 중앙대책본부를 찾아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지방선거와 무인첩보기를 놓고 다투던 정치인들도 이 경악스러운 사태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인명 구조와 사고원인 규명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하겠다.

2014-04-18

사람 생명이 왜 이리 가벼운가

참으로 경악할 일이다. 근래에 들어 어린 생명이 연이어 희생됐다. 지난해에는 경북 경산에서 고교 1년생인 최모군(15)이 지속적인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최근에는 교내에서 동료 학생들에게 맞아 두 명의 고교 1학년생이 사망했다.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는 계모에 맞아 2명의 어린이가 희생됐고, 게임중독증에 걸린 친부가 2살 아들을 입을 막아 죽이는 참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이란 말은 헌법책에나 있는 `법률용어`일뿐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자식을 죽인 계모와 친부는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같더라고 수사관들은 말한다. 인간생명을 가볍게 생각하는 풍조의 일단이 아닌가. 동급생이나 후배를 발과 주먹으로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폭력 학생들 또한 사람의 급소를 센 힘으로 가격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게임중독의 무서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자녀가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게임에 빠져 있던 친모가 결국 아이를 굶겨죽인 사건이 몇년 전에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친부가 두 살짜리 아들을 방치하다 못해 입을 막아 죽였다고 한다. 정모(22)씨는 어린 아들을 방치한 채 PC방을 돌며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다가 2~3일에 한 번씩 집에 들러 아들의 생존을 확인한 후 게임방으로 가는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게임하는 데 방해된다고 생각해 입을 막아 죽인 뒤 시신을 아파트 화단에 묻었고, 별거중인 아내가 아들을 보러왔다가 추궁하는 과정에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계모의 어린 딸 살해사건에 대해 법원이 상해치사죄를 적용하자 국민들은 터무니 없다며 법원을 성토중이며, 검찰은 항소하겠다고 했다. 아들의 입을 막아 죽인 게임중독 친부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해서 게임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하겠다.경남 진주의 한 사립고교에서 두 명의 1학년 학생이 동료 학생에게 맞아 목숨을 잃었는데, 그것도 교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교내에는 기숙사공간 같은 CCTV가 잡아내지 못하는 `폭력의 사각지대`가 있다. 이런 공간이 있는 한 폐쇄회로 TV는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학교를 교도소처럼 곳곳에 CCTV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경악할 일은 사건이 벌어진 진주의 학교 이사장은 경남교육감의 부인이며,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학교폭력 예방 우수기관으로 표창까지 받았다는 것이다.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학교폭력과 치사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예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신입생이 들어오는 4월에는 특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사회 전체가 감시를 해야 한다.

2014-04-17

신라정신을 기리는 마음들

신라문화를 기리는 전시회가 최근 미국과 국립경주박물관 두 곳에서 열리고 있다. 신라정신이 형상화된 신라유적 유물들이 묘한 매력을 내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사람들은 왜 신라문화에 끌리는 것일까. 신라는 `황금의 나라`로 서방세계에 알려져 있으니 황금 유물이 서양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인가. 신라를 관통하는 융화·화합정신이 분쟁 많은 지금의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에 끌린 것인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이 열리는데, 이 전시회를 기획한 큐레이터 이소영(43)씨는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했다. 뉴욕 신라전에 20만명 가량이 이미 다녀갔는데, 금관과 금동반가사유상 등 국보 9점을 포함해 신라의 대표적 문화재 93점이 출품됐다. 서방에서 신라 주제 전시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관람객들은 금관을 보고 “원더풀!”을 연발했고,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앞에서는 발걸음을 옮길 줄 몰랐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금관이 있지만 신라금관만큼 기품있고, 화려하며, 균형미와 조화미를 갖춘 금관은 없다. 또 반가사유상의 미소만큼 완벽한 자비를 표현한 얼굴은 없다. `모나리자의 미소`에 사람들이 열광하듯이 반가사유상이 가진 `법열의 미소`에 미국인들이 감동한다.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이고, 큐레이터만 100명이나 있다. 1870년에 설립된 이 박물관은 1998년 한국실을 개관하고, 이소영씨를 큐레이터로 영입했다. 그는 컬럼비아대학 미술사학과를 나와 이 박물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씨는 외교관의 딸로 태어났으며, 이번 신라전을 준비하면서 경주를 4번 들렀고, 최근에는 한국실에 전시할 신라유물을 대여받기 위해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했다. 한·미 간 문화외교의 중심에 그녀가 서 있는 것이다.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지난 8일부터 상설전시관인 `신라역사관`과 `신라미술관`에서 `배병우 사진전`을 열고 있는데, 신라역사관에는`경주서악동 능묘군`과 `흥덕왕릉의 십이지 원숭이상과 소나무`등 두 점을 전시하고, 신라미술관에는 `석굴암 본존불`사진을 전시한다. 신라왕릉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고, 신라불교 조각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배병우 작가는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며, 한국의 문화를 사진작품으로 남긴 대표적 작가이다. 그는 우리의 문화유산과 자연을 즐겨 사진에 담고, 특히 경주남산의 소나무를 찍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나라 밖에서, 나라 안에서 신라정신을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조짐이다. 장차 남북간의 문화교류에서도 신라문화가 그 중심에 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4-04-17

