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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자에는 비굴한 일본근성

강한 자에게는 한 없이 비굴하고 약자에게는 한 없이 잔인한 것이 일본근성이다. 일본정부는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인 포로 강제징용과 학대에 대해 사과했고, 이번에는 일본 대기업이 미국까지 찾아가 사죄했다. 그러나 한국·중국·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2차대전 당시 미군 포로 1만2천여명이 일본 광산과 공장 등 50곳에서 혹독한 강제노동을 당했고, 이 중 10%가 굶주림과 병으로 죽었다.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전신인 미쓰비시 광업은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포로 900여 명의 강제노역을 을 사죄했다. 당시의 미군 중 2명만 생존해 있는데, 그 중 제임스 머피(94)만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사과의 자리에 참석했다. 머피씨는 “하나와 구리광산에서 미군포로 500명과 1년간 강제노동을 당했다. 모든 면에서 노예였다. 음식, 약, 옷, 위생시설은 없었다. 공포 그 자체였다”고 했다.일본은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2개를 맞고 `무조건 항복` 이후 납짝 엎드려 눈치만 보는`복지안동(伏之眼動)`으로 살아왔다. 그 생존법 덕분에 오늘날 부를 이루었지만, 동남아 약소국들은 여전히 무시한다. 일본은 우리나라 학생들을 강제징집해 전쟁에 몰아넣은 범죄도 사과하지 않는다.일본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재일 한국인교포 9만3천여명을 북한에 보내는 `북송사업`을 했다. 갖은 감언이설로 “북한은 지상천국”이라 선전했고, 이를 믿은 교포들은 북한으로 갔다. 그러나 그들은 북에서 노예생활을 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온 저질 인간”은 일체 공직에 나아갈 수 없었고, 밑바닥 막노동으로 고생하다가 탈북하기도 했다. 북의 노동력 부족과 일본정부의 `조센진 털어내기`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북송이었다. 당연히 일본정부가 사죄해야 할 죄악이지만, 지금까지 남의 일처럼 넘어간다.재일교포 탈북자 12명은 최근 `일본변호사 연합회`에 인권구제 신청을 했다.“북·일 정부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북에 남아 있는 북송자 본인과 가족들의 일본 방문을 허용하라”는 요구를 했다. 지난해 2월 유엔 북한인권특별조사위원회가 “북송사업은 인도적 범죄”로 규정한 데 힘을 얻은 것이다.북송됐다가 탈북한 가와사키 에이코(73)씨는 “굶어죽은 시체가 여기저기 나딩구는데, 김일성 묘지(금수산태양궁전)를 짓는데 돈을 쏟아붓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살 곳이 못되는 곳임을 알았다”며 탈북의 동기를 말했다.일본의 이런 죄악과 과오에 대해 우리가 사과를 받아낼 방법은 `힘을 기르는 길`뿐이다. 강자에 한 없이 약한 일본근성이니, 우리가 강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국회가 엉뚱한 일에 시간과 국력을 낭비하는 것이 너무 걱정스럽다.

2015-07-24

이래서 행정불신이 생긴다

경북도는 도내 26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했는데, 4곳이 낙제점인 C·D등급을 받았다. 12개 기관은 A, 8개는 B를 받았다.`한국한방산업진흥원`만 D를 받았고, 한국국학진흥원과 문화재연구원, 문화엑스포는 C등급으로 지난해보다 한 두 등급씩 떨어졌다. 도는 C·D등급을 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경영컨설팅을 강도 높게 하기로 했다.산하 공공기관의 경영이 부실한 이유 중 하나는 `낙하산 인사`에 있다. 전문성도 없고 업무경험도 없는 공무원이 낙하산을 타고 CEO가 되니 경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특히 인사적체 때문에, 1년 앞당겨 명예퇴직하는 인사들에게 `자리`를 약속하면서 조기 퇴직을 유도하기도 한다.실제 그들이 산하기관 혹은 유관기관에 내려가는 예가 많다. `공무원의 힘`이 이러니, 공무원 채용시험 경쟁률이 그렇게 높다.경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김용대(63) 경북도립대 총장은 5대총장을 맡았고 현재 6대총장으로 연임중이다. `낙하산`이 연임까지 하는 것은 결코 보기 좋은 모양이 아니다. `남의 기회`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이재근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도 4년 임기를 마친후 현재 연임중인데, 체육에는 별 관심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번 도의 경영평가에서 C D등급을 받은 문화재연구원장, 한방산업진흥원장 등도 공무원 출신이다. 이런 낙하산 인사에 대해 “업무와는 상관 없이 지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낙하산, 연임이 이뤄지는 것은 경영부실과 행정불신의 원인”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현재 포항의료원장 자리를 놓고 말썽이 빚어지고 있다. 도에서는 연임을 결정해 형식적 절차만 남겨놓고 있지만, 도의회는 경영능력 부족과 리더십 부족을 들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의회는 원장 연임이 확정되면, 상임위 차원에서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도 관계자는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순수부채비율은 줄어들었고, 병상가동률도 85%여서 적자는 아니다”라며 옹호하고 있으나, 연봉 많이 받는 자리를 너무 오래 독점하는 것은 눈총받을 일이다.8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진관(61) 경북도환경연수원장의 경우 `가정 궁핍`을 이유로 1년만 임기를 연장하자는 말이 오간다는데, 연임이유 치고는 너무 궁색하다.행정기관의 식언(食言)도 행정불신을 증폭시킨다. 영일대해수욕장의 수질이 생활오수로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하수관거공사를 마치면 빗물과 오수가 분리되므로 수질 오염은 없을 것이라고 포항시가 말했지만, 공사가 완료됐음에도 비가 오는 날에는 빗물과 오수가 뒤섞여 악취를 풍기고 백사장이 더럽혀진다. 시 산하 기관인 보건소가 실시하는 해수욕장 수질검사도 믿기 어렵다고 한다. 시민들을 속이려 하지 말고 공신력 있는 행정을 펴야 행정신뢰가 쌓인다.

2015-07-24

투자활성화에 역행하는 일

농림부는 1992년 `농업진흥지역` 지정을 골자로 하는 농지법을 공포했다. 당시 식량문제는 중요 과제였고, 환경회의인 우루과이 라운드를 앞둔 시점이어서 녹지공간 보존이 급선무였다. 우량농지에 대해서는 `진흥지역`으로 묶어 용도변경을 어렵게 했던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진흥지역을 해제하려면 농림부의 허가를 얻어야 했다. 가령 개설되는 도로가 진흥농지를 지나가야 한다면 이때는 `산업화가 우선`이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지만, 그것은 옛날 속담이고, 지금은 1년만에 강산이 변할 수도 있다. 농지법이 반포된지 23년이 된 지금 강산은 엄청나게 변했다. 요지부동이었던 그린벨트까지 완화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인구집중과 주택난 때문에 택지 조성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완화가 시작됐다. 지방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도로가 사통팔달로 이어지고, 확장공사가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투자유치·기업유치 경쟁이 치열하니,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 `진흥농지`이다. 지자체가 완화·해제의 필요성을 적시해서 중앙정부에 승인을 신청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지난달 30일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농업진흥지에 대해 5년 마다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해서 부적절하게 지정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해제하자는 법안이다. 농촌지역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농지법의 경직성 때문에 농촌지역 발전에 장애가 된다. 도시의 부지가격은 천정부지로 뛰는데 농촌의 땅값은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이니, `서울로, 대도시로` 떠나는 행렬이 그치지 않고, 국토균형발전은 항상 `말부조`에 머문다.농지법 내에도 모순이 있다. 농업진흥지역 내의 농가주택에 관한 법규인데, 농지법 32조에는 건립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돼 있으나, 37조 2항에는 “전용을 제한할 수 있다”로 돼 있다. 결국 허가를 해주고 안 해주고는 공무원의 마음에 달렸다는 말이다. 공무원의 재량권이 이렇게 과용되면 민원이 폭주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모순된 법부터 고쳐야 한다. 농가주택은 투기 대상이 아닌데, 규제를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공무원의 무사안일·나태도 문제다. 지난해 5월 고령군은 B일반산업단지 조성시 진흥지 13만7천여㎡의 공업지로의 변경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승인받았으나 이를 고지하지 않았고, 경주 경산 칠곡 고령 등 5개 시군은 주거·공업·산업 등으로 중복지정했다. 그때문에 공장 설립 신청서가 반려되는 넌센스까지 발생했다. 중앙정부는 “비현실적인 지정이 있으면 자체 정비 조치를 취하라” 지시했지만, 경북의 8개 시군은 23년간 한 건의 시정조치도 없었다. 공무원이 게으른 탓인가, 지역이 발전되지 않았다는 뜻인가.

