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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상생·동반성장의 시대

경주와 상주의 첫 글자를 따서 경상도(慶尙道)라 했고, 금자(尺)와 은자(銀尺) 설화도 지었다. 신라 초기 박혁거세왕 시절에 금척과 은척이 있어서 병자는 낫게 하고 망자도 살렸는데, 그 보물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서 금자는 경주 금척리에 묻고, 은자는 상주 은척면에 묻었다는 설화다. 이 두 곳에는 신라 초기의 고분군이 있어서 설화의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장가`가 지어졌다. “금자동아, 은자동아, 천지강산 으뜸동아, 금을 주고 너를 사랴, 은을 주고 너를 사랴. 나라에 충신동아, 부모에 효자동아, 형제간에 우애동아, 친구간에 화목동아…” 유아시절부터 실시된 인성교육이었다. 경주시 금척리와 상주시 은척면이 금자 은자를 매개로 자매결연을 맺었다. 설화가 담긴 책자를 발간 보급하고, 토크콘서트와 음악회도 같이 열고, 경주의 특산물 버섯과 상주의 특산물 사과 오미자를 공동판매하며, 관광기념품을 공동 제작하고, 9월의 상주 동학마을 축제와 10월의 경주 건천읍의 버섯축제 등 각종 축제에 상호 홍보, 방문·응원한다. 참으로 좋은 인연이다.`동반성장위원회`는 최근 112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포스코 등 19개 대기업은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14개 대기업은 최하 등급을 받았다. 특히 농협유통과 이랜드리테일, 한국쓰리엠 등 3개사는 지난해와 올해 연속 낙제점을 받았다.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 평가가 진행됐다.영주시는 농·특산물 판로 개척을 위해 최근 `영주시장-YTN대표이사-(주)콜피아 회장`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영주시는 한우 등 농특산물을 생산하고, 콜피아는 쇼핑몰을 운영하며, YTN은 홍보활동을 하게된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지역경제 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하는 YTN방송과 함께 영주한우, 사과, 인삼 등 특산물이 수도권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상생발전의 성공사례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농·축산물 생산자는 홍보와 판로개척에 애로를 겪는데, 이를 나눠 맡아줄 업체가 생긴다는 것은 `양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포항시는 포스코와 협력해서 QSS(Quick Six Sigma) 혁신허브 활동을 통해 `깨끗한 도시, 건강한 포항`조성 활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지역내 주요 의료기관과 음식점 등 위생업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클린포항 운동`이다. 이는 포항의 이미지를 확연히 바꾸는 일로서 메르스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는 묘약이 될 것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QSS를 포항시가 전수받아 포항의 랜드마크인 호미곶 `상생의 손`이 제 값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2015-07-03

지방자치 20년과 현장행정

행자부가 최근 전국 20세 이상 국민 1천2명과 공무원·지방의원 등 `정책집단`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지방자치 20주년을 맞는 중간점검이었는데, 국민 45%가 지방재정이 건전하지 못하다고 했고, 그 원인에 대해 `일반국민`은 54.2%가`방만한 지자체의 재정운영`을 꼽았는데, `정책집단`은 41.7%가 `자치단체의 재원부족과 자율성 부족`을 들었다. `지방공무원과 단체장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국민은 각각 32.2%와 31.0%에 그쳤고,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불만족이 47.7%인데, 만족은 23.5%였다. 지방공무원과 지방의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은 별로 해소되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특히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국민의 눈총이 몹시 따갑지만, 지방의원들은 이를 무시한다. 적격 여부 심사·외유 일정·연수 보고서 등 모든 면에서 눈가림이고 부실이니,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지방자치 20년을 맞으면서 관심의 대상이 된 지자체장이 김관용 경북지사이다. 그는 민선 20년 내내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단체장을 지냈다. 그는 구미시장을 3번이나 했고, 연이어 경북도지사에 3번째 당선됐다. 도합 6선 지자체장이 됐는데, 이런 사례는 전국에서 유일하니 언론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민선단체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그를 선거의 왕이 되게 했는가”를 연구할 과제를 던져준 인물로 부각되었다. 앞으로 자치단체장을 꿈꾸는 인재들이 반드시 `교과서`로 삼아야 할 인사이다.그는 지방분권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재정은 중앙에 집중돼 있고, 일은 지방에 몰려 있다 보니, 중앙과 지방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을 만든 사람들은 `중앙 중심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고, 통제의 수단을 대거 담았다면서, 자치 20년이 지난 지금 묶인 것을 풀어줄 때가 되었다고 강변한다. 김 지사는 “추풍령 이남에도 사람이 산다”면서 국회에서 농성을 벌였고, MB정권시절에는 동해안지역에 과학벨트를 조성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으나 실패하자, 머리띠를 매고 단식농성을 벌이다가 기절해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김 지사 행정의 핵심은 “문제도 현장에 있고 답도 현장에 있다”이다. 그것은 지방분권론과 연결된다. 중앙정부가 할 일과 지방정부가 할 일은 분명 구분돼 있으니, `지방현장`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놓는 것이 국가발전의 요체라는 것이다. 독도영유권을 지키기 위해 지방에서는 갖은 노력을 다하는데, 중앙정부가 테클을 거는 것도 한 사례이다.김 지사는 최근 러시아 수역으로 출어하는 오징어채낚기 어선 66척을 배웅했다. 그리고 경산의 한 임플란트 업체를 방문해 격려했다. 현장행정의 행보이다. 지방현장이 힘쓸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2015-07-03

울릉·독도 어업을 살리자

청마 유치환 시인은 대표작 `울릉도`에서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로 시작해 울릉도를 “장백의 멧부리 방울 튀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라고 노래했다. 시에는 독도가 보이지 않지만, `울릉도의 동생 독도`가 행간에 숨어 있다. 오늘날 `애달픈 국토의 막내`는 독도다. 많은 역사자료가 `한국령 독도`를 증명하고 있으며, 또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를 두고 일본은 줄기차게 `독도는 일본땅`을 주장한다.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지난달 29일 정부 각부처들과 경북도 대표자가 모인 가운데 독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면서 `독도 입도 지원센터`건립을 위한 예산을 내년도예산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이 건물은 외교부와 문화재청의 반대로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외교상의 문제와 천연기념물 보호라는 명분이었으나 이는 국민감정에 반하는 정책이었다. 그 `반대의 철책`을 이번에 걷어내고, 이미 확보한 예산 51억원에 덧붙여 내년예산에 21억원을 추가로 반영토록 한 것이다.또 박 의원은 독도입도지원센터 착공 뿐 아니라, `아름다운 독도 세계에 알리기`사업과 `국내 체류 외국인의 독도탐방 기회 제공`사업을 위한 예산도 해양수산부로부터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세계 지도 제작사에 대한 로비활동으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토록 하고, 독도가 일본영토에 소속된 것으로 왜곡시키는 국제로비활동을 맹렬히 전개해왔는데, 우리는 그런 활동에서 뒤처졌다. 그러나 이번 2가지 사업으로 국제홍보활동을 펴게 되었다.울릉·독도관광은 지금 최악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규제 강화로 울릉경제에 심한 타격을 주었는데, 올해는 메르스사태로 또 한번의 곤경에 빠졌다. 울릉도는 전염병 청정지역이지만, 간접적으로 유탄을 맞은 것이다. 이에 울릉군 내 관광업체와 주민 300여명이 도동항에 모여서 홍보풍선 날리기·호박엿 깨기 등 퍼포먼스를 펼쳤다. 울릉경제를 살려달라는 `애달픈 국토의 막내`의 애소이다. 비가 내리고 기온도 내려간 지금 메르스도 죽어가는 중이니, 미루었던 울릉·독도관광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그런데 정부가 다시 울릉군민 억장 무너지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저인망(트롤)어선의 동해 조업 구역을 확대하고, 채낚기어선의 광력기준을 상향조정할 것이라 한다. `광력기준 상향조정`은 찬반이 갈리지만, 트롤어선의 동해 조업범위를 넓히는 것은 울릉어업을 죽이는 일이다. 트롤어선은 주로 부산지역에서 영업하는 대형업체들이고, 그동안 줄기차게 조업범위 확대를 요구해왔다. 중국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으로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 상황에서 트롤어선이 또 덮치면 울릉도 어업은 끝이다.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기대된다.

2015-07-02

삼국유사 목판 제작의 의미

삼국사기(三國史記)는 말 그대로 역사기록인데, 삼국유사(三國遺事)는 `전해오는 일`을 기록한 책이다. 그러나 일연 선사가 쓴 서문을 보면 이 책이 단순히 `이야기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는 김부식이 `중국역사를 바탕으로 변방 3국의 역사를 기록한`사서라면, 삼국유사는 서문에서 “우리 민족도 중국과 같은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라며 민족자존심을 당당히 내세웠다. 그것은 단군의 조선이 신화가 아닌 사실(史實)임을 웅변하는 것에서 나타난다.일제는 강점 초기에 한국의 모든 고대사서를 거두어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반만년 한국사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천우신조로 삼국유사만은 살아남았다. 이 책을 역사책이 아닌 이야기책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것은 일본 역사학자들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 이야기책 같은 기록속에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들은 간과한 것이다.경북도가 3세트의 삼국유사 목판을 복원할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금속활자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목판을 새겨 인출하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목판이 팔만대장경이다. 몽고족의 침입을 불법의 힘으로 물리치고자 했던 것이고, 해인사 장경각에 보관된 그 목판은 지금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돼 보호받고 있다. 수많은 전화(戰禍)속에서 그 경판이 남아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조선시대 일본은 이 경판을 몹시 탐냈다. “돈은 달라는 대로 줄 것이니, 이 팔만대장경판을 달라”는 요구를 끊임 없이 했지만, 조선의 임금들은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목판인쇄는 `인쇄의 원조`란 뜻이다. 서예가들이`동일한 서체`를 연마해서 여러 사람이 썼지만 서체는 동일한 목판을 판각했다. 경북도는 8명의 각수를 선발해서 2017년까지 3종의 목판을 완성할 계획이다. 개도 700년과 신도청시대 개막을 기념하기 위한 작업이지만, 이 목판이 국보로 지정되고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연 선사는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의 일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고조선, 위만조선, 마한, 낙랑국, 가야국, 발해 등 고대국가에 대한 기록도 남겼으니, 중국의 동북공정을 반박하는 자료가 됐다.삼국유사는 문학적 가치도 높다. 신라의 노래 향가 14수가 전해지는데, 이는 설총이 발명한 이두문자로 기록됐다는 점이 위대하다. 그리고 불교가 전래된 상황과 토속신앙과의 충돌 융화의 과정들이 자세히 기록돼 있으니 불교사의 보석이라 하겠다. 경주 황룡사가 몽고군에 의해 불탈 때 일연 선사는 청도에 있었고, 당연히 그 참화의 현장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기록하지 않았다. 민족자존심이 망가지는 일을 차마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북도의 삼국유사 목판 복원은 그 민족자존심을 살려내는 일이기도 하다.

