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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정선거 후보자 영구 퇴출을

대구·경북의 지방선거는 새누리당 소속 후보자들끼리의 경쟁이고, 당에서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준다”며 100% 여론조사로 결정하거나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50:50으로 한다. 경북 지역은 대체로 여론조사로 공천자를 결정하고, 대구는 여론조사와 책임당원의 투표를 반반씩 반영키로 했다. 어떤 방식이든 `유권자들의 뜻`을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전화여론조사에도 불법이 끼어든다. `유선전화의 휴대폰 착신전환`을 통한 여론조사 왜곡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량의 유선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이를 특정 후보측의 휴대폰 또는 다른 착신전화로 연결해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시키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이런 짓을 하는 자들은 주로 `선거브로커`들인데, 전화국에서 다수의 전화 회선을 확보하는데 개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선관위는 파악하고 있다.새누리당 포항시장선거에 나선 한 예비후보는“지난달까지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을 보이던 후보간 지지도가 최근의 조사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착신전화를 통한 여론조작 가능성을 의심케한다”고 했다. 선관위는 전국적으로 이같은 불법이 극성을 부리자, 전국 시·도 선관위에서 54개 광역조사팀 소속 400여명을 투입해 전화 착신 전환을 통한 여론조사 왜곡 조작 행위를 경선이 끝나는 4월 말까지 집중 조사키로 했다. 선관위는 KT 전화국이나 이동전화 회사 등을 대상으로 최근 무더기로 전화번호를 개통한 경우가 있는지 파악하는 한편 여론조사 회사로부터도 자료를 제출받기로 했다.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포항시장 경선 1차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조직적인 조작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선관위는 최근 새누리당 경북도당과 여론조사기관인 P사가 의뢰해온 조사요청을 접수했다. P사가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사 대상 일반전화번호 가운데 맨 끝자리가 연번으로 이어진 신규 번호가 많이 나온데다가 한 명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조작혐의를 찾아냈고, 그 특정인의 다른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지지율과 순위가 급증한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P사는 즉시 이 사실을 경북도당에 통보하고 도당은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다며 선관위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선관위는 포항에서 문제의 전화번호 개설 장소를 일일이 방문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컷오프 통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천신청을 반려키로 했다.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사생결단하는 선거전이지만, 부정한 방법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후보자는 선거에서 영구히 배제시켜야 한다. 선거법을 개정해서라도 부정선거를 획책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영구히 피선거권을 박탈해야 선거혐오증을 씻고, `축제선거`로 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04-15

어린이 학대 살해범의 양형기준

저항할 능력도 없고 회피할 방법도 갖지 못한 아이를 상습적으로 폭행 학대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들게 하고, 마침내 사망케 한 부모라면 그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비정상이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인으로 봐야 할 것이고, 이런 사람들일 수록 자신의 죄를 면탈하는 데는 천재성을 발휘한다. 칠곡의 계모 임모씨(35)가 자신의 죄를 12살 된 의붓딸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라든가, 수사중`자상하기 짝이 없는 편지`를 딸에게 쓴 것 등에서 그 간교함이 드러난다. 이런 사이코패스들은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시키는 것이 사회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형 법체계를 가져야 한다. 미국은 아동 학대 치사에 1급살인죄를 적용한다. 2002년 뉴멕시코주에서 생후 5개월 된 아기가 부모에 학대를 당하다가 숨졌다. 그때 가해자들이 낮은 형을 선고받자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형량을 `최소 30년 징역`으로 높였다. 또 지난해 3살배기 여자 아이를 담뱃불로 지지고 머리를 때리는 등 학대하다 숨지게 한 계부에게 미국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은 아동 학대 살해범의 천국”이란 소리를 듣는 이유다.우리나라 형법은 유교적이다. 존속살해범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만들어 엄히 처벌하지만 직계비속에 대해서는 특별 조항이 없다. 일반 폭행치사나 과실치사 정도로만 보는데, 부모에 대한 폭행은 큰 죄이고, 자식에 대한 폭행은 훈육으로 간주하는 가부장적 전통이 법체계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런 사고방식은 `양형기준`에도 반영된다. 현행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더라도 법정형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데, 법원의 양형기준은 10년6월을 상한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울산의 계모에게는 15년을, 칠곡에서는 10년을 선고하면서, 법원은 “그것도 가중처벌”이라 주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수적 법체계는 항상 국민의 법감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인터넷 온라인이 법원에 대한 비난으로 마비될 지경이고, 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말도 안 된다”며 성토하고, 선고가 있던 날 법원 앞에는 `사형`이라 쓴 쪽지를 든 시민들이 운집했다. 법이 `상식`을 벗어나면 그것은 이미 `독단`이다. 국민의 소리는 `상식 수준`이다. 그 상식을 거역하는 것은 오만이고, 독선이다. 법치의 선진국인 미국 영국도 국민의 법감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어린이 살해범에 대한 형량을 크게 올렸다.아이를 지속적으로 폭행 학대하면 그 아이는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그 정신적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면서 자칫 반사회적 성격장애인이 되거나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어린 영혼을 이렇게 병들게 한 죄도 무거운데 살해까지 했는데, 왜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인가.

2014-04-14

언제나 한가하고 느긋한 국회

대학생의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저리로 바꿔주는 법안이 8개월째 국회에 방치돼 있다. 6~7% 금리로 대출받아 이자 갚기에도 허리가 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복음이었지만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기약이 없다. 현재의 금리 수준인 2.9%로 낮춰주기야 한다면야 얼른 빚을 갚고, 신용불량자로 떨어진 처지도 벗을 수 있겠지만 정부의 이 정책을 야당이 질질 끌기만 해서는 `대출자 66만여명의 속에 불만 지르는 정책`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하루가 급한 민생법안을 속히 처리해달라”고 간청을 하지만 국회는 들은 척도 않는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6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의 대출금을 한국장학재단이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하면 기금 측이 소득수준에 따라 원금의 30~50% 감면(기초생활보호대상자 70%) 혜택을 주는 관련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출범 1년이 넘은 국민행복기금은 4천200여 개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100여만명의 부실채권 10조3천억원을 인수했는데,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선 한국장학재단법에 근거 규정이 신설돼야 지원할 수 있다. 이 법안도 야당의 요구사항과 정부의 재정 여건 등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표류중이다.국회의 느긋하고 한가한 자세는 이것뿐만 아니다. 정부는 규제를 화급히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며 서두르고 있지만 국회는 한가롭기만 하다. 규제개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는데, 국회에 방치된 정부 발의 규제개혁 법안이 67개나 된다.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18대 국회에 제출된 규제완화법안이 102건인데, 그 중 67건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 또는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데에는 정부의 소극적 태도도 한 몫을 하는 모양이다. 대통령의 엄령이 있기는 하지만 `은근히` 정부규제가 폐지되지 않기를 바라는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위치정보산업`은 그 시장규모가 올해 82억6천여만 달러로 급성장 중이지만 우리 기업들은 진입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법안도 19대 국회때 발의되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논의된 바 없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2012년 7월에 내놓은 `서비스산업 발전법`도 같은 처지다.이한구 의원이 지난해 9월 “국회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하게 되면 사전에 규제영향평가를 하자”는 취지로 발의된`이한구법`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 규제개혁 붐이 일어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국회가 6·4지방선거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본연의 의무를 방기한다면 국회는 점점 국민의 신뢰에서 멀어질 것이다. 국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하는` 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4-04-14

화신(花信)만큼 반가운 소식들

대구시 공무원들은 2005년 전국 최초로 공무원봉사단을 만들었다. 7천900여명의 단원들이 부서별로 정기적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급식, 청소, 건강체크 등 노력봉사와 3억3천500만원 상당의 성금·물품 지원을 했다. `행복나눔 모금함`은 동전수집함을 설치해 집이나 사무실에 잠자는 동전을 모았다. 유통되지 않는 동전을 보충하기 위해 동전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동전모으기는 국가예산 절약의 한 방법이다. 장애인 시설을 찾아 봄꽃 심기 봉사도 하고, 재능 나누기, 취미클럽과 연계한 자원봉사도 하고, 봉사활동 사진전도 열고 있다. 대학 MT가 membership training이라는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술판으로 밤을 새는` 행사로 변질됐고, 술에 약한 신입생들이나 종교인들은 `제일 싫은 과정`이고, 매년 이런저런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경주 위덕대 유아교육과는 재학생과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교내에서 `소외계층 어린이를 돕기 위한 따뜻한 MT행사`를 가졌다. 1부 `나눔 팔찌 만들기`에서는 직접 팔찌를 만들어 재학생들에게 저렴하게 팔아 기부금을 마련했고, 2부 레크레이션에서는 장기자랑 등 다양한 게임으로 함께 즐겼다. 이런 모습이 새로운 MT문화로 확산됐으면 한다.예천은 `식초의 고장`으로 부상되고 있다. 이미 개발된 `오곡미초`에 이어 이번에는 한 농가가`순수 사과식초`를 개발했다. 오곡미초는 현미 찹쌀 보리 기장 차조 등 5곡과 솔잎을 이용, 전통방식으로 만든 식초이다. 최근 개발한 사과식초는 농촌진흥청, 경북농업기술원의 기술지원과 농가컨설팅을 받으며, 2011년부터 시험생산을 시작했는데, 9번의 실패를 거친 후 그 원인이 `발효단계의 온도 유지와 산소 공급`에 있음을 발견하면서 성공의 길로 들어섰다. 국내 최초로, 농가주도로, 객물 들지 않은 100% 사과식초를 생산, 사과의 소비 촉진과 농가 부가가치 향상에 기여하게 됐다.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에밀레종으로 알려진`성덕대왕 신종`을 복원한다는 소식이다. 경주박물관에 옮겨진 이 대종은 그동안 `제야의 타종`으로 울려왔는데, 전문기관의 진단 결과 “종에 금이 많이 가 깨어질 우려가 있다”해서 타종이 중단됐다. 박물관에서 종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제작했으며, 박물관 방문객들은 `녹음된 종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 종이 복원되면 제야의 종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고, 개천절이나 광복절 등 국경일에도 타종할 수 있게 된다.물론 완벽한 복원을 위해서는 재질, 크기, 두께, 모양, 소리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원형과 일치해야 하기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동원된다. 일성원음(一聲圓音)이라 일컬어지는 그 원음(原音)을 다시 듣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2014-04-11