2015-07-23

국고, 새는 구멍부터 막아라

대구·경북지역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증가세라 한다. 제대로 단속을 하는 것인지, 시늉만 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근무한 일이 없는 지인, 친·인척을 고용보험 피보험자로 허위신고해 실업급여를 받아내거나, 실업급여를 받아오던 사람이 다시 취업한 사실을 숨긴 채 돈을 받고, 근무중인 사람이 퇴사한 것처럼 허위신고해서 나랏돈을 축내는 수법이 횡행한다. 부정수급을 신고하면 연간 500만원의 범위 내에서 부정수급액의 20%의 포상금을 받고, 사업주가 공모한 경우 최대 5천만원, 모성보호급여의 경우 20%,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지원금의 경우 부정수급액의 30%가 포상금으로 지급되는 등의 제도가 있지만, 국고도둑이 줄지 않는 것은 그 원인이 `단속 불철저·미온적 처벌`이나 `포상제 홍보 부족`이 아닌가. 부정수급 수법은 날로 지능화·조직화되고 있으며, 단순 부정수급에 그치지 않고, 전 사업에 걸친 복합적인 양상이라는데, 범행은 날고 당국은 긴다.공기업의 국고도둑질도 여전하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은 허위출장비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범행을장기간 조직적으로 자행하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 7년간 실제 가지 않은 출장비를 청구하거나 출장 인원과 기간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20억6천여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돈은 유흥주점 회식비, 명절 선물비, 야식비, 생일파티비, 스크린골프비, 경조사비, 교통비, 운영비로 유용했다는 것이다.`공기업·산하기관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적자,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엄히 묻겠다”는 엄령은 공포탄이었으니, 부실 공공기관이 줄어들지 않는다. 경북도 산하 기관에 전문성 없는 도 고위 공무원들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일이 잦고, 심지어 연임까지 하는 지경이다. `산하기관`은 퇴직공무원이 가는 자리가 된지 오래고, 그들은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하는 일은 별로 없다. 전문성이 없으니,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연봉이나 받아가라”란 소리나 들으면서, 출장 달아놓고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다.공공기관이 지원하는 기술개발 관련 보조금 등 13억여원을 부정하게 타낸 기업체 대표와 브로커, 명의를 빌려준 가담자 18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북중소기업청이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대경지역사업평가원에서 기술개발 등 관련 보조금을 탈 수 있도록 도와준 뒤 수수료 명목으로 2억8천만원을 받은 브로커, 보조금을 받아 일부 개인용도로 쓴 기업체 대표, 명의를 빌려준 가담자들은 2년간 매월 30만원씩을 받았다.“나랏돈은 눈먼 돈”이 되지 않아야 나라가 제대로 선다.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 정부가 아무리 애를 써도 국고도둑이 설치는 한 실효성은 떨어진다. 새는 구멍부터 막아라.

2015-07-23

방학 때는 박물관에 가자

여름방학이다. 각지 박물관들과 산사, 도서관들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했던 우리 문화의 위대함을 깊숙히 알 수 있는 기회이다. 선진국들은 초등학생시절부터 박물관 현장학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가정에서도 부모들이 자녀들 손을 잡고 마을 박물관을 즐겨 찾는다. 박물관에는 민족정신의 정수가 소장돼 있기 때문에 자기 문화의 위대성을 직접 접하면서 국민된 자긍심을 길러가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애국심으로 승화된다. 신라 화랑도의 호국정신이 담겨 있는 경주 골굴사는 8월 22일까지 선무도 수련, 호신술, 승마, 국궁 등으로 호연지기를 연마하고, 주상절리길과 경주 문화유산 답사를 통해 자연과 생태, 역사문화의 숭고함을 깨닿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구 동화사는 `내몸 그린숲 여행`을, 영천 은해사는 템플스테이 `별빛가족 성장 캠프`를, 구미 도리사는 신라 최초의 사찰로 `여름 인성함양 캠프`를, 성주 자비선사는 6박7일 코스로 `참마음 찾아가는 길`을 운영한다.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신라의 황금문화와 불교미술`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다.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되는데, 황금문화, 능묘, 대외교류, 왕경, 불국토 등 5부로 구성돼 있고, 금관 등 국가지정문화재 22건 30점을 포함, 600여점의 신라문화재들이 전시된다. 특히 국보 제83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이번에 처음 경주에 왔다. 신라 불교미술의 최고 정수이고, 동양 불교 조각 가운데서도 가장 예술성 높은 걸작이다.왼발은 연꽃을 디디고 있고, 오른쪽 다리는 왼쪽 다리에 올려져 있으며, 옷주름의 표현은 섬세하면서 현란하다. 섬섬옥수는 턱에 가 있어서 명상의 자세를 취했고, 얼굴에는 깨달음의 법렬을 표현하는 은은한 미소가 어려 있다. 프랑스에서는 `모나리자의 미소`를 이야기하지만,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생로병사의 이치를 깨달은` 염화시중의 미소란 점에서 더 특별하다. 일본 광륭사에는 목조반가사유상이 있는데, 이 금동반가사유상과 매우 유사하고, 일본의 것이 울진 금강송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등에서 `신라 미술이 일본에 끼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우리의 금동반가사유상은 경북 봉화의 북지리와 경주 단석산 신선사에서 발굴된 반가사유상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신라불상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국보83호는 오래 전시할 수 없고, 8월 2일까지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경주박물관은 이 전시회와 연계해서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름방학 경주박물관 탐험대`를 운영한다. 전시회에서 보았던 유물을 직접 표현해보는 코스이다. 우리문화의 위대함에 접할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이 방학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다.

2015-07-22

건국 대통령에 대한 예우

올해 7월 19일은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을 올렸다. 이국땅 하와이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며 쓸쓸히 숨져간 초대 대통령의 최후를 애도하면서, 생의 대부분을 일제에 맞서 싸우며 조국의 독립 광복을 위해 바쳤고, 해방후에는 신탁통치를 반대하며 자주독립국 건설에 앞장 섰고, 6·25 동란때는 탁월한 외교력으로 유엔의 참전을 이끌어낸 일을 말하면서 “누구나 공과 과는 있기 마련이니, 우리 현대사를 적극적·긍정적으로 바라볼 때가 됐다”고 했다.어느 나라든 초대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각별하다. 공(功)과 과(過)는 다 있지만, 건국대통령에 대해서는 공(功)을 앞세우는 것이 관례다. 특히 터키 건국대통령은 신격화되고 있다. 그를 비난하는 자는 극형에 처할 수 있는 법까지 있다. 초대 대통령을 높이는 것은 “그가 국가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준 `국가의 조타수`이므로 비록 과오가 있어도 극력 덮으려 한다. 국가의 자긍심을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다.그런데 우리나라는 건국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칭송의 소리보다 높았다. 그의 장례식을 놓고 정부 요인들은 “국민장으로 해야 한다”고 했으나 4·19세대들은 “국장도, 국민장도, 사회장도 안 된다”며 격렬히 반대했다. 이른바 `인의 장막`에 가려 국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3·15부정선거를 촉발시켰고, 부패정부를 방치한 잘못을 크게 부각시킨 결과였다. 그의 모든 공(功)은 완전히 묻혀버렸다. 결국 유가족들은 가족장을 선택했다. 그것은 누가 뭐라해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었다.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국내 정세로 보아, 이승만 박사의 조기 귀국에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일권 당시 총리가 대독한 추모사에서 박 대통령은 “조국 독립의 원훈(元勳)이요, 초대 건국 대통령이신 고 우남 이승만 박사”란 말로 시작해 “칠십 노구로 광복된 조국에 돌아와 새 나라를 세워 민족과 국가의 방향을 제시한 것은…”이란 말로 끝 맺었다. 박 대통령은 `건국대통령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승만 정권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점에서 나온 추도사란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하와이에 갔을 때, 이승만 박사는 그에게 “국정이 어떠하냐”고 물었고, 김 부장은 “잘 돼갑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때 이 박사는 “잘 돼간다는 말 믿지 마시오. 그런 말 믿다가 내가 지금 이 지경 된 것이오”라고 말했다. 가슴에 맺힌, 통한의 한 마디였다. 그의 서거 50년이 흐른 지금 건국대통령을 객관적으로 재평가하고, 젊은이들의 가슴에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에 착수해야 하겠다.

2015-07-22

경찰·소방관의 정신건강

몸에 난 상처는 약을 바르고 먹어서 고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상담`으로 치유한다. 몸에 난 상처는 눈에 보이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보이지 않으므로 그냥 지나치기 쉽고 환자 자신도 모르는 채 방치하기도 한다. `며느리들의 홧병`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전쟁을 겪은 병사들의 트라우마도 `역전의 용사` `영웅`이란 미화(美化)에 가려지기 쉬운 병이다. 선진국에서는 역전의 용사들의 정신과적 치료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후진국들은 무관심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경찰관과 소방관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걸리기 쉬운 직업군이다.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유혈이 낭자한 살인사건의 현장, 부패가 진행되는 변사체 처리, 흉기를 든 범인과의 대결, 불에 탄 사체 처리, 참혹한 화재의 현장 등 `못 볼 장면`을 여러번 목격해야 하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기 쉬우니 이에 대한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우리나라의 경찰관 트라우마 관련 병원은 보라매병원(서울), 부산의료원(부산), 조선대병원(광주), 건양대병원(대전) 등 전국에 4곳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 경북에는 하나도 없다.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기는 하겠지만, 전문화된 트라우마센터는 없는 실정이다. 마음의 상처는 상담으로 치료하는데, 상담 한 건 당 1~2시간이 소요되므로 하루에 4명만이 상담할 수 있으며,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상담해야 하므로 4개의 트라우마센터의 수용능력은 한계점에 이르렀다.한 경찰관은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가 동료 2명이 강도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현장을 목격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증세가 심해져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며,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는 전문병원에서 상담치료를 받은 후 정상을 회복해 업무에 복귀했다. 이런 사례는 대구 경북지역에도 많을 것인데, 그런 환자들은 부산이나 대전 등지로 가야하는 불편이 있고, 전문병원도 이미 초만원을 이루고 있으니 시의적절한 치료도 어렵다.경찰은 당초 서울과 경기지역은 2곳, 다른 광역시도에는 1곳씩 경찰트라우마센터를 둔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현재 예산문제로 1년 넘게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김영식 교수는 “외근 경찰관의 경우 본인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지 아닌지 여부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센터를 확대하고, 전체 경찰관을 상대로한 정기적 심리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라우마에 걸리기 쉬운 직업군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정기적으로` 심리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인데, 대구 경북지역은 너무 방심하고 있는 것같다. 정부 차원에서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경찰·소방관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15-07-21