2015-07-02

반가운 소식, 우울한 소식

이강덕 포항시장은 취임 1주년을 맞으면서 3대 전략과 9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매력이 넘치는 포항`을 만들기 위해 두호마리나 복합리조트 등을 조성하고, `경제가 빛나는 포항`을 위해 강소기업을 육성하며, `삶이 여유로운 포항`을 위해 문화예술을 진흥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장의 1년 성적표는 언행일치를 보여주었다는 긍정적 평가이다.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은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일제히 포항경제 살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8천여명이나 되는 직원이 일제히 소비경제를 도우면 포항은 아연 활기를 띠게 된다. 여기에 포항 해병대가 가세하면 포항소비경제는 금방 회생한다. “메르스가 전화위복의 기회를 제공한다”란 말은 그래서 나왔다. 이 막대한 인원들이 “포항을 돕자”하고 나서면 안 될 일이 없다. 포항제철소는 회식이나 간담회를 지역 식당에서 열고, 정기적으로 전통시장에서 장보기를 하고, 기념품을 제작하는 대신 회식비를 지급하고, 외주파트너사 임직원 150명도 행사에 쓸 물품을 전통시장에서 구입하기로 했으니, 그 소비경제 부양효과는 시간문제다.이강덕 시장은 최근 영일만 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한 포스코에너지 등 기업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방안을 강구했다. 한 조선관련 업체는 “영일만항으로 이동하는 도로에 교통표지판, 신호등 등 교통시설물로 인해 대형 조선블록 운송에 방해가 된다”는 애로사항을 말하자, 시장은 즉시 “시와 관계기관이 협의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대답했고,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와 기업애로가 있다면 언제든지 현장에 달려가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우울한 소식도 있다. 동국제강이 포항의 2후판공장을 당진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직영직원 100명은 당진으로 가겠지만, 협력업체 300명의 거취는 막막하다. 포항, 당진, 부산 등지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확실한 보장은 없으니, 가족 포함 1천여명의 생계가 문제다. 이런 사태는 이미 수개월 전에 예고됐지만, 포항시, 포항상의, 노동부는 그동안 대책회의 한번 열지 않았다. “기업유치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있는 기업 다둑이는 일에도 함써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현대제철은 노동단체들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에 의해 `2014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는데, 최근에 또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설비를 당진으로 옮기고, 수십년 낡은 설비만 포항공장에 남겼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좁은 공장 안에 많은 설비를 넣어 근로환경이 매우 열악할 뿐 아니라, 산재사고 발생시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규약이 사고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안전보다 수익을 먼저 생각하는 이런 기업에 대해 포항시장은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

2015-07-01

지원이 왜 이리 인색한가

메르스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피해가 엄청나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0년대 이후 전후(戰後) 베이비부머세대들은 성장률 7%대를 구가했고, 당시 취업전선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90년대 이후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취업이 어려워졌다. 2%대로 떨어지면 취업률이 더 추락할 것이다. 관광 등 서비스 업종과 소비심리를 추스려야 하고, 연이은 FTA로 낙담한 농어업을 지원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할 일이 발등의 불인데, 현실은 이에 너무 인색하다.은행권이 메르스 피해 업종에 대한 금융지원을 약속했고, 8천500억원의 재원을 마련했지만, 집행이 지지부진이다. 기껏 생색만 내고 마는 것인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은행이 최근까지 집행한 신규대출 및 만기연장은 `마련된 재원의 2%대`에 머물러 있다. 대출지원이 이처럼 저조하자, 금융감독원장은 “메르스 관련 대출 취급 과정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의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금감원은 취급자에 대해 부실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적극적으로 일하다가 접시를 깨도 문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대출사고`를 제일 경계한다. 부실대출에 대한 문책이 엄중하니 은행원이면 누구나 모험을 피하려 한다. 확실한 담보를 요구하게 되고, 신용대출의 경우에도 인적담보를 확실히 세운다. 그 인적담보의 피해가 얼마나 컸던지 “죽은 조상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은행빚 보증은 안 선다”는 말까지 생겼다.메르스 피해자와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서도 `까다로운 절차`는 여전하다. 다만 금리를 조금 낮췄을 뿐이다. 그러니 담보가 부실한 영세업자들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메르스 피해자를 금융권이 돕는 것은 타당하지만, 은행도 `장사`인 한 손실을 감수하라고 요구할 수 없고, 금융감독원장이 “접시를 깨라”고 독려하는 것도 기실은 `보여주기 생색용`일 수 있다. 그러니 정부가 국민세금을 담보로 `지급보증`을 해줄 수밖에 없다.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경북도의회 조주홍 의원은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농업종사자가 많은 경북의 농어업 예산비율이 지난 5년 내내 떨어졌는데, 농어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북도는 농축산, 수산부문 예산 비율을 5년전의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걍북도의 전체예산 대비 농어업 예산은 지난 5년간 계속 줄어들다가 올해는 1.07%에 불과하다. FTA시대에 더 늘려야 될 일인데, 아무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경북도는 저수지 준설사업비 25억원을 지원한다는데, 대통령이 `저수지 준설`을 언급하고 지시를 하자 비로소 마련된 예산이다. 농민을 바라보는 행정이 아니라 대통령 눈치나 보는 행정이란 비난을 듣지 말아야 한다.

2015-07-01

전쟁영화가 필요한 이유

서울 소재 대학생 130명에게 6·25동란에 대해 물었더니 평균점수가 100점 만점에 60.4점이었다. 전쟁 발발 연도를 1945년(해방) 혹은 1953년(휴전협정)으로 잘못 아는 학생이 적지 않고,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사람 이름을 이승만 대통령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있었다. 1950년 중국군의 개입으로 38선 이남으로 대대적인 철수를 했던 사건에 대해 1·4후퇴라고 바로 맞춘 비율은 43%밖에 되지 않았고, `인해전술``낙동강 방어선``백마고지 전투`라고 말한 사람이 많았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0000”란 노래에 들어갈 말은?”이란 질문에 압록강 두만강 부산 등으로 대답한 사람이 70%가량 됐다.과거에는 초등학교, 중·고교 내내 국정 한국사를 필수로 배웠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고교에서 선택과목이다. 6·25를 간단히 기술한 교과서도 있고, 심지어 북침(北侵)이라고 가르치는 교사도 있다. “남침이냐, 북침이냐”란 물음에 북침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40%를 넘는다. 한문을 배우지 않는 학생들은 북침과 남침의 개념조차 혼란스러워한다. 북침을 `북이 남을 침입한 것`으로 이해하는 학생들도 있다.`연평해전`을 모르는 국민이 많다. 2002년 월드컵때 우리는 축구에 완전히 매몰돼 있었다. `히딩크신드름` `기적의 4강 진출` 등으로 축구에 열광하고 있을때 서해에서는 두 차례 북한의 침공이 있었지만, 그것은 국민의 관심 밖이었다. 북한해군 `등산곶 684호`가 한국군 `침수리 357호`를 기습공격해 30분간 교전이 벌어졌고, 피아간 상당한 희생자를 냈었다. 영화 `연평해전`은 제작기간이 무려 7년이나 걸렸다. 제작비가 모자라 크라우드펀딩을 모으기도 했다. 7천명에 이르는 펀딩 후원자, 각계각층의 성금 등이 모아져서 제작된 `연평해전`이다.러시아, 중국, 미국 등에 보관된 비밀해제 문서에 의해 북한의 남침이 증명됐음에도 북한과 종북들은 여전히 북침이라 주장한다. 연평해전에 대해서도 북은 “괴뢰극우 보수분자들이 저들이 군사적 도발로 초래된 서해 무장충돌사건을 심히 왜곡날조한 불순반동영화, 반공화국 모략 영화를 만들었다”고 뒤집어씌우기를 한다. 그러나 영화 `연평해전`은 박스오피스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흥행몰이를 한다. 관객들은 “월드컵에 정신이 팔려 연평해전을 몰랐던 우리가 원망스럽다”며 후회한다.근현대사를 두고 이념갈등이 심한데, 교육의 미비를 영화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 감동하면서 역사를 배울 기회가 된다. “전쟁영화는 대부분 성공한다”는 말도 있다. 역사적 진실을 바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전쟁영화는 더 많이 제작되고 더 많이 관람할 필요가 있다.

2015-06-30

메르스는 물러가는데…

지역의 메르스 환자들이 완치되면서 사실상 대구 경북지역은 청정지역으로 선포된 것이나 다름 없다. 공포감에서 벗어난 지역민들이 나들이를 시작했다. 경주 안압지 부근에는 지금 연꽃과 접시꽃이 피기 시작했다. 관광객 사진작가들이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몰려온다. 메르스 불안을 완전히 벗은 표정이다. `진흙속에 뿌리 내리지만 청정한 꽃을 피우는 연꽃`과 꽃말이 `애절한 사랑`이고, 조선시대 어사화의 모델인 접시꽃이 만발한 동부사적지는 지금 꽃대궐이다. 포항 죽도시장에는 다시 관광객들이 오고, 주차장이 만원이다. 쇼핑몰과 커피전문점이 붐빈다. “어느 아파트에서 메르스 환자가 생겼다더라” 등등 근거 없는 허위낭설이 떠돌던 카톡도 지금은 잠잠하다. 한 두 차례 장맛비가 내리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바이러스가 맥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수도권의 환자 현황도 확연히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7월에 들기 전에 `메르스 완전 박멸`소식이 들려올 것같다.포항시립예술단은 `시민과 기업 기살리기`에 나섰다. 미루었던 공연을 재개하고, 적극적으로 무료공연을 실시할 예정이다. 불안을 씻고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함이다. 시립교향악단은 7월 9일에, 시립합창단은 7월 14일에, 시립연극단은 7월 9일부터 19일까지 공연을 한다. 지난 28일에는 손현 한국무용협회 경북도지부장이 주관하는 `경북도무용제`를 개최했는데, 예상 외로 많은 관중이 모였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지만, 보건소 직원들이 나와 열을 재고 손소독제를 공급하는 등 경계태세를 유지했다.이강덕 포항시장과 50여 명 공무원들은 영화 `연평해전`을 단체 관람했다. 또 시는 1억5천80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공동구매, 전통시장 장보기에 사용하도록 했으며, 시내 식당에서 점심 먹기도 계속하고, 예정돼 있던 모든 행사를 차질 없이 개최함으로써 불안감 해소와 경제 살리기에 솔선수범하고 있다.그러나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7월 1일부터 상하수도 요금이 인상되고, 8월부터는 개인 균등분 주민세가 부과된다. 행정자치부는 1만원으로 균등 부과하라고 자치단체들에 권고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읍면과 동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는데 대해서는 불만이다. 주민세를 인상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만 획일적 인상은 행정편의주의란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포항시는 `동 1만원, 읍 8천원`으로 차등을 둘 예정이고,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어서 매우 합리적이다.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힘을 모아 메르스 후유증을 신속히 치유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의료기관과 식당 등 피해 업체 지원을 위한 구체적 보상기준을 마련해서 일사불란하게 시행해야 한다. 특히 행정자치부는 중심을 잘 잡아 `후유증 치유 콘트롤타워`구실을 해야 한다.