지자체 규제가 `규제의 몸통`

중앙정부 규제보다 지자체 규제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의 몸통이라면서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지자체 등록규제 약 10%를 연내에 폐지하겠다고 했다. 또 상위법에 이미 폐지된 규제를 지자체 조례 등에서 조기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지자체가 만든 규제 중에서 불합리한 것을 없애고, 불필요한 규제가 새로 생기는 것도 최대한 억제키로 했다. 또 강 장관은 적극적인 행정을 하다가 생기는 공무원의 과오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대한 면책하겠으며, 반면 법령에 근거도 없는 별도의 자료를 요구하는 공무원 행태와 관행은 특별감사를 통해 엄히 문책할 것이라 했다.또 안행부는 규제 개혁 실적에 따라 특별교부세를 파격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규제를 혁파한 공무원은 인사상 우대하며, 업무처리의 공익성·타당성·투명성이 1차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 했다. 중앙정부 위임사무의 해석과 재량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유사규제, 근거 없는 규제, 관행에 따른 규제를 혁파하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공직자의 자세가 우선 정착돼야 하겠다.최근 울릉군이 계절별 독도 입도 횟수 제한을 풀어달라고 문화재청에 건의했으나 거절됐다. 연중 5~6월은 울릉·독도 관광 최대 성수기이고, 독도 입도 관광객도 점점 늘어나는데, 문화재청은 “바닷새 산란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여객선 입도 횟수를 6회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장호 푸른 울릉 독도 가꾸기 회장은 “현재 독도 탐방객이 받는 규제만으로도 독도 생태계는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바닷새 서식지는 서도이고, 탐방객이 들어가는 곳은 동도이며, 관광객들은 물양장 내에서 30분간 머물며, 소리를 지르거나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규제`를 받기 때문에 바닷새 번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문화재청은 주먹구구로 탁상행정이나 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이런 문제는 안행부나 총리실에서 중재 조정을 해야 할 일이다.지자체 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고 포항시 또한 그런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포항시 만큼 기업하기 어려운 도시도 없다. 그것은 산지전용허가 등 개발행위를 위한 도시계획행정이 전국에서 가장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구에 사는 김모씨(50)는 포항에 공장을 짓기 위해 1년간이나 시청을 들락거렸으나 끝내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포항에서는 부지를 구할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대형 생산공장이 적지 않다. 정부의 산림법 시행령에는 산림훼손`입목축적률`이 150%이고, 인구 50만 도시들 대부분이 그 기준을 따르고 있는데, 유별나게 포항시만 60%미만을 조례로 정해놓고 있다. 안행부 감사실이 감사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2014-04-11

어린이 살해 계모에 극형을

`인문학 마을`을 표방하는 경북 칠곡에서 차마 인간의 짓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참혹한 어린이 살해사건이 일어났다. 계모에게 1년간이나 학대를 받아왔던 8살 짜리 여자 어린이가 배를 맞아 장파열로 숨졌다. 바로 입원치료를 받았더라면 살 수 있었겠지만 그 상태로 3일간이나 방치해 아이는 생명을 잃었다. 계모와 생부(生父)가 8살 짜리와 12살 짜리 두 자매를 폭행·학대한 전말을 보면 이들이 인간인가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 법은 선진국의 법과는 많이 다르다. 미국 같으면 이런 어린이 살해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 징역 100년 같은 중형으로 영구히 인간사회와 격리시킨다. 그러나 대구지검은 계모에 상해치사혐의로 고작 징역 20년을, 폭행에 가담한 생부에게는 7년을 구형했다. 이런 사건이 중세 유럽에서 일어났다면, 계모는 마녀로 화형을 당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이 이렇게 가해자에게 관대하니 아동학대가 그치지 않는다.계모는 8살 딸이 숨지자 그 혐의를 12살 딸에게 뒤집어 씌웠다. “인형을 뺏기 위해 발로 차서 동생을 숨지게 했다”는 진술을 하도록 계모와 생부는 강요했던 것이다. 평소 계모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하고 `충성경쟁`훈련까지 받은 언니는 두려운 마음에 시키는대로 진술했다. 검찰은 그대로 기소했지만, 변호인단은 언니에 대해 심리치료를 한 후 `진실`을 듣게 되었다. 자신의 살인죄를 어린 딸에게 뒤집어씌운 부모라면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이다. 지속적인 학대에 의해 극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힌 어린 소녀는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으로 `시키는대로` 말했을 것이다.12살 언니는 대구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데, 스케치북에 쓴 낙서를 보면 절망적인 심리상태가 그대로 나타난다. “죽고 싶다”란 말이 여러번 나오고,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란 글도 있다. 낙서장에는 마구 휘저은 그림들도 난잡하게 그려져 있다. 영남대 유아교육학과 이현진 교수는 “글자와 선들이 거칠게 그어진 것으로 볼 때 아이가 심히 불안해 하고 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그림 등은 자해할 수 있는 심리상태를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시민단체와 고모 등 유족들은 상해치사죄 적용은 터무니 없다는 의견을 냈고, 국민의 법감정도 20년 구형은 너무 가볍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같다. 어린이를 지키지 못 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병든 사회라고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울산에서도 계모가 어린 딸아이를 때려 갈비뼈 16대와 다리뼈를 골절시켜 사망케한 사건이 있었는데, 울산의 검찰은 살인죄를 적용했다. 두 사건 다 11일에 1심 선고공판이 있는데, 교활하고 잔인한 악녀를 국민의 법정서에 어긋나지 않게 처벌해 주기를 기대한다.

2014-04-10

`정책선거`에 충실한 후보

6·4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니 선거전도 과열양상으로 치닫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여야 정당간의 경쟁이 아니라 새누리당 예비후보들 간의 경쟁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상향식 공천방식을 채택하니 예비후보자들은 `이미지 홍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정책을 내놓는 공약보다 이미지홍보에 치중하니 상대방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홍보활동에 더 주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북도선관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말까지 적발된 선거법 위반행위는 총 188건인데, 이것은 지난번 지방선거인 2010년의 같은 기간보다 무려 2배나 많은 숫자이다. 그만큼 선거운동이 치열하고 치열함이 도를 넘다 보니 혼탁해지고 있음을 말하는 통계이다. 위법행위의 유형을 보면 기부행위 107건, 인쇄물 관련 24건, 시설물관련 21건, 공무원 개입이 5건, 허위사실 공포가 3건인데, 허위사실 공포는 앞으로 점점 늘어날 낌새다.금품살포, 선심행정, 공직비리 폭로, 유언비어 등은 선거때 마다 등장하는 불법 비리의 유형이지만, 100% 여론조사로 공천자를 결정하는 지역의 경우, 유언비어로 상대방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선거전략이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대선 때 `김대업 폭로`로 이회창 후보가 분루를 삼킨 전례도 있지만, 투표일에 임박해서 터진 폭로전은 `해명`할 시간도 없어 고스란히 당하고 만다. 이번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에서도 그런 유(類)의 폭로가 난무하지 않을 지 우려된다.벌써부터 상대방 흠집내기 폭로전이 가열화되고 있다. 상대방의 탈당전력과 비리전과 폭로, 현직 군수의 선심성 사전선거운동 폭로, 병력비리 의혹 제기 등이 난무한다. 유선전화의 착신전환을 통한 여론 조작 왜곡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새누리당의 경선 일정이 임박하고 후보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가 4월에 집중되니 여론조작·왜곡 행위도 이 때 가장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몇 명 예비후보의 이름이 빠진 여론조사가 시작됐다”는 헛소문이 퍼졌다. SNS에 “공무원을 괴롭히는 직업은 국회의원보좌관, 경찰관, 시골에서 평생 공무원을 한 공무원”이란 글을 띄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비교하는 이미지홍보도 한다. 성주의 모 후보는 현직 단체장의 비리자료를 언론에 제공한 제보자로 의심받아 `해당행위자`라며 공천탈락 위기에 몰리기도 한다.이같은 난타전은 선거혐오증을 더 부추긴다. 가뜩이나 선거를 외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이런 난장판은 혐오증을 가증시킨다. 비리가 있는 후보나 이를 폭로해서 득을 보려는 후보나 다 거기서 거기다. 점잖게 `실현가능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정책선거에 충실한 후보자`에게 호감이 가는 선거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2014-04-10

생활규제부터 혁파하라

대통령 주제 끝장토론 후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일반국민의 요구가 봇물 터졌고, 불과 보름 사이에 1천547건이 들어왔다. 그 가운데 생활 속 규제는 667건으로 가장 많았고, 개발제한구역 내 주택 건축 제한, 교육 관련 인허가, 자동차 검사, 병역 관련 검사 절차 같은 규제가 국민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동안 국민들은 “관청에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 며 참아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니 “이런 규제를 없애달라” 요구하는 것이다.“통신이 발달해 전화와 인터넷으로 상담이 가능하니, 33㎡라는 사무실 면적에 대한 규제는 필요 없다”는 직업소개소 운영자. “흡연구역을 출입구에서 10m 밖이란 규제는 비현실적이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대로변이나 남의 가게까지 가야 한다”는 술집 주인. “호텔을 퇴폐 시설로 보고 학교와의 거리 규제를 두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숙박시설 운영자 등의 생활규제에 뒤이어 자영업자 규제가 411건, 기업 규제는 211건, 투자 규제는 186건 순이었다.`대못 규제` 외에 `손톱밑 가시`같은 생활속 규제가 많다는 것도 이번에 드러났다.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들이 지방에 늘려 있지만 늘 乙의 입장에 있는 주민들은 참고 견디는 편이었고, 甲의 위치에 있는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 생각은 없고, 오히려 존속시키려 했던 것이다.이번에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에서 민간인에 의해 발견된 북한의 무인항공기 때문에 정부는 규제를 또 하나 만들었다. “모든 무인항공기를 정부에 신고하라”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12kg이상 무인기만 신고했는데, 지금은 리모콘으로 조정되는 취미·레저용 작은 무인기까지 포함시켰다. 동호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경북도는 선도적인 규제개혁 마스트플랜을 발표하는 등 도민의 눈높이에 맞춰 나쁜 규제와 그림자 규제를 중점적으로 혁파키로 했다.`규제개혁현판식`을 갖고 `살맛나는 경제, 행복한 도민`을 규제개혁 비전으로 제시하고 수요자 중심, 현장중심의 규제 개혁, 불합리한 자치법규 일괄정비, 행정규제시스템을 통한 민원공무원의 소극적 행태 혁파, 능동적 규제개혁을 위한 조직역량 강화, 민·관 소통을 통한 규제개혁 투명성 강화 등 5가지 중점 추진 과제를 정하고 규제개혁 수요가 많은 창업·투자, 농축산, 산림, 환경, 보건 등을 규제 개선 7대 중점분야로 선정하고 현장중심의 과제를 발굴 개선키로 했다.지방선거와 맞물려 규제개혁 행보는 속도를 낼 것이지만 선거 끝난 후에도 그 같은 열의가 계속될 지는 의문이다. 또 없앤 규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되살아나는 일은 없을지 염려된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할 부분이다.