`기업수사` 너무 오래 끈다

우리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급한데, 추경을 놓고 정부와 국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러다가 경기부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지금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 사이에 논쟁이 치열하다. 기재부는 13일 “국회 예정처가 지적한 45건의 문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큰 의미가 없는 사안과 사실관계를 흐리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했다. 야당은 “SOC관련 예산은 메르스 추경과 무관한 총선용이다”라고 주장하고 정부는 “경기활성화 사업으로 포함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싸움질만 하다가는 또 불어터진 국수를 만들 것이다.포항지역에서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25일에는 포항시와 포스코 사이에 상생협력 MOU를 체결했고, 9월부터는 현 4조2교대 근무체제를 4조 3교대로 바꿔 지역경제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또 현대제철은 포항시와 투자협정 MOU를 체결, 포항공장 특수강 제조 설비 공사 부문에 참여하는 30여개 업체 중 90%이상을 포항업체로 선정하고, 3만9천여명의 건설인력을 지역에서 고용할 예정이다.포스코는 최근 고강도 쇄신안을 내놓았다. 2017년까지 국내 사업 절반과 해외 사업 30%를 정리하겠다는데, 경영부실에 관련된 임원 43명은 퇴직 혹은 징계로 인사조치된다. 향후 2년간 국내 계열사 47개를 22개로, 해외 181개 사업을 117개로 줄일 방침이며, 순혈주의를 깨고, 포스코 임원이 계열사 CEO로 가는 관행도 없앤다. `100% 투명성`경영, 윤리적 비리는 `단 한번에 퇴출 원칙`을 세웠다. 권오준 회장은 “과거의 자만과 안이함을 버리고 창업하는 자세로 돌아가 스스로 채찍질하고 변화시켜 창립 50주년을 맞는 2018년까지는 또 다른 반세기를 시작하는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한국은행 포항본부는 최근 일본 철강업계가 부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부가가치 제품과 부품소재산업의 꾸준한 연구개발로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트랜드를 선도하는 첨단제품을 개발하고, 대외여건에 일시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장기적 종합적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적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충고이다.그러나 업계는 현재 경영 외적 일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가 5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에서 본격화된 수사는 동국제강, 코스틸 등의 대표가 구속됐고, 그 여파는 지역경제 불황으로 연결된다. 50년 가까이 쌓아온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이번에 발표한 쇄신안은 `읍참 마속`이라 할 수 있다. 지금 경제인의 사면이 논의되고 있는데,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수사도 조기 종결하고 투자촉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2015-07-21

포항시 `등잔 밑`을 살펴야

포항시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등잔밑의 어두움`을 살피는 일에도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천문(天門)을 연구한다며 하늘만 쳐다보고 걷다가 시궁창에 빠진 사람`이야기도 있는데, `미래의 일`이나 `현재의 일` 모두 중요하다. 포항지역에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다. 시청에서 관심있게 돌봐야 할 과제들이다.형산강 둔치에 설치된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체육시설들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농구장은 펜스가 없어 공이 강물에 빠지고, 축구장은 잡초가 무성한 데 골대에 그물망도 없다. 시는 지난해 3천700만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했지만 시늉에 그쳤다. 관리가 부실한 원인은 `주무부서`가 불분명하고, 비전문부서가 관리하는 탓이라 한다. 파크골프장 등 규모가 큰 것은 체육지원과 소관이고, 다른 구장은 재난안전과가 관리하는데, `비정상적 관리체계`부터 고쳐야 한다.우현도시개발지구는 2008년 12월 금호어울림 449세대를 시작으로 2011년 3월 풍림아이원 412가구와 삼도뷰엔빌 593가구 등이 이주했지만, 시공사인 선원건설과 포항교육청의 갈등 속에 우현초교 개교가 지연되고, 비탈면까지 위험지구로 장기간 방치되면서 주거환경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더욱이 인근 공사장에서 발생한 자살사건 때문에 민심도 흉흉하다. 출입국관리소 부근의 인도는 늘 침수되고, 가로등도 없는데다 불법주차된 대형트럭들 때문에 위험지대로 변해 있다. 포항시가 적극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일이다.북구 환호공원 절개지가 낙석사고 위험이 높은데, 포항시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한다. 시는 2013년 약 5개월에 걸쳐 옹벽과 부착망 설치 공사를 벌였지만, 1년만에 다시 낙석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8월 산사태 방지용 축대벽이 무너져 토사 등이 도로에 흘러내린 것이다. 이에 시는 가시설인 H빔과 철판을 설치하는 등 응급복구를 했지만 이후 근본대책은 없고 지금까지 방치상태에 있다.이같은 상황에 대해 포항시는 부서간 책임 떠넘기기나 하고 있다. 도로과는 “공사 이후의 관리와 대책은 건설과 소관”이라 하고, 건설과는 “절개지에 대한 대책 마련 등 유지 관리는 북구청 소관”이라 하고, 북구청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라, 구청에서는 사고가 나면 치우는 정도만 할 뿐”이라고 한다. `현장중심의 행정`을 표방하는 포항시이니, 본청에서 확실한 중심을 잡아 교통정리를 잘 해야 하겠다.두호동 대형마트 입점을 놓고 죽도시장·중앙상가 상인들과 두호동 16개 자생단체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또한 시가 중간에 서서 중재력을 발휘해야 할 사안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것도 행정의 중요 몫이다.

2015-07-20

`독도 지도` 관련 모금운동

독도가 한국땅임을 표시한 지도는 그간 많이 발견됐다. 지도는 색깔로 영토를 표시하는데, 울릉도·독도는 항상 한국영토와 같은 색깔을 입힌다. 최근에는 `한국영토에는 노란색, 일본영토에는 빨간색`으로 나타낸 지도가 발견되었는데, 울릉도와 독도는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고, 심지어 `조선의 것`이라 명기했다. 이 지도는 18세기 일본의 유학자이고 지리학자이며, 저명한 지도 제작자인 하야시 시헤이가 제작한 1802년도판 `대삼국의 지도`이다. 일본에서 제작한 지도에 독도를 한국땅으로 표기된 것이 많은데, 이 지도는 더 확실히 표기돼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양보경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는 “만약 전후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주장하려 했다면 50년대 일람도에는 어떠한 형식으로든 독도를 기재해 넣었을 것”이라며 “이 시기에도 여전히 일본정부는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이자 한국에 반환해야 할 땅으로 인식 혹은 인정하고 있었음을 이 지도가 보여준다”고 했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실질적으로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정부의 억지를 통박할 결정적 자료가 이번에 발견된 것이다.독도를 놓고 일본과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단체가 `우리문화가꾸기회`이다.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가 회장으로 있고, 지리학자, 법률가, 기업인 등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독도관련 지도나 문서가 있다는 소문이 들리거나, 경매에 붙여진다는 소식이 오면 미국이든 일본이든 달려간다. 그렇게 2년간 모은 지도가 60여점이고, 지난해에는 `일본 지도가 증언하는 우리땅 독도 전시회`도 열었다. 그리고 오는 8월에는 `일본 고지도 선집`제1권을 출간한다.우리문화가꾸기회는 제2권과 제3권 발간계획도 세웠는데, 2권은 러일전쟁 관련 지도 및 일본 해군성 발행 지도를 모은 것이고, 3권은 일본 출판사 및 언론사, 민간이 발행한 지도를 모은 것이다. 이같은 자료를 모으는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한·일간 자료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고지도 가격도 치솟았다. 한 장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간다. 그 비용은 회원들의 모금, 경기도와 강원도 영월군 등의 지원금, 일반인의 기부가 주류인데, 한 회사원은 1억원에 가까운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일본에도 일부 양심 있는 학자들이 있고, “일본 정부가 독도영유권 주장을 위해 오류가 있는 판본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고 공언하지만, 일본정부는 사생결단으로 덤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이고, 대학의 연구소나 민간단체들이 나서고 있을 뿐이다. 울릉도·독도는 경상북도 소속인데, 도와 도민들이 얼마나 이 운동에 기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도 등 자료 수집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우리도 이를 위한 모금운동에 돌입해야 한다.

2015-07-20

지역경제에 희망의 빛

최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구미시를 찾아 수출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청취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논의했다. 전기·전자제품 기술 인증과 관련된 인증기관이 서울 경기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도 애로 사항 중 하나였다. 윤 장관은 “중소기업들도 스마트공장으로의 변화를 위해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잘 활용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정부도 개별 공장 및 업종별 보급, 모델공장 구축 지원과 표준 인증 등 스마트공장 기반조성을 통해 다각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윤 장관은 이번에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LG디스플레이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산업을 위해 구미에 9천억을 투자하면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언급이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구미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파주 사업장에 OLED생산라인을 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생산라인 확대를 생각해왔는데, 관련 부처 장관의 “구미에 9천억원을 투자하면…”이란 말은 “그렇게 결정해달라”는 부탁이니, 업체측도 장관의 이 언급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국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을 두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예산의 조기 집행과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에 손발이 잘 맞는다. 예천군은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2015년 상반기 지방재정 조기집행 추진실적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기관표창과 재정인센티브를 받는다. 군은 당초 목표보다 늘 초과집행을 해왔는데, 이현준 군수는 “4년 연속 두각을 나타낸 것은 연초부터 집행률 부진사업에 대한 원인분석과 대책 마련, 중점관리 대상 사업에 대한 일일보고 등 강한 의지가 이뤄낸 성과”라고 자평했다. 예천군은 재정 조기집행 부문에서 그동안 13억7천만원의 재정인센티브를 받았다.영주시는 지역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우수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청 회의실에 (사)풍기인견발전협의회 회원사에서 제작한 풍기인견제품을 전시 홍보하고,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는 공무원들은 풍기인견 옷을 입었다. 또 지역 중소기업 제품을 홍보하는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고, 운전자금을 적기에 공급해 금융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시가 유망 중소기업 육성 시책 추진에 시정의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 했다.포항시의회는 `메르스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발표하고 2회 추경예산을 10여일 앞당겨 의결해 조기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는 추경을 놓고 발목잡기를 하면서 적절한 시기를 놓쳐 `불어터진 국수`를 만들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적기(適期)에 시책을 펴고 있으니, 지역경제 회생에 희망의 빛이 보인다.