2015-06-30

`걷고 싶은 길`이 관광자원

자동차가 흔한 시대에는 운동량이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학교 운동장을 열심히 걷고 인근의 야산을 다니며 운동량을 보충한다. “나에게는 두 명의 주치의가 있으니, 한 명은 오른쪽 다리이고, 또 한 명은 왼쪽 다리다”란 명언도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걷는 일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전국 각처에 `걷기 좋은 길` `걷고 싶은 길`이 조성돼 있는데, 이 걷는 길이 `돈되는 길`이 되고 있다.경북 영덕군의 `블루 로드`는 64.6㎞나 되는 해안길이다. 총 사업비 42억원을 들여 2014년 12월 각각 테마를 가진 트레킹코스 4개 구간을 완공했다. 지난해 관광객 85만명이 다녀갔고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됐다. 불루로드에서는 매월 보름달이 뜨는 토요일 `달맞이 길`행사도 한다. 달빛 부서지는 밤바다와 고기잡이배들의 어화(漁火)를 바라보며 걷는 정취는 깊은 인상을 남기고, 예술인들이 영감을 받기 좋은 `예술의 길`이 되기도 한다.영덕 해안선은 어디서나 해맞이를 할 수 있는 일출명소이고, 남정대게공원, 강구항, 풍력발전소, 해맞이공원, 축산항, 괴시전통마을, 고래불해수욕장 등 볼거리도 풍부하고, 먹거리도 다양해서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아낌 없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불루로드는 `2015 소비자 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에서 관광테마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주말에는 하루 평균 2천여명, 평일에는 600~700여명이 이곳을 찾아 트레킹을 하고 특산물을 사간다.경북 울진의 금강소나무 숲길은 예약탐방제로 운영된다. 금강송 군락지이고,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 서식지인 이 곳은 하루 탐방인원을 80명, 단체 1팀으로 제한해서 삼림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1만9천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전국에 소문이 났다. 동해안은 물빛도 맑을 뿐 아니라 풍광 또한 빼어나서 도처에 걷고 싶은 길이 있다.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에는 주상절리가 있는데, 시에서 이 길을 `파도소리길`로 조성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바다로 흘러내리면서 기둥모양으로 굳었는데, 수많은 기둥들이 모여서 암벽을 이룬 `보기 드문 암반`이다.경주시는 이 주상절리를 중심으로 1.7m의 산책로를 조성하고, 길에 100여개의 경관조명등을 설치했고, 주상절리 3곳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야간트레킹을 할 수 있게 했다. 경주문화원은 `달빛기행`행사를 하고, 백등을 들고 시내 역사유적을 돌아보거나 남산길을 답사하는 행사도 하고 있다. `신라의 달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포항시는 구역과 철길을 이용해 `걷고 싶은 길`을 조성할 계획을 세운 바 있는데, 형산강과 영일만을 끼고 걷는 명품길 조성에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2015-06-29

한국인의 저력을 발휘하자

이번의 메르스파동과 심한 가뭄은 `쌍끌이 재난`이었다. 하나의 재난도 겪어내기 힘든데, 두 개가 겹치니 그 고통은 헤아리기 어려웠다. 특히 서울 등 중부권은 메르스에 가뭄까지 가중되어서 2중고를 겪었다. 그러나 그런 재난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환자들이 가지 않아 병실이 텅텅 비고, 병원경영이 어려워지고, 의료진들이 기피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를 이송하는 119구호대원들을 마치 메르스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그 가족들까지 따돌림을 당한 것이다.의료인들과 119대원들은 이 폭염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식사를 주문해도 배달을 해주지 않고, 방호복을 입는데 15분, 벗는데 20분이 걸리는 그 불편을 겪으며, 특히 화장실에 갈때는 불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호복이고 산소호흡기로 숨을 쉬니 늘 답답함을 면할 수 없었고, 몸은 늘 땀에 절어 있었다. `바이러스 한 복판에서` 악전고투하는 이들의 고충을 늦게나마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가뭄도 어느 정도 해갈됐고, 메르스도 숙지는 추세인데, 다시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환자를 치료한 병원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입이 절반 이상으로 줄면서 고생한 의료인들의 보수를 제대로 지급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적 차원에서 지원을 하든지, 국민 모금으로 충당을 하든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메르스 피해를 입은 병·의원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주체들의 일상 복귀를 당부하며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피해 병·의원 지원 약속과 함께 “이번 기회에 확고한 감염병 대응체제가 세워질 수 있도록 재정지원 필요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사후대책도 내놓았다. 이 총재도 “한국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의 요인을 보면, 메르스사태, 그리스 채무협상,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등 크게 3가지인데, 그중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메르스 사태의 파급효과”라고 했다. 특히 서비스분야의 타격은 극심하다는 것이다.우리나라는 국난을 당했을 때 온 국민이 합심단결해서 극복해낸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제때는 나라빚을 갚기 위해 대구를 중심으로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새마을운동때는 저수지 건설 등에 스스로 나서서 가뭄과 홍수를 해결했으며, IMF때는 온 국민이 금모으기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메르스 후유증과 가뭄 극복을 위해서 상부상조하는 저력을 다시 보여주었으면 한다.

2015-06-29

`스마트 SOC` 시대를 열자

유럽연합(EU)은 ICT기술을 기반으로 신속 정확한 과학적 예·경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가뭄 대비 담수화시설, 홍수 예방 첨단 예보시스템 등이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2008년부터 `스마트 SOC`를 도입해 교통, 전력, 수도 등 SOC에 ICT를 도입해 현대화시켰다. 우리나라는 60, 70년대에 지어진 공공시설이 낡아 있다. 정부도 이제는 재난, 의료부문의 스마트 SOC투자로 토목형 건설경기와 재난 방재, 내수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할 때가 되었다. 부산시는 지난해 6월 국책사업으로 기장군에 바닷물을 담수화해 수돗물을 1일 4만5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했지만, 환경단체와 기장군이 “원자력발전소에서 유출된 냉각수가 섞여 있을 수 있다”며 반발해 지금까지 가동을 못하고 있다. 이같은 시민사회단체의 어깃장으로 인해 사회인프라를 현대적으로 재설계할 시기를 번번이 놓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메르스파동을 계기로 ICT기술을 기반으로 한 `재난 컨트롤타워`시스템을 도입해 질병과 기상재해에 대처해야 하겠다.메르스와 함께 온 이번 가뭄은 사상최악이다. 그런데 다목적 댐들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도 비판과 반대에 밀려 후속사업을 계속하지 못해 가뭄 해소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물관리 여건이 매우 불리한 `물스트레스 국가`이다.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세계 평균의 20%에 불과하다. 장마철 외에는 물이 가득 찬 댐을 보기 어렵다. 외국은 건설 뒤 정기적으로 유역별 저수 상황 변화 등을 감안해 용량을 조정하거나 위치를 옮기는 등 댐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최대 가뭄피해지역인 인천 강화도를 찾아 군으로부터 저수지 준설 등 지원을 요청받고 “저수지가 말랐을때 준설하면 비용이 적게 들고, 슬러지 제거 등 환경보호효과도 있으니 장마철 전까지 지자체들이 준설을 마칠 수 있도록 특별교부세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 토사가 쌓여 바닥이 높아진 저수지를 준설해서 `물그릇 크기`를 늘리는 사업이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으면 한다.포항에서 50년 전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수평관정이 발견됐다. 남구 대송면 장동천 지하에서 발견된 이 수평관정은 1960년대 후반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시에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수와 지표수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이 관정은 지난 오랜 세월 잊혀져왔는데, 한 주민이 그 존재를 알렸다. 오어지 물을 대송면으로 끌어오는 지하터널 수로도 수평관정과 같은 시기에 조성된 것인데, 형산강 하구의 물을 농토로 끌어갈 관정과 수로 건설에도 포항시가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2015-06-26

우리 사회 희망은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가 온통 우울함과 답답함으로 가득차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끼는 일상이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겼다.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휴일에도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은 작년의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고한다. 그 직격탄은 온전히 국내 소상인들이 받고 있다. 졸지에 매출이 반 토막 나고곧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할 때 건물주로부터 “이번 달 월세는 반만 내세요”라는 통보를 받는다면…. 요즘 같은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자기가 응당 받아야 할 몫의 절반을 포기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동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일 것이다.그런 꿈같은 일이 청주시 상당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메르스여파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분들을 위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이달 월세는 반값만 받겠습니다.” 건물주가 세입자 7명에게 보낸 단체 메일 내용이다. 이 건물주는 지난 20년 동안 월세를 단 한 번도 올린 적이 없고,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세입자들에게 선물까지 챙겨줘 평소에도 착한 집주인으로 통했다고 한다.그의 이런 배려 덕에 이 건물에서 장사하는 세입자들은 장기간 터를 잡고 안정되게 장사를 할 수 있었고, 사업이 번창해 자기 건물을 사서 나간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건물주는 “월세를 안 받고 싶었지만 건물 유지비가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절반은 받기로 했다”면서 “세입자들이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생활해 생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 각박하고 암울한 세상에서 마음을 덥히는 따뜻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갑`으로 통하는 건물주가 `을`인 소상인들에게 베푼 이 배려는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따뜻한 자본주의`의 살아있는 교본일지도 모른다.지난 23일 퇴근 시간대에 울산시 무룡터널에서 발생한 6중 추돌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차와 소방차를 위해 터널을 꽉 채운 차량들이 양쪽 벽면으로 바짝 붙어 길을 터준 이른바 `울산판 모세의 기적``은 우리 사회 시민의식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달 27일 성남시에서도 있었다. 수면제를 삼킨 생후 9개월 된 아이를 싣고 병원으로 달리는 경찰 순찰차에 러시아워 시간임에도 신속히 길을 양보해준 수많은 차량들 덕에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이익만 챙기려 혈안이 돼 있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반대로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라면 희망의 씨앗은 곳곳에서 움틀 것이다. 반값 월세, 의료진 응원, 모세의 기적에서 우리는 그 희망의 싹을 본다.