2014-04-09

자치단체장들의 비리와 의혹

감사원이 권영택 영양군수와 부군수, 총무과장 등 7명의 징계를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권 군수는 2009년 3월 삼지연꽃 테마공원 조성공사를 하면서 하자가 있음에도 준공처리를 해주도록 담당자에게 강요했으며, 담당자가 거부하자 부군수를 시켜 준공을 허가했다고 한다. 그 결과 8천만원 상당의 수목들이 고사했으며, 공사 지연 대금 12억원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권 군수는 지난해 3월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행정6급 승진대상자 중 한 명을 제외하도록 지시하고도 위원장에게는 해당 대상자가 승진을 양보했다고 허위보고를 했다. 또 직원들의 근무성적을 임의로 부여하거나 인사시스템에 입력된 점수를 무단으로 변경하도록 인사담당자에게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군수에게는 주의 처분을, 부군수와 준공검사 부당 처리 공무원 2명, 인사비리 관련 총무과장 및 공무원 4명 등에 대해 각각 징계를 요구했다.얼마 전 김항곤 성주군수에 대한 얘기들도 논란거리다. 그는 2012년 생일때부터 매년 간부 공무원들로부터 황금열쇠를 받았다. 간부 18명이 매번 10만원 씩을 거둬 200만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생일선물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김 군수는 문제가 불거지자 돈을 갹출한 간부공무원들의 통장으로 부담한 액수만큼 송금했다고 한다. 들통이 나지 않았으면 그냥 입 닦고 넘어갔을 일이었던가. 더구나 김 군수는 2012년 여름휴가 때 성주의 건설업자 Y씨(58), 석산개발업자 K씨(60) 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일본 훗카이도에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이들은 `골프 접대 외유`가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곧이곧대로 믿을까. 업자들로서는 인·허가권을 쥔 군수가 甲이다. 성주시민들은 “군수가 업자들과 어울려 해외로 골프여행을 다닌 뒤 제대로 지도 단속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성주에도 18홀 골프장이 있는데, 굳이 일본서 골프를 한 것도 `참외밭에서 신발끈을 맨`일이다.달성군이 태양광설비를 담보로 제공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는 계약서 조항을 무시한 것도 문제다. (주)달성솔라에너지측이 2곳의 저축은행으로부터 발전소 건립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담보제공을 승인한 것이다. 달성군과 회사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에는 `달성군의 사전 서면승인 없이 채권을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한 전문가는 “계약서대로 달성군이 태양광설비 업체를 재공모했다면 많은 회사들이 나설 사업인데, 무리하게 특정업체를 위해 담보를 제공하도록 허락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민선 자치단체장이 사심으로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는 일이 있다면 사법처리를 받아 마땅하다. 지방자치는 오로지 국민들을 위한 자치행정이 돼야 마땅하다.

2014-04-09

경주 벚꽃축제와 교통문제

경주는 요즘 벚꽃으로 뒤덮여 있다. 보문단지와 그 도로변, 불국사 가는 길, 월성 벚꽃단지, 김유신장군 묘역 등등 벚꽃천지 아닌 곳이 없다. 과거에는 경남 진해 벚꽃축제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경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경주의 벚꽃은 일본이 묘목을 무료로 제공함으로 해서 광범위하게 조성됐다는 말도 있는 만큼, 지금의 한일관계에 비춰봐서도 그리 열광할 정도는 아니다. 앞에서는 추파를 던지면서 뒤로는 독도 망언, 위안부 부정 등 일본 아베정권의 교활·간사한 태도를 보면, 경주의 벚꽃이 그리 고와 보이지 않는다. 경주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벚꽃단지가 김유신 장군 묘역으로 가는 도로 400m이다. 이곳은 도로 옆으로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자라 그대로 `꽃 터널`이 돼 있다. 그래서 그 터널을 걷는 흥취를 만끽하려는 경주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차량 통행이 드문 야간에 이곳을 즐겨 찾기도 한다. 아마 전국에서 벚꽃의 정취를 여기 만큼 흡족히 누릴 곳은 없을 것이다. “극락 정원의 한 곳을 거니는 듯하다”는 소감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 이 400m의 꽃터널이 원망의 표적으로 돌변했다.이곳이 벚꽃축제장이 되면서 사람과 차량들이 북새통을 이뤄 인근 주민들과 학교가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이 심한데, 시에서는 주차시설이나 차량 유도에 손을 놓고 있다. 그래서 학원 가는 학생들은 지각하기 예사이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심한 불편을 호소한다. 축제장에 설치해놓은 대형 앰프에서 터져나오는 소음 때문에 인근 경주여중은 수업에 지장을 받는다. 벚꽃축제라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야 할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고 짜증난다면 이것은 축제라 할 수 없다.더 한심한 것은 노점상 40명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0일간 총 62개의 부스를 설치했는데, 그것도 사람이 다니는 인도를 점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시는 불법노점상 때문에 골치를 앓다가 기껏 내놓은 대책이란 것이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고, 부스 당 2만6천800원이라는 명목상의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람 다니는 인도를 상인들이 차지하니 관광객들은 찻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차량들은 사람에 막히고 차량들에 막혀서 통행이 되지 않는다. 김유신 장군이 지하에서 한숨을 쉴 일이다.벚꽃철이 되면 경주에서는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남녀 고교생 구간마라톤대회에 이어 동아마라톤대회도 있고, 각종 문화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마라톤대회는 교통체증을 반드시 동반하므로 경주시내의 도로는 `짜증도로`가 된다. 한번 경주에 왔다가 길이 막혀서 고생을 해본 관광객들은 “두번 다시 북새통 지역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할 것이다. 시는 무엇보다 교통문제 해결에 행정력을 모아야 할 일이다.

2014-04-08

공무원 선거개입 엄단하라

선거문화가 많이 개선됐다 하나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과거 자유당 시절 3·15부정선거는 `부정선거의 백화점`이었고, 정권이 바뀌면서, 선거를 주도한 내부무장관이 사형당하고, 그 하수인이었던 조폭 두목들이 줄줄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극심한 부정선거에 가혹한 처벌이 뒤따랐던 `역사에 남을 부패선거의 표본`이었다. 그것은 역사의 수치이지만 또 한편 참고자료가 된다. 부정선거가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지불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월 처벌법을 훨씬 강화했다. `1년 이상 10년이하 징역, 1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해서 하한선을 정해두었다. 그러나 효력이 의문이다. 지지하던 후보자가 당선되면 처벌은커녕 오히려 인사상 이익을 얻으니 관권개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도 공공연하게, 혹은 법을 교묘히 피해서 선거운동을 한다. 진급을 앞둔 공무원들로서는 이 기회가 실로 `로또 복권`이지만, 줄을 잘못 서서 당선자의 눈 밖에 나는 날이면 절망적인 상황을 맞기도 한다.특히 현직 자치단체장의 `보이지 않는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무원들의 `정세파악 노력`은 실로 치열한데, `현직 프리미엄`이란 것이 있으므로 `현직의 편`을 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SNS를 통해 현직의 업적을 퍼나르는 공무원이 많아지는데, 그것도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실명이 드러나는 일이 드물다. 공무는 뒤로 미룬 채 상대방을 염탐하러 다니는 공무원도 있는데, 이것도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단체장의 자서전을 무료로 돌리는 것은 위법인데, 무슨 행사가 있는 장소 몇 곳에 자서전을 놓아두고 그냥 가져가라고 귀띔만 하면 `무료 배포`는 아니다. 출판기념회에서 돈을 내고 구입하면 위법이 아니지만, 그 `봉투`에 든 돈이 책값의 수십배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출판기념회는 선거자금 조달의 기회”란 소리를 듣기도 한다. 돈을 받아도 탈이고, 안 받아도 탈인데, 문제는 그 자서전을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집안에 돌아다니다가 대부분 폐지 수집상에 싸구려로 팔리거나, 종이쓰레기 처리장에 실려나간다.중앙선관위가 최근까지 적발해낸 위반 사례가 140건에 이르는데, 그 중 11건은 검찰에 고발했고, 2건은 경찰에 넘기고, 127건은 경고했다. 그 중에는 인터넷 언론사에 건당 10~15만원씩 돈을 주고 유리한 기사를 쓰게 한 경우도 있었다. 선거때 언론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받겠지만, 언론이 형평성을 잃으면 그 언론은 향후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현직 단체장이 공금을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것은 철저히 감시해야 할 부패선거의 핵심이다. 선관위나 사법당국뿐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나서서 감시를 해야 할 부분이다.