한동대 새로운 모습 기대된다

포항지역에 종합대학이 없던 시절, 지역 기업인이 한동대를 설립했다. 포항공대와 전문대학 뿐이었던 지역에서 종합대학이 설립된다니, 시민들은 부푼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그 기업은 곧 자금난에 봉착했고, 결국 학교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그 때 대학을 인수한 재원이 온누리교회 등 기독교 자금이었다. 그리고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영길 총장이 부임했다. 대학이 종교학교처럼 운영되니 포항시민들은 실망하며 “우리지역 기업인이 세운 대학인데, 지역민과의 거리가 멀어져가고 있다”며 많이 섭섭해 했다.사실 한동대 경영이 그랬다. 우수 인재를 영입한다는 이유로 서울·부산 등 대도시를 다니며 입시설명회를 열었고, 포항이나 경주는 소외되었다. 그 설명회도 교회에서 주로 했다. 기독교인의 자녀를 입학생으로 선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교내에서도 기독교행사가 빈번히 열렸고, `성시화운동`에도 앞장 섰다. 그래서 “한동대는 선교사 양성을 위한 대학이냐”는 소리도 나왔다. 시민들의 실망감이 깊어지는 만큼 지역과 대학의 거리는 멀어졌다. 그런 와중에 김영길 총장은 송사(訟事)에 말려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장순흥 총장이 부임할 때부터 포항 경주 영천 등지의 시민들은 새로운 기대를 가지기 시작했다. 장 총장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대학도 지역을 외면해서는 정상적인 존립이 어렵다. 대구가톨릭대학 홍 철 총장이 `지역과의 유대 협력`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동대가 `기독교 대학` 이미지를 견지해간다 하더라도 지역과의 반목이나 정서적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 지역 대학의 뿌리는 지역에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장 총장은 올 2월 취임사에서 `세상을 바꿀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낸 그는 창조경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실행방법을 체득하고 있었고, 그 포부를 한동대에서 실천해보려 했음이 분명하다. 그는 10대 과제 중 첫 과제로 `지역 인재 40명을 신입생으로 선발`해 지역과의 유대를 정립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철강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일인데, 의·식·주 등 기존산업에 창의력을 결합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조해낼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한동대는 꾸준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상품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 했다.그동안 한동대가 우수한 인재를 많이 영입했고, 눈에 띄는 업적을 낸 것도 사실이지만 불필요한 잡음과 `지역과의 거리감` 때문에 그런 특장점들이 묻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새 총장을 맞아 새로운 모습의 한동대가 되겠다고 한다. 명실공히 `지역에서 키워주고, 지역을 키워주는` 상생의 종합대학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2014-04-16