2015-06-26

이념갈등이 빚은 비극

6·25동란 65주년을 맞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는 늘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고 말해왔다. `원한의 고리`를 끊고 이제 민족화합의 길로 들어서자는 결의도 다졌으며, `통일`을 소리높여 노래불렀다. 그러나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때의 일을 잊지는 말아야 하겠다.낙동강과 형산강 방어선은 최후의 생명선이었다. 맥아드의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할 시간을 낙동강과 형산강에서 벌어야 했다. 그 일이 우리 경상북도의 사명이었다. `다부동전투`는 1950년 9월 24일부터 55일간이나 이어진 공방이었다. 구미시 인동리 천생산에서 벌어진 전투는 백마고지전투와 함께 한국전사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로 기록돼 있다. 북한군 2만4000명, 국군 1만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곳에 `다부동전적기념관`이 섰다. 종군작가 조지훈 시인은 “조그만 마을 하나를/자유의 조국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라며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를 묘사했다.이곳에는 `왜관지구전적기념관`도 있다. 1950년 8월 16일 인민군 4만여명이 사복차림으로 피난민 틈에 끼어 왜관철교를 넘으려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유엔군은 이곳에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 폭격이 얼마나 치열했던지 그 후 3년간 이곳에는 풀 한 포기 나지 않았다. 왜관철교는 폭파와 재건을 반복하면서 전쟁의 참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물이 되었다. 칠곡군은 1993년 이를 복구해 `호국의 다리`라 이름지었다. 형산강전투는 영화 `포화속으로`에서 잘 표현돼 있다. 경주와 포항의 학도병이 대거 투입됐던 전투였다.영덕군은 국비 등 295억원을 투입해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조성사업을 진행중이다. “장사에서 상륙작전이 있을 것”이란 허위정보를 유포한 뒤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했고, 그 성공을 뒷받침했던 곳이 바로 장사였다. 1950년 9월 14일 오전 4시30분에 작전이 개시됐고, LST문산호를 타고 온 학도병들이 대거 이 양동작전에 투입됐으며, 전사자 139명을 남겼다. LST문산호의 실물모형이 공원내에 복원중이다.히틀러시대의 독일에 `쉰들러 리스트`가 있다면, 포항지역 죽장면 입암리에는 `김동헌 리스트`가 있었다. 당시 죽장지서장이었던 김 경위는 마을 주민 200여명이 `빨치산에 부역한 혐의`를 쓰고 억울한 죽음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 명단을 없애버렸다. 주민들은 1950년 추모비를 세웠고, 1985년 대리석으로 재축조했으며, 최근 국가보훈처는 이 위적비를 `현충시설`로 지정해 국가적 보호를 받는 비석이 되었다. 6·25는 이념갈등의 결과였다. 21세기는 `정치이념이 사라진 시대`인데, 우리는 아직 그 낡은 사슬에 얽매여 있다. 이것이 바로 한민족의 비극이다.

2015-06-25

메르스 보국대 활동 빛난다

6·25때 보국대(補國隊)가 있었다. 민간인으로서 실탄이나 주먹밥을 전투현장에 나르는 대원이다. 당시는 노약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전선에 투입돼야 할 상황이었다. 지금은 `메르스 보국대`가 활동하고 있다. 낯선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치열하고, 이제 곧 승전보를 울리겠지만, 그 `전쟁후유증`은 심각하다. 경제가 폭탄을 맞았고, 전장에 투입된 의료인과 그 가족들은 `기피인물`이 됐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고, 의료인들을 격려하는 `보국활동`이 광범하게 전개되고 있어 `환란 속에서도 미담이 있는 한국`을 다시 한번 실증한다.경북도는 경북신용보증재단, 경제진흥원 등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 900억원의 긴급재원을 마련했다. 관광, 숙박, 운수업, 전통시장, 병의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외국 관광객들을 안심시켜줄 한류스타의 CF 제작, 지방재정 조기 집행으로 시중에 돈이 돌게 하며, 온누리상품권 4억원 어치를 추가로 사들여 전통시장 장보기에 쓸 계획이다. 또 포항해병대 제1사단은 예년처럼 농번기 농촌일손 돕기에 나서고, 병영내 식당 대신 민간 식당을 이용, 오천 문덕지역 식당들이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됐다.한국은행 포항본부는 다음달 1일부터 130억원 규모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실시, 경북동해안의 관광, 외식업, 소매점, 병의원, 학원 등 서비스업을 돕고, 한국은행의 은행에 대한 대출금리는 연 0.75%으로 한다. 또 메르스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해서 상황에 따라 지원규모와 지원대상을 조정할 계획이다.영천시(시장 김영석)는 메르스환자가 없지만, 간접피해를 입은 경제를 되살릴 대책을 마련할 TF팀을 구성, 격리가구 긴급생계비 지원, 의료비, 재난구호품 전달, 정부지원 대책을 공유하고 있다. 또 공무원 연가보상금 선지급분 중에서 일정액을 온누리상품권으로 받아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며, 공무원들은 매월 1회 전통시장 장보기의 날로 정하고, 구내식당의 휴무일을 늘리고, 3개 전통시장에서 점심 먹기도 한다. 영천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여서 “잘가는 말도 영천장, 못가는 말도 영천장”이란 말을 남겼고, 지금도 영천장 소머리곰탕은 유명하다.대구에서는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인들을 응원하는 편지, 성품, 현수막 행렬이 이어진다. 학생들은 정성 어린 손편지를 써보내고, 기업인들은 성품을 보내며 단체들은 응원의 현수막을 내건다. 익명의 한 시민은 100만원 상당의 홍삼액을 보냈고, 안상규씨는 500만원 상당의 벌꿀을 보냈다. CJ제일제당은 의료진들을 위해 한 달 치 식료품을 지원했다. 외부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의료진들이 편히 식사하라는 뜻이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투입된 의료인들을 위한 `보국활동`이 더 가열되어서 또 하나의 신화를 쓰는 한국이 됐으면 한다.

2015-06-25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

대구 경북은 곧 메르스 청정지역이 된다. 전국적으로 한풀 꺾이고 있다. 손씻기·마스크 쓰기만 잘 하면 막을 수 있는 바이러스였고, 국민들은 유언비어와 괴담으로 공포감을 갖기는 했으나 슬기롭게 잘 대응했다. 유난히 `건강염려증`을 많이 가진 한국인이지만, 괴담과 유어비어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대처하는 훈련이 잘 된 국민이라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백전노장이 됐다. 메르스 전쟁도 승전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대구지역의 첫 환자 K씨는 체온이 떨어지고 폐렴은 진전되지 않으며, 새로운 확진 환자도 발생하지 않는다. 경북도도 양성 환자가 완치판정을 받아 22일 퇴원했다. 이로써 대구의 병원격리 환자는 호전되고 있는 K씨 외에는 없고, K씨와 접촉한 자가격리자 혹은 능동감시자는 대폭 감소했다. 경북지역도 수도권에서 경주 동국대병원으로 이송된 77세와 79세 환자도 완치돼 집으로 돌아갔으며, 휴교했던 포항 기계지역 3개 초·중·고교는 22일부터 정상수업을 재개했다.대구·경북지역은 상처 입은 지역경제를 되살릴 대책을 마련했다. 지역 기업을 돕기 위한 긴급금융자금을 조성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태스크 포스(TF)팀을 구성하고 있다. 개점휴업 상태였던 중소기업이나 상점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도록 도울 것인데, 저리의 금융지원과 소비촉진 대책들이다. 온라인 마케팅을 지원하고, 간부공무원이 솔선수범해 전통시장 등을 더 많이 찾고, 구내식당보다 시내 식당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했다.외국인의 한국관광 불안감을 해소시킬 대책도 마련했다. 한류스타들에 의한 CF 제작 상영, 관광시설 위생관리 강화, 한국관광 되찾기 캠페인 등을 추진해 `관광 제자리 찾기`에 매진한다. 또 관광, 유통, 운수 등 피해를 크게 입은 분야에 대한 지방재정 조기집행, 농산물 수확 인력지원, 지역생산품 직접구매 및 판로개척,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등으로 `상처 치료`에 집중한다.메르스 후유증을 조기에 치료하고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일에는 행정기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으로 돌아가기`이다. 미루었던 회합과 연기했던 여행을 재개하고, 재래시장 장보기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대인기피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대구를 찾기로 했다가 취소했던 중국 의료관광객 700여명에게 권영진 대구시장은 “안심하고 오셔도 된다”“대구의 수준 높은 의료기술과 의료서비스를 믿고 대구를 꼭 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재정 개선에 성과를 낸 지자체에 교부세를 더 많이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주는데, 메르스 후유증 치유에 탁월한 성과를 낸 지자체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들은 불안감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