2014-04-08

양의 탈을 쓴 호리(狐狸)꾼

호리(狐狸)란 말은 여우와 살쾡이란 뜻인데, 겉으로는 선량한 척하면서 뒤로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문화재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단체`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실은 호리꾼 짓을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과거 모 재벌 총수가 많은 호리꾼들을 거느리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골동품을 수집했던 일도 있었지만 그는 전시관을 지어 유물들을 잘 보관함으로써 “문화재의 국외 유출을 막았다”는 칭송도 들었다. 장모(57)씨는 경북 구미에서 잘 알려진 문화재 애호가였다. 야은 길재 선생을 추모하는 정자`채미정`을 매달 청소하고 낙산리 3층석탑을 돌봐왔다. 1984년부터 20년간 향토사 연구와 문화재보존회 활동을 해온 그는 2005년 비영리단체 `A문화지킴이`를 설립해 구미시로부터 5천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보조금은 문화재 주변 정비에 드는 비용으로 준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보호 간판을 내건 장 대표가 주로 한 일은 도굴이었다.그는 탐침이라는 긴 쇠꼬챙이를 들고 혼자 다니며 골동품이 있을만한 지점의 땅을 찔러보았고, 구미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문화재 유존지역 정보를 수집하거나 돌아다니는 여비로 사용했다. 탐침으로 쩔러보고 걸리는 느낌이 오면 곧바로 발굴을 했는데,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현 시가 40억원 가량으로 평가되는 `통일신라 시대 석조 약사여래 좌상`을 캐내기도 했고, 조선 초기 도자기인 `분청 인화 국화문 접시`를 발굴하기도 했다. 문화재 당국의 허가 없는 발굴은 도굴(盜掘)이고, 나라 마다 도굴범에 대해서는 엄히 처벌한다. 국가의 정신유산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그런데 장씨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도굴한 문화재는 무려 233점이나 되었다. 물론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매매하기도 했는데, 석조여래좌상은 고작 3억원에 모 사찰 권모(50) 주지에게 팔았다. 권 주지도 골동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어떤 사람이 집터 공사 도중 문화재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 구입하기도 했는데, 훼손된 부분을 전문적으로 보수하지 않고 본드로 때우는 바람에 `2차 훼손`이란 평가를 받아 값이 폭락했다. 수십억원으로 평가되는 이런 국보급 문화재가 일본 등지로 팔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양두구육(羊頭狗肉).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이형호(70) 한국한방산업진흥원장은 직원들과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뜯어내고, 업무추진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하며 간담회를 한 것처럼 허위공문서를 꾸며 비용을 결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다. 공기업의 비리는 끝이 없다. 발본색원에 많은 세월이 걸리겠지만 중간에 멈출 수는 없다.

2014-04-07

상주시의 모범·선진적 모습

경주와 상주를 합성해서 경상도란 행정구역 명칭이 만들어졌는데, 요즘 상주시는 그 이름에 값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로부터 상주는 삼백의 고장이라 했고, 매사 남다른 업적을 남겼다. 예컨대 자전거가 가장 잘 보급돼 자전거박물관까지 있는 고장이고, 경상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상주시의 `규제개혁 추진단`이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위법령에 근거한 규제에 대해선 중앙부처에 개정을 건의하고, 자치사무 관련 규제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방침이다. 또 지방규제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지방규제개혁위원회 운영을 통해 애로사항 발굴 및 제도개선, 인·허가 담당 공무원의 교육 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상주시는 2013년 지방규제 완화 추진실적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상주국제승마장이 한국마사회와 국민생활체육전국승마인협회에서 주관한 전국 승마장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우수 승마장으로 선정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IRC에 의뢰해 전화설문조사를 했고, 친절도, 강습프로그램, 교관의 능력 및 자질, 승마장 여건 등으로 평가했다. 상주국제승마장은 국제공인 규격 승마장으로 전국 최고의 시설과 유능한 교관, 잘 훈련된 말이라는 3박자를 갖추고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는 승마가 새로운 관광레저 산업으로 부각되는데, 상주시는 이 분야에서 앞서 가고 있다.상주시의 낙동8경 힐링 승마길 조성 사업이`2014년 산업육성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데, 상주시는 향후 경북도와 협의해 상주국제승마장과 구미승마장을 연결하는 총 40km의 `낙동 힐링 투어로드 조성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조성되고 있는 자전거 역사 이야기촌,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수상레즈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관광자원화사업과 함께 골프, 승마, 요트 등 3대 스포츠를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레저스포츠 관광명소를 만들어갈 것”이라 했다.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접목선인장이 해외 시장에 잘 팔리고 있다. 접목선인장은 90% 이상이 수출되는데, 화훼 수출회사인 정풍무역(주)를 통해 네덜란드와 미국 등지로 나간다. 현재 공성면에서 재배되는 접목선인장은 가격 변동폭이 적고 판로도 안정적이어서 고소득 유망작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올 들어 지금까지 1억원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렸고, 연말까지 100여본을 생산해 4억원 이상을 수출할 계획이다. 또 상주시 함창읍 소재 경북도참사곤충사업장에서 추진하는 `지역곤충자원산업화지원센터` 건립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돼 하반기 준공과 함께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이와 같은 상주시의 선진적 모습은 본받을만하다.

2014-04-07

기술개발만이 살 길이다

포스코건설이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수구에 쌓이는 찌꺼기를 폐열로 건조시켜 알갱이로 만들고, 이것을 화력발전소 보조연료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침전물 찌꺼기는 그동안 40% 가량이 바다에 버려졌으나 2012년부터 해양투기가 금지됐는데, 이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여간 반갑지 않다. 슬러지를 건조시키는 것도 섭씨 120도 가량의 버려지는 폐열을 이용하니 그야말로 1석2조다. 하수도에 쌓인 찌꺼기를 전문용어로 유기성슬러지라 하는데, 이것을 건조시켜 고체화하면 화력이 좋아 연료가치가 높은데 분말이 아니라 알갱이 형태여서 비산먼지도 없다. 현재 광양 바이오에너지타운에 하루 처리 규모 10t의 연료화시설이 운영중이고, 포스코건설이 시공중인 안양 박달하수처리장 지하화사업에 하루 120t규모로 설치할 예정이다. 김용만 포스코건설 RD센터장은 “이번 녹색기술 인증 획득으로 `친환경 주차장 바닥재`를 포함, 총 6건의 녹색기술 인증을 보유하게 됐다”고 했다. 포스코건설은 2011년 국내 최초로 한국인정원으로부터 녹색경영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는 `남아도 엄청 남는 장사`고, 그중에서 자원재활용 녹색기술은 그야말로 `대박`이다.대구지방경찰청은 딸기, 산수유, 코코아, 오징어 먹물, 단호박, 데코파이트 등 먹을 수 있는 천연물질을 이용한 지문채취용 분말을 국내 최초로 만들어냈다. 지난해 4월 경북경찰청 김기정(53) 과학수사 계장이 자동차 보닛 등에 꽃가루가 쌓였을 때 주변에 지문이 선명하게 남는 것을 보고 반짝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계장은 1년간 설탕, 소금, 땅콩, 호두 등 30여 가지 재료로 실험을 했고, 결국 지문 채취에 유용한 천연가루 일곱 가지를 찾아냈다.지금까지 지폐 등에 묻은 지문은 발암성 물질인 화학시료(린히드린)에 담그거나 형광색 가루를 묻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지만 천연분말은 5초면 된다. 또 7가지 가루의 색깔이 각각 다르니 채취 대상의 색깔에 따라 반대색을 쓰면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가격도 기존 화학시료의 10%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화학시료를 사용하면 감식요원들의 눈과 목이 따끔거리고 피부질환 증세를 보였는데, 천연가루는 먹어도 좋을 정도로 안전하다. 경찰은 이 기술을 미국에 특허출원하고 전국 경찰에 보급할 예정이다.봉화군이 지역 특성에 맞고 현장행정에 도움이 되는 경차를 읍·면당 1대씩 배정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거동이 불편한 노령주민들을 찾아가는 민원행정을 펴기도 편하고, 유지비도 적게 드니 여러모로 유익하다. 아이디어를 개발하기에 따라 행정도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2014-04-04

이런 지방의회가 돼야 한다

영남지역 모 시의원의 말이다. “여기는 1인당 의정비가 연간 3천600만원이다. 회기가 90일이니 일당이 40만원인 셈이다. 그나마 회기 90일 가운데 20일 가량은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니, 결국 하루 일당이 50만원이 넘는다. `귀족일당`이다. 의정비를 받을 때 손이 부끄럽다. 일부 부지런한 의원들은 평소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니, 단순 계산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의회는 극히 일부이다. 이럴 바에는 기초의회를 없애고 민원부서를 늘리는게 낫다” 대구 동구의회는 2012년 조례를 만들어 무료 법률·세무 상담실을 운영하는데, 최근까지 600여명이 이를 이용했다. 집을 팔거나 부동산을 매매할 때 세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상속세는 어떻게 나오는지 등등 생활속의 법률·세무를 시의원들이 가진 전문지식을 이용해 상담해주니 주민들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의회가 너무 좋다”고 한다.대구 북구 의원들은 상급 지자체인 대구시가 받던 터널 통행료를 없앴다. 대구시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1998년 8월 국우터널을 개통했고, 2012년 7월까지 통행료를 징수토록 했다. 그러나 사업자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징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협약에 따라 5년 연장하려 했다. 이에 북구의회는 그 `협약`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따졌고, 대구시가 투자금에 대한 `이자`격으로 매년 얼마씩 주었는데, 2000년엔 11.6%나 주었음을 밝혀냈다. 이렇게 협약이 잘못 맺어진 점을 집중 추궁해서 결국 시의 항복을 받아냈다.광주광역시 동구의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속이 들여다보이는 LPG통을 보급하도록 했다. 철로 된 가스통은 언제 가스가 떨어질지 알 수 없고, 조리중 갑자기 떨어지면 막연하다. 그래서 남은 가스양을 알 수 있는 특수 플라스틱 투명 용기를 만들면 비용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든 것이다. 울산 북구의회는 `공동주택 지원 조례`를 개정해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었다. `주택법상의 공동주택`을 `건축법상의 공동주택`으로 바꾼 것이다. 주택법상의 공동주택은 20가구 이상이지만 건축법상의 공동주택은 2가구 이상이어서 집 수리할때 더 많은 구민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경남 거제시의회는 의원들의 해외관광을 원천 차단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연구계획서를 엄격히 심사해 승인해야 떠날 수 있고, 연수를 다녀와서는 의원 1인당 A4용지 18쪽 이상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연수비(1인당 연간 200만원)을 물어내도록 했다. 끊임 없는 `지방의원 관광시비`를 없앤 사례이다.이같은 모범사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의회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물갈이`를 결심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의회가 본래의 기능을 한다.