한 국회의원의 수상한 생각

백령도, 파주, 강원도 등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북한이 1950년대에 농약을 살포하기 위해 개발한 AN-2기이고, 날개는 천으로 덮었기 때문에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으며, 한 대 당 제작비는 2천만원 정도이다. 낮은 고도로 느린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산골짜기 사이 비행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AN-2기는 야간을 틈 타 소형 폭탄을 실어 나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모르고 있었던 사실`인 것처럼 국방부 관계자들이 답변한 것은 `군사기밀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함`이라 해석할 수 있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한국군이 많은 비용을 들여 미국식 군사시스템을 접목시키고, 비싼 첨단 무기를 들여오는 데만 신경 쓰는 동안 북한은 한반도 지형에 특화된 저비용·고효율의 비대칭전력을 개발했다”고 했다. 첨단 무기는 재래식 무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과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유황도는 천연동굴이 많은 요새였고, 아무리 폭탄을 퍼부어도 꿈쩍 않았는데, 재래식 무기인 화염방사기에 항복했다. 뜨거움을 이기지 못한 일본군들이 자살하거나 투항을 했던 것이다.천안함 폭침때도 종북좌파들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고, 한국의 자작극”이라 했다. 이외수 같은 작가도 한국정부가 지어낸 소설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번 AN-2 무인기가 청와대, 첨단 무기가 많이 배치된 백령도, 군부대가 밀집한 강원도 일대를 촬영하다가 추락한 사실을 놓고도 의문을 제기한 야당 국회의원이 있었다.정청래 의원은 “북한의 소행이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했다. 그는 “북은 아래아한글을 쓰지 않는데, 이 무인기에 쓰여진 설명서는 그런 글자체로 적혔으며, 북의 것이라면 주체 몇년 등 연호를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그런 연호가 없다”고 했다.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그는 북의 실정에 너무 어둡다. 북은 `광명납작체`란 이름으로 이미 대남부서에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을 정탐하는 무인기는 간첩기인데, 그런 첩보용 비행체에 북한 연호를 적어 놓는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컴퓨터칩에 적힌 일련번호까지 지운 것은 철저히 소속을 감추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다.정 의원의 의문 제기에 대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대한민국정부가 하는 일은 다 조작이라 생각하는 너는 너의 조국으로 가라”고 했고, 정 의원은 “법대로 처리해 줄 것이니, 너의 감옥으로 가라”고 응수했다. 김 의원은 다시 “이분 역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맞받았다. 이같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말싸움을 보고 북한은 득의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남남갈등 유발로 `남한 내부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도 적화혁명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의 의도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를 묵과할 수 없는 일 아닌가.

2014-04-16

외교관은 관광가이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재외공관장 격려 만찬자리에서“재외공관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오는 정치인들이나 유력 인사들의 편의 제공과 일정 수행 등에 열중하는 비정상적인 업무 행태는 이제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국익을 위한 외교전을 펼치고 재외 국민과 동포들의 삶을 보살피는 일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겠느냐”면서 “그런 일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기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은 또 “우리 국민이 세계 어디에 있든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재외공관이 든든한 보호자가 돼 줘야 한다”면서 재외 동포 지원, 일자리 창출과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경제외교 역량 극대화도 주문했다.지금은 국경개념이 흐려지고 `경제영토`란 말이 일반화됐다. FTA를 체결하면 `경제적 국경`이 무너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각국과 활발히 FTA를 체결하고 있다. 이웃 나라들은 “한국의 경제영토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며 부러움 반 질시 반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일이 바로 재외공관원들이 수행하는 경제외교다.이번에 대통령이 일침을 가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해외여행시 공관원들이 관광가이드처럼 수발을 들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공무상 해외여행을 할 경우 공관이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고, 업무 지침에도 있는 일이다. `국회의원 해외여행시 예우에 관한 지침`은 현지 공관이 의원들에게 공식 일정 주선, 현지 교통 편의 제공 등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일정`이란 것이 공무(公務)라기 보다는 `관광`이 대부분이고, 특히 관광시즌에는 의원들의 방문이 몰리기 때문에 공관원들이 시간과 일손을 다 뺏긴다는 점이 문제다.공관원들 중에는 “외교관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관광가이드가 된 느낌”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명목은 경제협력이지만 산업·문화시설 시찰은 없고, 관광과 쇼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리에 어두워서 제대로 안내를 못하면 호통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열흘 일정 내내 공관 차량을 자가용처럼 타고 다녔다. 통역사 구실도 해야 한다. 정치권이 대선때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 개선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선거때 정치인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라는 불평도 나왔다.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이제 과거처럼 의원들이 견문을 넓히는 방식의 의원외교 시대는 끝났다. 정부외교, 민간외교와 함께 의원외교는 외교의 3대 축인데, 의원외교를 제대로 하려면 전문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공관원을 앞세워서 관광이나 하고 쇼핑이나 하면서 공관 차량을 자가용처럼 부리는 그런 무늬만의 의원외교는 사라져야 한다. 대통령의 `일침`을 계기로 의원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201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