2015-06-24

신도청시대와 행정수요

경북도청을 이전하는 문제는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대구광역시에 더부살이를 한 지 수십년이 지나는 동안 “경북도내로 이전해야지. 해야지”말은 하면서도 역대 어느 도지사도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행정기관은 행정수요를 따라가야 한다”는 정설화된 논리와 “도청은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국토균형발전론이 맞서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 편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안동지역에서는 “관청은 양반의 고장 안동에 와야 한다”면서 학자들을 대거 동원해 세미나를 열고 `안동당위론`을 제창하는데 사활을 걸 정도였다. 그런데, 포항, 구미, 경주, 영천 등 동남부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유치운동이 보이지 않았다. “행정기관은 당연히 행정수요가 많은 곳에 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느긋이 결정을 기다리기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우는 아이 젖 준다” “무는 개를 돌아본다”는 속담이 맞아들어갔다. 여론조사에서 `균형발전론`이 우세를 보였고, 김관용 지사는 용단을 내려 `안동·예천 접경지역`으로 결정했다.균형발전론을 지지하던 경북 북부지역 자치단체들은 환영일색이었으나, 행정수요가 많은 동남부지역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대구에 있는 도청까지 가는 시간은 1시간인데, 안동까지 가는 시간은 2시간 30분”이란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한 나절에 도청 볼일 다 보던 시대가 가고, 하루를 길거리에서 허비해야 하는 `시간낭비`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남부에서 안동까지 고속도로가 생기고, ICT기술을 십분 활용하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행정업무를 볼 수 있으니, 교통문제는 해결되지 않겠는가 하는 말도 있었지만, 행정업무란 것이 상당수 보안을 유지해야 하므로 `온라인 처리`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경북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포항과 구미는 공업지역이고, 경주와 고령은 역사문화지역이며, 북부 내륙지역은 농업지역이고, 영덕 울진 감포 구룡포는 어업지역이다. 농업·공업·역사관광·수산업이 공존하는 지역은 행정도 복잡하기 마련이고, 걱정거리도 여기서 나온다. “농업 임업지역에 치우친 도청이 공업 수산업 관광업 지역의 행정수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감당할 것인가. 그 행정 낭비와 시간 낭비를 무엇으로 보완할 것인가”하는 것이 과제였다.`동남권 도시들이 안동까지 갈 도로`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해양·수산 관련 행정수요가 많은 해안도시들은 “수산어업전담 업무를 떼어달라”고 요청한다. 공업·문화관광지역은 “제2청사를 달라”고 한다. 모든 요구가 `낭비`를 줄이는 목적을 가졌으니 그 타당성은 충분하다. 균형발전론에 의해 입지가 결정됐으니, 이제 행정수요에 의해 기능을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다. 3선으로서 `뒷모습이 아름다운`도지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5-06-24

正論의 길로 다시 나서며

다친 경제를 복구하기 위하여올해는 본지가 탄생 25주년을 맞았다. 사람의 나이도 25세면 헌헌장부이듯이 본지도 연륜에 걸맞는 위풍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1990년 2월 10일 일간신문 등록증(가-96호)을 교부받았고, 2월 23일 창간호를 냈다. 경북지역 첫 종합일간지였다. 본지는 그동안 단 한번의 결호(缺號) 없이 한결같이 지역민과 애환을 함께하며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해왔고, 22일로 지령 7천호를 맞았다. “언론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언론을 선택하겠다”란 잠언을 늘 되새기며 우리는 언론의 사명을 한 호 한 호 속에 새겼다. 지역 언론은 지역 혁신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본지는 올해 4년 연속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우선지원 대상사로 선정됐다. 이것은 흔치 않은 일로서 “신문 다운 신문의 역할을 수행해왔음”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언론의 품격을 잃지 않았고, 지역의 충실한 대변자로서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었음을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인증한 것이다. 우선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은 매우 엄정하다. 위원들이 다각적으로 은밀한 조사를 통해 여론을 듣고, 지역민의 평가를 종합해서 결정한다. 국회인사청문회보다 더 까다로운 종합평가를 통해 우리 경북매일은 4회나 연이어 발전기금을 받는 신문사가 됐다.본지는 2010년 4월 1일 대구·경북기자협회에 가입했고, 그 해 8월 27일 한국기자협회에 가입했으며, 2013년 1월 18일 사옥을 현재의 위치에 확장 이전했다. 또 그해 11월 15일 지역신문 컨퍼런스 금상을 수상했으며, 네이버 뉴스스텐드와 제휴하게 됐다. 2014년 4월 4일 한국신문상을 수상했고, 그 해 10월 8일 한국지역언론보도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와 같은 성과는 독자 여러분들이 본지를 믿어주고 밀어주신 은덕이라 생각하며 그 고마움을 마음에 새긴다.올해 창간 25주년 기념일에도 독자 여러분을 초청해서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자 했으나. 메르스 때문에 그런 자리를 만들지 못한 것이 여간 유감스럽지 않다. 메르스가 공기전염은 되지 않고, 병원 내에서만 감염된다는 것과 지역에서는 한 두 명에 불과한 감염자만 냈을 뿐이어서 `청정지역`이라 할 수 있으나,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르는 위험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직원들만의 조촐한 기념식`으로 스물다섯살 생일을 자축하기로 한 것을 독자 여러분은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위험한 지구지구가 점점 위험해져간다. 인간이 지구를 해치니 지구도 병을 앓는다. 온실가스를 쉴새 없이 뿜어내니 대기중의 오존층에 구멍이 났고, 자외선의 과다투과로 피부암 위험이 높아진다. 지구가 불안정해지면 거기 살고 있는 인간과 동식물도 병에 걸린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예언했다.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서쪽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1년후 전염병이 창궐하리라” 지구와 생명체의 재난을 미리 내다본 말이 아닌가.`지구의 병`은 인간정신의 교란으로 이어진다. 지난 해의 세월호 참사는 정상적인 인간상식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정신도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일이었다. 또 전염병은 수시로 발생한다. AI, 구제역, 에볼라, 신종플루, 사스, 에이즈 등은 동물과 인간이 걸리는 전염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전염병이야 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공포의 대왕`이 아니겠는가. 이번에 우리나라를 덮친 메르스를 미국과 중국은 `간단히` 물리쳤는데, 우리나라는 세월호때 처럼 비상식적으로 대처하다가 `재앙`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사스와 에볼라와 신종플루를 퇴치하던 그때의 그 한국인이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인간정신이 불안정해지고 있음이 아닌가.`전염병과의 전쟁``공포의 대왕에 대한 저항`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지구촌. 그 재앙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불러들인 것이다. 지금 당장은 `무기`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화난 지구를 달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일이 근본 해결책이다.생활경제를 살려야메르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우리나라는 `세월호 이상의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정책과 수출 투자 등 미시정책, 4대(공공·노동·금융·교육)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했다. 수출 둔화, 내수 부진을 앓고 있는 한국경제에 메르스까지 덮치니, 이는 실로 설상가상이었다. 관광이 다소 숨통을 틔우나 했더니 메르스가 그 길까지 막아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뭄이 가세했다. 메르스공포에 가뭄불안까지 겹치니, 이것은 `재앙` 이었다. 지난 한 달 간에 날려버린 시가총액이 6조원이다.최근에 내린 비로 메르스도 한풀 꺾이는 추세다. 가뭄도 다소 해갈됐다. 전국에서 내린 비는 `하늘에서 내려온 축복의 대왕`이었다. 비소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련의 고비가 지나가고 회생의 때가 오고 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다. 상처받은 경제를 복구하는 일은 정부가 할 것이고, 우리는 메르스공포를 하루빨리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타격 입은 소비경제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 그리고 `재배량 감소와 가뭄`때문에 천정부지로 뛰는 농산물 가격에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매점매석 상인들의 악덕을 소비자들이 격파해야 한다.4대강 사업을 두고 시비거는 자들이 많지만, 이번 가뭄을 겪고 보니 그것은 `희망`이었다. 16개 보가 확보한 물을 경작지까지 흘려보낼 통수관 매설사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올해 25살이 되는 본지는 더욱 성숙한 안목과 식견으로 지역에 꿈과 희망을 주는 논조를 성실히 이어갈 것이다. 본지를 믿어주고 이끌어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시한번 고개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5-06-23

생태계 교란과 유해생물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로 지구생태계가 균형을 잃으면 대규모 홍수와 극심한 가뭄, 그리고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한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앓는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이 극성을 부리는데, 신종 전염병의 75% 이상이 그러하다. 에이즈는 챔팬지와, 에볼라는 박쥐와, 메르스는 낙타와 사람이 함께 걸린다. 게다기 털진더기와 모기 처럼 병을 옮기는 매개체까지 늘어나면 전염병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면 이런 해충들의 번식도 늘어나고, 인간은 쉴새 없이 전염병과의 전쟁을 치뤄야 한다. 이를`가이아의 복수`라 한다. 사람이 자연을 망가뜨리니 자연이 사람에게 복수하는 것이다.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정상에서 산 입구까지 3.5㎞ 구간 곳곳에 돼지풀 등 각종 생태계 교란종이 군락을 이루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곳은 억새군락지로 유명한데, 외래종이 억새군을 잠식한다. 최근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직원들과 자원봉사자 70여명이 돼지풀·개밀·큰기름새·오리새·애기수영 등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작업에 나섰다. 산 정상에는 억새군이 조성되어서 탐방객들이 몰려드는데, 근래 들어 생태교란식물이 세력을 넓히는 바람에 수시로 제거해주어야 한다.바다생태계 교란도 심하다. 매년 적조와 해파리 때문에 애를 먹는다. 최근 경북도는 어업기술센터, 국립수산과학원, 시·군, 해양경비안정서, 수협, 어업인 등이 모여 적조 해파리 대책회의를 열었다. 해파리는 이미 떼를 지어 나타났고, 적조 또한 7월 초순경에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회의에서는 유해생물 예찰시스템, 액화산소 214, 적조경보기, 어선동원, 황토확보, 양식장 입식량 조사 등 기관별 사전 준비사항을 점검했다.이상욱 경북도 동해안발전본부장은 “지난해에는 39일간 적조가 지속하면서 양식장 21개소에서 63만 9천 마리의 어패류가 폐사돼 7억8천9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었다”면서, 적조와 해파리 피해 예방을 위해 기관별 역할분담과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단계별 매뉴얼에 의한 대비체제를 확립해줄 것을 당부했다.지구환경의 파괴와 교란은 반드시 보복을 초래한다는 것을 이번에 우리는 뼈저리게 실감했다. 중동감기(메르스)라는 낯선 전염병이 닥쳤고, 당시 우리나라의 기후가 `고온 건조`해서 중동지역의 기후와 닮아 있었으니, 매르스가 더 극성을 부린 것이다. 우리로서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호된 대가를 치뤘다. 온 나라가 메르스와의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내린 비에 의해 `저온 다습`으로 바뀌면서 메르스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온실가스와 지구온란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기업활동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느슨하게 대응할 일이 아니다.