2014-04-04

정당공천과 그 보완책들

지난해 한국행정학회가 전국 지자체장 협의회와 지방의회 협의회의 의뢰로 정당공천제 존폐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폐지`쪽에 무게가 실렸다. 국회의원, 전문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656명에게 물었더니 72.6%가 “폐지가 맞다”고 했다. 그 중 전문가는 83.8%, 지방의원은 71%, 국회의원은 45.6%였다. 행정학자 등 전문가가 가장 많이 폐지를 주장하고, 국회의원은 절반 이상이 `존속`에 손을 들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공천제가 역시 `여의주`나 `손오공의 여의봉`임을 입증한 결과였다.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지방자치가 중앙에 예속되면 이미 지방자치가 아니다”“지방행정은 중앙정치와 다르다”“공천 때문에 비리가 잦다”등이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국회의원이 부리기 좋은 사람을 공천한다. 지역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인물이 기초의원이 되게 만드는 공천제는 없애야 한다”고 했다. “정당공천제가 없어지면, 장례식장에서 신발 정리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국회의원의 몸종 노릇을 잘 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사사건건 지방행정에 간섭하면, 지방자치는 껍데기만 남는다.정당공천제가 `제대로만 된다면` 장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천은 `걸러주는 장치`가 된다. 후보자들이 마구 난립하면 속된 말로 어중이떠중이가 모두 지방의원이 되겠다고 나선다. 심지어 조폭 비슷한 인물이 인지도를 앞세워서 혹은 `초상집 신발 정리 잘 해주고 인지도 높여서` 당선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그래서 당초 함량미달을 걸러주어서 유권자의 선택을 손쉽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물을 가려내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을 공천한다면 굳이 공천제 폐지를 주장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理想)이 그리 부합하지 못하니 말썽이다.여기서 보완책이 다각도로 논의된다.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연수를 통해 검증받은 인물만 후보 공천을 받도록 하자” “중앙선관위가 `지방행정 아카데미`를 만들고 각 정당은 여기를 이수하는 것을 공천의 기본 요건으로 삼자” “반드시 복수공천으로 해서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자” “지방선거때 공천제 찬성 혹은 반대 투표를 함께 실시해 실제 다음 선거에서 적용해보는 등 선택권을 유권자에게 주어보자” 등 다양하게 나온다.그 중에서 지금 당장 실현가능한 방안이 `복수공천제`이다. 6·4지방선거가 2개월 남은 이 시점에서 정당이 결심만 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 복수공천제이기 때문이다.장점만 잘 살리고, 점진적으로 보완책을 채택하고, 언론과 시민의 비리에 대한 감시 고발이 활성화된다면, 공천제도 그리 나쁘지 않다. 복수공천제를 법제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14-04-03

식목일을 맞기 부끄럽다

`소나무재선충과의 전쟁`은 너무 힘겹다. 그래서 일본은 일찍 포기했지만 우리나라는 “소나무는 민족의 나무”라고 해서 애써 겨루고 있다. 포항은 경북의 감염목 중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재선충이 포항지역에 집중적으로 덤빈 것인지, 포항시가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인지는 몰라도 `길목을 선점한 방재가 아니라 뒤쫓아가는 뒷북방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해 10월까지 조사된 1차 고사목 외에 2차 고사목이 5만5천 그루가 추가됐으며, 추가된 감염목에 대한 조치는 `다음 방제 계획`이 세워질때까지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표시된 감염목 바로 옆에 표시되지 않은 감염목이 있어도 `계획`에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두는 식이어서 `감염과 방제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법규정만 따지는 경직된 행정의 결과다. 재선충은 날아다니는데 방제행정은 기어간다면, 이것은 결국 예산만 낭비할 뿐 재선충과의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포항시 관계자는 “4월이 지나 재선충이 활동하는 6~8월에는 항공·지상 방제로 매개충을 죽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면서 “100% 방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2017년까지 피해수준을 현재의 10% 이하가 목표”라고 했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완전히 박멸할 방법이 없는가. 항공방제는 벌 나비 같은 익충까지 잡으니, 문제는 심각하다. 소나무를 너무 많이 심는 일을 재고해야 한다.울릉군이 지난해 독도경비대 정화조 부근에 사철나무 등 4천본을 심었는데 본지 기자가 현지를 답사해봤더니 전부 말라죽어 있었다고 한다. 독도에는 심한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쳐 해풍을 막아주는 보호장치가 없으면 뿌리가 뽑히거나 말라 죽는데, 그런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식목을 했고,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식목 당시 정장호 푸른 울릉·독도가꾸기 회장은 “묘목 생산기반을 바람 없는 태하리에 조성할 것이 아니라 독도와 비슷한 환경인 바람이 심한 해안에 조성하고 거기서 살아 남은 묘목을 복토해 식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충고를 무시했던 모양이다.포항 호미수회는 강풍으로 유명한 구만리 해안에 해송을 심어 성공했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망을 설치한 결과였다. 이 간단한 방법을 왜 독도에 활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로 81번 길은 완공한지 10년이 됐고, 가로수를 심을 공간도 마련해두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무를 심지 않고 있다. 가로수는 가로등 설치때 함께 식재해야 하는데, 10년씩이나 방치하고 있다. 시 녹지과는 도로과에, 시는 구청에, 북구청 건축지적과는 건설교통과에, 건설교통과는 도시녹지과에, 거기서는 또 읍사무소에, 읍사무소는 도시녹지과나 도로과에 책임을 떠넘긴다. 이것이 우리나라 핑퐁행정의 현주소다.

2014-04-03

기술개발과 재활용의 개가(凱歌)

현대제철이 쇠똥으로 쇳물을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쇠똥을 연료로 쓰는 것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예로부터 해왔고, 집을 지을 때 지붕과 벽에 쇠똥을 발라 비 바람을 막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쇠똥의 극히 일부만 퇴비로 이용하고, 대부분 해양투기나 매립 등으로 폐기했었다. `마분지`라는 두꺼운 종이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것은 말똥을 걸러 그 섬유질을 응축, 종이로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마분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현대제철이 쇠똥을 연료로 쇠를 녹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이며, 실로 획기적이다. 그동안 쇠를 녹이는 연료는 코크스를 사용하거나, 석탄 가루를 사용하는 파이넥스 기술을 포스코가 성공해 `획기적인 기술`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쇠똥으로 쇳물을 뽑아내는 기술은 매우 흥미롭다.석탄 수입 대체효과도 물론 있고, 처치 곤란인 가축분뇨를 재활용할 수 있으며, 만만치 않은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축산농가 주변의 고질인 악취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가축분뇨는 그동안 농가에서 메탄가스 생산에 일부 활용했으나 그리 일반적이지 못했다.현대제철의 발표에 의하면, 쇠똥은 코크스에 비해 열량이 35% 가량 많은 양질의 부생가스를 배출하고, 연소효율도 30% 가량 높다고 했다.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고 매립지를 구하기도 엄청 어려운 상황인데, 그 쇠똥을 제철소에서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니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없다. 가연성 생활쓰레기를 응축해 이를 연료로 제선 연료로 사용하는 기술이 아직 시험단계에 있어서 실용화되지 못하는데, 쇠똥기술이 상용화되면 철강 생산에서의 원가절감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쇠똥은 국내에서 연간 2천300만t(건식 기준 350만t) 가량 발생하고, 극히 일부만 퇴비로 사용되고 대부분이 버려졌는데, 현대제철은 이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를 넘어 현재 상용화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라 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상용화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철강산업의 생산시스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했다. 아무쪼록 이 기술이 성공해서 1석3조의 효과를 거두었으면 한다.한편 포스코는 설비·자재를 재활용해 원가 절감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 포항과 광양 제철소 내에 `설비·자재 재활용 전시장`을 개설해 운영에 들어갔다. 포스코와 패밀리사에서 제출한 불용자재들이 전시돼 직접 보고 재활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 검색이 가능하고, 요청하면 지정 택배회사에서 즉시 배달해준다. 철강경기 침체속에서 불용자재 재활용은 원가절감에 큰 기여를 한다. 포스코는 재활용장터를 통해 지난해 약 51억원의 원가절감을 달성했다. 이런 모습이 지속적으로 보여지기를 기대한다.