2015-07-17

포스코의 3대 100% 정신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이룬 민족기업이라는 공기업적 성격 탓으로 정권교체 때마다 총수가 바뀌었으며, 자주 보복성 국정감사나 수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지만, 이렇다 할 비리는 발견되지 않았다.`깨끗한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비자금 조성 등으로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은 포스코 역사에 오점이 될 수 있겠다.이를 계기로 포스코는 지난 5월 5개부문의 쇄신위원회를 꾸렸고, 2개월간의 작업 끝에 16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구조조정분과위는 적자 사업 퇴출을, 책임경영분과위는 투자실패·부실경영 임원의 퇴출을, 인사혁신위는 외부 전문인력 영입을, 거래관행분과위는 100% 경쟁입찰, 100% 기록, 100% 공개 등 3대 100%를, 윤리의식분과위는 금품수수, 횡령, 성희롱, 정보조작 등에 연루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번에 퇴출하는 무관용주의를 채택키로 했다.이같은 선언은 깨끗하고 투명하고 공명정대했던 창업시절의 그 순수한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의 결집이다. 박정희·박태준 두 지도자가 포항제철소를 건설할 당시 한국에는 두 가지의 기적이 있었는데, 하나는 한강의 기적이고, 또 하나는 영일만의 기적이었다.황량한 모래벌판에 한국 최초의 제철소를 세우는 일에 대해 대부분의 정관계 인사들은 반대를 했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포스코 창업정신이었다. 박대통령도 당시 현장에 와 보고 엄두가 나지 않아서 박 사장에게 “임자, 되겠어?”라고 물었다. 많이 어렵다면 지금 그만 두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박사장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며 대통령에게 용기를 주었다.마침내 쇳물이 흘러나오고 성공 기미가 보이자, 반대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청탁·압력으로 이익을 챙기려 들었다. 이때 나온 것이 대통령이 서명한 `종이마패`였다. 박 사장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전권 위임장`이었고, 그것이 정치외풍을 막아주었으며, 오늘날 세계 최고의 제철소가 되게 한 토대가 됐다. 대일청구권자금은 우리 조상들의 탄식과 선혈이 어린 돈이다. IMF때 많은 지분이 외국인 손으로 넘어갔지만, `포스코 창업정신`만은 훼손되지 않았다.권오준 회장은 쇄신안 발표에서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경영`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그것이 바로 포스코의 창업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이다. `3대 100%`는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결단이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은 기업윤리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의지이다. 방위산업 비리 부패로 1조원대의 국민혈세가 낭비됐다고 한다. 군(軍)의 비밀주의 때문에 `어둠속의 밀실 거래`가 자행된 탓이다. 포스코의 `투명주의`는 그런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포스코의 창업정신이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2015-07-17

이러니 행정불신이 쌓이지

지난해의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의 메르스재앙에 이르기까지 쌓인 것은 행정불신이다. 여북했으면 관피아란 말까지 나왔겠는가. 행정관료든 정치인이든 “믿지 못하겠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세월호참사는 권력자들의 부패에서 비롯됐는데, 메르스파동은 무능한 관료들의 무사안일이 빚은 결과다. 전문인력이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조기에 잡을 수 있었는데, 그만 국제 망신에, 나라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국제적·국내적 요인이 겹쳐 경제성장률은 2%대로 하향조정할 판인데, 이를 추스릴 추가경정예산을 두고도 여야가 대치한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성 예산이 끼어 있다는 야당의 반발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불신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정부 여당이 하는 일에는 일단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최근에 또 하나의 불신풍조를 키울 일이 생겼다. 바로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이다.감사원은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를 대상으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36조원을 투입했지만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3개 공기업은 48개 사업에 46조6천억원의 추가 투자 계획을 갖고 있어서 이대로 진행되다가는 결국 재무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정부와 공기업들이 하는 일을 도무지 믿을 수 없으니 우려는 더 심각해진다.`지방 규제 개혁 평가`도 엉터리 자료를 사용하는 바람에 지자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잘못된 자료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국토부 담당자들은 출장을 핑계로 자리를 비우거나, 설득력이 전혀 없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지난달까지 진행된 자료를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할 것인데, 국토부는 지난해 말까지의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그 때문에 포항시는 `억울한 C등급`을 받고 구미시도 같은 처지에 몰렸다. 두 도시 다 산업도시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해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시민들은 의아해 했다. 포항시는 지난달 9일에 건축조례 8건을 개정했으니, 자료를 제대로 적용했다면 B등급에 해당된다. 국토부 담당 부서를 엄히 문책해야 할 사건이다.그러나 또 한편 울릉군은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S등급에는 12개 지자체가 들어갔는데, 그 속에 울릉군이 포함된 것이다. 규제 개선 과제 정비율이 전국평균 40.8%인데, 울릉군은 86.7%나 됐다. 포항시와 경북도는 억울한 판정을 받았지만, 원망하기보다 개혁의지를 더 불태우자고 결의한 자세는 S등급에 들만했다. 이재춘 포항시 부시장은 “더 열심히 챙기겠다” 했고, 경북도는 “속도 높이는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성숙된 자세가 믿음직스럽다.

2015-07-16

지역간 교류의 중심 포항

지난 2009년 5월 포항은 변산반도 부안군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해돋이 마을과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해넘이 마을이 손을 잡은 것이다. 청정 해역 포항 호미곶의 횟감과 갯마을 격변의 조개류, 부안의 내소사와 포항의 오어사 등 양 지역 특산물과 관광지가 있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자치단체장들이 바뀌면서 시들해지고 있다. 이런 자매결연은 지속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지난 13일에는 남쪽 땅끝 마을인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주민 30여명이 포항 호미곶면 대보리를 찾아왔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주선한 동서간 만남이었다. 이날 첫 모임에서는 지역간 상생발전을 위한 자매결연식과 간담회 기념식수 등이 있었다. 또 오는 29일에는 호미곶면 주민 50여명이 송호리를 1박2일 방문한다. 바람 거센 호미곶 구만리에 20여년간 해송을 심어왔고 10여년간 예술제를 열어온 호미수회(회장 서상은)가 많은 자랑거리를 만들어 놓았다.이강덕 포항시장은 “공동상품 개발, 지역특산물 교류 판매 등 지속적인 교류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더라도 한번 맺은 인연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동·서, 동·남 간의 교통이 미흡해서 서로 오가는데 불편한 것도 원활한 교류를 막는 요인인데, 근래 들어 철도 부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니, 자매결연의 정신을 꾸준히 이어가면 철도를 앞당기는데 일조가 될 것이다.최근에는 포항 청하면 기청산식물원(원장 이삼우)과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간에 업무협약을 맺었다.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여름 휴가 동안 “양 수목원을 잇따라 탐방하면 입장료 50%를 할인”해주는 협약이었다. 식물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이들이나 학생들의 현장학습과 정서함양에 도움이 된다. 한 달 반 가량의 한시적인 일로 시작했지만, 사철 내내 지속적으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됐으면 한다.기청산식물원은 매우 짜임새 있으며, 우리 토종식물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약용식물, 멸종위기 희귀식물, 수생식물 등이 구역별로 구분돼 있어서 잘 정리된 식물교과서이다. 천리포수목원은 그 역사가 깊다. 인천상류작전 당시 참전했던 미군 장교 칼 페레스 밀러씨가 천리포지역의 야산을 사서 조성한 한국 최초의 민간수목원이다. 밀러씨는 전쟁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한국에 귀화했으며, 이름도 `민병갈`로 바꿨다. 그는 2002년 사망후 수목원 목련나무 아래에 묻혔다. 이 천리포에는 60여개국에서 들여온 외래종과 자생식물 등 총 1만5천900종이 있고, 지난 40년간 연구목적으로만 제공됐는데, 최근에는 7개 구역중 1개(밀러 가든)만 개방했다.동·서간 인적 물적 교류에 이어 `식물교류`까지 실현됐다는 점이 특별하다.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활용될 가치가 높다.

2015-07-16

원유철 원내대표의 `바둑철학`

새누리당 당헌 83조에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로서 국회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가진다”고 돼 있다. 당 운영은 당대표가, 국회운영은 원내대표가 맡는 것이다.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부대표, 정책위 부위원장과 정책조정위원장 및 부위원장 임명`등의 권한을 가진다. 원내대표자리는 당대표, 국회의장, 입각 등으로 영달하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에 3선 이상이면 다들 탐낸다. 그러나 원내대표 자리는 `양날의 칼`이다. 원내대표(과거 원내총무)를 두번이나 지낸 한 전직 국회의장은 “원내대표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의원의 의사를 받드는 최고의 명예로운 자리”지만 “그러나 소모품”이라고 했다. 의원들을 위해 봉사하며, 정치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떠나는 자리라는 것이다. 원내대표와 당대표는 이원집정부제에서 총리와 대통령에 비유되기도 한다.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함께 하지 못한 이유`로 엄청난 파동을 일으키며 물러난 후 원유철 의원과 김정훈 의원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합의추대됐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당내 계파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경선이 아닌 합의추대 형식을 취한 것이다. 김무성 당대표의 뜻이 잘 반영된 결과였고, 이른바 `비박·비노 연합 신당설`을 조기 진화하려는 조치였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당이 `핵분열` 현상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 했다. 당·청간 원활한 소통과 협력 속에서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살리는데 집중하는 것이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의 임무라는 것이다. 원 원내대표가 수도권 출신이니, 정책위 의장은 영남권에서 선택함으로써 김무성 당대표의 탕평인사정책과도 부합하는 간택이었다. 또한 당직 인사에서도 `계파 탕평 원칙`이 적용되었다. 총선을 앞두고 당 살림, 공천 실무를 책임질 사무총장에는 황진하 의원이 유력하다고 한다. 친박·비박·중도가 고루 섞여 `무채색 당`을 만들겠다는 뜻이 잘 드러나는 인사다.원유철 원내대표에게 기대되는 것은 `바둑철학`이다. 그는 국회 기우회 회장이고, 한·일 의원 바둑대회를 주선했고, 11일 한일수교 50주년 기념 친선바둑경기를 열었다. 이날 원 회장은 일본 간 나오토 전 총리와 맞붙어 불계패했다. 대국을 지켜보던 조훈현 9단은 “원 의원이 일부러 져준 것같다. 기우회 회장을 하실만하다”고 논평했다. `져줄 줄 아는 것`도 바둑의 미덕이란 말이다. 대국적(大局的)이란 말이 있고, “쫌뜨면 지나니 대해로 나가라”란 기훈도 있다. 계파에 매몰되거나,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말고, 민생을 바라보는 `큰 눈`을 가진 원내대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5-07-15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들