2015-06-22

방역요원들을 힘껏 응원하자

이번에 전국적으로 내린 비로 메르스가 다소 주춤하다. 기온은 내려가고 습도는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방역요원들은 한동안 더 고생해야 한다. 그런데 사투를 벌이는 방역요원을 힘빠지게 하는 악성 이기주의가 아직도 있다. 대구의 첫 메르스 환자와 그 아내가 대구시 남구청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남구 공무원과 그 가족들을 기피한다. 이들에게 어린이집은 “당신네 아이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걸었다. 남구청에서 전화로 햄버거 등을 주문하면 “배달해줄 수 없다”고 거절한다. 이렇게 차별 박대를 당하니, 환자들이 병을 숨기는 것이다. 악성 이기주의가 최대의 적이다.대구의 한 영어학원은 “확진자의 아들이 다니는 모 중학교 학생들은 받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학원생 부모 1천여명에게 보냈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현재 이 학원의 등록 말소절차를 진행중이라 한다. 서울의 한 소방관의 아들은 학교에서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전화를 받고 억장이 무너졌다. 그 소방관은 환자 이송 전담반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보호복과 고글, 마스크, 장갑, 덧신 등을 착용한다. 폭염에 금방 땀투성이가 된다. 호흡조차 불편해 얼굴이 빨갛게 부어오른다. 방역요원들은 집에도 자주 가지 못한다.환자들은 한결같이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58세된 포항의 환자도 “메르스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76세된 할머니 환자는 “병원에 떼지어 문병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43세 된 환자는 완치판정을 받았는데, “병보다 외롭고 답답한 것이 더 큰 고통이었다. 낫겠지 하는 긍정적 생각이 도움됐다”고 했다. 지병이 없는 사람은 `감기 한 번 앓은 것`정도였다. 지나친 공포감이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한국의 방역체계를 믿는다 했고, 방역요원들을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대구 협성중 3학년 학생들은 자가격리중인 급우 김모군에게 위문편지를 보냈다. 손으로 쓴 편지 21통은 주민센터를 통해 전달됐다. 김군의 아버지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김군도 자가격리됐는데, 두 차례에 걸친 검사에서 음성반응을 보였으나 아직 집에 갇혀 있다. 초등학교 아동들이 고사리손으로 쓴 “힘내세요” “응원합니다”라 쓴 그림편지도 방역요원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이런 그림편지를 병원 로비에 전시해놓았다.자가격리자가 많은 서울 송파구민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방역공무원들을 위해 성금을 모았고, 잠실4동 주민들은 성금 50만원을 들고 보건소를 찾았다. 한국방역협회 5천여 회원들은 자원봉사에 나서 다중시설 소독을 하고, 단체헌혈에 나섰다. 지칠대로 지쳐 있는 방역요원들을 응원하는 일이 메르스 조기 종식의 길이다.

2015-06-22

당신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메르스 괴담`이 점점 진화해간다. “메르스는 이미 통제불능상태다. 걸리면 자가면역력 있는 사람만 낫고, 후유증이 무조건 남는다” “건강한 어린이 메르스로 사망”“인구청소 수준”이런 괴담을 SNS에 퍼트리는 세력이 있다. “메르스가 아니라 탄저균이 돈다”는 괴담으로 주부들이 공포에 떤다. 유언비어인 줄을 알지만 공포감을 어쩔 수 없어서 친정이 있는 제주도로 피난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 나라를 잘못되게 하려는 세력들이 지금 `때를 만난듯` 준동한다.일부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K병원에 다니면 손을 들라”고 해서 의료인의 자녀를 조사했다고 하며,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자녀를 조기 귀가시켰다. “그런 아이들과 놀지 마라”는 부모도 있다. 메르스 확진이 나왔거나 환자가 다녀간 병원의 의료진들은 언제 바이러스에 노출될 지 모르는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자녀들까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으니, 의료인들은 2중·3중의 적과 싸우는 중이다. 심지어 어떤 아파트 단지는 “의료인들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이렇게 몰상식하고, 극단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있지만, 우리 의료진들은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속에서`묵묵히 임무를 수행한다. 얼마전 에볼라가 번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우리 의료진이 자진해서 달려가기도 했다. 한국에는 슈바이처와 이태석 신부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로비 전광판에는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란 글이 떠 있다. 이 병원 최모 간호사가 직원 식당 게시판에 써 놓은 글을 올린 것이다. 한 줄의 글이 그 어떤 웅변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 의료인들은 이런 정신을 가지고 있다.한림대 통탄성심병원의 김현아(41) 간호사는 정성으로 간호하던 환자가 별세하자, “그녀를 격리실 창 너머로 바로보며 저는 한 없이 사죄해야 했습니다. 미리 알지 못해 죄송하고, 더 따스하게 돌보지 못해 죄송하고, 낫게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란 글을 썼다. 그리고 “N95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겹겹이 입고, 환자를 돌본 뒤에는 손이 부르트도록 씻는다”고 했고,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마스크와 방호복을 입는 것이 가장 힘들다. 숨 쉬기 어렵고, 화장실 가는 것도 고역이다”라고 했다. 찜통더위 속에서 온몸이 땀에 젖는다.메르스사태가 예상외로 길어진다. 의료진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염위험도 높아진다.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시급하다. 군병원의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일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리고 이 사태가 마무리된 후에는 이 살신성인의 의료인들을 표창하고 훈장이라도 내려야 한다. 그들이 바로 `진정한 영웅`이기 때문이다.

2015-06-19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자

요즘의 양상을 적절히 표현한 말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눈이 내린 위에 서리까지 덮였다. 메르스가 장기전을 편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한국형 메르스`라는 변종이 아닌가 해서 역질전문가들이 예의 분석중이다. 메르스가 이렇게 빠른 전파력을 보인 적도 없다. `초기대응 잘못`에만 책임을 돌리기에는 바이러스가 너무 강하다. 건강한 젊은이까지 걸리니, 우려가 점점 공포로 변해간다. 가뭄이 또 문제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대기가 남태평양에서 올라오는 저기압을 가로막아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비바람이 불고 구름이 두껍게 덮이면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지만, 빗방울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예년에는 여기 저기에서 기우제를 지냈지만 올해는 그마저 포기한 모양이다. 비가 내려 습도를 올리고 기온을 내려야 메르스도 숙질 것인데, 기상이 이러하니 국민들도 자포자기에 빠진 것 같다.물가도 이상징후를 보인다. 메르스 때문에 시장의 매기가 바닥권인데, 매기가 없으면 당연히 가격이 내려야 할 것이지만 오히려 올라간다. 가뭄때문에 농작물 생육이 부진하고 출하량이 적어진 탓이지만, `농업의 해갈이`가 주원인이다. 지난해 과잉 경작으로 값이 폭락했으니 올해는 그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적게 가꾼 데다가 생육이 부진하니 출하량이 적고 그러니 가격이 올라간다. 가격동향이 파악되면 중간상인들이 준동한다. 매점매석이 가격폭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서 수입물량을 늘려 소비자를 보호할 것이다.양파는 지난해보다 80% 올랐고, 무는 66%, 배추는 80%, 마늘은 45%, 대파는 36% 올랐다. 이달 말까지 비 다운 비가 오지 않으면 가격은 더 뛸 것이다. 고랭지 채소가 가뭄으로 흉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방헬기로 강물을 퍼다가 뿌리지 않는 한 고랭지 채소를 살릴 방법이 없다. 채소가격이 뛰니 수산물과 삼겹살 가격도 뛴다. 삼겹살은 25%, 오징어는 33%, 고등어는 35% 뛰었다. 소비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대구의 공직사회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대구 남구청 주민센타공무원들은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는 날 주민 30명과 함께 회식을 하고 술도 같이 마셨다. 질병본부가 제시한 메르스 메뉴얼을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었다. 확진판정을 받은 공무원은 물론 같이 근무하던 공무원들 역시 주민들에게 고의로 전염시키기로 작정을 한 게 아닌가. 참으로 `개념 없는`모습이고, 이해하기 힘든 처신이다.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리자. 설상가상의 우환속에서 모두가 우왕좌왕하면 더 무서운 수렁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우리나라는 `성장통`을 치러내고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2015-06-19

`문병 문화`부터 고쳐야

이제 한국에 메르스 안전지대는 없다. 대구시가 “메르스 청정지역 대구로 오세요”라며 관광객 유치운동을 벌인지 며칠 되지도 않아 환자가 발생했다. 병원감염이 메르스 전파의 원인이라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병원에서 문병한 사람`은 일단 메르스 보균자로 봐야 할 지경이다.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1명이 감염자로 확진되었지만, 신속한 격리조치로 확산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청정지역 선포`까지 한 대구시에서 첫 환자가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충격이다. 대구가 정말 청정지역이기를 바랐던 그 기대가 깨어지니 허탈할 따름이고, 특히 그 환자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공무원은 일반 시민을 계도하는 입장에 있고, 누구보다 메르스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할 임무가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먼저 걸렸다는 사실은 “정말 개념 없는 공무원”이란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과거 한때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말이 유행했었는데, 그것이 지금 재현되고 있으니,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까 걱정이다.대구시 남구 주민센터에 근무하던 K씨(52)는 어머니의 허리병 때문에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을 다녀왔고, 다음날 현대아산병원에 들렀다가 KTX로 대구에 왔는데, 대전에 살고 있는 누나와 동행했으며, 그녀 또한 K씨와 같이 양성판정을 받아 대전 모병원 음압실에서 치료중이다. K씨는 발열 등 이상증세를 느끼면서도 의료기관에 신고하지 않았고, 회식 모임에서 술잔을 주고 받았으며, 목욕탕까지 갔다. 그러던 중 증세가 심각하게 느껴지자 비로소 의료기관을 찾았고, 1차·2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게 됐다.다행히 그의 가족들은 음성으로 나와 일단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K씨가 밀착 접촉을 한 사람은 3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중에서 지병이 있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발병 가능성이 있으니 걱정이다. K씨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사람들은 각별히 조심해서 `발병`까지 가지 않고 가볍게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예로부터 “병은 자랑하라”고 했지만, 전염병에 관한 한 자랑하는 사람은 없다. 심정적으로 “걸렸구나”하고 판단이 서더라도 남들이 모르게 자가치료를 하려 한다. 그래서 메르스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것이다.상(喪)을 당한 사람에게 문상을 가는 일이나, 입원한 사람을 문병하는 일을 우리는 미풍양속으로 여겨왔다. 슬픔과 아픔을 한께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염병에 관한 한 문병(問病)은 악덕이다. 그리고 1인실을 특실이라 해서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것도 탈이다. 선진국들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최대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병원문화도 이제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하겠다.