2014-04-02

3배로 대응하는 교전수칙

3월31일 북은 서해 5도 해역에 전면적인 포격을 했고, 500여발 중 100여발이 NLL 이남으로 넘어왔다. 이에 우리 군은 3배 대응 수칙에 따라 300발로 대응했다. 북은 해안포와 방사포를, 우리는 K-9 자주포와 벌칸포를 동원했고, K-15K와 F-16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북이 NLL 남쪽을 사격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포격은 오후 12시15분부터 3시간 동안 이어졌다. 함참 관계자는 “함정에 122mm 방사포를 설치한 북한의 화력지원정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체계가 고도화·정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이래 북한은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 스커드·노동 미사일은 물론 신형 방사포와 해안포도 시험했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노동 미사일은 이동식 차량에서 발사됐다. 북한 외부성 대변인이 최근 “다종화된 핵 억제력을, 각이한 중·장거리 목표들에 대해 각이한 타격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우리 군에게 던져진 한 과제이다.북이 왜 도발을 감행했느냐 하는 원인 분석이 중요하다. 자존심 하나에 매달려 간신히 버티는 북한으로서는 근래들어 `심각한 자존심 손상`을 입었다. 혈맹이라 믿었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을 거침없이 만나 `북한 압박 발언`을 하고 있는데, 김정은은 중국 국경을 넘지도 못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UN의 대북 경제봉쇄에 동조한다. 중국에서 압록강을 넘어온 물자를 장마당에 거래해 인민의 생활을 겨우 지탱하는데, 언제 중국이 경제교류를 조절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은 자존심도 살리면서 국제적 고립도 풀어갈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 중의 한 방법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한 후 `국제사회의 유화책`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떼쓰고 우는 아이는 우선 달래고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북한은 사격 전날인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백령도의 미친 개 무리들을 모조리 죽탕쳐버려야 한다”거나 “악마의 소굴, 백령도를 날려보내자”고 했고, “남조선 괴뢰 해군 깡패들이 조선 서해 우리측 수역에 불법 침입하여 우리의 평화적 어선을 강제 나포하고 선원들에게 폭행까지 가한 소식을 접한 조선의 군대와 인민이 복수의 이를 갈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적반하장이다. 우리측은 NLL을 넘은 어선에 대해 3시간이나 경고방송을 한 후 나포했고, 선원들에게는 초코파이를 주고 식량과 식수를 주어 곧바로 돌려보냈다.앙탈하고 떼쓰는 철부지에게는 회초리와 사탕이 수단인데, 북한에게는 아무래도 회초리가 약일 듯하다. `즉각적인 3배 대응 수칙`을 견고히 지켜야 한다.

2014-04-02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얼마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아베 일본 총리는 자신의 `침략 부정 발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보였다. 그는 정상회담 모두에 한국어로 “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만나서 반갑스므니다”라고 말했으나 박 대통령은 눈을 내려 깐 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누리꾼들은 “외교적 결례”라며 비난했으나, 일본 정부는 “몸살기가 있어 몸이 불편해 그런것 같다”고 양해했고, 한국 누리꾼들은 “우리 대통령 잘 했다”란 반응을 보이며 진정성 없이 `말`만으로 때우려는 일본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런 일이 있은지 고작 11시간 만에 일본은 그 본색을 드러냈다. 한 야당 의원이 “고노담화가 정부의 통일된 견해에 포함되는가”라고 묻자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은 “고노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문부상의 말은 `교과서 수록 기준`이 된다. 정부의 통일된 견해만이 교과서에 수록할 수 있는데, 고노담화와 무라야마담화는 교과서에 실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아베 총리가 “고노담화를 폐기하지 않았다”라고 한 말과 상치된다. 자신의 치부를 교과서에 싣는 일이 달가울 리는 없겠지만 독일의 자세와는 너무 다른 `섬나라 근성`의 발로다.`고노담화`란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사과한 담화이고, `무라야마담화`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사과한 것이다. 일본에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준 인물들이다. 그러나 현 아베 정권 관료들은 그 두 담화를 폄하하고 있다. 그래서 늘 독일의 `나치 인종청소 사과`와 일본의 `모르쇠`가 비교되는 것이다.일본정부가 잡아떼기로 일관하는 것은 전쟁 끝난 후 모든 증거자료들을 불태우고 폭파했으므로 더 이상 증거물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거는 지금도 간간히 발견된다. 특히 미국 문서고에서 비밀해제된 자료가 공개되는 중이다. 위안부 강제동원과 성노예 강요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파기됐지만,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치심을 극복하고 증언을 해준 할머니들의 용기는 실로 영웅적이라 할만하다.대구의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목적으로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길거리모금으로 5억원, 여성가족부 지원금 2억원, 생활용품 판매 대금 등을 합해 현재 8억5천만원이 모였고, 12억원 목표가 채워지면 기념관 건립에 들어갈 것이다. 이 일은 대구 시민단체 만의 일이 아니다. 경북도민 전체가 성의를 표해야 할 일이다. 이 기념관은 일본의 비겁한 태도에 대한 항변 질책의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2014-04-01

지방규제혁파 공약을 내자

지방선거 예비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을 보면 대부분이 `공짜공약`이다. `당의(糖衣)를 입힌 독약`이 바로 `공짜`이다. 유권자들은 그 달콤한 공짜공약에 현혹될만큼 어리석지 않은데, 후보자들은 아직 주민들이 속아주리라 믿는 모양이다.`100원짜리 콜택시` `무료 콜버스`, 학생들에게 대중교통비를 현금으로 주겠다는 공약, 순환고속도로 통행료 전면 무료, 지역 상가에 공짜 급전 대출, 초·중학교까지 무상급식, 무상교복·무상교재 공약까지 나온다. 공짜공약 광풍은 2010년 지방선거때 민주당이 무상급식 공약으로 재미를 보자 새누리당도 질세라 따라갔고, 지금은 망국적 풍조로 확산되고 있다. 공짜나 무상은 그 재원을 국민의 세금으로 변통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공짜란 말에 잘 속는다. 우선은 돈을 내지 않지만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지만 몽둥이 찜질할 때는 하늘이 노랗다”는 우리 속담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세금을 더 매기기 곤란하면 빚으로 때워야 한다. 이미 지방부채가 100조원에 달했고, 감당이 안 되면 파산을 해야 하는데, 지금 `지방자치 파산제`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는 것도 포퓰리즘공약의 결과이다.한때 `매니페스토 공약`이 있었다.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내걸자는 운동이었다. 공약 마다 우선순위, 재원, 절차, 방법을 제시해서 공약(空約)이나 사탕발림 독약을 배제하자는 것이었는 데, 지금은 어찌된 셈인지 다시 포퓰리즘공약이 판을 치면서 선거문화를 후퇴시킨다. 다만 유권자들이 속지 않는 것만이 이 `달콤한 독약`을 제거할 수단이다.공약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지방규제를 혁파하겠다”는 공약이다. 가령 포항시장에 나선 후보자라면 포항시에 존재하는 각종 규제를 파악하고, 그 중에서 불필요한 규제, 공무원의 황당한 몽니규제, 주민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인적 규제 등을 구체적으로 가려내 기업하기 좋은 도시, 시민 불편이 최소화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다면 그것은 `공짜` 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돈이 들지 않는 차원 높은 공약이다. 규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의 끝장토론 후 바로 독일 순방에 나서는 바람에 몸살을 앓을 정도로 치열하게 맞부디친 `원수요, 암덩어리`이다.대한상의가 지난해 4천20개 지방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자체 규제 실태를 조사한 결과 36.3%의 기업이 지자체의 조례·규칙과 지방공무원의 행태가 경영의 걸림돌이라고 응답했고, 안전행정부가 지자체 민원 처리 실태를 감사했더니 황당한 규제가 수두룩했다.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예비 후보자들은 어떤 규제를 어떤 방법으로 혁파하겠다는 공약을 내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수준 높은 선거문화를 이끌어내는 요체이다.

2014-04-01

포스코 급여 반납의 여파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후 `사내 토요학습`강사로 나서는 등 소통에 열의를 보였다. 지난 2010년 사내 토요학습 도입 후 회장이 강사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권 회장의 강의는 전국 주요 포스코 사업장을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됐고, 팀장급 간부 2천500여명이 참석했다. 그는 철강경기의 부침과 세계 철강산업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그러나 철강을 대체할 만한 물질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권 회장은 자신의 포부를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최근 열린 사내 임원회의에서 “회사가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소기의 성과와 수익성을 구현할 때까지 기본급 30%를 자진 반납하겠다”면서 “위대한 포스코는 더 높은 회사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므로 임원들이 수익 창출에 앞장 서야 한다”고 했다. 이에 윤동준 부사장은 “회사의 어려운 여건을 조기에 극복하고 포스코 더 그레이트를 구현하겠다는 임원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에서 임원들도 동참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임원 80여명 전원이 개인별로 10~25% 씩 반납에 동참했다.모 그룹 회장과 임원들의 이런 움직임에 계열사들도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의 일사불란한 조직질서나, 모 그룹의 방침이 계열사에 빠르게 전파되는 전례를 감안할 때 계열사들의 동참은 당연하고, 일부 계열사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반납의 폭을 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역의 한 상공인은 “권 회장의 모습은 매우 신선하고 긍정적으로 와닿는다. 기업도 살리고 국민의 인식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 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급여반납 행보는 포스코의 재무구조를 재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다. 포스코의 위상 회복을 위해 재무구조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포스코는 또 최근 `사랑나눔 향기나눔 화훼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 590여만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기탁했다. 정기 인사철에는 으레 난이나 분재를 주고받는 것이 관례인데, 포스코는 이를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시중의 화훼상이나 꽃재배 농가들과의 상생 차원에서 이를 반송하지 않고 경매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포항 본사와 서울센터에서 총 136점을 경매에 붙였는데, 20만원의 동양난과 10만원의 해송 분재도 있었으며, 시중가 대비 60% 수준으로 낙찰됐다. 포스코는 2009년부터 이런 경매행사를 해왔고, 패밀리사들도 동참하고 있다.포스코의 이런 모습은 요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공기업 개혁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규제와 공기업의 방만경영이 `암덩어리`로 표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임직원들의 급여 30% 삭감은 빚더미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14-03-31