그리스 국가부도, 중국 증시 폭락, 일본의 엔저는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수렁에 빠져드는 경제를 살리는 일은 국제적 과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메르스 재앙까지 겹쳤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화급하고 중차대한 것이 경제살리기이다. 다른 어떤 가치를 댓가로 지불하더라도 경제를 추스려야 한다. 이같은 심각성을 이해하고 다각도로 경제회생 노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역시 한국이다!”란 찬사를 받을만 하다.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70주년 사면의 범위와 대상을 면밀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경제회생과 관련된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언급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특별사면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지난해 1월 설특사때도 정치인과 경제인을 빼고 서민생계형 사범 5천900명만 사면한 것이 유일하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서면서 `사면의 범위와 대상`을 특별히 언급한 것은 바로 `경제위기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며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투자를 결정할 재벌 총수의 사면”을 건의했고, 대통령은 이 건의를 타당한 것으로 여겼을 것이고, 그 의향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거론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국가경제의 활력소가 됨은 물론이고, 최근의 상황은 더더욱 `기업 기살리기`의 필요성을 증폭시킨다. 항상 국가발전과 국민통합과 민생만을 생각하는 대통령인데, 투자주체의 특사를 생각하지 않았겠는가.지역에서도 경제회생 행보가 확연히 눈에 띈다. 포항시는 기업애로 상담에서 철강공단의 건폐율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1,4단지는 건폐율이 80%인데, 1,3단지는 70%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같은 공단 안에 소재하면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비정상이다. 시는 곧바로 중앙정부를 상대로 `규제완화 협의`를 벌였고, 지난 6일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바로 조례개정에 들어갔다. 이로써 건축 가능 면적이 대폭 늘어나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천500억원에 달한다. 또 공장 증설에 따른 고용증가, 설비투자 효과를 따지면 최소 5천억원의 경제유발효과가 기약된다.경주시 도로과 최병윤(54) 도로시설담당은 `도로편입부지 부당이득 청구 소송`에서 변호사 없이 직접 맡아 승소했고, 이로써 1억2천500만원의 예산지출을 막았다. 그는 관련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찾아 연구를 했고, 1957년도의 서류인 `경주국립공원 도로 축조공사 용지 및 이전보상비 지급`을 찾아내 변호서류로 제출해 승소한 것이다. 이런 공무원이야 말로 진정한 `국고 지킴이`이고, 나라경제가 어려운 지금 보물같은 인재다.

2015-07-15

조건없는 대북 지원을

북한 경제가 근래에 들어 최악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유엔의 제재가 갈수록 엄혹해지고, 이란과의 거래가 숨통을 다소 틔우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집중 통제를 받는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늘 유엔의 의제가 되어 있고, 핵무기와 미사일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북의 정책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경제가 허리 펼 날은 요원할 것이다.세계식량기구(FAO)는 북한의 가뭄피해를 감안, 곡물 생산량 추정치를 전년 대비 24.4% 감소한 27만7천t으로 낮췄다. 북한정부는 7월부터 1인당 식량 배급량을 하루 410g에서 310g으로 줄였다. 가뭄피해에 설상가상으로 홍수피해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라 북한 인민들의 굶주림은 올해 더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다.30여년 전 전두환정부 시절 우리가 홍수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그때 북한은 `조건 없는 쌀지원`을 제의했고, 우리 정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남한에 보낼 쌀을 모으기 위해 북한 인민들은 `공출`을 해야 했다. 남한에서 사양할 줄 알았는데, 선뜻 수용하는 바람에 북한은 적잖이 놀랐을 것이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더 심각한 식량난을 겪어야 했다. 당시 수해를 입은 가정들이 북한의 그 눈물어린 쌀을 받아 떡을 빚어서 직장 동료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우리는 이제 그 `피눈물 어린 쌀빚`을 갚아야 한다. 북한 당국자들은 `당장 굶어 죽어도 자존심만은 지키는`DNA를 가졌다. 우리의 대북관계가 늘 `북한의 자존심`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최고존엄`을 옹위하는 것도 그 자존심의 일환이다. 그리고 대북외교는 늘 `앞면과 뒷면`이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서 안된다. 앞으로는 자존심과 존엄을 지켜주고, 뒤로는 다른 모습의 협상을 진행시켜야 한다. 대북관계가 항상 `비밀주의`로 흐르는 이유다. 북한이 입으로는 말폭탄을 퍼붓지만 등뒤로는 손을 내민다.지금 세계의 큰 흐름은 `변화와 협력`이다. 반세기 넘는 세월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쿠바가 손을 잡고, 중국과 대만이 교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같은 세계의 흐름을 북한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 진단하면서, 남북관계가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보건·의료 협력, 개성공단에서의 모자보건 사업, 탁아소 증축, 영유아·임산부 임산부 지원, 결핵치료 등에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진~하산 물류사업, 나선~훈춘 물류단지 활용 등 남북이 공동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이 진척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탈북민·탈북청소년 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 그들이 잘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밀주의와 자존심을 감안해서, 비공개·조건 없는 지원을 통해 공동이익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2015-07-14

지금은 기업의 기를 살릴 때다

근래에 들어 경제위기란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일본의 엔저와 중국 경기의 둔화·증시 폭락은 수출에 직격탄이며, 그리스 국가부도의 파장은 국제적이다. 우리경제가 6개월 간 연속 마이너스 수출을 기록한 예는 전에 없었던 일이다. 더욱이 메르스 사태는 겨우 살아나는 내수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다행히 국내적 문제는 현명한 국민들에 의해 해결되고 있지만, 국제적 문제는 난처하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우리 속담은 용기를 준다.최근 30대 대기업 임원들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선했고, 공동성명서도 발표했는데,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받은 성원에 보답한다는 자세로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 서겠다”하고 “비상한 각오로 대내외 변수에 흔들림 없이 예정된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하고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했으며, “정부와 국민과 기업이 하나가 돼 위기를 돌파하고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시기”라며, 전통시장 살리기, 국내 여행 가기, 외국 관광객 유치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다짐도 했다.지금 복역중인 재벌 총수들에 대한 특사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돼 있다. 투자를 결정하는 주체가 기업총수인데, 이들이 수감중이니 투자결정이 어렵다. “재벌과 정치인들은 잘도 풀려나더라”하는 원망의 소리가 비등한 현실에서 원칙을 굳게 지키는 박근혜 정부가 “온정 특혜는 없다”고 언명했으니, 비록 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원칙에 어긋난 특사는 민망하지만, 8·15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경제인들이 `기업총수 가석방과 경제회생`을 연계시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원칙과 규칙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가 3중고·4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투자촉진책이 긴요하다. `불어터진 국수`가 되지 않으려면 국회도 민생경제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해야 하겠지만, 정부도 기업총수에 대한 온정으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현명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기업에 대한 수사도 배려가 필요하다. 포항지역 경제는 포스코가 좌우하는데, 지나치게 옥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대구시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하반기 경영안정자금 1천억원을 풀 계획이다. 금융권과 협약을 체결해서 융자추천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대출이자 일부를 보전해주겠다며 대상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650억원, 소상공인을 포함한 자영업자에 350억원을 배정한다. 특히 지역 연고 섬유, 자동차부품, 안경, 여성기업, 장애인 기업과 대구시가 유치한 기업에는 최고 5억원까지, 메르스 피해기업은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이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으는데, 국민들도 메르스로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돈을 돌리는 일에 일조를 해야 하겠다. 우리 국민은 우수한 `위기극복 DNA`를 가졌다.

2015-07-14

국고보조금은 여전히 눈먼 돈

교육부가 지난해 말 국립대와 사립대, 시·도교육청 등 36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연구비와 국고보조금 등에서 48건, 교원 인사분야에서 26건 등 총 74건을 지적했다. 경북대는 음악학과 교수 채용 시 경력점수를 일부 지원자에게는 적게 부여하고, 피아노심사대상자에게는 연주음악 악보를 잘못 복사해 전달하는 등 채용과정이 부적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주대는 교원인사위원회에서 재임용 탈락이 의결된 자를 다시 신규 임용해 1년간 임용계약을 체결했다. 동국대는 연구원 8명 중 3명에게만 연구수당을 지급했고, 전주대는 배우자를 연구보조원으로 만들어 인건비와 출장비를 주었다가 사기혐의로 고발됐다. 공주대는 성과 평가 없이 산학협력단 보직자에게 성과보상금을 지급했고, 명지대와 한동대는 기관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또 광주시교육청, 강원도교육청 등도 경고조치가 내려졌다.감사원은 8일 `복지사업 재정 지원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총 52건을 적발했고, 부당지급 액은 4천461억원이나 됐다. 개중에는 5억원 상당의 주식을 가진 사람이 기초연금을 받거나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사람이 기초생활급여를 받았다. 직장이 있는데도 기초생활 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1만8천명이었다. 의료급여 수급자 중 국가유공자에 대해서는 소득·재산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난해 504억여원이 잘못 지급됐는데, 고양시에서는 매달 1천300만원을 받는 고액소득 유공자가 2천400여만원의 의료급여를 받았다.대구시설관리공단이 회계질서가 문란하고 공사분야에서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대구시 감사관실 감사에서 드러났다. 예산운용 소홀, 사전 절차 부적정, LED조명등 선정 부적정 및 관리소홀, 공사비 정산 소홀 및 설계용역비 산출 부적정 등으로 혈세를 낭비했다. 또 앞산 순환도로 중앙분리대 및 방호벽 도장공사에서는 작업내용 변경으로 공사비 감액 미적용 및 교통통제 및 정리원 과다 적용 등으로 519만원 상당의 예산을 낭비했고, 실내마장 공사 준공 후 규격변경에 따른 공사비 차액 145만원을 적게 반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그러나 또 한편 `눈밝은 공무원들`이 혈세 1천억원을 절약한 사례도 있다. 포항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에 대한 관련 법규를 재검토해 농축수 처리 방법을 변경함으로써 연간 13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농축수 처리방법 변경은 2만5천t 규모의 신규 하수처리시설 건설과 맞먹는 효과를 가져와 건설비 600억원, 20년간 시설운영비 약 400억원 등 총 1천억원의 간접적인 예산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국고를 횡령 혹은 낭비하는 자들도 많지만, 투철한 공직관을 가지고 예산을 절약하는 알뜰한 공무원들도 있으니, 이 나라가 그나마 무난히 지탱된다.