2015-06-18

박인비는 가뭄에 단비였다

나라 전체가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메르스는 한 달 넘게 물러갈 기미가 없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대통령은 외교를 젖혀두고 `국민 위로`에 몰두한다. 정치권은 “대통령 사과부터 하라”면서 “박근혜정부 들어 불운만 이어진다”며 정치공세를 편다. `메르스 괴담`은 전염병보다 무섭게 재생산되고, 민심은 갈수록 뒤숭숭하다. 이럴 때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을 박인비 선수가 가져왔다. 그는 15일 미국여자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를 3년 연속 제패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로써 박인비는 메이저대회 3연패를 달성한 3번째 선수가 되었다. 남여 골프를 통털어 메이저 3연승과 메이저 3연패를 함께 이룬 것은 박인비가 유일하다. 뿐만 아니라 2위를 한 김효주는 14번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세계골프는 한국 낭자들의 놀이터”란 시기 질투 섞인 평가가 나오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이보다 기쁜 소식이 없다. 의기소침해 있던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게 했다. 특히 10번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버디를 잡아낸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연상시키면서 국민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한국 여자골프는 왜 세계를 놀라게 하는가. `맏언니` 박세리가 LPGA에 진출한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약 30% 가량을 한국 여자가 석권하게 됐는데, 그해에 박세리가 우승하면서 `세리 키즈`를 낳았다. 골프천재라 불리우는 김효주, 태권소녀 출신의 김세영, 장타자 장하나, 지난해 국내 신인왕 백규정 등 스타들이 줄을 이었다. 외국 선수들은 중·고교때부터 골프를 시작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골프채를 잡는다. 딸의 재능을 미리 알아차린 부모들의 권유에 의한 조기교육이다.선수들이 LPGA로 대거 이동한 것은 2016년 리우올림픽 때문이다. 그 때부터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데, 선수라면 누구나 올핌픽 무대를 꿈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세계랭킹 15위까지 우선적으로 자동출전권을 주기로 했고, 국가별로 최대 4명까지 선발된다. 결국 올림픽 무대에서도 한국낭자들끼리의 경쟁이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박인비는 박세리에 이어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일은 시간문제다. 40세 이상, 심사위원회 통과 등 규정이 있기는 하나, 박인비는 그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한국 양궁과 마찬가지로 골프도 정신력이 관건이다. 박인비는 어떤 난관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방심하거나 한눈을 팔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꼭 중요한 시점에서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항상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나의 골프철학”이라고 했다. 부동심·항상심 수련이 그의 성공 비결이었다. 우리 국민들도 그런 정신력으로 이번 메르스와 가뭄을 이겨냈으면 한다.

2015-06-18

가뭄 극복에 힘을 모을 때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각하다.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등 중부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까지 공급받아야 할 지경이다. 속초시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8시간 제한급수를 한다. 물의 도시라 불리우는 강원도 정선군조차 수개월째 급수지원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원도 일부와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찔끔비와 함께 우박까지 내려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안동, 상주, 영주 등에서는 최대 2mm 가량의 우박이 떨어져 사과, 복숭아, 고추 등 밭작물의 잎과 열매가 일부 파손됐다. 지난달 강원도 내 강수량은 22mm로 평년의 23%에 불과하다. 강릉과 태백 등 고랭지 무 배추의 경우 720ha에 파종을 해야 하지만, 현재 33%에 머물고 있다. 옥수수는 생육부진으로 알이 작아지면서 말라죽는 현상까지 발생해 출하량이 급감할 것이 예상된다. 강원도 경기도의 고랭지 배추와 무는 전국의 98%를 차지하는데, 자칫하면 2010년도의 `배추대란`때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 한다. 농민들은 급수차로 물을 주고 있지만, 저수지와 강물까지 마르면 그것조차 불가능할 것이고, 가뭄이 계속되면 올해의 농작물 가격은 폭등할 것이고, 외국 농산물을 수입해야 할 것이다.경북지역의 동해안과 북부지역도 비상사태다. 모내기조차 어려운 곳이 있고, 고추 마늘 양파 감자 등의 생육도 부진하다. 식수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울진 최대 지방상수도 취수원인 남대천이 말라가고 있으니, 울진읍 죽변면 북면 등 7천여 가구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한계에 다달았다. 왕피천의 보조 취수장에 모터를 가동해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으나 가뭄이 이대로 계속되면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고령군 지역에서는 가뭄에 병해충까지 발생했다. 고온에 가뭄이 계속되면 설상가상으로 병해충까지 덤비는데, 우박과 함께 올해 농사에 적신호가 켜졌고,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매점매석이 예상되고,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조짐이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영양고추시험장은 고추 진딧물 발생이 지난해보다 빨리 왔다며 방역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메르스에 가뭄까지 겹쳐 `국란` 수준의 재해다. 민심이 뒤숭숭하고, 정부에 대한 불평 불만이 증폭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겠다.상주지역에서는 실의에 빠진 농가 돕기에 팔을 걷었다. 함창읍은 행정기관 공무원들과 함창향우회 회원 등 30여명이 농가의 양파 수확을 도왔다. 남원동의 공무원 30여명도 양파 수확을 도왔고, 북문동 새마을지도자회 회원 20여명은 `사랑의 모내기`를 했다. 무더위에, 가뭄에, 메르스로 민심이 뒤숭숭한 이런 때일수록 이웃을 돕는 온정의 물결이 넘처났으면 한다. 그것이 슬기롭게 국란을 극복하는 길이다.

2015-06-17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크고 작은 예산 확보는 물론 지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KTX동해선을 직선화해 소요시간을 20분 이상 줄인 이병석 의원, 초선 의원이지만 그동안 길러놓은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박명재 의원, 경북 북부지역 의원이지만 포항이 고향인 강석호 의원은 음으로 양으로 포항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 이전문제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힘이 아니었으면 강원도 동해시에 뺏길 뻔했다. FIRA 포항지사는 2011년 1월 출범 당시 포항시청 앞에 사무실을 차렸는데, 그동안 임차료 부담을 느끼면서 이전을 검토해왔고, 특히 강원도 동해시가 “FIRA는 동해안의 중앙에 오는 것이 업무효율상 최상이다”란 논리를 앞세워 유치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어느 도시든 공공기관을 뺏기는 것을 좌시할 도시는 없으니, 포항시와 어업인들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존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국회의원들의 노력에 의해 존치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북구 용흥동의 옛 해경 청사를 유력한 사무실 이전지로 꼽고 있다.공공기관을 뺏겨 본 지역은 그것이 어떤 아픔인지 잘 안다. 당초 포항에 있던 국립수산원 동해수산연구소가 1997년 강릉으로 옮겨갔다. 당시 어업인들도 이 일에 대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수산 관련 행정기관들은 동해안의 중심지에 위치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에 밀려 “그런가 보다”고 했었지만, 뺏기고 보니 이게 보통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행정기관 하나가 더 있고 덜 있고에 따라 도시의 품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 FIRA 이전문제에서만은 결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 포항 어업인들의 각오였고, 포항시도 그 뜻을 받들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임대료 부담 최소화`를 목표로 이전지를 물색했다.FIRA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에 출범했고, 바다목장과 바다숲, 인공어초 조성, 수산종묘 방류 등을 수행해왔다. 본부는 부산시에 있고 전국에 동·서·남해와 제주도 등에 4개의 지사를 두었는데, 동해지사는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고향` 포항시에 유치되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강원도 동해시가 “사무실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뺏어갈 궁리를 했고, 포항시는 뺏기지 않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으며, 결국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적극 나서고, 포항시가 좋은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동해시가 스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정부가 재정난에 시달리면 국유재산을 매각하게 되는데, 옛 포항해경청사도 기획재정부가 언제 매각하려 할 지 모른다. 결국 `안정적인 장소`를 물색해야 할 것인데, 이 문제는 포항시와 어업인들이 꾸준히 소통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

2015-06-17

메르스공포를 극복해야 한다

역학조사요원이 없는 한국은 메르스라는 낮선 바이러스에 맥없이 무너졌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방역당국은 우와좌왕했고, 보건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엇박자를 냈고, 언론들은 보도경쟁을 벌였으니, 국민들의 공포감은 깊어갔다. 외국인들은 “메르스가 한국땅을 온통 뒤덮은 모양”이라 생각하며 관광일정을 줄줄이 취소했고, 국민들도 “사람들 사이로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닌다”고 생각하면서 출입을 삼가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전문가도 부족하고, 이를 권위 있게 국민에게 알려주는 기관도 없어서 빚어진 왜곡현상이다.전염병이 돌때 마다 `불안감을 해소시키려는 노력들`도 보여진다. 이번 메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최근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 상점가를 찾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상인들과 대화를 하고, 의복과 머리끈과 머리핀 등을 구입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곧 종식될 것이니, 중국에 가시거든 안심하고 한국에 와도 된다고 말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대통령은 동대문시장을 방문하기 전에 서울대병원을 찾아가 “모두 헌신해주시니 완쾌돼 퇴원하는 분들도 자꾸 늘어나고 해서 이것이 바로 이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증거”라며 의료인들을 격려하고, 국민들도 너무 위축되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건강한 사람은 잘 걸리지도 않고, 걸려도 가벼운 증상으로 넘어가고, 한번 걸렸다 나으면 항체가 생겨 다시 걸리지 않으니, “살짝 한 번 걸려보는 것도 좋겠다”고 농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과잉불안이 오히려 `병`이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메르스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환자들의 발길이 급격히 줄어든 병원을 굳이 찾아갔고, 메르스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진들을 격려했다. 부산의 한 국밥집은 메르스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손님이 급감했는데, 김 대표는 딸 외손녀와 함께 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병원 이외의 지역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지도층들이 이렇게 모범을 보여주는 것은 공포감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대구시는 `메르스 청정지역`임을 부각시키면서 관광에 역발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15, 16일에는 중화권 가이드 75명, 22, 23일에는 동남아 가이드 40여명, 30일에는 일본 및 구미주 가이드 15명을 초청해 대구 곳곳의 잘 알려지지 않는 관광명소를 소개할 계획이다. 서문시장과 모노레일 등을 답사하고 마지막 날에는 개선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위축돼 있는 모습보다는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한결 돋보인다. 한편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참외, 수박 등 제철 과일은 비타민C가 풍부해 메르스 예방에 좋다”며 제철과일 먹기 운동을 제창했다. 불안감을 떨치고 소비경제를 진작시키는 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최대 과제이다.