남북의 벽을 없애갈 방법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은 `비핵화`라는 전제가 있어서 북이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산모와 유아의 영양상태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는 아무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결 진전된 제안이다. 북한은 `경제개발과 핵무기 개발`의 병행을 고집하지만, 국제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않고, 미국은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을 맞아 북이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 핵을 안고 굶어죽을 것인가, 핵을 버리고 번영의 시대를 맞을 것인가, 지금 그것이 문제다. 롤프 마파엘(59) 주한 독일대사는 요즘 특별강연이나 기고를 통해 독일 통일의 경험을 열심히 알린다. 동독과 북한은 그 체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독일방식이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그 경험을 남북이 공히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북한 지배자들이 독재·통제 체제를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동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하루 세끼 먹을 수 있는 것”만 유일한 소망인 북한 인민의 굶주림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북한 지배층의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탈북자들을 잔인하게 다스리는 폐쇄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한반도는 독일처럼 한 순간에 합쳐질 수 없을 것이다.마파엘 주한 독일대사는 일부 한국인들의 `반통일 기류`를 의식한 듯 “독일 통일은 대박이라 할 수 있다. 초기 한 동안은 시련도 있었지만 24년이 지난 지금은 안정을 찾았고, 훨씬 더 평화로워졌고 더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고 했다. 통일이 갑자기 찾아오는 바람에 15년간 독일 경제가 국제경쟁력을 잃기도 했고, 당시 헬무트 콜 서독 총리도 “나는 독일 통일을 꿈꾸지만 내 생전에 못 볼 것”이라면서, 다만 동독인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기 위해 활발히 인적·물적 교류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통독은 도둑처럼 왔다.한반도의 통일이 `브란덴브르크 문`이 열리듯 실현되려면 `DMZ 평화공원`이 조성돼 남북인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탈북자는 “군사분계선을 지키는 북한군 일개 사단만 넘어온다면, 그 길을 통해 탈북자들이 대거 올 것이고, 탈북자 10만명만 오면 통일은 금방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그저 `상상`속의 사건일 뿐이고, 우리는 먼저 “북한 인민들에게 남한 실정을 알게 하고, 북한인의 마음을 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남한에서 남아도는 쌀을 주면 좋겠지만 그것은 북한 군인만 먹여살릴뿐이라 해서 금지되고, 다만 분유를 유아시설에 보내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앞으로 비료와 생활필수품도 보내면서 북한인의 마음을 살 필요가 있다. 그후 차츰 통신·우편·여행 등 인적 물적 교류를 확대해 서서히 `내부 국경`을 지워가는 과정만은 독일에서 배워도 좋겠다.

2014-03-31

포항시의 거짓말이 문제다

(주)KCC건설이 아파트 공사를 위해 설치한 펜스로 인해 양학산 등산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펜스가 인도를 크게 잠식하고 있어서 등산객들은 도로를 걷게 되는데, 공사 차량이 빈번히 드나들고 있어서 사고위험도 크다. 더 한심한 것은 이 좁아진 인도 가운데에 전신주까지 서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펜스로 좁아지고 게다가 전신주까지 서 있으니 등산객들은 차도로 내려설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 도로에는 공사 차량이 무시로 다닌다. 이같은 펜스와 전신주 설치를 차례로 허가한 포항시행정이 문제다. 어째서 이런 행정을 했는지 아연실색할 지경인데, 시의 변명이 또한 가관이다.포항시가 내준 인도 일시 점용허가로 인해 1m50cm 가량의 인도공간이 1m도 채 되지 않게 좁아졌는데, 그 인도 중간에 전신주 설치 허가까지 내주고도 무슨 할말이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해서 현장행정을 강조하는 지금인데, 포항시는 현장행정에 뜻이 없고 탁상행정만 고집하는 모양새다. 현장에 한 번만 와봤다면 하루 수백명이 이용하는 이 등산로 입구의 인도를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길`로 만들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학산은 도심의 야산으로 포항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 명소인데, 불편을 겪는 주민들이 포항시의 주먹구구 탁상행정을 소리 높여 비난하는 것이다. “시민은 안중에 없고, 업체와 공기업만 눈에 보이느냐”는 비난이다.그런데 더 가소로운 것은 포항시 관계자들의 거짓말이다. 어떻게 하든 궁지를 모면해보려고 어거지로 말을 둘러대는 행태는 시행정에 대한 불신감만 부추길 뿐이다. 시는 “12월5일 현장 확인 결과 시공사가 펜스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로 인도의 공간이 비교적 넓어 한전에 인도 점용허가권을 내준 것”이라며 펜스 설치 전에 전신주 설치 허가를 내준 것이라 하면서, 허가 당시에 찍은 사진을 본사에 보내왔다. 사진에는 분명 펜스가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가짜 사진임이 금방 들통났다. 12월 겨울에 찍었다는 사진인데, 주변의 나무잎들이 푸른색으로 무성한 것으로 보아 여름 무렵의 풍경이 분명했다. 본사가 사진의 진실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자 시 관계자는 “12월에 촬영한 사진은 아니다”라고 거짓을 시인했다고 한다.행정행위의 실책보다 더 나쁜 것이 공무원의 거짓말이다. 닉슨 미국 대통령이 현직에서 물러난 것은 `도청`이라는 불법행위 때문이 아니라`도청한 사실이 없었다`는 거짓말 때문이었다. 내부 고발자와 한 언론기관이 용기있게 싸워 `대통령의 거짓말`을 밝혀냈고, 닉슨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하야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그만큼 죄질이 무겁다. 포항시가 현장행정에 소홀한 것도 실책이지만 거짓말은 더 엄중히 문책해야 할 사안이다.

2014-03-28

새정치연합, 희망 주는 새 정치문화 선도를

야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국회 의석 130석의 제1 야당으로 공식 출범했다. 지난 2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중앙운영위원장이 신당 창당을 통한 통합을 선언한 지 불과 24일 만이다. 김·안 공동대표는 창당대회에 앞서 국립 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천안함 폭침 4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했다. 창당대회에는 독립유공자 조세현 선생과 6·25 참전용사, 1970년대 구로공단 여공 출신, 중동 건설근로자 출신, 탈북자, 다문화 이주여성 등이 입장하는 순서도 마련했다. 산업화 세대에 대한 예우는 물론 중도·보수층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한다.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선언문에서 정의로운 사회, 통합된 사회, 번영하는 나라, 평화로운 대한민국, 민주주의 회복 등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당의 노선과 뼈대라 할 수 있는 정강·정책에서는 산업화 시대의 압축 성장의 성과를 인정하고 경제민주화와 혁신적 성장경제를 추구한다고 명시했다. 보수진영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번영이란 가치와 성장경제, 튼튼하고 미래지향적인 안보, 북한주민의 인권과 민생개선 등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중도·민생·안보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접근으로 평가한다.문제는 실천이다. 구성원의 의식이 바뀌고 실천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강·정책도 소용이 없다. 창당대회가 열린 이날도 당내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싸고 여러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통합의 명분이자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당 지도부는 무공천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 현실론을 들어 무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원칙론과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길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핵안보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위신이 걸린 문제라며 정부가 간곡히 요청한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의 처리를 방송법 개정안과 연계해 반대한 것도 새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처사다. `친노 배제론` `문재인 용퇴론`에서 보여지듯 해묵은 계파갈등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재 악재다.새정치연합이 창당선언문과 정강·정책에 담긴 정신을 늘 새겨 당명 그대로 새정치를 몸소 보여줌으로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길 염원한다. 원칙이 현실 앞에서 흔들리거나 당리당략이 국익에 우선하는 일은 새정치가 몰아내야 할 낡은 정치다. 새정치 실천으로 국민의 정치불신 지표는 낮추고 행복지수는 높여주는 일에 매진해 명실상부한 `새정치연합`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 바란다.

2014-03-28

3월 26일 오전 10시를 기억하자

천안함 폭침일이 3월26일이고, 안중근 의사(義士) 순국일이 또한 그 날이다. 그러나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은 차츰 흐려지는 것같다. 언론들도 천안함에 비해 안 의사를 소홀히 다룬다. 최근 안 의사의 이또 히로부미 저격이 한일간 논쟁거리가 되었다. 일본은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로 사형수일뿐”이라고 폄하했다. 안 의사는 일본 법정에서 “나는 우리나라를 뺏은 강도의 수괴를 처형했을 뿐이다”라고 진술했었다. 중국은 하얼빈에`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짓고, 저격현장에 표지석을 세울 계획이다. 안 의사 저격 당시 중국 지도층은 “우리나라에는 왜 안 의사 같은 인물이 없나. 그는 본받아야 할 인물이다”라고 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중국은 항상 한국과 보조를 같이한다.우리는 `유관순 열사의 노래`는 잘 알고 있지만`안중근 의사 추념가`는 듣기 어렵다. 김향운 작사, 계정식 작곡의 이 추념가는 학교에서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안중근의사 숭모회 임원들도 “1946년 3·1절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은 후 맥이 끊어졌다”고 아쉬워한다. 4절까지 있는데, “수양산 빛난 정기 의인이 타고 나서/ 피끓는 애국심에 언 땅을 두루 돌며/ 의군을 일으키어 구국에 힘쓰셨네// 장하다 품으신 뜻, 크시다 밟으신 길/ 온겨레 뭉쳐서 영원히 노래하세”로 시작되는 이 노래를 이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안 의사는 1909년 독립정신을 다지기 위해 동지들과 `단지동맹`을 결성했다. 왼손 무명지 한 마디를 잘라 그 피로 태극기 위에 `大韓獨立`이라 쓴 유품이 지금 남아 있다. 그리고 안 의사는 옥중에서 많은 휘호를 남겼는데, 그 낙관은 모두 왼손 손바닥으로 찍었다. 이`손바닥 낙관`은 후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힘이 없어 남의 나라에 먹히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결심으로 부국강병에 몰두했었다. 또 하나 감동스러운 것은 안 의사 어머니의 편지다.“응칠아! 네가 이번에 한 일은 우리 동포 모두의 분노를 세계앞에 보여준 것이다. 이 분노의 불길을 계속 타오르게 하려면, 고등법원에 항소하지 말고 이번에 억울하게 죽어줘야 한다. …. 살려고 몸부림하는 인상을 남길 필요 없다. 혹시 늙은 에미를 남겨두고 네가 먼저 죽는 것이 동양유교사상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망설일까 일러둔다” 이 편지를 일본인 간수 지바 도시치가 읽고 감동해서 일기장에 옮겨 적어두었다가 공개했었다.안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오전 10시에 이또를 저격했고, 5개월후인 1910년 3월26일 오전 10시에 사형을 집행했다. 시간까지 맞춘 보복처형이었다. 우리도 이제 그날 오전 10시에 추념가를 부르며, 추념식을 거행해야 하겠다. 그것이 극일(克日)의지를 다지는 일이다.