2015-07-13

광주U대회 따라배우기

대규모 체육대회는 반드시 큰 빚을 남긴다. 올림픽을 연 후 수십년간 그 빚에 눌려 허덕이는 나라도 있다. 국가의 자존심을 위해서, 자치단체장의 업적 과시를 위하여 시민혈세를 펑펑 써댄 결과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 시설들이 그냥 놀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두가 낭비인데, 지금까지의 관행이 그러했다. 그러나 이번 광주U대회는 전혀 딴판이었다. `짠돌이 대회`를 훌륭히 치러내고 있는 것이다.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강원도는 지금 광주U대회를 벤치마킹 중이다. 이들이 배운 것은 왕성한 서포터스 활동과 다양한 문화행사였다. 자원봉사자를 대거 활용하니 인건비가 줄었고, 문화행사에 외국 선수들이 스스럼 없이 참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저비용 고효율`이 눈에 띈다. 경기장과 훈련장 69개 중 새로 지은 것은 3곳에 불과하다. 기존 시설을 개보수하고, 이웃 지자체의 시설을 빌렸다.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인천으로부터 시상대 153개와 메달 받침대 67개를 얻음으로써 시상부문 예산 8억원을 아꼈다.또 광주U대회 조직위는 수상자에게 꽃다발 대신 대회 마스코트인 `누리비 인형`을 주었다. 시들면 그만인 꽃을 사지 않은 것은 꽃집들로서는 불만이겠지만 실용성과 소장가치를 고려한 조치였다. 대규모 체육대회는 흔히 “생색은 자치단체장이 내고 비용은 시민들이 낸다”고 했다. 그래서 흥청망청인데, 광주U대회는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대회를 치르기로 조직위가 작심을 했다. 심지어 선수촌 침대까지 빌려서 썼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광주 U대회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경비 절감 측면에서 좋은 롤모델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앞으로 모든 스포츠대회를 이런 식으로 개최했으면 한다.이번 광주 유니버시아드는 다른 대형 대회에 비해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점 말고도 성적 면에서도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렇게 잘 나가다가 혹시 우리나라가 U대회 사상 처음으로 우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양궁과 태권도 외에도 예상 밖의 메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뒤처지던 육상에서도 금메달이 기대되는 정도이다. 골프와 리듬체조,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핸드볼 등에서도 금메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니버시아드 사상 최초로 금메달 40개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2011년 중국 선진 대회에서 우리는 금 28개를 딴 것이 사상 최고의 성적이었는데, 28개는 이미 8일에 달성했다. 한국이 하계U대회에서 종합1위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 1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것이 앞으로의 관전포인트다. 14일까지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보면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15-07-13

우리 고유기술의 경쟁력

조류독감(AI)이 유행할 때 중국인들은 한국 김치가 특효라며 대량 수입해 갔다. 이것은 어떤 과학적 증거가 없는`경험방`이었다. 그 후 과학자들은 “우리 김치가 전염병에 효과가 있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연구를 시작했고, 마침내 그 효과를 입증했다. 우리 조상들의 `음식지혜`가 오늘날에 이르러 그 찬연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영남대 맞춤의료연구단(단장 박용하 생명공학부 교수)이 김치에서 추출한 유산균이 코로나바이러스 및 병원성 세균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 있음을 처음 밝혀냈다. 한편 21세기 연세의원 등 경기도 분당지역 의사들은 김치유산균이 메르스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호흡기 질환자 10여 명을 대상으로 김치 먹기를 권장하고 그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우리 전통기와 제작소는 전국에 10여 곳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경북의 `고령기와`는 최고의 품질을 인증받고 있다. 전통기와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맥이 끊어졌다. 일본기와가 판을 친 것이다. 그러나 일본기와는 겨울 추위에 약했다. 겨울을 지나면서 동파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그러나 고령지역에서 나는 고령토 기와는 그런 일이 없었다. 특히 경주지역의 가옥들은 `기와지붕`을 의무화함으로써 우리기와의 수요를 증폭시켰고, 경복궁, 광화문, 창덕궁 낙선재, 덕수궁, 수원화성, 남한산성, 부석사, 불국사, 화엄사, 도산서원, 도동서원, 국회의사당 영빈관, 남산골 한옥마을, 호암미술관 등이 우리 전통기와의 명맥을 잇는 수요처이다.그러나 평판형 기와는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되는 저가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고령기와는 `전통방식에서 자동화로 바꾸는` 생산설비를 준비하고 있다. 기술경쟁에서 한 단계 업그래이드시킬 요량인 것이다. 우리나라 `골기와 지붕`는 한국만의 독특한 지붕형태이고, 한국기와의 내구성은 세계적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 자랑스러운 전통기와 제작기법인 것이다. 이를 더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기와에 가족의 이름을 적어 기부하는`기와불사`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포스코경영연구소는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 품질인증제도상 기술적인 보호수단이 미흡해 저가 부적합 철강재의 수입이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전년도 대비 35%나 늘었으며, 저가의 부적합 철강재 유입량도 늘면서 시장교란과 국민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박 의원은 “국내 철강산업 발전을 위해서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부적합 철강재의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우수한 고유기술을 지키고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

2015-07-10

규제개혁 성과의 지역별 비교

역대 정부 마다 규제개혁을 표방했지만, 보여주기에 그쳤으니 성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 들어서면서 대통령 주제하에, 방송에 공개하면서, 7시간 가량의 마라톤 강행군 회의를 통해 “반드시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결의를 내보였다. 그것도 한번에 그치지 않고, 중간평가를 거치면서, 수차례 반복하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부패와 규제는 국가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최대 걸림돌이라는 인식 밑에서 “이것만은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다.선진 외국들도 꾸준히 `규제와의 전쟁`을 벌인다. 미국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한꺼번에 대대적 개혁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단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은 중소기업옹호처를 만들었는데, 기존의 중소기업청과는 별도 기관으로, 중소기업에 가해지는 규제에 대해 이를 분석 평가하고, 대통령 직속기관에 직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독일은 `국가규범통제위원회`가 있는데, 관료주의를 철폐하고 행정부담을 감축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규제에 관한 법안이 제안되면, 이 기관은 이를 사전에 검토한다. 입법평가제인데, 행정비용·규율의 효율성·부정적 효과 등을 분석한다. 평가방법도 매우 과학적이다. 규율로 인한 효과를 계량화·수량화하는 `비용-편익 분석`을 적용한다.영국은 OECD국가중 가장 선진적인 규제개혁을 하고 있는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규제정책위원회`가 있고, 하나의 규제가 들어가면 하나의 규제가 나가는 `One in One out`이라는 규제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몰제`를 모든 규제에 적용한다. 항구적인 규제는 없다는 것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규제가 사라진다. 영국은 이 제도들을 정확히 잘 시행하는데, 우리나라는 `채택`만 해놓고 시행은 `형식적`이다. 그래서 박근혜정부는 `실천`을 강조하며 그 성과를 중간점검하고 비교하는 것이다.정부는 1단계로 건축·국토·산업·농업·환경 분야, 2단계로 문화관광·지방행정·해양수산 분야, 3단계로 보건복지·산림·교통 분야로 정하고, 오는 10월까지 1단계 작업을 마치고, 7월부터는 2단계 규제개선 과제를 확정짓고, 3단계는 10월까지 과제 선정작업을 할 계획이다.8일 국무조정실과 행정자치부는 1단계 지방규제 개혁 성과를 발표했는데, 진행률 85% 이상인 S등급에는 대구 남구 대구 달서구 등 12개 지자체가 포함됐고, 경북 칠곡군 등 15개 지자체는 최하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광역단체별로는 대구와 대전이 60%를 넘었다. 이같은 `비교평가`를 발표하는 것은 개혁의지를 북돋우기 위함이다. 자치단체장이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실행하면 순위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경북의 분발이 기대된다.

2015-07-10

포항불빛축제에 대한 우려

포항관광이 새 시대를 맞고 있다. KTX동해선이 개통된지 100일이 지났고, 포항~울산간 고속도로 완공이 눈앞에 와 있으며, 유라시아철도와 연결될 동해안 철도망이 정부 차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태백산맥으로 가로막혀 교통오지였던 동해안이 그 오명을 벗을 날도 멀지 않다. 당연히 많은 관광객들이 청정해역 동해를 바라보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해산물`을 맛보는 즐거움을 위해 이 지역을 찾을 것이다. 포항공항도 활주로 보수를 마치고 민간항공사들이 복귀하면 동해안교통은 두 날개를 활짝 펼 것이다. 이강덕 시장은 영일만항 활성화를 위해 국내·외적 세일즈행보를 활발히 펼치고 있어서 포항의 미래는 밝다.그런데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최근 포항불빛축제위원회가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4일간 벌어질 불빛축제를 앞두고 이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준비부족 징후`가 역력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개최시기가 목전에 다다랐는데, 어찌 이렇게 준비가 소홀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이다. 장규열 축제위원장은 소요예산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 가장 중요한 예산문제에 위원장이 무관심하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체험프로그램인 버스킹페스티벌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는데, 장 위원장은 “올해 처음 운영한다”고 했다. 불빛축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다.사무국장도 지난해 시청에서 퇴직한 이모씨인데, 7월 1일자로 부임했으니, 아직 업무파악이 덜 된 상태다. 위원장과 사무국장이 모두 이런 상황인데, 축제위원회도 지난 3월에 부랴부랴 급조해서 부실운영의 우려를 더한다. 포항불빛축제는 문화관광체육부가 5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했는데, 올해 12회 축제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관광객들의 입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그게 그거다”란 평가가 나오면 끝장이다. 서울 등 다른 곳에서 맹렬히 치고 올라오는데, 포항이 이렇게 준비소홀·졸속·무성의·무관심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특히 올해는 KTX 개통으로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다. KTX는 개통 후 100일 동안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8월 1일부터 4회 증편, 좌석수 증가 등이 실현되고, 열차시간대의 교통혼잡을 막을 조치들이 취해졌으며, 승용차 주차장 시설도 개선돼 시민들이 한결 편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관광객이 더 많아질 것인데, 여름휴가의 꽃인 불빛축제가 부실하게 된다면 이는 포항의 이미지에 직결된다. 무사안일하게 예년의 수준을 답습해서는 안 되고, 무언가 발전적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인데, 그 `조짐`이 우려스럽다 하니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20일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총력을 기울여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2015-07-09