2015-06-16

`역학조사관` 양성을

노스트라다무스의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서쪽 하늘에서 전쟁이 발생하고 1년 후 전염병이 창궐한다” 같은 예언서의 귀절들이 새삼 거론된다. 근래들어 AI, 구제역 같은 가축전염병과 사스, 에볼라,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연이어 닥친다. 이것은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큰 공포를 몰아오니, `공포의 대왕`이라 할만하다. 중동지역에서는 쉴새 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전쟁은 늘 전염병을 달고 다닌다. 그러니 `전염병 창궐`이란 예언도 맞다.세계는 지금 `전염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는 AI나 구제역과의 전쟁에서 간신히 `승전`했고, 사스와 에볼라를 무사히 막아냈지만, 그만 메르스에 뚫려버렸다. 이것은 “전쟁무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을 불러온다.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연이어 덮치는 전염병은 장차 어떤 재앙을 지구촌에 불러올지 알 수 없다. `지구재앙`을 예고하는 일들이 계속 나타난다.미국 작가 맥스 블룩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이고, 2013년 영화화된 `World War Z`는 지구재앙을 그렸다. 전염병 같은 인류의 대재난이 세상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고, 권력과 사회규범이 사라진 후 인간이 살아남을 방법을 제시한 소설이다.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돼 `변종인류`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지구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데, 이에 맞서는 `제리`의 활약을 그렸다. 그는 군에서 바이러스 전담부대에서 근무했고, UN소속 역학조사관을 지내기도 했다.강대희 서울의대 학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 질병관리본부 역학전문요원 (EIS) 과정을 2년간 이수한 `제리`같은 인물이다. “EIS는 행정능력, 정책입안능력,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지휘하는 프로듀서로서의 능력 등 총체적 자질이 요구된다. 그들은 질병의 원인과 본질을 추적하는 수사관이다. 미국 EIS의 연간 예산은 11조원인데, 우리나라는 전혀 없다. 이번에 우왕좌왕하다가 뚫린 것도 역학조사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 학장은 `역학조사관` 양성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필요한 `무기`라고 했다.이번 메르스사태에서 정부당국과 국민들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아니라 `공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보건당국과 교육당국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겁을 먹은 교육부가 휴교조치를 내렸던 것은 매우 어리석은 정책이었다. 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이 이를 두고 “비과학이 과학을 압도한 사례”라고 평가했고, 이에 따라 학교들이 수업을 재개했다. `병원감염`뿐인 메르스는 학교와 전혀 관계 없었는데, 학생들의 수업권만 뺏었다. 이런 사회적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역학조사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2015-06-16

메르스 의료진에 격려를

한국에서는 처음 접하는 중동감기여서 전문가가 부족하고, 정부도 우두망찰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 중동감기의 진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의료진들이 환자 진료를 거부하기도 했고,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들이 감염되자 4명이 사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진들은 그렇지 않았다. 잠깐 잠깐 쪽잠을 자며 근무하는 간호사와 교대 없이 일하는 의사들의 피로도는 심각하다. 피로 누적과 체력 저하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의료진들은 메르스에 감염되기 쉽지만, 그들은 불평 없이 묵묵히 사명에 충실하다. 그런데, 도와주지는 않고 방해만하는 부류들도 있다. 지난 11일 국회 메르스 대책특위 첫 회의가 열렸는데,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보건·의료당국 요인들이 이 회의에 불려나가 7시간 가량 묶여 있었다. `발목잡기의 고수`들이 가장 화급한 메르스 방역에도 그 버릇을 못 버렸다. 이날 회의장 안에는 15명 가량, 회의장 밖에는 20명의 관계 공무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의 따지기·호통치기는 습관성이었다. “전국적으로 실시간 음압병상 상황을 공유해야 하는데 아직 안 돼 있다”고 따지다가 “공유 돼 있다”는 대답이 나오자 머쓱해진 의원도 있었다.한 야당의원이 “삼성병원이 뚫려서 전파자가 나오고 있다”고 하자, 정두련 내과과장이 “우리 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맞받아친 것이 괘씸죄에 걸렸다. 한 의원이 “이렇게 답변하는 걸 그대로 두고 보느냐”면서 “지도명령권을 발동해 응급실 폐쇄조치 뿐 아니라 삼성병원 전체를 폐쇄해야 한다”고 호통을 쳤다. 국회의원들의 甲질도 습관성이다. 그 바쁜 사람들을 불러다 놓고 꾸벅꾸벅 조는 의원들도 있었다.보건소 직원, 격리병원 의료진, 119소방관, 경찰 등은 메르스 전선(戰線) 최전방에서 싸우는 전사들이다. 격리병실에 들어가는 사람은 발병위험을 감수하는 의료진 뿐인데, 고글, 마스크, 병호복, 양압호흡기 등의 장비를 착용한 채 24시간 교대근무를 한다. 보건소 직원들은 방문상담과 상담전화에 지쳐 있다. 전화상담원은 주·야간 12시간 근무를 하며 하루 평균 50통 이상의 전화를 받고 있다. 소방관들은 취약지대 소독에 투입된다. 그들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이 일을 한다는 말도 못한다.포항의 보건소 직원들도 상담전화에 시달리며 지쳐가고 있다. 매일 새벽 2~3시에 퇴근할 정도로 통화량이 많고, 메르스괴담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도 빗발친다. 최고 40분씩 전화통을 놓지 않는 상담자도 적지 않다. 조금이라도 짜증난 목소리를 내면 바로 욕설·막말이 터져나온다. 심지어 보건소까지 찾아와 따지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생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는 못할 망정 더 지치게 해서는 안 되겠다.

2015-06-15

신기술 개발의 중심, 포항

근래에 들어 포항의 신기술 개발이 줄을 잇는다. 세계 최초로 콘크리트 폴리싱로봇을 개발했고, 고망간강으로 층간소음을 줄였고, 보호·비보호 겸용 좌회전신호를 도입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었으며, 폐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코, 포스텍, RIST 등을 중심으로 그동안 간간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줄이어 발표된 적은 없었다. 중동감기로 의기소침해 있는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지곡동에 있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경주에 있는 (주)폴리시스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 무인지능 `스마트 큰크리트 폴리싱로봇`을 개발했다. 분진이 발생하는 작업현장에 사람이 하기 어려운 폴리싱을 로봇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특히 로봇이 센서를 통해 작업경로를 인식, 스스로 알아서 전체 작업공정을 수행한 것은 로봇선진국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기술이다. 이로써 향후 5년간 국내 270억원, 국외 8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고, 나아가 약 7천억원 규모의 세계시장을 선점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화재 현장이나 바닷속 깊은 곳에 로봇이 투입되는 기술은 개발돼 있지만, 건설현장의 로봇은 처음이다.포스코는 최근 포스코건설 등 국내 주요 건축전문사와 공동으로 리모델링 아파트용 고망간강 바닥판 개발을 완료,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는 바닥 콘크리트 두께가 120mm안팎에 불과하고, 최근의 건축기준에 따라 신규로 지어진 아파트보다 30%이상 얕다. 그래서 층간소음으로 이웃간 분쟁이 심했다. 그러나 고망간강 제품을 활용하면 바닥 콘크리트 두께를 추가 보강하지 않아도 바닥충격음이 크게 개선된다. 향후 포스코는 리모델링 아파트뿐 아니라, 신축 아파트용 고망간강 바닥 제품의 국가인증도 취득해 저진동 다양한 건축의 층간 소음을 줄이는데 활용할 계획이다.포항시와 북부경찰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보호·비보호 겸용 좌회전 신호 운영체계(PPLT)가 연간 56억원의 유류비 절감효과와 이동시간 감소효과를 내고 있다. 양 기관은 2009년 7월부터 PPLT 50개소를 지정 운영했으며, 지난 5월 현재 삼거리 69개, 네거리 50개 총 119개의 PPLT를 운영하고 있는데, 효과가 예상 외로 커 올해는 15개 정도 추가할 예정이다.포스텍은 정부가 추진중인 친환경 전기 생산기술인 `산업용 폐열 회수 열전발전 시스템`개발에 선정돼 향후 5년간 100억원의 정부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포스텍의 창의IT융합공학과 백창기 교수와 RIST 강덕홍 교수가 공동연구팀을 구성해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열전발전은 열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포항이 창조경제의 메카로 부상되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06-15

과잉반응이 낳은 사회병리

중동에서 온 여름감기 하나가 나라를 온통 뒤집어놓더니 급기야 대통령의 외교일정까지 바꾸어 놓는다. 지병이 있는 고령의 환자들 외에는 가볍게 지나가는 감기인데, 초기에“사망률 40% 운운”기사가 나오면서 `치명적 악성 바이러스`로 둔갑했다. 그 40%는 `고령의 지병 있는 환자의 사망률`이었는데, 이것이 그만 `감염자의 40%`로 오인되었다. 처음 보는 낯선 감기 바이러스여서 그런 오해도 있을 수 있겠지만, `보도의 신중성`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당초 정부는 국민의 불안감을 염려해 신중모드였고, 질병의 전개상황을 조심성 있게 발표한 것은 그리 나무랄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중동감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됐다. 서울시장이 “중앙정부를 믿지 못하겠으니 서울시가 따로 대처하겠다”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고,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켰다. `낯선 감기에 정부 불신`까지 겹치니, 불안감은 공포감으로 발전됐다. 정치권의 `질병포퓰리즘`이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을 불렀다.중동감기는 질병 자체보다 그것이 초래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더 무섭게 퍼지고 있다. 수도권 학교들이 휴교를 하니, 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 PC방에 몰린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방역을 하는 것보다 나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터넷에는 “애완동물이 기침을 하는데, 혹시 메르스 아닌가요”란 글이 올라온다. 낙타에서 온 바이러스이니 동물에도 감염될 것이라는 상상을 한 것이다. 점심을 학교 급식으로 해결하는 습관때문에 집에서 점심을 굶는 학생들이 생겨서 `건강상태`가 나빠지기도 한다.경찰이 음주단속을 미온적으로 하자 음주운전이 부쩍 늘었다. 음주측정기를 통해 메르스가 감염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찰은 “명백한 음주운전자에 대해서만 음주측정을 하라”는 업무지시를 각 지방청에 하달한 것이다. 그 결과 만취상태가 아니면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게 되었고, 대리운전업계는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경찰이 `메르스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음주운전을 부추긴다는 볼맨소리도 나온다.사법기관으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은 형사피의자가 “메르스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나올때까지 출석할 수 없다”고 버티기도 하고, 경찰이 `검사 받은 사실 없음`을 알고 재차 소환통보를 하면 “열이 심하게 나고 기침이 나서 도저히 출석할 수 없다”고 둘러대는 사기 피의자도 있다고 한다. 사기꾼들은 중동감기도 사기에 교활하게 이용한다.마스크가 품귀현상에 빠지자, 가격이 폭등한다. 공장도 가격이 1200원이고 소매가 3500원인데, 이것이 1만원대로 뛰어올랐다. 그래도 없어서 못 판다는 것이다. 근거 없이 부풀린 불안감 공포감이 불러온 사회병리현상이다.

2015-06-12