2014-03-27

수도권 규제와 지방의 자구책

최근 강원도 등 14개 시도지사들과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지역균형발전 협의회`를 구성하고,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의 문제점 분석 및 비수도권의 대응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는 전국의 균형발전 관련 단체들이 참석했으며, “규제 개선을 비수도권에 먼저 적용하고, 지방규제부터 완화한 후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단계적 차별적 투자 활성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그동안 5차례에 걸친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되었고, 그때 마다 기업의 지방 이전은 감소됐고, 지방에 와 있던 대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보였다. `투자활성화`라 쓰고, “수도권 투자 활성화라 읽는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럴때 마다 지방에서는 강력히 항의했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었고, 국회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 언론들은`수도권의 나팔수`가 되어서 “수도권 투자 규제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주춤거리며, 일자리 창출에 걸린돌이 되고 있다”고 외쳐댔다.`규제 개혁`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지방에서는 철렁 가슴이 내려 앉는다. 으레 `수도권 규제 완화`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이 주제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도 `대기업 규제와 수도권 규제의 문제점`이 등장했다. 가령, 빵 제조 판매업에 대기업의 진출을 막은 결과 고용이 줄었다든가, 대기업 규제 때문에 외국 기업만 호황을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좁은 국토에서 수도권만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 것인가.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지방을 키워야 한다. 서울은 비만증에 걸렸고, 지방은 고사한다. 언제까지 이런 기형적 나라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논리를 덮을 대의명분은 없다.지방에서는 수도권의 대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 서구지역에서는 6개의 빵집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이색적인 빵을 개발하고, 공동장비를 구매하고, 공동작업장 임차, 공동기술개발, 공동네트워크,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며, 공동판매하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한 판 힘겨루기를 벌이겠다고 한다. 또 `소상공인 협업화 사업`에 선정되면 공동설비 사업 지원금을 받아 협업화함으로써 원가절감과 신규인력 채용이 가능하게 된다. 대구지역에는 지금 177개의 협동조합이 신고됐는데, 도·소매업이 가장 많고, 유형별로는 사업자협동조합이 가장 많았다.안국중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은 “우수 협동조합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할 것”이라 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를 외치는 한편 지방에서도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중에는 협업화 사업이 가장 효율적이다. 중소기업이 모이면 대기업에 대항할 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2014-03-27

맥빠진 핵안보정상회의

이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는 감회깊은 회의였다. 구한말 고종황제 시절, 우리는 국권을 뺏겼으니 당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할 자격도 없는 국가였다. 고종은 3명의 밀사를 파견해 “을사조약은 강제로 맺은 것이므로 무효”임을 주장하려 했으나,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회원국들은 약소국 조선의 호소를 무시했다. 결국 이준 열사가 현지에서 순국하는 비극을 맞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한 회원국이고, 직전 의장국이었으며, 우리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연설을 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모습인가.그러나 이번 헤이그 정상회의는 두 가지 점에서 맥빠진 회의였고, 세계인의 관심을 그리 끌지도 못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흡수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국회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방재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다.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당시에는 핵강대국이었다. 대륙간탄도탄(ICBM)급 전략핵 미사일 176개를 포함해 1000개의 핵탄두가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 러시아 등 5대 핵보유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양해각서를 채결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무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당했을 때 그 각서는 아무 소용 없었다. 각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이 아니고 `정치적 약속`일 뿐이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핵무기 포기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동부 침공이나 크림반도 합병에 대처할 수단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같은 사례는 북한으로 하여금 “그것 봐라. 우리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말할 명분을 주었으며,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제인 `북핵문제`를 김빠지게 했다.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국회가 `핵방호법`을 통과시키지 않아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핵테러억제협약` 등에 대한 비준과 발효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 협약을 뒷받침할 `핵방호법`을 국회를 통과시키지 못했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기상천외한 법 때문에 야당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될 수 없다.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과 한 세트로 처리하자고 주장하며 120개 법안들이 주저앉은 것이다. 직전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를 향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으니,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리 대통령의 연설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야당은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에 흠집을 내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실상은 자신들의 위상에 흠집으로 남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신당의 지지도가 자꾸 내려가는데도 그 이유를 모르겠단 말인가.

2014-03-26

울릉·독도의 희귀식물 연구

경북도청 소속 석·박사들의 연구활동이 성과를 내고 있다. 도 농업기술원 김상국(45·농학) 박사는 천연기념물 제52호인 섬백리향으로 향수를 개발, 울릉도의 새로운 관광기념품으로 만들었다. 수산자원 개발연구소 유동제(41·이학) 박사는 전국 최초로 `대문어` 인공부화에 성공, 어자원 회복과 어업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됐다. 도는 인공부화된 대문어를 동해안에 살포할 예정이다. 경북동해안에서 잡히는 문어는 전국 어획량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이고, 특히 파도가 거친 호미곶에 서식하는 `돌문어`는 풍미가 특별하다.도로철도과 박종태(46·공학) 석사는 지난해 3월 조립식 우수저류조 등 신기술 2건을 특허출원해 국가기술사업화 종합정보망에 등록되었다. 이 기술은 집중 호우 시 도로변의 하수구가 막혀 물이 넘치는 것을 예방하고, 빗물을 일시 저장해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는 경산의 한 업체에 계약금 1천만원, 매출액의 2%를 기술료로 받는 조건으로 기술이전했다. 축산기술연구소 오동엽(30·이학) 박사는 최근 3년간 19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총 10건의 산업재산권을 획득했으며, 세계3대 인명사전 중 하나에 등재됐다.과학기술 연구직 공무원들의 실적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상찬할 일이고, 특히 울릉도 독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희귀식물에 대한 연구와 보존활동 또한 바람직하다. 울릉도는 열대식물과 한대식물이 공존하고, 세계 멸종위기 식물 중 유일하게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은 40여종으로, 울릉·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운다. 울릉도는 육지에서 131㎞나 떨어져 있어서 식물들이 교잡(交雜)되지 않고 천적이 없어 육지식물과는 판이한 형태를 띤다.최근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독도·울릉도 유용 민속자원식물`을 발간했다. 울릉·독도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집대성한 도서인데, 181종의 사진과 특징, 용도 등을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로 설명하고 있다. 서기 512년 신라 지증왕 때의 토산물 기록과 1141년 고려 때의 나물에 관한 기록, 6·25 사변 후 독도에 상주하던 의용수비대가 왕호장근새순, 가는갯는쟁이 등을 나물로 먹었다는 기록도 있으며, 울릉·독도의 독특한 기후풍토의 영향으로 섬초롱꽃, 섬쑥부쟁이, 왕해국 등 섬 특유의 식물에 관한 기술도 있다.세계에서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섬현삼이 섬 일주도로 공사로 고사 위기에 처하자 기청산식물원이 이를 옮겨 심어 보호하는 활동을 펼쳤다. 기청산 생태환경연구소장 강기호 박사와 직원 3명은 울릉읍 저동 외달리로 들어가 섬현삼 30포기를 자생식물원에 이식했다. 그대로 두었으면 도로공사때 다 묻혀버렸을 것이다. 울릉·독도의 생태계를 연구하고 보전하는 노력이 강화돼야 하겠다.

2014-03-26

북한주민의 마음부터 얻어야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은 `통일방법론`을 얻는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독(統獨) 당시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 경험을 청취할 것이다. 독일 통일보다 남북통일은 훨씬 더 어렵다. 동독은 공산체제였지만 북한처럼 그렇게 철저한 폐쇄·공포·통제사회는 아니었다. 동독 당국은 국민들에게 서독 TV 시청을 허용했지만 북한은 몰래 남한 방송을 청취하다가 적발되면 호된 처벌을 받는다. 남한의 실정을 알게되면 그동안 북한 당국이 거짓말했던 것이 탄로나고 잘 사는 남한에 대한 동경심이 맹목적 충성심을 훼손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도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어서 한류바람이 북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현경대(75)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올해의 활동촛점을 탈북자 지원에 두겠다고 한다. 이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결국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길이라는 것이다. 탈북자들과 1:1결연을 맺고, 법률지원, 의료지원, 장학사업, 취업 알선 및 직업교육 등 5가지 실천사업을 펼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탈북자들이 안심하고 남한생활을 영위하게 되면 “탈북자는 미리 온 통일”이 될 것이고, 이들이 중심이 돼 북한 당국의 거짓선전을 폭로하는 힘이 될 것이다.최근 `탈북 엘리트 8명`이 참가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게 통일을 향한 첫걸음”이란 주장이 나왔다. 또 평양, 원산, 함흥, 신의주 등 주요 도시에 백화점을 열어 남한 생필품을 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북을 설득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고, 명절때 초코파이나 화장품 등 장마당에서 고가로 팔리는 남한 상품을 “남녘 동포들이 북녘 동포에 보내는 선물로 보내자”는 제안도 나왔다. 지금 북한 장마당에는 중국 물품이 거래의 주종목인데, 그보다 품질이 우수한 한국 제품을 유통시킬 수 있다면 통일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독일 통일의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동독 주민의 마음을 얻는 노력이었다. 정부는 물론 종교계, 언론계, 민간지원단체, 법률단체 등이 동독 지원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주민들의 힘에 의해 무너지고, 이듬해 10월 동독 국민들은 자유투표를 통해 독일민주주의연방(서독) 가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북한에서의 `자유투표`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지금 북한 경제와 체제는 붕괴직전에 왔고, 부패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주민들의 충성심도 거의 소진된 상태이니, 굶주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군인(軍人)들이 집단 탈북을 시작하면 통일은 실로 `도둑 같이`올 수도 있을 것이다.북한 주민에게 헐벗고 굶주림을 해결할 방법이 바로 눈앞에 있음을 알려주고,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대북활동이 더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

2014-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