누가 일본을 믿겠는가

우리나라 외교부는 항상 자화자찬을 한다. `만족할 만한``성공적인`이란 말을 잘 붙이지만, 그 결과는 늘 `뒤통수를 맞은`꼴이 된다.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공동어로구역 설정이 그러했고, 독도문제가 그러했다. 일본은 교활하고 한국은 순진했다. 일본은 치밀한 준비로 나서는데, 한국은 경험부족과 미숙으로 항상 `굴욕외교·눈치보기`를 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번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서도 한국외교의 미숙과 일본의 교활성이 그대로 드러났다.우리 근로자들은 1940년대에 일본 탄광 등에 끌려가 참혹한 강제노동에 시달렸고, 굶주리고 매맞으며 지하 막장에서 석탄을 캤다. 지쳐서 잠시 쉬면 사정없는 매질이 날아왔고, 쓰레기 같은 음식만 제공받았으며, `굶어서 뼈만 앙상한 노동자들의 사진`이 공개됐고, 많은 인원이 사망했다. 우리측은 이런 증거를 제시하며 `enforced labor`란 용어를 공식문서에 넣자고 했다. `강제노동`을 가장 잘 표현한 용어이다. 그러나 일본은 `forced to work`를 고집했다.우리측은 일본의 주장에 밀렸다. force to work도 강제노동이란 뜻으로 쓰인다고 생각하며, 일본의 음흉하고 교활한 술수가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유엔문서와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문에도 강제노동을 그렇게 표기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측은 그 표현에 동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 외무상은 결정 하루만에 말을 뒤집었다. `forced to work`란 말은 `일을 시키다`란 뜻이지, `강제노동`은 아니라는 것이다.일본은 왜 `강제노동`이란 말을 피하려 할까.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않기 위한 꼼수였다. 협상 당시 일본측은 “한국인 강제동원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고, 2017년 말까지 강제동원 관련 이행보고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하게 돼 있는데, “강제동원이 아니다”라고 말을 뒤집는 상황에서 그들이 과연 이행보고서를 약속대로 제출할지 의문이다. `독도의 날`까지 제정해가며 왜곡 날조에 광분하는 일본이, `금방 돌아서서 딴말 하는` 일본이, 정보센터 설치 약속을 제대로 지킬 것인가. 또 일본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게 할 국제법적 의무나 약속 이행을 점검할 구체적 기준도 없는 단순 `권고`이니 일본이 약속을 뒤집으면 그만이다.일본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면 할수록 국제적 압박은 더 강해질 것이다. 중국은 일본의 악행을 증명할 자료들을 계속 내놓고 있으며, 미국 의회 의원들도 일본의 자세를 비판적으로 본다. 꼼수·왜곡·말뒤집기·억지로 `역사적 죄`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칠 수록 일본은 `거미줄에 걸린 나비`꼴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믿을 수 없는 일본`으로 낙인찍히기만 할 것이다.

2015-07-09

지역경제 되살아날 것이다

메르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실로 `초토화`지경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도 한풀 꺾였다.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환자 곁에 있었던 의료인들이 몇몇 감염되기는 했으나 회복중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전장(戰場)에 뛰어든 그 의료진들이 존경스럽다. 육체적·정신적으로 말 못할 고통을 당한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소비경제를 되살리는 일에 온 국민이 나서야 하겠다. IMF도 훌륭히 치러냈는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상공회의소, 경북형 강소기업, 시도민회, 경제단체 등 민간 차원의 소비진작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고, 1사 1전통시장 갖기, 구내식당 식재료 전통시장에서 구입하기, 여름철 집중 휴가, 지역특산물 선물하기, 기업연수와 여름휴가 국내 관광지로 정하기, 지역마다의 축제 참석 권장, 출향인사 고향에서 휴가 보내기, 농축산물 팔아주기 등을 하고 있는데, 이번 여름 안에 우리 지역경제가 활기를 되찾게 할 것이라 한다.경북도는 관광활성화를 위해 10억원을 풀기로 했다. 그동안 외국인 단체관광객 유치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주어왔는데, 이제는 내국인 단체관광객 유치에 대해서도 같은 규정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도내 축제나 의료, 체험관광지 등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면 홍보비와 차량 임차비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경북도는 또 도가 운영하는 중국 SNS인 웨이신, 웨이브, 페이스북을 통해 경북의 맛집 축제 정보를 제공하고, 경북관광 모바일 할인 쿠폰을 발행해 요커의 관심을 끌고 있다.이렇게 민관이 합심단결해서 메르스한파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또 한편으로는 이에 역행하는 모습도 보여져 도민을 걱정스럽게 한다. `김영란법 시행령`때문이다. 최근 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시행령을 제정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한국법제원이 “화훼류는 5만원 이상, 음식물선물세트는 5만원 이상, 과일 한우세트는 10만원 이상을 금품수수 규제 대상에 넣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것은 농축산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으니, 당연히 업계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연이은 FTA에 최대 피해업종은 농·어업·축산업계이다. 국토면적이 작은 나라가 덩치 큰 나라를 이길 수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선물규제`까지 가하면 우리 농어축산업은 설 곳이 없어진다. 권익위는 업계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 하니, `금지 상한선`을 갑절로 올리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 어업 축산업에 관한 한 규제보다는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도민들도 지역경제 회생에 힘을 보태야 한다. 외지 손님을 한 사람이라도 더 초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래서 “메르스 한파를 경북도가 가장 모범적으로 해결했다”란 찬사를 듣게 해야 하겠다.

2015-07-08

안동 예술에 대한 걱정

안동을 `추로지향`이라 부른다. `추나라`는 공자가 태어난 곳이고, `노나라`는 공자가 활동했던 곳이다. `추로지향`이라 새긴 비석이 도산서원 입구에 서 있다. 공자의 학풍을 퇴계가 이어받았다는 뜻이다. 안동은 `인문학의 수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안동은 `예술`보다 `학문`에 방점이 두어진다. 현대의 도시는 산업과 학문과 예술이 고루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안동은 예술에서 걱정스러운 점이 보인다.`안동영화예술학교`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2012년 개교 당시에는 신입생이 22명이었는 데, 지난해에는 13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고작 2명에 그쳤다. 접근성이 나쁘고,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고, 교장 A씨가 영화 제작에 사용될 지자체 보조금 사기사건에 연루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A씨는 허위정산 내역을 안동시에 제출해 4억원을 편취하고 영화를 제작하고 남은 1억원을 관계자들과 나눠 가진 혐의로 현재 재판중이다.이 학교가 제작한 영화 `왔니껴`등 5편의 영화는 시민의 외면을 받았다. 관객 수백 명을 불러들였을 뿐이다.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니었다. 제작비를 빼돌렸으니 온전한 영화가 될 리 없었다. 영화의 질은 투입된 제작비와 거의 비례한다. 관객들은 바보가 아니다. `날림 영화`에 감동할 리 만무하다. 안동시 관계자는 “내년 4월 민간위탁 운영기간이 만료되면 운영전반을 재검토해 폐교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폐교`까지 거론한다. 안동을 한국학과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 계기를 마련하고도 이를 무산시키고 있다.안동시가 시립미술관을 지으면서 특정 화가의 이름을 넣어 `안동시립하종현미술관`으로 하겠다 해서 물의가 빚어진다. `작품 기증` 등을 이유로 그 화가의 이름을 넣는 것은 이미 대구와 경주에서 말썽을 빚은 적이 있다. 대구시는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우환 이름을 넣은 미술관을 지으려다가 무산됐고, 경주시는 박대성 화백의 이름을 넣은 시립미술관을 지으려다가 화가들의 반대로 미술관 명칭을 바꾸었다. 안동 화가들은 “제1세대 작가들의 작품들이 아직 미술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 특정인만을 위한 시립미술관을 지을 수 없다”고 했다.시립미술관은 `그 지역 미술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작가의 작품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대별 화가들의 작품을 고루 전시해서 지역미술의 변천과정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시립`의 역할이다. 작품의 가치 혹은 가격은 `작품의 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명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작가들은 그 명성에 집착한다. 미술관 명칭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인데, 행정기관은 이에 휘둘리지 말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2015-07-08

문화교류가 틔운 국교

미국과 쿠바가 54년만에 국교를 틔웠다. 피엘 카스트로의 시대가 지나고 그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하면서 미국과 쿠바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냉전 종식을 고하는 중이다. 이 일에는 헤밍웨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인 `노인과 바다`가 한 몫을 했다. 이 작품의 무대는 쿠바 인근 바다이고, 집필 장소 또한 쿠바의 해변이었다. 그러나 그는 1961년 양국 간 국교가 단절되면서 쿠바에서 추방됐다. 헤밍웨이는 `쿠바 국민보다 쿠바를 더 사랑한 작가`였다. 쿠바 관광산업 활성화에 헤밍웨이보다 더 기여한 사람은 없다. `노인과 바다`그 현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쿠바를 찾았고, 그가 집필했던 집은 필수 관광코스였다. 양국이 마침내 국교를 다시 열었으니, 그것은 `헤밍웨이정신을 나눠 가진 양국`의 깊은 인연이 징검다리가 된 때문이다.`노인과 바다`의 주제는 `빈손`이다. 악전고투 끝에 청새치를 낚지만, 항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상어떼를 만나고 결국 고기는 뼈만 남았다. 청새치를 낚는 과정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노인이 살아온 과정이 묘사된다. 힘들게 살아온 인생에서 남는 것은 `앙상한 뼈`뿐임을 보여줌으로써 이 작품은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미국과 쿠바 양국의 각성을 유도해 냈다. 서로 싸워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각이다.미·쿠바 교류는 한·쿠바 외교를 촉진시킨다. 한국과 쿠바는 그동안 문화외교를 틔워왔다. 작가들이 오가며 도서전과 미술전에 참가하고, 최근에는 서울과 쿠바에서 문화예술축제를 열었다. 이제는 정치·경제외교에서 보폭을 넓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긴장하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과 쿠바는 1960년부터 수교해왔고, `혁명1세대`의 인연도 매우 끈끈하다. 그러나 실리외교 시대에 `옛우정`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 그래서 외교관들을 잇달아 쿠바에 급파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남북 간에 비정치적 문제를 놓고 교류를 틔우자는 의견이 비등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2010년부터 한국의 녹화물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 영상물을 보다가 들키면 처형당하고, 가격도 비싸지만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한다. 뇌물이 잘 통하는 북한이라, 적발돼도 뇌물로 빠져나가고, 장마당 장사를 통해 돈을 모은 `돈장이`들이 많아 영상물은 잘 팔린다고 한다. 어릴때부터 한국의 라디오를 듣고 영상물을 보면서 “북한의 선전이 전부 거짓말”임을 알고 탈북한 사람도 있다. `문화의 전파력`을 막을 길은 없다. 막으면 더 빨리 퍼지는 것이 문화예술이다. 북한의 문화예술 수준은 매우 높다. 남한과 겨루어 꿀릴 것이 없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여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2015-07-07

소나무재선충과 `천년의 숲`

소나무재선충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다. 일본은 `궁성 주변의 노송`만 살리고, 다른 지역의 소나무들은 포기했다. 일본은 소나무 대신 `삼나무`를 대거 가꾸었지만, 봄철에 꽃가루가 많이 날려 호흡기병을 유발시켰다. 우리나라는 재선충 발병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덤볐는데, 특히 포항시는 관련 부서 전 직원이 적극 매달려서 “전국에서 재선충에 가장 잘 대처한 지자체”란 평가를 들었다.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해서 소나무에 감염되고, 번식력이 왕성해서 한번 감염되면 급속히 퍼져서 물이 올라가는 관을 막아 소나무를 말려 죽인다. 소나무에이즈라고도 불리우는 이 해충은 솔수염하늘소를 매개로 하기 때문에 이를 박멸하지 않으면 근절이 어렵다. 이 곤충은 7월 초에서 8월까지가 `번데기가 성충으로` 자라는 우화기이므로 이 시기에 항공방제나 지상방제로 이를 박멸해야 한다.경주시는 산림청 헬기를 이용해 2주 간격으로 4차례 약품을 살포하는데, 주택가나 양봉농가, 가축농가 등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직영방제단 2개팀 26명을 투입해 방제차량과 연막소독기로 지상방제를 한다. 특히 재선충이 심한 양남면이나 강동면 일대에는 생물학적 방제인 페로몬유인트랩을 설치해 솔수염하늘소를 유인해 잡는다. 경주시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산들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으며, 야외박물관이란 불리우므로 병충해와 산불 방지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포항시는 소나무재선충 박멸에 본격적으로 나서 지난 4월 `감염목 100%가까운 제거`를 발표하기도 했다. 산림녹지과 전 직원이 동원돼 재선충과의 전쟁을 벌이는 포항시는 감염목 제거와 함께 조경업체와 찜질방 등을 돌며 소나무류 사용 여부를 조사하고, 소나무 이동에 대한 특별단속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아침 6시부터 항공기를 점검하고, 773곳에 설치한 메로몬 유인 트랩을 관리하기 위해 매일 7㎞의 산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감수한다. 또 10월부터 12월 사이에는 피해 고사목 전수조사를 해야 하니 연중 쉴틈이 없다.경북도가 신도청 부지에 `천년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본래 소나무들이 많은 지역인데, 이 곳에 상수리·신갈·졸참나무 등을 심어 다람쥐나 너구리 먹이로 하고, 단풍나무와 꽃을 심고, 새들의 먹이가 되는 열매식물를 가꾸고, 연못에는 수생식물을 심는 등 생태형 숲을 조성할 것이라 한다. 숲이라면 흔히 솔숲을 생각하기 쉬우나 소나무 외의 다양한 나무와 꽃을 심어 생태숲을 만든다니, 재선충을 피할 수 있겠다.소나무재선충과의 전쟁에는 일반시민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등산객들은 어디 고사목이 없는지 살피고 발견하면 그 정확한 위치를 시청에 전달하는 감시원 구실도 해야 한다.

2015-07-07

그늘진 마음에 햇살을

미국 영화 `숏텀 12`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문제청소년들을 12개월간 위탁하는 기관의 이야기다. 문제아와 상담사가 교감하며 그늘진 마음을 열어 햇살을 보게하고 얼굴에 밝은 미소를 되찾게한다. 소녀 제이든이 이곳에 들어온다. 그녀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어느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어느날 소녀는 그림동화를 그린다. 상어와 문어는 친구인데, 상어가 문어 다리 2개만 달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문어를 아예 잡아먹는다는 내용의 그림동화이다. 상담 교사는 `상어는 아버지, 문어는 제이든`임을 알아차린다. 아버지에게 성학대를 당한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닫고, 공격적이 된 것을 알게 된 교사는 친족에 의한 성폭행 사례들을 들려줌으로써 소녀는 “그런 일들이 많구나”란 생각에 도달한다. “문제청소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정이 있을 뿐이다”란 말도 있지만, 그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일이 문제해결의 첫 관문이다. 각 국가들은 여러가지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1862년 호주에서 처음 `생명의 전화`가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1976년 최초로 `전화상담센터`가 개설됐으며, 2000년부터는 가정폭력 상담도 겸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자살을 방지하고 폭력과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한국 생명의 전화는 현재 전국 19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1992년 경북에서 유일하게 포항에 센터가 마련됐다.반인륜적 사건사고들이 가정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의붓어머니 의붓아버지의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최근에는 정신지체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친아버지가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가정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그 실체가 드러나는 일은 드물어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사고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상담의 전화` `Wee 센터` `학생-교사 멘토링` 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원을 숨긴 채 답답한 마음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전화, 비밀이 보장되는 멘토와의 대화 등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을 준다.법무부 포항보호관찰소는 경북도교육청과 연계해 학생-교사 멘트링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문호 소장은 “교육청, 학교, 보호관찰소가 연계해 보호관찰대상자들이 학교에서 일반 학생들과 잘 어울리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예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했다. 구미교육지원청 Wee센터는 최근 `꿈키움 멘토단 결연식 및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행사 다음날 멘토 대상 학생 5명과 관계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학생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였다. “이 아이들이 문제아”라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멘토들의 생각이나 배려가 이런 수준이라면 무슨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2015-07-06

정치포퓰리즘이 만든 재앙

그리스가 국가부도에 몰린 것은 `3악재`때문이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부유층들의 부패와 이기주의, IMF의 무능이 그것이다. 비극은 1981년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줄 것”이라고 했다. 펑펑 쓰다가 국고가 비자, 빚을 얻었다. 외국 기업들은 하나 둘 그리스를 떠났다. “이런 나라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란 것을 그들은 알았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들은 대부분 `빚더미 위에서 흥청망청한 나라`들이었다. 그리스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국민들은 복지의 달콤한 맛에 취해 더 많은 복지를 요구했고, 정치가들은 정권 유지를 위해 포퓰리즘 중독에 빠져버렸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끝내 나라를 망쳐놓았다. 정치가 인기영합주의로 흘러가니, 기업들의 부정부패는 더 기승을 부렸다. 탈세, 무허가 영업,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국민들도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다. `놀아도 연금이 많으니` 굳이 땀을 흘릴 이유가 없었다. IMF는 `물웅덩이로 기어가는 유아`같은 그리스를 보면서도 손을 쓰지 않았다.빚 갚을 능력이 없는 그리스가 갈 길은 2가지 뿐이다. 긴축을 해서 빚갚을 돈을 모으거나, 갚기를 포기하고 유럽공동체(EU)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긴축`이 이상적이지만, 복지중독에 빠진 그리스 국민이 그 긴축한파를 받아들이기 매우 어렵다. “월급은 깎을 수 없다”고 공무원들이 데모를 하는 판이다. 긴축을 하든, EU를 탈퇴하든 나라가 망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그리스의 인재들이 조국을 떠나고 있다. “희망 없는 말에 미련을 두지 말라”란 바둑 격언이 있는데, 나라 망친 정치가들이 버티고 있는 조국에 미련이 없다. 의사, 학자, 엔지니어, 문화예술인들이 독일, 스위스, 호주 등지로 떠나고 있다. 두뇌유출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기둥을 갉아먹어서 집을 쓰러뜨리는 흰개미 같은 정치꾼들이 떠나야 하는데, 그들은 그대로 있고, 국가의 기둥들이 떠난다. 이것이 그리스의 최대 비극이다. 뉴욕타임스는 “인재들이 그리스를 떠나는 것은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하는 것보다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 했다. 인재 한 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 했는데, 그 인재가 사라지니 `희망`이 없어진 것이다.남의 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점점 `공짜 중독`에 걸려가고 있다. 선거때 마다 `인기영합주의 공약`을 마구 쏟아낸 정치가들 때문이다. “시내버스를 공짜로 타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후보자까지 있었다. 우리나라 빚도 만만치 않다. 수출부진, 내수부진에 메르스까지 겹치는데, 공적연금은 암초에 걸렸고, 경제법안은 발목이 잡혀 있다. 그리스 사태가 결코 남의 일 아니다.

201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